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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 러-청 베이징 조약 체결 이후 연해주는 러시아의 땅이 되었다. 생존을 위해 연해주로 이주한 조선인들은 스스로를 고려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17만여명의 고려인들은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강제 이주된다.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시작이었다. 영화연출가이자 영화평론가이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 교수인 김소영 감독은 오랫동안 고려인들의 이산의 흔적을 좇았다.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개봉 5월 25일)는 그중에서도 연해주에 있던 고려극장의 배우들이 이산 이후 카자흐스탄에 세운 고려극장, 그곳의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노래를 전한다. 올해는 고려인 강제 이주가 시작된 지 80주년 되는 해로,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고려인 4세대의 합법적 체류 자격 획득을 위한 ‘고려인 특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김소영 감독은 영화의 이론과 현장에서 젠더, 공간, 민족 등을 끌어안는 ‘트랜스’(tr
[씨네 인터뷰] "내 영화의 출발은 실험적 내러티브" -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김소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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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올해 가장 비극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조던 필레 감독의 독창적인 저예산 공포영화 <겟 아웃>의 주연배우 대니얼 칼루야를 보자마자 엄지를 치켜들 수밖에 없었다. 배우가 보여주는 영화 속 특정 장면의 연기가 공식 스틸컷뿐만 아니라 포스터로도 활용된다는 것은, 그 표정이 사실상 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뜻이라 해석해도 무방하리라.
백인 여자친구를 둔 흑인 사진작가 크리스가 그녀의 부모 집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비극적 사건을 다룬 <겟 아웃>의 공포효과의 성공 여부는 크리스를 영화 내내 얼마나 괴롭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배우는 괴로운 연기만 하면 되는 입장이지만 이번 영화만큼은 ‘인종차별’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실제 흑인 배우들의 삶이 감정 연기에 끼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조던 필레 감독은 인종차별과 관련해 크리스가 느끼는 혼란을 여실히 드러낼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일이 중요했다. 감독은 그가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시카리오:
[who are you] 저항의 연기로 대세가 되다 - <겟 아웃> 대니얼 칼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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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으로부터 한번도 불평을 듣지 않은 최고의 파트너.” 전주국제영화제와 10년째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푸르모디티에 대한 안현준 전주프로젝트마켓 팀장의 말이다. 푸르모디티는 해외로 수출되는 한국 영상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프로덕션이다. 장규호 대표는 방송국 편성 PD 출신으로, 2004년 지금의 회사를 열었다. ‘화덕’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포르노’(Forno)에서 따온 푸르모디티란 이름에는 “화덕에서 새로운 물건을 구워내는 것처럼 번역과 자막 작업을 통해 콘텐츠의 가치를 더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설립 초기, 한류 열풍과 함께 방송 번역을 주로 맡은 푸르모디티는 영화까지 꾸준히 활동반경을 넓혔다. 장규호 대표는 “고개를 ‘돌리다’와 ‘숙이다’의 뉘앙스가 어떻게 다른지까지” 점검하는 감독들과의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연출자가 얼마나 관심을 갖는지에 따라 번역의 퀄리티가 달라”지기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장 대표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이렇게 호흡
[영화人] 장규호 푸르모디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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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보다 덩치가 세배는 큰 상대에게 겁도 없이 뺨을 들이미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의 “혁신적 또라이” 현수(임시완)처럼, 변성현 감독은 20대 때부터 겁 없이 영화라는 세계와 맞짱을 떴다. 20대의 청춘으로서 하고 싶었던 얘기를 첫 영화 <청춘 그루브>(2010)에 담았고, 폰섹스를 소재로 한 <나의 PS 파트너>(2012)로 도발을 했고, 새로운 장르적 갈증으로 누아르영화 <불한당>을 만들었다. <불한당>은 조직의 2인자 재호(설경구)와 잠입경찰 현수의 관계 변화를 따라가는 영화다. 누아르영화이면서 멜로영화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익숙한 듯 낯선 시도들을 계속한다. 그러한 시도덕인지 <불한당>은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았다. 칸으로 떠나기 전 변성현 감독을 만났다.
-<불한당>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칸에
[씨네 인터뷰] "누아르의 외피를 한 멜로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변성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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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 감독이 8년 만에 4번째 장편 <컴, 투게더>로 돌아왔다. 공동체 대신 개개인의 상황에 집중한 가족영화이자 현대인들의 세대별 고투 관찰기다. <방문자>(2005), <나의 친구 그의 아내>(2008), <반두비>(2009) 등 ‘관계 3부작’ 이후 첫 작품이며 직접 쓴 시나리오 대신 기존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몇 가지 변화에도 불구하고 뭐라 단정할 수 없는 ‘신동일스러움’은 여전하다. 세상과 특정인에 대해 예리한 칼날을 세우는 대신 그 칼끝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듯한 성찰이 어린 이번 작품처럼, 감독은 질문에 답을 할 때마다 눈을 꼭 감은 채 기억 속에서 자신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듯했다.
-<반두비> 이후 8년 만의 장편이다. 작업 기간이 길어진 건 전작에서 상영등급을 둘러싼 고충을 겪은 탓인가.
=고등학생이 봤으면 하는 생각으로 만든 영화가 <반두비>였는데 그것이 좌절되면서 사
[people] <컴, 투게더> 신동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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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도, 미래도 모든 게 불분명했던 1940년대 중·후반의 조선. 그곳에서 시체조차 찾을 수 없고, 목격자조차 오리무중에 빠진 살인사건 하나가 벌어진다. 빌 S. 밸린저의 소설 <이와 손톱>을 영화로 옮겨온 서스펜스 스릴러물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배경이다. 영화는 한편에선 살인사건을 파헤쳐가는 법정공방이 벌어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마술사 이석진(고수)의 사랑과 복수의 서사가 교차로 편집돼간다. 영화 개봉 다음날, 부산을 거점으로 작업하고 있는 김휘 감독을 서울에서 만났다. <해운대>(2009)를 비롯한 여러 편의 영화를 각색해온 경험과 <이웃사람>(2012)을 시작으로 장르영화 연출을 하며 얻은 노하우를 살려 <석조저택 살인사건> 작업을 마쳤다. 장르영화로 영화시장의 틈새를 노리겠다는 그의 계획도 들어봤다.
-대통령 선거일에 개봉해 전국 관객 8만4108명이 들었다.
=상영관이 적어서 걱정했는데 보신 분들 반응이 그리
[people] <석조저택 살인사건> 김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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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이 달라졌다. 샛노란 염색 머리를 하고 양미간을 찌푸리고는 거친 육두문자를 내뱉는 그의 모습을 본 적 있던가. 얼굴에는 핏자국도 묻어있고 능글맞게 눈을 치켜뜨고는 자신의 덩치보다 족히 두배는 커 보이는 사내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그의 모습을 말이다. 전작 <원라인>에서도 임시완은 이미 대출 사기를 저지르는 범죄자 민 대리 역을 맡기는 했지만, 실은 민 대리는 영화 내내 욕설 한마디도 없이 심지어 주먹도 쓰지 않는 얌전한 범죄 철학을 지닌 인물이었다. 때문에 임시완 특유의 유약한 눈빛을 무기 삼아 상대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뒤통수치는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마치 드라마 <미생>의 신입사원 장그래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보여준 최선의 변신 같았다. 하지만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 현수는 임시완에 관한 모든 선입견을 깨부수기에 충분하다. “처음에는 부담감이 너무 컸다. 이제껏 맡았던 작품
[커버스타] 혁신적으로 나쁜 -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임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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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을 빳빳하게 펴고 싶어요.” 설경구가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에 합류하게 된 건, 변성현 감독의 이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변성현 감독의 예전 인터뷰를 찾아보다가 그런 대답을 봤다. <나의 PS 파트너>에 지성을 캐스팅한 이유가 굉장히 반듯한 그의 이미지를 구겨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거다. 너무 재미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에 나도 물어봤다. ‘그럼 나도 구겨버릴 거니?’ 그랬더니 변 감독이 이렇게 답하더라. ‘선배님은 워낙 구겨진 이미지라, 빳빳하게 펴고 싶어요.’ 얼마나 재미있고 솔직한 답변인가?”
<불한당>의 재호는, 변성현 감독이 새롭게 발견한 설경구의 ‘빳빳한’ 모습이다. 포마드를 바른 머리에 명품시계, 잘 재단된 슈트 차림의 불한당. 재호는 그동안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철중, <감시자들>의 황 반장 등을 통해 둔탁하고 선 굵은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해온 설경구의 기존
[커버스타] 그 남자의 멜로 -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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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랄한 놈, 잔인한 놈, 간사한 놈, 거짓말하는 놈. 누가누가 더 나쁠까?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나의 PS 파트너>의 변성현 감독이 창조해낸 잿빛 세계에는 온갖 유형의 ‘불한당’들이 존재한다. 설경구가 연기하는 재호와 임시완이 분한 현수는 이 비정하고 차가운 세계에 뜨거운 기운을 불어넣는 존재들이다. ‘철창 안의 지저스 크라이스트’처럼 절대적인 존재였던 재호와 있는 건 ‘깡다구’뿐인 신참 현수가 감옥 내부에서 만나 출소 이후까지 나누는 교감은 우정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감정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격렬하다. 한편 이번 영화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모색하던 설경구와 임시완에게 하나의 시도이자 모험이었다. 그 모험의 여정을 두 배우가 짜릿하고 즐거웠던 경험으로 기억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커버스타] 남자, 남자를 만나다 -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설경구·임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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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반전이다. <보안관>에서 배정남이 연기한 춘모는 에어컨 장사를 하는 기장 ‘아재’다. 기장 보안관 대호(이성민) 옆을 지키다가 서울에서 내려온 사업가 종진(조진웅)이 에어컨을 무려 100대나 팔아주겠다고 하니 대호를 향한 일편단심이 흔들리는 순진한 청년이다. 옷 잘 입고, 런웨이를 활보하던 모델 시절이나 <베를린>, <마스터>에서 말 없이 각 잡던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보안관> 개봉 전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슈어, 와이 낫?” 한마디로 좌중을 휘어잡은 배정남은 “배우로서 앞으로 계속 망가지고 싶다”라며 각오를 드러냈다.
-(강)동원씨 소개로 손상범 영화사 월광(사나이픽처스와 함께 <보안관> 공동제작) 대표를 만났다던데.
=한강에서 피크닉을 하고 있는데 손상범 대표와 <검사외전>(2016) 이일형 감독이 합류했다. 손 대표가 ‘춘모에 딱인데’라며 김형주
[who are you] 오래가고 싶다 - <보안관> 배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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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굿 무비!’라고 하더라. 반응이 좋아서 즐겁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장편 제작 지원 프로젝트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이하 JCP)를 담당하는 송현영 프로듀서의 말이다. 올해의 JCP는 이례적으로 한국영화만 세편을 선정했다.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와 김양희 감독의 <시인의 사랑>, 김대환 감독의 <초행>이 그 작품들이다. “한국 독립영화가 요즘 침체기라고들 하잖나. 한국 독립영화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내부적으로 컸고” 그 결과의 산물이 바로 올해 JCP에서 선보인 한국영화 세편이라고 송현영 프로듀서는 말했다. 영화제가 끝난 이후에도 JCP의 세 작품들이 한국 극장가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길 바라는 건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향하는 더 큰 목표다.
JCP 프로젝트는 작품 선정부터 후반작업까지 10여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결코 길지만은 않은 이
[영화人] 송현영 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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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은 세 가지 단어로 요약된다. 로컬, 의리, 그리고 아재. 영화를 보고 나면 세 단어들에 대한 느낌이 조금 바뀔지도 모르겠다. 로컬영화로서 <보안관>은 단순히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지방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성장, 성공, 개발이란 가치에 매몰되어온 우리 사회가 놓치고 온 가치들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지방에는 여전히 숨 쉬고 있다. 한편 <보안관>의 아재들은 귀엽다. 그들은 지역을 지키며 의리처럼 촌스러운 가치에 매달린다. 육체적으로 전성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아저씨들은 순수한 소년 같다. <보안관>의 김형주 감독은 “우리 시대의 아버지, 삼촌을 그리고 싶어 시작했는데 결국 형으로 끝나는 영화”가 됐다고 표현했다. <보안관>은 남자들이 떼로 나오는 또 한편의 남탕영화가 아니다. 아재들의 이번 조합은 꽤 신선하고 색다르다. 김형주 감독에게 그 촌스럽고 투박한 매력에 대해 물었다
[people] <보안관> 김형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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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 제작된 광고니 가물가물할 법도 한데 이상하게 박카스 CF 속 ‘바른생활청년’ 고수의 모습은 여전히 눈에 선하다. “젊음, 지킬 것은 지킨다!”는 카피는 오랫동안 고수를 반듯한 이미지에 가두어두었지만, <피아노>(2001), <순수의 시대>(2002) 같은 드라마에서 순수와 우수를 오갔던 고수에게 그 이미지는 꽤 유용하게 쓰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이미지가 답답했는지 첫 영화 <썸>(2004)에서 마약 실종 사건을 추적하는 강력계 형사로 변신을 꾀했다. <썸>의 개봉을 앞둔 고수가 당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재밌다. “더 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죠. 후시녹음하러 가서, 감독님한테 다시 찍자고 졸랐다니까요. 궁금해요. 최민식 선생님이나 설경구 선생님 같은 분들도 작품 끝내고 나면 후회하고 아쉬워하고 그러실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카메라 앞에서나 뒤에서나 여전히 “걱정을 혼자 짊어진 사람”처럼 과묵하게 생각을 불리길 즐기
[메모리] ‘바른생활 청년’에서 진지한 배우로 -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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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김주혁은 해방 후 경성의 최고 재력가이자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남도진 역을 맡았다. <비밀은 없다>(2015),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2016), <공조>(2016) 등 최근 그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는데, 남도진 역시 이제껏 선보인 적 없는 악인이다. “끝나고 나면 모든 작품이 아쉽다. 기본적으로 난 ‘우리 영화 죽여요. 보시면 깜짝 놀라실걸요’ 같은 말을 못하는 놈이다. (웃음) 후회를 하니 또 발전하는 거 아니겠나.” 자신의 연기건 작품이건 냉정한 평가를 서슴지 않는 그는 자신의 연기가 보다 솔직하고 담백해지기를 바랐다.
-영화적 평가는 좋았지만 흥행하지 못한 <비밀은 없다>, 영화적 평가는 박했지만 흥행한 <공조>가 최근작이었다. 어느 쪽이 더 아쉬웠나.
=둘 다 만족한다. 하나는 건졌으니까. 뭐든 하나만 건지면 만족하는 거지 뭘 더 바라나. (웃음) 평가도
[커버스타] 갈증이 컸다 - <석조저택 살인사건> 김주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