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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앤 로우>는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시도하며 NTV가 야심차게 준비한 대형 프로젝트다. 5개의 불량 조직이 영역싸움을 하고 있는 우범지대 ‘스워드’를 배경으로 한 액션물. 일본에선 지난 7월에 1편 <하이 앤 로우 더 무비>가 개봉했고, 10월8일엔 2편 <하이 앤 로우 더 레드 레인>이 개봉했다(2017년 상반기 국내 개봉예정). 영화 속 절대 강자인 야마미야 형제는 에그자일의 보컬 다카히로와 산다이메 제이 솔 브러더스의 보컬 도사카 히로오미가 연기했다. 가수로서 이미 톱스타 자리에 오른 이들은 최근 연기의 맛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다카히로는 2014년 드라마 <전력 외 수사관>을 시작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고, 도사카 히로오미는 <핫로드>(2014)에 출연해 일본 아카데미 신인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영화 속 카리스마를 그대로 장착한 채 나타난 형 마사키 역의 다카히로, 동생 히로시 역의 도사
[who are you] 척하면 척 - <하이 앤 로우> 프로젝트의 다카히로, 도사카 히로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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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BIAF, 옛 이름은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프로그래밍을 책임져온 김성일 프로그래머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선 소문난 마당발이다. 미국 뉴욕주립대학 버팔로에서 미디어 스터디, 영화해석학을 전공하고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연출전공 수업에도 출강하고 있다. 전공대로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공부하던 그는 한 영화제에서 일하며 <바시르와 왈츠를>(2008)의 아리 폴만 감독을 만나게 됐다. “최근 업계의 대세가 되었지만 오래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의 융합에 관해 아리 폴만과 대화를 나누며” 애니메이션으로 커리어를 선회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일을 하며 중요하다고 느낀 건 “네트워크”라고. 김성일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머치고는 출장을 많이 다니지 않는다. 대신 여름이나 겨울쯤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 감독들의 집이나 스튜디오를 방문한다. “해외 세일즈사
[영화人]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김성일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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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톱에 가까운 주연으로 영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이십대 초반의 배우는 드물다. <널 기다리며> <수상한 그녀> <광해, 왕이 된 남자> <써니> <불신지옥>…. 13년 동안 심은경은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런 그녀가 쉼표 하나를 찍었다. 그녀가 출연한 첫 독립영화 <걷기왕>은 만사태평에 잘하는 것 하나 없지만 ‘걷기’ 하나는 잘하는 소녀 만복의 이야기다. 청년들에게 꿈과 열정, ‘노오력’과 극복의 서사를 강조하는 현 세태 속에서도 만복은 뛰지 않고 걷는다. 대중의 기대에 따른 부담감과 책임감을 등에 업고, 보다 나은 연기를 추구하면서 스스로를 부단히 채찍질하며 달려온 심은경도 만복을 만나 잠시 멈춰 섰다.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만복의 속도로 걸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그녀다. 13년차, 그럼에도 아직 23살인 그녀는 자기만의 페이스를 지키며 오래도록 걷는 법을 모색 중이다. 천
[씨네 인터뷰] "뛰지 않고 걸어도 괜찮아 만복이처럼" - <걷기왕> 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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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일까. 그들의 음악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 한 데뷔 이후부터 지금을 포함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빛나고 생기 넘치는 공연들이 있다. 비틀스는 1962년 6월부터 1966년 8월, 투어를 종료할 때까지 전세계 15개국 90개 도시에서 총 815회의 공연을 했다.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이하 <비틀스>)는 그 공연의 여정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당시 공연 영상과 자료 화면 인터뷰를 재구성하는 이 프로젝트의 총지휘는 론 하워드 감독이 맡았다. 그가 비틀스를 만나고 공연의 열기를 되살리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물었다.
-비틀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
=비틀스의 회사로부터 비틀스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제의가 왔다. 올리비아 해리슨과 오노 요코도 동의했다. 너무나 기뻤지만 동시에 걱정도 되었다. 비틀스에 대해 이미 훌륭한 자료들이 많이 나와 있었
[people]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 론 하워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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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제1회 서울이카루스드론영화제가 10월21부터 27일까지 여의도 물빛무대 및 CGV여의도에서 열린다. 사단법인 플러스나눔 김대은 이사장은 영화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 1회 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시종일관 미래 기술에 대한 선도적인 역할을 강조한 김대은 조직위원장에게 영화제의 비전에 대해 물었다.
-드론영화제라는 컨셉이 이색적이다.
=2014년 즈음에 움직임이 일기 시작해 다른나라에서도 영화제와 유사한 행사들이 꾸려지고 있는 건 지난해부터다. 우리도 뒤처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선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복지부 산하의 봉사단체인 사단법인 플러스나눔의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영화제를 조직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
=영화와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2000년 무렵 이지 아이넷이라는 인터넷 영화사를 운영했고, 어릴 적부터 영화를 비롯한 문화사업 전반에 관심이 컸다. 크고 작은 경험들이 쌓이다보니
[people] 서울이카루스드론국제영화제 김대은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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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특히 정지영 감독의 이름이 영화제 사무국 명부에 자주 눈에 띈다. 이번엔 제3회 사람사는세상영화제의 집행위원장으로 그를 만났다. 지난여름,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서 정지영 감독과 인터뷰를 했을 때, 바로 곁에 있던 최용배 집행위원장은 정지영 감독을 두고 “지자체와 정부기관, 그리고 영화인들이 서로 소통을 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때 양쪽 모두의 신뢰를 받는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 한국영화계를 이끄는 어른을 향한 후배 영화인들의 인식이 그러한가 싶다. 제3회 사람사는세상영화제는 10월20일부터 23일까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개막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감독 켄 로치)와 폐막작 <공동정범>(감독 김일란, 이혁상)의 타이틀만 보아도 사람사는세상영화제가 지향하는 세상이 얼핏 짐작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마무리한 뒤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서울로 와 사람사는세상영화제 사무국을 이끌고 있는 정지영 감독에게 사람사는세
[people] 제3회 사람사는세상영화제 정지영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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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예요, 언니가.” 일순, 깊고 나른한 춘몽에 빠져드는 것처럼 영화적인 순간. 예리(한예리)에게 나지막한 고백을 건네는 그녀가 궁금했다. 쇼트커트에 중성적인 차림새, 공을 차고 스쿠터를 몰며 시를 읽고 쓰는 그녀는 ‘지질한’ 남자 삼인방과는 달리 어떤 질서에서도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이는 존재다. “배우 본연의 모습을 작품에 녹여낸다”는 장률 감독의 방식대로, 그녀의 팔할은 실제 배우 이주영의 모습이다. 헤어스타일과 차림새, 스쿠터를 즐겨 타고 구기 종목에 능한 것부터 기죽지 않는 당당함까지 말이다. 체육 전공이던 그녀는 대학교 2학년 때 연기 전공으로 전과한 뒤 <전학생>을 비롯한 단편에 출연하다 올해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을 비롯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세편의 장편영화 <춘몽>과 <꿈의 제인> <누에치던 방>에 출연했다. 한국영화계에 보기 드문 캐릭터의 등장을 반기며, 부산국제영화제 일정을 소화 중인 이주영을 만났다
[who are you] 그 모습 그대로 - <춘몽>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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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 감독이 한국 땅에 적응해 작가로 오롯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데엔 보이지 않는 조력자의 도움이 컸다. 조현정 PD는 <경계> 때 제작사 G21m의 기획실 직원으로 입사해 장률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경주>의 조감독, <풍경> <필름시대사랑> <춘몽>의 프로듀서로 장률 감독의 곁에서 다양하게 활약해왔다. 장률 감독이 <풍경>을 기획하며 다시 조현정 PD에게 연락했을 때엔 그도 마침 영화제 프로그램 팀장직을 그만두고 현장 일을 찾고 있던 때였다.
다른 프로듀서는 하지 않는, 장률 감독과 조현정 PD만이 거치는 또 하나의 특수한 과정은 시나리오 한글 채록이다. “중국어로 쓰신 시나리오를 감독님이 한국어로 구술해주면 내가 그걸 한글로 채록하는 작업을 한다. 시나리오 국문화를 마치면 감독님과 연출팀과 내가 한번 더 읽으며 대사 체크를 하고, 그렇게 만든 대사는 현장에서 배우를 만나 또 한번 바뀐다.”
<경주&g
[영화人] 연출의 시작은 사람의 마음을 잡는 것 - <춘몽> 조현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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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았다는 표현보다 영화 같은 꿈을 보았다는 표현이 이 영화에는 더 어울릴 것 같다. 장률 감독의 신작 <춘몽>은 꿈의 구조와 형식을 닮은 영화다. 수색동을 배경으로 하릴없이 소일하며 서로에게 의지하는 네 남녀의 일상을 다룬 이 작품은 꿈처럼 파편화되어 있으며 종종 엉뚱하지만 강렬한 여진을 남긴다. 특히 이번 영화는 장률 감독이 충무로의 촉망받는 세 감독- 윤종빈, 양익준, 박정범- 을 직접 주연배우로 영입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불러모았다. <무산일기>와 <똥파리> <용서받지 못한 자>의 감독 겸 배우들이 장률 감독 특유의 정서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지켜보는 건 이 영화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감독으로 부산행을 앞둔 장률 감독을 그의 자택이 위치한 서울 상암동에서 미리 만났다. 모든 건물과 가로수길이 자로 잰 듯 정갈해 보이는 이 첨단의 도심 속에 서 있는 장률 감독을 보면서, 왜 그가 <춘몽>
[씨네 인터뷰] 영화 같은 꿈을 보다 - <춘몽> 장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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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국회의원의 지역구였던 망원동에 산다. 동네에서 정청래 의원을 두번 만난 적 있다. 한번은 동네 콩나물국밥집에서였다. 지난 총선이 끝난 다음날 이른 아침, 그는 손혜원 국회의원 당선자와 함께 콩나물국밥을 먹으며 선거 승리를 자축했다. 공천에서 떨어진 까닭에 속이 쓰릴 법도 한데, 누구보다 활짝 웃으며 손혜원 의원 당선을 기뻐하는 그의 통 큰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고, 잔상이 오래 남았다. 또 한번은 동네 주꾸미집에서였다.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난 정청래 의원은 “국회의원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다룬 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쓴 책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이 얼마 전 출간됐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내년 대선, 정권을 교체하는 데 필요한 무기를 장착한다는 마음으로 썼다”며 “놀지 말고 이 책을 들고 더 많은 국민을 만나라는 계시인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백남기선생지키기범국민대회에 참석하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지키랴, ‘정치알바’, ‘김어준의
[trans x cross] “더불어민주당 SNS 전략위원장으로 셀프 임명했다” - 신간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을 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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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희가 변했다. 어느덧 데뷔 16년차. 이토록 꾸준하고 기복 없는 배우도 드물 거다. 변화가 감지된 건 최근부터다. 언제 봐도 편안하고 기분 좋은 조윤희의 차분한 인상에 쾌활함이 더해졌다. 드라마 속 캐릭터 바깥으로는 잘 나오지 않고 오로지 연기만 하며 지내는 듯 보이는 조윤희가 캐릭터가 아닌 조윤희라는 사람 자체로 대중을 만나기 시작한 이후다. 조우는 뜻밖에도 예능 프로그램 <더 바디쇼3: 마이 보디가드>의 MC로서 이뤄졌다. “배우는 최대한 노출을 적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실제로 대중에 친근한 사람이 되는 게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 더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말도 많이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싶어졌다.” 한 발짝 연기 밖으로 나온 조윤희는 지난 5월부터 라디오 <조윤희의 볼륨을 높여요>를 진행하며 대중과 더 가까이 만나고 있다.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잘한단 말을 듣는다. (웃음) 디제이로선 성장하는 중이라
[커버스타] 한 발짝 밖으로 - 조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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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과 함께 작업한 사람들의 공통된 발언은 그가 욕심 많고 치열하게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준의 대답이 의외다. “승부욕? 없다. 욕심? 적당한 편이다. 내가 독종이란 얘기? 글쎄 난 잘 모르겠다.” 오히려 본인은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라면서 “카메라 울렁증” 얘기까지 꺼낸다. “자신감이 많이 부족해서 카메라 앞에서 곧잘 얼어버린다. 유해진 선배님을 보면서 그런 자신감이 부러웠다. 드라마에 함께 출연 중인 최지우 선배님과도 그런 얘기를 나눈 적 있다. ‘모든 사람이 널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짜릿하지 않니?’라고 물으시기에 ‘아니요, 전 부담스럽습니다’ 하고 답했다. (웃음) 내면에서 나오는 자신감을 나도 갖고 싶다.” 이준은 엄격하게 스스로를 단련해온 사람 특유의 겸손함이 몸에 밴 사람 같았다.
나약하고 우유부단하고 대책 없고 무모한 <럭키>의 재성은 짐작 가능하듯 이준과는 정반대되는 성정의 캐릭터다. 인기도, 돈도, 의욕도 없어 급기야 죽기로 결심한 무명배우
[커버스타] 정공법으로 돌파하기 - 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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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여러 번 유해진의 웃음의 정체를 파보자 했던 것 같다. 그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는데, 사석에서 그는 다소 평범했다. 이를테면 <타짜>(2006)에서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던 타짜 고광렬의 모습 같은 것이 평소의 그에게는 온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고광렬입니다” 하고 고니(조승우)의 가족에게 찾아가 너스레를 떨 때, 쇳소리 섞인 하이톤의 목소리로 웃다가 표정을 싹 바꾸어버리는 타짜 고광렬이나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에서 ‘음파~ 음파~’ 하며 산적단에 바다 수영법 강의를 하는 해적 철봉이 선사하는 기가 막힌 웃음. 영화에서 그의 표현은 화려했고 능수능란했으며, 다채로웠고 디테일이 많았다. 또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릴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빨랐다. 그러니 느리고 조용하고 조금은 어눌해 보이는 유해진의 모습을 접하면서, 화면 속 그 장면들이 신기루같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달까.
그런 면에서 <럭키>는 극화된 유해진보다는 평소의 유해진을 유추
[커버스타] 전환의 연기 - 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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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놀이 같은 영화만 있고, 쥐불놀이 같은 영화가 없네요 요즘.” 유해진은 <럭키>를 폭죽놀이처럼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쥐불놀이 같은 영화라고 한다. <럭키>는 목욕탕에서 넘어져 기억상실증에 걸린 킬러 형욱(유해진)이 죽기를 결심한 무명배우 재성(이준)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아주 오랜만에 도착한 소소한 코믹 드라마의 반가움을 이끈 세 배우를 만났다. ‘유해진이라는 배우의 종합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연기를 선보인 유해진을, 색다른 연기 변신을 꾀한 이준, 조윤희가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마치 대학 영화 동아리처럼 서로 의논하면서 작업했다는 말처럼, 세 배우는 스튜디오에서도 그 끈끈함을 기분좋게 이어나가고 있었다.
[커버스타] 웃음의 힘 - <럭키> 유해진, 이준, 조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