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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살맞은 사람. 이진욱의 첫인상은 그랬다. 입을 시원스레 벌려 웃으면 덩달아 눈가의 부챗살 주름이 지그시 눌리며 비로소 완성되는 화사한 웃음 때문일 것이다. 그의 이런 인상은 그간 극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돼왔다. 데뷔 초, 드라마 <연애시대>(2006)에서 좋아하는 상대에게 가감 없이 웃어 보이던 민현중이라는 남자부터였다. “멀리서 바라보고 주위를 맴돌고 행복을 빌어주고. 난 그런 바보 같은 사랑 안 한다”던 당돌한 청년이 짓는 미소는 쉽게 눈돌릴 수 없게 만들었다. 때론 까탈스럽고 고집스러운 남자(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2>(2012)의 윤석현)였고, 때론 누구에게라도 소개하고 싶은 멋진 젠틀남(<뷰티 인사이드>(2015)의 우진)이었지만 그때마다 한결같았던 건 그의 다감한 웃음이다. 그렇게 이진욱은 로맨스물에서, 가장 로맨틱한 순간에 등장해 장면을 빛내왔다. “대중은 극에서 내가 나오면 어서 빨리 상대와 키스하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라는 이진욱의 너
[이진욱] “좋은 배우가 되는 건 내 인생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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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에 들어선 임수정이 메고 온 하얀 가방에 빨간 글씨로 “얼굴이 빨개지는”이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 부끄러움을 담는 가방이란 뜻일까. 물론 아무 뜻이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배우 임수정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그녀를 영화에서나 혹은 실제로 만났을 때 느껴지는 기운은 부끄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영화 안에서 때때로 아파하거나 슬퍼 보일 때조차 늘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그녀에게서는 쓸쓸하면서도 씩씩한 기운이 느껴진다. “나 역시 이중적인 면이 있다. (웃음) 혹은 외모에서 드러나는 이미지도 있을 거다.” 다중적인 면을 드러내는 <장화, 홍련>(2003)의 수미를 비롯해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의 싸이보그 영군, 아프지만 결코 아프다는 걸 내색하지 않는 <행복>(2007)의 은희, 그리고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의 연정인, 최근 <은밀한 유혹>(2014)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임수정] 스크린에 영원히 머무르는 배우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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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연기의 귀재.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배우 조정석을 마주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이다. 능청맞은 말투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은 <건축학개론>(2012)의 감초 납뜩이, 냉철하고 절도 있는 드라마 <더킹 투하츠>(2012)의 은시경 중대장, <관상>(2013)의 순수하고 익살스러운 팽헌, 높은 프라이드와 ‘철벽’ 허세로 무장한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2015)의 강선우 셰프, <특종: 량첸살인기>(2015)의 인간미 넘치는 ‘허당’ 허무혁 기자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캐릭터의 자장을 넓혀온 그가 새롭게 보여줄 캐릭터는 어떤 것일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캐릭터적으로 접근해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하지 않았다. <시간이탈자>는 캐릭터보다 스토리텔링이 우선인 영화다. 중요한 건, ‘내가 이야기에 어떻게 묻어나느냐’였다.” 그는 타임슬립 소재
[조정석] 이야기를 이해하고 전달하는 즐거움을 아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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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탈자>는 30여년 전의 미제 살인사건에 의문을 품고 수사하던 형사가 기이한 악몽에 시달리면서 지난 사건의 전말과 조우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조정석과 이진욱이 각각 연기하는 1983년의 고등학교 교사와 2015년의 강력계 형사는 30여년의 시공을 사이에 두고 임수정이 1인2역 연기를 맡은 그들의 연인을 위해 사건을 추적해나간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단순히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SF영화 장르의 설정이 아니라, 과거의 미제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실타래처럼 뒤엉키면서 그에 연루된 인물들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는 복잡한 스릴러 형식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물론 <무림여대생>을 끝으로 해외영화계와 합작영화를 만들어왔던 곽재용 감독의 신작이니만큼 그 특유의 멜로드라마 역시 영화를 이끌어가는 든든한 기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일까, ‘감성추적스릴러’라는 포스터의 홍보문구에서는 임수정, 조정석, 이진욱 그리고 곽재용 감독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자
[조정석, 임수정, 이진욱] 과거와 현재의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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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모션애니메이션 <아노말리사>는 원래 찰리 카우프먼이 프란시스 프레골리라는 필명으로 쓰고, 두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으로 기획됐다. 작업은 이미 2005년부터 진행되었는데, 공동연출가인 듀크 존슨의 합류로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구체화됐다. 강연을 위해 신시내티를 찾은 중년 작가 마이클 스톤이 한 여성을 만나 겪는 이상한 밤의 기록으로 <존 말코비치 되기>(1999), <어댑테이션>(2002), <이터널 선샤인>(2004)과 같은 작품을 통해 우리가 접해온 찰리 카우프먼의 시선과 사고 그리고 뛰어난 구현이 그대로 녹아 있다. 내용부터 구현, 수위 높은 베드신 묘사까지 어느 하나 ‘상업적’인 것이 없는 이 작품은 수익률을 고려할 때 선뜻 투자하려는 이들이 없는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지난한 작업에 혀를 내두르며, 애니메이터들이 그만두고 교체되는 등 제작에 난항도 겪었다. 하지만 두 감독은 할리우드 거대 스튜디오의 자본 없이 ‘작게’ 만들 수 있다는
[people] “인형 아닌 사람이 연기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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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 심은경 주연의 <수상한 그녀>(2013)는 돌연 스무살의 외모를 갖게 된 할머니의 이야기를 재미와 감동으로 풀어내, 850만명의 관객수를 동원하고 그해 박스오피스 5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개봉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시아로 뻗은 <수상한 그녀>의 열기는 아직 뜨겁다. 중국 리메이크 <20세여 다시 한번>(2014)은 3억6500만위안(653억여원)의 매출로 역대 한•중 합작영화 흥행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말 공개된 베트남판 리메이크작 <내가 니 할매다>(2015)는 485만달러(56억여원) 수익으로 베트남 자국영화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영화의 어마어마한 성공에 힘입어 이제 막 첫 장편영화를 발표한 판씨네 감독은 흥행감독의 칭호를 얻었고, 가수와 배우를 겸업하던 주연 미우레는 단숨에 베트남에서 톱스타로 올라섰다. 작품이 태어난 CJ E&M을 특별방문한 그들을 만났다.
-<수상한 그녀>
[people] “젊음으로의 회귀보다는 꿈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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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진 대위님 앓이 중인 대한민국 여성들이여,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주연 작부터 찾아보고 있나요? 이런 아마추어 같으니라고. 진짜 덕후들은 5초 출연작까지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님? 송중기의 꼬꼬마 시절, 조연 작품들을 찾아봅니다.
2009 <트리플>
오빠, 동생 사이라고 우기는데 아빠와 딸로 보이는 이정재-민효린의 러브 라인으로 시청률 4%까지 찍은 이 드라마에서 송중기는 하루(민효린)를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는 스케이트 선수 지풍호 역할을 맡았다. 실제로 송중기는 고등학생 때 스케이트 선수이기도 했다. 상대방은 싫다는데 계속 들이대며 기습뽀뽀하고, 고향 집까지 쫓아가는 행태는… 고소감. 그래도 “힘내라, 이하루. 오빠가 있다!” 스케이트장에서 큰 소리로 외치는 지풍호 오빠 때문에 내 이름도 ‘이하루’로 개명할 뻔.
2009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김수현이 고수의 아역으로 나오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송중기는 여주인공 한지
[액터스토커] 말해!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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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핵소 리지>
2016 <사일런스>
2014 <라스트 홈>
2014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201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010 <소셜 네트워크>
2010 <아임 히어>
2010 <네버 렛 미 고>
2009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2008 <천일의 스캔들>
2007 <보이A>
2007 <로스트 라이언즈>
드라마
2009 <레드 라이딩: 1974>
2009 <레드 라이딩: 1980>
2009 <레드 라이딩: 1983>
2007 <닥터 후> 시즌3
2005 <슈거러시>
딜레마의 남자. 배우 앤드루 가필드가 맡아온 배역은 늘 ‘나는 누구인가’ 하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소년범 ‘보이A’이자 과거를 청산한 ‘잭 버리지’였고(<보이A>), 평범한 소년 ‘토미’이자 장기
[앤드루 가필드] 진중하게 답을 찾는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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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헤일, 시저!>
2015 <러닝 와일드>
2013 <틴에이지>
2013 <뷰티풀 크리처스>
2013 <블루 재스민>
2012 <스토커>
2011 <트윅스트>
2010 <섬웨어>
2009 <테트로>
드라마
2006 <CSI: 라스베가스> 시즌7
2005 <슈퍼내추럴> 시즌1
“당신은 좋겠군, 단순해서.” <헤일, 시저!>의 서부극 전문배우 호비 도일(엘든 이렌리치)은 이 한마디 대사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곤혹스럽다. 하지만 서부극 현장에서 신기에 가까운 스턴트를 선보이고도 불만족스러워 재촬영을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나 <게으른 달>에서 멋진 노래를 선보이는 걸 보고 있자면 이래서 스타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에디 매닉스가 편집실에서 보는 완성된 장면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멋들어지게 연기한다. 모자란 듯 진심을 다하
[who are you] 준비된 스타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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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대배우> 분장
2015 <손님> 특수분장
2014 <기술자들> 특수분장
2014 <두근두근 내 인생> 특수분장
2013 <표적> 분장
2012 <파파로티> 분장
2008 <강철중: 공공의 적 1-1> 분장
2006 <중천> 분장
드라마
2013 <아이리스2> 분장
<대배우>의 거장 감독 ‘깐느박’을 보면 어딘가 익숙한 옆태에 놀란다. 얼굴을 보면 배우 이경영이 맞는데, 언뜻 보면 영락없는 박찬욱 감독이니 말이다. 배우 이경영을 깐느박으로 탄생시킨 배경엔 박은애 분장실장의 손길이 있었다. 그녀는 깐느박의 탄생 비결이 “가발의 힘”이라고 말한다. “박찬욱 감독을 여러 각도로 보면서 연구했다. 구레나룻이 넘어간 모양은 어떤지, 머리숱과 새치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가발을 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조명감독님이 이경영 선배의 뒷모습을 보고 박찬욱 감독인
[STAFF 37.5] 맞춤옷을 입히듯 완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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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통해 배운다고 하지만 실패는 아무리 반복해도 이력이 나지 않는다. 실패할수록 실패할까 두렵다. 그보다는 사소한 성공의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 그게 다시 무언가를 시도해볼 수 있게 하니까.” 드라마 <미생>(2014), <시그널>(2016)을 연출한 김원석 PD가 언젠가 했던 이 말을 다시 떠올려본다. 이 말은 그가 만들어온 드라마의 세계, 그 안의 인물들에 대한 정확한 은유로 들렸다. 김원석 PD는 허무맹랑한 성공 신화에는 관심이 없다. 실패를 애써 두둔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가 그리는 인물들은 유난스럽지 않은 소박한 성취의 경험을 통해 다음 한발을 내디딜 용기를 얻는다. 김원석 PD의 작품에 보내는 시청자들의 응답은 바로 이 지점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와 현재가 무전기를 통해 교신하며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해가는 <시그널> 역시도 이러한 연출자의 세계 안에서 움직이고 나아간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은희 작가는 김원석 PD가 “인물들의 감정을
[김원석] “미래를 얘기한다는 건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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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였다. 싱어송라이터 이아립은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읊조리듯 대화를 이어나갔다. 말 사이사이에는 들숨이 잦았고 곳곳에는 유머가 있었다. 그간 이아립의 음악들은 이 모든 특징들을 모아둔 것의 총체였다. 하지만 5집 《망명》은 어딘가 다른 분위기다. 곡조는 숨길 수 없이 어둑해졌고 가사는 보다 직설적이다. 1999년에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소속사에 들어가 앨범을 만든 것이 부른 변화 같았다. 이아립은 스웨터, 하와이 등의 팀으로 앨범을 내기도 했고 그보다 더 오랜 시간 혼자 묵묵히 음악 작업을 해왔다. 그렇기에 새로운 둥지를 만나 만든 《망명》은 이아립에게 변곡점일 것이다. 이아립만의 색을 지키면서 동시에 이아립에게 낯설었던 것들을 취해본 결과물로서 말이다.
-지난 2월3일 3년 만에 《망명》을 발표했다. 이후 콘서트 등으로 팬들과 만나고 있는데 앨범에 대한 반응은 어떤 것 같나.
=아마도 이전의 팬들은 무겁지 않고 담백한 멜로디에 직설적이지 않은 가사, 이른바 이아립의
[trans x cross] “빛이 사라지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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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 있는 이야기를 풀어가거나, 이야기를 꼬아가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이런 캐릭터가 활약하는 장르를 찾자면, 스릴러가 적격이리라. 어릴 때부터 “공부가 가장 재미있었던” 학구파였으며,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과 <라이어 게임>을 탐독하며 범인 찾기에 몰두하던 “추리물 마니아”인 이상윤이 <날, 보러와요>에서 맡은 ‘나남수 PD’는 정확히 전자의 역할이다. 시사고발 프로그램 <추적24시>의 PD인 그는 정신병원에 갇혔던 살인사건 용의자 ‘강수아’를 둘러싼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과거의 명예를 회복하려 한다. 관객을 영화 속으로 안내하는 일종의 내레이터인 셈이다. 이상윤은 영화 외적으로도 사건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골격을 짜맞춰가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철하 감독과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향후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데, 뜻이 잘 통해 의기투합했다. (웃음)”
[이상윤] 외유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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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스릴러 도전.’ 많은 기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 공통적인 제목을 달아 놀랐다. 그만큼 화제가 될 만한 도전인지 의아스럽다는 뜻으로 놀란 건 결코 아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강예원이 단 한편의 스릴러영화에도 출연하지 않았다니… 그게 정말인가. 재난 한가운데에서 가슴 아픈 사랑을 겪는 삼수생(<해운대>(2009)), 의붓아버지를 살해해 감옥에 들어온 음대생(<하모니>(2009)), 빵빵 터지는 폭탄 때문에 괴성을 질러야 했던 아이돌 가수 아롬(<퀵>(2011)),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먹은 남자와 키스하면 심각한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비뇨기과 의사(<연애의 맛>(2015)) 등 많은 영화에서 그녀가 연기한 캐릭터는 언제나 발랄하고, 귀엽고, 섹시했다. 하지만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배우의 습성을 고려해볼 때 강예원의 로맨틱 코미디 편식은 바라고 한 일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밝고 명랑한 모습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다
[강예원] 몰입의 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