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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소년>의 조성희 감독이 두 번째 장편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5월4일 개봉하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다. 단편 <남매의 집>(2008)과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만든 장편영화 <짐승의 끝>(2010), 첫 장편 상업영화 <늑대소년>(2012)으로 이어지는 조성희 감독의 세계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초현실적인 풍경, 만화적이면서도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비주얼리스트의 탄생을 알렸다. 그런 그의 첫 탐정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역시 ‘조성희 월드’의 인장을 선명히 새긴 작품이다. 여전히 그 이후가 기대되는, 재기 넘치는 감독이 창조해낸 다크 히어로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의 리뷰와 더불어 조성희 감독, 주연배우 이제훈과의 만남을 통해 이 작품의 밑그림을 추리해보시라.
“저는 <말타의 매> 같은 영화를 하고 싶습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재학 시절, 조성희 감독은 지도교수인 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 보여주는 그만의 개성, 조성희 감독과 주연배우 이제훈이 말하는 홍길동이라는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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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초인이 돼라.” 수현(김고운)은 도현(김정현)에게 말한다. 얼핏 괴상한 명령 같은 이 말은 사실 더없이 다정하고 조심스러운 호의를 담고 있다. 서은영 감독의 데뷔작 <초인>은 ‘초인’이 되려 하는 소년과 소녀의 수평적 연대를 그린다. 거칠고 사나운 일련의 청춘영화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섬세하고 청량한 영화다. <초인>을 보고 난 뒤 맑아진 마음으로 서은영 감독을 만났다. (김고운은 영화에서 수현과 세영 두 이름을 쓴다.)
-제목을 ‘초인’으로 짓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굿 윌 헌팅>(1997) 크레딧에 앨런 긴즈버그와 윌리엄 버로즈에게 바친다는 문구가 있다. 비트 세대 작가들에게 구스 반 산트와 맷 데이먼이 바치는 경의의 표시였다. 거슬러 올라가면 비트 세대작가들의 영감의 원천은 니체와 사르트르다. 그렇게 니체와 사르트르를 읽게 됐고, 니체의 초인 사상을 내 식으로 풀고 싶었다.
-‘초인’이라 하면 거창해 보
[people] “니체의 초인 사상을 내 식으로 풀고 싶었다” - <초인> 서은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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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에 대한 첫 번째 인상은 교복을 입은 소년, <파수꾼>의 ‘기태’였다. 잔뜩 날을 세우고 위악적으로 군림하지만, 실은 누구보다 유약하고 결핍된 소년. 그는 어떻게 마음을 표현하고 감정을 나눠야 할지도 몰라 주먹부터, 욕지거리부터 나가지만 무엇보다 애정을 갈구한다. 해사하게 웃다가도 제 뜻대로 안 되거나 감정이 상하면 싸하게 표정을 굳히고, 욕을 내뱉다가도 씩 웃어버리고 마는 기태는 위태롭고 종잡을 수 없으며, 무엇보다 가여운 소년이었다. 스크린의 뉴 페이스 이제훈은 기태 그 자체였다. 감정의 변화에 따라 시시때때로 미묘하게 온도를 바꾸는 표정과 목소리, 섬세한 결이 살아 있는 이제훈의 연기는 많은 관객의 가슴에 안쓰러운 아이로 남는 소년을 만들었다. 이제는 어엿한 탐정 ‘홍길동’이 되어 활약하는 그의 얼굴에도 아직 그때 그 소년의 그림자가 남아, 스크린 안에서 무법자처럼 구는 양을 보다가도 일순 안쓰러운 마음이 들고 만다. 배우 이제훈이 한구석에 품고 있는 소년의 얼
[메모리] 아련히 남은 소년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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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45년 후>
2013 <영 앤 뷰티풀>
2011 <아이 오브 더 스톰>
2008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
2005 <레밍>
2004 <하우스 키>
1997 <도브>
1987 <엔젤 하트>
1986 <막스 내 사랑>
1984 < 인생만세>
1982 <심판>
1980 <스타더스트 메모리즈>
1974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
1969 <저주받은 자들>
TV
2015 <브로드처치> 시즌2
2015 <런던 스파이>
2013 <덱스터> 시즌8
1999 <위대한 유산>
1976 <셜록 홈스 인 뉴욕>
상상해보라. 거의 반세기에 이르는, 길고도 평온했던 결혼생활을 축하하는 기념일을 준비하는 여성의 캐릭터를, 그리고 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샬롯 램플링’과 어울리는지
[액터/액트리스] 샬롯 램플링 되기 - <45년 후> 샬롯 램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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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커튼콜>
2015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2015 <초인>
2014 <두근두근 내 인생>
드라마
2006 <오버 더 레인보우>
김고운은 꼭 사슴 같다. 큰 눈망울에 긴 목을 쭉 빼고 서 있는 모양새부터 그렇다. 스튜디오 벽면에 붙어 있는 선배 배우들의 사진을 훑는데 이제 막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보려는 어린 사슴의 호기심 어린 눈짓이다. <초인>은 그런 김고운의 기분 좋은 설렘과 긴장감이 고스란히 녹아든 성장영화다. 영화에서 김고운은 비밀을 간직한 신비로운 소녀 수현을 연기한다. 학교를 자퇴한 수현은 도서관을 드나들며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비롯한 500여권의 책을 빌려 본다. 책을 읽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현에게서는 책으로도 채울 수 없는 상실감과 죄책감의 기운이 전해진다.
[who are you] 천천히, 오래 - <초인> 김고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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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가려진 시간> <역전의 날>
2015 <4등> <고산자> <미씽: 사라진 아이> <궁합> <순정> <로봇, 소리> <오빠생각>
2014 <내 심장을 쏴라> <순수의 시대> <해무> <해적: 바다로 간 산적>
2013 <협녀, 칼의 기억> <노브레싱>
2012 <점쟁이들>
2010 <헬로우 고스트> 외 다수
<4등>은 수영대회만 나갔다 하면 4등인 준호(유재상)가 수영 때문에 울고 웃게 되는 수영영화로, 수중촬영 전문 업체인 씨플렉스 김준희 대표가 수중촬영 감독으로 참여했다. “촬영 장소로 좋을 곳을 연출부에게 알려주는 것도 수중촬영팀의 몫이다. 물속에서 장시간 촬영하는 배우의 체온 유지를 위해 수온 조절도 수시로 필요하다.” 준호가 수영장에서
[영화人] 수중촬영은 가능성 큰 분야 - <4등> 김준희 수중촬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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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시네아스트 클레르 드니 감독이 서울을 찾았다. 4월12일부터 5월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되는 감독의 회고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빔 벤더스, 짐 자무시를 비롯해 올해 초 타계한 자크 리베트 감독의 조감독을 거치며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감독이다. 한국과는 영화제를 통해 인연을 맺어왔다. <금요일 밤>(2002)으로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감독은 그해 영화제의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을 맡았고, 2011년에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 <어느 여행자의 기억: 디지털 삼인삼색 2011>(2011) 중 <데블>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국의 시네필들이 사랑하는 감독이지만 아쉽게도 국내 개봉작은 최근작 <돌이킬 수 없는>(2013)이 유일하다. 감독의 작품이 낯선 관객이라면 감독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총 16편을 상영하는 이번 회고전을 그 입문의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관객은 익숙한 관계 안
[씨네인터뷰]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하기도 바쁘다” -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회고전 가진 클레르 드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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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부르는데 왜 내 이름이 아닌지 궁금해졌다.’ 이이체 시인의 시 <고아>의 전문이다. 나와 내 이름 사이의 간극, 당신이 지명하는 나와 나의 간극에 매번 미끄러지면서도 의미에 도달하기 위해 부단히 시를 쓰는 시인의 이름은 이체(異體), ‘다른 몸’이라는 뜻이다. “시는 그것을 쓴 이의 외전이자 이체이다”라는 강정 시인의 말처럼 시인은 자신의 외전들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발행해내는 중이다. 2008년 스무살에 현대시로 문단에 데뷔한 이이체 시인은 첫 시집 <죽은 눈을 위한 송가>를 발표하며 문단의 새로운 세대로 자리매김했고, 이번에는 더 깊이 참혹해진 두 번째 시집 <인간이 버린 사랑>을 발표했다. 이십대의 한 시기를 거치며 ‘마음의 죽음에서/ 마음의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물-집> 중) 상처입고 농후해진 언어들을 펼쳐낸 이이체 시인을 만났다.
-2008년, 스무살에 현대시로 등단했다. 어릴 적부터 시를 좋아했나.
[trans x cross] 타인을 경유한 죄의식의 정서 - 시인 이이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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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겨우 제대로 보인다. 2012년 <은교>로 파격적인 데뷔식을 마친 김고은에겐 좋든 싫든 은교의 이미지가 잔영처럼 남아 있었다. 단발머리에 알 듯 모를 듯한 미소, 천진난만하게 보이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행동들. 하지만 그녀는 한번도 비슷한 역할을 답습한 적이 없고 남들이 시도하기 두려워하는 영역에 성큼 발을 디뎌왔다. 진정 놀라운 건 이 도전적인 배우가 차분한 연기, 일상의 민낯을 아직 보여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계춘할망>은 그간 김고은이 선택했던 영화들에 비하면 한결 잔잔하고 따스해 보이는 영화다. 그럼에도 이 역할은 김고은에게 도전적이라 할 만하다. 동시에 <계춘할망> 속 혜지만큼 그녀를 위한 맞춤옷 같은 역할도 만나기 드물 것이다. 일상에서 또 한번 연기 영역을 넓혀가는 배우, 김고은은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알고 싶은 미지의 소녀다.
-<계춘할망>은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 전에 찍은 영화다. 드라마
[커버스타] 여전히 알고 싶은 미지의 소녀 - <계춘할망>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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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나이로 70살. 늘 스웨트 셔츠에 에코백 차림인데, 그게 어색하지가 않다. 단지 차림새의 문제뿐일까. 그녀의 경력 앞에선 노년이란 규정을 잊게 된다. 워쇼스키 자매 감독이 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에서는 초감각을 가진 배두나의 조력자로 출연하고,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에서는 늙은 창녀 역에 도전했다. 지금은 또 쉴 틈 없이 노희경 작가의 새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촬영 중이다. <계춘할망>은 지난 이맘때 제주도의 바닷바람을 맞고 고생하며 촬영한 작품이다. 이번엔 마을 사람 모두가 ‘할망’이라고 부르는 해녀 계춘 역이다. 낯이 까맣고 꾸부정한 할망, 손녀를 위해서라면 뭐든 내주는 그 정 많은 노인은 윤여정이 ‘입은’ 캐릭터 중 가장 어색하지 싶다. 그래서 나는 이 낯섦이 기대된다. TV, 스크린, 넷플릭스까지 도무지 윤여정을 보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그런 한해가 시작됐다.
-지난 이맘때 안부를 빌미로 제주
[커버스타] “내 나이, 뭘 하든 간에 나싱 투 루즈” - <계춘할망> 윤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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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잃어버린 손녀가 12년 만에 돌아왔다. 해녀 계춘은 손녀를 바라만 봐도 애틋한데, 손녀 혜지는 어딘지 불안하고 불편하다. 한줄 시놉시스만 읽어도 <계춘할망>이 어떤 영화일지 대충 머릿속에 그려질지도 모르겠다. 단언컨대 당신의 예상은 빗나갈 것이다. 손녀가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지, 1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 영화에서 그리 중요치 않다. <계춘할망>은 손녀와 할머니, 한없이 가깝고도 어딘지 어색한 둘 사이 마음의 빈칸을 채워나가는 영화다. 한동안 충무로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따뜻하고 정감 있는 이야기는 한편으론 빤해서 더 세차게 사람을 끌어당긴다. 그들 사이에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건 결국 이 영화를 채우는 건 두 배우의 애달픈 몸짓, 촉촉한 눈빛, 따뜻한 표정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만큼 정확하고 충만하게 관객을 설득할 캐스팅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친손녀, 친할머니처럼 서로를 서로의 시야에 담고 훈훈한 미소를 날리는 두
[커버스타] 촉촉한 눈빛, 따뜻한 표정 - <계춘할망> 윤여정,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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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수색역>
2014 <도희야>
2013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2012 <어떤 시선>
드라마
2016 <딴따라>
2016 <미스터리 신입생>
2015 <아름다운 당신>
2015 <화정>
웹드라마
2015 <방과후 복불복> 시즌2
2013 <방과후 복불복>
<수색역>의 상우는 여러모로 되다 만 아이다. 금발을 꿈꾸며 과산화수소로 어설프게 탈색한 머리카락은 얼룩덜룩하고, 한껏 으스대며 챙겨 입었으나 체격에 맞지 않는 양복은 흰 얼굴과 마른 몸만 부각해 도리어 그를 우스꽝스러워 보이게 만든다. 상우의 꿈도 마찬가지다. 일이든 사랑이든 우정이든 상우는 무의식적으로 원선(이태환)에게 자기 것들을 뺏겼다 생각하고 원선을 질투한다. 잠시 뒤, 의도치 않게 원선이 가진 것들을 빼앗게 된 상우는 조금 갈등하지만 이내 침묵한다.
상우는 공명에게서 본 가장
[who are you] 현장에서 배우며 - <수색역> 공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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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시간이탈자>
2013 <미나문방구>
2012 <마이 라띠마>
2012 <미확인 동영상: 절대클릭금지>
2011 <써니>
2008 <과속스캔들>
2008 <그 남자의 책 198쪽>
2006 <각설탕>
2006 <어느날 갑자기 첫번째 이야기-2월29일>
2005 <공공의 적2>
2004 <분신사바> 아트디렉터
2002 <폰> 미술팀
<시간이탈자>는 1983년의 과거와 2015년의 현재를 오가는 스릴러로, 두개의 시대적 배경이 등장해 미술감독이 해야 할 몫이 많은 영화였다. 이요한 미술감독은 “과거의 학교 신들은 내추럴하고 따듯한 느낌으로 나무와 녹색을 사용했으며 현재의 경찰서 신들에선 모던하고 차가운 느낌으로 금속과 유리 그리고 검정, 회색을 사용하며” 각 시대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구성했다. <써니>의 미술감독이었던 그는 과
[영화人] 현실 재현이 아닌 영화적 상상으로서의 미술 - <시간이탈자> 이요한 미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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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다! 이제 좀 뜨자!” 배우 진구의 데뷔 10주년을 축하하는 팬클럽 현수막을 본 적이 있다. “우리가 그런 사이다. 얼마나 격의가 없으면 배우에게 ‘이제 좀 뜨자’라고 하겠나. (웃음)” 만약 진구의 팬클럽이 데뷔 14주년을 맞는 이 배우의 현수막을 올해 새롭게 만들 예정이라면, 그곳에는 ‘이제 됐다!’라는 말이 적혀 있진 않을는지.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서대영 상사는, 오랫동안 좋은 눈빛과 안정적인 연기력을 지닌 배우로 평가받아왔던 진구의 스타성과 대중성을 전세계 시청자에게 입증한 작품이 됐다. 유시진 대위(송중기), 강모연 팀장(송혜교)에 비해 분량은 적었지만, 하늘 같은 상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상사의 딸, 윤명주(김지원)에 대한 지고지순한 연정을 이어가는 서대영의 모습은 ‘송송 커플’(유시진-강모연)의 입지를 위협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3화에서 ‘구원 커플’(서대영-윤명주)이 첫 키스를 하는 장면은 분당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씨네인터뷰] 멜로도 잘하지 말입니다 - <태양의 후예> 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