-
브란젤리나의 절반. 안젤리나 졸리는 지겹다. 그녀의 기사는 타블로이드지의 단골 메뉴고, 일거수일투족은 기사를 넘어 파파라치 사진으로 매일같이 보고된다. 미디어 속 안젤리나 졸리를 보면 가십이 이렇게나 다양하고 많이 쏟아져 나올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녀는 연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배우였다. 첫 번째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작인 <처음 만나는 자유>(1999)와 슈퍼모델 지아 카라니의 자전적인 삶을 그린 TV영화 <지아>(1998). 그녀는 20대의 한복판을 고민, 외로움과 함께 보냈고, 이후에도 바보 같아 보이는 액션물의 실패, 여전사의 이미지만 크게 심어준 <툼 레이더> 시리즈 사이에서 작가 감독들과 꾸준히 작업했다. 그리고 2008년.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만나 <체인질링>을 찍었다. 아들을 잃은 뒤 책임과 희망에 대해 고민하는 <체인질링> 속 그녀는 그 언제보다 스크린 밖 졸리의 모습과 가까워 보인다. 여섯
[안젤리나 졸리] “하지만 끝은 내가 내겠어”
-
2003년 봄, 송지효는 난생처음 토슈즈를 신었다. <여고괴담3: 여우계단> 오디션을 통과한 뒤였다. 극중 역할 때문에 발레를 배워야 했던 송지효는 스트레칭 때만 해도 몸치에 가까웠다. 얼마 뒤 송지효는 ‘기적’을 선보였다. 분홍색 토슈즈를 신고 무리없이 걸었다. “처음치고 굉장히 잘 버틴다”는 칭찬까지 들었다. 발레를 배운 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 이번엔 점프까지 했다. 조급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그날 송지효의 발목에선 ‘뚝’ 소리가 났다. 착지 때 실수했고, 그 자리에서 송지효는 주저앉았다. 모두들 괜찮아요, 몰려들었다. ‘붓기 전에 빨리 병원에 가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오직 한 사람만이 고개를 저었다. 송지효였다. 아파서 울면서도 ‘쪽팔리다’고 병원에 가기 싫다고 했다. <쌍화점>의 왕후 역을 맡고 “촬영 내내 도망가고 싶었다”는 송지효의 말을 들으면서 뒤늦게 5년 전 그때가 문득 떠올랐다. 그때는 깡으로 버텼다면, 이번에는
[송지효] “촬영하는 매 순간 참기 어려웠다”
-
<쌍화점>의 제작자인 이태헌 오퍼스픽쳐스 대표는 그동안 가려진, 숨겨진 인물이었다. <친절한 금자씨> <짝패> 등 그동안 제작했던 영화들의 면면을 보면 궁금증이 도질 만도 한데 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없었다. 직접 인터뷰 요청을 해도 그는 ‘다음에’라고 미뤘고, 그때마다 ‘박찬욱 감독과 인척 관계’이거나 ‘언론기피증의 소유자’라는 소문만 주변에서 덤으로 건졌다. 3년 전 오퍼스픽쳐스라는 새 보금자리를 만들고, 유나이티드픽쳐스라는 투자사까지 차린 이태헌 대표. 사실상 창립작인 <쌍화점> 개봉을 앞두고서야 그는 무거운 입을 열었다.
-기자 만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제작자라고 들었다.
=내세울 게 없으니까 따로 만날 일이 없었다고 봐야지. 실제로는 ‘넌 어쩜 뻘쭘한게 없냐’고 타박을 듣기도 한다. 물론 앞에서 떠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개봉 전날이다. <쌍화점>은 사실상 오퍼스의 창립작이다.
=관련자 중에선 내가
[이태헌] “개발비 조달부터 독립해야지”
-
첫인상이란 무서운 것이다. 더군다나 배우에게 있어 대표작이라는 건 행운인 동시에 몹시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박진희의 경우, 한국의 유일한 공포영화 시리즈 <여고괴담>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서 냉소적인 모범생의 이미지로 오랫동안 기억됐다. 혹은 드라마 <쩐의 전쟁>의 따뜻하고 올곧은 여주인공으로, 혹은 <궁녀>에서 의사/탐정/근대인으로 활약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캐릭터로 기억되는 쪽이 강했다. 그랬기 때문에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아줌마의 영혼이 빙의된 스튜어디스를 연기하는 그녀의 능청맞음이 더 놀라왔던 것이다. 하지만 개봉을 앞둔 영화 <달콤한 거짓말>에서의 박진희를 본다면, 당신은 박진희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전부 ‘기억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롤러코스터 타듯 캐릭터 즐겨
<달콤한 거짓말>에서 박진희가 연기하는 한지호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캐릭터다. 서른을 코앞에 두고서도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봤고
[박진희] 기존의 나를 기억상실하리라
-
-
때로 사람은 기적과 같은 순간을 맞이한다. 김윤석에게 2008년은 그런 해다. 첫 주연 데뷔작인 <추격자>로 그는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등 국내의 6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을 독차지했다. 이 ‘몰아주기 수상’이 수상치도 않은지 모두들 긍정의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한국영화의 침체기에 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서도, 한 장면을 찍자고 무려 40시간 넘게 달리는 고생을 해서도 아니다. 88년 영화를 시작해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이 배우는 한때 연기를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중요한 건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연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추격자>라는 한편의 영화에는 김윤석이라는 배우의 그간의 행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가 ‘야, 4885 너지’ 하고 한마디를 할 때, 온전히 연기 하나로만 쌓아온 그의 숨은 내공이 전달된다. 배우가 다른 모든 것들을 걷어내고 이렇게 연기만으로 충격을 선사하는 건 아이러니
[김윤석] “<타짜>때보다 더 무서워질까 걱정”
-
12kg의 살을 뺐다. 사랑에 애타하는 왕의 마음을 느껴보려 꼭꼭 묻어둔 안 좋은 기억까지 끄집어낸 탓에 촬영장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밤에는 숙소에서 악몽을 꾸는 일이 다반사였고 무리한 체중감량으로 촬영장에서 쓰러질 뻔하기도 했다. <쌍화점>을 만난 지 1년, 촬영장에서의 5개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주진모는 자신을 무진장 괴롭혔다. 그런데 괴롭힘의 강도가 커질수록 묘하게도 그에게 쾌감이 왔다. <쌍화점>은 주진모에게 단순히 영화 한편이 아니다. 한때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영화계를 향한, 배우 주진모의 ‘주진모 아직 살아 있다’라는 커다란 외침이다.
-시나리오부터 남다르다는 유하 감독의 작품이다. <쌍화점>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랑> 찍고 있을 때부터 <쌍화점>이 제작된다는 건 이미 충무로의 화제였다. 그때 인성이는 캐스팅 된 상태였는데 나한테 제안이 올 줄은 몰랐다. 책을 보는데 다 읽고 덮고
[주진모] 폭풍전야의 광기 느껴보시라
-
자기 것을 빼앗길세라 불안하게 흔들리던 눈빛은 거기 없었다. 2년 만에 돌아온 조인성은 <발리에서 생긴 일> <봄날> <비열한 거리> 등을 거치며 아로새겨왔던 불안정한 청춘의 그림자를 지웠다. 그 자리를 채운 건 모든 고뇌를 마음속으로 끌어안고 사는 왕의 호위무사 홍림이다. 왕을 연인으로, 왕후를 이성으로 둔 호위무사의 복잡미묘한 감정은 칼을 휘두르거나 사랑을 나눌 때에나 비로소 엿볼 수 있다. 홍림 역을 맡아 감정을 억누르고 그것을 몸으로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배우 조인성 역시 자기 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경험을 했다. 조인성은 그것을 ‘기분 좋은 배신’이라 부른다.
-2년 만이다. <비열한 거리>를 끝내고 공백이 길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기다리다보니 그렇게 됐다. <비열한 거리> 끝나고 들어오는 시나리오들이 대부분 로맨틱코미디나 조폭영화였다.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작품이 다양하지 않더라
[조인성] 내 안의 성역을 깨뜨리고…
-
<쌍화점>은 고려 말, 왕(주진모)과 왕이 사랑한 호위무사 ‘홍림’(조인성), 그리고 둘의 관계를 어긋나게 하는 왕후간에 펼쳐지는 운명적인 사랑의 노래다. 격정의 세월, 파국을 향해 치닫는 금기의 사랑. <쌍화점>은 영화계를 넘어 사회의 금기를 스크린에 불러온다. 그러나 단순히 영화 한편의 성공만을 기원하기에 <쌍화점>이 짊어진 짐은 너무 크다. 2008년 한국영화의 침체라는 부침은 <쌍화점>에 내려진 가혹한 운명이다.
지금 충무로는 누구나 <쌍화점>을 말하고 <쌍화점>을 기대한다. 한팔 움켜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린 기대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 동성애라는 금기에 관한 가장 적극적인 정면 도전을 담보하는 영화. 봇짐 가득 끝없이 이야기를 풀어놓을 것 같은 이야기꾼 감독 유하가 이를 뒷받침하고, <비열한 거리>부터 유하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조인성이라는 배우의 아우라가 함께한다.
[조인성, 주진모] 격정의 고려, 금기가 끓는다
-
‘올 연말, 의외의 적시타.’
<과속스캔들>에 대한 한 평자의 코멘트다. 인기스타에게 숨겨둔 딸이 찾아든다, 그 딸은 게다가 미혼모다. 졸지에 할아버지 소리 듣는 총각이라는 설정만으로는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한 그저 그런 코미디영화라는 선입견을 갖기 충분하다. 한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코웃음칠 영화가 아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마냥 언론과 평단의 반응은 찬사 일색이다. 차태현(현수 역), 박보영(정남 역), 왕석현(기동 역) 등 주연배우들의 조합도 미끈하고, 무엇보다 익숙한 이야기에 활어 같은 생동감을 불어넣은 연출 솜씨에 모두들 두손 박수다. 데뷔를 위해 오랫동안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쓰다듬으며 와신상담했던 강형철 감독을 개봉 직전 만났다.
-머리는 염색했나.
=아니. 어렸을 때 한약을 잘못 먹는 바람에. 신경 쓸 일이 많아선지 최근 몇년간 흰머리가 부쩍 늘었다.
-개봉이 코앞이다.
=지금은 막상 차분하다. 시사를 많이 해서인가. 개봉하면 관객 틈바구니에서
[강형철] “소재? 잡생각하다 보면 떠오른다”
-
오빠가 돌아왔다. 언제나 책임감 강하고 믿음직한 절제된 남성미를 보여주던 이정재가 철없는 오빠로 돌아왔다. <태풍>(2005) 이후 무려 3년 만이니 그는 이른바 연예계 데뷔 이후 가장 오랜 휴식을 취한 셈이다. 그래서였을까. 변신의 폭은 크다. <1724 기방난동사건>(이하 <기방난동사건>)의 ‘천둥’은 그가 연기한 캐릭터 가운데 가장 까불고 철부지인 캐릭터 중 하나다. ‘조선시대 조폭 이야기’인 영화에서 그는 털모자를 눌러쓰고 시종일관 어수룩한 표정으로 CG와 함께 춤을 춘다. 이제껏 보지 못한, 가장 생동감 넘치는 이정재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이정재는 다시 연기에 몰두하고 싶어 했고, 제법 긴 공백이 아무렇지 않은 듯 새로운 이야기를 찾고 있었다. <젊은 남자>(1994)로 그해 거의 모든 ‘신인’상을 휩쓸고, 2000년대 초반까지 충무로의 가장 뜨거운 남자였던 그가 여전히 밝은 얼굴로 돌아온 것은 그래서 반갑다. 그는 이른
[이정재] “버라이어티, 나오라면 나가야지”
-
송혜교가 ‘산다’. 일이 안 풀리면 버럭 화도 내고, 남자친구가 헤어진 여자를 만나는가 싶으면 금세 삐치고, 사랑의 다가옴에 환하게 웃을 줄 알고 또 그 사랑 때문에 진지하게 고민한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PD 주준영은 송혜교를 다사다난한 세상과 만나게 해준다. 송혜교에겐 혁명이다. <올인>의 수연이 지녔던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제로에 놓은 다음 <가을동화>의 은서에게서 보았던 과장된 슬픔을 살짝 걷어내고 <풀하우스>에서 <곰 세 마리>를 부르며 짓던 비현실적인 깜찍함을 과감히 털어내면 가까스로 주준영과의 접점이 생긴다. 영화 <파랑주의보>에서 보여준 비운의 수은이 될 필요도 없고, 슬픔을 억제한 <황진이>의 여성상을 제시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까 주준영은 지금까지 송혜교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의 다른 이름이다.
목선에 맞추어 싹둑 잘라버린 헤어스타일. 치장하지 않은 스포티한 차림. 노희경 작가
[송혜교] ‘예쁘다’보다는 ‘연기 잘한다’고 해주세요
-
시작은 문득, 이었다. 마감을 끝내고 술자리에 둘러앉아 다음주엔 누굴 인터뷰할까 고민하던 차에 문득 문성근이 떠올랐다. 누군가가 말했고, 모두들 궁금하다고 했다. 문성근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혹자는 좀처럼 출연하지 않던 드라마에 연이어 얼굴을 보인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다. <실종> 현장에 다녀왔던 기자는 할 말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누군가는 <수>에서의 가성 연기가 대단하다고 했으며, 누군가는 강우석 감독의 <강철중: 공공의 적1-1>에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내년 전주국제영화제 삼인삼색에서 선보일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 중일 것이라는 누군가의 전언까지 들었을 때, 배우 문성근이 그 어느 때보다 연기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 다음날 인터뷰 제안을 위해 수화기를 들었고, 그는 전주에 있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형 잠깐만!”이라는 홍상수 감독의 목소리가 수차례 들렸고, 결국 인터뷰는 빡빡한 촬영
[문성근] 이제는 ‘나 많이 할래’가 됐다
-
차태현이 돌아왔다. 눈가와 입꼬리를 포물선 모양으로 만들며 씩 웃는, 소년 같은 미소는 그대로인데 양손에는 딸과 손자를 잡고 돌아왔다. 12월4일 개봉하는 <과속스캔들>에서 차태현은 ‘중3 때 실수로 낳은’ 딸이 미혼모가 돼 집으로 찾아오면서 시련을 겪는 인기 DJ 남현수를 연기한다. 2005년까지 대개 아름다운 아가씨의 수더분한 연인이었던 그의 행보는 이제 종잡을 수 없다. 서른셋, 스스로의 나이를 “배우 하기 애매모호한 시점”이라 말하는 차태현은 그럼에도 트로트 가수(<복면달호>)로, 어수룩한 바보(<바보>)로, 돈 많은 시한부 인생(<꽃 찾으러 왔단다>)으로 변신하며 미래를 위한 대비를 게을리하지 않있다. “요즘은 때마다 무얼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는 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을까. 한 시간 반 동안 그 일부를 훔쳐보았다.
아빠가 되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이가 나오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멜로도 하고 코미디
[차태현] 밝은 영화로 인정받고 싶다
-
“내가 ‘어’ 하면 조폭인 줄 안다니까.”
이춘연 씨네2000 대표의 말이 틀리진 않다. 처음 보는 사람이면 ‘어’ 하고 뒷걸음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지난 10년 동안 영화계를 대표한 ‘큰 바위 얼굴’이기도 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영화인회의 등을 이끌며 영화계 대소사에 나섰던 이 대표. 올해 4기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후보군 중 영화인들로부터 가장 큰 신임을 얻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영진위 위원장 후보 접수를 하지 않았다. 대신 영화계에 봉사하느라 상대적으로 소흘했던 제작 일선으로 돌아왔다. 후반작업 중인 김윤석 주연의 <거북이 달린다>에 이어 <여고괴담5> 오디션과 캐스팅을 마무리하느라 여념이 없는 이 대표를 강남의 새 사무실에서 만났다. 쉬지 않고 매년 꼬박꼬박 1편씩 내놓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을 사는 그였지만, 배고프긴 마찬가지라며 이 대표는 손사래를 쳤다.
-강남으로 출근하니까 어떤가.
=충무로 사무실은 ‘오며 가며, 사랑
[이춘연] “힘들수록 기본에 충실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