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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작품 다른 모습을 보여도 정재영은 한결같다. 단순히 열심히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필모그래피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민하거나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저 ‘현재’ 맡은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결과는 다른 사람이 판단하면 된다는 주의다. 이런 면모는 일희일비하지 않으려는 성격이 상당 부분 작용하는데, 달리 말하면 ‘연기’를 오랫동안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그런 정재영이 <이끼>의 백발 가득한 노인 천용덕 다음으로 선택한 작품은 역시 강우석 감독의 휴먼드라마 <글러브>다. 극중 정재영이 맡은 캐릭터는 김상남. 그는 스플리터를 주무기로 ‘백이면 백 내야땅볼’을 만드는 한국 최고의 컨트롤 아티스트, 한 프로야구팀의 에이스다. 동시에 여기저기 사고도 많이 치고 다니는 사고뭉치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어떤 사건으로 KBO에게 징계를 받고, 얼떨결에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충주 성심학교 야구단을 맡는다
[정재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믿음직한 선발 투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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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데블>에서 청바지에 운동화만 신었는데도 참 예쁘더라. <라스트 갓파더>에선 드레스 맵시를 뽐낸다.
=내가 리바이스 모델이었다는 거 아나? 1981년 미국에서 태어났고, 뉴욕대학교에 입학해 역사와 사회학을 전공했다. 우연히 패션모델의 길에 들어서게 됐고, 자연스럽게 영화까지 하게 됐다.
-공포영화 <하우스 오브 데블>의 사만다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워즈>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같은 장편으로 조금씩 얼굴을 알렸다. 타이 웨스트 감독의 공포영화 <하우스 오브 데블>은 주연을 맡은 나의 첫 장편영화다. 이 영화 덕에 호러 퀸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내가 비위가 약하다. 그래서 고어, 슬래셔 영화들은 쳐다도 안 봤다. 그런데 타이 웨스트 감독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초기 공포영화나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등을 소개해줬고, 이 영화들을 보면서
[who are you] 조슬린 도나휴 Jocelin Dona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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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름, 박해일에게는 아들이 생겼다. 상상하기 어려운 소식이었다. 그의 해사한 외모가 지닌 연인의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다. 다혈질 백수였던 <괴물>의 남일, 성욕을 사랑으로 포장하지 않은 채 성욕 자체로 드러내는 <연애의 목적>의 유림, 그리고 집 나간 엄마를 찾듯 사라진 연인을 찾아 헤매던 <모던보이>의 해명까지. 돌이켜보면 박해일이 깊은 인상을 남겼던 캐릭터의 대부분이 성장하지 않은 남자였다. 개봉을 앞둔 <심장이 뛴다>에서 연기한 휘도 또한 그들과 같은 계보에 놓일 법한 캐릭터다. 그는 강남의 호스티스를 실어나르는 속칭 ‘콜떼기’로 도시에 기생하는 남자다. 어느 날, 자신을 버렸던 엄마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에게 원망과 죄책감이 동시에 찾아온다. 막연히 엄마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앞설 때, 한 여자가 나타난다. 심장병에 걸린 딸을 살리려는 여자 연희(김윤진)다. 휘도의 엄마가 가진 심장을 딸에게 이식하
[박해일] 청춘의 마지막 무대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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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는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과 김윤석, 하정우의 만남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옌볜에서 서울, 울산, 부산까지 전국을 종횡하며 쫓고 쫓기는 이 거대한 추격전의 중심에는 또 다른 중요 역할이 존재한다. 조성하가 연기하는 버스회사 사장 ‘태원’은 <황해>의 사건을 일으키는 비극의 씨앗이자 <황해>를 읽는 숨은 키워드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정조, <욕망의 불꽃>의 영준에게서 보아왔던 모든 고품격 이미지는 일면에 불과하다. 조성하는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밑바닥까지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연기로 태원을 완성한다. 조성하밖에 할 수 없는 연기, 나홍진 감독은 말한다. “다른 배우들이라면 모두 김윤석 선배처럼 하려고 들었을 거다. 고정관념을 탈피한 배우가 필요했다. 그래서 반드시 조성하여야만 했다.”
-기자시사 당일 아침에 영화가 완성됐다.
=내가 출연한 영화인데 그렇게 긴장될 수가 없었다. 마치 롤러코스터
[조성하] 꽃중년의 가면 벗고, 진짜 나를 보여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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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TV와 잡지에서 더 자주 본 것 같다.
=캘리포니아 청춘드라마 <O.C>와 아이리시 마피아 형제에 대한 <블랙 도넬리스>(The Black Donnellys)에 출연했고, <닥터 하우스>에서는 닥터 레미 해들리를 연기했다. 원래 내 머리색은 <O.C>에 나온 것처럼 금발이다. 하지만 나는 갈색으로 염색하는 게 좋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훨씬 똑똑한 여자로 대하기 때문이다. 금발이던 시절엔 내가 머리를 쓸 줄 안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충격을 받더라. (웃음)
제프 브리지스가 영화에서 28살의 젊은 나이로 당신과 연기하는 걸 보니 기분이 어떻던가.
=내가 꿈꾸는 영화는 이런 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줄리 크리스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메릴 스트립을 모두 캐스팅해서 얼굴을 젊은 시절로 되돌린 10대 코미디. 물론 인류 역사상 가장 제작비가 비싼 10대 코미디가 되겠지만. (웃음)
-존 파브로의 <카우보이와 에일리언>,
[who are you] 올리비아 와일드 Olivia Wi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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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밀크’의 멤버였다. 어떻게 연기자가 됐나.
=밀크로 활동할 때도 꼭 가수만 하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다. 가수 활동이 끝나고 영화예술학과(세종대학교)에 진학해 연극도 하고 단편영화도 찍었는데, 그때 윤성호 감독님을 알게 됐다. 감독님의 영상원 졸업작품 <졸업영화>에 배우로 출연했고 그 인연으로 인디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출연제의를 받았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찍기 전에 크게 아팠다고 들었다.
=1년 전 이맘때였을 거다. 폐 늑막염에 걸렸는데, 거의 죽을 뻔했다. 입원해 있는데 윤성호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다. 재밌는 작품을 할 거 같은데, 같이 하자고. 연기는 이게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한번 해봤는데 정말 재미있게 찍었다. 연기에 대한 감을 조금 잡았다고 할까.
-윤성호 감독의 차기작 <도약선생>에서 아이돌을 꿈꾸는 전직 육상선수 출신 소녀를 연기한다.
=감독님이 운동 좀 할 줄 아냐고 하기에 “저
[who are you] 박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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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의 말버릇 중 하나는 가까운 대상을 3인칭화하는 거다. 친형을 그 형이라 표현하고, 자신의 출연작을 꼭 남의 영화처럼 말한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4살배기 아들 칭찬도 웬만해선 하지 않는, 객관적인 사람이다. 배 아파 낳은 건 아니지만 수개월 고생하며 찍은 영화를 냉정히 평가하는 모습은 마치 배우가 아닌 연출가 같다. 길게 늘어지는 에피소드가 편집에서 잘리자 “난 잘릴 줄 알았다”고 말하고, 초반에 힘이 달리는 코미디에 대해서는 “관객이 초반 10분 정도 적응하기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길게 적응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해 영화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차기작 <챔프>에 대해선 “전형적인 상업영화”라 말하길 서슴지 않는다. 차태현은 의외로 주관이 뚜렷하지만 감정은 에둘러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차태현은 조금씩 제 영역을 확보해갔다. 흥행에선 계속해서 쓴맛을 봤지만 1년에서 1년 반마다 꾸준히 작품에 출연했다. 시나리오도
[차태현] 아낌없이 주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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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없게 말했나?” 김명준 미디액트 소장은 인터뷰가 끝나자 너무 딱딱하게 답변한 것 같다면서 대신 걱정한다. “그럼 재밌게 하지 그랬어요!”라는 스탭들의 이구동성 타박을 들어서인지 그의 자책은 점심을 먹기로 한 식당에서도 계속이다. 사실 올 한해 복장 터지는 사건들을 연달아 감수해야 했던 그가 여유롭게 농담을 꺼낼 것이라고 예상하지도 않았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비상식적인 공모에서 탈락한 올해 1월,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는 8년 동안 공들여 쌓아올린 광화문의 둥지를 등져야 했다. 회원들의 지지와 격려 속에 “나라가 안 하면 우리가 한다”며 상암동에 새 아지트를 마련한 지 6개월. 독립군의 심정으로 고군분투를 시작했으나, 모두를 위해 택한 가시밭길은 만만치 않다. 공적 지원 대신 구성원들의 희생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액트의 기형적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김명준 소장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머리가 복잡해졌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들었다.
=여기저기 많
[김명준] 포기는 없다. 계속 시도하고 부딪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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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드라마 <매직키드마수리> 출연 당시 또래 사이에서 엄청난 스타였다.
=연기가 너무 좋은데, 마냥 편하게 생각하다보니 그냥 습관적으로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열세살 때 처음 그런 생각을 했고, 열다섯살 때 연기를 쉬기로 결정했다. 그전엔 몰랐던 사소한 일상을 맘껏 즐겼다. 앞으로 연기하는 데 필요한 보물을 많이 축적해놓은 기분이다.
-<살인의 추억> 엔딩신에서 송강호와 대화하는 소녀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봉준호 감독님이 촬영분을 보여주시면서 “말할 때 눈썹 움직이지 말아봐”라고 하시는데, 깜짝 놀랐다. 나한테 그런 버릇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고, 누구도 그걸 지적해준 사람이 없었다. 원래 엔딩신은 지금 엔딩신과 달랐다. 봉 감독님이 현장에서 송강호 선배와 함께 계속 상의하더니 결국 송강호 선배가 카메라를 쳐다보는 걸로 바꿨다. 그 장면을 카메라 뒤에 서서 지켜봤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배우의 전부가 아니구나, 이렇게 소통하면서
[who are you] 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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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머리에 수척한 인상의 남자가 스튜디오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수십번의 인터뷰를 겪어내며 이제는 익숙할 법도 한 스튜디오를 둘러보는 모습이 새삼스럽게 낯설어 보인다. 하정우는 아직 배우 하정우보다 <황해>의 구남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런 그를 이해해야 한다. 2009년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하정우는 촬영현장에 머물며 구남 그 자체로 살았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 구남의 까칠한 얼굴과 수염과 짧은 머리”가 보였고, 생존을 위해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는 옌볜 조선족 구남의 애처로운 정서와 짙은 피로는 그대로 하정우의 것이 되었다. “어떤 작품을 할 때마다 여기는 영화현장이고 이것은 비현실이라고 늘 생각하지만, 유독 <황해>는 그 경계선이 모호했다. 그냥 <황해> 속에서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서쪽의 혼탁하고 모진 바다는 그곳에 몸담았던 배우를 여전히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황해>라는
[하정우] 내안에 또 다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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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가까이 고생해서 그런지 발이 쉽게 안 떨어졌다. 마음 상태가….” 자신이 연기한 ‘면가’의 분량을 다 찍자마자 김윤석은 스탭들의 축하 인사를 뒤로하고 <황해> 현장을 떠났다. 시간이 잠깐 지났을까, 그는 현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맥주 5캔을 담은 비닐봉지를 한손에 들고. 모니터 앞에 앉아 상대 배우인 하정우가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김윤석은 맥주 3캔을 연거푸 마신 뒤에야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 촬영이 끝나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김윤석의 마음은 “허무했다”고. 어쩌면 김윤석에게 ‘면가’는 쉽게 떨쳐낼 수 없을 정도로 징글징글한 인물이었는지도 모른다.
‘만주에서 개타고 말장사하는 시절’만큼 면가에게 어울리는 말도 없다. 면가의 주 무대는 중국 옌볜. 아래로는 북한 압록강, 오른쪽으로는 러시아의 하얼빈 등, 두 국가의 경계 지역인 이곳은 “술집에서 눈만 잘못 마주쳐도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드는, 그야말로 전시 상황, 무질서의 공간”이다. 공존보다는 생존이 우선시
[김윤석] 이런 캐릭터라면 죽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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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들이 다시 달린다. <황해>는 2008년 최고의 화제작이자 데뷔작이었던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과 배우 김윤석, 하정우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하반기 최고 기대작이다. ‘추격자’였던 김윤석은 돈을 쫓고 사람을 쫓는 조선족 살인청부업자 면가로, ‘도망자’ 하정우는 빚을 갚기 위해 살인청부 제의를 받아들였으나 더욱 거대한 사건에 휘말려 추격당하는 옌볜의 택시기사 구남으로 돌아왔다. 추격자와 도망자의 구도가 겹친다고 <황해>를 오해해선 안된다. <추격자>가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템포감이 인상적인 야무진 장르영화였다면 한국 전역과 중국 하얼빈을 아우르며 한 남자(구남)가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조명하는 <황해>는 좀더 깊고 진한 남자들의 이야기다.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이 지독한 영화에 중독되어 있던 두 배우를 만났다.
[김윤석, 하정우] 지독한 영화에 빠진 두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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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다. 라이언 레이놀스가 할리우드의 가장 촉망받는 남자배우이자 타블로이드가 쫓아다니는 슈퍼스타가 된 건 미스터리다. 그게 왜 놀랍냐고? 지금 가장 몸값 비싼 주연급 스타들을 열거해보자. 그들 대부분은 20대의 청춘에 이미 스타가 됐다. 톰 크루즈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역 시절부터 스타였다. 멧 데이먼 역시 이른 이십대에 스타가 됐다. 30대에 스타가 된 남자들은 대부분 수입된 스타들이거나(러셀 크로나 휴 잭맨, 휴 그랜트 같은 남자들), 할리우드로 진출한 TV스타다(그렇다, 조지 클루니). 10대 아역으로 출발한 라이언 레이놀스는 지금 서른다섯살이다. 대체 20대와 30대 초반의 그는 뭘 했단 말인가.
레이놀스의 과거를 추적해보자. 그가 처음으로 블록버스터에 주요한 ‘조연’으로 출연한 <블레이드3>(2004) 이전의 경력 말이다. IMDb를 뒤져보면 <블레이드3>와 같은 해 출연한 <해롤드와 쿠마>에서 남자 간호사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라이언 레이놀즈] 완벽히 새로운 스타일의 할리우드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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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이 테헤란로의 마천루를 누비는 게 가능할까? 장동찬 청풍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은 먼저 해외 영화인들을 위한 세금 제도와 인센티브 시스템 등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내에서 외국영화의 로케이션 유치를 위해서는 그들에게 매력적일 만한 상품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장동찬 운영위원장은 전세계 영상위원회의 국제 네트워크인 세계영상위원회(Association of Film Commissioners International, AFCI)의 12명의 이사 중 한 사람이다. 59개국 369개 영상위원회가 회원으로 가입해 회원간의 영화 및 TV프로그램 로케이션 유치활동을 조율하는 이 기구에서 그는 지난 2008년, 유일한 아시아인 이사로 선정된 다음, 2년 뒤인 지난 11월2일 재선됐다. 세계영상위원회의 구체적인 활동, 그리고 해외의 영상위원회들이 자국 로케이션 유치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세계영상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가.
=영상위원회간의 국제 네
[장동찬] 외화 로케이션 유치하려면 세제 정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