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조>에서 림철령(현빈)을 처음부터 끝까지 움직이게 만드는 인물. 신현빈이 연기한 철령의 부인 화령이다. 영화 초반부에 잠깐 등장하고 곧 차기성(김주혁)의 손에 죽지만, 철령은 화령의 기억을 안고 남한에까지 내려가 복수를 위해 지독한 추격전을 벌인다. 신현빈을 만나 화령의 막중한 책임(?)에 관해 들었다.
-<공조>의 초반부, 등장과 퇴장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감독님께서 어느 행사장에선가 나를 보시고 얼굴이 인상에 오래 남았다고 하셨다. 화령은 영화 앞에만 잠깐 나오지만 철령이 왜 이렇게까지 복수에 집착하는지를 설명하려면 그만큼 화령의 이미지가 인상 깊게 남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행복한 순간이란 게 없는 남자처럼 보이는 철령이 유일하게 일상적인 행복을 느끼는 게 화령과 있을 때이지 않았겠나. 분량 대비 무척 어려운 캐릭터였다. (웃음) 회차만도 4~5회차나 찍었으니까.
-“분량 대비 어려운 캐릭터”를 준비하기 위해선 뭐가 필요했나
[who are you] 캐릭터를 상상하다 - <공조> 신현빈
-
가지지 못한 이의 욕망과 파국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여교사>는 무엇보다 인물이 중요한 영화였다. 무미건조하지만 때때로 희망이 찾아드는 효주(김하늘)의 서늘한 얼굴만큼 그녀의 의상은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김은숙 의상감독은 효주를 “교사에 대해 사회규범이 요구하는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효주라면 “계약직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갖춰입고, 자기가 차릴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차릴 인물”이라고 생각했기에 블라우스에 정장 바지를 받쳐입는 단정하고 포멀한 컨셉을 잡았다. 그는 직업만큼이나 내면에도 주목했다. “효주는 규범에 억눌려 있는 인물이다.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도, 무신경한 남자친구에게도 하고픈 말은 눌러 참는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계약직이기도 하다. 그를 표현하기 위해 블랙과 그레이, 화이트의 뉴트럴 계열 모노톤을 컨셉으로 잡았고 디자인도 미니멀하게 갔다.”
그가 디자인이나 색조보다 우선한 것은 배우에게 맞는 ‘핏’을 찾는 것이었다. “너무 스타일
[영화人] <여교사> 김은숙 의상감독
-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 폐막식 현장에서 조영각 집행위원장이 ‘굿바이 인사’를 전했다. 2002년부터 집행위원장으로서 서독제를 이끈 그에게 독립영화인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이제, 조영각 다음이다. 독립영화인들의 시선은 이미 김동현 서독제 부집행위원장 겸 사무국장에게로 향했다. 조영각 전 집행위원장도 “김동현 집행위원장 체제에서 영화제의 안정적인 운영 못지않게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주길 기대한다”는 애정의 조언을 전해왔다. 주변의 기대도 크다.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과 정동진독립영화제의 박광수 프로그래머는 “워낙에 꼼꼼한 사람이다. 행정가들과의 협업에 그 누구보다 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그만의 스타일을 구축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여성 집행위원장에 대한 지지와 응원의 말도 이어졌다. 제작사 딥 포커스의 안보영 프로듀서는 “강릉시네마테크 활동부터 서독제까지 독립영화의 역사를 꿰고 있는 영화인이다. 김동현 선배의 행보가 후배 여성 영화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씨네 인터뷰] 서울독립영화제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김동현 집행위원장
-
<아가씨>(2016) 이전, 배우 김태리의 주연작. 이것만으로도 김소연 감독의 데뷔작 <문영>(2015, 개봉 1월12일)은 주목받고 있다. 18살 소녀 문영(김태리)은 캠코더를 들고 홀로 거리를 헤맨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세상 속에서 문영은 집을 나간 엄마를 발견할지도 모른다고 기약 없는 기대를 해본다. 세상과 등을 지고 살게 된 문영은 의도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문영에게 희수(정현)가 다가온다. <문영>은 문영이 차마 말하지 못했던 말, 그 한마디를 꺼내기까지를 따른다. 문영의 용기에 대한 영화다.
-<문영>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영화 일을 해왔나.
=2011년 서울예술대학 영화과를 졸업했다. 휴학하고 윤성현 감독님의 <파수꾼>의 스크립터로 영화 일을 시작했다. 이후 김희정 감독님의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을 비롯해 <그댄 나의 뱀파이어> <기술자들> <뷰티 인
[people] <문영> 김소연 감독
-
-
상상할 줄 아는 사람은 단언하지 않는다. 자신이 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 사려 깊은 태도가 <피터팬의 공식>(2005)을 세상에 내어놓는 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폭풍전야>(2010) 이후 7년 만에 세 번째 장편 <다른 길이 있다>로 돌아온 조창호 감독은 여전히 신중하고 차분했다. 자살을 하려는 남자와 여자의 스쳐지나가는 인연에 대해 그린 <다른 길이 있다>는 자살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단지 소재로 낭비하지 않는다. 그들 각자의 사정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는 대신 가만히 지켜보고 다독이는 이 영화는 해답이 아닌 질문에 가깝다. <폭풍전야>의 부진한 흥행에 책임을 느낀 조창호 감독은 그동안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과 오랜 번민을 떨치고 이 영화를 통해 응답한다. 제 목소리를 내는 작은 영화가 관객과 만나기 어려운 시대, 여기 소중하고 기억할 만한 다른 길이 있다.
-7년 만이다. 차기작을 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people] <다른 길이 있다> 조창호 감독
-
남한 형사보다 세련된 북한 형사. 코미디보다는 액션에 방점을 찍는 영화. 김성훈 감독의 신작 <공조>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짐작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영화였다.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를 조명하는 이 작품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상업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성훈 감독의 엔터테이너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영화다. 전작 <마이 리틀 히어로>(2012)의 흥행 부진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하지만 결코 방심하지 않는 자세로 <공조>를 만들었다는 김성훈 감독에게 두 번째 장편 상업영화를 마친 소회를 물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인가.
=JK필름에서 제안을 받았다. 북한 형사가 주인공인 시나리오가 있는데, 남과 북이 최초의 공조수사를 한다는 포인트가 재밌더라. 스파이물이나 진중한 액션영화가 아닌, 가벼운 필치의 오락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그동안 꽤 있
[people] <공조> 김성훈 감독
-
“저 50박51일로 잠깐 도망갈게요.” 지난해 2월 크랭크인, 1년간의 작업을 거쳐 이제 막 개봉을 앞둔 <더 킹>의 주연 조인성이 한재림 감독에게 귀여운 엄살을 부렸다. 2008년 <쌍화점> 개봉 이후 지금까지 햇수로 9년 만의 신작이니 긴장과 흥분의 무게가 더해졌을 테다. 그간 조인성은 스크린 공백기, 아니 스크린이 ‘조인성 공백기’를 거쳐야 했다.
<더 킹>은, 오랜 기다림 끝의 선택지는 권력의 흥에 취해 정점으로 향했으나 결국 그 끝을 보게 된 검사 태수의 흥망성쇠기다. 80년대부터 거쳐온 ‘가짜 왕’ 태수의 수난사가 마치 대한민국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아 조인성이 그리는 태수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 영화의 90%를 장악한 <더 킹>의 중심. 한재림 감독은 그런 조인성을 두고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확실히 달라진 조인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그렸던, 그러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2017년의 조인성.
[커버스타] 지금의 조인성 - <더 킹> 조인성
-
계약직 교사와 그를 밀어내고 정규직 자리를 차지한 교사, 그리고 그들 사이의 한 소년. 관계를 조망하는 동시에 파고드는 <여교사>는 카메라와 인물간의 거리의 중요성을 아는 영화다. 효주(김하늘)의 얼굴을 세밀하게 담아내는 타이트한 숏이 있는가 하면, 너른 운동장을 배경으로 효주가 혜영(유인영)에게 무릎을 꿇는 와이드한 풀숏도 있다. <여교사>에 다양한 숏들을 담아낸 장본인은, 김상범 편집감독이 “사이즈감이 뛰어나다”고 평한 김태수 촬영감독이다. “인물들의 긴장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는 그는 “카메라가 인물과 거리를 두고 건조하게 바라보는 방식”을 택했다. “표면이 차가워야 들끓는 심연을 더 부각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김하늘 배우의 얼굴을 보여주는 클로즈업 외에는 넓은 사이즈의 숏들을 사용하며 관조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했다.”
카메라는 되도록 한대를 사용하고 셋업을 자주 바꾸지 않았다는 김태수 촬영감독은 단순한 구성을 지향했다. “요
[영화人] <여교사> 김태수 촬영감독
-
한국 언론 생태계의 붕괴, 그 전조는 어디서부터였을까. 1월12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2016)이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자료일 것이다. 영화는 2008년 YTN 언론노조와 2012년 MBC 언론노조가 정부의 ‘낙하산 사장’ 선임에 반대하며 시작한 싸움의 과정을 기록했다. 이 투쟁 끝에 언론인들은 해직됐고 중징계를 받았다. 다른 한편에선 언론이 스스로 정권 앞으로 가 머리를 조아리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언론을 ‘기레기’라 부르기 시작한 때도 이 무렵부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 언론인들이 있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해직 언론인들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전 EBS 프로듀서였던 김진혁 감독이 이 영화를 연출했다. 감독과 함께 해직 언론인으로서 영화에 출연한 <뉴스타파>의 최승호 감독을 한자리에 초대했다. 지난해 최승호 감독은 국정원의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자백>
[씨네 인터뷰]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연출한 김진혁 감독과 <자백>의 최승호 감독
-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드라마 <로망스>(2002)에서 선생으로 분한 김하늘이 제자인 관우(김재원)를 때리며 내뱉는 이 한마디는 사실 매우 애절하고 가슴 아픈 대사다. 서로를 그리지만 사제지간이기에 마음을 드러낼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압축한 것. 그러나 이 대사는 타고난 발랄함과 귀여움으로 무장한 배우의 독특한 매력과 섞여 희한한 유행어로 승화되어버렸다. 그 시절 김하늘에겐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의 철부지 과외교사가 훨씬 잘 맞는 옷이었다. “<로망스> 이후 마음껏 망가지는 재미를 알았다”던 김하늘은 장르에 관계없이 어쩌면 처음부터 여교사라는 역할에 잘 어울리는 배우였는지도 모른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찬찬히 쌓아온 내공은 <여교사>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폭발한다. 가히 대한민국 최고의 여교사 전문배우답다고 해야 할까.
[메모리] 오 나의 선생님 - 김하늘
-
가발과 선글라스를 벗어던지고 헐레벌떡 범인을 쫓는 품새를 보니 어째 좀 어설프다. 온몸에 힘이 들어간 북쪽 형사 철령(현빈)과 달리 어떤 사명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숨겨둔 필살기는커녕 제 한몸 간수하기조차 어려워 보이는데, 대체 무슨 실력으로 남북 공조수사의 남쪽 대표로 선택받았는지 알 길이 없다. 유해진이 연기한 진태는 위장수사 실패 때문에 정직 처분을 받고 있다가 철령의 공조수사 파트너로 낙점된 남한 형사다. 진태의 임무는 공조수사를 하면서 북한의 또 다른 속내가 있는지 철령을 감시하는 것이다. “아주 평범한 15년차 형사다. 집에 가면 딸과 아내에게 꼼짝하지 못하는 가장이고. 매일 어렵고 힘들게 살다가 남북 공조수사라는 생소하고 큰일이 닥친 거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유해진이 공조수사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작 <극비수사>(감독 곽경택, 2015)에서 형사 공길용(김윤석)과 짝을 이뤄 실종된 아이를 찾아낸 적이 있다. 물론 그 영화에서 그
[커버스타] 함께 또 홀로 - <공조> 유해진
-
1년이란 시간이 커다란 공백으로 느껴지는 건 기대와 반가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현빈은 2014년 <역린>을 선보였고, 2015년에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 출연했다. 2015년 가을부터 <공조> 작업에 착수했으며 지금은 <꾼> 촬영에 여념이 없다. 그 사이 ‘길라임’으로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이 뜻하지 않게 재조명됐고 연애 뉴스가 신작 소식보다 앞섰다. 작품으로는 <하이드 지킬, 나>가 마지막인 셈이어서 오랜만이란 느낌이 들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긴 공백도 아닌 것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2005)과 <시크릿 가든>이 지금의 현빈이 있기까지 혁혁한 공을 세운 작품이긴 하지만 현빈을 로맨틱 코미디의 왕자님으로 기억하기엔 그간의 변신이 너무도 다채로웠다. <그들이 사는 세상>(2008)의 지오,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8)의 동수, <
[커버스타] 눈빛을 바꾸다 - <공조> 현빈
-
김성훈 감독의 <공조>는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라는 소재를 코미디 반, 액션 반으로 풀어내는 영화다. 과묵한 특수부대 출신 북한 형사는 현빈, 말 많고 요령 좋은 남한 형사는 유해진이 맡았다. 누구보다 벅찬 한해를 보낸 유해진과 <역린>(2014) 이후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현빈은 공조수사뿐만 아니라 공조 연기도 멋지게 완수했다. 두 배우가 연기로 호흡을 맞추는 건 처음이지만 첫 만남이란 게 무색할 정도로 호흡이 좋았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현빈의 액션과 유해진의 코미디, 그 둘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성찬이 차려졌다.
[커버스타] 완벽한 한팀 - <공조> 현빈·유해진
-
‘소심인’에서 ‘소시민’으로 타이틀이 바뀌는 영화, <소시민>에서 한성천은 영업직 사원 구재필을 연기한다. 승진에선 계속 미끄러지고, 상사는 실적으로 쪼아대는 와중에 이혼을 재촉하는 아내와 양육권을 놓고 다투기까지 해야 하는 재필은 한시도 숨 돌릴 틈이 없다. 배우 한성천 특유의 억울한 표정, 구부정한 자세는 우리 곁의 수많은, 아주 보통의 소심한 남자를 금세 떠올리게 한다.
-안양예술고등학교,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이른바 연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는데.
=믿기지 않겠지만 어릴 때 무척 허약한 아이였다. (웃음) 집안 어른들이 15살 전까지 천식 못 고치면 쟤 죽는다고 하셨을 정도다. 그러다 침술을 배우신 외삼촌에게 한달쯤 침을 맞고 약을 지어 먹었더니 좀 나아졌다. 집 안에서만 놀다 그때부턴 바깥에서 활발히 놀게 됐는데 사람들이 내가 노는 걸 봐주는 게 너무 좋아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가수나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아버지의 반대로 예고를 못 가고
[who are you] 완벽히 준비된 자세로 - <소시민> 한성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