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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에 찾아온 <특별시민>은 대선을 눈앞에 둔 5월 극장가에서 시의성만으로는 가장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한국영화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극적이라 관객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는 제작진의 고민이 깊지만, 프로페셔널한 정치인의 옷을 입은 베테랑 배우들의 ‘썰전’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특별시민>은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다. 속을 알 수 없는 서울시장 3선 후보, 닳을 대로 닳은 정치 9단의 참모, 이제 막 진흙탕 싸움에 뛰어든 정치 신인을 최민식, 곽도원, 심은경이 연기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노련한 연기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세 배우가 한 영화 속에 자리할 때 우리는 어떤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인가? 프로가 연기하는 프로의 세계에 대해 <특별시민>의 세 배우에게 물었다.
[커버스타] 프로가 연기하는 프로의 세계 - <특별시민> 최민식·곽도원·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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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파워레인저> 같은 전대물(정의를 위해 여러명이 함께 싸우는 영웅 시리즈물 장르)의 중심은 레드가 아닌 핑크다. 미모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함 역시 필수조건이다. 누가 더 예쁘냐는 외모 줄세우기와는 조금 다르다. 레인저의 두 여성 멤버 중 옐로가 쾌활함과 발랄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핑크는 색깔 그대로 사랑스럽고 화려하면서도 역경에 굴하지 않는 밝음이 필요하다. 세상 누구보다 자신을 가장 사랑할 줄 아는 자존감을 덧붙이면 더욱 좋겠다.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에서 핑크 레인저로 변신하는 킴벌리 역을 맡은 나오미 스콧은 핑크의 조건에 정확히 부합하는 배우다. 1993년 영국 하운즐로에서 태어난 나오미 스콧은 2008년 TV시리즈 <라이프 비트>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이후 SF, 뮤지컬 장르 등에서 꾸준히 얼굴을 알려왔다. 201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드라마 <테라노바>에서 주인공의 딸
[who are you] 핑크의 사랑스러움 레인저의 자신감 -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나오미 스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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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감독의 영화에는 유독 등장인물들의 뒷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가슴 속에 저마다의 생채기를 안고, 그것을 소리내어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 카메라가 담아낸 그들의 뒷모습은 상처받은 이들이 겹겹의 방어막으로 무장한 얼굴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암시하는 듯하다. <어느날>의 촬영을 맡은 최상호 촬영감독은 모든 걸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들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이윤기 감독 특유의 미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스탭 중 하나다. 지난 2006년 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으로 이윤기 감독과의 협업을 시작한 최상호 촬영감독은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와 <멋진 하루>를 거쳐 <어느날>에 이르기까지 이윤기 감독의 ‘눈’이 되어주고 있다. “이윤기 감독님의 영화는 일상적이면서도 그 가운데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포착해야 한다. 그게 늘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이다.”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가 오직 한 남자의 눈에만 보인다는 판타지적인
[영화人] <어느날> 최상호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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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의 매력? 귀, 여, 움!”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문현성 감독과 제작자 최아람 대표에게 물었더니 짜기라도 한 듯 같은 대답을 들려줬다. 짐작하건대 안재홍의 귀여움은 그간 그가 보여준 캐릭터들간의 공통점, 그러니까 어딘가에 몰두하고 몰입하는 모습에서 오는 것 같다. ‘안재홍이라는 신기한 배우가 나타났다!’며 환대하고 싶었던 <족구왕>(2013)의 복학생 만섭이나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안재홍을 각인시킨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의 정봉을 생각해보자. 세상물정 모르고 자기만의 관심사에 꽂혀 사는 엉뚱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 궁금해하고 관심 가는 일에 흠뻑 빠져 저만의 방식으로 애정의 대상을 알아가고 터득한다. 괴짜라거나 제 세계에 고립된 채 바깥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인물과는 다르다. 좋아하는 걸 꾸준히 탐하고, 성실하게 바라기한 끝에 예상치 못한 일격을 가하는 인물이다. 그만의 내공이 사랑스럽다.
그런 안재홍
[커버스타] '어수룩'의 마스터 - <임금님의 사건수첩> 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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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이선균은 한번도 도포 자락을 휘날린 적이 없었다. 사극 시나리오를 여러 편 받아본 적 있지만, 그때마다 각기 다른 이유 때문에 인연을 맺지 못했다. 꼭 사극을 해야 된다는 법은 없으니 “당장 안 해도 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까닭에, 그에게 사극은 “밀린 숙제” 같았다. <임금님의 사건수첩>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다소 의아해했던 것도 그래서다. “잘나가는 젊은 친구들이 덥석 물 만한 시나리오를 왜 나한테? (웃음)” 그런 그가 사극 출연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된 건 단지 숙제를 해내야겠다는 의무감 때문은 아니다. “과거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했다가 40대가 되니 사극은 안 하면 안 되는 장르가 되었다. 무거운 이야기였다면 겁이 났을 텐데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뛰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물론 사극이 처음이라 쉽진 않더라.”
그가 맡은 예종은 누구보다 백성을 생각하는 왕이다. 옳다고
[커버스타] 삐딱한 행동파 임금 - <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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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 않은 사극, 한번도 보지 못한 콤비를 보고 싶다면 <임금님의 사건수첩>(개봉 4월 26일)은 꽤 그럴듯한 선택지가 돼줄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익히 봐온 이선균은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 용포 자락을 휘날리는 왕 예종이 됐다. 근엄함과는 거리가 한참 먼 보기 드문 삐딱한 왕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줄 아는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안재홍은 이번엔 머리 좋은 신입 사관 윤이서 역을 맡았다. 똑 소리나는 쪽이라기보다는 허당기가 엿보이고 어리바리한 구석이 꽤 있다. 마침 한양에 괴이한 소문이 떠돌자, 예종과 이서는 지식과 견문, 기지를 발휘해가며 진상의 실체를 파헤치려 의기투합한다.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임금님의 사건수첩> 속 ‘과학수사’가 어떤 재미를 예고할지 궁금해진다. 영화에서뿐 아니라 영화 밖에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 돈독한 선후배 이선균, 안재홍 조합을 만나 영화에 대해 미리 들어봤다.
[커버스타] 똑똑한 연기의 힘 - <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선균·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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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꽃이지만 아픈 꽃.” 배우 임화영이 말하는 영화 <어느날>의 선화다. 그녀의 죽음은 늘 함께였던 남편 강수(김남길)의 삶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애써 봉인했던 기억들이 쏟아져나올까 두려워 차마 열지 못하는, 이층집 방문 같은 존재인 선화는 그러나 강수의 일상에 추억으로, 회한으로, 아픔으로 끊임없이 출몰한다. <어느날>에서 이처럼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이는 임화영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김과장>의 오광숙으로도 주목받았다. “꽈장님”을 외치던 <김과장>의 쾌활한 경리 사원과 아련하고 차분한 <어느날> 속 선화가 같은 인물이었다니! 최근 배우 임화영을 가장 기분좋게 하는 감탄사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한다.
-<어느날>의 선화는 강수가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등장하는 인물이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염두에 둔 선화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상당할 것 같다.
=촬영하기 전 이윤기 감독님, 남길 오빠와 함께
[who are you] 늘 다른 모습으로 - <어느날> <김과장> 임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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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의 빛은 여간 작업하기 어려운 게 아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고, 밤 장면이 많은 데다가 실내든 로케이션이든 쉬어갈 수 있는 장면이 하나도 없다. 그가 직조해낸 빛은 새벽, 아침, 낮, 석양, 밤 등 시간의 흐름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신분에 따라 각기 다른 빛을 사용한 것도 그의 원칙이었다. 안기부 실장인 규남(장혁) 같은 권력자에게는 밝은 빛을 준 반면, 성진(손현주) 같은 보통사람에게는 하이라이트가 센 빛을 주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정해지 조명감독이 즐겨 사용한 조명은 영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텅스텐과 HMI(데이라이트)이고, 30구 같은 텅스텐 라이트를 투입한 낮 신이 몇 있다. 그의 세심한 조명 덕분에 <보통사람>의 룩은 시대극 특유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보통사람>뿐만 아니라 <원라인>과 <해빙> 또한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원라인>은 “콘트라스트의 변화를
[영화人] <보통사람> <원라인> <해빙> 정해지 조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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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 인터뷰 해요? 배우들 인터뷰 하면 되지. (웃음)” 이윤기 감독은 감독이 할 얘기가 뭐가 있냐며 영화 뒤에 자꾸만 숨으려 했다. 하지만 “비관적인 회의론자”라는 그가 <남과 여>(2015) 이후 내놓은 따뜻한 영화 <어느날>을 보고 나니 궁금증이 일었다. <어느날>은 아픈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미소(천우희)의 영혼이 만나 각자의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다. 이윤기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이고 따뜻하고 귀여운 영화이면서, 인간의 영혼이 등장하는 판타지영화인 데다 전작을 통틀어 최초로 여성이 아닌 남성의 심리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어느날>을 본 다음날 이윤기 감독을 만나 리얼리즘과 판타지, 낙관과 부정, 성공과 실패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대화의 절반은 상업영화 안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이야기들, 하지만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들이 만들어지지 못
[씨네 인터뷰] "치유, 이 영화를 만들며 바란 건 그거 딱 하나" - <어느날> 이윤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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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뒤에도 전쟁은 남는다. 덴마크에선 그 흔적 중 하나가 서해안 해변에 매설된 수만개의 지뢰였다. <랜드 오브 마인>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덴마크 해안가의 지뢰 해체 작업에 투입된 독일 소년병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마틴 잔드블리엣 감독은 전쟁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통해 이해와 용서에 이르는 쉽지 않은 길을 신중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랜드 오브 마인>의 호평 속에 차기작을 할리우드에서 찍게 된 그의 이름을 앞으로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와 서면으로 나눈 인터뷰를 전한다.
-당신의 고향 덴마크에서 있었던 실화를 영화화했다.
=영국이 지뢰 제거 작업에 독일군 포로를 제공하면서 덴마크 정부는 정치적 딜레마에 빠졌다. 덴마크는 종전 후 국가로서의 위상이 약했고, 당시 영국은 덴마크 해방에 도움을 준 나라였기에 영국의 독일군 포로 제공을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어쨌건 어린 독일군 포로들을 지뢰밭으로
[people] <랜드 오브 마인> 마틴 잔드블리엣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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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빵집에서 인터뷰를 하게 됐다. 알고 보니 ‘빵돌이’ 권혁수의 단골 빵집이었다. 최근 권혁수는 <원나잇 푸드트립-먹방레이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야무지게 먹는다’는 게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잘 먹고, 많이 먹고, 쉼 없이 먹는 그야말로 ‘먹는 존재’다. 어쩐지 오늘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미세먼지는 가시지 않았지만 볕도 좋고 실내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야외 테라스로 자리를 잡았다. “하늘이 허락한 테라스!”라며 권혁수는 오랜만의 휴일을 만끽한다. 물론 인터뷰는 빵을 먹으면서 진행됐다. <SNL코리아> 시즌2를 시작으로 시즌9까지 출연한 권혁수를 단박에 알린 건 ‘더빙극장’이라는 코너.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속 나문희의 눈물겨운 외침 ‘호박고구마!’를 완벽하게 따라하며 예능인의 끼를 발산했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권혁수를 예능인으로만 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연기를 전공했고 평생 연기하며 살겠다는
[trans x cross] “평생 연기하는 게 목표” - 배우 겸 방송인 권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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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는 부산국제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등에서 주목받은 단편 <몸값>에 여고생(이주영)의 몸값을 흥정하는 원조교제남으로 출연한다. 양아치 같은 캐릭터를 맛깔나게 연기한 덕에 지금의 매니지먼트 대표의 눈에 띄어 소속사에 들어가게 됐고, 최근 1~2년 사이 <공조> <보통사람> <원라인>, 개봉예정작인 <임금님의 사건수첩> <아리동> <침묵>까지 여러 편의 상업영화를 (단역이긴 하지만) 줄줄이 찍었다. <원라인>에선 한 서기관 역을 맡아 조우진, 안세하와 함께 영화의 코미디 한 축을 담당한다. <내부자들>(2015)과 드라마 <도깨비>(2016)의 대세 배우 조우진 옆에서 힘의 강약 조절을 적절히 해가며 자연스럽게 웃음을 끌어내는 박형수는 머지않아 자신의 영역을 더 넓게 확장해갈 배우로 성장할 것이다. 그의 생애 첫 인터뷰를 함께했다.
-<원라인>의 양경모 감독과는
[who are you] 연기를 향한 올곧은 마음 - <원라인> 박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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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감옥 미술 전문이 된 것 같다. (웃음)” 영화의 대부분이 감옥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프리즌>의 이내경 미술감독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평소 강렬한 남성 캐릭터가 대거 등장하는 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던 바람과 <집으로 가는 길>에서 잠깐 감옥 배경을 작업해본 경험을 떠올리며 “한국형 감옥영화를 제대로 보여주자”며 뛰어들었다. 마침 <프리즌>을 마치고 뒤이어 작업한 <대장 김창수> 역시 구한말의 감옥을 배경으로 한 까닭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한동안 감옥만 있었다. 두 남자가 만나 어떤 일을 도모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감옥에서만 진행되는 <프리즌>의 시나리오를 읽고 그녀가 떠올린 것은 “푸른 죄수복의 유건(김래원)과 갈색 모범수 옷을 입은 익호(한석규)의 옷 색깔을 영화적으로 공간에 활용해보면 재미있겠다”는 거였다. 그녀는 또한 사진작가 그레고리 크루드슨의 작품인 <브리프 엔카운터스>와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에서
[영화人] <프리즌> 이내경 미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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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기를 켜자, 장난기가 발동한 조달환은 “안녕하세요, 한석귭니다~”라며 대뜸 한석규 성대모사를 한다. 인터뷰 중간중간 오달수와 송강호의 성대모사도 들을 수 있었다. 끼 많고 사람 좋아하고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그는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오늘 먹은 점심 메뉴를 얘기하다 문득, 일상에서의 깨달음을 들려주었다. 조달환은 연기는 물론이고 “인성, 인품, 인격”을 갈고닦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배우다. <공모자들>(2012),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뷰티 인사이드>(2015) 등 다수의 작품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온 그가 <보통사람>에선 연쇄살인범으로 몰려 고문받는 태성을 연기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로도가 큰 캐릭터였지만 조달환은 그것마저 연기의 카타르시스로 치환해버린 듯했다. 그의 연기론과 인생론에는 새겨들을 말이 많았다.
-<보통사람>의 태성은 안기부의 공작에 의해 연쇄살인범으로 몰리는 인물이다.
[씨네 인터뷰] "배우로서 보여지는 것은 1%" - <보통사람> 조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