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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시간에 연습하고 항상 실내에서 공연하며 밤샘 작업도 없어요. 이 정도면 꽤 좋은 직업 아닌가요?” 우스갯소리지만 배우 윤공주는 인터뷰 도중 대뜸 뮤지컬 배우만큼 저녁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업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반어법일까. <시카고>의 록시 하트,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 <태양왕>의 프랑소와즈,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그리드 아르노 등을 거쳐, 뮤지컬 마니아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녀가 저녁 시간을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로 적셔야 했을지 쉬이 가늠조차 되지 않는데 말이다.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배우 오만석은 그에 대해 “우리나라 뮤지컬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배우”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정해진 시간 이외에 가장 열심히 노력했을 것 같은 모범생 배우 윤공주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제 막 무대 위에 처음 올라선 신인배우의 경험담처럼 들렸다.
-‘공주’라는 이름이 본명인가.
[trans x cross] 나는 지금도 매일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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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2014)가 개봉할 무렵 도경수를 만난 적이 있다. 처음으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개봉을 앞둔 신인배우로서 개봉을 준비하는 전 과정이 생경한 듯한 얼굴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들떠 있지는 않았다. 차분하고 씩씩하게 자신이 맡은 연기를 설명해보려 했던 것 같다. <순정>(개봉 2월24일)으로 다시 만난 도경수는 그때보다 말수가 조금 더 늘었고, 시원스레 소리내 웃기도 하며, 잠시 말을 멈춘 채 곰곰 생각을 가다듬어보겠다고도 했다. 여유가 한뼘 더 생긴 것 같았다. 도경수의 말을 빌리자면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카트> 때”를 지나 “현장에서, 사람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는” 과정 속에서 체득한 어떤 것들 덕분이 아닐까 싶었다. <순정>의 현장에서 도경수는 무엇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온 것일까. 다음은 첫사랑의 열병, 우정의 아릿함이라는, 태어나 처음으로 휩싸여본 감정 앞에 당황해하는 열일곱살 범실 역을 맡은 도경수의 대답
[도경수] 순순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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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동주>
모든 게 처음이다. 영화도, 연기도, 오디션을 본 것도 말이다. “나이에 맞는 순수함과 풋풋함 그 자체”인 배우를 찾았다는 이준익 감독의 의도엔 딱 맞아떨어졌다. 단 한편의 연기 경험도 없던 흰 도화지 같은 배우, 신윤주는 첫 필모그래피에 <동주>의 제목을 새겨넣었다. 동주(강하늘), 몽규(박정민)와 함께 문예지를 만드는 이화여자전문학교 학생 여진을 맡은 그녀는 “강하늘, 박정민 오빠와 항상 대화를 나누고 모르는 게 있으면 하나부터 열까지 물어보면서” 백지 위에 여진의 윤곽을 그려갔다. 연기 수업을 받아본 적 없는 그녀에게 이준익 감독은 “영화를 할 땐 감독을 믿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며 용기를 줬고, 그 말을 새긴 그녀는 “맞든 틀리든 자신 있게 지르는” 연기를 했다. “내가 확신이 없으면 화면에도 그 불안함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겠나. 한번 여진에 대한 상을 잡은 후에는 내 생각이 맞다고 믿고 연기에 임했다.” 말수가 적
[who are you] 나를 믿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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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캐롤인가, 루니 마라가 연기한 테레즈인가. 어리석은 질문이다. 영화를 본 사람뿐 아니라 보지 않은 사람도 짐작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주인공이다. 은 이들의 사랑 이야기니까.
그런데 제목은 ‘캐롤’이다. ‘캐롤과 테레즈‘가 아니다. ( 비슷한 전개가 될 뻔했지만) 원작 소설을 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클레이 모건이라는 필명으로 출간했었다)는 캐롤이라는 매혹적인 여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혜리 기자의 글에서 단서가 발견된다.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백화점 판매원으로 아르바이트하다가 한 우아한 부인에게 매혹된 체험을 토대로 의 원작 소설을 썼다. 하이스미스는 문제의 여성과 직접 재회하지는 않았지만 어디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 조사하고 한동안 뒤를 밟았다고 한다. 스토킹은 범죄소설가 하이스미스의 단골 모티브이기도 하다.” - 1041호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원작을 쓴 하이스미스가 그랬듯이 영화를 연출한 토드 헤인즈도 캐롤은 누
<캐롤>의 케이트 블란쳇이 출연한 영화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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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감독
2016 <오빠생각>
2015 <스물>
2014 <상의원>
2014 <수상한 그녀>
201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2011 <도가니>
2010 <조금만 더 가까이>
아트디렉터
2011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2009 <토끼와 리저드>
2008 <숙명>
미술팀
2006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2005 <살결>
2004 <효자동 이발사>
“세트 철거한 뒤 스탭들마저 다 떠난 자리에서 혼자 그곳을 한 바퀴 돌았다. 개봉까지 1년을 꼬박 바친 공간이라 쉽게 보내지지가 않더라.” 여전히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채경선 미술감독은 말했다. 여기서 ‘그곳’은 <오빠생각>의 야외 세트장이다. 그 아쉬움이 충분히 이해될 만큼 <오빠생각>은 공간이 많은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6•
[STAFF 37.5] 내겐 엄마 집이 보물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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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바람/ 별/ 시. 이토록 서정적인 단어를 쓰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시대가 있었다. ‘이런 세상에서 시를 쓰길 바라고, 시인이 되길 원했던 게 부끄러워’ 자신을 질책하고 스물여덟해, 짧은 생을 마감했던 시인 윤동주. 식민조국에서 시인은 언어를 빼앗기고, 신념을 버릴 것을 강요당했다. 이준익 감독이 흑백사진 속 해사한 얼굴과 아름다운 시로 박제된 시인 윤동주를, 타인과의 관계로 얽히고 실질적인 선택의 고민에 휩싸였던 20대 청년으로 육화했다. 영화 <동주>는 충무로에서 문학작가를 소재로 한 흔치 않은 작품이자, 시대극의 필요조건이라 여겨지는 프로덕션을 간소화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시도다. 효과적인 소재의 구현을 위해 상업영화의 제작방식 대신 저예산 제작을 선택했다는 그의 변을 들어보았다.
-윤동주는 외적 투쟁을 하지 않은 시인이란 점에서 일제강점기의 공기를 담기에는 드라마가 다소 부족한 인물로도 보인다. 영화의 출발부터 넘고 가야 할 취약점으로 작용했을 텐데.
=맞
[이준익] “제일 안 좋은 건 시도하지 않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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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공유씨, 누구도 선뜻 하지 않는다는 정통 멜로를 하신다는 건가요? <용의자>(2013) 이후 3년 만의 만남. 이 질문이 제일 먼저일 수밖에 없다. 스릴러가, 액션이, 블록버스터 사극이 판을 점령하는 충무로에서 정통 멜로는 고사 위기에 처한 그런 시대다. 소설 <도가니>가 영화화되어 사회적 파장까지 번진 데도 공유가 그 가치를 ‘공유’해준 덕이 크다. 같은 맥락에서, 주춤했던 정통 멜로는 공유라는 구세주를 만난 셈이 되는 걸까. “내가 뭐 독립투사도 아니고. <도가니>(2011)도 거창한 대의를 가지고 한 건 아니지만, 내가 좀 그런 게 있다. 약간 반발심 같은 거. (웃음) 멜로가 장사가 안 되니 안 만들어 희귀한 때이고,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늘 있었다. 이렇게 참여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시도는 될 수 있겠다.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멜로 장르가 좀더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거고.”
<남과 여>의 기홍은 공유의 표현에 따
[공유] 이 뜨거운 사랑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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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해서라면, 마땅히 전도연에게 물어야 했다. 스크린의 전도연은 사랑의 기척을, 감정의 행간에 묻어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예민하게 읽어내려왔다. “인간은 다 복합적이지 않나. 시나리오를 읽을 때면 활자로는 드러나지 않는 인물의 마음을 느끼게 되니까 그걸 또 표현해보고 싶고. 관객도 함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사랑을 온전히 믿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랑이라는 게 있을까. 그런데도 영화로든, 책으로든 ‘사랑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다. 그래서 계속 좇게 된다.” 확신은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 신기루 같은 사랑으로의 출구를 향해 전도연은 무수한 두드림을 이어왔다. 그래서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는 사랑이라는 한 가지 이야기에 꽂혀 그것만 말해온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장르나 인물이 처한 상황 때문에 내가 변신한 것처럼 보여도 결국 내가 한 이야기는 사랑이었다 .”(한 예로 <피도 눈물도 없이>(2002) 때도 전도연은 액션
[전도연] 그렇게 끝없이 사랑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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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감독의 정통 멜로드라마 <남과 여>(2015, 개봉 2월25일)는 제목부터 눈을 훔친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한 두개의 어절을 보고 있자면 조사를 사이에 두고 남자와 여자가 마주 보는 듯하다. 나란히 서 있는 모양일 수도 있겠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남과 여’라는 이 짧은 말은 짐작보다 훨씬 많을 그와 그녀의 말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낯선 땅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난 상민(전도연)과 기홍(공유)은 서로에게 맥없이 빠져든다. 그리고 그들은 서울이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재회한다. 그럼 이제 이 남자와 이 여자는 어떻게 되는 걸까. 멜로극의 주인공으로 만나 처음 호흡을 맞춘 전도연과 공유에게 <남과 여> 속 남자와 여자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멜로 장르에서 어쩌면 감독보다 더 의지하게 되는 게 상대배우다. 전도연 선배와 함께한다면 내가 인위적으로 뭘 더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레 기홍의 캐릭터에 녹아들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공유, “나는 감정이 극명하게 드러
[전도연, 공유] 같은 방향의 사랑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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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현 감독이 <번개맨>으로 돌아왔다. <번개맨>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EBS <모여라 딩동댕>을 통해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 캐릭터로 자리잡은 ‘번개맨’을 주인공으로 한 특수촬영물(이하 특촬물)이다. TV방송뿐 아니라 이미 공개방송과 뮤지컬을 통해 번개맨은 열성적인 어린이 팬층을 두텁게 확보해왔다. 영화는 사랑스러운 조이랜드와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천진한 소녀 한나(루나) 등을 보호하는 번개맨(정현진)을 통해 꿈과 희망이라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메시지를 전한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항쟁 때 상처 입은 이들이 펼치는 응징의 기록 <26년>(2012), 한 예술가의 번민을 풀어낸 <봄>(2014)이라는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해보면 <번개맨>은 확실히 새로운 선택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의 개봉(2월11일)을 앞둔 조근현 감독을 만나 어떤 이유로 이 작업에 참여하게 됐는지와 <번개맨>을 만들기까지의 과정
[people]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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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감옥에서 온 편지>
2016 <동주>
2015 <검은 사제들>
2015 <성난 변호사>
2014 <패션왕>
드라마
2015 <용팔이>
188cm의 껑충한 키에 담박하고 수수한 얼굴. 소탈한 차림새로 스튜디오로 성큼 들어온 민진웅은 “큰 키 때문에 험상궂은 역할을 자주 맡는다”며 웃어 보였다. 드라마 <용팔이>의 우직한 경호원 상철, <성난 변호사>의 투박하고 어설픈 용역 갑수, <패션왕>의 마초 두치에 이어 곧 개봉할 <감옥에서 온 편지>에서 특수부대 출신 살인청부업자를 맡았다는 그다. 그런 그가 <동주>에서 맡은 역할은 여태까지와는 다르다. 동주(강하늘)와 몽규(박정민)의 연희전문학교 동기이자, 쾌활하고 속깊은 친구 처중 역을 맡은 그는 “처중의 평범하지만 인간미 있는 모습에 끌려 지원했다”고 한다.
“동주와 몽규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who are you] 평범함이 성실함과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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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검사외전> <인천상륙작전>
2015 <강남 1970> <연평해전> <극비수사>
2014 <화장> <군도: 민란의 시대> <차이나타운>
2013 <친구2> <더 파이브>
2012 <인류멸망보고서>
2011 <완득이> <아이들…>
2010 <포화속으로>
드라마
2016 <동네의 영웅>
2015 <처용2>
2015 <식샤를 합시다> 시즌2
2013 <식샤를 합시다> 시즌1
황정민, 강동원 주연의 <검사외전>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전직 검사 재욱(황정민)과 철부지 사기꾼 치원(강동원)이 비리로 뒤덮인 검사 출신 국회의원 후보를 상대로 가망 없는 싸움을 벌이는 사회성 짙은 드라마다. 영화 속 배경도 대부분 교도소, 검찰청, 법정인 만큼 무겁고 칙칙한 분위기의 영화일 것
[STAFF 37.5] “무브먼트? 연륜으로 감성을 붙들어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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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소리>에서 해관(이성민)은 약속대로 자신이 소리를 무사히 ‘그녀’에게로 보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를 무역선에 태워주려는 정도의 노력은 한다. 어떻게든 약속에 대한 의지를 보이려 애쓰는 것이다. 현실로 가정하면 황당한 일로 치부되겠지만, 그런 해관의 모습이 마냥 허무맹랑해 보이지만은 않는 건 이호재 감독이 하나를 받으면 적어도 반은 돌려주려는 사람이기 때문일 터다. 내놓는 말마다 약간의 냉소가 묻어나지만 그 너머엔 지킬 것은 지키며 살자는, 아니 지키겠다는 생각이라도 하면서 살자는 최소한의 선이 있다. 그는 “명함을 받아도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며 명함의 무용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렇다면 눈앞에서 전화번호를 저장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의일 것”이라고 말하고는 바로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사람이다. 또는 이야기 도중 잠시 이름이 헷갈린 스탭의 이름을 기어코 검색해 정확하게 확인시켜주(고선 자기 말이 맞지 않냐며 확답을 받아
[이호재] “결국 우리 인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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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의 루나가 <번개맨>의 주연으로 스크린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몇 가지 의외의 사실들이 있었다. 메인 보컬인 루나가 영화 주연으로 데뷔한다는 것, 그리고 그 영화가 ‘특수촬영물’(이하 특촬물) <번개맨>이라는 것. 루나의 <번개맨> 출연은 확실히 예상치 못한 행보다. 하지만 <번개맨>은 어린이 뮤지컬을 다룬 영화이고, 루나가 <인 더 하이츠> <하이스쿨 뮤지컬> 등 뮤지컬 출연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인과관계의 나열은 보다 쉬워진다. 남아 있던 의문은 인터뷰 후에 말끔히 해소됐다. 루나의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장르물에 대한 호의, 무엇보다 <번개맨>의 ‘한나’와 루나의 천진성이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제 루나는 곧 한나인 것처럼 보일 차례다. 루나의 소속그룹 f(x)는 어느덧 데뷔 7년차를 맞았다. 알쏭달쏭한 미지의 신호들로 이루어진 소녀들은 이제 다른 차원의 무엇으로 훌쩍 발돋움해버
[trans x cross] “보고 있으면 즐겁고 행복해지는 사람 되는 게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