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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 피칭 행사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피칭 준비 과정이 알찼다”며 신도형 피칭 디렉터의 지도에 만족해했다. 영화제 피칭은 창작자들이 제작·투자자들 앞에서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작품을 매력적으로 소개해 비즈니스 미팅으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자리다. 다년간의 피칭 경험이 있는 신도형 피칭 디렉터의 꼼꼼한 지도가 참가자들에게 꼭 필요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켓의 신화창조 프로젝트 피칭, 북투필름, E-IP(지적재산권) 피칭 참가자들에게 사전 피칭 강의와 멘토링을 진행했다. 2013년 CJ 프로젝트 S의 피칭 강의가 시작이었다. 그 행사를 본 전주국제영화제쪽에서 연락을 줬다. 이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등의 피칭을 해오고 있다.” 일이 몰리면서 어느새 그는 “영화제 피칭 시기를 기준으로 휴가 등 1년 계획표를 짠다”고 할 정도다.
그는 “일대일 맞춤형” 피칭 연습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작품별, 참가자의 성향
[영화人] 신도형 영화제 피칭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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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주연의 <럭키>가 개봉 2주 만에 5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10월27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이계벽 감독은 지금의 흥행에 감사해하면서도 정작 “<럭키> 전과 후, 삶의 변화는 없다. 아직 영화 개봉 2주가 지났을 뿐”이라며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 <럭키>는 이계벽 감독이 신민아, 류승범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야수와 미녀>(2005)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장편영화다. 무명배우와 킬러의 운명이 목욕탕에서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이계벽 감독은 억지 감동 없는 저자극 코미디로 그려낸다. 유해진의 힘, 착한 코미디의 힘 거기에 배급 시기의 운까지 더해져 승승장구하고 있는 <럭키>는 이계벽 감독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싶다. <럭키>에 대하여, 코미디 장르에 대한 애정에 관하여 이계벽 감독과 얘기를 나눴다.
-코미디영화로는 최단기간 흥행기록을 써내려가는 중이다
[씨네 인터뷰]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성장 드라마로 가는 게 맞을 것 같았다" - <럭키> 이계벽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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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마카오를 방문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제1회 마카오국제영화제(International Film Festival & Awards Macao, IFFAM)가 오는 12월8일부터 13일까지 마카오 일대에서 열린다. 마카오국제영화제는 동서양 문화가 혼합된 국제도시 마카오의 지역색을 살려 중국어권영화뿐 아니라 동아시아, 그리고 서구영화까지 그해의 화제작을 소개하는 영화제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마르코 뮐러가 집행위원장으로, 두기봉, 허안화, 최동훈 등 아시아 지역에서 잘 알려진 감독들을 영화제 홍보대사로 영입하여 보다 대중 친화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마카오국제영화제는 마카오관광청(MGTO)과 마카오 필름&TV프로덕션, 문화연합회(MFTPA)가 주관하는 행사로 지난 5월 말에 공식적으로 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영화제 준비를 위해 열심히 달려온 마카오국제영화제 총괄국장 로나 티를 만나 영화제에 관해 들었다.
-마카오국제영화제는 어떻게 시작된 행사
[people] 마카오국제영화제 총괄국장 로나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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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이영앓이’를 양산한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최근 종영됐다. 이 드라마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이영 세자(박보검)와 라온(김유정)의 아름다운 자태와 감성적인 연기다. 이진희 의상감독은 배우들에게 색색의 고운 한복을 지어 입히며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는 <성균관 스캔들> 속 아름다운 4인방 유생들을 통해 한복이 더이상 고루하고 촌스러운 것이 아님을 보여준 장본인으로, 디자인평론가 최범은 “<성균관 스캔들> 등의 사극을 보고 자란 세대가 지금의 한복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드라마 <바람의 나라>, <성균관 스캔들>, 영화 <간신> 그리고 <구르미 그린 달빛>에 이르기까지 사극 속 의상을 담당해온 이진희 의상감독을 만나 이영과 라온 의상의 A to Z, 최근 불고 있는 한복 열풍에 대한 생각까지 세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
[trans x cross] “한복이 계속 현대인들과 소통하며 그 가치를 이어갔으면” - <구르미 그린 달빛> 의상감독 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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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도 척척, 묻는 말에 대답도 척척, 신은수는 똘똘하다. 연기 경력이 전혀 없는 생짜 신인이라는 사실을 깜빡할 정도다. 지난겨울, 남양주촬영소 촬영장에서 <가려진 시간>을 찍는 엄태화 감독을 잠깐 만난적 있다. 그는 자신의 히든카드인 신은수를 두고 “강심장”이라고 표현했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긴장을 전혀 하지 않는 모습이 신인답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 말은 어른 같다는 얘기가 아니다.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인가보다. 그런데 인터뷰는 해본 적이 없어서 전날 밤에 매니저 언니와 예상 질문을 만들어 연습했다”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나 “운동하기 싫어하고 TV 앞에 앉아 <짱구는 못 말려> 시리즈를 즐겨”보기 때문에 스스로를 “게으름형”에 속한다고 소개하는 모습은 또 영락없는 14살 소녀다. 어쩌면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한달 동안 진행된 오디션을 3차까지 모두 통과해 300 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수린 역을 꿰찰 수 있었던 비결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연
[커버스타] 연기의 맛 - 신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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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였더라면 선택이 더 빨랐을 거다.” 강동원이 말했다. 영화 <가려진 시간>은 작품에 대한 취향이 명확한 그에게도 쉬운 선택지가 아니었다. 우선 ‘물리적 시간’이 마음에 걸렸다. “시간 속에 오랫동안 갇혔던 소년이 홀로 어른이 되어 또래 소녀 앞에 나타난다는 설정이다보니, 아무래도 더 젊은 20대 배우가 연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거다.” 하지만 엄태화 감독은 <검사외전>의 촬영지였던 부산까지 내려가 강동원을 설득했다. 엄태화 감독이 아닌 다른 누구라도 그러했을 것이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들고, 소년과 어른이 경험하는 시간대를 폭 넓게 보여주어야 하며, 진실을 말하는 순간에도 모호함을 잃지 않는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떠올렸을 때, 강동원은 여전히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택지다. <M>(2007)과 <전우치>(2009), <초능력자>(2010)와 <검은 사제들>(2015) 등 강동원이
[커버스타] 정지된 시간 -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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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사라지고 소녀는 그를 기다린다. 엄태화 감독의 신작 <가려진 시간>이 11월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숲속 어스름한 동굴에서의 믿을 수 없는 사건으로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 같았던 단짝 친구는 서로 다른 시간의 타래에 갇히게 된다. 불현듯 어른이 되어 나타난 소년을 소녀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비련의 소년 소녀를 연기하는 두 배우에 주목할 만하다. 올해 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자신의 시간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배우 강동원과 지금 막, 배우로서의 시간을 시작한 신인배우 신은수의 현재를 들여다보자.
[커버스타] 영화의 시간 속으로 - <가려진 시간> 강동원과 신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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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같은 얼굴 뒤로 결연한 저항의 의지가 꿈틀댄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매드맥스>)에서 임모탄의 노예 중 한명인 덱 역으로 출연한 그녀는 5명의 여성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 단지 사막에 어울리지 않는 하얀 피부와 백발의 머리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때론 화면에 서 있는 것만으로 역할을 다하는 배역들이 있는데 <매드맥스> 속 임모탄의 여인들이 그렇다. 하지만 애비 리는 첫 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을 해냈다. 슈퍼모델 출신의 각기 다른 개성의 여성들 사이에서 관객의 시선을 한번 더 사로잡은 건 이미 연기의 영역이라 할 만하다. 1987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태어난 애비 리는 어린 시절부터 앓아온 뇌수막염 탓에 곧잘 뼈가 부러지곤 했던 소녀였다. 하지만 건강을 되찾은 뒤 수줍음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모델 대회에서 상을 휩쓸기 시작한 지고작 4년 만에 2008년 뉴욕 패션 위크까지 진출하며 타고난 재능을 뽐낸다. 이후 밀라
[who are you] 시선을 사로잡는 힘 - <네온 데몬> 애비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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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거 하나는 잘하는 무사태평 소녀, 만복(심은경)은 어디든 씩씩하게 걸어간다. 그녀의 발길이 닿는 곳엔 영화만큼이나 통통 튀는 가사와 리듬의 음악도 함께다. <걷기왕>의 강민국 음악감독은 “가벼우면서도 계속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을 주된 컨셉으로 잡았다. “자신을 찾아간다는 주제를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데 음악이 흥을 돋우었으면 했다.” 홍대 인디밴드 출신인 강민국 음악감독은 인디음악의 정서를 기반으로 “가볍고 친숙한 기타 선율을 주로 사용했고, 멜로디컬하고 리듬감 있는 음악”을 만들었다. 백승화 감독이 작사하고 배우 심은경이 부르는 엔딩송은 단순하고 흥겨운 돌림노래다. “기타에 하모니카 하나로, 악기 구성이 심플하다. 후렴구 구간을 10분은 더 돌릴 수도 있다. (웃음)”
<걷기왕>에서 음악이 가장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대목은 만복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힘차게 들려오는 <타이타닉>(1997) 주제곡의 리코더 버전 연주다. 엉성하
[영화人] <걷기왕> 강민국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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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에선 한번을 불러주는 일이 없던데 <씨네21>은 책이 나올 때마다 인터뷰하자고 불러주니 고맙다. 은근히 나를 변두리 영화인으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닌가? (웃음)” 천명관 작가는 어쩐지 자조적으로 들리는 첫인사를 건네왔다.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고래>(2004)로 단박에 문단의 스타가 되었으나 그는 일찍이 영화판을 떠돌다 온 반영화인, 반소설가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1994), <북경반점>(1999), <이웃집 남자>(2009) 등의 각본과 <고령화가족>(2013)의 원작 소설을 쓴 바 있다. 얼마 전 출간된 천명관 작가의 4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는 지난 3월7일부터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한 웹소설을 책으로 묶은 작품이다. 20억원의 다이아몬드와 35억원 가치의 종마를 두고 인천 연안파의 양 사장, 전남 영암 조폭 남 회장, 부산을 주름잡고 있는 손 회
[씨네 인터뷰] 신작 장편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출간한 천명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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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물결을 본 적 있는가. 그것은 무상한 시간의 흐름이다. 김진도 감독은 “무한한 시간성 앞에 서 있는 나약한 인간, 그 실존의 문제”를 데뷔작 <흔들리는 물결>에 담으려 했다. 영화 곳곳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고요한 시골 병원 방사선과에서 일하는 연우(심희섭)는 어린 시절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뒤부터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한다. 간호사 원희(고원희)는 그런 연우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넨다. 실은 그녀는 홀로 암과 싸우며 매일같이 죽음의 두려움과 사투를 벌인다. 한없이 나약하고 깨지기 쉬운 사람들은 서로의 고통을 예민하게도 감지한다. 그런 이들이 온기를 나누며 각자의 마음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하게 된다면 괜찮은 삶이라 말할 수 있을까. 영화는 잔잔한 강물이 흘러가듯 천천히 그리고 고요히 이 질문의 대답을 향해 나아간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소개된 후 1년여 만에 개봉(10월27일)하게 됐다.
=설
[people] <흔들리는 물결> 김진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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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열정과 ‘노오력’을 강권하는 시대 속에서 ‘힘든데 왜 참고 견디기만 해야 하냐’고 묻는 이가 여기 있다. 모두가 바삐 뛰고 버스와 차를 타는데 걷는 이 소녀, 선천적 멀미증후군이지만 걷는 것 하나는 자신 있는 무사태평한 만복(심은경)의 이야기를 그려낸 <걷기왕>은 청년세대에게 뛰지 않고 걸어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는 영화다. 세대론을 직설적이면서도 경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낸 백승화 감독의 이력은 독특하다.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인디밴드 타바코 쥬스의 드러머로 활동하며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2012)을 연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동한 그는 늘 “되는 대로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다. 애니메이션도, 밴드도, 다큐멘터리도, 장편 극영화 데뷔작인 <걷기왕>도 “재미있겠다 싶어 하게 됐다”는 그에겐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보단 즐거움이 우선”이란다. <걷기왕&
[people] <걷기왕> 백승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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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중딩’ 심은경은 <걷기왕>의 ‘고딩’ 만복(심은경)이를 꼭 빼닮았다. 편도 두 시간의 통학 거리를 걸어다니는 만복이처럼 ‘중딩’ 심은경은 “쉬는 시간에도 꼼짝하지 않는 조용한 아이”였다가 “체육 시간만 되면 날아다녔”다고 한다(<씨네21> 633호 심은경 인터뷰). 많은 드라마에서 ‘누구 누구의 어린 시절’을 주로 맡다가 영화 데뷔작 <헨젤과 그레텔>(2007)에서 비밀을 품고 있는 신비로운 아이를 연기해 충무로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이후 <불신지옥>(2009), <써니>(2011),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수상한 그녀>(2014), <널 기다리며>(2016) 등의 작품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부지런히 걸어온 그녀다. 심은경이 뛰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딛는 만복이를 만난 건 운명인가보다.
[메모리] 꾸준한 걸음 - 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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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특급’ 게스트는 바로 이들이었다. 이창동, 허우샤오시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10월10일 오후 5시 부산국제영화제 아주담담 라운지에 함께 등장했다. 공식 석상에 자주 나오지 않거니와 함께 만나기가 쉽지 않은 이들 세 감독이 영화의 전당에 모인 이유는 지난 2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가 겪었던 각종 논란으로 말미암아 국경을 넘어선 영화인들의 연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대만•일본에서 젊은 영화인들을 양성하는 데 힘쓰고 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의 위상을 드높이는 이 거장 감독들이야말로 ‘연대’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주인공들이었다. 영화평론가 허문영의 사회로 진행된 세 감독의 특별대담을 전한다.
-세분의 근황을 묻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이창동_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게 잘 진행되면 아마 11월쯤 촬영에 들어갈 것 같다. 자세한 내용에 대해 지금 말하기는 좀 어렵고, 굳이 말하자면 미스터리한 이야기
[커버스타] 이창동, 허우샤오시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