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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가 세 번째 시리즈로 돌아왔다. 한때 호러 장르는 한국영화의 여름 시장에서 신인의 등용문 내지는 실험의 장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녀왔지만, 최근 몇년간 급격히 위축되어왔다. 이런 시장 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단편들로 꿋꿋이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의 뚝심은 인정할 만하다. 이번 시리즈의 각 브리지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는 민규동 감독이 만들고, 첫 시리즈에서 가장 빛났던 작품 <앰뷸런스>의 김곡, 김선 감독이 돌아와 각각 미래의 에피소드 <기계령>, 현재의 에피소드 <로드레이지>의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장례식의 멤버>(2009)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에 초청됐던 신예 백승빈 감독이 새로이 합류해 과거의 에피소드 <여우골>을 연출했다. “영화 마니아가 갈 수 있는 가장 윗단계가 호러광”이라며 호러 예찬을 벌인 김곡, 김선, 백승빈 세 감독을 만나 <무서운
[people] “기획과 투자 모두 모험심이 필요하다” -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 김곡, 김선, 백승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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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가만히 있는데도 사람을 움찔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내 생각을 꿰뚫어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 강렬한 에너지가 오래 남았다.”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은 몇해 전 우연히 마주친 김주혁의 첫인상을 또렷이 기억했다. 감독을 놀라게 했던 김주혁의 에너지라는 건 아마도 말수 적고 점잖은 사람 특유의 심도 있는 눈매가 만드는 파장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웬만한 일로는 화를 내지 않는다. 내가 손해보고 말지. 배우라면 때론 자신을 포장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김주혁은 어떻게든 뭔가를 만들어보려고 애태우는 쪽보다는 세상사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다며 덤덤히 받아들이는 편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으로써 얻게 됐을 평정심이 그의 ‘강렬한 에너지’가 돼준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비밀은 없다>의 종찬 역에 김주혁을 덧대보는 건 영 엉뚱한 일 같지 않다. 종찬은 이제 막 정계에 입문한 정치 신예다. 곧 있을 선거에서
[커버스타] 끝까지 버티는 감정을 배우다 - <비밀은 없다> 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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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시간은 작품으로 기억된다. 20대의 손예진은 청순, 발랄, 도발을 넘나들며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를 섭렵했다. 30대에 접어든 손예진은 작품 속에서 사랑스런 반달 눈웃음을 짓는 일이 적어졌다. <타워>(2012), <공범>(2012),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나쁜놈은 죽는다>(2015) 같은 장르영화 안에서 강인한 여성, 행동하는 여성으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청순가련의 멜로퀸은 액션영화의 여전사가 되었고, 모든 장르가 가능한 배우로 진화했다. 변하지 않은 건 용감하게 작품 속으로 뛰어드는 태도.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배우의 마음이니까. 똑같은 대사도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 무조건 새로웠으면 하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지점에서 <비밀은 없다>는 마음껏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 좋았다.”
<비밀은 없다>는 딸의 실종 이후 연홍과 종찬 부부가 아프게
[커버스타] 연기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히다 - <비밀은 없다> 손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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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로 호흡을 맞춘 게 8년 전이었지만 여전히 연기의 쿵짝이 잘 맞았다. 그때와 캐릭터도 다르고 장르도 다르고 영화의 색깔도 다르지만, (김)주혁 오빠가 상대방을 워낙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라 부부로서의 편함을 느끼며 연기할 수 있었다.”(손예진) 두 번째에도 부부로 만났다.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8년 만에 다시 만난 손예진과 김주혁은 <비밀은 없다>에서 딸의 실종으로 파국을 맞는 정치인 종찬과 그의 아내 연홍을 연기한다. 이경미 감독의 전작 <미쓰 홍당무>(2008)가 예측불허 캐릭터 양미숙의 매력이 폭발한 영화였음을 상기한다면, <비밀은 없다>의 두 캐릭터 역시 범상치 않을 것임을 쉬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경미 감독의 영화세계를 경험한 두 배우는 공통적으로 “어려웠다”, “새로웠다”고 얘기했는데, 분명한 건 <비밀은 없다>를 통해 우리가 익숙한 두 배우의 낯선 얼굴을 확인하게 될 것이란 사실이
[커버스타] 익숙한 두 배우의 낯선 얼굴 - <비밀은 없다> 손예진, 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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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정글북>
2013 <디왈리>(단편)
모글리를 연기할 아역배우가 갖춰야 할 최우선 조건은 어쩌면 풍부한 상상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사로 재탄생한 <정글북>에서 모글리는 유일한 인간 캐릭터다. 모글리의 든든한 보호자를 자처하는 흑표범 바기라와 곰 발루, 정글의 무법자 호랑이 쉬어칸은 모두 CG 캐릭터다. 모글리 역에 캐스팅된 닐 세티는 가상의 동물들과 함께 가상의 정글을 뛰어다녀야 했다. 테니스공이 아닌 퍼펫 마스터(인형극 배우)들이 닐 세티의 연기를 상대해주었지만 블루스크린을 정글로 받아들인 채 연기한다는 것은 단편 <디왈리>(2013) 출연이 전부인 12살 소년에게 버거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상대 없이 연기하는 것이) 조금은 힘들었다. 하지만 존 파브로 감독이 많이 도와줬다. 내가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인형을 준비해줬고, 때로는 그가 인형탈을 쓰고 함께 연기하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쉴 새 없이 정글을 누
[who are you] 상상 속을 달리는 에너지 - <정글북> 닐 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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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계춘할망>
2014 <신의 한 수>
2010 <포화 속으로>
2010 <이끼>
2008 <영화는 영화다>
2005 <연애의 목적>
2004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002 <청풍명월>
1999 <송어>
1997 <패자부활전>
드라마
1994 <폭풍의 계절>
1993 <걸어서 하늘까지>
1992 <여명의 눈동자>
어떤 영화는 배우의 얼굴을 제대로 담아낸 단 한 장면으로 완성되기도 한다. <계춘할망>이 정확히 그렇다. 클리셰 덩어리라 해도 무방한 이 익숙한 신파가 가슴을 후벼파는 건 늙은 해녀의 주름진 눈가에 묻은 세월 덕분이다. 해녀 계춘(윤여정)의 모진 생명력은 세월의 풍파에 서서히 깎여나간다. 하지만 계춘이 감당해야 했던 세월의 무게는 엔딩에 이르러 12년 전 계춘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기 전까진 좀처럼 드러나
[영화人] 계춘이 나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 <계춘할망> 장진 분장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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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안 여기저기 훌쩍이는 소리, 영화가 끝난 후 화장실에서 눈가가 붉은 관객을 만나는 경험치로 볼 때, 할머니의 내리사랑을 그린 <계춘할망>은 잔잔하지만 분명 파급력을 기대할 만한 영화였다. 하지만 하나의 현상이 된 <곡성> 관람의 열기 속에서 <계춘할망>은 흥행에서 속수무책 비켜나 있는 듯 보였다. 잔잔한 드라마, 투톱 여배우가 약점이 되었을까? 페이스북에서 극장 상황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감독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창감독은 “배우들에게 미안하다. 윤여정, 김고은 두 배우에게 흥행 성과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얼얼했던 지난 한주에 대한 생각으로 말문을 열었다. 창감독은, 자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스스로 끝까지 고집한 캐스팅과 촬영 중 불협화음 등을 겪으며 완성한 <계춘할망>이 이전 작품인 <고死: 피의 중간고사>(2008, 이하 <고사>)와 <표적>(2014)보다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
[씨네인터뷰] 가족 안에서 사랑이 계승되는 이야기 - <계춘할망> 창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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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예지는 감독님의 존재를 아나요? 자신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요?” 혹시나 하는 물음이었다. 예지에게 이승준 감독은 아무도 아닌 존재 “노바디”였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라는 게 무엇인지, 예지가 그 개념을 인지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달에 부는 바람>은 시청각중복장애를 안고 태어난 예지와, 예지와 소통하길 갈망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이승준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전작 <달팽이의 별>(2012)의 주인공 영찬씨도 시청각중복장애인이었으나 점화(點話, 손가락으로 손등에 점자를 찍어 대화하는 방식)로 소통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예지는 애초에 세상을 경험하지 못해 소통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어머니 김미영씨는 그런 예지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몸으로, 마음으로 예지와 부딪힌다. 몸과 마음에 멍이 들어도 예지를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변함없이 커다랗다. <달에 부는 바람>의 언론시사가 진행되던 날, 이승준 감독과 예지
[people] “천성적인 선함이 있는 것 같다” - <달에 부는 바람> 이승준 감독과 주인공 예지의 어머니 김미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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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몽 루아>
2015 <소년 파르티잔>
2014 <미녀와 야수>
2011 <데인저러스 메소드>
2010 <블랙스완>
2008 <퍼블릭 에너미 넘버원>
2007 <오션스 13>
2007 <이스턴 프라미스>
2004 <오션스 트웰브>
2002 <돌이킬 수 없는>
2001 <늑대의 후예들>
2000 <크림슨 리버>
1999 <잔 다르크>
1997 <도베르만>
1996 <라 빠르망>
1995 <증오>
영화 <몽 루아>에서 끝내 남게 되는 것은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감정의 침전물과 함께 피부를 긁는 따가운 상처들이다. 말 그대로 영화는 감정의 폭풍을 그린다. 인물들이 겪는 10년의 변화에서 관객은 교차편집되는 급격한 시간의 편차를 느낄 수 있다. 아슬아슬한 불안감, 남자의 변화와 여자의 흔들림,
[액터/액트리스] 강렬한 에너지 - <몽 루아> 뱅상 카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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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간 20분 전, 김명민이 나타났다. 왁싱된 청바지에 저지 소재의 티셔츠를 입은 차림이 경쾌하다. 바리톤에 또랑또랑한 목소리, 제법 속도감 있는 걸음까지. 어느새 스튜디오에는 김명민이 만든 공명이 인다. 역사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 <불멸의 이순신>(2004)의 이순신 장군, <하얀 거탑>(2007)의 천재 외과의사 장준혁, 외골수인 <베토벤 바이러스>(2008)의 마에스트로 강마에, 허당기가 몸에 밴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4)의 명탐정, 최근 <육룡이 나르샤>(2015)의 정도전까지. 김명민을 대표하는 확실한 윤곽의 캐릭터들을 순차대로 끄집어내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자연스럽게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2016, 개봉 6월16일)에서 그는 또 얼마나 치열하게 인물을 파고들어 자기식의 캐릭터를 만들어냈을까 궁금해진다. 돌아온 김명민의 대답은 이러했다. “이번 작품은 내가 연기하는 최필재라는 인
[커버스타] 끝없는 도전 -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김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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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레이스>
2015 <어크로스 더 라인>
2015 <로스트 애프터 다크>
2014 <151경기>
2014 <셀마>
2012 <홈 어게인>
TV
2015 <북 오브 니그로>
2013 <크랙트>
2012 <더 리스너>
2011 <클루>
2010 <데그라시: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
실존 인물을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여러 가지 트릭을 동원한다. 세트를 사실적으로 꾸미고, 정교하게 분장하고, CG를 동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꾸밀 수 없는 건 온전히 배우의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순간들, 예를 들면 특유의 움직임이나 호흡들이다. 때론 클로즈업된 표정보다 자잘한 습관과 동작들이 인물을 완성한다. 스테판 제임스는 36회 베를린올림픽에서 전설을 쓴 육상의 전설 제시 오언스가 되기 위해 조지아공대 육상팀과 몇달간의 훈련을 거쳤다. 제시 오언스만의 독자적인 스
[who are you] 정신을 재현하기 - <레이스>의 스테판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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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부산행> 안무
2016 <곡성> 안무
2014 <국제시장> 안무
2012 <댄싱퀸> 안무
악에 홀린 <곡성>의 인물들은 기이하고 독특한 움직임으로 영화 속 공포와 긴장감을 강화한다. 인물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사전에 짜고 훈련시켰으며, 현장까지 가서 움직임을 체크한 장본인은 박재인 안무가다. “나홍진 감독은 앞서가는 사람이더라. 미드 <워킹데드>, 영화 <사일런트 힐> 등 할리우드에서 장르물을 만들 때 크리에이티브 보디 디자이너가 따로 있는데, 한국에선 <곡성>이 장르영화 속 인물들에게 동작을 지도하는 안무가를 따로 기용한 첫 사례일 거다.”
고어, 호러 장르영화의 마니아인 박재인 안무가에게 이 작업은 신나는 일이었다. 그녀는 무용가의 관점에서 주요 인물들의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트레이닝했다. 원, 투, 스리 각 카운터에 해당하는 동작들을 만들었으며, 현장에선 즉흥 연기가 더해졌다.
[영화人] 움직임이라는 디테일 - <곡성> <부산행> 박재인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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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9일 김용화 감독을 비롯해 하정우, 이정재, 차태현, 주지훈, 김동욱, 마동석, 오달수, 김향기, 도경수 등 배우들과 스탭이 함께하는 <신과 함께> 고사가 열렸다. 국내 최초 프랜차이즈물을 표방한 시리즈의 제작에 앞서 촬영의 무사기원과 모두의 각오를 다지는 자리였다. 덱스터스튜디오와 함께 <신과 함께>를 제작하는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이날 누구보다 상기된 표정이었다. 평소 입던 청바지와 모자 차림 대신 말쑥하게 정장을 갖춰 입은 그는 단상에 올라 “영화를 자주 만들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며 “오늘 배우들을 보니 정말 이 영화를 잘못 만들면 영화계를 떠나야 한다”며 각오를 전했다. 원동연 대표에게 <신과 함께>는 2012년 개봉해 1200만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이후 5년 만의 도전작이다. 본격 스타트를 알린 고사 이후 원동연 대표가 근무하는 충무로 리얼라이즈픽쳐스 사무실을 찾았다.
[씨네인터뷰] “프리퀄, 스핀오프까지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물로 만든다” - <신과 함께> 제작하는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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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구심이 먼저 일었다. 은오 감독은 뉴욕대 영화학과를 졸업하고 중•단편 작업을 이어왔다. 2014년에는 모나코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하지만 장편 연출 경험이 없는 그가 중국 최우수프로듀서 10인에 선정된 바 있는 우이 대표가 이끄는 중국의 영화제작사 ‘티엔이’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제작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좀처럼 믿기 힘들었다. 오직 시나리오 하나만 가지고 문을 두드려 일궈낸 성과라니. 인터뷰를 마칠 즈음엔 과연 어떤 영화가 완성될지가 궁금해졌다. 무려 3부작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로 기획 중이라는 <가위>(The Night Man, 가제)의 은오 감독의 구상과 포부, 새로운 가능성을 전한다.
-3부작 프로젝트라고 들었다.
=이방인을 주제로 한 3부작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2년 전 칸국제영화제에서 제작 계획을 밝혔던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제)가 첫 번째이고 <가위>가 두 번째다. <가위>는 다시
[people] “공정한 관계에서 시작해야 오래간다” - <가위>(The Night Man, 가제) 은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