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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으로 모든 걸 상실한 남자 이석진.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도 좋다고 생각한다. 설명할 수 없는 분노와 허탈감에 휩싸인 석진은 이름도 직업도 처지도 전혀 다른 최승만으로 위장해 연인을 죽인 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선다. 오직 그것만이 그를 살아가게 한다. 고수가 석진과 승만 두 이름으로 살 수밖에 없게 된 사연 많고 미스터리한 인물을 연기한다. 고수의 반듯한 얼굴 너머에서 우수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의뭉과 회한 서린 그의 또 다른 얼굴을 확인할 시간이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어떤 면에 끌렸나.
=<이와 손톱>이라는 원제를 보는 순간 궁금증이 마구 생겼다. ‘필사적으로 처절하게, 온힘을 다해서’라는 의미더라. 무엇을 향한 처절함일지 의문을 갖고 시나리오를 읽어가는데 이야기의 구성이며 분위기가 기존에 받아 본 시나리오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이 작품을 꼭 하고 싶어졌다.
-신분을 숨기고 연인의 죽음에 복수하려는 석진의 상황이 굉장히
[커버스타] 현장이 정말 재밌다 - <석조저택 살인사건>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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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저택 살인사건>의 석진/승만(고수)은 사랑의 복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위장하는 인물이고, 그런 석진/승만의 감시망에 들어온 도진(김주혁)은 경성 최고의 재력가이자 시체 없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법정에 서는 인물이다. 고수와 김주혁 두 배우는 위장과 속임수와 배신과 응징의 집행자가 되어 영화를 극적으로 몰고 간다. 영화에서 발산했던 에너지가 무색하게, 현실의 두 배우는 밝고 편해 보였다. 말의 무게를 알기에 언제고 신중한 고수와 귀엽게 솔직한 김주혁을 만났다.
[커버스타] 신중하게 솔직하게 - <석조저택 살인사건> 고수·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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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위에 더한 사기꾼, 그야말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다. ‘대출 사기’를 벌이는 <원라인>의 사기단 속 캐릭터들 이야기다. 그 가운데서도 자신을 속여먹으려는 이보다 한발 앞서 뒤통수를 치고, 필요하다면 자기를 속이려는 자와 손을 잡을 의향이 있으며, 한패가 돼 한건 제대로 올리고서도 다음 스텝을 위해선 뒤도 안 돌아보고 ‘안녕’을 고하는 ‘독고다이’가 있다. 할 줄아는 것이라고는 공부밖에 없어 보이던 모범 대학생 해선이다. 하지만 그런 해선은 극이 진행될수록 돈이라는 확고한 자기 목표를 향해 변신 또 변신한다. 사내들 사이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 해선을 왕지원이 연기했다. <원라인>은 그녀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사기단의 사기가 진행될수록 대학생이던 해선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을 것 같다.
=해선은 사람 사이의 정보다는 자기 이익을 따르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악의가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영화 속 많은 남
[who are you] 관객 전체를 속일 수 있기를 원했다 - <원라인> 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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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서 밀려드는 취재 요청을 게스트 스케줄에 맞춰 조율하고 통역가 섭외를 하는 틈틈이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한다. 그 와중에 수많은 게스트의 호텔 체크인, 체크아웃 일정까지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웃음)” 개막식을 이틀 앞둔 홍보팀장에게 직무에 관해 소개해달라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심지어 이건 전체 답변의 절반쯤에 해당한다. “전주 돔 상영관에 의자가 몇개 놓이는지, 스피커는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기린 오피스텔 3층 전시장에서 <100Films, 100Posters> 전시가 언제까지 열리는지, 행사 가로등 배너와 포스터는 어디에 걸려야 하는지 등등을 모두 알고 있어야” 홍보팀장을 할 수 있다며 거의 랩처럼 답변을 쏟아내는 이지은 팀장은 사실 영화제 출신(?) 스탭이 아니다. 영화, 드라마 홍보, 배우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다가 전주로 오게 된 그녀는 영화제 업무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그녀가 이전까지 해왔던 업무와 비교해 영화제 홍보란 것이 “행사 전
[영화人] 이지은 전주국제영화제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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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의사라고 가정하자. 동료와 언쟁을 벌이던 중, 한 흑인 소녀가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것에 응답하지 않았다. 다음날 그 흑인 소녀가 다른 병원으로 가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통은 내 잘못이 아니니 모른 척하고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언노운 걸>(2016)의 주인공 제니(아델 에넬)는 환자를 받아주지 못한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고, 소녀의 죽음과 관련된 단서를 하나씩 찾아나선다. 그 과정에서 제니가 맞닥뜨리는 윤리적 딜레마는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은데도 소녀의 정체를 쫓은 이유를 아델 에넬은 “휴머니티”로 꼽았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직접 만난 그녀는 제니처럼 용기가 넘치는 배우였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다르덴 형제가 건네준 시나리오는 나를 그들의 프레임 안에 가두지 않고, 의사 제니의 내면 깊은 곳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제니를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줬다. 제니가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
[people] <언노운 걸> 배우 아델 에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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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달은 몰라도 두번째달의 음악은 모를 수 없다. 드라마 <아일랜드>(2004)의 테마곡으로 쓰인 1집 수록곡 <서쪽 하늘에>, 드라마만큼 사랑받은 <궁>(2006)의 O.S.T, 포카리스웨트 광고음악(라라라라라라라라 날 좋아한다고~) 등 방송에서 이들의 음악은 수시로 흘러나왔다. 유럽의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여러 장르를 넘나들었던 에스닉 밴드 두번째달은 지난해 국악 프로젝트 앨범 《판소리 춘향가》를 발표해 자신들의 음악적 지평을 한뼘 더 넓혔다. 국악에 대한 편견을 단번에 깨줄 두번째달의 이 앨범은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크로스오버음반상을 수상했다.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펼쳐질 공연을 앞두고 두번째달을 만났다. 김현보, 박진우, 최진경, 백선열, 조윤정, 이영훈 이상 6명의 멤버 중 김현보, 백선열은 사정상 인터뷰에 동석하지 못했다.
-《판소리 춘향가》 앨범의 평도 좋았지만 공연 반응 또한 상당했다. 지난해 대
[trans x cross] “익숙한 판소리에 두번째달만의 색깔을 더했다" - 국악 프로젝트 앨범 《판소리 춘향가》로 활동 중인 두번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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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민>에서 ‘추억이 깃든 서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며 선거전을 치르는 서울시장 변종구는 가족도 동료도 내팽개치고 권력의 꼭대기를 향해 질주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하필 영화의 설정상 그가 공장 노동자 출신이란 신분을 이용해 서민 흉내를 내는 모습을 보니, 과거 최민식이 연기했던 여러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를테면 욕망의 화신과도 같았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최익현이나 <악마를 보았다>의 지긋지긋한 연쇄살인마 장경철 같은 소위 ‘악역’ 캐릭터 계보의 반대편에 놓인 인물들, 그러니까 <주먹이 운다>의 태식이나 <꽃피는 봄이 오면>의 현우, <파이란>의 삼류 건달 강재 등 하루 벌어 겨우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특별시민>의 변종구는 하늘을 우러러 스스로를 한없이 부끄러워해야 하는 인물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특별시민>을 보면서 오랜만에 강재와 현우
[메모리] 그때 그 시절의 눈빛 -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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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여유롭게 말을 이어가는 정해인의 모습은 신인 같지 않았다. 20살이라고 해도 믿을 동안 외모지만 1988년생인 그는 올해 30살이다. “남자배우 30살이면 어린 건데.” 맞는 말이다. 20대가 예열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더욱 뜨거워질 일만 남았다. <도깨비>에서 공유의 질투를 받은 김고은의 첫사랑 ‘태희 선배’, <불야성>에서 이요원의 훈남 보디가드 ‘탁’으로 출연하면서 정해인은 단정하고 맑은 얼굴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각인시켰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선 예종(이선균)의 신변을 보호하는 무사 흑운으로 등장한다. 검은 복면으로 얼굴의 반을 가려도 그 훈훈함은 가려지지 않는다. “건강하게, 오래, 즐겁게 연기하는 게 꿈”이라는 정해인을 만났다.
-선하고 귀여운 인상인데,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선 왕을 호위하는 무사 흑운을 연기했다.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 중 가장 과묵하고 남자다운 캐릭터다. 문현성 감독님이, 누가 봐도 듬직한
[who are you] 서른, 이제 시작이다 - <임금님의 사건수첩>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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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다친 몸에서 혼이 빠져나온 탓에 벚꽃을 만질 수 없는 미소(천우희)의 손과 보험조사원 강수(김남길)의 손이 포개지는 순간, 이들의 심장 박동을 대변하는 듯 다정한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진다. 화면 가득 메운 벚꽃과 피아노의 조화에 새삼 귀 기울이게 된 것은 이윤기 감독의 <어느날> 덕분이다. 두 사람의 인생에 찾아온 비극을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이윤기 감독과 오랫동안 작업한 밴드 ‘푸딩’ 출신의 김정범 음악감독 작품이다. 그는 “<어느날>은 피아노로 작업해야겠다”고 결정한 뒤 다소 이색적인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연주 자체를 실제 피아노와 더불어 두대의 피아노를 동시에 쓰거나 현에 이물질을 부착해 음질과 가락을 바꾼 그랜드피아노를 뜻하는 ‘프리페어드 피아노’로 연주하는 등의 시도를 한 것.
“반드시 실제 녹음이 좋다, 고 여기는 사운드트랙의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다양한 피아노 소리를 섞으면서 “해당
[영화人] <어느날> 김정범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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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직접 나서서 민가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과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왕 예종(이선균). 사관의 역할에만 충실하고 싶은데 놀라운 기억력을 인정받아 왕의 비밀 수사에 동원되는 신입 사관 이서(안재홍).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이 두 캐릭터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한 버디무비다. 문현성 감독은 허윤미 작가의 동명의 원작 만화에서 캐릭터 설정만 빌려왔을 뿐 영화의 내용은 온전히 새롭게 채웠다. 남북 탁구 단일팀을 소재로 한 영화 <코리아>(2012)로 데뷔한 그는 이번엔 감동이 아니라 웃음으로 영화를 끌고 간다. 시대극의 고정관념을 깨기까지, 코미디의 노선을 지켜내기까지 문현성 감독이 감독수첩에 고민하며 적어두었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았다.
-원작은 순정 만화였는데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순정 만화의 느낌은 살리지 않았더라. 원작에서 흥미로웠던 지점은 뭐였나.
=호기심을 자극했던 건 인물 설정이었다. 왕과 사관, 두 캐릭터 사이의 신분
[people] <임금님의 사건수첩> 문현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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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을 생각할 때 우선 떠오르는 건 그의 울림 가득한 목소리다. 이선균의 목소리는 드라마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2005), <커피프린스 1호점>(2007), <하얀거탑>(2007) 등에서 믿음직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쓰였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짜증과 냉소가 섞인 말투와 결합하면 드라마 <파스타>(2010)나 영화 <끝까지 간다>(2013)에서 확인한 것처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로맨틱과 믿음직함과 시니컬과 지질함을 오가며 부지런히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한 이선균이지만 한때는 그도 고민 많은 신인이던 때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손님은 왕이다>(2006) 개봉 당시 가진 인터뷰에서 이선균은 이런 말을 했다. “뭘 하고 싶다고 세상이 다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고, 또 지나치게 과장된 연기를 필요로 하는 역할들은 싫고, 소모되는 역할은 거절했더니 나중엔 일이 잘 안 들어오더라.” 이제는
[메모리] 10년을 한결같이 - 이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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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민>의 박경은 이제껏 심은경이 연기한 캐릭터 중에서 실제 심은경의 모습과 가장 다른 인물이다. 변종구(최민식) 선거 캠프의 공보 담당자인 그녀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야심이 큰 데다 말보다는 행동이 앞선 여성이다. 코미디면 코미디(<써니>(2011), <수상한 그녀>(2013), <걷기왕>(2016)), 스릴러면 스릴러(<널 기다리며>(2015), <조작된 도시>(2017)) 등 장르영화에 최적화된 연기를 보여준 심은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녀에게 박경은 “자신의 연기를 되돌아보게 해줬고, 앞으로 연기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 캐릭터”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실제보다 나이가 많은 캐릭터가 들어와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부담스러웠다. 나한테 맞는 역할일까, 해낼 수 있는 인물일까. 고민이 많았지만 감독님께서 내가 기존의 모습과 다른 면모를 끄집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신 것 같아 출
[커버스타] 특별한 변신 - <특별시민> 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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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말이야.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거야.” 각종 스캔들과 비리, 음모와 배신의 늪에서 발버둥치면서도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전력 질주하는 변종구(최민식)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는 <특별시민>에서 가장 정치적인 인물 중 하나다. 누구보다 프로답게 보여야 할 인물에 곽도원이라는 선택지는 최적의 답안이었다. <아수라>의 김차인 검사와 <변호인>의 차동영 경감이 그렇듯, 특정 직업군으로 등장하는 인물에 강한 설득력과 놀라운 현실감을 부여하는 건 배우 곽도원의 주특기이며 <특별시민>에서도 그런 그의 장점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편인가.
=전혀 없었다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을 접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별시민>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에도 가장 먼저 한 일이 포털 사이트에 ‘정치’라는 단어를 검색하는 것이었다. 권력을 모아서 쓰는 게 정치라더라. 그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쓰고 있을
[커버스타] 그가 이끌어낸 답 - <특별시민> 곽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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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차림에 말끔한 커트 머리. 3선 도전 서울시장 변종구의 ‘규격’에 맞게 최민식은 체중을 감량하고, 현란한 화술과 마스크를 장착했다. 권력의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발톱을 숨긴 채 가족마저 이용하는 파렴치한. 권력에 도취한 채 질주하는 그의 이름은 ‘정치인’이다. 거대한 도시 서울의 심장을 흐리게 만드는 악인 변종구.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얼굴은 최민식의 연기 구력을 바탕으로, 영화가 아닌 현실의 기시감을 더해준다.
-이순신 장군(<명량>), 조선의 명포수 천만덕(<대호>)처럼 최근 맡은 배역이 우직하게 신념을 지키는 인물이었다면, <특별시민>의 변종구는 신념 따위는 저버릴 카멜레온 같은 인물이다.
=말에 집중했다. 정치를 하는 사람만큼 말에 의존하고,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자기 표피를 변화시켜 방어하고 공격하는 <동물의 왕국>의 동물이 연상되는, 임기응변에 강한 사람. 현란한 언어의 연금술사랄까. 이 사
[커버스타] 캐릭터에 대한 욕심 - <특별시민> 최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