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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마이 엔젤>
2016 <그대 이름은 장미>
2015 <초인>
싸움에 휘말렸다가 징계를 받고, 늘 해오던 운동을 난데없이 그만두겠다는 고등학생 도현. 하지만 징계를 내리는 담임선생님도, 벌을 세우는 체조선생님도 도현을 향하는 눈길엔 애정이 그득하다. 심지어 닭볶음탕에서 닭다리를 많이 먹을 거라 했을 뿐인데 ‘양아치’라는 말과 욕지거리를 뒤집어쓴 친구 민식도 도현에게 성난 대꾸가 없다. <초인>의 도현은 밉지 않은 말썽쟁이다. 낯선 또래에게 넉살 좋게 말을 붙이는 건 기본, 행동 하나하나에 긍정의 기운이 묻어난다. 하지만 그의 긍정은 절망 속에서 피어난 것이다. 어릴 적 곁을 떠난 아빠는 다복한 가정을 일구어 잘 사는 반면 엄마는 치매에 걸려 아들도 못 알아보고 자꾸만 돌이킬 수 없는 우울 속으로 발을 딛는다. 영화가 진행되며 몇겹의 아픔이 더해갈수록 도현의 말간 얼굴에도 그늘이 점점 드리운다. 하지만 철없는 소년이 사연 많
[who are you] 배우란, 감정을 선물하는 일 - <초인>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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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아이덴티티는 즉각적이고 간결하다. 화려하고 빽빽하게 프레임을 채웠던 기존 국내 영화제들의 접근과는 많이 다르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그래픽디자인 전반을 담당한 스튜디오 헤이조의 조현열 디자이너는 “가장 단순한 게 가장 아름답고, 가장 적은 게 가장 많다”고 생각한다. 평소 작업에서 과감하게 글자를 배치해온 그는, 전주와 필름페스티벌이라는 키워드의 자소가 ‘ㅈㅈ’와 ‘ㅍㅍ’ 형태로 반복되는 특징을 활용해, 자신이 직접 손으로 쓴 지읒과 피읖을 큼직하게 배치했다. 자신의 취향을 고수하면서도 한글 사용을 강조하는 지자체의 보수적인 성향에도 부합되는 결과물이었다.
그와 전주국제영화제와의 연이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영화제에서 열린 전시 <왕빙: 관찰의 예술>의 포스터와 리플릿을 디자인하고, ‘100 Films 100 Posters’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그럼에도 영화제 아이덴티티를 비롯해 티켓 카탈로그, 기념품, 현수막 등 영화제
[영화人]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 -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그래픽디자인 담당한 조현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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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비주얼 감각을 선보인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아마 모호한 시공간 위에 가상의 ‘홍길동 월드’를 지어내는 일이었으리라.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아 그를 설계한 장본인은 장근영 미술감독이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장르물이었던 <화산고>(2001) 미술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지구를 지켜라!>(2003)로 제2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기술상을 수상했으며,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중천>(2006) 등의 장르영화들로 뚜렷한 색깔의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갔다. 그런 그가 약 10년의 공백기를 가진 후, 2016년 <탐정 홍길동>의 미술감독으로 돌아왔다. “늘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하고 싶고, 새로움을 표현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는 그는 과감한 표현으로 조성희 감독의 세계관을 구현해냈다. 여기엔 스크린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따랐다. 5천권의 책을 커피물에
[씨네인터뷰] “만들고 칠하고 덧입혀 구현한 홍길동 월드” -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장근영 미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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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 이수지가 한국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했다. 엘리너 파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에리히 케스트너, 모리스 샌닥, 앤서니 브라운 등등 역대 수상자 이름만으로도 이 상의 무게와 신뢰도는 설명이 불필요하다. 결국 트로피는 다른 후보에게 돌아갔지만 40개국 약 80명의 후보 가운데 10인의 최종 리스트에 호명된 성과는 아직 젊은 작가 본인은 물론, 그림책과 북아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즐거운 흥분을 안겼다. 20여년 전 나는, 같은 학교를 다닌 인연으로 서양화과 학생 이수지의 그림을 본 적이 있었다. 형태를 완벽히 장악한- 도미에를 닮은- 데생과 육감적 색채가 생동하는 그녀의 그림은 한번 보면 혼동할 수 없는 부류였다. 캔버스 대신 책을 매체로 택한 이수지의 작품들을 뒤늦게 일람하면서 그녀가 기질과 재능에 맞는 날개를 찾았음을 확인했다. 이수지의 그림책은 풍만하면서도 비전이 확고하다. 특히 책의 접지면을 논리적으로 활용한 대표작들은, ‘경계
[trans x cross] 형식을 딛고 상상을 열다 - 그림책 작가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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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 영화에 으레 나오는, 향해야 할 방향이 어딘지도 모른 채 엉뚱한 자취만 좇게 되는주인공으로 이번엔 곽도원이 낙점됐다. <곡성>에서 곽도원이 연기한 종구는 딸을 둔 아버지이자 시골 마을의 나태한 경찰이다. 그 동네에서 유독 어리바리한 인물이기도 하다. 마치 여행의 가이드처럼 곽도원은 알 수 없는 사건 속으로 슬금슬금 관객을 이끈다. 숱한 소문과 예상으로 뒤범벅된 <곡성>이 드디어 공개됐다. <곡성>을 보고 나면 유독 귓가에 남는 소리가 있을 것이다. 종구의 한숨 소리다. 실제로도 곽도원은 자주 한숨을 푹푹 쉬었다. 차마 다 말하지 못한 감정과 기억이 여전하기 때문이리라 짐작하며 그때 그 마을에서 겪은 일들에 관해 곽도원에게 물었다.
-<곡성>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의외로 별 기대를 안 하고 있다. 경험해본 적이 없거든. (웃음) 외신기자들이 날카로운 질문도 잘 던진다던데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벌써 두
[커버스타] 여행하듯 도전하기 - <곡성> 곽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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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들.’ 청춘의 패기가 물씬 풍기는 이 이름은 <사돈의 팔촌>을 만든 장현상 감독이 소속된 창작 집단의 이름이다. 천방지축 고등학생들이 성인만화 사이트를 오픈하는 <네버다이 버터플라이>(2013)를 연출했던 감독은 이번엔 말년 휴가를 나왔다가 사촌 여동생에게 사랑을 느끼는 이십대 청년의 모습을 그려낸 <사돈의 팔촌>으로 돌아왔다. 장현상 감독은 “내가 속해 있는 세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직접 겪고 느껴 스스로도 와닿는 이야기들을 애착을 갖고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갓 서른이 된 그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청춘 이야기에 주력할 예정이다.
-사촌간의 사랑이라는 금기의 테마를 소재로 선택했다.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하되 금기라는 한계를 부여해서 사랑을 부각시키려 했다.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그가 자기감정에 솔직해져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군에서 제대할 시기인 이십대 중반은 사회적으로 가진 게 아무것도 없고, 세상과
[people] 한계를 부여해서 사랑을 부각시키려 했다 - <사돈의 팔촌> 장현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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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저지른 소년이 돌아왔다. 교도소 복역 후 원래 살던 가정과 마을, 학교로 복귀한 그는 공동체에 다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문제적인 논제를 던지는 <히어 애프터>의 매그너스 본 혼 감독은 스웨덴 출신으로, 북유럽의 주목받는 신예다. 폴란드 국립영화학교에서 수학한 그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설립했고 수잔 비에르,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 등의 작품을 제작한 북유럽 제작사 젠트로파와 <이다>(2013)를 촬영한 루카시 잘 촬영감독과 함께 첫 장편 데뷔작 <히어 애프터>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는 데뷔와 함께 제68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공식 초청됐다. 고요하고 정제된 미장센 속, 소란한 감정의 동요를 집요하게 담아낸 이 낯선 신인감독은 어떤 생각으로 이 영화를 찍은 것일까. 매그너스 본 혼 감독과 서면으로 오간 대화를 전한다.
-첫 장편 데뷔작으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았다. 예상했었나.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내가 바랐던
[people] 나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 - <히어 애프터> 매그너스 본 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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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 나홍진의 단편 <완벽한 도미요리>(2005)는 무시무시한 집요함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손님으로부터 ‘완벽한 도미요리’를 주문받은 요리사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요리를 완성하려 하지만, 결국 무엇 때문에 요리를 만드는 것인지도 잊은 채 완벽에만 몰두한다. 그때부터였을까. <완벽한 도미요리>로부터 출발해 <추격자>와 <황해>를 거쳐 <곡성>에 도달한 감독 나홍진의 세계는 그게 무엇이든 끝을 보고야 말겠다는 집요함으로 무장한 인물들의 강렬한 에너지로 들끓는다. 그리고 그러한 인물들의 특성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탐구한다’는 나홍진의 치열한 연출관과도 맞닿아 있다. 중요한 것은 그의 영화들이 매 작품을 거치며 고민의 폭을 확장하고 있다는 거다. “이제는 <추격자>가 나의 가장 큰 적이 되어버렸다”고 말하던 감독은 전작에 안주하지 않고 그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새로운 질문에 대한 자기만의 방식을 끝까지 밀어붙일 줄
[메모리]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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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컴투게더>
2014 <철원기행>
2012 <이방인들>
2010 <간증>
<철원기행>을 보면서 가슴이 뛰었다. 우리는 이렇게 또 한편의 주목할 만한 영화를 만나게 되는구나. 2박3일간 철원에 모인 가족, 소원했던 관계의 회복 같은 피상적인 말로 뭉뚱그리기에는, 그 기록은 집요하고 역동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하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그래서 신인 연출자 김대환 감독의 차기작은 뭐래?’이며, 그 즉시, 당연하다는 듯 김보람 촬영 감독의 존재가 궁금해진다. 연출, 각본, 연기 등 이 영화의 많은 장점 중에서도 폭설로 고립된 철원과 아버지의 관사를 생동감 있게 담아낸 촬영은 설명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김대환 감독이 “다음 영화도 모두 함께하고 싶다”며 평생계약을 외친 김보람 촬영감독은 아카데미에서 촬영을 전공(23기)한 영화인이다. 원래 국문학을 공부하다가 촬영을 시작했는데, 첫
[영화人] 새벽에는 헌팅, 아침에는 촬영 - <철원기행> 김보람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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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주토피아>(목소리 출연)
2015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
2015 <더 기프트>
2014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2>
2014 <당신 없는 일주일>
2013 <내 인생을 훔친 사랑스러운 도둑녀>
2012 <맨섬>
2012 <디스커넥트>
2011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2011 <황당한 외계인: 폴>
2010 <스위치>
2009 <인 디 에어>
2008 <핸콕>
2007 <주노>
2004 <스타스키와 허치>
1999 <트러블 앤 섹스>
1992 <살인 본능>
1982 <아빠는 멋쟁이>
감자로 만든 장난감 총을 키득대며 가지고 놀던 벡스터(제이슨 베이트먼)는 잘못 발사된 ‘감자’를 맞아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병원에서 깨어나보니 수년 동안 연락을
[액터/액트리스] 어른아이의 위트 -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 제이슨 베이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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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철도비호>
2016 <28세미성년>
2016 <교주전>
2016 <일만공리적약정>
2015 <나의 소녀시대>
2014 <타분채>
2014 <상애적칠종설계>
2010 <골목길 고양이>
드라마
2016 <포청천지재참진세미>
2015 <투규심사>
2014 <백포하적고근혜>
2011 <배영>
2010 <하과후적청춘>
2010 <국민영웅>
2010 <사신소녀>
2009 <섬양적일자>
2008 <벽력MIT>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 <나의 소녀시대>의 쉬타이위는 말 그대로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남자애다. 잘생긴 외모와 출중한 싸움 실력으로 학교를 주름잡는 일진이지만 ‘쭈구리’ 여주인공 린전신(송운화)에게만은 따뜻하기 그지없다. 린전신이 지나가는 얘기처럼 했던 말들을 하
[who are you] 순정만화 속 그 남자애 - <나의 소녀시대> 왕대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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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정 이사와 함께 인터뷰하면 안 돼? ‘100만’ 했다고 인터뷰하는 것도 민망하고, 혼자 할 말은 없어. 사진도 얼굴이 잘 안 나오게 찍어줬으면 좋겠어.” 인터뷰하기로 한 날, 김윤미 대표로부터 문자가 왔다. 털털해서 까다로움과 거리가 먼 사람인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했다. 한주에 채 10만명이 극장을 찾지 않았던 4월 비수기, 강예원, 이상윤 등 티켓 파워와 거리가 먼 주연배우, 10억원이라는 적은 제작비, 메가박스(주)플러스엠이라는 중소 배급사 등 흥행하기 쉽지 않은 환경임에도 <날, 보러와요>가 100만 관객을 불러모을 수 있었던 건 OAL 김윤미 대표의 세심한 성격도 한몫했으리라. 막상 인터뷰를 해보니 문자에서 보이던 까다로움이나 까탈스러움은 온데간데없고, 대화의 반 이상이 기사로 쓸 수 없는 ‘오프 더 레코드’일 만큼 입담이 화끈했다. 김윤미 대표는 이 말만은 꼭 써달라고 강조했다. “<날, 보러와요>는 이 영화를 지지하고 투자해준 사람과
[씨네인터뷰] “안전한 영화 패러다임 깬 재미있는 콘텐츠 만들겠다” - <날, 보러와요>를 제작한 OAL 김윤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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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2016년에는 배우 이제훈의 무전기를 든 모습을 두 작품에서 보게 됐다. 드라마 <시그널>(2016)과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이다. 그런데 이 두 작품에서 그가 무전기를 잡게 되는 이유가 판이하게 다른 점이 재미있다. <시그널>의 박해영 경위가 진실을 추적하기 위해 무전기가 남긴 과거의 흔적을 부여잡는 인물이라면, <탐정 홍길동>의 홍길동은 나쁜 놈들을 더 통쾌하게 골탕먹이기 위해 무전기를 사용한다. 정의감도 없고, 신념도 없고, 죄의식은 더더욱 없는 <탐정 홍길동>의 이 다크 히어로는 매 작품을 거치며 도전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가고 있는 배우 이제훈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였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피터팬을 닮은 명탐정으로 제대 후 첫 스크린 복귀전을 치른 그를 만났다.
-큰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건 상당히 오랜만이었겠다. <탐정 홍길동>이 제대 후 첫
“길동은, 다음 행보가 더 기대되는 캐릭터” - 이제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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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늑대소년>(2012)이 끝난 뒤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홍길동을 떠올린 계기가 무엇인가.
=이 영화를 시작한 몇 가지 계기 중 하나가 캐릭터가 영화 전면에 부각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거였다. 예전부터 존 휴스턴의 <말타의 매>(1941) 같은 탐정물 냄새가 짙게 나는 영화를 해보고 싶었는데, 느닷없이 그런 이야기를 시작하기가 망설여졌다. 만화 캐릭터가 많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그런 캐릭터가 많지 않기도 하고. 의적의 느낌이 있는 홍길동을 새롭게 가공하기로 했다.
-홍길동은 어릴 때 겪은 사고의 후유증으로 8살 이전의 기억을 잃었다. 이 설정은 할리우드 히어로영화의 큰 콤플렉스를 가진 주인공과 닮았다.
=주인공이 자신의 근원을 찾는 설정은 <오이디푸스 왕> 같은 신화나 영웅 스토리에서 가져왔다. 이 영화는 홍길동이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시점이 출발점이다. 영화가 잘돼서 시리즈로 나온다면
“홍길동의 내면과 관련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했다” - 조성희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