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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 않은 사극, 한번도 보지 못한 콤비를 보고 싶다면 <임금님의 사건수첩>(개봉 4월 26일)은 꽤 그럴듯한 선택지가 돼줄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익히 봐온 이선균은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 용포 자락을 휘날리는 왕 예종이 됐다. 근엄함과는 거리가 한참 먼 보기 드문 삐딱한 왕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줄 아는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안재홍은 이번엔 머리 좋은 신입 사관 윤이서 역을 맡았다. 똑 소리나는 쪽이라기보다는 허당기가 엿보이고 어리바리한 구석이 꽤 있다. 마침 한양에 괴이한 소문이 떠돌자, 예종과 이서는 지식과 견문, 기지를 발휘해가며 진상의 실체를 파헤치려 의기투합한다.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임금님의 사건수첩> 속 ‘과학수사’가 어떤 재미를 예고할지 궁금해진다. 영화에서뿐 아니라 영화 밖에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 돈독한 선후배 이선균, 안재홍 조합을 만나 영화에 대해 미리 들어봤다.
[커버스타] 똑똑한 연기의 힘 - <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선균·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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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꽃이지만 아픈 꽃.” 배우 임화영이 말하는 영화 <어느날>의 선화다. 그녀의 죽음은 늘 함께였던 남편 강수(김남길)의 삶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애써 봉인했던 기억들이 쏟아져나올까 두려워 차마 열지 못하는, 이층집 방문 같은 존재인 선화는 그러나 강수의 일상에 추억으로, 회한으로, 아픔으로 끊임없이 출몰한다. <어느날>에서 이처럼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이는 임화영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김과장>의 오광숙으로도 주목받았다. “꽈장님”을 외치던 <김과장>의 쾌활한 경리 사원과 아련하고 차분한 <어느날> 속 선화가 같은 인물이었다니! 최근 배우 임화영을 가장 기분좋게 하는 감탄사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한다.
-<어느날>의 선화는 강수가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등장하는 인물이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염두에 둔 선화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상당할 것 같다.
=촬영하기 전 이윤기 감독님, 남길 오빠와 함께
[who are you] 늘 다른 모습으로 - <어느날> <김과장> 임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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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의 빛은 여간 작업하기 어려운 게 아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고, 밤 장면이 많은 데다가 실내든 로케이션이든 쉬어갈 수 있는 장면이 하나도 없다. 그가 직조해낸 빛은 새벽, 아침, 낮, 석양, 밤 등 시간의 흐름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신분에 따라 각기 다른 빛을 사용한 것도 그의 원칙이었다. 안기부 실장인 규남(장혁) 같은 권력자에게는 밝은 빛을 준 반면, 성진(손현주) 같은 보통사람에게는 하이라이트가 센 빛을 주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정해지 조명감독이 즐겨 사용한 조명은 영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텅스텐과 HMI(데이라이트)이고, 30구 같은 텅스텐 라이트를 투입한 낮 신이 몇 있다. 그의 세심한 조명 덕분에 <보통사람>의 룩은 시대극 특유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보통사람>뿐만 아니라 <원라인>과 <해빙> 또한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원라인>은 “콘트라스트의 변화를
[영화人] <보통사람> <원라인> <해빙> 정해지 조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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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 인터뷰 해요? 배우들 인터뷰 하면 되지. (웃음)” 이윤기 감독은 감독이 할 얘기가 뭐가 있냐며 영화 뒤에 자꾸만 숨으려 했다. 하지만 “비관적인 회의론자”라는 그가 <남과 여>(2015) 이후 내놓은 따뜻한 영화 <어느날>을 보고 나니 궁금증이 일었다. <어느날>은 아픈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미소(천우희)의 영혼이 만나 각자의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다. 이윤기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이고 따뜻하고 귀여운 영화이면서, 인간의 영혼이 등장하는 판타지영화인 데다 전작을 통틀어 최초로 여성이 아닌 남성의 심리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어느날>을 본 다음날 이윤기 감독을 만나 리얼리즘과 판타지, 낙관과 부정, 성공과 실패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대화의 절반은 상업영화 안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이야기들, 하지만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들이 만들어지지 못
[씨네 인터뷰] "치유, 이 영화를 만들며 바란 건 그거 딱 하나" - <어느날> 이윤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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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뒤에도 전쟁은 남는다. 덴마크에선 그 흔적 중 하나가 서해안 해변에 매설된 수만개의 지뢰였다. <랜드 오브 마인>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덴마크 해안가의 지뢰 해체 작업에 투입된 독일 소년병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마틴 잔드블리엣 감독은 전쟁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통해 이해와 용서에 이르는 쉽지 않은 길을 신중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랜드 오브 마인>의 호평 속에 차기작을 할리우드에서 찍게 된 그의 이름을 앞으로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와 서면으로 나눈 인터뷰를 전한다.
-당신의 고향 덴마크에서 있었던 실화를 영화화했다.
=영국이 지뢰 제거 작업에 독일군 포로를 제공하면서 덴마크 정부는 정치적 딜레마에 빠졌다. 덴마크는 종전 후 국가로서의 위상이 약했고, 당시 영국은 덴마크 해방에 도움을 준 나라였기에 영국의 독일군 포로 제공을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어쨌건 어린 독일군 포로들을 지뢰밭으로
[people] <랜드 오브 마인> 마틴 잔드블리엣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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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빵집에서 인터뷰를 하게 됐다. 알고 보니 ‘빵돌이’ 권혁수의 단골 빵집이었다. 최근 권혁수는 <원나잇 푸드트립-먹방레이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야무지게 먹는다’는 게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잘 먹고, 많이 먹고, 쉼 없이 먹는 그야말로 ‘먹는 존재’다. 어쩐지 오늘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미세먼지는 가시지 않았지만 볕도 좋고 실내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야외 테라스로 자리를 잡았다. “하늘이 허락한 테라스!”라며 권혁수는 오랜만의 휴일을 만끽한다. 물론 인터뷰는 빵을 먹으면서 진행됐다. <SNL코리아> 시즌2를 시작으로 시즌9까지 출연한 권혁수를 단박에 알린 건 ‘더빙극장’이라는 코너.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속 나문희의 눈물겨운 외침 ‘호박고구마!’를 완벽하게 따라하며 예능인의 끼를 발산했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권혁수를 예능인으로만 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연기를 전공했고 평생 연기하며 살겠다는
[trans x cross] “평생 연기하는 게 목표” - 배우 겸 방송인 권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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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는 부산국제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등에서 주목받은 단편 <몸값>에 여고생(이주영)의 몸값을 흥정하는 원조교제남으로 출연한다. 양아치 같은 캐릭터를 맛깔나게 연기한 덕에 지금의 매니지먼트 대표의 눈에 띄어 소속사에 들어가게 됐고, 최근 1~2년 사이 <공조> <보통사람> <원라인>, 개봉예정작인 <임금님의 사건수첩> <아리동> <침묵>까지 여러 편의 상업영화를 (단역이긴 하지만) 줄줄이 찍었다. <원라인>에선 한 서기관 역을 맡아 조우진, 안세하와 함께 영화의 코미디 한 축을 담당한다. <내부자들>(2015)과 드라마 <도깨비>(2016)의 대세 배우 조우진 옆에서 힘의 강약 조절을 적절히 해가며 자연스럽게 웃음을 끌어내는 박형수는 머지않아 자신의 영역을 더 넓게 확장해갈 배우로 성장할 것이다. 그의 생애 첫 인터뷰를 함께했다.
-<원라인>의 양경모 감독과는
[who are you] 연기를 향한 올곧은 마음 - <원라인> 박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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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감옥 미술 전문이 된 것 같다. (웃음)” 영화의 대부분이 감옥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프리즌>의 이내경 미술감독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평소 강렬한 남성 캐릭터가 대거 등장하는 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던 바람과 <집으로 가는 길>에서 잠깐 감옥 배경을 작업해본 경험을 떠올리며 “한국형 감옥영화를 제대로 보여주자”며 뛰어들었다. 마침 <프리즌>을 마치고 뒤이어 작업한 <대장 김창수> 역시 구한말의 감옥을 배경으로 한 까닭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한동안 감옥만 있었다. 두 남자가 만나 어떤 일을 도모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감옥에서만 진행되는 <프리즌>의 시나리오를 읽고 그녀가 떠올린 것은 “푸른 죄수복의 유건(김래원)과 갈색 모범수 옷을 입은 익호(한석규)의 옷 색깔을 영화적으로 공간에 활용해보면 재미있겠다”는 거였다. 그녀는 또한 사진작가 그레고리 크루드슨의 작품인 <브리프 엔카운터스>와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에서
[영화人] <프리즌> 이내경 미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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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기를 켜자, 장난기가 발동한 조달환은 “안녕하세요, 한석귭니다~”라며 대뜸 한석규 성대모사를 한다. 인터뷰 중간중간 오달수와 송강호의 성대모사도 들을 수 있었다. 끼 많고 사람 좋아하고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그는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오늘 먹은 점심 메뉴를 얘기하다 문득, 일상에서의 깨달음을 들려주었다. 조달환은 연기는 물론이고 “인성, 인품, 인격”을 갈고닦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배우다. <공모자들>(2012),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뷰티 인사이드>(2015) 등 다수의 작품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온 그가 <보통사람>에선 연쇄살인범으로 몰려 고문받는 태성을 연기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로도가 큰 캐릭터였지만 조달환은 그것마저 연기의 카타르시스로 치환해버린 듯했다. 그의 연기론과 인생론에는 새겨들을 말이 많았다.
-<보통사람>의 태성은 안기부의 공작에 의해 연쇄살인범으로 몰리는 인물이다.
[씨네 인터뷰] "배우로서 보여지는 것은 1%" - <보통사람> 조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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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2016)는 스포트라이트 뒤에 숨겨진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세상의 차별에 맞서야 했던 1960년대 흑인 여성들에 대한, 조금은 늦게 만들어진 영화다. 나사(NASA)의 스페이스 프로그램에서 “인간 컴퓨터”로 일했던 실존 인물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 메리 잭슨(저넬 모네이),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의 이야기는 모두 감동적이지만, 영화를 보다 유독 뭉클했던 순간은 도로시 본이 혼자만을 위한 승진을 거절하는 장면이었다. 내 앞가림조차 쉽지 않았던 때에 모두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거절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 용기를 표현하는 확고한 얼굴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뚜렷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판사 앞에서 최초가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변론하는 메리 잭슨이나 직장 내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대해 울분을 토하는 캐서린 존슨과 달리 도로시 본은 목소리 한번 높이는 일 없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때가 찾아왔을 때 주저 없이 요청한다.
[people] <히든 피겨스> 옥타비아 스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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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10개월 만의 컴백이다. 2014년 10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던 소니픽처스릴리징인터내셔널(이하 소니)이 지난 2월 올해 라인업을 발표하며 한국 시장에 복귀했다. 당시 “세계 경제 불황 탓에 영화사업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는 게 철수 이유였고, 소니가 철수한 뒤로 소니 라인업은 UPI 라인업을 통해 배급돼왔다. 그러다가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0월, 소니는 한국 시장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출발을 하는 소니의 출사표를 듣고 싶어 황선용 대표에게 만남을 청했으나 처음에는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소니의 전신인 컬럼비아트라이스타 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26년간 소니 외길 인생을 걸어오면서 단 한번도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그다. 황선용 대표가 그리고 있는 소니는 디즈니, UPI,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파라마운트 등 기존의 직배사 질서에 어떤 긴장감을 부여할까.
-한국 시장 철수 이후 약 2년 만의 복귀다.
=정확하게 1년10개월 만이다. 2
[people] 황선용 소니픽처스릴리징인터내셔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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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남>(2005), <고백>(2010), <악인>(2010), <늑대아이>(2012), <바쿠만>(2015), <너의 이름은.>(2016)의 공통점은? 모두 가와무라 겐키 프로듀서의 손을 거쳐 기획, 제작된 영화라는 점이다. 가와무라 겐키는 도호영화사 입사 이래 뛰어난 안목과 기획력으로 꾸준히 흥행작을 선보여왔다. 주목받는 일본영화의 뒤엔 항상 그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렇게 성공가도를 달리는 유명 프로듀서인 그에게 또 다른 얼굴이 있으니 바로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사실이다. 2012년 발표한 첫 소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120만부 넘는 판매를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가와무라 겐키 프로듀서를 만나 성공한 콘텐츠를 만드는 비결에 대해 물었다. 성공한 프로듀서이자 차분한 이야기꾼, 그리고 흥미로운 에세이스트로서의 답변을 전한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people] <분노> 가와무라 겐키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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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헌재의 위헌정당해산 결정으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지난해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를 통해 정당 해산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이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통합진보당을 입에 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이정희 전 대표 또한 지난해 <진보를 복기하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지만, 그동안 폐기됐거나 발의가 되지 못해 안타까운 진보 정책 11가지를 소개했을 뿐 정당 해산 과정에서 겪은 일이나 심정만큼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한달여 전 새 책 <이정희, 다시 시작하는 대화> 출간을 기념해 이정희 전 대표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도 그래서다. 그러다가 며칠 전, 만나겠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정치에 민감해진 시기에 정치 외의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과 조금 더 숨을 고르고 대화하고 싶었다”는 이유와 함께. 인터뷰가 끝난 뒤 그녀는 “글을 쓸 때는 마음을 정리정돈했다
[trans x cross] 이제는 종북몰이를 끝내자 - 책 <이정희, 다시 시작하는 대화> 출간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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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부터 강렬했다. 연기파라고 하면 또래배우 중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천우희는 그간 남들이 쉽게 넘보기 힘든 캐릭터를 도맡아왔지만 본인은 그마저도 고정관념이라고 선을 그었다. <어느날>의 미소는 이제껏 그녀가 맡은 역할 중 가장 편하고 귀엽고 발랄한 인물이다. 하지만 배우 천우희의 연기인생에 있어선 도전이자 도약의 시점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걸음이 경쾌하고 신나 보이기까지 한다.
-3월 11일 팬미팅을 가졌다. 축하드린다. ‘희소식’이란 팬미팅 제목이 참 좋다.
=사실 지난해에 하려다가 부득이하게 미뤄졌다. 그동안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시사회 정도뿐이라 여러 가지로 아쉬웠는데 열심히 준비한 만큼 잘 마무리된 것 같아 뿌듯하다.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아 쑥스럽긴 했지만. (웃음)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나 인터뷰에서의 모습과 달라서 혹시나 깨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좋아해주셔서 편안해졌다.
-스스로 생각할 때도
[커버스타]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 <어느날> 천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