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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준비 중인 드라마 <친구>에 관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장동건 역은 현빈, 유오성 역은 김민준이 맡는다. 내년쯤 MBC에서 방영할 계획이다. 대본은 반쯤 썼다. 진숙을 할 여배우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영화에서보다 그녀의 역할은 훨씬 더 중요해질 거다.” 그러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 이이>)를 지나고 나면 곽경택 감독은 다시 드라마 <친구>로 향할 것이다. <친구>는 여전히 그의 영화에서 뿌리이며 영향력 높은 자기 참조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눈눈 이이>는 좀 다르다. 좋은 의미이건 나쁜 의미이건 ‘곽경택스럽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그조차도 “나라면”이라는 가정을 종종 사용하는 걸 보면 이 영화에서 그의 역할은 중도하차할 뻔했던 프로젝트를 살려낸 노련한 구원투수 혹은 기획영화로서의 면모를 성실하게 세공해낸 세공 기술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른다. 곽경택 감독의 필사적인 기획과 야심에 의해
[곽경택] “편집은 내가 정태원 대표에게 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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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년 가까이 한국영화 정책에 대한 비판의 선두에 있었다. 산업이 성장하지 않았는데, 영화인들이 샴페인을 터트리고, 게다가 책임지지 못할 머니게임을 벌였다고 했다. 강 위원장에게 영진위는 비난의 핵심 표적이었다. 영진위가 “1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지만” 상업영화도, 다양성 영화도 구원하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런 그가 5월28일 4기 영진위의 수장이 됐다. 업무 파악을 이유로 그가 인터뷰를 미루는 동안 신임 위원장에 관한 소문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영화계와의 협의를 통해 정책을 입안하고 사업을 추진하던 기존 영진위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영진위가 최종 구성된 지 이제 보름. 위원장이 직접 수정했다고 하는 내년 사업계획안을 구해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자리를 마련한 건 그런 정황 때문이기도 하다. 참고로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시장주의자인 강 위원장은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2시간
[강한섭] 홈런은 홈런타자가 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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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주목받는 사람들.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더라도 타인의 시선을 감내해야만 하는 사람들 말이다. 주목의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차승원의 경우 시작은 찬란한 외모였다. 188cm의 훤칠한 키에 깊은 눈매와 날렵한 몸을 가진, 아름다운 남자. 영화 제작자들은 단번에 대중의 시선을 잡아끌 이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가 런웨이에 머물기를 원치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모델 차승원은 10년간 몸담았던 무대에서 내려와 1997년, <홀리데이 인 서울>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르며 배우 차승원이 되었다. 당시 배우 차승원이 가장 두려워했던 건 스크린에 모델 차승원의 잔상을 남기는 것이었다. “이슈가 될 만한 남자들을 끌어다가 잘못된 용도로 쓰는”(<씨네21> 393호) 영화산업의 본질을 진작에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안 어울리는 말투를 멋있게 하려다가” 흔적없이 사라진 모델 출신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고
[차승원] 작정하고 멋을 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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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가) 길죠, 뭐.”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 이이>)의 캐릭터 백성찬 반장을 어떻게 만들어갔느냐고 물었더니 저런 답이 돌아왔다. 새로운 캐릭터의 연구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을 새삼스러워하는 듯, 나른하게 말하고서 한석규는 덧붙였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거다. 백 반장은, 담배를 끊으려고 하고 있는 인물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힘들게 담배를 겨우 끊으려고 하는데 이놈의 사건 때문에 못 끊게 됐다. 그러니까 아주 짜증나는 거지.” 캐릭터에 관한 대전제를 밝히고서 그는 디테일에 관해 말을 이었다. <눈눈 이이>의 백 반장은 평소 사람들에게 깍듯하게 굴다가, 꼭지가 돌면 뵈는 거 없이 사납고 히스테릭해지는 극단적인 독종형이다. “상대방에게 극존칭을 쓴다는 건 존경의 의미도 있지만, 반대로 전혀 존경하지 않는 상대에게 벽을 쌓는 방법이기도 하다. 백 반장은 후자쪽이다. 그러니까 상대방이 흠을 보이면 아주 더럽게 변하는 거지. 반백 새치머
[한석규] 제대로 히스테리를 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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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한자리에서 볼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다. 런웨이 출신의 차승원 그리고 평생 단 한번 가본 패션쇼 객석이 불편해서 혼났다는 한석규. 안권태·곽경택 공동연출의 액션스릴러물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 이이>, 7월31일 개봉)에서도 두 사람은 단 두 장면만 함께한다. <눈눈 이이>는 완전범죄를 계획한 지능범 안현민(차승원)과 ‘백전백승’ 수사전력의 형사 백성찬(한석규)이 벌이는 추격전이다. 영화에서 팽팽히 기싸움을 하던 두 인물은 7월11일 금요일, 스튜디오 구석에 나란히 앉아 짧지 않은 대화를 은밀히 나누며 촬영을 기다렸다. 각자 가족을 위해 세워놓은 여름 휴가 계획에 대해 얘기나눈 것이었을까. 영화에서 거의 만날 일이 없었기 때문인지,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제 막 익숙해지려는 듯 보이기도 했다. 웃음과 눈물 사이를 광대처럼 줄타듯 오가다가 모처럼 스타일리시한 역할로 돌아온 차승원과 어느 순간부터 희귀한 인간형에 대해 쉼없는 갈증을 드러
[한석규, 차승원] ‘완전범죄’와 ‘백전백승’의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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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을 펴보면 ‘숨은 스틸 찾기’라는 꼭지가 있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스틸사진가 한세준은 이 꼭지의 산파 중 한명이다. 사연은 이렇다. 거슬러 올라, 때는 <괴물>이 개봉하기 전이었다. 우연히 제작사에 들러 스틸북을 들춰봤다. 붉은 교각 위에서 혼자 떨고 있는 배두나의 손이 보였다. 그리고 배우를 달래기 위해 감독과 스탭이 한강의 교각 위를 서커스맨처럼 수시로 오가는 사진도 있었다. 아니 저 위험천만한 스틸은 도대체 어떻게 찍은 걸까.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만 나눴던 스틸사진가 한세준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졌고, 이후 우연한 자리에서 본 그가 찍은 다른 현장 사진들은 호기심을 더 끓게 만들었다. 다섯명의 스틸작가들의 화첩 공개 특집 기사(<씨네21> 551호)에 이어 지난해 봄 개편 때 ‘숨은 스틸 찾기’라는 고정꼭지가 만들어졌던 건 그런 배경에서다. <해피엔드> <섬>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한세준] 찍어내야 한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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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모두 어쩔 수 없이 조금씩의 오해를 품고 시작된다. 당연히 수긍해주리라 생각했던 가벼운 질문이 끊이지 않는 논쟁으로 옮겨가고, 호의를 갖고 건넨 말도 까칠한 날을 달고 돌아온다. 서로 다른 입장의 두 사람이 같은 주제를 놓고 말을 하니 이야기가 쉽게 만나는 건 어쩌면 이상한 일인지 모른다. 게다가 대화의 상대가 배우라면 오해의 골은 더 깊어진다. 매번의 인터뷰를 일정한 틀 속에 넣고 사고하려는 기자와 반쯤 답을 담고 물어오는 질문에 같지 않은 답을 꺼내려 고민하는 배우. 수애와의 인터뷰를 기다리며 이전 인터뷰 기사들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단아함, 강인함, 고전미 등. 그녀를 수식하고 있는 말들은 서로가 비슷했고 그걸 보고 꺼내놓았을 질문도 뻔해 보였다. 다시 한번 답을 담아 질문을 던져야 하나. 게다가 <님은 먼곳에>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베트남까지 가는 여인 순이의 이야기다. 시대극이고, 고전적이며, 강단도 있다. 수애와 순이를 놓고, 단아함과 강단을 놓고 이
[수애] 내 안의 나를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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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얼마나 좋아요. 그 자연, 그 햇빛! 바람 불면 아, 바람 좋다. 볕이 내리쬐면 아, 볕 좋다. 웃통 벗고 돌아다니면서 예쁜 돌 찾고. 살면서 언제 또 그런 모래바람 속에 갇혀보겠어요. 아아, 중국 말이에요 중국. 오죽하면 사람들이 너 중국 촬영이라 <놈놈놈> 하는 거지 그랬다니까요. 하하하. 사실 김지운 감독님이 저한테 좋은 놈 주고 싶어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솔직히 어떤 사람들은 나쁜 놈이 더 멋있다는데 그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했어요. 근데 이미 주변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어요. 좋은 놈이 다른 놈들에 비해 묻힌다는 생각도 안 해봤고요. 가만히 있으면서 존재감을 나타내는 게 더 무겁게 느껴지는 거 아닌가요? 사람들이 넘겨짚는 것처럼 송강호 선배, 이병헌 선배를 의식하지도 않았고. 누가 어떻게 비교를 하건, 나는 늘 그냥 아이고 날씨 좋다~ 이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자, 이제 말 타나, 타볼까. 태구 잡나, 잡아볼까. 하하하하.
[정우성] “말 달리며 총 돌리는 장면은 목숨 걸고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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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리 놀라요? 눈매가 변했다고? 무리도 아니죠. 일년 동안 악역만 셋을 연기했다고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창이, <아이 컴 위드 더 레인>의 수동포, 그리고 얼마 전 촬영 끝난 <G. I. 조>의 스톰 섀도까지 셋. 하도 눈에 힘을 주다보니 눈이 찢어졌다는 말 들어요. 으흐흐. 매니저가 그러데요? “형, 이제 멜로는 못하겠다.” 악역이 겹쳐 수월할까 했는데 웬걸 악한 캐릭터끼리 미세한 차이를 만드는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말하자면 <놈놈놈>의 ‘나쁜 놈’ 창이는 잔혹한 짓을 저질러도 관객은 낄낄거리면서 보아야 하는 인물이에요. 왜 <장화, 홍련>에서 처음 귀신 나오는 대낮장면 기억하죠? 엄청 무서운데 웃음이 비식 새나오는 그런 느낌. 김지운 감독과는 <달콤한 인생>을 찍은 이후 일을 떠나 친구처럼 지냈어요. 같이 커피도 마시고 혼자 가기 버름한 영화 시사회 있으면 감독님이
[이병헌] “새로운 악당이 나타났다고 말해주면 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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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 보인다고요? 아, 조금은. 어제 <박쥐> 밤촬영을 하느라 거의 잠을 못 자서 그런가봅니다. <박쥐>에 관해서도 궁금해하시는 건 알겠는데 나중에 상세하게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죠. 오늘은 <놈놈놈>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에, 그럼…. 김지운 감독님과는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그분의 데뷔작인 <조용한 가족>에 제가 출연했고, 또 제가 처음 단독 주연을 맡은 건 그분의 두 번째 연출작인 <반칙왕>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언젠가 꼭 다시 한번 하자, 이랬는데 <괴물> 촬영 끝날 때쯤 “다음 영화를 함께하자”는 말을 나눴죠. 당시만 해도 <놈놈놈>이 될지 다른 무엇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죠. 그랬는데 <우아한 세계> 제의가 들어왔어요. 어차피 시나리오를 쓰셔야 하니까 감독님께 양해를 구했죠. 그런데 문제는 <밀양>을 하게 된 거예요. 죄송스런 마음으로 말씀을 드렸는데
[송강호] “이상한 놈은 아무래도 이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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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이 나타났다. 좋은 놈 정우성, 나쁜 놈 이병헌, 이상한 놈 송강호. 정말 한자리에 모일 수 있을까 싶었던 세명의 배우들이 한데 모인 것이다. 비현실적이다. 한 가지 불행한 일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세 배우가 펼쳐놓은 당찬 무용담과 거친 고행담, 진한 체험담과 아픈 실패담, 그리고 농담과 진담까지 모두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늘 그렇듯, 지면과 시간의 한계라는 핑계로 둘러댈 수밖에 없음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 속 이들의 생생한 연기라는 점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만주웨스턴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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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우리 배우들 고생한 거 이제야 알겠습니다.” 7월11일 <궤도> 개봉을 앞두고 서울을 찾은 재중동포 김광호 감독. 찍는 건 능숙하지만 찍히는 건 고역이라며 사진기자가 셔터를 몇 차례 누르지도 않았는데 손사래친다. “여름이지만 선선하다”는 고영재 프로듀서의 말만 믿고 긴팔 와이셔츠만 챙겨왔다는 그는 서울의 뙤약볕 아래서 얼굴을 찡그리는 순간 카메라 앞에서 촬영 때마다 고문당했을 배우들이 먼저 떠올랐다고 덧붙인다. <궤도>는 대사없이 “인물들의 시점숏으로만” 이뤄진 독특한 형식의 영화. 손이 없어 상대를 쓰다듬지 못하는 남자와 말을 못해서 상대를 부르지 못하는 여자는 끝내 합치되지 않는 평행의 철길 궤도 위에서 눈으로 말하고 눈으로 만진다. 23명의 옌볜 조선인 스탭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궤도>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받았고, 올해 로테르담, 에든버러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호평받았다. “옌볜에는 쓸 만한 극장이 하나밖에 없어서” 현
[김광호] “양팔이 없는 최금호씨의 삶에서 시작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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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적벽대전>에서는 손권이 왜 전쟁을 피하려는지 자세한 내막이 드러나지 않는다. 손권이 어떤 이유로 그런 행동을 했다고 이해했나.
=내가 이해한 손권을 만약 현대에 적용한다면 그는 매우 지혜로운 지도자 또는 국가의 관리자가 되었을 것 같다. 그는 자기가 데리고 있는 사람 중 인재를 알아보고 그들을 이용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가 전쟁을 주저한 이유는 당시 오나라가 비록 작은 땅덩어리이긴 하나 충분히 부유했고 백성들도 평안히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그걸 깰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왜 그는 전쟁을 선택한 건가.
=(옆에 앉은 금성무, “제갈량이 속여서”. 일동 웃음) 제갈량은 손권과 조조를 모두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미리 알고서 그에 맞춰 계략을 짠 것이다. 그러니까 손권이 제갈량에게 속은 거다. (웃음)
-손권을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이전에 고전극을 찍어본 경험이 없어서 그 점에서 우선 흥미를 많
[장첸] “손권은 두려움과 용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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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 여러 영웅들이 등장하는데 본인은 제갈공명 말고 다른 역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유가 뭔지.
=아마도 내 자신이 그만큼 지혜롭고 똑똑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제갈공명은 지혜롭고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영웅을 다루는 이야기는 대부분 전투를 잘하는 용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갈공명은 지혜로 전쟁을 하는 사람이다. 나는 한번도 지혜로운 인물을 연기한 적이 없다. <적벽>의 출연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명장>을 찍고 있었다. 몸을 써서 전쟁을 하느라 힘들어 하고 있었는데(웃음), 머리를 써서 전쟁을 한다기에 흥미로웠다.
-영화에는 지략가가 두명이다. 제갈량과 주유. 둘은 똑같이 지혜롭다. 차이라면 주유는 현장을 뛰고 제갈량은 뛰지 않는다는 것뿐인데 두 인물을 분별하는 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 둘을 모두 지혜로운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다. 일반적으로는 둘이 서로를 견제했다고 알려졌는데, 감독은 그 둘
[금성무] “제갈공명 말고 다른 역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