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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렇게 로맨틱한 남자 아니에요.” 거의 모든 인터뷰에서 입버릇처럼 이 말을 내뱉는 그를 만날 수 있다. 그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였던 이라면 알 것이다. 이선균이 슈트와 구두보다는 티셔츠와 운동화를 편하게 여기고, 달달한 눈웃음보다 조금은 무뚝뚝해 보이는 뚱한 표정을 더 자주 짓는다는 걸. 그러나 이러한 항변에도 불구하고 이선균은 사랑스러운 남자다. 주방에서 “이 굼벵이 시키들아!”라고 고래고래 소리질러도(드라마 <파스타>), 짝사랑하는 여자의 집 앞에서 소주에 오징어를 뜯으며 찌질하게 밤을 새워도(영화 <옥희의 영화>), 사랑스러운 남자는 여전히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걸 이선균은 보여준다. 그러니 그가 폭탄 머리에 쩨쩨한 심성의 만화가를 연기한다 해도 걱정할 일은 아니다. 이선균이라는 깔대기를 거치고 나면 결국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되리란 걸 아니까.
<쩨쩨한 로맨스>에서 이선균은 억대 상금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전에 입상하기 위해
[이선균] 뭘 해도 사랑하게 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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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척척박사가 따로 없다. <쩨쩨한 로맨스>에서 최강희가 연기하는 다림은 “모르면서 아는 척, 안 해봤으면서 해본 척”하는 섹스칼럼니스트이다. 연애와 섹스를 글로 배운 까닭이 큰 듯한데, 정작 본인은 이를 크게 괘념치 않는다. 아니, 오히려 뻔뻔하리만치 당당하다. 믿는 구석 하나 없는 주제에 온갖 ‘척’은 다 하는 이 여자, 이상하게도 전혀 얄밉지 않다. 그는 함께 일하는 만화가 정배(이선균)에게 큰소리치다가도 불리하다 싶을 때는 조심스레 그의 눈치를 보거나, 누나 알기를 우습게 아는 잘난 동생 앞에서는 대꾸 한마디 제대로 못한다. 때로는 겁없이 달려들다가도, 또 때로는 “깨갱”거리며 뒷걸음치는 다림의 행동은 마치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같다.
극중 다림은 “에너지가 항상‘업’되어 있는 상태”다. 다소 거친 성격이 특징인 <애자>의 애자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지점이다. “<애자>를 통해 어렵고 힘든 작업일수록 성취감이 크다는 것”을
[최강희] 귀여운, 너무도 귀여운 하룻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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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연인들이 ‘쩨쩨’해졌다.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선균과 최강희가 스크린 속 연인으로 다시 만났다. 성인만화로 공모전 수상을 꿈꾸는 폭탄 머리의 만화가와 동생으로부터의 독립을 바라는 ‘경험 제로’ 섹스칼럼니스트로. <쩨쩨한 로맨스>에서 이들은 마치 긴박한 탁구 경기를 진행하듯 상대방의 말을 맞받아치고, 그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 됐다. 이는 서로에 대한 두 주연배우의 굳건한 신뢰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로맨틱가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면서도 로맨틱코미디의 관습성에 두려움이 컸던 이선균은 <쩨쩨한 로맨스>의 시나리오가 최강희에게 갔다는 말에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고, 술 몇잔만 마셔도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주량이 약했다는 최강희는 이선균이 현장에서 타주는 소맥만큼은 흔쾌히 마셨다고 한다. 다음은 연인보다는 가족 같은, 그러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잃지 않는 <쩨쩨한 로맨스>의 두 남녀 이야기다
[이선균, 최강희] 달콤한 사랑을, 쩨쩨하게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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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였다. 영화 <김종욱 찾기>를 연출한 이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원작자이자 연출자인 장유정 감독이다. 의외라기보다는 우려했던 게 사실이다. 단순한 스토리를 춤과 노래로 채우는 뮤지컬을 영화로 번안할 때 과연 영화 한편 만든 적 없는 감독은 어떤 영화를 만들까.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형제는 용감했다> 등으로 뮤지컬계의 스타 연출자로 자리잡은 그에게는 괜한 무리수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혹시 뮤지컬영화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데 의외였다. 지난 11월24일 언론시사를 통해 공개된 <김종욱 찾기>는 우려와 달리 원작에 크게 기대지 않고 좀더 두터운 캐릭터와 요소들을 채운 영화였다. 그리고 뮤지컬영화가 아니었다. 지난 1년간 무대를 떠났던 장유정 감독은 현재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를 연출하는 ‘연출님’으로 불리고 있다. 연출님이 감독님으로 불리게 된 사연과 그동안의 과정이 궁금했
[장유정] 창작자로서의 호기심,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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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체조선수를 꿈꿨다고 하는데.
=1990년 런던 교외에서 태어나 자랐고 3살부터 10살까지 체조를 했다. 운동을 좋아해서 하교 뒤에 체조 말고 수영, 가라테, 축구도 했다. 6살이 된 뒤에는 드라마나 보컬 연습을 하는 곳에도 갔다. 그러다 10살 때 <톰과 토마스>라는 독일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그 작품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체조선수가 됐을지도 모른다.
-<킥애스: 영웅의 탄생>으로 유명해졌다.
=<존 레논 비긴즈: 노웨어 보이>에 캐스팅됐을 때 <킥애스: 영웅의 탄생>을 찍고 있었다. 미국 영어를 쓰면서 미국식 말투를 배웠고 길에서 연습했다. LA는 영혼이 없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어서 집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다 존 레넌 역으로 캐스팅이 됐는데, 매일 10대 미국 소년을 연기하다가 점심시간이면 유튜브를 통해 존 레넌의 영상과 노래를 들었다.
-존 레넌 역할을 위해 직접 6개월 정도 보컬과 기타 트레이닝을 따로 받았다는
[who are you] 아론 존슨 Aaron Joh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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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CHEZ LA FEMME. 그 여자를 찾아라. 모든 탐정소설의 전제는 이 문구에서 시작된다. <투어리스트>의 시작도 그러했다. 눈부시게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여인이 홀로 기차에 탄 다음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남자에게 접근한다면…. 착각하지 마시길. 그 여자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그 여자는 뭔가 숨기는 게 있거나 당신에게 뭔가 바라는 꿍꿍이가 있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소심한 수학교사 프랭크(조니 뎁)는 연인과 헤어진 상처를 달래기 위해 이탈리아행 기차에 오른다. 그의 앞에 수수께끼 같은 영국 미녀 엘리제(안젤리나 졸리)가 앉고, 그녀는 자신과 함께 베니스에 머무르자고 제안한다. 믿을 수 없는 행운의 연속, 그녀와의 아찔한 키스까지. 그러나 프랭크는 곧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시와 추적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급기야 목숨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 프랭크는 이 기이한 사건의 중심에 엘리제가 연루되어 있고 자신 또한 국제적인 범죄자로 오인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 남자, 조니 뎁과 그 여자, 안젤리나 졸리의 크리스마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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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스 웨이>는 시나리오부터 개봉에 이르기까지 10여년이 걸린 프로젝트다. 그 기간 동안 영화는 규모가 작은 “선댄스용” 액션영화에서 예산이 20배 늘어난 판타지 액션영화로 몸집을 불렸고, ‘사막전사’ 또는 ‘런드리 워리어’로 불리던 제목은 ‘워리어스 웨이’로 바뀌었다. 감독 데뷔작으로 <워리어스 웨이>를 준비해온 이승무 감독에게도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들 법한 유혈낭자극이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피가 싫어지더라. 원래 성질이 급한 편이었는데, <워리어스 웨이>를 만들면서 내 성질대로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더 착해진 것 같다. 아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웃음)” 지난 11월22일, 첫 공개된 <워리어스 웨이>는 전형적이면서도 단순한 서사에 서부극과 무협영화 등 수많은 영화의 이미지를 차용한 결과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 동안 이승무 감독이 고민한 건 자신의 취향과 대중의 시선이
[이승무] 동화처럼, 만화적 인물로 받아들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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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은 최지우. 유명 여배우와 이름이 같다.
=그래서 지우로 활동한다. 우리 학교 여자아이들 중에 지우란 이름이 제일 많다(지우 母: 얘네 세대에선 지우란 이름이 흔하다. 어른 세대의 영숙이 정도 된다).
-예능 프로그램에 꼬마 엄정화, 소녀 강혜정으로 출연했다.
=꼬마 엄정화는 오디션 봤고, <스타킹>은 방송사에서 연락이 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보령 머드축제 머드왕 선발대회에서 1등했는데, 그 방송을 방송작가님이 보신 거 같다.
-제3회 MTM 얼짱끼짱대회에서도 1등했다. 어떤 끼를 지녔나.
=초등학교 3학년 때 국악을 배웠다. 그때는 국악을 전공하려 했었다.
-<이층의 악당> 오디션은 5차까지 이어졌다고.
=극중 성아는 쌍꺼풀이 없어야 하는데 난 쌍꺼풀이 있어서 합격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손재곤 감독이 왜 캐스팅한 것 같나.
=감독님이 콤플렉스를 물어봤다. 그래서 입 튀어나온 게 콤플렉스라고 했는데, 입 튀어나온 걸 좋아하셨다더라.
[who are you] 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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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인 드라마 <반올림>에서 갑작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불특정 다수의 호의가 쏟아지는 일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6년 뒤 <성균관 스캔들>로 비슷한 상황을 다시 맞았어요. 현상은 비슷해도 본인 느낌은 다를 텐데요.
=<반올림> 때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어떻게 대처할지도 몰랐기 때문에 내 것 같지 않았어요. 지금은 소화할 수는 있어요. <반올림> 이후 내게 밀려드는 어떤 현상에 몸둘 바 몰라 하고 휘청거리다 무너지면 안된다, 내가 앞서 나가 단단히 발을 딛고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거든요. <성균관 스캔들>의 결과는 내가 준비하고 기다렸던 만큼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해요.
-<성균관 스캔들>의 걸오 문재신 역을 원한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짐작해요. 일단 대중적 호소력이 있는 캐릭터라는 판단, 그리고 너무 전형적인 역이라 도리어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점. 그동안 걸오처럼 전형
[유아인] 획기적인 소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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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배우의 얼굴에는 시간을 멈추는 권능이 있다. 아주 가끔, 신이 허락하면, 생의 시간을 되돌리기도 한다(그들이 매우 아름답다는 뜻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배우 유아인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반골 걸오 문재신 역을 통해 그런 일을 했다. 성년이 된 자들이 겨우 갈무리해 궤짝에 못질해 넣은 새파란 열망의 시간을 쿵쿵 흔들어 깨웠다. 여자들은 소녀였던 내게 차마 말 걸어보지 못하고 거리에서 스쳐갔을지도 모르는 완전한 소년의 신기루를 보며 안타까움에 떨었다. 어쩌면 유아인이 그리워하도록 들쑤신 시간은 실제로는 우리가 누린 적 없는 청춘의 이데아다.
연예산업의 속성상 대다수 스타가 젊음을 연기하지만, 오늘 진행 중인 나의 청춘을 작품에 부딪쳐 서사와 기계장치만으로는 결코 창조할 수 없는 ‘초원의 빛’을 스크린에 던지는 아이콘은 드물다. 유아인은, 정우성과 류승범이 머물다 간 그 자리에 당도했다. 또한 표현과 삶이 동의어인 세대의 아이인 유아인은, 트위터와 미니홈피를 통
[유아인] 획기적인 소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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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달콤, 살벌한 연인>을 발표할 당시를, 손재곤 감독은 이렇게 회상한다. “‘이게 영화야? 극장에 걸리는 거야?’라는 질문을 스탭들끼리도 할 정도였다.” 당시 10억원이라는 저예산으로 만든 이 ‘정체불명’의 영화는 4월 비수기, 스타파워가 크지 않은 배우 캐스팅이라는 약점에도 코믹, 멜로, 추리가 혼합된 특이한 영화로 입소문을 타며 230만 관객을 모은 화제작이 됐다. 반짝반짝한 감독의 재기가 무르익기까지 4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층의 악당>은 손재곤 감독이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신작이다. 집주인 연주(김혜수)와 그녀의 딸 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세입자. 소설가를 사칭하고 있지만, 창인(한석규)은 20억원 가치를 가진 백자 잔을 찾기 위한 꿍꿍이를 가진 골동품 밀매범이다. 영화는 물건만 찾으면 끝날 것 같은 밀매범의 애초의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연속 해프닝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 해프닝은 상황을 추스르다 결국 웃음이
[손재곤] <서울의 달>의 홍식이가 살았다면, 창인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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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는 최근 극장에서 앞자리에 앉은 관객의 대화를 엿들었다. “저거, 옛날에 한석규가 나왔던 CF 아니야?” 스크린에는 한석규가 아닌 엄기준이 등장해 있었다. 모 이동통신사 광고였다. 스님과 대나무숲을 걷던 도중 그의 스마트폰에 트위터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리고, 엄기준은 ‘한석규의 목소리’로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에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약 12년 전, 한석규가 출연했던 같은 이동통신사 CF의 리메이크다. 그때의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의 대화에서 한석규는 ‘사람들이 광고를 통해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1999년에 <쉬리>를 촬영할 때 찍었어요. 제가 출연한 CF 중에서 베스트를 꼽자면 그거죠. 1탄은 ‘스님’편이었고, 2탄은 ‘연인’편이었는데 그때 장진영이 파트너였어요. 내가 진영이를 바라보면 진영이가 웃는 그런 장면이었는데…. 저한테는 그런 추억이 있었네요. (웃음)” 한석규는 그동안 많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화가 관객
[한석규] 그때 그 악당,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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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3월21일에 태어났다. 강인한 인상과는 거리가 좀 멀고 어딘가 여심을 자극하는 순진한 자태를 지녔다. 외모 중에서는 입술이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영화 <벡>에서는 평범하다 못해 소심하기까지 한 고등학생 코유키로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내 코유키의 진실이 드러난다. 기타 연주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비범함을 갖고 태어난 인물 코유키는 더이상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아니라 무대 위의 영웅이 된다. 21살의 매력 만점의 젊은 배우 사토 다케루가 극중 코유키를 더 싱싱하게 만든다. 사토 다케루는 2006년에 드라마 <프린세스 프린세스 D>로 연기를 시작했고 그 밖의 드라마 <큐토> <블러디 먼데이> <루키즈>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다. 2007년에는 특수촬영물 시리즈 드라마 <가면 라이더 덴 오>에 출연하고 같은 해 동명의 영화 시리즈에서 주연을 맡으며 영화 연기를 시작한다. <벡>이
[who are you] 사토 다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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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게 아주 발라당 까졌다. <페스티발>의 여고생 자혜(백진희)는 자신의 팬티를 팔아 용돈을 마련하고, 운동장을 뛰던 중 걸려온 담임선생님(오달수)의 호출전화에 “아~아~아~”와 같은 숨찬 소리 반, 신음 반을 내며 선생님을 당황스럽게 한다. “자신을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 짝사랑하는 남자 상두(류승범)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그를 넘어오게 하기 위해 자혜는 음료수에 발정을 유도하는 약을 타거나, “나 맛있겠지?”와 같은 노골적인 멘트를 날리는 등 섹시미를 뻔뻔하게 발산한다. 대담하거나 혹은 당돌하거나.
그런데 이 모습, 낯설지 않다.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2009)에서 엄마의 남자친구(박혁권)에게 “아빠? 웃기고 있네. 넌 우리 엄마의 섹스 파트너일 뿐이야”라는 독설을 날리고, 외국인 노동자 카림(마붑 알엄)의 월급을 떼먹은 악덕 사장의 뺨을 후려갈기는 여고생 ‘민서’(백진희)의 기운을 떠올리게 한다. 연약한 체구에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는 당돌한 여고
[백진희] 사랑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