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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보일러가 얼어 물이 안 나오는 통에 동네 목욕탕에서 씻고 오는 길이다.” 한파 때문에 인터뷰를 하기 전부터 제대로 고생한 이일형 감독의 얼굴은 기대 반, 긴장 반이 뒤섞여 있었다. 기대감이라면 언론 시사회에서 나쁘지 않은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고, 긴장감이라면 아직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2011), 윤종빈 감독의 <비스티 보이즈>(2007)와 <군도: 민란의 시대>(2013) 조감독을 맡았던 그가 <검사외전>으로 감독 데뷔했다. <검사외전>은 검사 변재욱(황정민)이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누명을 쓰면서 감옥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을 만나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복수를 하기 위해 계획을 꾸미는 이야기다. 서사가 다소 느슨한 부분이 있지만, 황정민과 강동원 두 주인공의 매력을 영리하게 활용하며 서사의 빈틈을 메운다. 분명한 건 명절 오락영화로 손색없
[people] 허구와 실제 사이의 균형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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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쉬지 않는 배우다. 데뷔 후 작품을 멈추지 않고 달려온 열정도 그렇고, 한결같이 잘생긴 얼굴 또한 그렇다. 그는 최근 직접 제작자로 나선 멜로 스릴러 <나를 잊지 말아요>를 개봉하고, <아수라> 촬영을 마무리하는 단계이며, <더 킹>의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그를 청춘스타로 발돋움시켜준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의 김성수 감독과 <아수라>로 재회한 것은 남다른 감회를 주는 사건이다. 처음부터 완성형의 얼굴인 그였지만, <비트>의 스물다섯 그에겐 다신 올 수 없는 청춘의 풋풋함과 열정, 불안이 서려 한 시절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자유분방한 청재킷 차림에 이어폰을 끼고 담배를 문 그의 얼굴은 불온하고 위태롭지만 사랑스러운 청춘의 표상이었다. “과거 지켜본 우성씨는 고독하고 외로운 청년 이미지가 강했다면, <아수라> 현장에서 본 그는 한층 더 안정된 모습이었
[메모리] 완연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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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울보>
2015 <조선마술사>
2014 <거인>
2014 <원나잇온리>
단편영화
2015 <면허시험>
2015 <윤리거리규칙>
드라마
2015 <앵그리맘>
웹드라마
2015 <도전에 반하다>
2015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여우 같은 아이. 김태용 감독은 장유상이 “‘여시’ 같아서 예뻐했다”고 말했다. “타고난 끼를 이용해 유연한 연기를 할 줄 안다”는 의미란다. 그의 ‘끼’를 가장 먼저 알아본 김태용 감독은 장유상을 <밤벌레>와 <거인>에 두 차례나 캐스팅했다. <밤벌레>에서 장유상은 한재(박수진)가 자신을 이용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를 좋아하는 마음에 그의 의지대로 움직여주는 훈을 연기했다. 선이 얇은 얼굴에 애달픈 처지까지 겹쳐 그 처연한 표정이 관객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기는, 훈은 그런 청년이었다. <거인>
[who are you] 타고난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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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내부자들> <대호> <히말라야> <검은 사제들> <암살> <베테랑>
2014 <국제시장> <해무> <군도: 민란의 시대>
2013 <끝까지 간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관상> <감기> <미스터 고>
2012 <신세계> <베를린> <늑대소년> <도둑들> <하울링>
2011 <인류멸망보고서> <한반도의 공룡: 점박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2010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 <아저씨>
<로봇, 소리>의 주연 ‘소리’ 뒤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소리’의 원격 조종을 맡아 ‘소리 삼촌’이라 불린 영화 특수분장업체 셀의 김호식 팀장 말이다. 그는 “영화 속 소리는 단
[STAFF 37.5] 로봇 더미 조종을 연기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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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감독을 두고 사람들은 말한다. 착한 영화를 만드는 착한 감독이라고.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할까. “거북하다. (웃음) 다만 내가 착해지고 싶은 욕망, 나의 지향점이 영화에 드러나는 것 같다. 어쩌면 한상렬 소위(임시완)의 모습이 내가 바라는 이상향일 수는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 내 마음이 편하더라.” 적어도 그가 착한 사람임은 맞는 것 같다. 캐릭터에 대한 배우의 해석을 존중해 자신의 의견은 일단 꾹 참고 접어둔다거나, 노래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여뻐 빠듯한 러닝타임에도 굳이 모든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씩 다 넣었다는 등의 일화를 듣다보면, 그의 세계관에서 영화나 연출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우선인 듯도 하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는 아무도 함부로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한 감독의 그런 연출관이 <오빠생각> 안에 어떤 형태로 스몄는지를 짚어보는 건 유의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빠생각>은 <연애소설>(2002), <청춘만화>(
[이한] “비극을 뛰어넘는 순수함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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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2015)에서 사제복은 단순한 의상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목적에 맞게 제작되어 의상이 캐릭터를 특별하게 만드는 무엇이 아닌, 되레 강동원을 만나는 순간, 의상이 가진 일정의 역할은 상당한 수준으로 확장된다. 바로 캐릭터가 독특함으로 치환되는 효과다. <검은 사제들>에서 사제복을 입은 보조사제는 충무로에서 낯설었던 소재를 불식시키며 500만 관객에게 어필했으며, <군도: 민란의 시대>(2014)에서 도포 차림의 서자 조윤은 사극의 구도 안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독특한 악당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한국영화의 배우 카테고리에서 강동원은 그렇게 언제나 예측불허의 이질감을 선사하며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온 배우다.
32살, 전과 10범을 기록한 <검사외전> 속 치원이 입은 건 푸른 죄수복이다. 비극으로 맺음될 아픈 사랑에 관객을 눈물바다로 만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의 사형수 윤수의 슬픔이 묻어나는 얌전한
[강동원] 제대로 웃게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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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 어쩌라고?” 황정민을 한번이라도 만나본 이들은 그의 말투를 흉내내며 이 말을 따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심각하게 의미 부여하는 것을 싫어하는 그에게 괜히 <국제시장>(2014)과 <베테랑>(2015)의 연이은 천만 관객 돌파와 750만 관객(1월20일 기준)을 불러모은 <히말라야>(2015)의 흥행 얘기를 꺼냈다가 들은 얘기다. “천만이란 숫자? 아무 의미 없다. 단지 감사할 뿐이지, 그래서 뭐 어쩌라고?” 황정민은 지나간 캐릭터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그렇게 고생하며 ‘히말라야’에 올랐지만 하산한 뒤엔 까맣게 잊는 게 그의 방식이다. “작품 끝나면 (앞서 연기한 캐릭터를) 금방 잊는다. 작업하는 동안 미친 듯이 몰두했으니까 ‘이젠 꼴도 보기 싫다’ 그런 느낌인 거지. 그러니 아쉬울 것도 없고, 박수치면서 잊는다.” 황정민은 그렇게 미련 없이 <히말라야>의 엄홍길 대장에서 <검사외전>의 폭력검사 변재욱으로 옷을 갈아입
[황정민] 강한 한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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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외전>으로 황정민과 강동원이 만났다. 부지런히 영화라는 애정의 대상을 좇아온 두 배우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이란 게 조금은 의외다. 이일형 감독의 <검사외전>은 억울하게 감옥에 간 검사 변재욱(황정민)이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강동원)과 손을 잡고 누명을 벗는 내용의 버디무비다. 이일형 감독은 <검사외전>의 방점을 누차 버디무비에 찍은 바 있다. 상극의 캐릭터 검사와 사기꾼의 아웅다웅, 티격태격은 정치 비리의 일면을 다루는 영화의 무게감을 덜어주는 동시에 배우들의 연기 향연을 만끽하게끔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어떤 그림이 나올까, 처음엔 나도 잘 모르겠더라. 다행스러웠던 건 (강동원과의) 첫 촬영 때 투숏의 느낌이 좋아서 굳이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거다.”(황정민) 성실함과 완벽주의적 기질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두 배우의 투숏은 정말이지 근사했다.
[황정민, 강동원] 두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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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리얼>
2016 <검사외전>
2016 <로봇, 소리>
2015 <손님>
2014 <빅매치>
2014 <두근두근 내 인생>
2014 <군도: 민란의 시대> 2013 <방황하는 칼날>
2013 <관능의 법칙>
2013 <변호인>
2012 <마이 리틀 히어로> 외 다수
드라마
2016 <기억>
2015 <구여친클럽>
2015 <화정>
2014 <미생>
2013 <미스 코리아>
2012 <골든 타임>
2012 <더킹 투하츠> 외 다수
“소리, 깨워라. (웃음)” 인터뷰 시작 전. <로봇, 소리>의 주연배우 이성민이 카페 한쪽에 있던 ‘소리’라는 이름의 로봇을 보며 말을 건다. 모르고 들으면 꼭 손님을 맞는 아버지가 자고 있는 자식을 깨우는 소리 같다. 그 말을 용케도
[이성민] 인간 이성민의 연장(延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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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 문이 열리자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BBC>가 제작한 자연다큐멘터리 <미니 자이언트 3D>를 보고 나온 아이들이다. 이날 상영에는 특별히 EBS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방영하는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의 보니 신동우와 하니 이수민이 극장을 찾았다. 두 사람은 <미니 자이언트 3D> 예고편에 참여했다. 지금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보니하니’가 대세다. 어른들도 예외가 아니다. <무한도전>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보니하니>가 등장했다. 이수민은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도 출연했다. SNS에 공유되고 있는 <보니하니> 동영상은 놀라웠다. 합이 착착 맞는 두 사람의 진행력은 그야말로 ‘유재석급’이다. 어린이들과의 GV 행사를 마친 보니와 하니를 늦은 시간에 만났다.
-요즘 <보니하니>의 인기
[trans x cross] 초딩들의 영원한 보니하니 신동우, 이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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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그날의 분위기>
2015 <도리화가> <검은 사제들> <오피스> <스물> <헬머니>
2014 <명량> <신이 보낸 사람> <한공주> <가시>
2013 <완전 소중한 사랑> <블랙 가스펠> <소녀> <감기> <힘내세요, 병헌씨>
2012 <타워> <점쟁이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코리아>
2011 <퍼펙트 게임> <특수본> <최종병기 활> <체포왕>
2010 <조금만 더 가까이> <시라노; 연애조작단>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회오리바람>
멜로영화는 때때로 음악이 배우이자 감독을 대신할 때가 있다. 배우와 함께 표정을 짓고 대사를 읊거나 심지어 편집보다 한발 앞서 감정을 이끌
[STAFF 37.5] 마음을 들려주는 영화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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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려니 힘들다. (웃음)” 30여년간 카메라를 들었던 류재림 신임 한국영상자료원장이 카메라 앞에 서게 되자 멋쩍은 듯 흘린 얘기다. 류재림 원장은 <코리아헤럴드> <서울신문>의 사진기자 출신으로 앞으로 3년간 영상자료원을 이끈다. 당장 파주보존센터가 5월19일 개관 예정이다. 부족했던 수장고 문제가 해결됐고, 안정적인 이원보존체계가 구축됐다. 동시에 상암동과 파주로 조직이 분리되면서 조직 및 시스템 안정화에도 힘써야 한다.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류재림 원장의 말이 엄살은 아니리라. 변화와 도약의 시기를 맞이한 영상자료원의 수장으로서 류재림 원장이 구상하고 있는 영상자료원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물었다.
-지난해 10월 한국영상자료원장으로 임명됐다. 부임 후 세달이 흘렀는데, 영상자료원장의 자리에서 업무를 파악해보니 영상자료원이 어떤 기관이라는 생각이 드는가.
=전공이 사진이라 원장으로 오기 전부터
[류재림] “한국 극영화 보유율 80% 달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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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미와 에너지가 넘치는 걸그룹 씨스타 가운데에 유독 하얗고 새침해 보이는 그녀가 있었다. 강한 콘트라스트 옆에선 때론 은은한 빛이 더 눈에 띄는 것처럼 그녀는 계속해서 시선이 가는 멤버였다. 씨스타의 다솜은 가수로, 또는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연기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었다. 시트콤 <패밀리>에선 이중적인 모범생 우다윤, 일일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선 꿋꿋한 신데렐라 공들임, 미니시리즈 <별난 며느리>에선 통통 튀는 걸그룹 출신 며느리 오인영을 맡아 브라운관의 영역을 한뼘씩 늘려온 그녀가 이번엔 <프랑스 영화처럼>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영화는 평생의 꿈”이라고 밝히며 영화 그 자체가 되고 싶어 어린 날 지샜던 밤들을 고백하는 그녀. 영화에 대한 그 미더운 사랑을 지면으로 전한다.
-<프랑스 영화처럼>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신연식 감독은 당신이 연기에 열정이 깊다는
[trans x cross] 치열하게 고민하며 연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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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은 2013년 <변호인>으로 강렬한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씨네21>은 그가 가진 가능성에 지지의 의미로 그해 송년호 커버의 지면을 할애했다. 그가 스타 캐스팅과 도식적인 멜로 구도로 점철된 기존 TV드라마의 생태계를 뒤엎은 <미생>의 열풍을 주도한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미생>이 장그래 캐릭터가 남긴 커다란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건 결국 재빨리 차기작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한 감독의 <오빠생각>은 바로 그 대답이라 할 것이다. 임시완은 6•25 전쟁 참전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한상렬 소위를 연기한다. 조용한 성격에 피아노를 치는 감수성 풍부한 청년이지만, 포탄이 터지는 전장의 한가운데서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병사가 될 것을 요구당했다.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야 하는 급박한 상황. 동료와 어린 인민군 소년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해야 했고, 난리통에 사랑하는 동생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끊임없이
[임시완] 한번에 하나씩, 강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