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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제작한 열세 번째 인권영화 <시선 사이>(개봉 6월9일)의 최익환, 신연식, 이광국 감독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인권’이라는 묵직한 테마를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 세편의 단편으로 완성시켰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을 지낸 이후 현재는 숭실대 예술창작학부에서 영화예술 전공자들을 가르치는 최익환 감독은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라는 엉뚱 발랄한 학원물을 만들었다. 떡볶이를 목숨처럼 여기는 여고생 지수(박지수)가 등교 후 교문을 폐쇄해 떡볶이를 먹지 못하게 하는 학교에 맞서는 이야기다. <프랑스 영화처럼>(2015)의 연출자로, <동주>(2015)의 제작자로 상반기를 바삐 보낸 신연식 감독은 <과대망상자(들)>를 내놨다. 사회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해가는 과정을 블랙코미디로 풀었다. 고독사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킨 이광국 감독은 <소주와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씨네인터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환기 - <시선 사이> 신연식, 최익환, 이광국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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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놈의 옷이 문제였다. 잡지 모델 출신에 옷을 너무 잘 소화해서 붙은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이 김민희라는 배우를 향한 정당한 평가를 짓누르고 있었다. 드라마 <연애결혼>(2008)에서 재혼 커플 매니저 이강현은 옷을 잘 입어도 너무 잘 입었고, 나는 행여나 그녀의 화려한 연기가 옷에 묻힐까 안타까웠다. 하지만 늘 앞서나간 김민희의 의상은 캐릭터를 해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뜨거운 것이 좋아>(2008)에서는 27살 시나리오작가같이 편안한 차림을 표현했고, <모비딕>(2011)에서는 기자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룩만을 철저히 고수했다. <화차>(2012)의 차경선의 그 비밀스러움은 가녀린 허리선을 드러낸 그녀의 옷에도 빠지지 않고 묻어 있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로 옷의 자유를 한껏 만끽한 그녀는, 마침내 <아가씨>에 이르러, 히데코가 기모노를 걸친 건지, 기모노가 히데코를 감싼 건지 모를 듯한 물아
[메모리] 옷을 빛내는 몸짓 연기 - 김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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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황 감독은 ‘양치기들’ 네 글자가 정직하게 박힌 티셔츠를 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티셔츠 뒷면엔 “거짓말이 나를 잡아먹기 시작했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특별한 일 없으면 자주 입는다. 홍보 목적은 아니고 집에 옷이 많지 않아서. (웃음)” <양치기들>은 역할대행업을 하며 살아가는 완주가 살인사건의 가짜 목격자 역할을 의뢰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촘촘하게 엮은 영화다. 김진황 감독은 자신의 거짓말에 발등 찍히는 주인공과 침묵하고 방관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비겁한 태도’에 일침을 놓는다. 김진황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 과정 8기 작품이다.
-“솔직함을 원하는 것 같지만 너무 솔직하면 불편한 현실”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영화라고 들었다.
=원래 솔직한 성격이다. 그런데 인간관계에서든 사회생활에서든 솔직함이 마냥 좋은 게 아니더라. 오히려 적당히 포장하고 격식을 차려 얘기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그러다보니 사람들을 대
[people] 비겁함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 <양치기들> 김진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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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영화는 우리에게 아직 미지의 영토다. 하지만 미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지금도 그곳에선 수많은 영화가 사람들의 삶을 실어 나르고 있다. 제5회 아랍영화제를 맞아 한국을 찾은 메르작 알루아슈 감독은 1976년 첫 장편 <오마르 가틀라토> 이래 40년간 22편의 작품을 선보이며 알제리의 현실을 전해왔다. 그는 혁명과 영웅 이야기가 주류였던 알제리영화계에 처음으로 평범한 개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아랍영화계의 산증인이다. 한때는 풍자 섞인 웃음으로, 지금은 엄혹한 시대에 맞선 날카로운 시선으로 알제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거장의 영화 세계는 오늘도 쉼 없이 전진 중이다.
-이번에 무려 3편의 영화를 한번에 소개하게 된 소감이 어떤가.
=내가 영화를 만드는 중요한 동기는 관객의 반응을 듣기 위함이다. 유럽과 아시아는 몇번 왔지만 한국은 처음이라 관객이 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토론의 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홍상수 영화를 좋아해 한편도 놓치지 않고 다 봤다
[people] 미래를 위한 아카이브 작업 - 아랍영화제 참석차 한국 찾은 메르작 알루아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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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버전의 <헝거게임> 시리즈(영•미 라이온스게이트) 또는 <언터처블: 1%의 기적>(프랑스 고몽)을 제작하는 일이 앞으로는 훨씬 수월해질지도 모른다. 세계 유수의 제작사와 배급사가 지적재산권을 교환해 자국영화의 제작을 추진하는 ‘글로벌게이트 컨소시엄’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글로벌게이트라는 창구를 통하면 굳이 현지의 낯선 로컬 프로덕션을 거치지 않아도 파트너사들끼리 콘텐츠를 교류할 수 있으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해외로 수출해 현지 영화로 제작할 수도 있다. 현재 <헝거게임> 시리즈와 <나우 유 씨 미> 프랜차이즈를 제작한 미국•영국의 라이온스게이트, 남미 최대의 미디어 복합기업 텔레비사(멕시코), 프랑스의 유서 깊은 제작사 고몽과 일본의 가도카와, 독일의 토비스, 터키의 TME, 베네룩스의 벨가, 스칸디나비아의 노르디스크 등 10개국 9개 회사가 글로벌게이트와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한국에서는 롯데가 참여했다. 이러한 합의를
[people] “양질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교류할 기회” - 글로벌게이트의 세 대표 폴 프레스버거, 윌리엄 파이퍼, 클리퍼드 워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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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가 세 번째 시리즈로 돌아왔다. 한때 호러 장르는 한국영화의 여름 시장에서 신인의 등용문 내지는 실험의 장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녀왔지만, 최근 몇년간 급격히 위축되어왔다. 이런 시장 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단편들로 꿋꿋이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의 뚝심은 인정할 만하다. 이번 시리즈의 각 브리지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는 민규동 감독이 만들고, 첫 시리즈에서 가장 빛났던 작품 <앰뷸런스>의 김곡, 김선 감독이 돌아와 각각 미래의 에피소드 <기계령>, 현재의 에피소드 <로드레이지>의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장례식의 멤버>(2009)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에 초청됐던 신예 백승빈 감독이 새로이 합류해 과거의 에피소드 <여우골>을 연출했다. “영화 마니아가 갈 수 있는 가장 윗단계가 호러광”이라며 호러 예찬을 벌인 김곡, 김선, 백승빈 세 감독을 만나 <무서운
[people] “기획과 투자 모두 모험심이 필요하다” -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 김곡, 김선, 백승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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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가만히 있는데도 사람을 움찔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내 생각을 꿰뚫어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 강렬한 에너지가 오래 남았다.”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은 몇해 전 우연히 마주친 김주혁의 첫인상을 또렷이 기억했다. 감독을 놀라게 했던 김주혁의 에너지라는 건 아마도 말수 적고 점잖은 사람 특유의 심도 있는 눈매가 만드는 파장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웬만한 일로는 화를 내지 않는다. 내가 손해보고 말지. 배우라면 때론 자신을 포장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김주혁은 어떻게든 뭔가를 만들어보려고 애태우는 쪽보다는 세상사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다며 덤덤히 받아들이는 편에 가까워 보인다. 그럼으로써 얻게 됐을 평정심이 그의 ‘강렬한 에너지’가 돼준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비밀은 없다>의 종찬 역에 김주혁을 덧대보는 건 영 엉뚱한 일 같지 않다. 종찬은 이제 막 정계에 입문한 정치 신예다. 곧 있을 선거에서
[커버스타] 끝까지 버티는 감정을 배우다 - <비밀은 없다> 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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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시간은 작품으로 기억된다. 20대의 손예진은 청순, 발랄, 도발을 넘나들며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를 섭렵했다. 30대에 접어든 손예진은 작품 속에서 사랑스런 반달 눈웃음을 짓는 일이 적어졌다. <타워>(2012), <공범>(2012),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나쁜놈은 죽는다>(2015) 같은 장르영화 안에서 강인한 여성, 행동하는 여성으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청순가련의 멜로퀸은 액션영화의 여전사가 되었고, 모든 장르가 가능한 배우로 진화했다. 변하지 않은 건 용감하게 작품 속으로 뛰어드는 태도.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배우의 마음이니까. 똑같은 대사도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 무조건 새로웠으면 하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지점에서 <비밀은 없다>는 마음껏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 좋았다.”
<비밀은 없다>는 딸의 실종 이후 연홍과 종찬 부부가 아프게
[커버스타] 연기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히다 - <비밀은 없다> 손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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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로 호흡을 맞춘 게 8년 전이었지만 여전히 연기의 쿵짝이 잘 맞았다. 그때와 캐릭터도 다르고 장르도 다르고 영화의 색깔도 다르지만, (김)주혁 오빠가 상대방을 워낙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라 부부로서의 편함을 느끼며 연기할 수 있었다.”(손예진) 두 번째에도 부부로 만났다.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8년 만에 다시 만난 손예진과 김주혁은 <비밀은 없다>에서 딸의 실종으로 파국을 맞는 정치인 종찬과 그의 아내 연홍을 연기한다. 이경미 감독의 전작 <미쓰 홍당무>(2008)가 예측불허 캐릭터 양미숙의 매력이 폭발한 영화였음을 상기한다면, <비밀은 없다>의 두 캐릭터 역시 범상치 않을 것임을 쉬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경미 감독의 영화세계를 경험한 두 배우는 공통적으로 “어려웠다”, “새로웠다”고 얘기했는데, 분명한 건 <비밀은 없다>를 통해 우리가 익숙한 두 배우의 낯선 얼굴을 확인하게 될 것이란 사실이
[커버스타] 익숙한 두 배우의 낯선 얼굴 - <비밀은 없다> 손예진, 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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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정글북>
2013 <디왈리>(단편)
모글리를 연기할 아역배우가 갖춰야 할 최우선 조건은 어쩌면 풍부한 상상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사로 재탄생한 <정글북>에서 모글리는 유일한 인간 캐릭터다. 모글리의 든든한 보호자를 자처하는 흑표범 바기라와 곰 발루, 정글의 무법자 호랑이 쉬어칸은 모두 CG 캐릭터다. 모글리 역에 캐스팅된 닐 세티는 가상의 동물들과 함께 가상의 정글을 뛰어다녀야 했다. 테니스공이 아닌 퍼펫 마스터(인형극 배우)들이 닐 세티의 연기를 상대해주었지만 블루스크린을 정글로 받아들인 채 연기한다는 것은 단편 <디왈리>(2013) 출연이 전부인 12살 소년에게 버거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상대 없이 연기하는 것이) 조금은 힘들었다. 하지만 존 파브로 감독이 많이 도와줬다. 내가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인형을 준비해줬고, 때로는 그가 인형탈을 쓰고 함께 연기하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쉴 새 없이 정글을 누
[who are you] 상상 속을 달리는 에너지 - <정글북> 닐 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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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계춘할망>
2014 <신의 한 수>
2010 <포화 속으로>
2010 <이끼>
2008 <영화는 영화다>
2005 <연애의 목적>
2004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002 <청풍명월>
1999 <송어>
1997 <패자부활전>
드라마
1994 <폭풍의 계절>
1993 <걸어서 하늘까지>
1992 <여명의 눈동자>
어떤 영화는 배우의 얼굴을 제대로 담아낸 단 한 장면으로 완성되기도 한다. <계춘할망>이 정확히 그렇다. 클리셰 덩어리라 해도 무방한 이 익숙한 신파가 가슴을 후벼파는 건 늙은 해녀의 주름진 눈가에 묻은 세월 덕분이다. 해녀 계춘(윤여정)의 모진 생명력은 세월의 풍파에 서서히 깎여나간다. 하지만 계춘이 감당해야 했던 세월의 무게는 엔딩에 이르러 12년 전 계춘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기 전까진 좀처럼 드러나
[영화人] 계춘이 나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 <계춘할망> 장진 분장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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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안 여기저기 훌쩍이는 소리, 영화가 끝난 후 화장실에서 눈가가 붉은 관객을 만나는 경험치로 볼 때, 할머니의 내리사랑을 그린 <계춘할망>은 잔잔하지만 분명 파급력을 기대할 만한 영화였다. 하지만 하나의 현상이 된 <곡성> 관람의 열기 속에서 <계춘할망>은 흥행에서 속수무책 비켜나 있는 듯 보였다. 잔잔한 드라마, 투톱 여배우가 약점이 되었을까? 페이스북에서 극장 상황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감독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창감독은 “배우들에게 미안하다. 윤여정, 김고은 두 배우에게 흥행 성과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얼얼했던 지난 한주에 대한 생각으로 말문을 열었다. 창감독은, 자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스스로 끝까지 고집한 캐스팅과 촬영 중 불협화음 등을 겪으며 완성한 <계춘할망>이 이전 작품인 <고死: 피의 중간고사>(2008, 이하 <고사>)와 <표적>(2014)보다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
[씨네인터뷰] 가족 안에서 사랑이 계승되는 이야기 - <계춘할망> 창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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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예지는 감독님의 존재를 아나요? 자신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요?” 혹시나 하는 물음이었다. 예지에게 이승준 감독은 아무도 아닌 존재 “노바디”였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라는 게 무엇인지, 예지가 그 개념을 인지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달에 부는 바람>은 시청각중복장애를 안고 태어난 예지와, 예지와 소통하길 갈망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이승준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전작 <달팽이의 별>(2012)의 주인공 영찬씨도 시청각중복장애인이었으나 점화(點話, 손가락으로 손등에 점자를 찍어 대화하는 방식)로 소통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예지는 애초에 세상을 경험하지 못해 소통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어머니 김미영씨는 그런 예지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몸으로, 마음으로 예지와 부딪힌다. 몸과 마음에 멍이 들어도 예지를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변함없이 커다랗다. <달에 부는 바람>의 언론시사가 진행되던 날, 이승준 감독과 예지
[people] “천성적인 선함이 있는 것 같다” - <달에 부는 바람> 이승준 감독과 주인공 예지의 어머니 김미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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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몽 루아>
2015 <소년 파르티잔>
2014 <미녀와 야수>
2011 <데인저러스 메소드>
2010 <블랙스완>
2008 <퍼블릭 에너미 넘버원>
2007 <오션스 13>
2007 <이스턴 프라미스>
2004 <오션스 트웰브>
2002 <돌이킬 수 없는>
2001 <늑대의 후예들>
2000 <크림슨 리버>
1999 <잔 다르크>
1997 <도베르만>
1996 <라 빠르망>
1995 <증오>
영화 <몽 루아>에서 끝내 남게 되는 것은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감정의 침전물과 함께 피부를 긁는 따가운 상처들이다. 말 그대로 영화는 감정의 폭풍을 그린다. 인물들이 겪는 10년의 변화에서 관객은 교차편집되는 급격한 시간의 편차를 느낄 수 있다. 아슬아슬한 불안감, 남자의 변화와 여자의 흔들림,
[액터/액트리스] 강렬한 에너지 - <몽 루아> 뱅상 카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