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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원빈이어야 했을까. <아저씨>를 보기 전, 원빈의 캐스팅은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액션을 따지자면, 그는 크게 검증되지 않은 배우이며, 누군가를 지켜내기보단 보호받아야 할 감성적인 캐릭터에 어울렸다. 그를 캐스팅한 이정범 감독 역시, “처음에는 원빈의 액션 연기에 우려를 표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아저씨>는 이 모든 기우를 뒤집는 배우 원빈의 반론이다. 섣부른 변신은 필요없었다. 배우 본연의 강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활용하는 것만으로, 최상의 결과는 내포되어 있었다.
호칭이 사람을 규정한다면, ‘아저씨’만큼 원빈을 규정하는 데서 벗어나는 단어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은 숱한 이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아저씨로 불린다. 그는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가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괜찮은 아저씨’이며, 소녀의 엄마가 한번 연애질해도 좋겠다고 대놓고 농을 거는 ‘얼굴 반반한 아저씨’다. 마약을 빼돌린 엄마 때문에 마약
[원빈] 완벽하게 강력해진 이 남자의 아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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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영국에서 태어났다고 들었다.
=1977년 9월15일에 런던 해머스미스에서 태어났다. 원래 이름은 에드워드 토머스 하디다.
-연기를 좀 늦게 시작했나보다.
=1998년 런던의 드라마센터에서 연극을 시작했다. 앤서니 홉킨스가 내 선생님이었다. 2003년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 어워드에서 최우수 신인상을, 2004년 로렌스 올리비에 시어터 어워드에서는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그 동네에서는 아주 유망한 샛별이었다는 소리다.
-그래. 잘 알겠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별로 본 기억이 없다.
=2001년에 2차대전을 다룬 TV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존 자노벡 일병 역할을 맡았다. 10부에서 교통사고로 죽는 역할이었는데 기억나나? 잘 찾아보면 <블랙 호크 다운>과 <마리 앙투아네트>에서도 날 발견할 수 있다. 내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스타트랙 10: 네메시스>에서 피카드 선장과 맞붙는 악역 ‘신존 집정관’이다. 내 액션피겨도
[who are you] 톰 하디 (Tom H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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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의 이병헌을 두고 김지운 감독은 알랭 드롱을 닮았다고 했다. 장르영화 속, 이병헌의 마스크는 그만큼 강렬하고 또렷하다.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에서 배우 이병헌은 악에 몰려, 결국 스스로 악인이기를 택한 남자의 고통에 찬 얼굴을 보여준다. 얼음같이 차가운 냉랭함과 불같이 끓어오르는 뜨거운 분노의 크로스오버. 극한의 두 얼굴을 번갈아 쓰면서 배우 이병헌의 세포 마디마디 또한 쉬지않고 꿈틀거렸을 것이다. 오랜만에 충무로에 귀환한 배우 이병헌의 심경을 들어보았다.
이병헌을 만나기 전 미션이 주어진다면, 아마 그건 ‘그의 치밀한 머릿속을 헤집어보라!’일 것이다. 한류와 할리우드 진출, 대중영화와 작가주의영화를 손오공 구름 타듯 넘나들고 있는 그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데뷔한 지 20년 된 이 배우를 더이상 수식할 말이 없어진다. 누구나 그가 정점의 순간에 섰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자신만의 이상을 향해 사뿐히 한발을 더 올려놓을 줄 아는 명석
[이병헌] 질주, 그 남자의 어쩔 수 없는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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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공이 뭐하는 곳이지?”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김연호 대표와의 만남을 주변 사람들에게 슬쩍 흘렸더니 돌아온 반응들이다. 올해 무려 10주년을 맞은 기관이지만,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아이공’이란 이름은 다소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아이공은 국내에 바버라 해머, 샹탈 애커먼, 마야 데런 등 여성주의 감독들의 영화를 처음으로 소개한 기관이라고. 서울국제영화제(국제디지털영화제), 레스페스트디지털영화제 등 디지털을 화두로 내세운 영화제들이 명멸하는 가운데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이란 이름의 영화제를 올해까지 무난하게 주관해온 단체라고. 한국의 척박한 대안영상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한 이 단체를 10여년간 혈혈단신으로 이끌어온 김연호 대표를 만났다.
-최근 오노 요코 기획전이 잘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아쉽다. 극장에 한달을 채 못 걸었거든. 지금 생각하면 상영 날짜를 좀 넉넉히 잡을걸 그랬다. 영화마다 배급사가 달라서
<김연호> ‘독립영화’만으론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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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死 두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이하 <고사2>)의 시나리오를 티아라 멤버들이 모두 함께 받았다고 들었다.
=그렇다. 우린 그게 오디션인 줄 모르고 장난스럽게 대사 리딩을 했는데, 사장님이 그 모습을 보시고 나를 캐스팅하셨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가수로 데뷔했지만, 원래 연기자를 꿈꿨다고.
=맞다. 어렸을 때 TV에서 최진실 선배님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보았다. 제목은 기억 안 나고, 엄청나게 펑펑 울고 계셨는데…. 그걸 보고 나도 울고 엄마도 울었다. TV 속 사람이 TV 밖 사람의 감정을 흔들고 울리다니! 나도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연기 학원도 다녔는데 우연히 길거리 캐스팅이 됐고, 가수로 데뷔하게 됐다.
-<공부의 신>의 나현정 역에 이어 또다시 고등학생 역할이다.
=교복 입고 또래 친구들과 함께 촬영하는 게 정말 좋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소속사 활동을 해 학창 시절이 거의 없었고 친구도 많이 못 사귀었다. 그래
[who are you] 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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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끼>의 명장면 중 하나는 이장(정재영)의 오른팔 덕천(유해진)이 유해국(박해일)과 박민욱 검사(유준상)를 찾아가 이장의 비리를 무엇엔가 홀린 듯 쏟아내는 장면이다. 원작 만화에선 눈알이 뒤집히고 입에 거품 물고 쓰러지는 덕천의 모습이 섬뜩하게 묘사된다. 만화이기에 가능한 묘사일 거라 생각했는데 유해진은 만화보다 더 폭발력있게 장면을 그려낸다. 두고두고 회자될 유해진의 명장면이 아닐까 싶다. 유해진도 알고 있다. “그 장면이 배우한테 흔하게 오는 기회는 아니거든요. 그 신이 저한테 왔다는 게 복인 것 같아요.”
만화 <이끼>를 무척 재밌게 읽었다는 유해진은 마침 강우석 감독이 <이끼>를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무슨 역이든 괜찮으니 저 좀 뭐 하나 시켜주십시오.” 그리고 유해진은 덕천이라는 인물을 받아든다. 원작에서 덕천은 약의 힘에 기대 어릴 적 트라우마를 지우려 하는, 우울하지만 조금은 모자란 캐릭터다. 영화로 옮겨오면서 덕
[유해진] 나는 나를 채찍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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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와 악녀. 할리우드 자선활동의 선구자이자 아버지와 의절한 당돌한 여자. 여섯 아이의 엄마와 한 커플을 파경에 이르게 한 것으로 의심받는 팜므파탈. 이것이 바로 잘 알려진 안젤리나 졸리의 두 얼굴이다. 2008년 9월, 졸리는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실종된 아이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 극한의 모성을 보여줬던 <체인질링>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었고, 그녀의 곁에는 갓 태어난 쌍둥이 두명이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으니까. 그러나 잠옷 바람으로 가볍게 훑어본 시나리오 한편이 졸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러시아 스파이로 오인받는 여자 CIA 요원이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 고군분투한다. 그 여자는 12층 빌딩의 외벽을 기어오를 줄 알아야 하며, 다리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려야 하고, 20층 높이의 외길 위를 맨발로 걸어야 한다. 시나리오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안젤리나 졸리는 당장 출연을 결정했다. <솔트>의 시나리오가 잠자고 있던 악녀의 아드레날린을 일깨우는 순간이었다.
[안젤리나 졸리] ‘유혹’의 그림자를 지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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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 노부히로 감독의 촉수는 늘 관계를 향해 있다. 부티크에서 일하는 여자와 매사가 잘 안 풀리는 남자의 동거생활을 통해 일상의 미묘한 균열을 포착했고(<M/Other>(1999)), 히로시마라는 도시와 감독의 내면의 관계가 충돌하면서 파생되는 감정을 다루기도 했다(<응시 혹은 2002년 히로시마>(2000), <H스토리>(2001)). <퍼펙트 커플>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유키와 니나> 역시 ‘타인과의 관계’를 다룬 영화다. 어른들의 세계를 그린 전작과 달리 처음으로 아이들의 세계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그리고 배우 이폴리트 지라르도와 함께 공동연출한 것도 차이라면 차이다. 영화는 부모가 이혼하면서 절친 니나(아리엘 무텔)와 헤어지게 된 유키(노에 삼피)의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간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개막작인 <유키와 니나>는 일본 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가 꼽은 ‘2009년 올해의 영화 베스트5’에 선
“리얼리티를, 인물과 사회의 관계를 다시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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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름은.
=아독. 판타지 소설 주인공 이름이라는데 내 입장에선 ‘나’ (我)는 ‘개’(dog)다, 라는 의미로 쓰고 있다.
-극중 형제로 나오는 먹보와 도도는 어디 있나.
=주인 만나 잘 살고 있다. 그런데 먹보와 도도와 장군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장군이도 우리 3형제가 돌아가면서 연기했다. 다른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독특한 트리플 캐스팅이다.
=신생견은 잠이 많다. 애들도 그렇지 않나. 당시 우린 태어난 지 한달이 조금 넘었다. 하지만 마음이 역할을 맡은 달이 선배와 다른 인간 배우들 스케줄 때문에 우리 촬영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자고 있음 깨우고, 좀 놀려고 하면 재우고. 체력이 바닥날까 걱정돼서 결국 제작진이 트리플 캐스팅 하도록 유도했다.
-2달 반 동안 촬영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때는.
=나는 보충촬영을 주로 한 6조 강아지다. 내 발 앞에서 까불고 있는 녀석들은 마케팅을 위한 7조 강아지들이다. 세 마리의 강아지 캐릭터 연기를 완성하기 위해 모두 2
[who are you] 장군 역할의 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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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날아라 펭귄> 가운데 한편이라도 본 관객이라면 능히 짐작할 것이다. 임순례 감독은 경쟁사회가 뒤돌아보지 않는 패자와 약자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고통에 예민하게 감응하는 그녀가 인간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익을 대변할 목소리조차 갖지 못하는 동물 복지에 마음을 기울이고, 풀 한 포기와 꽃 한 송이로부터 쉽사리 눈길을 돌리지 못하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어떤 존재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조건은, 이성적으로 사고할 능력 혹은 대화를 나눌 능력의 여부가 아니라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1년째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KARA Korea Animal Rights Advocates)의 대표로 일하고 있는 임순례 감독에게도 동물의 권리 보호는 감정적인 ‘애호’의 문제를 넘어 세상에 존재하는 부당한 억압과 착취의 일부에
[임순례] 인권과 생명권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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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숙소에서 촬영장까지 30분 정도 걸렸다. 왕복 2차선 한쪽으로는 물이 흐르고 다른 한쪽에는 숲이 우거졌다. 굽이굽이 그 길 따라 30분 정도 달리면 좌회전하는 지점이 나온다. 일방통행, 흙밖에 없는 언덕을 10분 정도 더 달리니 <이끼> 촬영장이 나왔다. 마을 전체를 굽어보는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천용덕 이장의 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매일 그 길을 가는 기분이 그렇게 상쾌하고 경쾌하지만은 않았다. (웃음)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기분이었다. 해국이라는 역할과 나의 상황이 어느 정도 비슷했던, 굉장히 전투적인 촬영이었다.”
“<이끼>가 미쳐버릴 정도로 힘들었다”는 건 엄살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육체적 고통이 극심했다. 촬영 들어가기 직전, 신종플루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 박해일은 평소 잘 걸리지 않던 독감 기운을 느꼈다. 혹시나 해서 검사를 받아봤지만 신종플루는 아니었다. 안심했지만, 바로 직후 첫 번째 촬영부터 난관의 연속이
[박해일] 이 남자의 발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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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끼>의 첫날 촬영은 유준상의 몫이었다. “유해국! 당장 그곳에서 나와!” 극중 박민욱(유준상)이 유해국(박해일)의 위험을 전화상으로 직감하고 나서 어서 자리를 빠져나오라며 긴급하게 외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장면의 연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첫 촬영의 부담감 때문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떨쳐버리면 그만이다. 그보다는 시나리오 없이 시작한 영화이다 보니 상대의 뭐가 위험한지 제대로 알 길이 없었다. “아니, 그러니까 무슨 상황인지 알아야 나오라고 하지? (웃음).” 지금은 즐거운 첫날의 추억이 됐다.
<이끼>에서 유준상이 연기하는 박민욱의 자리는 중심보다는 외곽에 있다. 그는 검사다. 영화의 주요 인물 중 유일하게 주무대가 되는 마을에 함께 살지 않는 인물인데, 그럼에도 유해국과 과거에 얽힌 어떤 인연(?)으로 이 소용돌이 속에 뛰어들게 된다. 곤경에 빠진 유해국이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사람으로 영화 내내 간간이 등장하다가 후반부에 가서
[유준상] 코미디부터 강인함까지, 홍상수부터 강우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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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은 지금 불안하다. 개봉을 앞둔 배우라면 누가 불안하지 않겠냐만 그가 처음으로 한 노역이었고 분장의 이물감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쩌면 막연한 노파심.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걱정. “다행히 본 사람들은 신경 쓸 만큼 티가 나지 않는다더라. 그래도 촬영 내내 강박관념 때문인지 영화를 볼 때도 내 모습만 살폈다. 이장의 캐릭터를 이해하기보다 완벽한 노역을 연기해야 한다는 게 더 큰 짐이었다.” 걱정이 촬영 때만 있었던 건 아닐 거다. <이끼>의 원작을 사랑한 팬들은 그의 캐스팅을 우려했다. 본인도 생각지 못한 배역이었다. 노역은 어떻게 한다고 해도,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가 싫어하는 부류의 얼굴들을 총집합시켰다는 이장 천용덕의 얼굴은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당황했다. 해낼 자신이 없었다.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다. 극중에서 ‘두려움이 나를 구한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렇지 않더라. 두려움은 두려움이다. (웃음)” 어쨌든 그는 피부의 숨통을 막는 분장을 반복했다. 그
[정재영] 인간적인 틈, 정재영식 리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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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끼>가 강우석의 전작과 다르다고 할 때, 그건 예상치 못한 원작과의 만남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배우들의 면면일 것이다. 박해일이 한국영화가 그려온 일반적인 남성성과는 거리가 먼 남자들을 연기해왔다면(특히 강우석의 남자들과는 거리가 더 먼 남자들이다), 유준상은 TV드라마와 뮤지컬, 홍상수 감독의 영화까지 다채로운 선택을 했던 배우다. 비교적 강우석과 자주 조우했던 정재영은 언제나 명확함을 기치로 내건 그의 영화를 좀더 미묘하게 만드는 지점에서 연기했다. <이끼>에 한데 모인 이들의 힘줄과 핏줄은 원작뿐만 아니라 강우석의 영화와도 다른 색깔의 결을 새겨놓는다. 의외의 만남에서 얻은 그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정재영, 유준상, 박해일] 배우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