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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까먹었는데….” 임기 만료를 두달여 앞두고 사의를 표한(<씨네21> 644호 국내리포트) 안정숙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물어봐도 딱히 대답해줄 것이 없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는데, 알고 보니 순거짓이다. 영화계의 산적한 문제들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가 옮아가자 연달아 한숨이다. 수익률 악화에 한숨, 부가판권 붕괴에 한숨, 해외수출 감소에 한숨…. 영화인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미리 자리를 뜬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최선을 다했으나 조력자로서의 최선을 다했는가 자문할 수밖에 없는 한국영화의 위기 상황이 부담을 더 가중시켰을 것이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영화인’의 자리로 돌아왔으나 여전히 어깨가 무거운 그를 만났다.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지난해 하반기에 비쳤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예상 퇴임 시기도 올해 초였고.
=일찍 나와야겠다는 생각은 좀 오래전에 했다. 영진위가 지난해부터 기금 위탁을 하다가 올해부터 기금관리기구가 된 것과도
[안정숙] “새 정부가 지난 노력들을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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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김해곤 감독은 “잠시만”이라면서 카페 밖으로 나가 누군가와 오랜 통화를 했다. 개봉(3월20일)을 불과 일주일 남짓 앞둔 시점인데도 <숙명>의 프린트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던 그는 동시에 여러 자질구레한 문제까지 수습하고 있는 듯 보였다. 왜 그리 바쁘냐는 질문에 “팔자인가 봐, 팔자”라며 미소 짓다가도 상세한 사정을 묻자 “여러 가지 일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말하며 어두워지는 그의 표정은 만사태평이던 몇년 전과는 사뭇 달랐다. 어쩌면 그건 송승헌과 권상우라는 대스타를 기용한 두 번째 연출작을 놓고 그가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인지도 모른다. 감독 데뷔작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하 <연애참>)이 호평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에 그의 긴장감은 더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그가 따분하기 짝이 없는 홍보성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김해곤] “난 배우 시절에 감독이 시키는 대로 안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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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터치>, 할리우드 최고 가슴의 소유자로 스칼렛 요한슨을 뽑다. 근소한 차이로 뒤를 쫓는 것은 제시카 심슨과 샐마 헤이엑. 이에 대한 요한슨의 반응. “우리 엄마가 정말 자랑스러워하시겠는데요. 14년간 인디영화에 출연한 끝에 최고의 가슴으로 뽑혔다면서 말이죠.” 영국의 한 조사 결과, 요한슨, 이번에는 최고의 엉덩이를 소유한 여성으로 선정되다. 이에 대해서는? “그럴 리가! 나보다 훨씬 예쁜 엉덩이를 가진, 더 훌륭한 엉덩이를 갖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근데 내 뇌는 어떻게 생각해요? 심장이나 신장, 쓸개도 쓸 만한데.”
스칼렛 요한슨을 인터뷰한 기사의 서두는 한결같다. 그녀의 흔치 않게 여성스러운 외모에 대한 묘사가 필수적이다. 허풍과 상상, 약간의 단서를 조합하여 인터뷰이와의 교감을 강조하는 할리우드식 저널리즘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이건 좀 심하다. 여인과 소녀의 정신과 외모를 동시에 지닌 별종스타를 향해 잔뜩 세워진 그들의 촉수는 요
[스칼렛 요한슨]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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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출발 비디오여행>의 2007년 12월30일자 방송분이 이미 정리했다. 당시 ‘찰스와 순위’ 코너를 진행하던 찰스는 2007년 최고의 다작배우로 임창정을 꼽은 뒤 “하지만 진정한 다작배우는 따로 있다”며 정인기를 소개했다. “출연 작품만 11편! 맡은 캐릭터의 면면도 다양하여 의사, 변호사, 작가에 볼펜팔이, 전문 이동 문방구 주인까지! 그야말로 진정한 다작배우라는 걸 아시는지!” <M> <내 생애 최악의 남자> <우리 동네> <우아한 세계> <두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 <검은집> <화려한 휴가> <최강로맨스>에, 목소리로 출연한 <천년여우 여우비>까지 2007년의 한국영화는 정인기가 나오는 영화와 안 나오는 영화로 구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2008년의 1/4분기가 지나고 있는 현재도 그의 다작
[정인기] “언젠가는 나도 한번 쌩 하고 달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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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그리움에 몸서리치고 있다. “<뉴하트>가 없는 수요일이라니.” “<뉴하트> 시즌2!” “<뉴하트> 시즌2 하면 주인공 그대루 부탁. ㅠㅠ” 지난 2월28일 종영한 메디컬드라마 <뉴하트>의 식지 않는 인기. <뉴하트>는 사실 방영 초기만 해도 뛰어난 메디컬드라마이자 정치드라마였던 <하얀거탑>과 종종 비교되며 동일 장르의 인기를 이어가보려는 후속작의 의혹을 받기도 했다. 두 드라마는 전혀 다르다. <뉴하트>는 형식과 소재 면에서는 <24> <그레이 아나토미> 등 국내에서도 열광적인 인기를 얻은 미국 드라마들의 영향권 아래 있고 정서적으로는 한국 트렌디드라마와 주말 가족드라마의 전통에 기대어 있다. 병원 내 요직을 두고 권력적인 암투가 그려지기도 하지만 그러한 암투의 중심에 있어야 할 병원장의 존재는 <뉴하트>에서 레지던트 1년차 혜석(김민정)을 배다른 딸로 둔 아버지로서
[지성] 반듯한 얼굴 위로 드리워진 콘트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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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필요한 것은 한번의 도약대다. 스타의 전당에 입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한순간, 이목을 확 끌어당길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일지 모른다. 유행의 흐름에 가혹할 만큼 민감한 세계에서 그 기회조차 맛보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이지만, 조한선은 이미 그 발판 위에 한번 올라선 적이 있다. 시트콤 <논스톱3>를 경유해 2004년 <늑대의 유혹>으로 스크린에 데뷔했을 때, 이른바 꽃미남 신드롬 속에서 그는 다음 지점으로 도약하기 위한 탄성을 확보한 듯싶었다. 하지만 함께 출연했던 강동원이 한층 더 뜨거운 스타덤으로 부상하는 동안 조한선은 말 그대로, 사라졌다. 2년간의 지루한 공백. 대중은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했고, 또 실상 금세 관심을 잃었다. 스타성의 빛이 상당히 희미해졌을 2006년 조한선은 <연리지>와 <열혈남아>로 복귀 신호를 보냈고, 2008년 현재 안성기와 짝을 이룬 <마이 뉴 파트너>로 다시 스크린을 찾았다. 뇌
[조한선] 열혈남아, 고진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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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관객 수가 좀체 떨어질 줄 모르는 <추격자>의 흥행기세로, 제작자인 김수진 영화사 비단길 대표는 축하전화를 받기 바쁘다.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을 제작자로 걸고 만든 영화는 최근 <음란서생>(2006)과 <추격자> 두편이지만, 그에게 축하전화를 해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김수진 대표가 지난 20년간 영화계에 몸담고 지내면서 알아온 지인들이거나 사업 파트너들이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영화일을 시작한 김수진 대표는 당시 하명중영화제작소, 신도필름 등을 거쳐 20대 초반에 영화기획정보센터라는 회사를 꾸릴 만큼 이미 당찬 사업가였다. 그는 <꽃잎> <나쁜 영화> 등 한국영화 기획에 참여했고 <레옹> <퐁네프의 연인들>과 같은 영화를 수입해 흥행시켜서, 한국에 짧게 프랑스 예술영화 수입 바람이 일기도 했다. 올해로 영화일을 한 지 꼭 20년이 된 그는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겐 “충무로 원로”라는 별명 아닌
[김수진] “시나리오 보고 모두가 반대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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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말들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배우 하지원은 데뷔 뒤 지난 11년간 한결같이 확신했고 선언했다. “힘들었지만 뿌듯했다”, “열심히 해야 살고 있다는 힘을 느낀다”, “나는 언제나 새롭게 배우는 걸 즐긴다”. 물론 착하고 성실하며 의리있는 배우로 칭송받던 그녀는 언제나 아무런 고민없이 오로지 연기에 투신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세상의 시선이 어디 그렇던가. 착하고 성실하다는 말은 그저 미덕일 뿐이고, 건실한 어조의 말들은 자신의 속내를 감추려는 겉치레로 오해받는다. 그녀는 언제나 “지금 연기하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지만, 언제나 너무 좋기만 한 건 없다는 사실을 세상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짓궂은 짓인 줄 알면서도 그녀의 고민을 넘겨짚어봤다. 그것이 정말 그녀의 고민이든 아니든 간에.
“그런 말들이 정말 고마워요. 저는 진짜 신나서 하는 건데, 사람들은 저를 악바리라며 너무 열심히 한다고 칭찬해주세요. 다만 저는 준비 안 되는 건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일
[하지원] “어느덧 11년, 하지만 지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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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의 길. 압구정 한 카페에서 박은혜를 기다리다 문득 이 문구가 떠올랐다. 화려한 외모로 TV에서 주목받아 드라마, CF로 인기를 이어가거나, 연극으로 시작해 충무로에서 연기력을 쌓아 성공하는 케이스 혹은 TV스타의 이미지를 깨고 강한 캐릭터의 연기로 2막을 여는 배우 등. 거친 카테고리가 쉽게 여배우를 분류하곤 하지만 사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배우들이 더 많다. 꾸준히 어딘가에 출연하곤 있지만 존재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거나 비슷한 캐릭터의 연속이라 굳이 그 배우일 필요성이 없는 경우들. 어쩌면 대다수의 배우들은 후자에 해당하지 않을까. 이미지의 전쟁 같은 연예계에서 브라운관 혹은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만든다는 건 꽤나 힘겨운 일이다. 여배우의 길은 정해진 성공의 케이스로 들어서기 위한 힘든 경주처럼 보인다. 스타되기보다 더 어려운 배우의 위치 찾기.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밤과 낮>에 출연한 박은혜를 보며 문득 떠오른 단상이다.
인터뷰를 위해 카페에 들
[박은혜]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으면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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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제일 귀한 가보란 말이야!” 발끈하여 깨진 꽃병의 조각을 찾기 위해 분수로 뛰어드는 세실리아(<어톤먼트>)는 웃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이제 막 좀더 거친 세계를 엿보기 시작한 상류층 아가씨다. 남매처럼 함께 자란 가정부의 아들 로비를 향한 마음은 스스로도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장난스럽게 빛나는 눈과 웃음을 참고 있는 듯한 입매만이 진심을 보여준다. 감출 수 없는 풋풋함. <슈팅 라이크 베컴> 이후 5년이 흘렀지만 키라 나이틀리에겐 여전히 그게 가득하다. 그럼에도 그간 유명세를 더한 작품 대부분이 시대극이라니, 예쁘장한 영국 여배우에 대한 편견일까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코르셋을 집어던지는 귀족 아가씨(<캐리비안의 해적>), 여전사로 부활한 귀네비어(<킹 아더>), 진흙탕을 마다않는 고집쟁이 아가씨(<오만과 편견>) 등 적당히 고귀한 출신의 그녀들은 언제나 다른 세상을 열망했다. 이를테면 <로마의 휴일
[키라 나이틀리] 교정을 거부하는 영국 여인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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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희는 흔치 않은 배우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 안달하지 않고,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추격자>의 미진이 그러하고, <궁녀>의 월령이 그러하다. 어느 여배우가 피칠갑을 하고 바둥거리고, 입벌린 시체 연기를 하는 것에 주춤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서영희는 남다르다. 죄수복을 입든지(<권순분여사 납치사건>), 아니면 만삭을 했는지는(<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는 중요치 않다. “평생 연기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그녀에게 중요한 건 잠깐의 스포트라이트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직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다 내보일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여배우’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휴대폰은 어쩌다 잃어버렸나요.
=어떻게 아셨어요?
-개인 홈피에 갔더니 대문에 먼저 연락해달라는 메시지가 있던데요.
=아. 지난해에 잃어버린건데. 홈피에 자주 들어가는 건 아니라서 그냥 뒀죠. 어쨌든 다들 문자를
[서영희] “연기에 대한 호기심은 끝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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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인물 중 한명이다. 2007년은 그에게 가장 정신없는 한해였고 올해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인다. 2006년 <그해 여름>을 개봉한 뒤 잠시 달콤한 휴식을 취했던 그는 2007년 초부터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에 돌입했고, 초여름에는 기무라 다쿠야와 <히어로>를 찍었고, 한여름과 가을에는 중국에서 트란 안 훙 감독의 <아이 컴 위드 더 레인>(I Come with the Rain)을 촬영했으며,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 투어를 가졌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G. I. 조>(G. I. Joe) 출연을 결정했다. 그리고 최근 10개월 가까이 걸린 <놈놈놈>의 대장정을 마친 그는 말 그대로 촬영이 끝나자마자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1월23일 <놈놈놈>에서 자신의 촬영분량을 모두 마친 이병헌은 현장에 싸갔던 짐가방을 챙겨들고
[이병헌] “지금은 나를 다시 한번 발견해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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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다. 한바탕 코미디가 벌어지는 스튜디오 밖에서 류승범은 팔짱을 낀 채 바라보고 있었다. 입이 귀에 걸리는 웃음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고함도 없었다. <라듸오 데이즈>에서 PD 로이드를 연기한 류승범은 여느 때와 달리 온도가 낮다. <주먹이 운다>의 괴력의 몸부림이나 <품행제로>의 코믹한 제스처가 없다. 2006년 <사생결단>을 끝내고 2년. <가족의 탄생>과 <만남의 광장>에 카메오로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작품 활동을 잠시 쉬었던 그는 말수가 줄어서 돌아왔다.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류승범은 매일 웃겨줄 것 같고, 폭발할 것 같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로이드란 캐릭터는 나른한 게 매력이다. 나도 거기에 꽂힌 거고. 어쩌면 이 영화가 심심해 보인다는 말이 나에겐 칭찬일지도 모른다.”
류승범의 영화는 항상 캐릭터가 드러나는 스타일이었다. 그의 표현대로 “캐릭터의 성장이 드라마의 성장과 연결되는”
[류승범] 열혈청년, 지금부턴 하나씩 비우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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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미소짓고, 호탕하게 웃으며, 잘 찌푸리고, 종종 한숨을 쉬는 그는 마냥 따르고픈 큰언니 같았다. ‘이혜영식’ 우아한 말투와 평범한 엄마의 수다를 오가는 모습은 무대 위 모노드라마에 열중한 여배우의 모습처럼 낯설기도 했다. 그러니까 천생 배우. 중학교 1학년까지 함께 살았던 아버지는 감독 이만희였고, 배우의 꿈을 독려했던 어머니는 한때 배우였다.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라’고 가르쳤던 어머니 밑에서 이혜영은 당연하다는 듯 배우를 꿈꿨고, <티켓> <땡볕> <성공시대> 등에서는 노출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배우였으며, 파리 생활과 결혼과 출산 등으로 90년대 공백기를 보낸 뒤에도, 변함없이 뜨겁고 한결같이 거침없는 모습은 스크린 안팎에서 거의 다르지 않았다. 복귀작으로 여겨졌던 <피도 눈물도 없이>의 전직 금고털이 경선 이후에도 5년. 금융계의 거물 강 회장(변희봉)과 가난한 거리의 화가 민희도(신하균)가 서로의 몸을
[이혜영] “배우라서, 여자라서 더 행복해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