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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은 우리 엄마라기보다는 친구의 엄마다. 홈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미소로 반기는 친구의 엄마는 시장통에서 반찬을 팔고, 연속극에 눈물을 짜는 우리 엄마를 멋쩍게 만든다. 데뷔 이후 줄곧 그런 우아함의 태왕으로 살아온 김미숙에게는 네개의 신물이 있었다. 라디오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던 낭랑한 목소리와 미술을 사랑하고 플루트를 즐겨부르는 지성미, 거기에 <로비스트>의 해리가 말했듯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와 따뜻하고 자상한 엄마의 이미지. 덕분에 그녀의 후배 여배우들은 “미숙 언니처럼 되길” 바랐고, 평론가들은 한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담론에 김미숙이란 이름을 꼬박꼬박 새겨넣었다. “후배들이 ‘김미숙 선배처럼 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준다면 정말 좋겠다. 외향적인 것보다는 인격적인 문제라든가, 삶의 태도에서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의 본이 된다고 하면 민망하고, 실망스럽지만 않았으면 좋지 않을까. (웃음)”
본인은 “우아함을 없앨 수 없다는 게 나의 가
[김미숙] “나의 최대 단점은 우아함을 없앨 수 없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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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배우에서, <쉬리>의 여전사로, 그리고 <로스트>의 월드 스타로. 미국에서 배우의 꿈을 키우던 김윤진이 20대 중반에 고국에 돌아온 뒤 정확히 10년 동안 걸어온 행보다. 그의 시원스런 베팅이 이번에는 숨가쁜 스릴러 <세븐데이즈>에 이르렀다. 전도유망한 변호사지만, 홀로 키우는 딸에게는 언제나 미안한 엄마, 유지연은 거짓말처럼 딸을 납치한 누군가에게서 위험한 제안을 받는다. 딸을 살리고 싶으면 살인범을 무죄로 석방시킬 것. 김윤진이 전작 <6월의 일기>에서 따돌림당하다 자살한 아들을 위해 연쇄살인범이 된 잘못된 모정을 연기했음을 떠올려본다. 아이는 물론 결혼도 안 한 여배우의 것이라기엔 사뭇 의아한 선택이지만 방점은 모성이 아니다. 어머니이되 한없이 자애롭지 않고, 여자이되 무작정 기대지 않는다. 피해자일 때 당당하고, 가해자일 때 애처로워 보일 줄 아는 그는, 전형성과 언제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다. 한결같이 꼿꼿하고 뜨거운 태도로
[김윤진] 스릴러가 사랑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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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인 줄 착각했다. 이문식은 올해 1월 개봉한 <마파도2>에도 나왔고, 드라마 <쩐의 전쟁>에도 특별출연으로 등장했다. 그가 일상생활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은 고작해야 10개월 정도. 그런데도 그의 얼굴이 오랜만이라고 느꼈던 것은 아마도 그의 2006년이 매우 떠들썩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필두>로 생애 첫 주연작을 맡았고, <구타유발자들>로 이전에 보여준 코믹 조연배우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연기를 보여주었는가 하면, 이준기와 함께 출연한 <플라이 대디>에서는 17kg을 감량하며 신체의 한계에 도전했다. 드라마 <101번째 프로포즈>도 그의 2006년을 바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한 여자를 향한 애달픈 사랑을 가꾸던 달재는 이문식 자신도 “이 얼굴로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라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이었다. 하지만 모든 작품들은 “장렬히 전사했고”, 그 탓에 많은 언론
[이문식] “지금, 미치도록 연기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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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곳엔 머물 수 없다.” <무시시>의 오다기리 조는 말한다. 벌레로 아파하는 사람을 치유하며, 산에서 산으로, 마을에서 마을로 떠도는 무시시는 기이하게 변해가는 자연에 몸을 맡긴다. 우루시바라 유키가 만들고, 오토모 가쓰히로 감독이 영상으로 옮긴 이 세계에서 그는 모든 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흐름에 자신을 맞추는 남자다.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벌레를 보고, 불가사의한 능력을 운명의 무게로 짊어진 존재. 영화는 이 불가사의함의 화자로 오다기리 조를 택했다. 수많은 영화와 캐릭터를 통해 끊임없이 방황하고 고뇌하는 배우 오다기리 조는 절대적인 고독, 무(無)로 돌아가는 여정에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 어려서부터 영화관을 탁아소 삼아 지냈고, 미국에서 홀로 2년간 유학했으며, 존 카사베츠와 짐 자무시의 영화를 좋아하는 남자. 그는 연극 <드림 오브 패션>으로 데뷔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밝은 미래>에 출연했으며, 이누도 잇신 감독의 <메
[오다기리 조] 고독한 여행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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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는 아홉살이 되던 해에 부모와 함께 존 부어맨의 <서바이벌 게임>을 봤다. 아홉살에 그 영화를 본다고 누구나 타란티노가 되는 건 아니지만, 타란티노가 아홉살에 그 영화를 보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악동 역시 태어나지 못했을 거다(혹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잘 알려진 걸작 <서바이벌 게임>이 부어맨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영화는 아니다. 그는 사실 거장이라는 멋들어진 칭호를 화려하게 받아본 적은 없는 남자고, 특정한 영화적 경향이나 지리적 특징으로 묶어서 읽기도 난감하다.
물론 그를 쉽게 읽을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는 존재한다. 자연과 인간의 투쟁, 현대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 미국의 신화에 대한 철저한 해체.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한번도 포기해본 적이 없는 현재진행형의 작가라는 사실이다. <포인트 블랭크>(1967), <서바이벌 게임>(1972) 같은 걸작들을 낳으며 전도유망
[존 부어맨] “우리는 과연 현재를 바꿀 만한 의지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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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처럼 천천히 가는 것 같아요.” 이지상, 임창재 감독의 단편영화에 출연하면서 서정은 제 이름을 새로 지었다. 예명이니 무슨 뜻이 있는 건 아니었다. 평소 어감이 좋았던 ‘서’ 자를 따서 성으로 썼고, 본명에서 한 자를 따와서 ‘정’이라는 외자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어느 날 배우로 살았던 10여년의 삶을 돌아보니 남들보다 한참 느렸다. <박하사탕>을 시작으로 <섬> <거미숲> <녹색의자>, 그리고 곧 개봉을 앞둔 <경계>까지 출연작을 세어봐도 얼마 안 된다. 물론 다른 배우들처럼 스타덤의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섬>을 끝내고 난 직후에는 그의 집 앞에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자신의 소속사로 오라며 러브콜을 경쟁적으로 보내기도 했고, 한때 그 또한 시류에 따라 TV에도 얼굴을 내밀었으나, 그닥 큰 흥미나 자극을 느끼지 못했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무 뜻이 없던 ‘서’가 ‘천천히 서’가 아닐까 싶었던 것
[서정] “감정이 말라 비틀어질 정도로 꾹꾹 눌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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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양해훈이 누구기에?”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양해훈 감독과 그의 장편 데뷔작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10월까지 잊을 만하면 되새겨지는 이름이었다. 2006년 서울독립영화제와 인디포럼에서 화제작으로 떠오른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는 올해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관객영화평론가상’을 받았고, 지난 10월12일에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와이드 비전 부문에서 상영되었다. 게다가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를 편집하던 도중에 만든 단편 <친애하는 로제타>는 한국영화로는 6년 만에 칸국제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제 순방의 해로 보낸 지난 시간이 양해훈 감독에게는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영화제가 별로 재밌지는 않다. 나는 그냥 관객을 만나서 내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즐겁더라. 그외 다른 건… 글쎄… 축제가 끝나고 생기는 허망함이 오히려 짙은 것
[양해훈] “당분간은 현실에 발을 붙인 판타지를 만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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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의 영화는 위험했다. 강원도 시골 총각으로 분한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희철이나, 반항과 애교를 함께 품고 있던 <늑대의 유혹>의 태성, 사형수의 세월을 눈물과 사랑으로 토해냈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윤수는 모두 강동원이란 피사체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배반하고 위협했다. 큰 키와 작은 얼굴, 여리게 떨어지는 팔과 몸의 라인은 영화란 텍스트를 담아내기에 서툴러 보였고, 슬랩스틱코미디(<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친근함, 애달픈 사랑(<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뜨거운 눈물은 마치 그의 것이 아닌 양 어색해 보였다. 그의 정적인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낸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조차 그는 애교 섞인 대사와 누나란 호칭 앞에서 왠지 주저하는 것 같았다. 웃음을 주기에 그는 냉정해 보였고, 사랑을 하기엔 다소 무심해 보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두 남녀의 애절한 사연보다는 강동원과 이
[강동원] 미스터리를 유영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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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댄스 관객상 수상 이후 올해의 인디영화로 꼽힐 정도의 흥행을 기록한 음악영화 <원스>의 신데렐라 이야기가 지구 반대편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20일 국내 개봉하여 3주 만에 6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고, 10개관이었던 개봉관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 지난 10월11일에는 17개에 이르렀다. 거리의 악사와 그의 음악을 알아본 이민자 소녀의 수줍은 사랑 이야기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음악. 이 성공담의 진짜 주인공을 존 카니 감독이 아닌, 두 주연배우 글렌 한사드(남자)와 마르케타 이글로바(소녀)로 꼽아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유명 밴드 ‘더 프레임즈’(The Frames)에 몸담았던 카니 감독은 자신의 초저예산 장편이 성공하기 위해 실제 뮤지션이 배우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밴드의 리더이자 감독의 오랜 친구 글렌 한사드가 합류했고, 한사드는 체코 순회공연 때 만난 마르케타 이글로바를 끌어들였다. 영화보다는 음악을, 대중적 성
[글렌 한사드, 마르케타 이글로바] “관객도 보는 내내 우리의 우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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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궁녀>는 지엄한 경고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궁녀로 궐에 들어오면 살아선 궁을 나가지 못한다”, “궁녀가 정절을 지키지 못하면 참형에 처한다”. 영화 속의 궁녀와 영화 밖의 관객에게 궁녀의 삶이 가진 비통함을 일러주는 이 목소리는 배우 김성령의 것이다. 1988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당선된 뒤 영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연기생활을 시작했지만, 그녀에게 <궁녀>는 자신의 두 번째 영화였던 <숲속의 방> 이후 15년 만의 영화계 복귀작이다. “정말 너무하지 않나? 왜들 그렇게 안 찾아주시던지… 내가 그 15년을 울면서 보냈다니까. (웃음)” 그녀의 말대로 극중에서 감찰상궁으로 분한 그녀의 연기는 지금껏 좋은 배우가 없다고 투덜거리던 한국 영화계가 얼마나 게을렀는지를 깨닫게 만든다. 궁녀들의 잘못을 단속하고 궁궐의 소란을 막는 한편, 그 자신도 권력에 기대려는 욕망을 품은 감찰상궁은 ‘쥐불이글려’라는 궁녀들만의 입단속 행사를 주관
[김성령] “어느 순간 나도 오기 같은 게 생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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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과 대화를 트는 일은 별로 쉽지 않다. 그는 깐깐하고 딱딱한 주제를 건드리는 대화에 얼른 호기심을 느끼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재영은 단순한 얘기를 좋아하고, 허허실실한 농담의 리듬을 한번 타기 시작하면 넘실넘실 그 리듬을 계속 이어간다. 바깥에 쏟아지는 소낙비 소리에 묻힐 만큼 나지막한 목소리로, 느린 말투로, 꾸준히. <웰컴 투 동막골>(2005), <나의 결혼원정기>(2005), <마이 캡틴 김대출>(2006), <거룩한 계보>(2006) 그리고 장진 감독의 조감독 출신, 결국은 장진 패밀리의 일원인 라희찬 감독의 데뷔작 <바르게 살자>(10월18일 개봉예정)에 이르기까지 그의 최근 커리어를 보면 가장 먼저 읽히는 건 안정된 직업배우로서의 성실함이다. 김유진 감독의 사극 <신기전>을 찍으면서 “지금까지 했던 걸 다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액션”을 하느라 살이 많이 내린 그는, 얇은 이목구비가 도드라진 얼
[정재영] 유쾌한 그 남자의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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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리양 감독이 최근 폐막한 서울국제영화제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서울영화제에서 선보인 <맹산>은 인신매매범에게 속아 산골 마을에 신부로 팔려가 겁탈당한 뒤 갇혀 사는 한 여인이 자유를 향해 탈출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상영돼 5분 이상의 기립박수 세례를 받았던 이 영화는 중국 광산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인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한 데뷔작 <맹정>(2003)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거듭되는 실패와 갖은 고초 속에서도 자유를 위해 산골을 탈출하고 또 탈출하려는 <맹산>의 여주인공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묵묵하게 “중국의 현실을 고발하고 최하층민들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를 꾸준히 만들고 있는 리양 감독 자신인지도 모른다. 2003년 부산영화제와 올해 칸영화제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을 갖게 된 것은 그런 궁금증을 시간의 여유를 가진 채 풀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칸영화제에서 만났을 당시 <맹
[리양] “순수했던 사람들의 인성이 변하는 모습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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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핑 베토벤>의 주인공으로, 베토벤(에드 해리스)의 말년을 함께한 악보 필사가이자 작곡가 지망생 안나 홀츠(다이앤 크루거)는 명백한 가상의 인물. 처음으로 베토벤의 악보를 필사한 그녀는, 어째서 멋대로 바꾸어 필사했냐고 묻는 베토벤에게 말한다. “바꾼(change) 것이 아니라 고친(correct) 것”이라고. 아그네츠카 홀랜드는 대선배의 명성에 짓눌리지 않고 그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안나 홀츠처럼 이 영화를 완성했다. 이런 삶을 살았다면 그의 말년도 조금은 행복했으리라는 가정은, 베토벤의 음악 세계를 좀더 잘 드러내는 훌륭한 도구다. 폴란드에서 태어나 체코에서 영화를 공부한 홀랜드는 <세 가지색 블루> <세 가지색 화이트> <당통> 등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안제이 바이다 등의 영화에 각본가로 참가했다(<카핑 베토벤> 속 안나와 베토벤의 관계에 자신과 안제이 바이다의 애증어린 사제지간이 암시된다). 살기 위해 나치가
[아그네츠카 홀랜드] “성공하기 위해 우리 여성들은 좀더 강하고 훌륭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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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턴가 박진희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세일러문처럼 누볐다. 찰랑거리는 생머리와 팔등신 몸매 때문이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선은 전혀 청초하지가 않다. 굵직굵직하긴 해도 전혀 가녀리지 않지. (웃음)” 대신 박진희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올곧은 이미지로 정의의 길을 가르쳤다.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순애의 영혼을 받은 초은은 아줌마다운 배짱과 가치관으로 ‘젊은 것’들을 계도했고, <쩐의 전쟁>의 서주희는 돈을 향한 욕망으로 얽힌 사람들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돈과 거리를 두려는 인물이었다. 남한사회에 떨어진 간첩한테 운명을 빌려주는 <간첩 리철진>의 화이는 어떤가. 심지어 <여고괴담>의 소영 또한 이기적인 전교 일등이면서도 사건을 침착하게 바라보는 여고생이었다. 실생활에서도 그녀의 대쪽 같은 성미는 종종 에피소드를 만들곤 했다. 폐수가 흐르는 현장을 목격하고 구청직원을 달달 볶아 결국 시정하게 만든 건 이미 유명한 일화. 말하자면 박진희는
[박진희] 정의의 이름으로 연기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