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의 마술사다. “장난 지금 나랑 하냐”고 대뜸 윽박지르더니, ‘고르곤졸라 피자’를 ‘졸라고르곤피자’로, ‘고구려 연개소문’을 ‘연고소문개구려’로 탈바꿈시킨다.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1대1’ 코너에서 영화 <내부자들>의 이병헌을 패러디한 ‘이병원’으로 장안의 화제가 된 개그맨 이세진의 솜씨다. 영화 속 이병헌처럼 기름지게 빗어넘긴 머리, 뻣뻣한 의수가 먼저 눈에 띄지만, 그의 진가는 “말장난 개그”에서 드러난다. 일찍이 그는 <개콘> ‘힙합의 신’에서 특정 주제로 단어들을 한데 꿰어 “왜 날 ‘크로켓’ 몰라, 내가 아픈 만큼 너도 ‘와플’ 거야”(‘세진제과’ 중) 등 절묘한 라임을 만들어내는 ‘개그 랩’으로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남자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SBS <웃찾사>로 데뷔해 MBC <하땅사>를 거쳐 KBS <개콘>까지 오랜 무명의 세월을 통과하고, 딱 맞는 옷을 입은 ‘이병원’
[trans x cross] 언어유희 개그의 마술사
-
배트맨과 슈퍼맨이 한 스크린에서 조우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현실로 다가온다. 오는 3월24일 개봉하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이야기다.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슈퍼맨(헨리 카빌)은 순식간에 영웅이 되고, 오랫동안 메트로폴리스의 자경단으로 활동해온 배트맨(벤 애플렉)은 슈퍼맨과 대척점에 서게 된다. 메트로폴리스의 대중은 새롭게 떠오르는 슈퍼히어로 슈퍼맨과 오랫동안 고담을 지켜온 배트맨을 두고 누가 이 세상에 더 맞는 영웅인지에 대한 논쟁을 시작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개봉을 한달여 앞둔 2월의 어느 날, 캘리포니아 버뱅크에 자리한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을 만났다. 공개된 영상이라고는 2분이 채 되지 않는 스크리닝이 전부였지만 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들려주는 감독 덕분에 영화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여섯개 키워드로 미리 살펴봤다.
우주 최강 영웅은 누구인가
-
<신촌좀비만화>(2014)에 이은 두 번째 KAFA+ 넥스트D의 3D 옴니버스영화, <방 안의 코끼리>(2016)는 감독들의 개성이 뚜렷한 작품이다. <사이코메트리>(2013), <평행이론>(2009) 등 SF 장르영화에 도전해온 권호영 감독의 <자각몽>, <관능의 법칙>(2013)과 <싱글즈>(2003) 등 로맨틱 코미디에 정통한 권칠인 감독의 <세컨 어카운트>, 그리고 <죽이러 갑니다>(2009) 등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해프닝을 블랙코미디로 담아내는 데 능한 박수영 감독의 <치킨게임>까지. 3인3색의 감독들은 각 장르의 영화들에서 3D를 단순한 시각효과를 주는 기법으로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르 속 정서를 쌓아가는 기법으로서 시도했다. <방 안의 코끼리>를 연출한 권호영, 권칠인, 박수영 감독을 만나 3D영화를 연출한 소감과 한국 3D영화의 현주소에 대해 물
[people] “정서를 구현하는 기술로서의 3D”
-
<독수리 에디>는 지난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 이하 <킹스맨>)의 연출자 매튜 본이 제작자로 참여하고, 그 스탭들이 함께하며, 세계적 스타로 급부상한 태론 에거턴이 출연한다. 그렇다고 <킹스맨>의 키치적인 액션 활극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독수리 에디>는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서 스타가 된 스키 점프 선수 에디 에드워즈(태론 에거턴)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화려한 비상을 꿈꾸지만 재능 없는 한 도전자가 어떻게 올림픽 스타가 됐는지, 영화는 그 은근과 끈기를 놓치지 않고 정직하게 따라간다.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다”라는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의 유명하지만 ‘뻔한’ 격언이 영화가 되고, 그런 정직한 표현이 훈훈한 웃음과 감동으로 이어진다. 80년대가 배경인 시대극, 스포츠 드라마라는 어려운
[people] “꼭 아이들과 봐야 하는 영화”
-
-
15년 전 휴 잭맨은 지금보다 청순했다. 근육도, 미소도. 그때 휴 잭맨이 지금과 같은 ‘맨중맨’(맨 중의 맨)이 되리라 예상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알려졌듯 울버린으로 내정된 더그레이 스콧이 <미션 임파서블2>(2000) 촬영으로 <엑스맨>(2000)에 합류하지 못하게 되자 일종의 ‘대타’로, 혹은 브라이언 싱어의 ‘모험수’로 휴 잭맨은 울버린이 되었다. 이후 할리우드는 <썸원 라이크 유>(2001), <스워드 피쉬>(2001), <케이트 앤 레오폴드>(2001)에 휴 잭맨을 기용했지만 고독한 남자를 가볍게 변주한 캐릭터는 그에게 어울리는 옷이 아니었다. 반짝 스타덤의 주인공이 되고 말 수도 있었던 휴 잭맨은 그러나 놀라운 자기 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맨중맨으로 진화했다. 놀라운 건 또 있다. 휴 잭맨을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나이스 가이’로 기억한다는 사실. 실제로 휴 잭맨을 마주했을 때 그 완벽함에 ‘어쩌면 휴 잭맨은
[메모리] 날마다 완벽해지는 남자
-
영화
2017 <베이워치>
2016 <나쁜 이웃들2>
2016 <오 마이 그랜파>
2015 <위아 유어 프렌즈>
2014 <댓 어쿼드 모먼트: 그 어색한 순간>
2013 <파크랜드>
2012 <앳 애니 프라이스>
2012 <페이퍼보이: 사형수의 편지>
2011 <뉴욕의 연인들>
2008 <하이스쿨 뮤지컬: 졸업반>
2007 <헤어스프레이>
2005 <더비 스탈리온>
TV
2014 <로봇 치킨 DC 코믹스 특집 II: 빌런스 인 파라다이스>(Robot Chicken DC Comics Special II: Villains in Paradise)
2010 <로봇 치킨: 스타워즈 에피소드 III>
2009 <앙투라지>
2009 <로봇 치킨>
2007 <하이스쿨 뮤지컬2>
2006 <잭과 코디, 우리집은
[잭 에프런] 클래식한 매력남
-
영화
2015 <이니시에이션 러브>
2015 <가부키초 러브호텔>
2014 <에이트 레인저2>
2014 <Seventh Code>
2013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2013 <콤플렉스>
2012 <고역열차>
2011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2008 <나스 소년기>
2007 <전염가>
2007 <내일의 나를 만드는 방법>
옆집 소녀처럼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미소에 알 듯 모를 듯 숨은 고집이 느껴지는 입매. <이니시에이션 러브>의 첫사랑 마유코는 해바라기처럼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는 순수한 소녀지만, 막판 반전에서 남성주인공의 시선을 전복하며 숨겨둔 비밀을 드러낸다. 일본 최고의 아이돌 그룹 AKB48의 1기 멤버로서 7년간 부동의 센터로 군림했던 그녀의 매력은 이런 것이었다. 정석 미인은 아닌 외모에 뛰어나지는 않은 실력이었
[who are you] 중심을 지키는 다부진 행보
-
장기 미제 사건 앞에서 시간은 무력하다. 만약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부터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돼줄 신호가 온다면? tvN 드라마 <시그널>(2016)의 상상력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과거에서 온 무전 신호를 좇아 과거의 형사와 현재의 프로파일러가 하나의 팀처럼 공조수사를 한다. 시간을 뛰어넘어 범인을,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이들의 분투는 “과거가 변하면 현재도 바뀐다”는 극중 대사를 증거해 보인다. 그렇기에 이 말은 다음과 같이 새로 쓸 수 있다. ‘현재가 바뀌면 미래도 바뀔 수 있다.’ 그렇다면 미래는 현재의 손에 달렸다. 미제 사건이라는 암울한 소재에서 <시그널>이 발견한 얼마간의 긍정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를 만났다. 사인(死因)을 밝히려는 법의학자의 이야기 <싸인>(2011), 경찰 사이버 수사대가 온•오프 세계의 추악한 얼굴을 밝히는 <유령>(2012), 정재계의 음모
[김은희] “미제 사건의 한을 보듬으며 진실을 향한 끈질긴 의지를 전하려 했다”
-
무술감독
2016 <널 기다리며> <치명도수: RESET>
2015 <내부자들>
2014 <빅매치>
2013 <관상>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2 <광해, 왕이 된 남자> <미운 오리 새끼> <돈의 맛> <하울링>
2011 <통증> <모비딕> <체포왕>
2010 <아저씨>
누군가 영화 속 액션 컨셉이 무엇인가, 라고 물었을 때 두 인물이 시비가 붙어 싸울 때 주먹을 주고받는 동작의 스타일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저씨>로 한국영화 액션의 지평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킨 박정률 무술감독이 최근에 참여한 <널 기다리며>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등장하는 못된 놈들의 행동 양식을 연구했다” . 살인마들의 심리, 그러니까 “사람을 보면 ‘저 사람 쇄골에서 피가 솟구치면 예쁘겠다’고
[STAFF 37.5] 찌를 때와 벨 때를 정확하게 아는 액션
-
“삶이 날 속인 게 아니라, 내가 삶을 어떻게 해보려다 실패한 거야.”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이지아는 자신의 실패를 쿨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단계로 발을 내딛는 여자 은수를 연기했다. 지나간 과거는 묻어두고 자기 자신과의 결혼을 선택했다며 왼손 약지에 세 번째 결혼반지를 끼우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돌이켜보면 이지아는 언제나 유리구두를 신겨줄 누군가를 기다리기보다 직접 백마를 타고 기회를 잡기 위해 나서는 진취적인 여성상을 연기해왔다. 그 과정에서 동료 대신 폭탄 조끼를 입는 일이 생기더라도(<아테나: 전쟁의 여신>), 완벽주의 편집장에게 한바탕 쏘아붙임을 당하는 일(<스타일>)이 벌어지더라도 말이다. 그녀의 첫 스크린 데뷔작 <무수단>도 마찬가지다.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의문의 사건을 수사하는 특수부대원들 사이에서 이지아는 홍일점이자 유능한 생화학 전문가인 신유화 장교를 연기한다. 다음은 “여자
[이지아] “어릴 때부터 액션영화가 너무너무 좋았다”
-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지난 2월, 새 앨범 《Modern Times》를 발표하고 전국을 돌며 국내 팬들과 만나는 독주회를 가졌다. 국내에는 2013년 첫 독주회 이후 꼬박 3년 만의 일이다. 일년 내내 전세계 곳곳을 누비며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그녀의 연주를 가까이서 보기 위한 팬들의 성원은 실로 뜨겁다. 그녀의 공연은 격식을 우선하는 클래식 공연보다 흡사 아이돌 공연장처럼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찬다. 이제 막 30대에 들어선 이 젊은 천재에게 어떤 매력이 있기에 전세계가 열광하는 것일까. 20세기 근대를 관통하는 클래식의 변화와 젊은 피아니스트의 정체성에 관한 단단한 고민으로 이뤄진 독창적인 연주 앨범 《Modern Times》를 듣는 순간, 천재 딱지를 뗀 인간 손열음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전국을 돌며 하루 걸러 공연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준 그녀를 마침 3월1일, 삼일절에 만났다.
-새 앨범 《Modern Times》의 컨셉이 독특하다. 이
[trans x cross] “클래식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깨고 싶다”
-
그녀가 달라졌다. “나이가 들어 젖살이 빠진 거”라며 멋쩍게 웃는 심은경이 스튜디오에 들어선 순간,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해사한 피부 톤은 여전했지만 턱선이 날카로워져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정말 몰라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극장에 갔는데 직원이 저보고 혹시 배우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저 그런 거 안 한다고 웃으면서 돌아나왔어요.” 다행이다. 아직 <수상한 그녀>의 오두리가 뼛속 깊이 새겨진 그 심은경이 맞다. 인터뷰 도중 입김으로 앞머리를 후후 불어넘기는 모습도 역시 영락없는 <써니>의 나미다. 반갑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한 것은 영화 <널 기다리며>를 기점으로 이제 그만 나미와 오두리를 떠나보낼 때가 된 것 같기 때문이다. 동년배 배우 그 누구보다 화려한 흥행 성적을 자랑하며 주목받았던 그녀가 이제는 불과 몇년 전 일을 언급하며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이라고 말한다. 연기에 관한 그녀의 진지한 고민이 담긴 영화
[심은경] 그녀가 달라졌다
-
미드 <왕좌의 게임>의 존 스노우가 테러리스트를 소탕하는 특수요원이 됐다. <BBC>의 시리즈물 드라마 <스푹스>를 영화화한 첩보 액션 스릴러물 <스푹스:MI5>(2015)에 출연한 키스 해링턴 얘기다. 영화에서 그는 영국 특수 정보국 MI5의 전직 요원이었다가 테러리스트의 탈주 이후 정보국의 부름을 다시 받은 사연 많은 남자 윌 할로웨이를 연기한다. <왕좌의 게임>의 존 스노우라는 개성 강한 캐릭터는 잠시 내려놓고, 처음으로 현대물에 도전한 키스 해링턴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즌5에서 존 스노우의 죽음이 암시된 후라 4월 방송예정인 <왕좌의 게임> 시즌6의 출연에 대해 묻기도 했으나 아쉽게도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한편 그는 올해 제작되는 자비에 돌란의 신작 <더 데스 앤드 라이프 오브 존 F. 도노반>에서 주인공 존 F. 도노반을 맡았다.
-<스푹스:MI5>로 현대극에 처음 출연했다.
[people] 검을 놓고 총을 들다
-
이색적인 이력이다. <무수단>의 구모 감독은 2013년 장편 데뷔작 <군사통제구역 팔이공지대>에 이어 또 한번 한국군을 소재로 한 영화를 완성했다. 이쯤 되면 밀리터리물에 푹 빠진 장르영화 마니아를 연상하기 쉽지만, 그는 파리8대학 석사를 졸업하고 1998년 <가장 아름다운 날>(Le jour le plus beau)로 워털루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유학파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이 성실한 감독이 두 번째 장편영화도 밀리터리 미스터리물로 선보이게 된 우여곡절을 들어봤다. 차분하고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그의 모습에서 오래 공부한 영화학도의 모습이 묻어났다. 동시에 군대 이야기를 꺼내며 눈을 빛내는 걸 보니 그가 왜 굳이 밀리터리 영화를 연달아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시사를 마친 기분이 어떤가. 주변 반응이 궁금하진 않나.
=기술 시사 때는 대부분 우군들이라 좋은 이야기만 들었기 때문에 전문가와 일반 관객의 반응이
[people] “내가 잘하고 잘 아는 것을 영화로 다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