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114분으로 완성되어 첫 공식 시사회를 열었다. 그러고 나서 듣자하니 이틀 만에 102분으로 줄었다. 자극과 고민이 없었다면 쉽게 단행할 만한 일이 아니다. 창작자 입장에서 이 마지막 작업은 그야말로 애간장을 태우는 일일 것이다. 정윤철 감독은 잠시 식사를 하는 사이에도 취재진에게 “에필로그가 좀 길던가, 어떻던가?” “환상장면은 어때 보였나?” “좀 늘어지는 것 같던가?” 등등 의견을 물었다. 오늘 밤이라도 또다시 어딘가 손을 볼 태세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다시 작업실로 달려갔다. 설날에 개봉일자를 맞추고 달려온 이번 영화가 확실히 촉박하게 진행됐다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충무로 슈퍼맨 계열에 이름을 올릴 만큼 에너지 넘치는 정윤철 감독이 아닌가. 그는 민감할 만한 질문에도 “이류영화” 슬로건을 걸고 넉살 좋게 눙을 치는 여유를 보였다. 아직 결전의 힘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 그 힘을 쏟아붓고 있는 그를 만났다.
-다시 손
[정윤철] “애초에 이류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
-<원스 어폰 어 타임>의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춘자란 캐릭터가 이보영이란 배우와는 선뜻 부합하지 않는 느낌이더라.
=그전에는 워낙 고운 여자들을 연기했으니까. (웃음) 하지만 춘자는 단순한 속물인데다가 백치미까지 있는 여자다. 보통 이런 여자들은 감초 역할을 하지 않나. 아무래도 전면적인 여자주인공으로 나오기는 힘든 캐릭터일 것 같았다.
-이전에 출연한 작품과 비교해서 연기하기에 어떤 재미가 있던가.
=감정의 기복에 엮일 필요가 없다는 게 즐거웠다. 아무래도 예전에는 기복이 심해서 연기를 하지 않을때도 우울한 적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아예 단순하고 명쾌했다. 마음도 편안했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점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과도한 액션은 아니지만, 액션연기 때문에 운동도 배웠다고 들었다.
=사실 대역도 많이 썼다. 아무래도 내가 힘이 달리다 보니까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더라. 복면을 쓰고 나오는 장면도 많았고. (웃음) 그래도
[이보영] 잘리지 않고 근면성실하게 일하고 싶다
-
-많이 피곤해 보인다. 살도 좀 빠진 것 같고.
=아니, 살은 오히려 쪘는데. 피곤한 거야 예전부터 그랬고. (웃음) 이제 좀 많이 지치긴 한 것 같다. 예전엔 차에서 한번도 자본 적이 없는데, 요새는 타기만 하면 완전히 기절한다.
-<조용한 세상> <뷰티풀 선데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그리고 <원스 어폰 어 타임>까지 쉴새없이 작품을 했으니, 지칠 만도 하다.
=특히 이번에는 밤샘 촬영이 많아서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지금 사랑하는…> 때까지만 해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일단 이번 작품 홍보를 끝내고 쉬게 될지 말지를 고민할 것 같다.
-<원스 어폰 어 타임> 현장 기사를 보니 “우울 3부작 이후 첫 작품”이라고 했던데,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라는 게 아무래도 선택에 영향을 준 건가.
=뭐, 모든 작품에는 각자의 재미가 있다. 슬픔에 대한, 우울함에
[박용우] 이번엔 성룡이나 주성치식 코믹 액션이다
-
남자는 최고의 사기꾼, 여자는 희대의 도둑이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의 봉구와 춘자는 전설의 보석인 ‘동방의 빛’을 두고 대결한다. 그들에게 직접 듣지는 못했으나 현장에서도 그들의 대결은 만만치 않은 듯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연출한 정용기 감독은 “남녀배우가 만났지만, 그럼에도 서로 묘한 경쟁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증언한다. “한 배우에게 편중된 흐름의 영화가 아니어서 그런지 서로를 상당히 의식하더라. (웃음)” 하지만 시나리오 속의 봉구와 춘자는 오히려 짝패가 돼보는 것도 좋을 만큼 각자의 장기가 뛰어난 사람들이다. 봉구가 천부적인 연기력과 혼이 담긴 거짓말로 사람들을 홀리면, 그 틈을 타고 빼어난 몸매와 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진 춘자가 담을 넘고 벽을 타고 들어가 보석을 훔친다. 그리고 멋지게 한탕을 끝낸 두 사람의 파이팅. 여배우에게는 실례였을지 모르겠지만, 이보영에게 두꺼운 뿔테 안경을 씌워 애써 여성스러운 모습을 지우려 한 건 건 그 때
[박용우, 이보영] 누가 이들을 말리랴!
-
-
주인공은 아니다. 아직은 언니들처럼 유명하지도 않고 그들보다 더 잘한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독특한 제 멋을 결코 숨기지 못한다. “옆모습이 김희선을 닮았어요”(사진기자)라는 말을 듣자마자 허리를 90도로 꺾어 웃으며 “제가 가끔 옆으로 보면 다른 사람처럼 보여요”라며 반은 어이없다는 듯 반은 너무 고맙다는 듯 웃을 때 보면 여배우치고 소탈하다. 유연한 농담 실력은 물론 수준급이지만 인터뷰 도중 들락거리는 누군가에게 신경 쓰이니 방해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눈빛으로 “이거 제가 알아서 할게요” 말할 때 보면 서늘한 강단도 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조은지가 맡은 역할은 국가대표 핸드볼 골키퍼 수희다. 위로는 아줌마 언니들을 두고 밑으로는 새카만 후배를 둔, 실력은 좀 떨어져도 희소성 때문에 겨우 버티는, 실력보다 국가대표급 깡다구로 살아가는 선수다. “공 던지다가 손 접질린 소리 언니도 있는데”라며 끝끝내 아니라고는 하지만, 골키퍼였던 탓에 <우리
[조은지] “정말 간절히 슛을 막고 싶었다”
-
조니에게.
안녕 조니, 난 팀이야. 너의 단짝 미스터 버튼이지. 뭐랄까, ‘단짝’ 말고 좀더 섬세한 표현은 없을까? 우리의 관계를 단지 ‘단짝’이란 말로 표현하긴 너무 서운해서 말이야.
우리가 벌써 여섯편의 영화를 함께했군. <가위손>(1990), <에드 우드>(1994), <슬리피 할로우>(1999),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유령신부>(2005) 그리고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2007). 와, 이런 커플이 또 있을까? 무려 17년 동안이나 창작 작업을 함께했다니. 미국의 역사를 한 인물의 전기처럼 다루길 좋아하는 마틴 형은 그의 짝꿍을 로버트에서 레오나르도로 바꿨잖아. 물론 마틴 형은 나보다 훨씬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었지. 초상화의 주인공을 바꿀 때도 됐어. 그 사이 인생관도 많이 변했을 테니 말이야.
<스위니 토드…>가 개봉을 앞두었을 때 <프리미어>
[조니 뎁] 내 생애 최고의 연인
-
탁재훈은 지난해 최고의 해를 보냈다. 변함없는 입담으로 무장한 TV프로그램 <상상플러스>나 <해피선데이-불후의 명곡>이 큰 인기를 끌었고 영화 <내 생애 최악의 남자>에서는 생애 첫 ‘주연’이라는 이름으로 열연했다. 이제는 농담 섞인 추억으로만 존재하는 ‘컨츄리 꼬꼬’라는 이름으로 해체 5년 만에 연말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그 마침표는 KBS 연예대상이었다. 강호동과 유재석이라는 거물들을 제치고 얻어낸 결과였다. 혹자는 그들에 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적고 파워도 덜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들과 달리 그가 꾸준히 영화배우 활동을 겸했고 심지어 연예인 축구단 가수팀의 주전 공격수로 ‘피스 스타컵’의 득점왕 및 MVP를 차지했다는 사실까지 더하면, 적어도 그들보다 더 바빴으면 바빴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대상받은 방송인’이라는 칭호에 비하면 아직 그는 영화배우로서는 자신의 굳건한 자리를 만들지 못했다. 여느 방송인이나 가수 혹은
[탁재훈] “내 욕심은 정극 연기를 하는 것이다”
-
그냥 엄마가 아니다. 소매치기 엄마다. 게다가 전과 17범. <무방비도시>의 강만옥은 형사 아들 앞에서 뺨 맞는 수모를 당하고, 젊음을 감옥에서 탕진하고 나서도, 다시 남의 지갑을 탐하는 그런 못 말리는 엄마다. <우리형> <해바라기> 등에서 생활력 강하고 품 넓은 엄마 역을 소화했던 김해숙에게 강만옥은 정말 변신다운 변신이다. 그 또한 연기를 시작한 지 35년이 되어서야 맘속에 품고 있던 욕망 하나를 풀었다고 말한다. 애초 시나리오에는 없던 강만옥이라는 역할을 만들었던 욕심 덕에 그는 지난해 여름 머리채 잡혀 끌려가면서 악다구니를 쓸 수 있었고, 한쪽 다리 절면서 면도칼을 원없이 씹을 수 있었다. ‘무방비도시’에 다녀온 뒤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아졌고, 그래서 다음번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참고로 이 인터뷰는 <무방비도시> 시사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진 탓에 영화를 보지 못하고 이뤄졌다
[김해숙] “소매치기 엄마 역할 자체가 쾌락이고 도전이었다”
-
입이 근질근질하다. 강풀 작가의 작업실에서 발견한 스케치북에는 영화로 만들어지면 입이 쩌억 벌어질 듯한 액션장면들이 가득했다. 육해공을 모조리 이용한 총력 액션집이다. 강풀 특유의 캐릭터들이 굳은 입술과 놀란 눈으로 스케치북 바깥을 노려보고 있다. “악. 이거 진짜 재밌겠다.”“재밌죠? 재밌죠?” “네. 재밌겠어요.” “맞아요. 재밌을 거예요.” 이쯤되면 진지하게 신작의 비밀을 캐내려고 온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아니라 새 장난감을 자랑하는 애와 부러워하는 사촌동생의 대화에 가깝다. 유치하지만 어쩔 도리 있나.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영화는 다름 아닌 <괴물2>다.
<괴물2>는 2003년 청계천 복원공사를 무대로 하는 일종의 프리퀄(Prequel)이며 맥팔랜드 독극물 사건으로부터 강두 일가의 투쟁 사이에 존재하는 잃어버린 시간 속에 숨은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질문은 남아 있다. 그렇다면 왜 봉준호의 세계에서는 누구도 괴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강두 일
[강풀] “더 많은 괴물, 더 많은 액션이 나올 거다”
-
그녀에게 면역이 자라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그녀를 살리지 못하면 자신이 죽을 것 같은 소명을 연인에게 남기던 손예진은 어느 때부턴가 환자복을 벗고 병실을 나섰다. 더이상 그녀는 목숨 바쳐 지켜야할 여인이 아니었다. <외출>에서는 불륜을 즐기다 사고를 당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더니, <작업의 정석>에서는 무대에 올라가 광란의 샤워쇼를 펼쳤고, <연애시대>에서는 이혼한 남편에게서 잡아낸 인연의 붉은 실을 당겼다 놨다 했다. 그리고…. 급기야 이제는 진한 색조 화장과 립스틱, 면도칼로 무장한 희대의 소매치기다. 영화 <무방비도시>에서 그녀가 분한 백장미는 몸 구석구석에 카리스마와 냉소를 가득 채운 여자다. 등 뒤에는 지독한 아픔을 지니고 있지만 소매치기 조직을 운영하며 잔인한 술수를 부리는가 하면, 위기 앞에서도 외려 상대의 기를 질리게 만든다. 게다가 어떤 남자도 이성을 잃게 만드는 치명적인 눈빛과 몸짓까지.
2008년을 일주일 앞둔
[손예진] 영원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여인
-
부산국제영화제는 해마다 잊힌 한국의 옛 영화인들을 발굴하고 재평가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김기영, 이만희, 정창화, 김수용 감독, 그리고 배우 김승호 등이 이 회고전을 통해 현재의 관객과 멋진 대화를 나눠왔다. 이두용 감독은 진심으로 여기 추가하고 싶은 이름이다. 1981년 <피막>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그는 한국영화의 세계화라는 화두의 원조쯤 되며(같은 해 임권택 감독이 <만다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 1983년 <물레야 물레야>는 현재 한국 영화인들에게 어떤 상징과 같은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첫 번째 한국영화였다. 1970년대 데뷔 초의 그는 <어느 부부>(1971) 등을 통해 당대의 주류라 할 수 있었던 낡은 멜로드라마의 관습과 싸웠고, <용호대련>(1974)으로 시작된 이른바 태권 액션영화의 놀라운 활력은 홍콩과 일본의 액션영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독창성을 보여줬
[이두용] “후배 감독들이 인정해준다는 사실이 기쁘다”
-
장근석은 만 열아홉살 소년이다. 무엇이든 이제 ‘처음’일 게 많은 나이. 그는 인생의 제2기에 돌입해 있다. 2007년 가을,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으로 배우 장근석을 처음 접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보다 전인 2006년 가을, 드라마 <황진이>로 탤런트 장근석을 처음 접한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그전에도 장근석은 이미 스타였다. 밝은 햇살 아래 친구와 함께 학교 담장을 멋지게 뛰어넘는 모 교복CF, 고아라와 함께 새하얀 교실에서 춤추는 모 이동통신CF는 이미 장근석의 알려진 얼굴을 이용한 것들이었고 봉태규, 현빈, 한예슬, 이윤지 등이 출연한 시트콤 <논스톱4>(2003∼2004)에서 장근석은 밝은 갈색 머리칼에 꽃무늬 셔츠가 잘 어울리는 꽃미남 대학생으로 안방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장근석은 자기 이름을 내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고(<장근석의 영스트리트>), TV 가요프로그램 MC와 케이블TV 리얼리티쇼 MC를 진행하기도
[장근석] 열아홉, 즐거운 인생
-
우승민은 바쁘다. 제17대 대통령 선거일인 12월19일 오후 4시30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이미 3개의 인터뷰를 해치운 뒤였다. 1인 록밴드 ‘올라이즈밴드’ 뮤지션 우승민은 2001년 첫 음반을 낸 뒤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다 올해 초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나오면서 2007년 버라이어티쇼계의 최고 ‘신인’으로 떠올랐다. 알려진 것처럼 그는 올 초 강호동을 통해 팬텀엔터테인먼트와 매니지먼트 계약도 맺었다(강호동 소속사). 우승민은 최근, 군대 간 남자친구들을 기다리는 네 커플의 이야기 <기다리다 미쳐>에서 부산 출신의 늦깎이 신참 ‘허욱’ 역으로 출연했는데, 사실 이 영화가 그를 캐스팅할 무렵에 우승민은 지금과 같은 조명 세례 속에 있지 않았다. <기다리다 미쳐>쪽이 운이 좋은 건가?
“쌉니다. 진짜 쌉니다.” 억센 부산 사투리로 우승민은 자신의 몸값이 겁나게 싸서 케이블채널 <M.net>의
[우승민] “감독님한테 내 안 쓰믄 후회할 거라 했거든요”
-
추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김강우는 생계형 배우다. 먹고살고자 연기를 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가 연기한 남자들은 대부분 끈질기게 사는 법을 고민하곤 했다. 이름이라도 남겨 영원히 살기를 바라거나(<실미도>의 민호), 좌절이 두려워 숨이 차도록 뜀박질을 하거나(<나는 달린다>의 무철), 몸의 흉터를 훈장처럼 떠벌리면서도 다치지 않으려 야심을 버리거나(<태풍태양>의 모기). 그런가 하면 밤마다 악몽을 꾸면서도 다른 이의 삶을 위해 1분을 아꼈고(<경의선>의 만수), 최고보다는 영원한 장인으로 남으려 칼을 들었다(<식객>의 성찬). 아마 배우로서 김강우가 보낸 지난 7년도 그들 못지않은 생존투쟁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매일 아침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로” 현장에 나갔고 어떤 감독이든 간에 “살아남기 위해서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는 그도 한때는 <경의선>의 만수처럼 잠을 설치며 살았다. “그래도 가끔은 좋은 꿈을 꾸면서 잤
[김강우] 어느 성실한 청춘의 생존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