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우리는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2014)를 무려 줄리엣 비노쉬로부터 훔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아연실색했다. 배우 마리아(줄리엣 비노쉬)의 대본 연습을 매니저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이 거드는 장면은 압권이다. 스튜어트와 비노쉬의 이 신은, 연극의 리딩인 동시에 마리아와 발렌틴의 진실이 담긴 암묵적 대화로 성립해야 한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극중 아마추어답게 지나치게 세련되지 않으면서도 예리하게 흐름을 탄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그녀 안에 언제나 존재했던 과민성과 몽환적 기운을 마침내 스크린에 구현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 <퍼스널 쇼퍼>(2016)에서 다시 손을 잡았다. 2016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이 영화에 대한 평자들의 반응은 갈렸으나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에 대한 불만은 드물었다. 2016년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가진 그녀와의 인터뷰를 이제 전한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전작 <클라우즈
[people] <퍼스널 쇼퍼>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
15년 전에도 유해진은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빴다. 2002년 한해 동안 <공공의 적>(감독 강우석)의 칼잡이 용만, <라이터를 켜라>(감독 장항준)의 기차 승객 중 침착남, <해안선>(감독 김기덕)의 군과 마찰을 일으키는 남자, <광복절특사>(감독 김상진)의 끈질긴 짭새 등 무려 4편에 출연했다. 빡빡한 출연 일정임에도 그는 “정말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 극단 목화 시절부터 “몸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그는 “몸은 비논리잖아요. 근데 거짓말은 안 해요. 몸을 따르면 순리대로 가는 셈이지요. 제 연기가 몸으로 시작해서 몸으로 끝난다는 건 그런 뜻이에요.” 설 연휴 동안 많은 관객이 <공조>를 보면서 유해진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그의 정직한 몸연기 덕분이리라. 어쩌면 그게 <공조>의 뒷심이나 지난해 <럭키>의 성공 비결인지도 모른다.
[메모리] 정직한 몸연기 - 유해진
-
한방이 있는 남자. 박광현 감독이 <조작된 도시>에 안재홍을 캐스팅하며 원한 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족구왕>(2013)에서의 날 보셨다고 했다. 의외성. 뭐든 못할 것 같은 친구들이 뭔가 제대로 해냈을 때의 쾌감. 데몰리션이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하셨다.” 안재홍이 뚜렷한 캐릭터를 보여준 인물들, 영화 <1999, 면회>(2012)의 재수생 승준, <족구왕>의 복학생 만섭,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의 대입학력고사 6수생이자 반백수인 정봉까지 모두가 일견 촌스럽고 사회 주류로부터 떨어져 있으며 어리바리해 만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승준은 친구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만섭은 가공할 만한 족구 실력으로 현실에 찌든 학내 분위기를 180도 뒤집는다. 몸 약하고 머리도 나쁜데 사회성까지 한참 떨어지는 정봉은 예상치 못한 데서 천재적인 집중력을 발휘한다. 안재홍은 평범한
[커버스타] 안재홍표 비범함 - <조작된 도시> 안재홍
-
“한국에서 보기 드문 장르영화가 나올 것 같더라. 영화를 찍으면서도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SF, 애니메이션 등을 열심히 챙겨보는 자칭 “장르마니아”라는 심은경은 <조작된 도시>에 대한 애정이 깊다. “<조작된 도시>는 현실에 가상이 적절히 섞여 있는 영화다. 마치 내가 가상공간 속 인물이 돼서 직접 게임을 하는 양 찍으면서도 한명의 관객처럼 즐길 수 있는. 딱 내 취향이다.” 장르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감독에 대한 신뢰도 깊었다. “내가 박광현 감독님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웰컴 투 동막골>(2005)에서 팝콘이 눈처럼 날아오르는 장면을 본 순간부터 팬이 됐다. <조작된 도시> 이야기를 듣고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고, 정식으로 시나리오를 받아 읽어보니 여울이 매력적이더라. 해커는 주로 남자들이 맡았는데 여자 해커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때 아니면 언제 해커를 해보겠나 싶어 달려들었다. (웃음)” 그에겐 “한번쯤 캐릭터들이 함께
[커버스타] 함께 만들어가는 즐거움 - <조작된 도시> 심은경
-
-
지창욱은 순정물과 액션물과 학원물을 두루 섭렵하고 현실계로 넘어온 ‘만찢남’ 같았다. TV에서 보던 것보다 이목구비는 더욱 반듯하고 시원했으며 말할 때는 조리 있고 태도는 차분했다. 괜히 한류 스타가 아니었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기복 없이 꾸준히 드라마에 출연해온 그는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2009), <웃어라 동해야>(2010), <무사 백동수>(2011), <기황후>(2013), <힐러>(2014), 최근의 <THE K2>(2016) 등에서 늘 주인공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고死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2010)이 유일한 상업영화일 정도로 스크린에선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이에 대해 지창욱은 그저 “영화라는 장르를 애써 피한 건 아닌데 연이 닿지 않았던 것 같다. 무언가를 도전하는 데 늦고 빠름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뒤늦은 첫 영화 주연이지만 그 사실이 오히려 그의 심장을 뜨겁게
[커버스타] 언제나 주인공 - <조작된 도시> 지창욱
-
팀 레쥬렉션이 뭉쳤다. <조작된 도시>의 게임 길드명이자 현실에서도 부패한 사회를 뒤집어엎는 팀의 리더 권유(지창욱), 해커 여울(심은경), 폭파 전문가 데몰리션(안재홍)이 그들이다. PC방 ‘죽돌이’ 백수, 대인기피증이 있는 해커, 영화 특수효과팀 막내로, 일견 오합지졸처럼 보이지만 뭉치면 이 사회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기득권에 맞서 시원한 한판승을 해내는 이들을 연기한 배우들은 실제로도 패기와 활력이 넘쳤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추운 겨울밤에 이어진 야외촬영에서도 추운 내색 하나 없이 활기차게 촬영에 임해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영화 촬영현장에서도 실제 레쥬렉션의 일원이 된 것처럼 신나게 촬영했다는 이들을 만나 개봉을 앞둔 소회와 영화의 후일담을 들어봤다.
[커버스타] 환상의 팀 워크 - <조작된 도시> 지창욱, 심은경, 안재홍
-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전 남자친구 집 앞에서 언성을 높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문영(김태리)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거침없이 접근하는 <문영>의 희수 말이다. <문영>은 김태리의 또 다른 매력을 십분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뉴페이스 정현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첫 주연작 <문영> 개봉을 통해 연기를 계속할 원동력을 얻고, 관객과의 대화(GV)를 하며 극장을 꽉 채운 관객에게 감동하고 있다는 배우 정현을 만났다.
-주연작 개봉은 처음이다. 3년 전에 찍었던 영화 <문영>의 개봉 소식이 반가웠겠다.
=지난해는 유독 힘들었다. 미팅도 다 끝낸 상태에서 배역이 취소되면서 연기 생활의 고비를 맞았었다. 연기를 잠깐 쉴까도 생각했는데, <문영>이 개봉한다고 해서 한 줄기 빛을 만난 것 같았다. 물 한잔 건네받은 느낌이었다. (웃음) 당시엔 30분짜리 단편으로 문영 위주였는데, 64분으로 개봉하게 되면서 희수
[who are you] 길고 잔잔하게 - <문영> 정현
-
PC통신도 없던 시절, 영화가 좋아 오프라인 동호회를 결성했다. 수백권의 영화 전문서적을 탐독하며 동호회 세미나를 준비했던 열정은 90년대 국내 최초 사립영화교육기관인 NEO영화학교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제작투자, 매니지먼트 사업 등을 통해 영화계와의 끈을 놓지 않았던 임진만은 지난해 말 춘천에 새로운 영화 아카데미를 열었다. 척박한 지역 환경에 영상 교육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좀더 넓은 세상의 가능성을 향하고 있었다.
-춘천에 영화 아카데미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강원도에도 영화에 목마른 젊은이들이 많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았던 <춘천, 춘천>(2016)으로 초청된 장우진 감독과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꼭 내가 아니라도 지역 교육 사업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해 12월5일 개원했는데, 춘천뿐만 아니라 파주, 홍천, 멀리 원주에서도 문의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장차 목표는 1~
[people] 임진만 춘천 한국영화예술교육원 원장
-
전국의 어린이들을 두근거리게 만든 주문, “셋 업 메카드!”가 극장에서도 울려퍼질 예정이다. <터닝메카드> 시리즈의 첫 극장판 <터닝메카드 W: 블랙미러의 부활>이 개봉한다. 메카니멀 군단이 숙적 블랙미러의 부활에 맞서 지구의 운명을 놓고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터닝메카드> TV시리즈는 2015년 2월부터 KBS2에서 첫 방영됐고, 공전의 히트를 친 뒤 뮤지컬 <터닝메카드-화이투스의 비밀>(2016)과 두 번째 TV시리즈 <터닝메카드 W>까지 만들어졌다. TV시리즈부터 극장판까지 쭉 연출을 맡고 있는 홍헌표 총감독을 만나기 위해 희원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방문했다.
-정치외교학을 공부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를 동경해 일본으로 애니메이션 유학을 갔다고.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때만 해도 미술을 배우면 먹고살기 힘들다는 인식이 커서 아버지가 크게 반대하셨다. 그래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해 취직했는데 1년쯤
[people] <터닝메카드 W: 블랙미러의 부활> 홍헌표 감독
-
‘투르 드 프랑스’는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그야말로 월드컵과 같은 경기다. 세계 각지의 내로라하는 자전거 선수들이 모여드는 축제이자, 알프스와 피레네산맥이 포함된 3500km를 21일 만에 완주하는, 극한의 코스를 보유한 레이스이기도 하다.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이하 <뚜르>)은 그런 투르 드 프랑스의 코스를 최초로 완주한 청년, 이윤혁씨 이야기다(자세한 내용은 46쪽 프리뷰 참조). 전세계에서 오직 200여명이 앓고 있다는, ‘결체조작작은원형세포암’에 걸린 그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프랑스로 자전거 투어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다큐멘터리 제작부터 개봉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친 이 작품의 감독은 무려 네명(전일우, 임정하, 박형준, 김양래)이다. 이들 중 윤혁씨의 프랑스 투어를 카메라에 담은 전일우 감독과 영화의 편집을 도맡은 임정하 감독을 만나 제작과정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처음 이윤혁씨를 알게 된 계기는.
=전
[people]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전일우, 임정하 감독
-
“촬영감독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남기진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CGK, 공동대표 김형구·조용규·이모개) 사무국장의 말이다.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은 이같은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촬영감독의 권익을 대변하는 조합이다. 영화촬영감독을 업으로 삼아도 정작 현장에서 일하고 그 소득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촬영감독은 절반 정도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은 광고 촬영, 학교 강연, 웹드라마 촬영, 각종 아르바이트 등 영화현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실질적 소득을 충당한다. 회원수 90명. 2013년 설립해 햇수로 4년차에 이른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은 영화 관련 여러 협회 중 아직 ‘청년기’라 할 만큼 역사가 길지 않은 신생 단체다. 하지만 그간 촬영감독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조합이 해온 일은 적지 않다.
지난 기간 동안 조합의 1차 목표는 ‘현장에서 거부감 없이 표준계약서가 받아들여지는 것’이었다. 영화업계의 불공정 계약, 구습을 타파해 건강한 환경을 마련하
[영화人] 남기진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사무국장
-
배우 최민수와 그의 아들 최유성을 만났다. 최유성은 예능 프로그램 <엄마가 뭐길래>를 통해 얼굴을 비춘 적이 있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는 그는 지난해 휴학을 하고 현재 조심스레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워가고 있다. 만약 최유성이 본격적으로 연기를 한다면 배우 집안의 명맥을 4대째 이어가게 되는 셈이다. 최민수의 부모님은 1950~70년대를 풍미한 스타배우 최무룡과 연극과 영화 매체를 오가며 각광받았던 배우 강효실이고, 강효실의 부모님은 북에서 영화배우와 감독으로 활동한 강홍식과 다수의 작품에서 비극의 여주인공으로 활약한 전옥이다. 배우의 피가 대대로 전해지고 있다는 말이 거창할 수 있지만 최민수, 최유성 부자와 같은 공간에서 3시간을 함께 있다보니 두 사람의 비슷한 본질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아직 한국말이 서툰 최유성을 위해 어머니 강주은씨도 통역 겸 매니저로 동석했다.
-아들과 함께 인터뷰 자리에 나선 이유는.
=최민수_ 다른 이유가 있었던
[씨네 인터뷰]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배우의 길 - 배우 최민수와 아들 최유성
-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밀라 요보비치로 인해 성립한다. 15년간 시리즈를 끌고 오며 기복 없는 연기를 선보인 여전사 앨리스는 이번에도 우아한 액션들을 직접 소화하며 시리즈를 완성했다. 냉철하고 강인한 앨리스의 옷을 벗은 자연인 밀라 요보비치를 만나 일과 사랑, 가족과 행복, 여배우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리즈의 최종이다. 앨리스의 인간적인 면모가 더해지면서 애크러배틱한 액션의 비중이 좀더 늘어났는데.
=속편은 더 크고 더 화려하고 더 강력해야 한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번 영화 역시 육체적으로 힘든 작품이었다. 어떤 격투 장면은 250개가 넘는 동작과 합을 맞추기도 했고 숙적 아이작과의 트럭 위 격투 장면은 촬영에만 2주가 걸릴 정도로 공을 들였다. 주어지는 과제가 어려울수록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액션은 함정에 걸려 거꾸로 매달린 채 엄브렐라 요원들과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강렬하고 힘이 넘칠 뿐 아니라
[people]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밀라 요보비치
-
15년간 6편을 제작한 <레지던트 이블>은 이미 게임과 별개인 독자적인 시리즈라 할 만하다. 폴 앤더슨 감독은 그중 4편을 직접 연출했고 각본 작업에는 전부 참여했으며 시리즈의 전체 그림을 그린 장본인이다. 드디어 파이널 챕터에 접어든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시작과 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5년을 이어온 시리즈다. 이번 영화의 첫 번째 목표는 무엇이었나.
=나만 알고 있었던 설정이 있다. 1편은 앞뒤 과정을 설명하지 않고 앨리스(밀라 요보비치)의 등장부터 시작한다. 앨리스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는 앨리스를 연기하는 밀라 요보비치도 몰랐다. 그간 입이 근질근질해서 혼났다. (웃음) 이번 영화를 통해 비로소 원점으로 돌아가 애초에 구상했던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단도직입으로 묻겠다. 엔딩을 보면 속편이 또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인가.
=1편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이번 결말을 구상했다. 물론 정
[people]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폴 앤더슨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