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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은 말을 길게 하는 편이 아니다. 툭툭 던지듯, 가끔 깜짝 놀랄 정도로 솔직한 답변이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오곤 했다. “입으로만 얘기하는 거 싫어한다. 공식 인터뷰라고 해서 입에 발린 홍보만 하면, 요즘 관객은 다 똑똑해서 어차피 곧 알게 되니까.” 그는 “진심을 담아서 안 하면 불편하다”고도 했다. 그런 면에서 <적과의 동침>을 함께 만든 배우들과 박건용 감독 등 제작진에 대해서 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10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힘들게, 공들여 찍은 <적과의 동침>을 아직 보지 못한 그 역시 빨리 영화가 보고 싶다고 했다.
충청남도 석정리에서 벌어진 실화. 한국전쟁 당시 석정리의 한 마을에 입성한 인민군을 마을 사람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인민군들 역시 마을 사람을 형, 누나처럼 따르며 정을 쌓았다고 한다. 연합군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급변해 결국 북으로 후퇴해야만 했을 때, 어린 인민군들은 “이곳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김주혁] 감성, 이상, 직관 연기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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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30일, 김의석 영진위 위원장 직무대리가 영화진흥위원회의 새 수장으로 정식 취임했다. 영화계는 현 정부에서 세 번째로 임명장을 받은 그를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임기를 채우지 못했던 두 전임 위원장이 대학교수 출신이었다면, 김의석 위원장은 <결혼이야기> <청풍명월>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 출신인 만큼 지난 4기 영진위가 소홀했던 영화계와의 소통관계를 다시 정상화시킬 것이란 기대다. 또한 정치적 공방과 심사과정에서 빚어진 논란으로 긴급기자회견을 거듭했던 때와 달리, 영진위의 항로를 안정화해줄 것이란 예감도 있다. 무엇보다 지난 3년간 표류해온 영진위의 영화진흥정책을 정상화시킬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한 개인에 대한 기대가 그가 놓인 상황에 대한 우려까지 뛰어넘는 건 아니다. 지난 영진위에서 목격한 것은 전임 위원장들의 실책뿐만이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기침에 몸살을 앓는 영진위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영진위의 바깥에서 볼 때
[김의석] 이젠 영화계와 소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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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여배우라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 몇 가지가 있다. 물론 ‘여배우 십계명’ 같은 것이 서류로 만들어진 적은 없다만, 그래도 몇 가지 금기를 늘어놔보자. 첫째, 오스카 수상작이 될 법한 진지한 영화와 싸구려 액션, 코미디를 동시에 촬영하지 말라. <몬스터 볼>로 오스카를 받은 해 본드걸이 된 할리 베리, 오스카와 골든라즈베리를 같은 해 수상한 샌드라 불럭을 생각해보시라. 둘째, 남편이 연출한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다. <컷스로트 아일랜드>로 함께 지옥에 떨어진 뒤 결국 이혼과 경력의 부침을 겪었던 지나 데이비스를 한번 떠올려보시라. 사랑에 빠지면 원래 금인지 똥인지 구분하기 힘든 법이다. 셋째, 그리고 궁극적으로, 라스 폰 트리에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다.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를 정치적으로 깐깐하게, 공정한 여성주의자의 입장에서 정리해보자. <어둠 속의 댄서>는 눈이 점점 멀어가는데다 저지르지 않은 죄 때문에 교수형 당하는 여자 이야기다. &
[샬롯 갱스부르]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롤러코스터의 삶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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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번째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가 탄생했다. 팀 버튼의 뮤즈로 주목받은 지 근 2년. 미아 와시코스카의 필모그래피는 이번에도 ‘점프’ 수준이다. 나이에 비해 성숙한 눈빛, 수식이 없는 악센트, 귀족적인 마스크, 완벽에 가까운 비율의 몸매…. 와시코스카를 할리우드 캐스팅의 핵심에 서게 한 무수한 근거. 와시코스카는 그 근거들을 새로운 ‘제인’에게 적용시킨다.
“무조건 와시코스카를 캐스팅할 것!” <레스틀레스>로 먼저 미아 와시코스카와 작업한 구스 반 산트가 그녀를 담보하고 나섰다. 영화, 드라마 통틀어 27번째 <제인 에어>. 1914년 존 찰스 감독이 영화화한 이후 족히 5년에 한번씩은 새로운 제인이 탄생했다. 거쳐간 여배우의 수만큼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는 역할이었다. ‘제인’을 연기할 배우를 물색하지 못해 고민하던 캐리 후쿠나가 감독은 구스 반 산트의 조언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정략결혼을 하기 싫어 안달했던 팀 버튼의 ‘앨리스’(<앨리스 인 원더랜
[미아 와시코우스카] 고딕 러브스토리 속 소녀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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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봤어요? 발가벗겨진 느낌인데.” <나는 아빠다>의 기술시사 직후 만난 김승우. 김승우는 “(기자가) 영화 안 보고 인터뷰해야 잘난 척도 좀 하지”라며 웃어젖힌다. 그의 호탕한 웃음에는 초조함도 묻어 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대뜸 “영화 어떻게 봤냐”고, 궁금해서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몇번이고 물어본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아빠다>의 비리 형사 종식은 그동안 김승우가 감춰왔던 얼굴이다. 딸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산 사람도 장기밀매 조직에 팔아넘기는 무지막지한 종식을 떠안고 김승우는 지난여름 끙끙댔다. 탈을 수시로 바꾸는 것이 배우의 업이라지만, 일상에선 더없이 좋은 아빠인 김승우에게 ‘나쁜 아빠’ 종식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는 도전이었을 것이다. 딸에게서 아빠라는 말을 단 한번도 듣지 못하고, 자신 때문에 딸을 잃은 상만(손병호)의 복수를 감내해야 하는, ‘나쁜 아빠’ 종식을 만났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랑 <해변
[김승우] 욕심은 없다, 승부욕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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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를 간단히 부탁한다.
=이름 이민지, 스물네살, 수원대 연극영화학부 연기전공이다.
-연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원래 수영을 꽤 오래 배웠기 때문에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체대를 가라고 권했다. <짐승의 끝> 찍을 때도 조성희 감독님이 어깨 넓다고 매번 놀리셨다. (웃음) 나도 막연히 그럴까 했는데 중학생 때 단체로 연극 관람을 한 다음 생각이 달라졌다. 고등학생 때 명동 YWCA의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다. 집이 부천인데, 부천과 명동을 왔다갔다 하면서도 힘든 줄 몰랐다. 취미가 전공이 되어버린 셈이다.
-<짐승의 끝>을 찍기 전에 조성희 감독에 대해 들은 얘기가 있었나.
=전혀 몰랐다. 필름메이커스 사이트에 올린 내 프로필 사진을 보고 연락 주셔서 만났을 때, <남매의 집> DVD를 주셔서 처음 봤다. 깜짝 놀랐다. ‘이분, 장난 아니네’ 하는 생각이 들더라.
-박해일, 유승목, 박세종 등 출연진 모두 대단한 포스를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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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이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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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티아라 지연의 표정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전혀 거리낄 것 없이 긴 팔다리를 유연하게 조절했다. ‘일한다’는 느낌보다 즐긴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동안 드라마 <혼> <정글피쉬2>, 영화 <고死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등에서의 무겁고 서늘한 이미지와는 딴판이었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건 막상 마주앉고 나니 이 소녀의 목소리, 상당히 저음이다. 그 부조화가 흥미로웠다. “<노미오와 줄리엣>에서 내가 맡은 줄리엣은 호기심도 많고 털털한 말괄량이다. 근데 내 목소리가 워낙 저음이다. 하필 녹음 무렵 감기까지 걸려 더 허스키한 코맹맹이 소리가 나왔다. 게다가 일정상 내가 맨 먼저 녹음에 들어갔다. 상대배우의 리액션을 들어볼 겨를도 없이 내 감정대로만 끌고 가야 하니까 조심스러웠다.”
연약하고 곧 부서질 것 같은 외모에 깜빡 속을 뻔했다. 티아라 멤버 중에서도 가장 어린 19살, 하지만 또래와는 완전히 상반된 현
[지연] 열정, 행운보다 믿음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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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표지 촬영 직전, 엠블랙의 이준은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일본 지진 기금 마련 생방송을 마치고 부리나케 달려온 그는 예전 <닌자 어쌔신>과 관련해 <씨네21>과 인터뷰할 때에도 신종플루에 걸려 고생했다더니, 이번에도 다소 핼쑥한 얼굴로 밭은 기침을 했다. 그러나 <노미오와 줄리엣> 목소리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자,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얼굴이 밝아지니 기침도 잦아들었다. 신기했다. “목소리만으로 연기해야 하니까, 내 연기에 따라 재미있고 없고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정말 잘하고 싶었다.” 준비하는 동안에도 “지방 출장 다녀오듯 해외를 일주일에 두세번씩 왔다갔다 하면서” 비행기 안에서 혼자 중얼중얼 읽었다. 엄청 웃기면서도 과장된 연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관계자마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여러 톤을 성실하게 준비했다. 녹음 당일엔 사실적인 톤을 요구하는 연출자 앞에서 “그림상으론 귀엽지만 카리스마있는 친구
[이준] 진심, 신비주의보다 값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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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가’와 ‘블루가’의 격렬한 싸움 사이로 한 떨기 장미꽃 같은 사랑이 피어오른다. 노미오와 줄리엣의 러브 스토리가 3등신 인형들의 아기자기한 모험담으로 재탄생했다. <슈렉2> 감독인 켈리 애스버리의 신작 3D애니메이션 <노미오와 줄리엣>의 밝은 기운을 전달하는 이들은 아이돌 스타다. ‘엠블랙’의 이준과 ‘티아라’의 지연. “많은 가수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 다른 분위기의 곡을 잘 못 받아들이는데, 이준은 감정이 풍부해서 R&B든 댄스든 곡에 잘 섞여든다.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정글피쉬2>나 <닌자 어쌔신> 찍을 때 남들이 칭찬해도 본인이 만족하지 못하면 그걸 되새김질하면서 수없이 재촬영을 요구했다. 열정이 남다르다.” “지연이는 정말 습득력이 빠르다. 설날 특집 프로그램에서 마이클 잭슨 춤을 춰야 한다고 하면 그 바쁜 와중에 안무를 몇번 보고는 완벽하게 소화한다. 드라마 대본이 들어오면 엄청나게 꼼꼼하게 보면서
[이준, 지연] 아직 못해본 게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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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녀유혼> 리메이크작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장국영과 왕조현의 슬픈 사랑으로 기억되는 <천녀유혼>은 <영웅본색>이나 <천장지구>만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신조협려 2006>(TV)을 비롯해 <포비든 킹덤: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2008)를 통해 ‘여신’으로 떠올랐던 유역비가 왕조현이 연기한 섭소천으로 변신하고, 첸카이거의 <매란방>(2008)에서 여명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여소군이 장국영이 연기한 영채신을 맡는다. 거기에 오마가 연기했던 퇴마사의 비중이 늘어 고천락이 그를 맡아 중요한 변화의 축이 될 예정이다.
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과거 <황비홍> 시리즈를 촬영했으며, 최근 <명장>(2007), <8인: 최후의 결사단>(2008) 등을 촬영한 중화권 최고의 촬영감독 황악태가 참여했고, 무엇보다 <살파랑>(2005), <도화선>
[엽위신] 전설적 영화 리메이크, 부담보단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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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마쓰 다카코는 언제나 대학 신입생이다. 한국 관객에게 그녀를 알린 <4월 이야기>에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생머리의 소녀는 발목까지 닿는 긴 치마를 펄럭이며 하얀색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누볐다. 그래서 <4월 이야기>는 처음으로 집을 떠난 여성의 호기심과 설렘을 포착한 작품인 동시에 복학생 남자 선배들의 판타지에 가까운 영화였다. <4월 이야기> 이후 마쓰 다카코 대신, 아오이 유우나 미야자키 아오이 등 일본의 또 다른 여배우들을 마음에 담았던 관객이라면, <고백>의 그녀가 낯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딸을 죽인 살인범들을 응징하려는 어느 여교사의 복수극을 그리는 이 영화에서 그녀의 눈가는 다크서클로 뒤덮여 있다. 장장 30분에 이르는 오프닝 동안 마쓰 다카코는 생기없는 표정과 감정이 사라진 말투로 자신의 슬픔과 분노를 털어놓는다. <고백>은 이야기가 다루는 소재뿐만 아니라, 어떤 배우가 젊은 시절 선사했던 추억
[마츠 다카코] 풋풋했던 여대생에서 창백한 복수의 여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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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에서 윤은혜의 상대역이다. ‘석원’은 어떤 캐릭터인가.
=많은 분들이 내게서 남성적인 면을 강하게 보신다. 드라마 <스타일>의 포토그래퍼 역의 영향이 컸다. ‘석원’은 다르다. 바람둥이 기질도 있고, 말도 가볍게 하고, 편한 스타일의 남자다. 덕분에 연기하면서 좀 여유가 생겼다.
-아닌 게 아니라 <스타일>에서 김혜수씨 상대역으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그땐 정말 연기가 뭔지 모르고 했다. 연기 배워야지 하고 3개월 연습했는데 덜컥 캐스팅이 됐다. 무조건 대본을 달달 외워서 연기했다. 카메라 앞에서 시선처리, 동선 같은 기본도 모르고 덤빈 거다. ‘이런 게 현장이구나’톡톡히 겪었다.
-연기자 이전에 모델로, 무용수로 각광받았다.
=따지고 보면 모델 활동과 연기 활동 모두 시작은 무용 때문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용을 공부했고, 이후에 런던에서 무용단 오디션을 봤는데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 그때 심사를 본 분이
[who are you]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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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냥 인나’였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주인공 정음이네 하숙집에 같이 사는 좀 이상한 여자친구. 곧 잊혀질 조연배우인가 싶었는데 예상은 빗나갔고 점점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유인나는 이내 “그냥 커피”가 되어 CF의 작은 보조 출연자로 출연했을 뿐이지만 다시 화제에 올랐다. 그 다음에는 예능 프로에 등장하여 시선을 끌어모으더니 ‘아! 무서운 유인나’로 통했다. “너를 왜 자꾸 무서운 유인나라고 하는 거니” 하시는 어머니의 걱정은 아랑곳없이 그녀의 이미지는 확실하게 대중에게 새겨졌고 탄탄대로를 달렸다. 허술한 것처럼 코믹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때에 보면 똑 부러지게 똑똑한, 나 몰라라 주저앉을 것 같지만 그러기는커녕 끈질기고 책임감있는 그런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그러더니 얼마 전에는 연예뉴스의 MC를 맡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천재 MC’ 소리까지 들었다. <마이 블랙 미니 드레스>의 민희라는 인물에 그런 양면의 이미지가 잘 녹아 있다
[유인나] ‘그냥’에서 ‘특별한’ 아이로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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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행복하다고 느끼세요?” “컴퓨터할 때요.” “게임하세요?” “아니요. 제 이름을 검색해요. (웃음)” 박한별은 자신의 이름을 자주 검색해본다고 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박한별을 치면 엄청 많은 기사와 저에 대한 정보들이 나오잖아요. 왠지 기분이 좋아져요.” 하지만 그녀가 정말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에서 혜지라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의 혜지는 클럽 죽순이 날라리다. 아는 오빠를 통해 마사지숍을 할인받고, 아는 오빠를 통해 메이크업을 받고, 아는 오빠한테 밥을 얻어먹는 캐릭터다. 그런 날라리가 클럽에서 유명 CF감독에게 캐스팅되어 갑자기 스타가 된다. “완전 마음에 들었죠. 네명의 캐릭터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했어도 단번에 혜지를 골랐을 것 같아요.” 박한별은 혜지라는 캐릭터에 매료되었다. 어쩌면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에서 박한별은 가장 운이 좋은 배우
[박한별] 위풍당당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