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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7일, 런던 메이페어에 자리한 도체스터 호텔에서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주연배우 제임스 맥어보이를 만났다. 영화의 완성본이 아니라 2, 3분으로 제작된 예고편만이 당시 모인 기자들에게 허용된 영상이었다. 짧은 예고편 상영과 인터뷰 사이의 막간을 이용해 기자들은 짧은 예고편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찰스 자비에와 패트릭 스튜어트의 찰스 자비에의 차이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제임스 맥어보이는 패트릭 스튜어트와의 비교가 부담스럽다고 엄살을 부리면서도, 자신이 맡은 자비에 교수는 완벽히 다른 인물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패트릭 스튜어트와의 비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나는 프리퀄은 캐릭터들이 유명해지기 전의 과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비에 교수 캐릭터를 아주 면밀히 살폈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것과 정확히 반대인 자비에를 그리기로 했다. 우리는 자비에 교수가 자아(ego)
“자비에 교수, 전작들과 정반대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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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파스빈더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까지 아직은 시간이 좀 걸린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선술집에서 독일어 한마디 잘못했다가 저세상으로 떠난 미군 중위 아치 히콕스,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선택한 <제인 에어>의 로체스터를 연기한 배우라고 말하면 좀더 친숙할 것이다. 파스빈더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고 해도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스필버그의 전쟁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 영화 <300>의 단역으로 얼굴을 비추던 그가 대중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건 아일랜드 공화군 출신 정치범 보비 샌즈를 연기했던 스티븐 매퀸의 <헝거>(2008)부터였으니까. 그러나 고작 3년 전부터 주목받게 된 서른세살의 뉴페이스라고 방심하면 큰코 다친다. 그가 마블의 새로운 프랜차이즈가 될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이하 <퍼스트 클래스>)의 주연을 꿰찼기 때문만은 아니다. 마이클 파스빈더는 2013년까지 모
마키아벨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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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자비에 교수는 왜 휠체어를 타게 되었을까. 절친한 친구였던 찰스 자비에와 에릭 렌셔는 왜 엑스맨과 브라더후드로 상반된 길을 걷게 되었나. 3편의 영화(<엑스맨> <엑스맨2> <엑스맨: 최후의 전쟁>)와 한편의 스핀오프(<엑스맨 탄생: 울버린>)로 모든 걸 설명하기엔 아직도 궁금한 점이 너무 많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프리퀄 격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6월2일 개봉)는 엑스맨의 기원이라는 거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영화는 엑스맨의 수장인 찰스 자비에와 브라더후드의 창시자인 에릭 렌셔가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깊은 우정을 나누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헬파이어 클럽에 맞서 엑스맨이라는 이름 아래 힘을 합치던 시절을 조명한다. 진 그레이와 울버린, 로그와 스캇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치명적인 에너지빔을 발사하는 하복, 어떤 환경에서도 빠르게 진화하는 다윈, 공간 이동 능력을 가진 아제잘 등 그들의
그들의 과거, 그 비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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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호라는 스타가 있었다. 1997년 어느 기사에는 아예 “김지호 주식회사”라는 말이 적혀 있을 정도였다. 자동차, 화장품, 과자, 백화점 등등 종류를 가리지 않았던 CF의 여왕이었고, <아파트> <8월의 신부> <로펌> <유리구두> 같은 드라마의 히로인이었던 그녀는 세상 도처에 나타났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연작에서 만난 배우와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고, 행복한 아내로 살았다. 그리고 또 어느 날, 브라운관 속에서도 엄마를 연기하는 여배우로 다시 등장했다. 바로 지난해 12월까지 아침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김지호를 새삼스럽게 보이도록 만든 건 영화 <미안해, 고마워>다. 지금까지의 영화 출연작이 <꼬리치는 남자>와 <연인>, 단 두편에 불과했던 그녀에게 <미안해, 고마워>는 약 14년 만의 영화다. 비록 옴니버스영화 가운데 한편의 주연을 맡았고, 여전히 엄마와 아내를 연기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작
[김지호] <봄날은 간다> 또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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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의 열혈기자 신홍주는 납치된 동생을 구해야 하는 동시에 특종거리로 짐작되는 범죄사건의 실마리도 풀어가야 한다. 영화는 동분서주하는 그녀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다. 마음도 몸도 다 조급한데 아무도 도와줄 사람은 없다. 이 여주인공은 홀로 뛰어다니며 사람들 사이를 헤쳐서 사건의 중심부로 진입해간다. <헤드>는 그런 신홍주의 일인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역할을 박예진이 맡았다. 단독 주연을 맡은 그녀의 첫 번째 영화로 기록될 것이다. 오랫동안 차가운 도시 여자의 이미지가 있었지만 예능 프로그램과 코미디영화를 거치며 숨겨놨던 친밀함을 드러내더니 <헤드>에서는 그런 과거의 이미지들이 두루 섞여 있다. 오기와 독기와 막말을 겸비한 억척이의 모습까지 더해졌다. 그 박예진에게 <헤드>는 어떤 영화였으며 어떤 경험이었을까.
-처음 도전하는 캐릭터에 속한다. 여주인공 신홍주에 어떤 매력을 느꼈나.
=일단 시나리오가 전체적으로 재미있었다. 소
[박예진] 차도녀에서 억척이로 내겐 자연스러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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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홍콩 영화계에서 전설의 쇼브러더스 여전사였다. 요즘 젊은 관객은 그 사실을 잘 모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나. 주로 <장배>(1981), <무관>(1981), <십팔반무예>(1982), <오랑팔괘곤>(1983) 등 유가량 감독의 무술영화에 유가휘와 함께 많이 출연했다. 요즘 그 영화들을 다시 보면 너무 연기를 못해서 창피하다. (웃음)
-올해 금상장영화제에서 호유항 감독의 <새벽의 끝>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정말 기뻤다. 90년대에도 꾸준히 활동하긴 했지만 주연으로 출연하는 일이 드물었고 불러주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과거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싶었다. 그 오랜 기다림이 드디어 보답을 받은 느낌이었다.
-과거 정소동 감독의 <천녀유혼>(1986)에서는 같은 ‘나무 요괴’ 역할을 남자배우인 유조명이 연기했다. 그런 차이에서 오는 부담감은 없었나.
=남자와 여자 목소리를
[who are you] 혜영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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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최악이다. 매번 거기서 벗어나는 미션만 있다. <로열 패밀리> 9부에서 김인숙은 자신의 인생사를 이렇게 정의했다. 배우 염정아에게는 그런 김인숙이 연기인생의 정점에 가까운 미션이었을 것이다. 천사와 악마의 경계, 숨기고픈 과거와 질주하고픈 현실 사이의 괴리. 위험한 줄타기에 오른 염정아는 영화 한편이 담을 법한 기승전결을 매회에 드러냈고, 마지막에 이르러 온몸의 기를 쏟아부은 고공행진을 선보인 뒤 내려왔다. 심장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는 지난 두달의 기억과 마주했다.
-드라마 <워킹맘>이 2008년이었다. <전우치>(2009)에 잠깐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로열 패밀리>는 3년 만의 작품이다.
=둘째 낳고, 계속 육아에만 힘썼다. 사실 그동안에는 작품을 하고픈 생각이 별로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재미도 있었지만 엄마로서의 책임감 같은 거였다. 이번에도 처음에는 넘어가려고 했는데, 대본을 읽어보니 욕심이 나더라. 이런 인생을 살
[염정아] 천사와 악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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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는 사주를 믿지 않는다. <해피엔드> <와니와 준하> <질투는 나의 힘> <분홍신> 등 10여년 넘게 영화를 제작해오며 큰 고비도 여러 번 넘겼을 텐데, 한번도 타인이 들려주는 ‘운명’에 의지해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대표가 만약 올해 초 사주를 봤다면 운명은 그에게 달콤한 이야기를 잔뜩 들려주었을 것이다. 김 대표가 제작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1월27일 개봉, 이하 <조선명탐정>)은 479만 관객을 돌파하며 20억 빚에 허덕이던 청년필름의 구원투수가 됐다. 3월에는 오래된 연인과의 내년 결혼 소식이 세간에 알려졌다. 4월에는 대법원이 김 대표가 연출한 퀴어영화 <친구사이?>에 대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런 희소식을 거치며 김조광수 대표는 제작을 맡은 영화 <의뢰인>의 촬영을 무사히 마쳤
[김조광수] 내년엔 ‘동성결혼 합법화’ 이슈화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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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복싱 금메달리스트였고, 예쁜 연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모든 것이 망가졌다. 13년이 지난 뒤, 있는지조차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게 된 말썽쟁이 아빠의 심정은 어떨까. <회초리>의 주인공 두열(안내상)은 13년 만에 만난 딸 송이(진지희)와 쉽게 합치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감정을 품에 안고 살아간다. 안내상이 맘먹고 도전한 신파 연기, 그는 정성을 다해 이 절절한 부성을 연기했다.
-많이 마른 것 같다.
=1주일 넘게 앓았다.
-드라마 <로열 패밀리> 촬영 끝내고 나서 힘들었던가 보다.
=옛날부터 작품이 하나 끝날 때마다 많이 아팠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다 놓아서 그런가. 근래 들어선 괜찮은 편이었는데, 3년 만에 된통 아팠다. 장염에 몸살까지 겹쳐서 일주일 내내 죽만 먹었다.
-아무래도 <로열 패밀리>처럼 촘촘하고 독한 드라마는 배우들한테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음, 주연배우들은 되게 힘
[안내상] 나만의 신파, 정말 잘할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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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유오성’이라는 얘기가 있다. 스스로도 닮았다고 생각하나.
=정말 닮았나? (웃음) 닮았다고 하면 영광이다. 정두홍 무술감독님 닮았다는 얘기도 가끔 듣는다. 광대뼈가 낮고 눈이 쏙 들어간 느낌이 비슷하다고 하더라.
-<적과의 동침>의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지난해 여름부터 11월 중순까지 충남 청양에서 주로 촬영을 했다. 로케이션 장소는 최대한 산속 깊이 들어간 곳이었다. <1박2일> 찍는 것처럼 야생의 느낌이었다. 모닥불 피워놓고 감자, 고구마도 구워먹고 그랬다.
-선배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았겠다.
=이건 진심인데 김상호, 유해진, 신정근, 변희봉, 김주혁 선배님과 정려원씨까지, 이분들과 언제 함께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분들이 연기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많이 됐던 것 같다.
-같은 날 개봉한 <시선 너머>의 ‘백문백답’에도 출연했다. <적과의 동침>과 <시선 너머>를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다른
[who are you] 유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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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라는 호기심과 함께 김수현은 스타가 됐다. 김수현의 ‘구역’은 특별하다. 귀여움과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마스크, 순박함과 강한 에너지가 동시에 표출된다. <드림하이>에서 펼쳐 보인 이 무시무시한 무기를 가지고 이제 그가 충무로로 진입했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에 합류한 어린 도둑, 김수현을 만났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 문제였어요. 외아들 걱정에 어머니가 ‘수현아, 웅변 한번 해볼래? 아니면 연극은 어떨까?’ 하고 권유하셨어요. 제 연기의 시작은 그랬어요.” 고1, 김수현은 연기를 위한 연기를 하지 않았다. 낯선 사람이 두려웠다. 특히 이성 앞에서라면 사태는 더 심각했다.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오랜 감금생활 뒤 풀려났을 때, 처음 여자를 보곤 “여자, 사람이다!”라고 피하는 그 장면이 너무도 이해되는, 김수현은 그런 폐쇄적인 아이였다.
남들이 죽자고 연기에 덤벼들 때, 김수현은 살자고 연기했다. 지인이 있던 연세극예술연구회
[김수현] 2011년 우린 이 남자에 흥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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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천둥의 신> 이전엔 어떤 작품에 참여했나.
=호주 드라마 <홈 앤드 어웨이>(2004~2007)로 연기를 시작했다. 2009년 J. J. 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 더 비기닝>에서 커크 선장의 아버지 역할을 맡았고, 80년대 냉전영화 <붉은 새벽>의 리메이크작에 출연했다.
-‘토르’의 비현실적인 체격이 인상적이었는데, 원래부터 몸이 좋았나.
=서핑과 권투를 좋아하지만 처음부터 토르의 몸은 아니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그러더라. “가능한 만큼 거대해져보라”고. 토르의 갑옷을 입기 위해 4개월 동안 혹독하게 근육을 만들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을 앞두고 갑옷을 입어보니 옷보다 내 몸이 더 커져 있었다. 결국 근육량을 줄여야 했다.
-액션장면은 어떻게 준비했나.
=마이크 타이슨의 권투장면을 참조했다. 땅에 바짝 붙어 서 있되 어깨와 엉덩이를 많이 사용하고 크게 움직이는 것이 기본 액션이었다. 토르가 꽤 무거운
[who are you] 크리스 헴스워스 Chris Hemsw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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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희라는 이름을 마주할 때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을 떠올리지 않을 길이 없다. 산발한 채 여름 땡볕 아래 낫을 치켜든 그녀의 모습은 2010년의 가장 강렬한 이미지 중 하나였다. 지난겨울 촬영한 민규동 감독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의 대척점에 서 있는 영화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 분노의 폭발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뿜어내는 영화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죽음이라는 슬픔을 침잠시키는 영화다. 그러나 이런 영화에서도 서영희가 맡은 신선애라는 인물은 김복남과 연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신선애는 도박에 빠진 남편 김근덕(유준상)에게 얻어터지는 장면으로 영화에 처음 등장한다. 살림살이를 던지면서 격하게 싸우고 맞는 이 장면은 유준상과의 절묘한 호흡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서영희가 맞는 연기의 1인자라는 농담이 결코 허언이 아니다. “구타유발자라는 얘기도 있고 시작부터 과격
[서영희] 이토록 터프한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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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느낌이 좋았다.” 유준상이 이렇게 독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 근덕은 ‘의사 사모님’ 누나 인희(배종옥)와 포장마차 운영으로 살림을 꾸려나가는 바지런한 아내 선애(서영희)에게 패악을 부리며 돈을 뜯어낸다. 이 남자는 여자들이 울고 불고 노여워해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으며 도박과 술값으로 그 돈을 아낌없이 탕진한다. “<태양은 가득히>라는 드라마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검사로 악역을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와는 또 달랐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근덕의 비중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툭 건드리는 느낌이 있었다. 누나한테 정말 아무 감정없이 막 내지르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영화가 중반을 넘어 관객의 흐느낌이 처음으로 곳곳에서 들리기 시작할 때, 그건 바로 무정한 근덕이 때문이다. 껌을 짝짝 씹으며 선애에게 시비를 걸던 근덕은 누나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고, 그의 입가는
[유준상] 무정함에 숨은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