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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블루스>를 보고 나면 드는 생각. 이 감독 참 독하구나. 비좁은 택시 안에 카메라며 조명이며 녹음장치까지 달아놓고, 한손으로는 운전하고 한손으로는 카메라 스위치 조작하며, 머리와 입으로는 인터뷰하고, 눈으로는 관찰하고, 그 와중에 생계까지 챙겨야 했을 버거움이라니. 혹은 그 모든 걸 되새기며 뻔뻔하게 연기까지 해내다니. <택시 블루스>는 그런 집요함이 아니었더라면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택시기사로 일하던 최하동하 감독은 그가 만났던 승객을 찍은 실제 화면과 그들과 마주치며 겪은 경험에 살을 붙인 픽션을 뒤섞어 <택시 블루스>를 만들었다. 정작 본인은 “기록의 습관이 항상 피곤하다”고 말해도, 이 영화는 그 피곤한 습관의 집적물인 셈이다. 그는 요즘 뉴욕에 산다. 누군가는 이제 그럼 뉴욕의 택시운전사를 하러 갔느냐고 진부한 농을 걸지 모르겠지만, 그의 말에 의하면 특별히 목적을 두고 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버리지 못하는 일은 있다. 요
[최하동하] “내 경우엔 편향되어야만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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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권 더 그레이트! <은하해방전선>을 보았다면, 빛나는 은색 유니폼을 입고 두팔을 ‘L’로 붙여 포즈를 취하는 그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혹은, 실어증에 걸린 주인공 영재의 입이 되어주는 눈부신 복화술의 주인공을 기억할 것이다. 어린이영화 스타로 아이들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있지만, 이제는 진지한 배우로 인정받고 싶은 남자. 능글능글한 속물성이 싫다기보다는 귀엽고, 또 종종 애처로워 보이는 <은하해방전선>의 혁권을 연기한 것은 그 이름 그대로, 박혁권이다. ‘혁권 더 그레이트’의 위용이 웃음과 함께 묘한 기시감을 가져다주었다면, 당신이 맞다. 그는 올 한해 화제가 됐던 드라마 2편에 출연했다. <하얀거탑>에서 장준혁 바로 아래 의사로, 증언대에서 양심을 슬쩍 감추었던 홍상일 교수가 바로 그였고,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은근한 카리스마로 팬심을 샀던 국정원 요원 기호 또한 그였다.
1993년 산울림 소극장 단원으로 출발해 뮤지컬과 연
[박혁권] “박혁권이 아니라 박혁권이 하는 연기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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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의 시작
정일우: <거침없이 하이킥> 중간에 우연히 시나리오를 보게 됐다. 시나리오도 너무 좋고 캐릭터도 너무 좋아서 사무실에 졸라서 감독님 미팅을 하게 됐다. 사실 좋다는 데 딱히 이유가 있겠나. (웃음) 지우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윤호랑은 상반된 캐릭터이기도 했고.
이연희: 나도 역할이 너무 좋아서 하고 싶었다. 그전까지 내가 맡았던 역할들이 너무 우울하고 약하고 마지막에 죽는 경우도 많았는데(웃음) 요번에는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로맨틱코미디, 조금 가벼운 역할을 찾던 중에 이 캐릭터가 딱 들어왔다. 로맨틱코미디를 좋아하지만 잘 안 들어오더라. (웃음)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도 좋았고. <러브 액츄얼리>도 재미있게 봤다.
정일우: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좋아한다.
이연희: <내 사랑>은 옴니버스식인데 한 커플 이야기가 다 끝나고 나서 새로운 커플의 이야기가 시작
[정일우, 이연희] 예전과 다른 캐릭터라서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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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의 시작
감우성: 혼자서 끌고가지 않는 작품을 한 게 나는 <내 사랑>이 처음이다. 부담감이 그만큼 적었고, 또 각 파트들의 이야기가 다 따뜻한 뭔가를 느끼게 해주더라고. 어떤 하나의 파트라도 허술했다면 아마 <내 사랑>을 안 했을 것 같다. 이야기들에 다 고르게 관심이 가는 걸 보니, 기획된 영화의 느낌이 안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최강희: 보통 나는 매니저한테 대본을 전해 받을 때 어떤 캐릭터인지를 제일 먼저 물어본다. 근데 <내 사랑>은 매니저가 대본을 주면서 “이거 딱 누나야” 하더라. 그래서 호기심을 갖고 읽어보게 됐다. 읽으면서 이게 나는 아니라는 생각은 했지만,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요새 그런 특이한 캐릭터가 많긴 하지만, 내가 하면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감우성: 시나리오 보고 나서 남는 게 없으면 할 이유를 못 찾는 거다. 내가 안 나와도 되는 부분들도 분명히 따뜻한, 정감어린
[감우성, 최강희] 고만고만한 멜로라면 안 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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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 크리스마스, 선물, 캐럴… 연말과 크리스마스 시즌을 장식하는 단어들의 연상법 꼭대기에 서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역시, 사랑이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극장가를 찾는 <내 사랑>은 그 이름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 하나만을 열렬히 노래하는 영화다. 지하철 기관사 세진(감우성)과 종잡을 수 없는 4차원 정신세계의 소녀 주원(최강희), 소주잔을 기울이며 슬그머니 애정을 싹틔우는 대학생 선후배 지우(정일우)와 소현(이연희), 까칠한 홀아비 카피라이터 진만(류승룡)과 해바라기처럼 그를 바라보는 수정(임정은), 그리고 헤어진 연인을 만나고자 한국 땅을 밟은 프리허그 운동가 진만(엄태웅)까지. 한줄 두줄 목도리를 떠내리듯, 4가지 색깔의 사랑 이야기가 교차되며 알록달록 모자이크를 완성하는 <내 사랑>의 두 커플, 감우성과 최강희, 정일우와 이연희를 송년 파티에 초대했다. 화려하고 떠들썩한 축제 대신 맥주병을 부딪치고 리모컨 쟁탈전을 펼치며 뒹굴대는 느슨하고 정겨운
[감우성, 최강희, 정일우, 이연희] 달콤, 사랑스런 연인들의 송년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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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일기> 개봉 직후 박희순은 영화에 쏟아진 온갖 혹평에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게 네티즌”이라며 혀를 내두른 바 있다. 그런 그가 요즘은 포털 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곤 한다. <귀여워> <가족> <남극일기> 등에서 악역 전문 배우로도 통했던 그는 현재 “정신없이 소중하신”, “청초한 외모의”, “박희순 오빠” 등 어마어마한 수식어에 휩싸여 있다. 시간 순서대로 보자면 독특한 구성과 전개로 소수의 열혈팬을 만들어낸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 이후 역시나 독특하고 빠른 전개로 관객을 흡입하는 스릴러 <세븐데이즈>가 있었다. 보물을 위해 여자를 이용하는 비열한 인간인 줄 알았으나 나름의 사정을 간직했음이 밝혀지는 조폭 민철로, 한 발짝 뒤에서 오랜 친구를 지켜주는 모자라지만 정감어린 비리형사 성열로, 불같은 네티즌의 호기심을 뒤늦게 달궈버린 이 남자. 드라마 촬영과 함께 수십 개의 온·오프라인 매체 인터뷰를
[박희순] “본의 아니게 겸손해지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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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사실 직업적인 비밀인데, <씨네21> 사진팀장이 여배우들과 작업하는 걸 지켜보는 묘미란 무한 칭찬의 무한 연사에 있다. “정말 예뻐요! 아니 이렇게 예뻐서 어떡해! 대체 왜 그렇게 예뻐요?” 처음 들으면 꿈쩍 놀라게 되지만 자주 보다보면 참 요술 같은 데가 있구나 싶어서 다시 꿈쩍 놀란다. 각종 인터뷰와 화보 촬영으로 지친 여배우들의 섬세한 마음이 또다시 시작되는 두 시간여의 촬영으로 살짝 금이 가려는 순간, 무한 칭찬의 연사가 오공본드 같은 접착력으로 마음의 금을 사라락 메워버리는 것이다. 배우들의 포즈는 점점 더 적극적으로 변하고, 살짝 부끄럽다는 듯 기분 좋은 미소가 배시시 돌아온다. 그런데 한예슬은 특유의 하이톤 웃음소리와 함께 툭 답한다. “음… 선녀강림?”
고단수다. 하긴 생각해보면 조안나가 아니라 얼빠진 나상실마저도 고단수이긴 마찬가지가 아니었나. 한예슬의 첫 영화 <용의주도 미스신>도 용의주도한 고단수 여우 이야기다. 태생적으로 아름다운
[한예슬] ‘꼬라지’ 나상실의 용의주도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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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윤진아는 지금껏 보여준 이미지에서 가장 멀리 있는 캐릭터다. 선택을 주저하지는 않았나.
=글쎄, 진아도 내 안에서 충분히 끌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나랑 180도 다른 인물, 예를 들어 무작정 설레발치는 캐릭터라면 분명 낯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아도 어설픈 사람일 뿐이다. 만약 여우같이 남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여자였다면 그렇게 큰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겠지. (웃음)
-하지만 본인도 기존의 자신의 이미지를 알 텐데, 윤진아를 연기할 때는 평소와 다른 마음가짐이지 않았을까.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보다는 많은 열의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이미지가 이러니까 이번 기회에 바꿔봐야겠다는 의지는 없었다. 나는 그냥 나니까. 단지 내가 가진 솔직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어서 편한 옷을 입은 것 같았다.
-관객 입장에서 보면 설경구와 김태희의 조합은 기묘하다. 이전에는 강동원, 정우성, 대니얼 헤니, 현빈 등과 주로 엮이지 않았나. 언뜻 넘겨짚
[김태희] 갈 길이 멀고 지치기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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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작마다 멜로 코드가 있는데, <싸움>의 김태희는 <열혈남아>의 심이영만큼이나 어린 연인 아닌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내 영화 전부 멜로 코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그렇게 안 본다. <오아시스>가 멜로영화 아니냐고 하면 ‘에이, 그건 좀’ 그러면서 말을 흐린다. 그만큼 진한 감정을 담아낸 멜로영화가 어디 있나. 특별히 상대가 어리다고 해서 달라지는 부분은 없다. 메이크업을 더 젊어 보이게 하는 것도 없고, 요즘에 나이 차 많이 나는 연인이나 부부도 흔하지 않나.
-<열혈남아> <그놈 목소리> 등 최근 무거운 감정의 영화들을 많이 했다. <싸움>으로 그 무게를 덜어보고 싶었던 생각도 있었나.
=물론. <열혈남아> <그놈 목소리>를 연달아 하면서 짓눌린 게 있었다. 특히 <그놈 목소리>는 정말 힘들었다. 보통 나는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찌고 시작하거나 빼고 시작하는데 촬영하
[설경구] 만화라고 생각하고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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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벤티지홀딩스밖에 없다니까.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던 올해 상반기에 가장 주목받았던 회사는 신생 벤티지홀딩스였다. CJ, 롯데, 쇼박스 등 메인투자사들이 주춤하고, 부분투자자들마저 돌아선 상황에서 김현석 감독의 <스카우트>, 김태균 감독의 <크로싱>, 이한 감독의 <내 사랑>,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등 연달아 4편의 메인투자를 자임하고 최근엔 <걸스카우트>까지 손에 넣었으니 관심이 높은 건 당연했다. 지난해 수면 아래서 일부 감독들에게 “기획개발비 얼마를 쏘았다더라” 하는 소문이 돌 때만 해도 ‘그 돈이 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하는 궁금증과 ‘이사진 중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들이 있다더라’는 호기심 정도였는데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주목이 쏟아지니 벤티지홀딩스 입장에서는 적잖이 당황할 법도 했다. 수차례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매번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뜸을 들인 벤티지홀딩스의 정의석 대표. 창립작 <스카우트
[정의석] “우리 꿈은 아주 오랫동안 영화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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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 일본영화제 폐막작 <올웨이즈 속·3번가의 석양>의 두 프로듀서 아베 슈지와 오쿠다 세이지가 영화의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올웨이즈 속·3번가의 석양>은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의 속편으로 11월3일 일본에서 개봉해 첫주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작품. 전편인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은 2006년 일본에서 개봉해 35억엔 이상의 수익을 올린 히트작이다. 이 영화는 흥행은 물론 비평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어 일본아카데미영화상 14개 부문을 석권했으며, 일본의 언론은 단카이 세대(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로 1940~50년대생)를 영화관으로 불러왔다는 점에서 영화의 산업적 의미를 부여했다.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시리즈는 현재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일본 영화계의 상징적인 작품이다. 영화제작사인 로보트가 민영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일본TV>와 손을 잡고, 역시 3대 메이저 배급사인 도호의 배급망을 통해
[아베 슈지, 오쿠다 세이지] “제작위원회 방식이 시너지로 작용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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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가 엄마가 됐다. 정확히 말해 친엄마는 아니지만 하여간 어쩌다보니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 유흥업소를 전전하다 병을 얻어 한 남자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된 그녀는 졸지에 한 아이와 꽤 긴 동거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서로 경계하고 무시하고 살지만, 혼자서 너무나 오랜 외로움을 견뎌왔던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된다. <열한번째 엄마>의 김혜수에게선 <타짜>의 요염한 모습도, <바람피기 좋은 날>의 생기발랄한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어쩌면 ‘변신’이라는 측면에서 <좋지 아니한가>의 철부지 이모의 연장선이라 할 것이다. 영화에서 그녀가 하는 일이라곤 가만히 누워 철지난 음악을 듣거나, 바람이 쐬고 싶으면 마당으로 나가 무표정하게 담배를 피우는 것 정도다. 아이의 비상금을 뒤져 김밥과 떡볶이를 사다 먹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게 삶에 대해 무심하면 할수록 아이에 대한 사랑은 더 커져만 간다.
이처럼 김혜수가 누군가
[김혜수] 정 마담에서 마이 마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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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잔혹하다. 특히나 그것이 스러져가는 탄광촌 광부의 삶이라면 더더욱. 사고를 당하고, 실직하고, 진폐증 진단을 받고, 집은 철거되고. 숨과 함께 들이마신 탄가루가 서서히 폐를 잠식하듯 지뢰처럼 매복한 절망들은 작은 출구조차 남겨놓지 않은 채 그를 집어삼킨다. <검은 땅의 소녀와>의 아버지, 최해곤의 절망을 마비된 듯한 체념의 얼굴로 그려낸 것은 연극판에서 뿌리가 깊은 배우, 조영진이다. “하느님께서 이미 저를 용서하셨습니다.” 영성이 충만한 낯빛으로 교화를 선언했던 <밀양>의 유괴범 박도섭을 기억한다면, 그의 얼굴이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니, 조금 더 시곗바늘을 돌려본다면 이발 의자에 누워 짧은 오수로 안식을 찾는 고독한 통치자(<효자동 이발사>)가 떠오를 것이다.
이윤택 사단 ‘연희단 거리패’의 일원으로 서울연극제 남자연기상,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등을 수상했고, 스크린에서도 점차 영토를 넓혀가고 있지만 사실 조영진은 45년 인생 동안
[조영진] “연기가 내 삶을 확 바꿔놓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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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의 손놀림, 전도연의 눈웃음, 임수정의 시선, 공효진의 말투, 김정은의 울먹임에 비교할 만하다. 반쯤 말과 섞여서 터져나오는 흐느낌과 울 때 빨개지는 그 코의 자연적인 반응이 좋다. 게다가 애교인 것도 같고 능청인 것도 같은 약간의 비음은 언제나 초현실적이다. 엄지원이 지닌 몸의 세세한 감각이 좋다. 하지만 기록적일 만큼 아름다웠던 <극장전>의 영실을 제외한다면 지금까지 엄지원의 역할은 그녀의 구체적인 감각이 돋보이기보다 스스로의 말처럼 남자들이 염원하는 이상적 이미지에 초점이 맞춰진 쪽이었을 것이다. 혹은 그 이미지 중에서 영실의 이미지가 가장 압도적이었다.
<스카우트>의 세영도 어쩌면 이미지다. 하지만 잔인했던 시대의 70년대 학번, 80년 광주의 활동가라고는 해도, 영화의 정서 안에서 어딘가 귀여운 소시민의 캐릭터로 포현되어 있는 것이 긍정해줄 만한 부분이다. 대학 1학년 새내기로 같은 과 선배이자 야구선수인 호창(임창정)을 만나 풋사랑에 빠졌지만
[엄지원] 시대를 건너온 순수의 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