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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보러와요>는 보호자 2명과 의사 1명의 동의만 있다면 누구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 영화다. 정신병원에 감금됐던 강수아(강예원)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자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인 나남수(이상윤)는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며 진실을 찾아나간다. 영화는 강수아가 정신병원에 감금된 과거와 나남수 PD가 사건을 파헤치는 현재를 교차하며, 의외의 진실에 도달할 때까지 숨가쁘게 달려간다. 감금 피해자인 동시에 살인사건 용의자 강수아와 외부인으로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나남수는 각각 영화의 정서적인 축과 이성적인 축을 담당한다. 캐릭터를 따라 배우들의 연기방법론도 정반대였다. 전자의 강예원은 “강수아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세상에서 격리”시키며 역할에 몰입했고, 후자의 이상윤은 “철저한 분석을 선행하며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로” 역할에 접근했다. 두 배우의 공통점은 여태까지의 이미지와는 다른 새로운 역할을 시도했다는 것. ‘엽기발랄섹시’ 강예원과
[강예원, 이상윤] 반전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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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가 개봉 4주차에 접어들며 한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다. 흥행 역주행과 더불어 <주토피아>는 (저연령층을 타깃으로 삼은 애니메이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더빙판까지 주목받으면서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사랑을 증명하는 중이다. 성우 정재헌이 참여한 GV 상영은 티케팅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고, 정재헌 성우의 달달한 애드리브가 담긴 영상은 페이스북을 타고 조회수 100만을 기록했다. <주토피아>는 물론 애니메이션 <너에게 닿기를>, 미드 <CSI 마이애미>, 모바일 게임 <회색도시> 등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정재헌 성우를 만났다.
-꾸준한 흥행과 함께 더빙판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 자막 버전을 선호하는 극장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흔한 현상은 아니다.
=개봉 4, 5주차에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는 ‘개싸라기 흥행’을 하고 있어 하루하루 놀랍다. 보통 큰 이슈가 된 애
[people] 목소리 이면의 다재다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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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가 작아 ‘마이크롭’이란 별명이 붙은 다니엘(앙주 다르장)은 그림을 잘 그리는 몽상가다. 어느 날 다니엘의 반에 테오(테오필 바케)가 전학 온다. 테오는 직접 개조한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괴짜로, 고물상에서 이것저것 주워다 엉뚱한 소품을 발명하는 일이 취미다. 다니엘과 테오는 금세 단짝이 되고, 무료한 생활에 지친 둘은 여름방학을 맞아 직접 만든 자동차로 프랑스 전역을 누비기로 한다. 둘은 긴 모험을 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영화화한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미셸 공드리의 전작을 통틀어 가장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성장담이다. 현실적이라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의 전작에 비해서일 뿐 귀엽고 사랑스러운 상상력은 여전하다.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가장 무난한 내용과 형식으로 전개되는 영화다. 자전적 이야기에 바탕했다는 점이 일종의 현실감을 부여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알다시피 그동안의 작품들에서 꿈과 환상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해
[people] 어른의 나를 꿈꾸게 한 어린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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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배우가 거장 감독의 영화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려낸 <대배우>에는 영화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녹아 있다. 굵직한 한국 영화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천만요정’이었던 오달수가 여기선 주인공이고, 박찬욱 감독을 오마주한 ‘깐느박’(이경영), 설경구와 송강호와 최민식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는 ‘설강식’(윤제문) 등 충무로의 영화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들이 속속 등장한다. <대배우>를 연출한 석민우 감독의 이력을 보면, 그 애정의 근원을 알 것 같다. <올드보이>(2003) 연출부로 시작해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등 박찬욱 감독의 영화 조감독을 맡아왔던 그는 첫 장편으로 무명배우의 이야기를 택했고, 감독으로 입봉하는 과정에서의 자신의 절실함을 투영해내며 영화를 완성했다. 오랜 조감독의 세월을 거쳐 첫 작품 <대배우>를 세상에 내놓은 석민우 감독의 소회를 들어봤다.
-조감독 생활을 오래 했는데,
[people] “절실함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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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배우>를 통해 요즘 조명받고 있는 ‘깐느박’의 실제 모델은 누구나 짐작하듯이 박찬욱 감독이다. 그래서 21년간 축적된 <씨네21>의 데이터뱅크를 뒤져서 박찬욱 감독과 오달수 배우가 한 프레임에 담긴 장면을 찾아냈다. 사진은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촬영현장에서 정정훈 촬영감독이 포착한 실제 깐느박과 배우 오달수의 모습. 훈훈한 분위기로 봐서는 오달수라는 ‘대배우’를 발굴한 예지력 있는 감독이라는 캡션을 달고 싶지만, 이 사진을 전달해준 정정훈 촬영감독의 코멘트는 좀 달랐다. “오달수씨와 함께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짓고 있는 박찬욱 감독님의 이 표정은 여자 연기자 앞에선 180도 달라진다. 항상 웃으면서 부드럽게…. 감독님, 남자배우들과 대화할 때도 좀….” 그랬답니다.
[메모리] 나, 대감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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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2016 <시그널>
2016 <클릭 유어 하트>
2015 <화정>
2013 <여왕의 교실>
2012 <아름다운 그대에게>
201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2011 <내 마음이 들리니?>
2011 <천상의 화원 곰배령>
2016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를 불러모은 드라마 <시그널>에서 주인공 박해영 경위(이제훈)가 부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바로 세상의 진실을 바로잡음과 동시에 자신의 형 선우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서다. 파렴치한 범죄자인 줄 알았으나 사실은 이재한 형사(조진웅)와 함께 끝까지 진실을 밝히길 포기하지 않았던 강직한 인물 박선우는 그래서 해영에게는 뿌리 깊은 나무와도 같은 존재다. “김혜수, 조진웅 등 하늘 같은 선배들 옆에서 많이 배우느라 정신없었던” 찬희는 이제 막 드라마 몇편을 마친 신인배우다. 그는 “선우가 또래 아이들과 비교
[who are you] “연기와 아이돌, 모두 포기하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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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프로듀서•출연 2015 <귀향>
320만 관객을 돌파한 시점에도 여전히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 중이다. 아무도 <귀향>이 이렇게 흥행할지 예상치 못했겠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마음을 비우고 있던 사람은 아마 임성철 PD였을 것이다. 이 솔직하다 못해 패기만만한 신입 PD는 투자자들을 설득할 때부터 아예 배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유튜브에 배포할 수도 있다고 밝힌 후 투자를 이끌어냈다. 설득의 비법은 단 하나, 진심이었다. 물론 진심은 통한다는 몇 마디 말로 설명될 수 없는 절박한 과정이 있었다. 일말의 과장 없이 그야말로 죽든 살든 둘 중 하나라는 심정으로 사람들을 찾아다녔고, 투자사들이 모두 거절한 프로젝트에 시민들의 힘이 모이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분들이 도움을 주며 이것밖에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때 이 일을 꼭 마쳐야겠다고 결심했다.” 제작 당시엔 난치성 희귀 질환인 쿠싱 증후군을 앓고 있었고 갈비뼈도 부러진 상태였지만 육체적인 한계도 잊고
[STAFF 37.5] 선의에 답하려는 책임감을 동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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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들어선 황윤 감독이 두장의 명함을 건네줬다. 하나에는 <잡식가족의 딜레마>(2014)의 감독 황윤이, 다른 하나에는 녹색당 당원 황윤이 새겨져 있었다. 인터뷰 장소로 오기 직전에도 녹색당의 동물권선거운동본부가 진행한 동물권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동물도 투표권이 있다면?’이라는 퍼포먼스를 하고 왔다고 했다. 불룩한 배낭을 열어 두툼한 녹색당 정책집과 자료들을 꺼내들고서야 비로소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다큐멘터리스트 황윤은 4월13일에 치러지는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1번 예정자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이야기 <작별>(2001), 로드킬의 비참함을 추적한 <어느 날 그 길에서>(2006), 공장식 축산의 처참함을 보고 눈감을 수 없어 좋아하던 돈가스 반찬을 끊게 되는 자전적 이야기 <잡식가족의 딜레마>까지. 황윤은 자신의 삶의 화두를 영화 작업 안으로 끌고오는 생활밀착형, 실천가형 감독이다. 황윤이
[황윤] “여기에서, 함께, 잘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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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망은 딱 하나지 내 영감을 채워 만든 명반/ 열반 이건 일종의 우월감/ …난 지금 열반의 경지.” 딥플로우의 세 번째 앨범 《양화》는 “열반의 경지”에 오른 딥플로우의 묵직한 선포로 시작한다. 그 선포는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고도, “유희열 면회증” 같은 것 없이도 “꿈을 이뤘다”는 자부심과 이유 있는 고집을 바탕으로 한다. 넉살, 던밀스, TK, ODEE 등이 소속된 VMC(비스메이저 컴퍼니) 레이블의 수장으로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을 10년 넘게 일구어온 딥플로우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양화》로 제1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랩&힙합 노래상’과 ‘올해의 음악인상’을 수상했다. VMC의 합정동 작업실에서 딥플로우를 만나 지난해 최고의 힙합 앨범 중 하나로 손꼽혔던 《양화》에 대해, 그의 불가항력적 음악과 소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늦었지만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을 축하한다. 최우수 랩&힙합 노래상과 올해의 음악인상을 받았는데, 특히 올해의 음
[trans x cross] “내 그라운드에서 오직 음악으로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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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에서 오대수(최민식)에게 생니를 뽑히며 음흉한 미소를 짓던 감금방의 괴남자. 기존에 보아온 악당이란 말로 단언하기에는 생소하고 기괴했던 이미지의 남자. 어디서 이런 독특한 배우가 나왔나 궁금해할 겨를도 없이,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2005)에서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무기 밀매상으로 코믹과 악역의 줄타기를 하던 이 ‘괴물 같은’ 배우는 급기야 봉준호 감독의 기념비적인 작품 <괴물>(2006)에서 ‘괴물’ 목소리 연기로 관객의 뒤통수를 쳤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영화의 기념비적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상적인 연기자로 자리매김한 이후, 오달수의 필모그래피에는 한국영화의 성공사가 함께 쓰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연작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괴물 같은’ 행보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 20년차 무명배우 장성필의 고군분투를 그린 <대배우>는 배우 오달수의 지난 행적을 곱씹게 만들어주는 의미
[오달수] 한국영화의 성공사와 함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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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3세인 오미보 감독은 오사카예술대학에서 영상학을 전공한 뒤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 아래서 5년간 연출부 생활을 했다. 장편 데뷔작 <사카이 가족의 행복>(2006)으로 가족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춘기 소년 츠구오의 성장기를 그렸다. 이케와키 지즈루가 열연한 세 번째 장편 <그곳에서만 빛난다>(2014)는 절망 속에 놓인 채 나름의 빛날 자리를 탐색하는 서글픈 가족의 초상을 담은 영화로, 감독에게 제38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최우수감독상을 안겼다. 지속적으로 가족의 해체와 결속을 말해왔던 오미보 감독은 <너는 착한 아이>로 주변에까지 눈을 돌린다. 치매 노인 아키코(기다 미치에)는 고통스러운 전쟁의 기억을 품은 채 늙어간다. 신임 교사 오카노(고라 겐고)와 남몰래 아이를 학대하는 젊은 엄마 미즈키(오노 미치코), 미즈키의 활기찬 이웃 오오미야(이케와키 지즈루)는 어른으로서 현재를 살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어린이들이 있
[people] 가족이라는 영원한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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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멋있어지는 배우를 꼽으라면 가장 앞줄은 당연히 조지 클루니의 몫이다. 해마다 ‘섹시한 남자’ 순위를 꼽을 때 빠져본 적이 없는 그는 아무리 망가뜨려도 망가지지 않는 배우 중 한명이다.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2000), <번 애프터 리딩>(2009), 신작 <헤일, 시저!>까지 코언 형제와 만날 때면 허당기 넘치는 바보 연기를 주로 해왔지만 그럼에도 그의 아우라는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다. 아무리 멍청해도 섹시한 건 섹시한 것, 아니 때론 멍청할수록 더 섹시해지기도 하는 법이니까. 이 모든 이미지는 <NBC>의 메디컬 드라마 <ER>(1994)에서 닥터 로스 역을 맡은 순간부터 시작됐다. 33살의 그저 그런 조연배우였던 조지 클루니는 이 역할로 한순간에 ‘가장 섹시한 의사’로 거듭나며 늦깎이 스타덤에 올랐다. 물론 그 후 영화계에서도 순항한 건 전적으로 그의 재능이지만,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리던 닥터 로스
[메모리] 미소는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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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영화
2015 <글로리데이>
2012 <한공주>
2010 단편 <소년은 괴롭다>
드라마
2016 <드라마 스페셜-페이지 터너>
2016 <보보경심: 려>
2015 <발칙하게 고고> <앵그리맘>
김준면
영화
2015 <글로리데이>
2013 <세이빙 산타> 목소리 연기
스무살 청춘들의 가장 찬란했던 낮은, 가장 고통스러운 밤으로 이어진다. <글로리데이>는 친구의 군입대를 앞두고 포항 바닷가로의 일탈을 감행한 네 친구의 뒤를 쫓는 영화다.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하려다 도리어 살인사건에 휘말린 이들은 짧은 시간 동안 ‘어른’과 ‘우정’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스무살의 문턱에서 겪게 된 처절한 성장통을 조명하는 작품인 만큼 영화는 어둡고도 비정하지만,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네 청춘배우의 존재감만큼은 영화의 제목처럼 찬란하게 빛난다. 그중에서도 극
[who are you] 그들만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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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연출
2010 <5월의 봄>
2009 <소년 마부>
2007 <러너스 하이>
조감독
2014 <야간비행>
2012 <백야> <지난여름, 갑자기>
촬영
2007 <피크닉> <인사이드 코퍼레이션> <증발> 외
인디포럼이 9년 만에 새 의장을 뽑았다. 인디포럼 상임 작가인 박홍준 감독이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의장을 맡았던 이송희일 감독은 “책임감 강한 박 감독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길. 그래서 인디포럼이 망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길 바란다”며 애정의 말을 전했다. 독립영화계의 든든한 버팀목인 이송희일 의장의 뒤를 잇는 박홍준 감독의 어깨가 무거울 법도 했다.
“의장 제안을 받았을 땐 부담이 컸다. 이송희일 의장은 인디포럼의 ‘브레인’이 아닌가. 독립영화계에서 그의 무게감도 상당하고. 하지만 이송희일 의장에게만 짐을 떠안길 수 없었다. 올해부터는 상임 작가들이 1년씩
[STAFF 37.5] “노는 마음으로 즐겁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