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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하고 영민한 소년미가 묻어나는 얼굴과 기민한 움직임, 한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배우 리즈 아메드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그는 제국군 화물선의 파일럿이지만 갤런 어소(매즈 미켈슨)의 뜻을 따라 반군에 합류, 무기 데스스타를 파괴하려 하는 보디 역을 맡아 활약을 펼친다. 보디의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러나 그는 야물고 영리한 얼굴로 사건과 사건, 신과 신의 틈바구니를 파고들며 적진의 인물들에게 신뢰를 획득하고, 나아가 관객에게도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리즈 아메드의 얼굴이 어딘지 익숙하다면, 아마도 당신은 <제이슨 본>과 <나이트 크롤러>에서 그를 조우했으리라. <제이슨 본>에서 그는 공공 안보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타협하지 않는 IT기업의 젊은 천재 CEO 에런 칼루어 역을 맡아 스마트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나이트 크롤러>의 릭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보디와
[who are you]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리즈 아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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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보모 한매(공효진)와 함께 사라졌다. 하루 종일 일에 치이다 집에 돌아온 엄마 지선(엄지원)은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그길로 아이를 찾아 나선다. 김정원 의상감독은 <미씽: 사라진 여자>의 시나리오를 읽으며 지선, 한매 두 여성의 처지가 남일 같지 않았다. “주변의 많은 워킹맘들이 영화를 보면 섬뜩할 거다. 아이를 맡기고 일할 때마다 엄마들이 느끼는 부담과 두려움 같은 게 있잖나. 여성으로서 최악의 상황들을 겪어야 하는 한매를 보니 마음이 아프더라.” 눈에 띄는 건 지선이 업무를 위해 차려입은 원피스다. 아이를 찾을 때도 지선은 계속 이 옷 차림이다. “(엄)지원씨가 적극적으로 원피스로 가자고 했고 나도 찬성했다. 아이 잃은 엄마가 옷 갈아입을 시간이 어딨나. 일부 남성 스탭들은 ‘이 상황에 웬 원피스?’냐며 이해를 못하더라.” 한매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와 보모가 되기까지의 사연이 밝혀질 때마다 옷에 변화를 줬다. “보모로 지선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한매에게는
[영화人] <미씽: 사라진 여자> 김정원 의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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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이다. 장이 섰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개헌이니 조기 대선이니 ‘제2의 3당 합당’이니 온갖 시나리오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야권 잠룡들도 기지개를 켠 지 오래다. 이 모든 게 박근혜 대통령 탓이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국민 모두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매일 오전 7시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과 매주 수요일 저녁 한겨레TV의 <김어준의 파파이스>(이하 <파파이스>)를 진행하고, 내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다큐멘터리 세편(‘프로젝트 부’로, 자세한 내용은 <씨네21> 1073호 씨네스코프 ‘진실을 추적하라’ 참조.-편집자) 제작을 지휘하고 있는 그다. 벌인 일이 많고, 다루는 뉴스들이 파편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방송을 유심히 들은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김어준 총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씨네 인터뷰]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과 다큐멘터리 세편 제작 중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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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네 번째 시리즈 <심야식당: 도쿄 스토리>가 넷플릭스를 통해 12월7일부터 국내 방영을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심야식당: 도쿄 스토리>에는 배우 고아성도 출연한다. 10개 에피소드 중 ‘오므라이스’편에 출연하는 고아성은 열정적인 물리학자 아마미야(오카다 요시노리)를 도쿄의 뒷골목에 위치한 심야식당 ‘메시야’에서 만나 사랑하게 되는 한국인 유나를 연기한다. 자정에 문을 열고 아침 7시에 문을 닫는 식당 메시야의 주인장 마스터(고바야시 가오루)는 이번에도 과묵하게 손님들의 인생 상담을 해준다. ‘탄멘’ ‘옛날 핫도그’ ‘돈 스테이크’ 등 <심야식당: 도쿄 스토리>의 10개 에피소드는 이번에도 담담하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낸다. 첫 번째 시리즈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심야식당>을 책임진 마쓰오카 조지 감독과 <심야식당>의 팬이었다는 고아성을 만났다.
-‘오므라이스’편의 주인공은 힘들게
[people] <심야식당: 도쿄 스토리> 마쓰오카 조지 감독, 고아성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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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김우빈이 연기하는 박장군은 <마스터>의 브레인이다. 어떻게 하면 수억, 수조원의 돈을 자기 주머니로 빼돌릴 수 있을까만 궁리하며 산다. 장군은 진현필(이병헌)이 운영 중인 원네트워크의 전산실장 직함을 달고 그의 돈세탁을 도맡고 있다. 하지만 매번 딴주머니를 차려는 못난 습관 탓에 자신의 앞날을 수렁으로 밀어넣는 어리숙한(?) 구석도 있다. 장군이 진현필의 수조원대 비자금 중 “소박하게 500억원만” 가로챌 것을 궁리하며 친구 경남(조현철)과 또 다른 작당을 벌인 덕분에 장군은 진현필과 “그 윗대가리들”을 소탕하려는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의 비밀의 ‘말’이 되고 만다. “그렇게 순진한 건 장군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 걸까? (웃음) 일할 때 지능적이고 계산적이라고 해서 실생활에서까지 그럴 것 같진 않았다. 천재인 듯하면서 허당인, 현실에 있을 법한 바보이기도 하다. 그렇게 평소엔 잔뜩 풀어져 있다가도 할 일을 해야 할 땐
[커버스타] 타고난 설계자처럼 - <마스터> 김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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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은 2016년 달력에 ‘일 또 일’이라고 새겨넣기라도 한 걸까. 올해 개봉작만 무려 세편. 장르, 캐릭터 어느 하나 겹침이 없다. <검사외전>에선 사기의 귀재로, <가려진 시간>에선 소년과 성인의 경계에 선 비감 어린 인물로, 그리고 이번엔 <마스터>의 ‘마스터’다. 그는 지능범죄전담수사팀 김재명 형사가 돼 범죄사기단 원네트워크의 진 회장(이병헌)뿐 아니라 이 사회의 최고위층을 싹 갈아엎으려 한다. 김재명은 일당을 타진하기 위해 전체 판을 짜는 마스터 중의 마스터다. 강동원은 “현실이 워낙에 답답하지 않나. 김재명의 추적이 상당히 통쾌했다. 사기단을 쫓는 방식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않은 점도 오락영화의 미덕으로 보였다”며 <마스터>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한다.
목표지향적 인간 김재명은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단조로워 보일 캐릭터인 만큼 미세한 변화를 주는 것, 강동원이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이 정도로 정직한 캐릭터는 또 처
[커버스타] 쉼 없는 질주 - <마스터>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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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남자. <마스터>의 진현필에 대한 이병헌의 첫인상이었다. “나쁜 짓을 하는 악당들에겐 보통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과거의 전력이나 배경이 있다. 그런데 진현필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악역이더라.” 그의 말대로 범죄사기집단 원네트워크의 회장 진현필은 명분 있고 과거 있는, 사연 많은 악당들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그를 움직이는 건 오로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싶은 순수한 욕망이다. “처음부터 나쁜 생각으로 기업을 일으킨 사람이다. 이렇게 연민도 이해도 되지 않는 인물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박창이 이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는 악당에게 자기만의 논리를 부여하는 것. 이는 <마스터>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조의석 감독과 함께 가장 고심한 문제였다고 이병헌은 말한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은, 영화 속 진현필의 대사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얘기는 이미 20세기에 끝났어.
[커버스타] 더 대담하게 - <마스터>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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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 봐도 스타, 우로 봐도 스타다. 강동원과 이병헌, 김우빈을 한 영화에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12월21일 개봉하는 조의석 감독의 신작 <마스터>는 동시대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이 세명의 스타 남자배우들이 한 화면 속에 놓인다는 것만으로도 그 결과물이 어떨지 기대감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지난 12월12일 언론시사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마스터>의 모험은 성공적이다.
냉철한 경찰(강동원)과 희대의 사기꾼(이병헌), 이 둘 사이를 오가는 전략가(김우빈). 달라도 너무 다른 캐릭터로 분한 세 배우는 각자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극의 조화를 깨뜨리지 않도록 절묘한 연기의 합을 선보인다. 이들은 <마스터>라는 무대 위에서 어떻게 따로, 또 같이 신명나게 연기했나. 그 뒷이야기를 전한다.
[커버스타] 그들이 사는 세상 - <마스터> 이병헌·강동원·김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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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연주(김주현)는 원자력발전소 직원인 남자친구 재혁(김남길)과의 소박하지만 단란한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노후된 원전이 폭발하면서 평화롭던 마을은 난장판이 되고, 연주는 발전소 안에 갇힌 재혁을 대신해 재혁의 가족을 챙겨 피난길에 나선다. 가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연주는 재혁의 노모, 형수, 조카를 살뜰히 보살피는 동시에 사고 현장 상황에 깜깜한 다른 주민들에겐 사실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연주는 과감하고 능동적인, <판도라> 속 또 한명의 영웅이다. 연주를 연기한 김주현을 만났다.
-연주는 <판도라>에서 가장 많이 뛰어다닌 캐릭터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이렇게 긴 호흡으로 큰 역할을 맡은 게 처음이라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컸다. 몸이 힘든 건, 촬영 마치고 집에서 쉴 때 후유증이 와서 알겠더라.
-<판도라>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모던파머>에 같이 출연한 이하늬 선배가 박정우 감독님에게 날
[who are you] 과감하고 능동적인 - <판도라> 김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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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인인 피어스 콘란은 한국영화에 관한 한 폭넓은 활약을 선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사이트 <KoBiz> 웹진 기자이며 트위치필름(Twitchfilm), 아리랑국제방송 등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방송하고 있다. 스위스 프리부르영화제의 컨설턴트 활동도 병행 중이며, 투엠알필름의 프로듀서로도 활약하고 있다. 2013년 한국에 온 후 3년 반 동안, 그는 한국영화계에서 찬찬히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저널리스트로 한국에 오긴 했는데, 이제는 내가 생각해도 정확히 내 직업을 말하기가 어렵다. (웃음)” 최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잇프로젝트로 선정된 이상우 감독의 신작 <식인 할멈>을 통해 그는 시나리오작가로도 영역을 넓혔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자란 피어스 콘란은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영화와 불문학을 전공했다. 이후 의료 관련 회사에 다니다 그 길이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었다고 한다. 한국영화와 만난 건
[영화人] 아일랜드에서 온 한국영화 마니아 - 기자 피어스 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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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세편 모두 깔끔하게 말아먹었는데? (웃음)” 오랜만에 인터뷰를 요청하자 권해효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세편의 성적이 저조하다며 쑥스러워했다. <스플릿>(11월9일),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11월10일), <가려진 시간>(11월16일) 등 지난 11월, 한주 간격으로 무려 세편의 개봉영화에 얼굴을 내밀었던 그다. 권해효가 던진 농에는 짙은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세 영화 모두 개성 있는 작품이라 좀더 많은 관객을 만날 자격이 있는데 여러 이유 때문에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못한 데서 비롯된 아쉬움 말이다. 또 그는 지난 12월1일 CGV압구정에서 열린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 2016에서 류시현과 함께 개막식을 진행했다. 개막식 마이크를 잡은 게 올해로 16년째. 그는 “지난 16년 동안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이 8명이나 바뀌었다. 이번에 조영각 집행위원장이 그만둔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그를 ‘제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네 인터뷰] <스플릿>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가려진 시간> 권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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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영화감독 조성형의 신작 다큐멘터리 <북녘의 내 형제자매들>이 올여름 독일 전역에서 개봉했다. ‘북한’ 하면 떠오르는 매스게임, 군사행진 같은 이미지는 이 영화엔 없다. 조성형 감독은 직접 인터뷰어로 출연해 북한 사회의 이모저모를 담아냈다. 이 작품은 개봉 당시 독일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고, 2016년 크고 작은 독일 내 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영화는 출연자들을 세심하게 화면에 담고, 끈질기게 피상적 모습을 관찰함으로써 북한의 가장 아름다운 면을 보여준다”며 극찬했다. 지난 11월24일 베를린에서 교민들과 함께 <북녘의 내 형제자매들>을 관람하는 상영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조성형 감독을 직접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작과 달리 감독님이 직접 영화에 출연한다.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인 나와 이야기하며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었다. 북한에서 촬영한 영화들이 많다. 그런데 거
[people] <북녘의 내 형제자매들> 조성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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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만 들어도 안다. 누군가는 더빙 외화 속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원피스> 시리즈의 루피 또는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남도일을 떠올릴 거다. 강수진 성우는 1988년 KBS 성우극회 21기로 데뷔한 뒤 29년째 현업 성우로 목소리 연기를 하고 있다. 2003년 KBS2에서 <원피스> TV시리즈 최초 정식 방영 때부터 루피 목소리 연기를 했고, 최근 연기한 <원피스 필름 골드>는 3년 만에 개봉하는 <원피스> 극장판이다.
-루피는 유독 고함을 지르는 장면이 많은데 루피를 연기할 때 생각하는 포인트는.
=소리를 지르는 등의 기능적인 연기는 기술 훈련과 목 관리를 꾸준히 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루피는 선하고 정의감 넘친다는 걸 빼면 성격적 결함이 많은 캐릭터다. (웃음) 그런 성격을 어떻게 소리로 드러내느냐에 중점을 두고 연기한다.
-캐릭터 성장에 따라 목소리 연기도 다르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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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원피스 필름 골드> 강수진 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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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시인은 휴대전화가 없다. 집전화로 몇번의 시도 끝에 통화에 성공했다. 통화 말미, 시인과 다시 한번 약속의 그날을 확인하고 나니 둘만의 공모일이라도 정한 듯 간질댔다. 게다가, “건강하세요!”라는 시인의 명랑한 끝인사라니. 대설(大雪) 오후. 시인이 30년 넘게 산 해방촌의 한적한 카페에서 시인을 기다렸다. 창 너머로 시인이 보인다. 곱슬곱슬한 긴 머리칼을 흩날리며 잰걸음을 옮긴다. 2007년 시집 <리스본行 야간열차> 이후 9년 만에 펴낸 시집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를 가슴팍에 팍! 껴안고서 시인이 왔다.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로 등단한 이후 일곱 번째 시집이다. 등단작이 시인의 미래를 예고했을까. 시인은 고양이들과 함께 살며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고양이에 대한 시도 써왔다.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결국 시를 써내려갈 수밖에 없었을 시인의 지난 시간에 대해 물었다. 더불어 최근
[trans x cross] “독자의 잠들어 있던 영혼을 자극하길, 그럴 수 있길…” - 시집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펴낸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