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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 제니퍼 애니스톤을 따라다니는 별명이다. 어쩔 도리 없다. 그녀는 눈물의 여왕이다. 우리는 애니스톤의 얼굴을 보며 즉각적으로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를 떠올린다.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찍으며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사랑에 빠졌다. 애니스톤과 브래드 피트는 이혼했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아이를 낳았고 아이들을 입양했고 결혼을 했고 거대한 저택을 샀고 ‘브란젤리나’가 됐다. 애니스톤의 고난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프렌즈> 시리즈의 유일한 생존자
파파라치들은 애니스톤의 사진을 미친 듯이 찍어서 타블로이드 잡지들에 팔아먹었다. 타블로이드들은 애니스톤의 사진을 브란젤리나의 행복한 사진과 함께 실었다. 불행과 행복의 대차대조표였다. 타블로이드가 아닌 패션지 <보그>조차 “녹음기를 꺼달라고 요구한” 애니스톤의 말을 잡지에 그대로 실었다. “안젤리나 졸리의 언행은 정말 쿨하지 못했어요.”
[제니퍼 애니스톤] ‘눈물의 여왕’은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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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철없는 남자. 이민기에게 그것은 오래 입어 편안하게 늘어진 티셔츠 같았다. 그를 알려준 <굳세어라 금순아>와 <달자의 봄>이 그랬다. 제법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던 <태릉선수촌> 이후에도 그는 항상 이 편한 차림새를 고수했다.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의 철없는 태권도 사범 이미지는 본격적인 영화 데뷔작 <바람피기 좋은 날>의 숙맥 대학생으로, <로맨틱 아일랜드>의 명랑한 백수로 끊이지 않고 맥을 이어갔다. 이민기는 그렇게 불안하고 흥미로운 캐릭터로 매 작품에 자신을 대입했고 그건 그를 설명하는 일종의 수식이었다. 그런 이민기가 변했다. 지금까지 입었던 몸에 잘 맞는 의상을 벗고 막 구입한 새 아이템에 눈길을 돌린다. 2월19일 개봉을 앞둔 <오이시맨>에서 그는 귀가 잘 안 들리는 이명현상 때문에 뮤지션의 길을 접을 위기에 처한 청년 현석을 연기한다. 시린 홋카이도 여행, 무표정한 얼굴, 독백의 대사들,
[이민기] “천방지축, 그거 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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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연은 <마린보이>의 정서를 지배하는 여자다. 마린보이가 돼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던 천수(김강우)는 유리(박시연)를 보는 순간 마비된다. 자신이 강 사장(조재현)과 김 반장(이원종) 사이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지만 유리의 눈빛 앞에 그 판단력은 상실되고 만다. 영화 속 유리는 상대방의 오감을 그대로 멎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여자여야만 한다. 순간 우리의 뇌리를 스쳐가는 수많은 한국 여배우 중 거기에 꼭 들어맞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박시연은 어느덧 그만한 배우로 성장했다.
<마린보이>의 유리 캐릭터가 곽경택의 <사랑>(2007)에서의 ‘미주’와 비슷하지 않냐는 얘기를 들으면 섭섭하다. <사랑>의 주현과 주진모 사이, <마린보이>의 조재현과 김강우 사이에 놓인 박시연의 모습은 얼핏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두 영화에서 모두 권력자의 여자로 나왔고,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는 점에서 비슷해요. 하지만 미주가 수동적으
[박시연] 오감을 멎게 하지만, 무심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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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모래 알갱이로 뒤덮인 구릿빛 등. <마린보이> 포스터 속 김강우는 시선을 맞추려는 두 배우와 달리 뭔가를 감추려는 듯 혼자 뒤돌아 서 있다. 마약을 몸속에 숨겨 운반하는 신종 마약운송책, 마린보이. 국내 최초의 본격 해양액션물이라 할 만한 이 영화는 애초 주연배우의 육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얼핏 성실한 인상에 은근히 고집스러운 이목구비의 소유자가 30대 첫 영화로 결정하기엔 무리수 아니었을까 싶은데 김강우는 자신의 성품이 천수처럼 가볍다고 주장하고 싶은 눈치다. “어떤 상황에서든 쿨함을 유지하고 싶었어요. 말투도 평소대로 했어요. 저는 정말 착한 역할을 하기가 힘들어요. 정말로요.”
뱃사람들도 안심하지 못하는 바다가 주된 놀이터였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고난의 연속이었음은 뻔한 일. 그럼에도 제 나이의 매력을 몸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싶어 끌렸다니 자맥질 꽤나 했겠다 싶었는데 이게 웬걸, “수영을 하나도 못해 발차기부터 시작했”
[김강우] 비수를 감춘, 착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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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빚 앞에 살아남으려 ‘마린보이’가 된 남자 천수(김강우), 그 남자들의 바다 위에서 남몰래 자신의 꿈을 꾸는 여자 유리(박시연), 그들은 어느새 뜨거운 연인이 된다. ‘해양스릴러’를 표방하는 <마린보이>에서 김강우와 박시연은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김강우는 과묵하고 무거운 조재현의 반대편에서 어떤 위기가 닥쳐도 허허실실 능글대는 남자로 등장하고, 박시연은 <사랑>과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를 거쳐 <마린보이>에 이르기까지 얼핏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들을 자기만의 색깔로 소화하고 있다. <마린보이>가 보여주는 장르영화의 전형성 속에서 두 사람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김강우, 박시연] 마린보이와 팜므파탈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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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왕>(2000)의 정웅인을 떠올리긴 쉽지 않다. 반면 정웅인을 제쳐두고 <두사부일체>(2001)를 말하기는 어렵다. 시트콤 <세친구>와 함께 <두사부일체>는 그를 ‘웃길 줄 아는’ 배우로 각인시킨 영화다. <두사부일체>에 출연하면서 정웅인은 이름도 얻었고, 집도 샀다. <투사부일체>와 <두사부일체> 시리즈의 연장인 <유감스러운 도시>에 그가 출연한 건 ‘정 트리오와의 돈독한 우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두사부일체>의 일원임을 마냥 만족스러워하는 건 아니다. <두사부일체>를 찍은 뒤 그는 <써클>을 찍었고, <투사부일체>를 마치고 <마법사들>(2006)을 집었다. ‘웃기는’ 배우라는 낙인을 떼고 싶어서였다. 경찰이 된 조폭 이중대 역을 벗은 뒤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동숭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
[정웅인] “이제 연극 해야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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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병기 감독의 애창곡은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이다. “가사의 첫 부분을 잘 들어봐. 총 맞은 것처럼~ 웃음만 나와~. 그래서 웃었어~. 내 기분이 딱 그거라니까.” 사실 솜씨 좋은 코미디영화 <과속스캔들>의 성공을 예견한 사람들은 꽤 있다. 문제는 그들 중 누구도 600만명이 넘어서는 압도적인 스코어를 예상하지는 못했다는 거다. 심지어 경쟁작이 치고 올라오는 구정 시즌에도 <과속스캔들>은 속도를 떨어뜨릴 생각이 없다(이 영화의 신드롬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주는 구체적인 사례가 하나 있다. 약간 사담이긴 하지만 <과속스캔들>은 내 부모님이 십수년 만에 처음으로 두분이서 극장에 나란히 앉아 관람한 영화가 됐다. 이거이거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도 조심스럽다. 우리가 기대했던 건 250만명 정도였다. 600만명이라는 관객은 순수한 우리의 복이 아니다. 토일렛 픽쳐스 내부에서는 이게 독이 든 성배가 되지 않도록 하자고 마음을 다잡고
[안병기] “공포영화 10년의 노하우를 밝고 착한 영화에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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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이 <무릎팍 도사>에 나간다면 고민은 “사람들이 왜 아무도 저를 알아보지 못할까요?”일 것이다. 런웨이를, 브라운관을, 스크린을, 그리고 뮤지컬 무대를 종단하는 스물여덟의 이 남자는 무대와 촬영장을 벗어나면 신기하게도 소박하고 자유로운 평범함을 입는다. 리허설 땐 우황청심환을 먹어야 할 정도로 긴장하지만, ‘슛’ 소리와 함께 활활 타오르는 생명력을 부여받는, 그의 이름은 천생 ‘배우’다.
“<키친> 너무 기대돼요. 어떻게 보셨어요? 정말 괜찮아요?” 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주지훈으로부터 끊임없는 질문공세가 시작된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 누군지 잠깐 잊어버릴 정도로 그의 관심은 온통 곧 개봉할 <키친>에 가 닿는다.
“아직 감독님이 영화를 안 보여주셨어요. 너무 보고 싶은데. 저한테 너무 소중한 작품이거든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의 개봉이 불과 얼마 전이니 <키친>은 배우로서 주지훈
[주지훈] 불타는 승부욕, 겁이 없어 더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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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젤리나의 절반. 안젤리나 졸리는 지겹다. 그녀의 기사는 타블로이드지의 단골 메뉴고, 일거수일투족은 기사를 넘어 파파라치 사진으로 매일같이 보고된다. 미디어 속 안젤리나 졸리를 보면 가십이 이렇게나 다양하고 많이 쏟아져 나올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녀는 연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배우였다. 첫 번째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작인 <처음 만나는 자유>(1999)와 슈퍼모델 지아 카라니의 자전적인 삶을 그린 TV영화 <지아>(1998). 그녀는 20대의 한복판을 고민, 외로움과 함께 보냈고, 이후에도 바보 같아 보이는 액션물의 실패, 여전사의 이미지만 크게 심어준 <툼 레이더> 시리즈 사이에서 작가 감독들과 꾸준히 작업했다. 그리고 2008년.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만나 <체인질링>을 찍었다. 아들을 잃은 뒤 책임과 희망에 대해 고민하는 <체인질링> 속 그녀는 그 언제보다 스크린 밖 졸리의 모습과 가까워 보인다. 여섯
[안젤리나 졸리] “하지만 끝은 내가 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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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봄, 송지효는 난생처음 토슈즈를 신었다. <여고괴담3: 여우계단> 오디션을 통과한 뒤였다. 극중 역할 때문에 발레를 배워야 했던 송지효는 스트레칭 때만 해도 몸치에 가까웠다. 얼마 뒤 송지효는 ‘기적’을 선보였다. 분홍색 토슈즈를 신고 무리없이 걸었다. “처음치고 굉장히 잘 버틴다”는 칭찬까지 들었다. 발레를 배운 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 이번엔 점프까지 했다. 조급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그날 송지효의 발목에선 ‘뚝’ 소리가 났다. 착지 때 실수했고, 그 자리에서 송지효는 주저앉았다. 모두들 괜찮아요, 몰려들었다. ‘붓기 전에 빨리 병원에 가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오직 한 사람만이 고개를 저었다. 송지효였다. 아파서 울면서도 ‘쪽팔리다’고 병원에 가기 싫다고 했다. <쌍화점>의 왕후 역을 맡고 “촬영 내내 도망가고 싶었다”는 송지효의 말을 들으면서 뒤늦게 5년 전 그때가 문득 떠올랐다. 그때는 깡으로 버텼다면, 이번에는
[송지효] “촬영하는 매 순간 참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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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점>의 제작자인 이태헌 오퍼스픽쳐스 대표는 그동안 가려진, 숨겨진 인물이었다. <친절한 금자씨> <짝패> 등 그동안 제작했던 영화들의 면면을 보면 궁금증이 도질 만도 한데 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없었다. 직접 인터뷰 요청을 해도 그는 ‘다음에’라고 미뤘고, 그때마다 ‘박찬욱 감독과 인척 관계’이거나 ‘언론기피증의 소유자’라는 소문만 주변에서 덤으로 건졌다. 3년 전 오퍼스픽쳐스라는 새 보금자리를 만들고, 유나이티드픽쳐스라는 투자사까지 차린 이태헌 대표. 사실상 창립작인 <쌍화점> 개봉을 앞두고서야 그는 무거운 입을 열었다.
-기자 만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제작자라고 들었다.
=내세울 게 없으니까 따로 만날 일이 없었다고 봐야지. 실제로는 ‘넌 어쩜 뻘쭘한게 없냐’고 타박을 듣기도 한다. 물론 앞에서 떠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개봉 전날이다. <쌍화점>은 사실상 오퍼스의 창립작이다.
=관련자 중에선 내가
[이태헌] “개발비 조달부터 독립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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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이란 무서운 것이다. 더군다나 배우에게 있어 대표작이라는 건 행운인 동시에 몹시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박진희의 경우, 한국의 유일한 공포영화 시리즈 <여고괴담>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서 냉소적인 모범생의 이미지로 오랫동안 기억됐다. 혹은 드라마 <쩐의 전쟁>의 따뜻하고 올곧은 여주인공으로, 혹은 <궁녀>에서 의사/탐정/근대인으로 활약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캐릭터로 기억되는 쪽이 강했다. 그랬기 때문에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아줌마의 영혼이 빙의된 스튜어디스를 연기하는 그녀의 능청맞음이 더 놀라왔던 것이다. 하지만 개봉을 앞둔 영화 <달콤한 거짓말>에서의 박진희를 본다면, 당신은 박진희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전부 ‘기억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롤러코스터 타듯 캐릭터 즐겨
<달콤한 거짓말>에서 박진희가 연기하는 한지호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캐릭터다. 서른을 코앞에 두고서도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봤고
[박진희] 기존의 나를 기억상실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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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사람은 기적과 같은 순간을 맞이한다. 김윤석에게 2008년은 그런 해다. 첫 주연 데뷔작인 <추격자>로 그는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등 국내의 6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을 독차지했다. 이 ‘몰아주기 수상’이 수상치도 않은지 모두들 긍정의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한국영화의 침체기에 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서도, 한 장면을 찍자고 무려 40시간 넘게 달리는 고생을 해서도 아니다. 88년 영화를 시작해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이 배우는 한때 연기를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중요한 건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연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추격자>라는 한편의 영화에는 김윤석이라는 배우의 그간의 행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가 ‘야, 4885 너지’ 하고 한마디를 할 때, 온전히 연기 하나로만 쌓아온 그의 숨은 내공이 전달된다. 배우가 다른 모든 것들을 걷어내고 이렇게 연기만으로 충격을 선사하는 건 아이러니
[김윤석] “<타짜>때보다 더 무서워질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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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kg의 살을 뺐다. 사랑에 애타하는 왕의 마음을 느껴보려 꼭꼭 묻어둔 안 좋은 기억까지 끄집어낸 탓에 촬영장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밤에는 숙소에서 악몽을 꾸는 일이 다반사였고 무리한 체중감량으로 촬영장에서 쓰러질 뻔하기도 했다. <쌍화점>을 만난 지 1년, 촬영장에서의 5개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주진모는 자신을 무진장 괴롭혔다. 그런데 괴롭힘의 강도가 커질수록 묘하게도 그에게 쾌감이 왔다. <쌍화점>은 주진모에게 단순히 영화 한편이 아니다. 한때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영화계를 향한, 배우 주진모의 ‘주진모 아직 살아 있다’라는 커다란 외침이다.
-시나리오부터 남다르다는 유하 감독의 작품이다. <쌍화점>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랑> 찍고 있을 때부터 <쌍화점>이 제작된다는 건 이미 충무로의 화제였다. 그때 인성이는 캐스팅 된 상태였는데 나한테 제안이 올 줄은 몰랐다. 책을 보는데 다 읽고 덮고
[주진모] 폭풍전야의 광기 느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