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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윤은혜의 어떤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까. 발랄하고 귀여운 여고생 신채경(<궁>)일까, 남자처럼 털털한 고은찬(<커피프린스 1호점>)일까. <포도밭 그 사나이>의 서울 아가씨와 <아가씨를 부탁해>의 재벌 상속녀를 거쳐왔지만 윤은혜는 여전히 어리고 중성적인 느낌의 톰보이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좀더 진지한, 20대 후반의 나이에 걸맞은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진 않은가. 그녀가 되물었다. “저에 대한 편견을 갖고 질문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그런 역할을 안 하고 싶은 것처럼 보이세요?” 그러고 보니 윤은혜는 더이상 아이돌이 아니다. 16살의 나이에 베이비복스의 막내로 연예계에 들어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완전히 전업한 그녀는 지금 진지하게 연기를 고민하는 중이다.
그런데 왜 윤은혜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의 주인공 넷 가운데 그나마 가장 평범해 보이는 유민을 선택했을
[윤은혜] 겁내지 말고 자신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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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녀 셋이 모였다. 윤은혜, 박한별, 유인나. 당차거나 솔직하거나 발랄한 그들이 오늘 파티의 주인공들이다. 작지만 우아하고 예쁜 오늘의 파티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라는 한편의 영화가 계기가 됐다. 20대 후반의 여자 친구들이 그들의 시간에 대해 말하는 영화다. 누가 더 예뻐 보이나, 내가 더 부족해 보이진 않을까 하며 서로 미묘한 경쟁이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서로 잘 웃고 도닥이며 시종일관 밝다. 예쁜 봄처녀들의 즐거운 파티에 신데렐라의 마법은 따로 필요없어 보인다.
[윤은혜, 박한별, 유인나] 그녀들의 봄을 위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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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이 돌아왔다. 특별출연한 전수일 감독의 <검은 땅의 소녀와>(2007)를 제외하면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2006) 이후 거의 5년 만의 영화현장 복귀다. 그것도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로 함께 호흡을 맞춘 거장 임권택 감독과 23년 만의 만남이다. 임권택 감독의 신작 <달빛 길어올리기>에서 그가 맡은 ‘지원’은 한지를 소재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감독으로, 극중 몸이 불편한 아내를 두고 있는 필용(박중훈)과 잠깐의 로맨스를 나누는 중년 여성이다. 강인한 여성 혹은 감내하기 힘든 운명을 등에 지고 가는 여성을 주로 연기했던 과거와 달리 지원은 강수연의 맨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상을 표현하는 캐릭터다. ‘그간 어디서, 어떻게 지냈는지’ 등 다소 거창한 질문에 강수연의 대답은 역시 예상대로 시원했다. “저는 어디에도 가지 않았어요, 항상 제자리에 있었어요.”
-사실 인터뷰 오는 길에 살짝 긴장했습니다. ‘배우 강수연’
[강수연] 한 작품 한 작품, 40년은 더 연기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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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로맨틱 헤븐>에서 주연을 맡았다. 부담도 됐을 텐데.
=주변에서 주연이라고 말씀하니까 그때부터 부담이 됐다. 촬영할 때는 주연인지 조연인지 잘 모르고 연기했다. “주연이라고 나오는데 어때요?”라는 질문을 들으면 아직 얼떨떨하다. 포스터에 얼굴이 가장 크게 나온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최미미라는 캐릭터를 처음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미미는 경찰과 같이 잠복근무하고 맨홀 뚜껑도 열고 그런다. 그래서 처음에 시나리오를 볼 때는 무슨 일에도 씩씩하고 엉뚱하고 발랄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 생각해보니 결국에는 잠복근무도 골수암에 걸린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 하는 거니까 엉뚱하기는 해도 용기있고 착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해에 ‘CF 속 신인배우’(772호)라는 기획으로 만났을 때 달리기를 잘한다고 했는데 <로맨틱 헤븐>에서 정말 잘 뛰는 장면이 있다.
=(웃음) 그 장면에서 NG가 제일 많이 났다. 리허설 없이 한번 뛰
[who are you] 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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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인터뷰를 하는 동안 고준희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참 말하다가도 그는 ‘어쨌건’ 하며 자신의 말을 정리했다. 이는 자신이 한 말을 성급히 닫아버리거나 서둘러 결론내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고준희의 ‘어쨌건’은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건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다. 그렇게 대단한 의미도 아닌, 이 ‘어쨌건’이라는 말을 그가 깨닫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고준희의 신작 <꼭 껴안고 눈물 핑>이 완성된 지 2년 만에 극장 개봉한다. ‘영화는 기다림의 예술’이라고는 하나 그 기다림이라는 게 누군가에게는 더 길게 느껴질 수 있다. 할 말이 꽤 많을 것 같은 상황임에도 고준희는 의외로 무덤덤하다. “어쨌건 개봉을 언제 하고 싶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나. 영화는 뜻하지 않게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있다. 그걸 유용하게 쓸 줄 아는 게 똑똑한 행동인 것 같다.” 이는
[고준희] 똑똑한 기다림을 아는 야무진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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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최양일은 피끓는 남자다. <피와 뼈>(2004)와 <수>(2006)는, 이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변한 게 없다는 선지처럼 질퍽질퍽한 증거였다. 그런데 3월17일 개봉하는 <카무이 외전>(カムイ外伝)은 거대 제작사 쇼치쿠가 참여한 만화 원작의 블록버스터 닌자활극이다. 닌자들이 CG의 도움을 받아 계곡을 튀어오르고 CG 바다 위에서는 CG로 만든 상어들이 득시글거린다. 최양일은 타협했는가? 대답부터 내놓자면, 아니다. 시라토 산페이가 60년대 내놓은 <카무이전>과 <카무이 외전>은 특유의 유물론적인 사관으로 인해 전공투 세대의 바이블처럼 여겨졌던 만화다. <허리케인 조>를 읽은 60년대 일본 젊은이들이 “하얗게 불태웠어”라는 야부키 조의 마지막 대사를 읽고 눈물을 흘리며 권력에 반기를 들었던 것처럼 그들은 <카무이전>에서 에도시대의 권력과 투쟁하던 천민계급을 자신들과 동일시했다. 이쯤 되
[최양일] 피 끓는 60년대의 공기를 전하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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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을 위한 맞춤형 남자. 미스터 다아시의 신화는 없다. <킹스 스피치>의 ‘조지 6세’는 왕이 될 만한 자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겁 많고 소심하며 말더듬이 증상까지 있는 나약한 한 인간. 왕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콜린 퍼스는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자신의 연기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는다.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올 오스카 남우주연상은 아카데미 점치기의 주요 안건이 아니었다. <킹스 스피치>에서 말더듬이 왕 ‘조지 6세’를 연기한 콜린 퍼스는 응당 수상자로 분류됐다. 지난해 <싱글맨>의 ‘동성애자 교수 해리’가 수상 문턱에서 제프 브리지스(<크레이지 하트>)에게 자리를 내줬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영국 왕 조지 6세라는 역할의 영향이 컸다. 2차대전의 포화 속에서도 영국 국민을 독려했던 강단있는 지도자는, 영국 국민에겐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로 여전히 현재하는 그들의 역사였다. “이제 우린 배우가 되었다!
[콜린 퍼스] 차도남 이미지는 No 괴짜 캐릭터는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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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길어올리기>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아버지(임권택 감독)가 영화를 준비하시며 “작은 역할인데 한번 해볼래” 하시더라. 배우로선 굉장히 영광인데, 아버지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처음엔 못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형이 이렇게 말하더라. “아버지가 다음 작품을 언제 하실지 모르는데 가족으로서, 그것도 배우를 하고 있는 아들이 영화에 참여하는 게 의미있지 않겠냐”고. 그 얘기를 듣고 출연하게 됐다.
-이름은 왜 바꿨나.(그의 본명은 임동재다)
=‘임권택 감독님의 아들’이란 꼬리표가 어렸을 때부터 늘 따라다녔다. 그걸 컴플렉스로 느낄 정도로 싫어했다. 누군가의 아들이 아닌, 한 사람의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바꿨다. ‘현상’이란 이름은 아버지와 오래 알고 지내신 지어 스님에게 받았다. 성은 아버지의 이름에서 따왔다.
-술주정뱅이인 한지 장인 아버지를 길바닥에서 끌고 다니는 등 굉장히 ‘센’ 캐릭터를 맡았다.
=감독님이 (캐릭터에 대해) 딱 한
[who are you] 권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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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이 ‘추리닝’과 티셔츠 차림으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온다. 어디 야구라도 한 게임하고 오는 모양이다 싶은데 임창정은 “집에서 바로 오는 길”이라고. 최근 가진 셋째 아이의 양육 때문에 그는 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가정에 신경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원래 (셋째 아이를) 더 빨리 낳으려고 했다. 그런데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키워야 하잖아. 경제적인 것도 있고. 특히 정신적으로 그랬다. 시집 와서 20대를 출산으로 보낸 아내가 안쓰럽더라. 운동(임창정의 아내는 프로골퍼 김현주 선수다)도 다시 시작해야 하고. 더이상 안 낳을 생각이다. (웃음)”
자신이 꿈꾸는 가정을 차근차근 그려가는 임창정과 달리 <사랑이 무서워>의 상열(임창정)은 모든 면에서 미숙하고 순진하다. 홈쇼핑 시식 모델인 상열은 외모가 출중한 동료 모델 소연(김규리)을 짝사랑하지만, 소연은 볼품없는 그를 거들떠도 안 본다. 어느 날 어떤 계기(?)로 소연과 하룻밤을 지낸 상열은 소연에게 예상치 못
[임창정] <색즉시공> 은식이 직장 다니면 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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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개봉 전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몸이 너무 아파 목소리가 안 나왔다. 그래서 말을 많이 못했던 것 같다.”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김규리가 먼저 꺼낸 이 말은 그때 미처 하지 못한 말에 대한 아쉬움은 아닌 것 같다. 외려 그가 다시 앉은 이 자리에서 할 얘기가 많은 듯 보였다. <미인도>(2008)의 흥행 이후 한동안 김규리는 다사다난했다. ‘김민선’에서 ‘김규리’로 이름을 바꾼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자신의 존재 그 자체이자, 데뷔 뒤 지금까지 약 15년 동안 김민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누려왔고, 지켜왔고, 만들어온 것을 전부 털어버리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름을 바꾼 것에 대한) 말 못할 사정이 너무 많다. 어쨌거나 스스로를 다질 계기가 필요했다. 나름 부담이 컸는데 그걸 버리고 나니 편안하다.” 또 지난해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한, ‘광우병 발언’으로 그는 몇몇 대중에게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정치적인
[김규리] 못된 게 아니고 바보 같은 여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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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 대로 꼬였다. <사랑이 무서워>의 두 남녀 상열(임창정)과 소연(김규리) 말이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채 (이후 그 남자에게 버림받은) 소연은 자신을 짝사랑하는 상열과 결혼한다. 아이의 비밀만 그대로 지켜진다면 두 부부의 결혼생활은 원만하게 흘러가겠지만 어디 로맨틱코미디가 그리 호락호락하던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비밀(?)이 밝혀지고 상열과 소연은 균열의 위기를 맞는다. 과연 두 사람의 평화가 지켜질 수 있을까. 스튜디오에서 실제 ‘연인’, 아니 ‘남매’라는 느낌이 들 만큼 화기애애한 임창정과 김규리를 보니 그들은 위기는 넘길 수 있을…. 어쨌거나 임창정, 김규리에게서 어수룩한 두 남녀 상열과 소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창정, 김규리] 현대남녀코믹상열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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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세 번째 노미네이션. <파이터>의 샬린 역은 에이미 애덤스의 놀라운 재발견이기도 하다. 그녀는 거의 웃지 않고 노래하듯 지저귀지도 않는다. 전설적인 복서 미키 워드의 여자친구로서 그와 나란히 서서 세상과 맞서 싸울 뿐이다. 그녀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영화 속 ‘파이터’다.
“사람들이 나를 되게 순진한 숙녀처럼 생각한다는 게 놀라워요. 전혀 아니거든요. 지금까지 주로 연기했던 캐릭터와 나는 많이 달라요. 심지어 임신했을 때 날 인터뷰한 누군가는 ‘당신이 섹스한다는 사실에 세상 사람들이 놀랄 거다’ 라는 말까지 하더라고요. 할 말을 잃었죠. 내가 20대 때에는 말이죠, 완전 핫했거든요! (웃음)” 타고난 얼굴의 선만으로 혹은 유명세를 얻었던 몇몇 역할들의 캐리커처만으로 배우 본연의 특질 역시 그러할 것이다라는 기대는 언제나, 너무 쉽다. 배우들은 그 거대한 공동의 선입견 앞에서 때로 웃어넘기고 때로 정면으로 거절한다. 순응과 저항 사이에서 절묘한
[에이미 애덤스] 터프하고 섹시하게 파이터가 된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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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이하 <오래된 미래>, 1992)의 저자이자 유명한 생태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방한했다. 이번에 그가 들고 온 것은 책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행복의 경제학>이다. 올해 5월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는 <행복의 경제학>은 “빵을 먼저 불려야 나눌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성장 패러다임이 실은 초국적 거대 자본들의 배만 불리는 허구와 기만의 술책임을 낱낱이 지적한다. 노르베리 호지는 2천년 동안 신뢰와 협동으로 구축한 이상적인 공동체 라다크가 자본의 유입으로 붕괴함을 목도한 뒤 탐욕과 경쟁만을 부추기는 ‘불행의 경제학’에 대해 오래전부터 비판해왔다. 환경재단(대표 최열)이 마련한 ‘350(기후변화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으로 줄이자는 운동) 시네마 릴레이’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노르베리 호지는 “세계화에 맞선 지역화(localization)”만이 희망을 일궈낼 수 있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당신이 사는 지역사회, 땅과 교감을 나눌 때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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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를 간단하게 부탁한다.
=이름 이초희, 나이 스물세살, 서울예대 연기과에 재학 중이다.
-아역배우 시절을 돌이켜본다면.
=부모님 직업 때문에 이사를 많이 다녔다. 초등학교만 네번을 옮겨다녔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연기학원 전단지를 우연히 보고는 자신감도 생기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도 배울 수 있을까 싶어 연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이 나를 다른 세상 사람 취급한다는 걸 알고 상처받았다. 13살 때 친한 감독님께서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면 지금 쉬는 게 낫다”고 권하셔서 그 말씀을 따랐다.
-<파수꾼>에 대한 첫인상은.
=윤성현 감독님이 서울예대쪽에선 거의 전설적인 분이라(웃음)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컸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도 정말 재밌었다. 이런 시나리오가 어떻게 나한테 왔지? 축복 같았다.
-세정이라는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세정이의 일부분이 나 같았다. 어릴 때 남들의 시선과 소문에 시달렸
[who are you] 이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