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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나이로 70살. 늘 스웨트 셔츠에 에코백 차림인데, 그게 어색하지가 않다. 단지 차림새의 문제뿐일까. 그녀의 경력 앞에선 노년이란 규정을 잊게 된다. 워쇼스키 자매 감독이 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에서는 초감각을 가진 배두나의 조력자로 출연하고,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에서는 늙은 창녀 역에 도전했다. 지금은 또 쉴 틈 없이 노희경 작가의 새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촬영 중이다. <계춘할망>은 지난 이맘때 제주도의 바닷바람을 맞고 고생하며 촬영한 작품이다. 이번엔 마을 사람 모두가 ‘할망’이라고 부르는 해녀 계춘 역이다. 낯이 까맣고 꾸부정한 할망, 손녀를 위해서라면 뭐든 내주는 그 정 많은 노인은 윤여정이 ‘입은’ 캐릭터 중 가장 어색하지 싶다. 그래서 나는 이 낯섦이 기대된다. TV, 스크린, 넷플릭스까지 도무지 윤여정을 보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그런 한해가 시작됐다.
-지난 이맘때 안부를 빌미로 제주
[커버스타] “내 나이, 뭘 하든 간에 나싱 투 루즈” - <계춘할망> 윤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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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잃어버린 손녀가 12년 만에 돌아왔다. 해녀 계춘은 손녀를 바라만 봐도 애틋한데, 손녀 혜지는 어딘지 불안하고 불편하다. 한줄 시놉시스만 읽어도 <계춘할망>이 어떤 영화일지 대충 머릿속에 그려질지도 모르겠다. 단언컨대 당신의 예상은 빗나갈 것이다. 손녀가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지, 1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 영화에서 그리 중요치 않다. <계춘할망>은 손녀와 할머니, 한없이 가깝고도 어딘지 어색한 둘 사이 마음의 빈칸을 채워나가는 영화다. 한동안 충무로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따뜻하고 정감 있는 이야기는 한편으론 빤해서 더 세차게 사람을 끌어당긴다. 그들 사이에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건 결국 이 영화를 채우는 건 두 배우의 애달픈 몸짓, 촉촉한 눈빛, 따뜻한 표정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만큼 정확하고 충만하게 관객을 설득할 캐스팅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친손녀, 친할머니처럼 서로를 서로의 시야에 담고 훈훈한 미소를 날리는 두
[커버스타] 촉촉한 눈빛, 따뜻한 표정 - <계춘할망> 윤여정,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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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수색역>
2014 <도희야>
2013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2012 <어떤 시선>
드라마
2016 <딴따라>
2016 <미스터리 신입생>
2015 <아름다운 당신>
2015 <화정>
웹드라마
2015 <방과후 복불복> 시즌2
2013 <방과후 복불복>
<수색역>의 상우는 여러모로 되다 만 아이다. 금발을 꿈꾸며 과산화수소로 어설프게 탈색한 머리카락은 얼룩덜룩하고, 한껏 으스대며 챙겨 입었으나 체격에 맞지 않는 양복은 흰 얼굴과 마른 몸만 부각해 도리어 그를 우스꽝스러워 보이게 만든다. 상우의 꿈도 마찬가지다. 일이든 사랑이든 우정이든 상우는 무의식적으로 원선(이태환)에게 자기 것들을 뺏겼다 생각하고 원선을 질투한다. 잠시 뒤, 의도치 않게 원선이 가진 것들을 빼앗게 된 상우는 조금 갈등하지만 이내 침묵한다.
상우는 공명에게서 본 가장
[who are you] 현장에서 배우며 - <수색역> 공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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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시간이탈자>
2013 <미나문방구>
2012 <마이 라띠마>
2012 <미확인 동영상: 절대클릭금지>
2011 <써니>
2008 <과속스캔들>
2008 <그 남자의 책 198쪽>
2006 <각설탕>
2006 <어느날 갑자기 첫번째 이야기-2월29일>
2005 <공공의 적2>
2004 <분신사바> 아트디렉터
2002 <폰> 미술팀
<시간이탈자>는 1983년의 과거와 2015년의 현재를 오가는 스릴러로, 두개의 시대적 배경이 등장해 미술감독이 해야 할 몫이 많은 영화였다. 이요한 미술감독은 “과거의 학교 신들은 내추럴하고 따듯한 느낌으로 나무와 녹색을 사용했으며 현재의 경찰서 신들에선 모던하고 차가운 느낌으로 금속과 유리 그리고 검정, 회색을 사용하며” 각 시대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구성했다. <써니>의 미술감독이었던 그는 과
[영화人] 현실 재현이 아닌 영화적 상상으로서의 미술 - <시간이탈자> 이요한 미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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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다! 이제 좀 뜨자!” 배우 진구의 데뷔 10주년을 축하하는 팬클럽 현수막을 본 적이 있다. “우리가 그런 사이다. 얼마나 격의가 없으면 배우에게 ‘이제 좀 뜨자’라고 하겠나. (웃음)” 만약 진구의 팬클럽이 데뷔 14주년을 맞는 이 배우의 현수막을 올해 새롭게 만들 예정이라면, 그곳에는 ‘이제 됐다!’라는 말이 적혀 있진 않을는지.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서대영 상사는, 오랫동안 좋은 눈빛과 안정적인 연기력을 지닌 배우로 평가받아왔던 진구의 스타성과 대중성을 전세계 시청자에게 입증한 작품이 됐다. 유시진 대위(송중기), 강모연 팀장(송혜교)에 비해 분량은 적었지만, 하늘 같은 상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상사의 딸, 윤명주(김지원)에 대한 지고지순한 연정을 이어가는 서대영의 모습은 ‘송송 커플’(유시진-강모연)의 입지를 위협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3화에서 ‘구원 커플’(서대영-윤명주)이 첫 키스를 하는 장면은 분당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씨네인터뷰] 멜로도 잘하지 말입니다 - <태양의 후예> 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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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궁민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단편 <라이트 마이 파이어>를 칸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출품했다고 했을 때, 모두가 적잖이 놀랐다. 귀공자 같은 외모로 브라운관에서 여심을 훔쳐왔던 배우가 연출가로서의 야심을 남몰래 품고 있을 줄이야. 돌이켜보면 그가 연기자로서 남긴 족적은 꽤 인상적이었다. 김기덕의 <나쁜 남자>(2002)에서 ‘선한 남자’로 얼굴을 알린 그는 <비열한 거리>(2006)에서 비열한 영화감독을 연기하고, <뷰티풀 선데이>(2007)에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고뇌하는 인물을 맡으며 선과 악을 오가는 연기가 가능한 배우임을 입증했다. 그는 각종 트렌디 드라마에선 ‘실장님’ 전담 배우로 활약했고, 지난 2월 종영한 <리멤버: 아들의 전쟁>(2016)에선 분노조절장애의 재벌 후계자를 맡아 여태껏 본 적 없는 악역을 연기했다. 연기자로서 터닝포인트를 돈 지금, 그는 숨겨왔던 연출 욕심을 드러냈다. <라이트
[trans x cross] “영화감독은 가슴 한켠에 품어둔 꿈같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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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동명 만화가 원작인 영화 <바쿠만>의 주연배우 사토 다케루는 국내 관객에게는 <바람의 검심> 시리즈의 주연 켄신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신작 <바쿠만>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만화가에 도전하는 철부지 오타쿠 고등학생이다. 지난해 10월, 아시아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모이는 아시아캐스팅마켓에서 김우빈, 김고은, 조우정 등과 함께 캐스팅보드 6인에 선정되어 부산 해운대를 찾은 그를 만나 이번 영화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여린 눈망울과 서늘한 눈매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그의 인상은 만화 속 켄신과 꽤 닮아 있었다.
-<바람의 검심>의 성공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차기작 <바쿠만> 역시 만화가 원작인 영화다.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만화 원작 영화라는 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원작 만화를 잘 몰랐지만 제안을 받고 꼼꼼하게 읽어보니 영화화되어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수락했다.
-십대 만화가 지망생을 주인공으
[people] “노력하는 청춘을 위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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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적지 않은 비판에 시달릴 것이다. <위대한 소원>은 누군가에겐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위험한 코미디다. 동시에 자신이 꽂힌 지점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근래 보기 드문 뚝심과 개성이 엿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5억원이 채 되지 않는 저예산으로 이만큼의 고집을 발휘한 것이 놀랍다.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입봉한 신인감독은 아직 덜 다듬어진 부분이 더 많지만, 그래서 왠지 기대가 된다. 남대중 감독을 직접 만나보니 한없이 가볍고, 병신 같아서 귀여운 청춘을 그린 영화와는 달리 차분한 답변과 신중한 태도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시나리오작가로 꽤 오래 일한 걸로 알고 있는데 감독 데뷔를 먼저 하게 됐다.
=영화전공은 아니다. 경제학과에 입학해 고시를 준비하다가 공부하라고 주신 돈으로 무작정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덕분에 아직 졸업도 못했다. (웃음) 작은 영화사에 제작부로 들어갔는데 막상 업계에 들어오니 내 생각과 달랐다. 2년쯤 지났을 때 혼자 시나리오
[people] ‘워킹 타이틀’ 영화들이 나름 롤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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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밀정>
2015 <4등>
2014 <국제시장>
2014 <신의 한 수>
2013 <밤의 여왕>
2013 <미나문방구>
2013 <사이코메트리>
2012 <어떤 시선>
키가 훌쩍 자란 덕에 못 알아볼 뻔했다. <4등>을 찍었을 때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으니 벌써 2년이나 지났다. 중학생인 유재상은 <4등>을 촬영할 때보다 키가 “10cm나 더 자랐”고 볼살은 쏙 빠졌으며 소속사도 생겼다.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인터뷰 장소로 곧바로 왔다는 그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당분간 ‘방과 후 인터뷰’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수업 들으랴, 인터뷰하랴 입을 삐죽 내밀 법도 한데, 유재상은 제법 의젓하다. “전혀 피곤하지 않다. 공부하는 데 놓치는 게 있을까봐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누가 시켜서 한 말이 절대 아니다.
<4등>에서 유재상이 연기한 준호는 대회에
[who are you] 키와 꿈이 함께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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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해어화>
2016 <조선마술사>
1943년 경성의 기생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해어화>는 각양각색 한복을 원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다. 산뜻하고 곱다가도, 중후하고 관능적으로 스크린을 수놓는 영화 속 한복을 디자인한 이는 김영진 한복 디자이너. 그녀의 브랜드 ‘차이킴’이 지향하는 한복과 <해어화>의 한복은 “젊고 관능적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고정된 이미지를 넘어선 한복을 지향하는 그녀에게 1940년대는 흥미로운 시대였다. “전통과 서양식 복식이 공존하고 충돌하는 낭만적인 시대다. 전통 소재뿐 아니라 오간자, 실크, 모직, 레이스 등 다양한 소재들을 활용했다.” 그녀는 의상이 영화의 강력한 이미지라고 믿는다. “<화양연화>를 보면 의상에서 영화가 바로 연상되지 않나. 고전 <마이 페어 레이디>를 지금까지 떠올리는 것도 오드리 헵번과 그녀가 입었던 의상의 힘이다.” 그녀는 <해어화> 역시 그런
[영화人] 한복으로 펼쳐내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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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양아치가 가까스로 검사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줄 잘못 서면 변호사 간판 달고 이혼소송이나 하는 개업 변호사로 전락할 게 뻔하다. 태수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이면의 법칙을 재빨리 습득하고, 성공을 위해 온갖 악행에 가담하며 승승장구하는 캐릭터다. 그의 상승과 추락 안에 이 나라의 ‘추잡한’ 현대사가 요약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쌍화점>(2008) 이후 조인성이 8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가해자, 악인이라는 외피를 쓴 인물인 태수에게 조인성의 해석이 더해지면 어떨까. 여전히 스크린 속 조인성에 대한 궁금증은 닳지 않았다.
-스크린으로는 공식적인 복귀작이라 기대가 더하다.
=무식하게 말하자면, 이 작품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재밌었다. 단지 그 이유더라. 독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시나리오를 펼쳤는데 단숨에 읽었다. 하겠다고 바로 결정하고, 귀국하는 대로 감독님을 만났다.
-스크린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은 <권법>이 불발되면서 사
[조인성] 균형과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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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식은 태수의 롤모델이다. 그는 <더 킹>에서 묘사되는 상위 1%의 세계, 권력과 부와 명예가 집약된, 누구나 오르고 싶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는 그 무소불위의 세계를 요약하는 인물이다. 이십대 초반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차세대 검사장으로 각광받는 한강식은, 그 근사함 뒤에 잔인한 폭력의 속성을 감춘 악인이다. <나를 잊지 말아요>(2014)의 멜로적 감성을 뒤로하고 정우성이 보여줄 새로운 도전은 그래서 악독하고, 거대하고, 강하고, 강렬하고, 무섭다. 검사에게 취조받는 듯한 심정으로 인터뷰 자리에 앉았다.
-태수(조인성)의 눈으로 형상화된 한강식에 대한 묘사를 보면 캐릭터의 파워가 느껴진다. ‘정글의 사자처럼 여유 있는 걸음걸이, 세상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는 존재처럼’ 설렁설렁 등장하는 캐릭터라니, 상상이 안 가는 포스다.
=사실 사자 같은 느낌은 아니고. (웃음) 한강식의 대사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첫 촬영 때 런웨이하듯 나타나는 그런 촬영을
[정우성] 더 큰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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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에서 박태수(조인성)는 한강식(정우성)의 부와 외모, 스타일 모든 걸 탐하고 자신도 언젠가 그자리에 가고자 욕망을 키워나간다. “한강식이 만약 혐오스럽게 생겼다면 권력의 매력을 덜 느끼지 않았을까.” 한재림 감독은 없이 자란 태수가 부와 성공을 얻기 위해 검사가 되고, 더 높은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범죄도 불사하는 악행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부패한 이면을 적나라하게 짚어낸다. 그는 이 지독한 악역의 연대기를 조인성과 정우성이라는,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맑고 아름다운 마스크를 통해 투영해내고자 한다. 지금껏 어떤 악역도 가져보지 못한 두 아름다움의 충돌 속에 <더 킹>이라는 영화가 주는, 한국 현대사의 가해자가 지닌 이중성이 존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씨네21> 21주년 특대호를 기념할 커버스타로 21년의 한국영화를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두 얼굴, 정우성과 조인성을 부산 촬영현장에서 만났다. 기존 그의 연기 어디에도 속하지
[정우성, 조인성] 악의 제왕을 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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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자전거>(단편) 연출
2015 <스틸 플라워> 프로듀서
2014 <들꽃> 프로듀서
2014 <허들>(단편) 연출
“프로듀서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인터뷰를 하는 게 부담스럽다.” 겸손의 뜻으로 한 얘기든 솔직하게 털어놓은 얘기든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답변은 아니다. 순제작비 3천만원으로 15회차(보충촬영 제외) 촬영을 진두지휘하는, 베테랑 프로듀서에게도 만만치 않은 임무를 프로듀서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이뤄낸 것은 그 사실만으로 충분히 박수 받을 일이다. 박석영 감독이 그를 두고 “재능 있는 단편영화 감독이기도 한 그는 언제나 헌신적이고 현실적인 PD”라고 제작기에 소개한 것도 그의 열정과 겸손한 태도를 높이 사서 한 얘기일 것이다.
제작 진행 난이도를 상, 중, 하로 나눈다면 <스틸 플라워>는 단연 ‘상’에 해당한다. 제작비가 넉넉한 편이 아니고, 로케이션과 오픈 세트 촬영 비중이 전체의 80% 이
[STAFF 37.5] 부산을 샅샅이 뒤져 만들어낸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