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원은 2016년 달력에 ‘일 또 일’이라고 새겨넣기라도 한 걸까. 올해 개봉작만 무려 세편. 장르, 캐릭터 어느 하나 겹침이 없다. <검사외전>에선 사기의 귀재로, <가려진 시간>에선 소년과 성인의 경계에 선 비감 어린 인물로, 그리고 이번엔 <마스터>의 ‘마스터’다. 그는 지능범죄전담수사팀 김재명 형사가 돼 범죄사기단 원네트워크의 진 회장(이병헌)뿐 아니라 이 사회의 최고위층을 싹 갈아엎으려 한다. 김재명은 일당을 타진하기 위해 전체 판을 짜는 마스터 중의 마스터다. 강동원은 “현실이 워낙에 답답하지 않나. 김재명의 추적이 상당히 통쾌했다. 사기단을 쫓는 방식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않은 점도 오락영화의 미덕으로 보였다”며 <마스터>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한다.
목표지향적 인간 김재명은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단조로워 보일 캐릭터인 만큼 미세한 변화를 주는 것, 강동원이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이 정도로 정직한 캐릭터는 또 처
[커버스타] 쉼 없는 질주 - <마스터> 강동원
-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남자. <마스터>의 진현필에 대한 이병헌의 첫인상이었다. “나쁜 짓을 하는 악당들에겐 보통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과거의 전력이나 배경이 있다. 그런데 진현필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악역이더라.” 그의 말대로 범죄사기집단 원네트워크의 회장 진현필은 명분 있고 과거 있는, 사연 많은 악당들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그를 움직이는 건 오로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싶은 순수한 욕망이다. “처음부터 나쁜 생각으로 기업을 일으킨 사람이다. 이렇게 연민도 이해도 되지 않는 인물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박창이 이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는 악당에게 자기만의 논리를 부여하는 것. 이는 <마스터>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조의석 감독과 함께 가장 고심한 문제였다고 이병헌은 말한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은, 영화 속 진현필의 대사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얘기는 이미 20세기에 끝났어.
[커버스타] 더 대담하게 - <마스터> 이병헌
-
좌로 봐도 스타, 우로 봐도 스타다. 강동원과 이병헌, 김우빈을 한 영화에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12월21일 개봉하는 조의석 감독의 신작 <마스터>는 동시대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이 세명의 스타 남자배우들이 한 화면 속에 놓인다는 것만으로도 그 결과물이 어떨지 기대감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지난 12월12일 언론시사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마스터>의 모험은 성공적이다.
냉철한 경찰(강동원)과 희대의 사기꾼(이병헌), 이 둘 사이를 오가는 전략가(김우빈). 달라도 너무 다른 캐릭터로 분한 세 배우는 각자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극의 조화를 깨뜨리지 않도록 절묘한 연기의 합을 선보인다. 이들은 <마스터>라는 무대 위에서 어떻게 따로, 또 같이 신명나게 연기했나. 그 뒷이야기를 전한다.
[커버스타] 그들이 사는 세상 - <마스터> 이병헌·강동원·김우빈
-
<판도라>의 연주(김주현)는 원자력발전소 직원인 남자친구 재혁(김남길)과의 소박하지만 단란한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노후된 원전이 폭발하면서 평화롭던 마을은 난장판이 되고, 연주는 발전소 안에 갇힌 재혁을 대신해 재혁의 가족을 챙겨 피난길에 나선다. 가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연주는 재혁의 노모, 형수, 조카를 살뜰히 보살피는 동시에 사고 현장 상황에 깜깜한 다른 주민들에겐 사실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연주는 과감하고 능동적인, <판도라> 속 또 한명의 영웅이다. 연주를 연기한 김주현을 만났다.
-연주는 <판도라>에서 가장 많이 뛰어다닌 캐릭터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이렇게 긴 호흡으로 큰 역할을 맡은 게 처음이라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컸다. 몸이 힘든 건, 촬영 마치고 집에서 쉴 때 후유증이 와서 알겠더라.
-<판도라>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모던파머>에 같이 출연한 이하늬 선배가 박정우 감독님에게 날
[who are you] 과감하고 능동적인 - <판도라> 김주현
-
-
아일랜드인인 피어스 콘란은 한국영화에 관한 한 폭넓은 활약을 선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사이트 <KoBiz> 웹진 기자이며 트위치필름(Twitchfilm), 아리랑국제방송 등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방송하고 있다. 스위스 프리부르영화제의 컨설턴트 활동도 병행 중이며, 투엠알필름의 프로듀서로도 활약하고 있다. 2013년 한국에 온 후 3년 반 동안, 그는 한국영화계에서 찬찬히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저널리스트로 한국에 오긴 했는데, 이제는 내가 생각해도 정확히 내 직업을 말하기가 어렵다. (웃음)” 최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잇프로젝트로 선정된 이상우 감독의 신작 <식인 할멈>을 통해 그는 시나리오작가로도 영역을 넓혔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자란 피어스 콘란은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영화와 불문학을 전공했다. 이후 의료 관련 회사에 다니다 그 길이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었다고 한다. 한국영화와 만난 건
[영화人] 아일랜드에서 온 한국영화 마니아 - 기자 피어스 콘란
-
“아니, 왜? 세편 모두 깔끔하게 말아먹었는데? (웃음)” 오랜만에 인터뷰를 요청하자 권해효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세편의 성적이 저조하다며 쑥스러워했다. <스플릿>(11월9일),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11월10일), <가려진 시간>(11월16일) 등 지난 11월, 한주 간격으로 무려 세편의 개봉영화에 얼굴을 내밀었던 그다. 권해효가 던진 농에는 짙은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세 영화 모두 개성 있는 작품이라 좀더 많은 관객을 만날 자격이 있는데 여러 이유 때문에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못한 데서 비롯된 아쉬움 말이다. 또 그는 지난 12월1일 CGV압구정에서 열린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 2016에서 류시현과 함께 개막식을 진행했다. 개막식 마이크를 잡은 게 올해로 16년째. 그는 “지난 16년 동안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이 8명이나 바뀌었다. 이번에 조영각 집행위원장이 그만둔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그를 ‘제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네 인터뷰] <스플릿>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가려진 시간> 권해효
-
재독 영화감독 조성형의 신작 다큐멘터리 <북녘의 내 형제자매들>이 올여름 독일 전역에서 개봉했다. ‘북한’ 하면 떠오르는 매스게임, 군사행진 같은 이미지는 이 영화엔 없다. 조성형 감독은 직접 인터뷰어로 출연해 북한 사회의 이모저모를 담아냈다. 이 작품은 개봉 당시 독일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고, 2016년 크고 작은 독일 내 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영화는 출연자들을 세심하게 화면에 담고, 끈질기게 피상적 모습을 관찰함으로써 북한의 가장 아름다운 면을 보여준다”며 극찬했다. 지난 11월24일 베를린에서 교민들과 함께 <북녘의 내 형제자매들>을 관람하는 상영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조성형 감독을 직접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작과 달리 감독님이 직접 영화에 출연한다.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인 나와 이야기하며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었다. 북한에서 촬영한 영화들이 많다. 그런데 거
[people] <북녘의 내 형제자매들> 조성형 감독
-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 누군가는 더빙 외화 속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원피스> 시리즈의 루피 또는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남도일을 떠올릴 거다. 강수진 성우는 1988년 KBS 성우극회 21기로 데뷔한 뒤 29년째 현업 성우로 목소리 연기를 하고 있다. 2003년 KBS2에서 <원피스> TV시리즈 최초 정식 방영 때부터 루피 목소리 연기를 했고, 최근 연기한 <원피스 필름 골드>는 3년 만에 개봉하는 <원피스> 극장판이다.
-루피는 유독 고함을 지르는 장면이 많은데 루피를 연기할 때 생각하는 포인트는.
=소리를 지르는 등의 기능적인 연기는 기술 훈련과 목 관리를 꾸준히 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루피는 선하고 정의감 넘친다는 걸 빼면 성격적 결함이 많은 캐릭터다. (웃음) 그런 성격을 어떻게 소리로 드러내느냐에 중점을 두고 연기한다.
-캐릭터 성장에 따라 목소리 연기도 다르게 하나.
=
[people] <원피스 필름 골드> 강수진 성우
-
황인숙 시인은 휴대전화가 없다. 집전화로 몇번의 시도 끝에 통화에 성공했다. 통화 말미, 시인과 다시 한번 약속의 그날을 확인하고 나니 둘만의 공모일이라도 정한 듯 간질댔다. 게다가, “건강하세요!”라는 시인의 명랑한 끝인사라니. 대설(大雪) 오후. 시인이 30년 넘게 산 해방촌의 한적한 카페에서 시인을 기다렸다. 창 너머로 시인이 보인다. 곱슬곱슬한 긴 머리칼을 흩날리며 잰걸음을 옮긴다. 2007년 시집 <리스본行 야간열차> 이후 9년 만에 펴낸 시집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를 가슴팍에 팍! 껴안고서 시인이 왔다.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로 등단한 이후 일곱 번째 시집이다. 등단작이 시인의 미래를 예고했을까. 시인은 고양이들과 함께 살며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고양이에 대한 시도 써왔다.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결국 시를 써내려갈 수밖에 없었을 시인의 지난 시간에 대해 물었다. 더불어 최근
[trans x cross] “독자의 잠들어 있던 영혼을 자극하길, 그럴 수 있길…” - 시집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펴낸 황인숙 시인
-
<두 남자>의 성훈(김재영)은, 말하자면 ‘비뚤어진 금수저’다. 성훈은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 무엇에 아쉬워한 적이 없고, 사람 부리는 일도 손가락질 한번이면 족하다. 미성년자들을 데려다 성매매와 마약 밀매를 시키면서도 죄책감 따위는 없다. 곁에 있는 사람이 절로 눈치를 보게 만드는 신경질적인 태도, 비열함, 강박적인 권력욕을 지녔다. 그는 익숙한 듯 트렌디한 유형의 악인이다. 영화계엔 거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던 김재영은 놀라울 정도로 성훈의 면면을 호연했다. 첫 악역 연기의 설렘(?)을 아직도 깊이 품고 있는 듯한 신인 김재영을 만났다.
-<두 남자>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이성태 감독님이 동명이인 배우 김재영을 검색하던 중 내가 같이 검색이 된 거다. 사진만 보고 성훈 이미지에 맞다고 생각해 회사로 연락을 하셨다고 했다. 나도 잘 모르는, 내 안의 악을 보셨다고 했다. 나는 내가 웃으면 개구쟁이 같고 해맑아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감독님은 웃는 게 무
[who are you] 트렌디한 악인 연기는 처음입니다 - <두 남자> 김재영
-
박찬진 기술감독은 일년 동안 열리는 대부분의 영화제에 이름이 빠지지 않는 사람이다. 영화제 상영 기술 지원업체 진미디어를 공동으로 차렸고, 올해 열린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기술감독이란 직함을 달았다. 방송기술을 전공했고, 2004년 제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술팀 자원활동가로 영화와 처음 연을 맺었다. 당시 목에 생긴 종양으로 수술을 받느라 의가사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 소리내 말하는 것이 고역이었다고 한다. “말하기가 힘든 상태라 자원활동가 면접까지 가서도 별 기대는 없었다. 뜻밖에도 운전병으로 복무한 경험 덕에 상영관에 필름을 수송하는 일을 맡게 됐다. (웃음)” 그해에만 쉼없이 여섯개의 영화제를 돌았고 12월에 제30회 서울독립영화제 기술팀 자원활동가로 일한 뒤부터 한번도 빠지지 않고 기술팀 스탭으로 일해왔다.
프로그램팀이 영화를 수급하고 어느 시간대에 영화를 상영할지 프로그래밍을 완료하면 그때부터 기술팀의 일이 시작된다. 영화 상영을 위한 장비를 상영관에
[영화人] 박찬진 서울독립영화제 기술감독
-
김수현 감독의 블랙코미디 <우리 손자 베스트>는 당혹스럽다. 주인공인 교환(구교환)과 정수(동방우, 동방우는 배우 명계남의 새 이름이다)는 각각 사회적 약자 혐오, 지역감정 조장 등 기형적인 이념을 담은 게시물을 제작·유통하는 웹사이트 일베저장소(이하 일베)의 헤비 유저와 극우 반공주의와 국가주의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회원을 모델로 했다. 교환과 정수의 안쓰러운 작태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을 불쌍히 여기게 만든다. 하지만 관객은 금세 끝간 데 모를 그들의 혐오스러운 행동에 진저리를 치게 된다. 영화는 현재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폐 중 하나인 일베와 어버이연합을 집요하게 관찰한다. 대상에 대한 상세한 서술이 눈에 띄지만 결론은 유보적이란 인상을 준다. 영화에 대해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오랜만에 또 한편의 장편을 내놓은 김수현 감독을 만났다.
-<우리 손자 베스트>는 전작 <연소, 석방, 폭발 대적할 이가 없는>(2012)
[씨네 인터뷰] "보편적인 얘길 했다고 생각한다" - <우리 손자 베스트> 김수현 감독
-
심광진 감독은 2000년, 한 충무로 젊은 감독의 꿈과 사랑을 소박하게 그려낸 <불후의 명작>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7년 뒤, 외롭게 나이 든 가장과 그의 가족사를 입체적으로 묘사한 <이대근, 이댁은>(2007)을 내놓았다. 그리고 또다시 7년이 걸려 직접 각색하고 연출한 세 번째 작품 <작은형>을 완성했다. <작은형>은 사기꾼 동생이 지적장애를 가진 형과 형의 동거인들의 돈을 노리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바깥에서 바라본 영화의 컨셉은 새롭지 않지만 현실감 있는 대사, 전형성을 탈피한 캐릭터, 촘촘한 갈등 구조 등 매력적인 요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그중에서도 사연 많은 인물들을 바라보는 감독의 착한 시선이 특히나 반갑다. 작품과 작품 사이 짧지 않은 세월이 지났지만 결국 연출로 돌아온 감독은 앞으로 “더 자주, 많이, 애를 써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대근, 이댁은> 이후 7년 만에 연출한 영화다.
=하
[people] <작은형> 심광진 감독
-
가영(정가영)은 무턱대고 애인이 있는 전 남자친구 정훈(김최용준)의 집에 찾아가 섹스를 하자고 떼쓴다. 가영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전까진 물러서지 않을 태세고, 정훈은 나름 철벽을 치지만 가영의 공격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다. <비치온더비치>는 가영과 정훈이 끊임없이 주고받는 대사(주로 가영이 얘기하고 정훈이 들어주는 식이지만)가 사실상 전부인 영화라 할 수 있다. 고정된 앵글, 흑백의 롱테이크는 오롯이 이들의 얘기에 귀기울이게 만든다. 그런데 가영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얘기가 심상치 않다. 욕망의 솔직한 발현부터 색드립의 향연까지, 가영에겐 모든 게 거침없다. 단편 <혀의 미래>(2014), <내가 어때섷ㅎㅎ>(2015) 등을 통해 남녀 사이 성적 긴장감을 흥미롭게 담아온 정가영 감독은 장편 데뷔작 <비치온더비치>를 통해 성과 연애와 사랑에 대해 발칙하게 발언한다.
-홍상수의 <해변의 여인>(Woman On the Bea
[people] <비치온더비치> 정가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