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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최양일은 피끓는 남자다. <피와 뼈>(2004)와 <수>(2006)는, 이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변한 게 없다는 선지처럼 질퍽질퍽한 증거였다. 그런데 3월17일 개봉하는 <카무이 외전>(カムイ外伝)은 거대 제작사 쇼치쿠가 참여한 만화 원작의 블록버스터 닌자활극이다. 닌자들이 CG의 도움을 받아 계곡을 튀어오르고 CG 바다 위에서는 CG로 만든 상어들이 득시글거린다. 최양일은 타협했는가? 대답부터 내놓자면, 아니다. 시라토 산페이가 60년대 내놓은 <카무이전>과 <카무이 외전>은 특유의 유물론적인 사관으로 인해 전공투 세대의 바이블처럼 여겨졌던 만화다. <허리케인 조>를 읽은 60년대 일본 젊은이들이 “하얗게 불태웠어”라는 야부키 조의 마지막 대사를 읽고 눈물을 흘리며 권력에 반기를 들었던 것처럼 그들은 <카무이전>에서 에도시대의 권력과 투쟁하던 천민계급을 자신들과 동일시했다. 이쯤 되
[최양일] 피 끓는 60년대의 공기를 전하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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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을 위한 맞춤형 남자. 미스터 다아시의 신화는 없다. <킹스 스피치>의 ‘조지 6세’는 왕이 될 만한 자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겁 많고 소심하며 말더듬이 증상까지 있는 나약한 한 인간. 왕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콜린 퍼스는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자신의 연기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는다.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올 오스카 남우주연상은 아카데미 점치기의 주요 안건이 아니었다. <킹스 스피치>에서 말더듬이 왕 ‘조지 6세’를 연기한 콜린 퍼스는 응당 수상자로 분류됐다. 지난해 <싱글맨>의 ‘동성애자 교수 해리’가 수상 문턱에서 제프 브리지스(<크레이지 하트>)에게 자리를 내줬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영국 왕 조지 6세라는 역할의 영향이 컸다. 2차대전의 포화 속에서도 영국 국민을 독려했던 강단있는 지도자는, 영국 국민에겐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로 여전히 현재하는 그들의 역사였다. “이제 우린 배우가 되었다!
[콜린 퍼스] 차도남 이미지는 No 괴짜 캐릭터는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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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길어올리기>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아버지(임권택 감독)가 영화를 준비하시며 “작은 역할인데 한번 해볼래” 하시더라. 배우로선 굉장히 영광인데, 아버지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처음엔 못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형이 이렇게 말하더라. “아버지가 다음 작품을 언제 하실지 모르는데 가족으로서, 그것도 배우를 하고 있는 아들이 영화에 참여하는 게 의미있지 않겠냐”고. 그 얘기를 듣고 출연하게 됐다.
-이름은 왜 바꿨나.(그의 본명은 임동재다)
=‘임권택 감독님의 아들’이란 꼬리표가 어렸을 때부터 늘 따라다녔다. 그걸 컴플렉스로 느낄 정도로 싫어했다. 누군가의 아들이 아닌, 한 사람의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바꿨다. ‘현상’이란 이름은 아버지와 오래 알고 지내신 지어 스님에게 받았다. 성은 아버지의 이름에서 따왔다.
-술주정뱅이인 한지 장인 아버지를 길바닥에서 끌고 다니는 등 굉장히 ‘센’ 캐릭터를 맡았다.
=감독님이 (캐릭터에 대해) 딱 한
[who are you] 권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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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이 ‘추리닝’과 티셔츠 차림으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온다. 어디 야구라도 한 게임하고 오는 모양이다 싶은데 임창정은 “집에서 바로 오는 길”이라고. 최근 가진 셋째 아이의 양육 때문에 그는 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가정에 신경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원래 (셋째 아이를) 더 빨리 낳으려고 했다. 그런데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키워야 하잖아. 경제적인 것도 있고. 특히 정신적으로 그랬다. 시집 와서 20대를 출산으로 보낸 아내가 안쓰럽더라. 운동(임창정의 아내는 프로골퍼 김현주 선수다)도 다시 시작해야 하고. 더이상 안 낳을 생각이다. (웃음)”
자신이 꿈꾸는 가정을 차근차근 그려가는 임창정과 달리 <사랑이 무서워>의 상열(임창정)은 모든 면에서 미숙하고 순진하다. 홈쇼핑 시식 모델인 상열은 외모가 출중한 동료 모델 소연(김규리)을 짝사랑하지만, 소연은 볼품없는 그를 거들떠도 안 본다. 어느 날 어떤 계기(?)로 소연과 하룻밤을 지낸 상열은 소연에게 예상치 못
[임창정] <색즉시공> 은식이 직장 다니면 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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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개봉 전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몸이 너무 아파 목소리가 안 나왔다. 그래서 말을 많이 못했던 것 같다.”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김규리가 먼저 꺼낸 이 말은 그때 미처 하지 못한 말에 대한 아쉬움은 아닌 것 같다. 외려 그가 다시 앉은 이 자리에서 할 얘기가 많은 듯 보였다. <미인도>(2008)의 흥행 이후 한동안 김규리는 다사다난했다. ‘김민선’에서 ‘김규리’로 이름을 바꾼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자신의 존재 그 자체이자, 데뷔 뒤 지금까지 약 15년 동안 김민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누려왔고, 지켜왔고, 만들어온 것을 전부 털어버리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름을 바꾼 것에 대한) 말 못할 사정이 너무 많다. 어쨌거나 스스로를 다질 계기가 필요했다. 나름 부담이 컸는데 그걸 버리고 나니 편안하다.” 또 지난해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한, ‘광우병 발언’으로 그는 몇몇 대중에게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정치적인
[김규리] 못된 게 아니고 바보 같은 여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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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 대로 꼬였다. <사랑이 무서워>의 두 남녀 상열(임창정)과 소연(김규리) 말이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채 (이후 그 남자에게 버림받은) 소연은 자신을 짝사랑하는 상열과 결혼한다. 아이의 비밀만 그대로 지켜진다면 두 부부의 결혼생활은 원만하게 흘러가겠지만 어디 로맨틱코미디가 그리 호락호락하던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비밀(?)이 밝혀지고 상열과 소연은 균열의 위기를 맞는다. 과연 두 사람의 평화가 지켜질 수 있을까. 스튜디오에서 실제 ‘연인’, 아니 ‘남매’라는 느낌이 들 만큼 화기애애한 임창정과 김규리를 보니 그들은 위기는 넘길 수 있을…. 어쨌거나 임창정, 김규리에게서 어수룩한 두 남녀 상열과 소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창정, 김규리] 현대남녀코믹상열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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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세 번째 노미네이션. <파이터>의 샬린 역은 에이미 애덤스의 놀라운 재발견이기도 하다. 그녀는 거의 웃지 않고 노래하듯 지저귀지도 않는다. 전설적인 복서 미키 워드의 여자친구로서 그와 나란히 서서 세상과 맞서 싸울 뿐이다. 그녀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영화 속 ‘파이터’다.
“사람들이 나를 되게 순진한 숙녀처럼 생각한다는 게 놀라워요. 전혀 아니거든요. 지금까지 주로 연기했던 캐릭터와 나는 많이 달라요. 심지어 임신했을 때 날 인터뷰한 누군가는 ‘당신이 섹스한다는 사실에 세상 사람들이 놀랄 거다’ 라는 말까지 하더라고요. 할 말을 잃었죠. 내가 20대 때에는 말이죠, 완전 핫했거든요! (웃음)” 타고난 얼굴의 선만으로 혹은 유명세를 얻었던 몇몇 역할들의 캐리커처만으로 배우 본연의 특질 역시 그러할 것이다라는 기대는 언제나, 너무 쉽다. 배우들은 그 거대한 공동의 선입견 앞에서 때로 웃어넘기고 때로 정면으로 거절한다. 순응과 저항 사이에서 절묘한
[에이미 애덤스] 터프하고 섹시하게 파이터가 된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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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이하 <오래된 미래>, 1992)의 저자이자 유명한 생태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방한했다. 이번에 그가 들고 온 것은 책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행복의 경제학>이다. 올해 5월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는 <행복의 경제학>은 “빵을 먼저 불려야 나눌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성장 패러다임이 실은 초국적 거대 자본들의 배만 불리는 허구와 기만의 술책임을 낱낱이 지적한다. 노르베리 호지는 2천년 동안 신뢰와 협동으로 구축한 이상적인 공동체 라다크가 자본의 유입으로 붕괴함을 목도한 뒤 탐욕과 경쟁만을 부추기는 ‘불행의 경제학’에 대해 오래전부터 비판해왔다. 환경재단(대표 최열)이 마련한 ‘350(기후변화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으로 줄이자는 운동) 시네마 릴레이’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노르베리 호지는 “세계화에 맞선 지역화(localization)”만이 희망을 일궈낼 수 있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당신이 사는 지역사회, 땅과 교감을 나눌 때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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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를 간단하게 부탁한다.
=이름 이초희, 나이 스물세살, 서울예대 연기과에 재학 중이다.
-아역배우 시절을 돌이켜본다면.
=부모님 직업 때문에 이사를 많이 다녔다. 초등학교만 네번을 옮겨다녔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연기학원 전단지를 우연히 보고는 자신감도 생기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도 배울 수 있을까 싶어 연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이 나를 다른 세상 사람 취급한다는 걸 알고 상처받았다. 13살 때 친한 감독님께서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면 지금 쉬는 게 낫다”고 권하셔서 그 말씀을 따랐다.
-<파수꾼>에 대한 첫인상은.
=윤성현 감독님이 서울예대쪽에선 거의 전설적인 분이라(웃음)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컸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도 정말 재밌었다. 이런 시나리오가 어떻게 나한테 왔지? 축복 같았다.
-세정이라는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세정이의 일부분이 나 같았다. 어릴 때 남들의 시선과 소문에 시달렸
[who are you] 이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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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들하고는 저렇게 사진 찍은 적 없어요.” 임권택 감독의 부인 채령 여사가 흐뭇하게 두 사람을 바라본다. 정말 그 진짜 아들이 봤다면 샘을 낼 정도로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와 아들 같다. 카메라 위치가 바뀌거나 의상을 갈아입을 때면 또 박중훈은 친아들처럼 임권택 감독의 옷매무새를 만지고 단추를 풀어준다. 단추를 푸는 그 손길을 보고서는 어디선가 ‘야하다!’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너무나 즐겁고 화기애애한 풍경이다.
임권택 감독의 어깨를 꼭 끌어안고 활짝 웃는 박중훈의 천진한 눈웃음, 그리고 믿음직한 아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는 임권택 감독의 아이 같은 웃음. 두 사람 모두 오랜 세월 한국영화를 대표해온 감독과 배우지만 이번 <달빛 길어올리기>가 첫 번째 만남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물론 함께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지만 그게 그들 뜻대로 되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 만남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영화는 한지과
[임권택과 박중훈] 때론 아버지와 아들처럼 때론 스스럼없는 친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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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하건대 <파수꾼>은 당신이 올해 만나게 될 한국영화 중 베스트 리스트에 오르고야 말 것이다. 서로를 잘 알기에 그만큼 서로에게 잔인해질 수 있었던 세 소년이 돌이킬 수 없을 지경까지 부서져간다. 보는 내내 눈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세명의 주인공인 기태, 동윤, 희준을 연기한 배우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을 만났다.
소년의 옷을 입기까지
이제훈_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에서 옐로카멜레온상을 받은 단편 <겨울이 온다>에서 내가 고등학생으로 출연한 걸 보셨다며, 기태 역 리딩을 시켜보셨고 결국 기태를 연기하게 됐다.
박정민_내가 출연한 단편 <세상의 끝>을 보고 희준이와 이미지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나는 다른 배우들보다 좀 늦게 캐스팅됐는데, 리딩한 다음 ‘내가 잘못 봤구나’ 싶었던지 엄청난 훈련을 시키셨다. (웃음)
서준영_난 작품에 들어가면 완전히 푹 빠지는 스타일이다. 장건재 감독님의 <회오리바람>을 찍으면서 영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핏빛 청춘이 당신의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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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글녀’, 듣기 좋은가.
=운동 가면 사람들이 ‘야, 한지우다!’라고 하진 않지만 ‘아, 베이글녀’라곤 한다. 별명이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 같다.
-16살 때 중국에 갔다. 2007년엔 미스코리아 중국 진이 됐다.
=예고에 가려고 했는데 아빠의 반대가 심했다. 한번뿐인 딸 인생에 날개를 달아달라고 했더니 비행기표를 주시더라. 날아가서 공부하라고. 중국어 배우면 밥은 먹고살 수 있다고. 아빠가 공무원이시다. 그런데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엄마가 미스코리아 신청서를 가져왔다.
-강수연, 전인화(<여인천하>)를 보고 배우가 되고 싶었다고 했는데.
=연기력과 카리스마는 쉽게 가질 수 없으니까. 송새벽 선배님도 좋다.
-중국에서 길거리 캐스팅돼서 광고, 드라마를 찍었다고 들었다.
=친구랑 쇼핑하러 갔는데 ‘중국 애 치고 송혜교 닮았다’고 하더라.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한국 여자는 전부 송혜교 닮았냐?’고 하고. 처음엔 사기인 줄 알았다. 어렸을 때부터 복스럽게 먹는다는
[who are you] 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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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연기한 매티는 무척 흥미로운 소녀다.
=매티에 대해 복수를 꿈꾸는 14살 소녀라고만 표현할 순 없다. 한밤중에 잠에서 깬 남동생이 “아빤 어딨어?”라고 물었을 때, 매티는 그냥 거기 주저앉아 슬픔으로 정신 나간 엄마만 쳐다보고 있을 수 없었던 거다. 그녀는 스스로를 추스르고 밖으로 걸어나가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실행한다.
-캐릭터를 위해 어떻게 준비했나.
=오디션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시나리오와 책과 존 웨인 주연의 옛날 영화를 다 찾아봤다. 그리하여 그 시대와 캐릭터들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난 코듀로이 재질의 스커트와 부츠, 19세기 스타일 셔츠로 차려입고 오디션장에 가서 이 거침없고 당당한 소녀에 대한 나의 비전을 보여주었다. 그게 코언 감독과의 생각과 일치했던 것 같다.
-감독들이 특별한 연기 지도를 했나.
=그렇진 않다. 배우에게 많은 걸 맡기는 편이다. 대신 자기들이 뭘 좋아하는지 슬그머니 알려준다. 두 사람끼리 킬킬거리고 웃고 있다면
[who are you] 헤일리 스타인펠드 Hailee Steinf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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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이후에 남겨진 것들, 맷 데이먼의 선택이 궁금했다. 최근 그의 선택은 다양한 장르의 종횡무진이다. 곧 개봉할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 <히어애프터>에선 사후세계와 소통하는 남자로, 코언 형제의 <더 브레이브>에선 무법자를 노리는 특수경비대원을 연기한다. 가장 먼저 우리가 볼 그의 변화는 <컨트롤러>의 데이빗이다. 조지 놀피 감독의 <컨트롤러>에서 그는 연인을 지키기 위해 조정국의 감시에서 벗어나야 하는 운명에 처한 정치가로 분한다. 제이슨 본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맷 데이먼은 뛰고 또 뛰는 도망자의 운명에서 비켜갈 수 없나보다.
<굿 윌 헌팅>의 ‘윌’은 스무살이었다. 윌이 ‘MIT 공대에서 바닥 청소나 하고 있을 때’ 당시 맷 데이먼의 실제 나이는 27살이었다. 왜 나이 타령이냐고? <컨트롤러>의 제작사로부터 맷 데이먼의 표지 컷을 받아들었을 때, 희끗희끗한 머리를 보니 새삼 그의 과거가 스쳐갔다(아닌 게 아니
[맷 데이먼] 멈추지 않는 질주 본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