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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 감독의 영화는 수많은 말들로 만들어진다. <후아유> 때는 벤처사업에 뛰어든 20대 청춘을, <사생결단> 때는 마약세계를 둘러싼 형사, 제조업자, 판매자들의 증언을 발로 뛰며 귀담아들었다. 덕분에 그의 영화는 로맨틱코미디건, 누아르건 장르의 색깔보다도 시대와 공간의 체취가 먼저 드러난다. 그의 네 번째 장편영화인 <고고70> 또한 1970년대 고고클럽을 휘저었던 ‘로크’그룹 멤버들의 말들이 곳곳에 담겨 있는 영화다. 그들은 어떤 음악을 했는지, 당시의 청춘들은 그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결과적으로 한국의 70년대란 시대는 그들의 음악을 어떻게 발현시키고,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영화는 오로지 공연의 열기로 관객을 달구려 하지만, 최호 감독은 그런 열기조차도 수많은 사람들의 말들을 통해서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그는 ‘상상’ 이전에 ‘근거’를 세우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공을 들이는 감독이다. <고고70>의 모태가 된 책 &
[최호] 지금 20대에게 솔(soul)을 가져보자고 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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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가 재현해낸 1930년대의 경성은 과거의 죽은 시간이 아니라 눈앞에 타오르는 현실처럼 생생하다. 오랜 시간 CG와 색보정에 공을 들인 영화답게, 명동성당과 미쯔비시 백화점 옥상, 경성역, 숭례문, 경회루 등지를 가로지르는 도시의 밤과 낮은 눈이 부시게 매혹적이다. 당대를 다룬 기존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모던보이>의 기술적 성취는 뛰어나다(자세한 내용은 <씨네21> 670호 참고). 하지만 시사회 다음날 진행된 인터뷰는 경성의 재현이나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불운한 시대 속,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대한 여러 질문과 답들로 채워졌다. 정지우 감독에게서는 <사랑니>의 흥행실패 이후, 대중과의 교감 지점에 대해 오랜 시간 고심한 티가 역력했을 뿐만 아니라, 일제시대와 개인의 욕망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풀어가면서 겪은 내적 갈등과 부담 또한 느껴졌다. 하지만 민감하고 공격적인 질문들 앞에서도 그는 열정적으로 조목조목 자신의 견해를 밝혔
[정지우] 사랑은 사람에게 새로운 세계를 선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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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려고. 이나영이 김기덕의 영화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첫 번째 반응은 ‘놀람’이었고, 두 번째는 ‘우려’였다. 용기있는 선택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중에게 무작정 호감인 배우가 대부분의 비호감과 일정 부분의 호기심인 감독과 만나는 일은 그만큼 ‘용기’라는 게 필요한 일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질문이 뒤따랐다. 이나영은 평소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던 걸까, 아니면 배우로서 변화의 계기가 필요했던 걸까. 하지만 복잡한 생각을 한 건, 소식을 접한 관객뿐이었다. <네 멋대로 해라>의 전경, <아일랜드>의 중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유정 등 이나영이 연기한 여자들은 하나같이 다양한 속내를 갖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는 복잡한 생각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제가 비쳐지는 모습 때문에 변화를 주고자 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김기덕 감독님 영화요? 별로 안 봤어요. <수취인불명>이랑 <나쁜 남자> 정도? 그런데 끝까지 보지
[이나영] 꿈을 꾸는 여자, 꿈에서 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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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70>에서 솔밴드 데블스의 리드보컬 연기한 조승우
어깨까지 잔뜩 멋을 내 기른 단발머리, 컬러풀한 나염 셔츠, 제대로 광낸 가죽점퍼, 한껏 퍼진 나팔바지. 조승우가 70년대로 돌아갔다. 한국 최초의 솔 그룹 데블스의 수장으로 그는 낭만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던 정치 상황, 유일한 낭만이 존재했던 젊음의 공간 고고클럽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대구 왜관에서 밴드를 하던 가진 건 쥐뿔도 없는 병역 기피자 상규. 음악 하나에 미쳐 가수지망생 미미(신민아)를 흑인 장교한테 팔아먹는 파렴치한이기도 하지만, 공연 때 외치는 ‘엄마’ 소리 한번에 아픈 속내를 쓸어내는 사연있는 남자기도 하다. ‘소울’ 하나로 서울 상경하고, ‘소울’ 하나로 인기를 구가하다, 그 ‘소울’ 때문에 철창 신세까지 졌던 상규. 조승우가 스크린에 불러온 ‘70년대의 젊은 정신’ 상규를 만난다.
군사정권 아래서도 쿨했던 청춘 위한 영화다
“심보경 대표, 최호 감독, 방준석 음악이다. 이건 천생 내가 안 할
[조승우] 청춘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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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영화는 해프닝들의 연속이다. 식물처럼 살아가던 한 여자가 불쑥 타인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하게 되거나, 전혀 별개의 삶을 살 것 같았던 사람들끼리 타지에서 엮이거나, 명백히 약속이 있던 저녁에 느닷없이 생판 모르는 사람의 죽음을 겪고 오기도 한다. 계획했던 일보다는 우연찮게 벌어진 상황들이 이어져 어느 순간 이전과 달라진 삶의 모습을 알아차리게 한다는 것이 그의 영화들이 가진 매력이다. 의외의 시공간과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만남과 인연들을 즐겨 다루는 그는 “그런 일이 내 삶에서 실제로 벌어질 거란 생각은 잘 안 하지만, 기대감 자체는 좋아한다”고 말했다. 옛 애인에게 꿔준 돈 350만원을 돌려받으러 간 여자의 하루를 그린 <멋진 하루>는 그런 기대감이 가장 긍정적인 색깔로 충만한 영화다. <애드리브 나이트>를 원작 삼았던 <아주 특별한 손님>(2006)에 이어 다이라 아즈코의 단편을 다시 한번 각색한 이번 영화의 작업 과정에 대해 물었다. 인터
[이윤기] 이 영화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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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었다. 영화의 상황을 두고 해명(박해일)은 왜 그랬을까, 혹은 나(난실)는 왜 그러지 못했나, 탄식하며 영화의 기분에 한껏 취해 있었다. 분명 이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영화마다 맡은 캐릭터의 느낌에 충실하고, 인터뷰에서 성심성의껏 그날의 기분을 떠올리는 것은 배우로서 당연한 자세일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번 영화에 대한 느낌은 달라 보였다. “영화 한편 끝날 때마다 그 영화는 완전히 잊어버린다”고 말하는 그가 좀체 난실로부터 빠져나오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맡은 배역과 너무 깊은 사랑에 빠져버려 도무지 미련을 떨칠 수 없다고나 할까. 그래서 김혜수는 인터뷰 내내 <모던보이>를 ‘우리 영화’라고 말했다. 그가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를 그렇게 지칭했던 경우는 무척 드물었던 것 같다. 아니면 아예 없었거나. <모던보이>가 보여주는 시대의 슬픔, 멜로의 우수를 떠올리며 결국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였다. “우리 영화만 생각하면 계속 눈물이
[김혜수] 어디에도 없는 여자, 슬픔을 감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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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이 <모던보이>의 해명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연애의 목적>의 유림을 떠올렸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양락 목소리를 내는”, 그리고 감독의 말로는 “파렴치한 쓰레기”인 유림과 한없이 가벼운 한량 해명이 그럴싸하게 어울려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해명은 오히려 순진무구한 사랑의 열정을 불태우던 <소년, 천국에 가다>의 네모와 가까운 남자다. 네모는 사랑하는 여인의 어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화염으로 휩싸인 극장으로 뛰어들고, 자신은 하루에 1년씩 늙어가면서도 무모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을 부숴가며 연인을 찾아 헤매고 그녀의 유일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해명은 분명 네모와 같은 온도의 피를 가진 남자다. 사실 두 남자 모두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차적인 설명은 필요없겠지만. “말하자면 해명은 철이 없는 거다. 방정맞게 여러 여자를 훑고 다니다가 드디어 심장에 꽂힌 거지. 그때부터 현실을
[박해일] 철없는 청춘, 첫사랑의 열병을 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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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준을 영화진흥위원회 전 사무국장이라고만 소개하는 건 충분하지 않다. 1990년대 스크린쿼터감시단, 한국영화연구소 등을 거쳐 최근까지 영화진흥위원회에 몸담았던 그는 ‘한국영화’라는 브랜드를 되살린 주인공 중 한명이다. 다만 그늘에서, 뒤편에서 묵묵히 정책 연구를 담당했기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을 뿐이다. 지난 10년 동안 나왔던 수많은 한국영화 정책 중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것이 있기나 할까. ‘잃어버린 10년’을 운운하며 “특정 세력의 영화인들이 모두 해쳐먹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는 이들이 그를 ‘공공의 적’으로 지목하는 것 또한 무리는 아니다. 영진위 사무국장직을 그만둘 때 그의 아내는 귀농을 권했지만, “아직은…”이라고 망설였던 김혜준은 현재 창조산업연구원이라는 또 다른 둥지를 만들어 한국영화에 정책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아직 미련이 많은가보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할 몫이 이곳에 여전히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국회의원 최문순 의
[김혜준] “한파를 견디겠다는 각오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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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마츠가네 난사사건>이 개봉할 무렵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욧짱>이란 제목의 영화를 지웠다. 오사카의 한 방송사가 주최하고 오사카부 모리구치시 주민들이 협조하며 완성된 영화 <욧짱>은 <우울한 생활> <바보들의 배>에 이은 야마시타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야마시타 감독이 ‘상영 봉인’을 선언하면서 지금까지 모리구치시 이외의 장소에서 한번도 상영된 적이 없다. 야마시타 감독은 <욧짱>을 ‘완전 실패’라 말했고, 그의 영화 동지인 각본가 무카이 고스케, 촬영감독 곤도 류토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2007년 야마시타 감독은 문득 <욧짱>을 찾아 오사카로 떠났다. 그리고 그 과정을 <파리 텍사스 모리구치>란 이름의 영화로 담았다. <린다 린다 린다>로 상업적인 자신감을 얻었고, 2007년 <마츠가네 난사사건>과 <마을에
[야마시타 노부히로] 나에게 영화는 취미고, 최고의 시간 때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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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백만명의 여성들은 이 역할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이다. <맘마미아!>의 사랑스러운 딸, 소피 셰리던 말이다. ‘악마 같은’ <런웨이> 편집장(메릴 스트립)이 엄마로 출연해 그녀의 말 한마디에 눈물을 흘리고,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와 미스터 다아시(콜린 퍼스), 캐리비안의 해적 빌 터너(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서로 자신을 아빠로 여겨달라며 애걸복걸하는데 어떤 소녀가 이 역할을 마다하겠는가. 이 대단한 행운은 올해 스물세살이 되는 금발 미녀 아만다 시프리드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그리스 해변과 숲속을 자기 집처럼 뛰어다니며 파워풀한 가창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건대 행운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오디션 당시 아만다가 소피의 메인 테마곡인 <아이 해브 어 드림>을 부르자마자 <맘마미아!>의 음악감독을 맡은 아바의 멤버 베니와 비욘은 그 자리에서 그녀를 캐스팅했다
[아만다 시프리드] 가창력으로 마법을 이룬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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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장난스러움이 강지환의 제일 첫 번째 이미지”라고 그의 어떤 팬은 자신의 블로그에 간절하게 써놓았다. 주로 모범생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형을 많이 해왔으며 말썽 많은 귀공자의 표정을 많이 지어왔기 때문에 생긴 이미지일 것이다. <경성스캔들>에서는 경성 최고의 발랄한 멋쟁이로, <쾌도 홍길동>에서는 기존의 홍길동이라는 모델을 뛰어넘는 현대적 인물형으로 분했다. 굳이 사극이 아닌 현대극에서도 그의 많은 역할은 강지환의 이미지를 장난스러운 귀공자 타입에 가깝게 묶어놓았다. 물론 그건 아직 흉이 아니다. “개그 본능까지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기존 드라마에서 그런 이미지 표현이 많이 됐기 때문일 거다.”
개인적으로 그가 추구하는 건 “한 작품에 희로애락을 모두 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느낌을 연기할 때 보는 사람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번 작품 <영화는 영화다>에서 강지환이 맡은 배우 수타는 기쁘고 즐거운 쪽보다는 슬프고 노여운 쪽에
[강지환] 난 지금 도전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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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의 깡패 ‘강패’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소지섭은 깡패가 되고 싶은 꿈을 꾸었다. 군 입대로 3년간 떠났던 소지섭이 복귀작으로 <영화는 영화다>를 고른 이유는 매끄럽게 읽힌 시나리오 외에도 강패와 그가 가진, 같은 목마름 때문이었다. “스타가 아니라 배우가 되고 싶었다. 부스스한 머리 모양과 단벌 느낌의 블랙 슈트도, 20번 이상 대본을 읽고 나서 떠올린 스타일이다. 최대한 힘 빼고 신경 안 쓰고 가고 싶었다.” 기왕 하는 것 멋지게 해내야 마지막도 멋있다는 로망에서 벗어나 정말 제대로 배우가 되고 싶었다. 수염은 자라게 내버려뒀고 메이크업도 없었다. “피폐하고 탁한 인물”이라는 그의 표현대로, 영화에서 강패는 강박적으로 문단속을 하며 수면제와 알코올 없이는 잠들지 못한다. 그런 기댈 곳 없는 남자에게 어느 날 꿈을 실현할 기회가 온다. 상대배우를 폭행해 촬영 중단 위기에 놓인 영화배우 수타(강지환)가 출연을 제의한 것. 솔깃한 제안을 받
[소지섭] 난 지금 연기에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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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가 있다. 한명은 깡패고 다른 한명은 영화배우다. 전자가 후자의 삶을 살기는 어렵지만, 후자는 스크린에서 가상으로나마 전자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 <영화는 영화다>(9월11일 개봉)는 배우의 연기와 실제의 삶, 영화와 현실이라는 닮은꼴들이 가지는 매력과 한계를 이야기하는 액션드라마다. 상대배우 2명을 잇따라 폭행한 영화배우(강지환)는 깡패(소지섭)를 찾아가 영화 출연을 제의하고, 한때 영화배우를 꿈꾸었던 깡패는 모든 액션을 진짜로 한다는 조건으로 영화에 출연한다. 주먹과 연기라면 자신있는 두 남자는 처음에는 카메라 안팎에서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촬영이 막바지로 달려갈수록 서로에게 물들고 조금씩 닮아간다. 77년생 동갑내기에 두 번째 영화 출연, 스크린보다 브라운관이 친숙한 필모그래피 등 생각보다 많은 공통점을 가진 두 남자, 강지환과 소지섭을 올림픽 열기가 뜨겁던 8월12일에 만났다. 편집이 한창이라 완성된 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두 배우는, 아직은 영화 속 캐릭터
[소지섭, 강지환] 배우같은 깡패, 깡패같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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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닿았을 때만 해도 장선우 감독이 얼마나 외로워하고 있을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아내인 이혜영 감독과 함께 나타난 장선우 감독의 얼굴에는 고요한 평화와 조용한 행복이 감돌고 있었다. 몽골의 마두금 전설을 소재로 만들려 했던 <천개의 고원>이 무산된 2005년, 아내와 함께 홀연히 제주도로 떠난 그는 3년의 세월 동안 조용한 포구가 깃들어 있는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에 살면서 그동안의 비난과 조롱, 질투와 시기, 고통과 분열증을 다 벗어던지고 절대적인 평온을 찾은 듯 보였다. “별채로도 쓰고, 찾아오는 손님도 받고, 유흥비도 버는 차원”에서 카페를 만드는 공사를 진행하느라, 인근 펜션 사장님이 물가에서 잡은 문어를 먹으러 가느라, 5일장이 열린 서귀포에 가서 장 보느라, 지나가는 동네 아저씨와 뭔가 상담을 하느라, 그리고 또 여러 가지의 소소한 일을 하느라 즐거움에 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장선우 감독을 제주도에서 만났다. 그의 답변 안에는 함께 자리했던
[장선우] 길은 찾았으니 성불할 날이 멀지 않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