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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배우는 등장과 함께 관객의 마음속 빗장을 풀고 관객을 극으로 이끈다. 그러면서도 관객의 시선이 쉬이 자신의 파장 너머로 흘러가게 내버려두지 않는 자성까지 갖췄다. 이병헌은 그런 배우다. 그는 관객의 신뢰를 끌어안고 관객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방향감각을 잃지 않는다. 이번엔 <싱글라이더>의 재훈을 통해서다. 중년의 증권회사 지점장인 재훈은 부실채권 사건으로 고객들의 인생뿐 아니라 그 자신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잃을 위기 앞에 서 있다. 죄책과 모멸감이 그를 사로잡을 때 재훈은 아내 수진(공효진)과 아이가 있는 호주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생각한 그림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목격하고 지켜본다. <싱글라이더>는 재훈의 무표정 속 표정들, 텅 빈 눈빛 속 무수한 이야기들로 번져나가는 영화다. 이병헌의 미더운 얼굴이 궁금해진다.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마다 이야기 자체가 설득력이 있는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인지를 자문한다고 했다. <싱글라이더&g
[커버스타] 감정을 좇아가는 영화가 좋다 - <싱글라이더>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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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재훈(이병헌)은 한동안 떨어져 지내온 가족이 생각난다. 재훈은 아내 수진(공효진)과 아들이 있는 호주로 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재훈이 마주한 가족의 모습은 그가 상상한 가족의 모습이 아니다. 그는 가까이 갈 수 없어 멀찍이서 아내와 아들을 바라볼 뿐이다. 이주영 감독의 데뷔작 <싱글라이더>는 상실의 한가운데 서 있는 재훈의 시선을 통해 재훈의 가족을 지켜보고 재훈 그 자신을 다시 보게 하는 영화다. 이병헌과 공효진이 각각 재훈과 수진이 되었다. 두 배우가 차곡차곡 쌓아온 그들 각자의 연기 경험 속에서 두 인물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표정과 눈빛의 작은 차이로 세밀한 감정의 묘사에 누구보다 능함을 여러 차례 증명해온 이병헌의 재훈. 생활감을 넘어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공력이 있는 공효진의 수진. 두 배우를 통해 미리 만나봤다.
[커버스타] 상실의 한 가운데 - <싱글라이더> 이병헌·공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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훤칠한 키와 단단하고 너른 어깨, 슈트를 근사하게 소화해내는 자태와 노련한 포즈까지. 모델 출신 배우 공정환은 스튜디오에서 한순간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공조>에서 차기성(김주혁)의 수하로 림철령(현빈)과 맞붙어 밀리지 않는 육탄전을 벌이는 성강 역의 그는 영화 <판도라> <공모자들> <전우치> 등에 출연해온 익숙한 얼굴이지만, 아직 “신인의 마음”을 간직한 배우다. “영화지와의 인터뷰는 처음이라 설렌다”면서도 능숙한 애티튜드로 촬영에 임한 공정환과의 대화를 전한다.
-현빈, 유해진, 김주혁 배우와 <공조> 무대 인사를 돈 소감은.
=13일 동안 200관 정도를 다녔더라. 무대 인사가 처음은 아닌데, 이렇게 많이 다니면서 꽉 찬 관객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나를 아는 관객은 많지 않지만 영화 보고 나면 알아봐주시니까 기쁘더라. 김성훈 감독님께 감사하다.
-<공조>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who are you] 배우를 하면서도 배우를 꿈꾼다 - <공조> 공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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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더 킹>에서 의상은 많은 역할을 했다.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기도 하고, 각 캐릭터의 특징을 부각시키기도 했으며, 상승과 몰락을 반복하는 드라마의 굴곡을 강화하기도 했다. <더 킹>의 조상경 의상감독과 함께 의상을 책임진 스튜디오 곰곰의 류현민 의상팀장은 “시대 고증을 바탕으로 하되 촌스럽지 않고 세련될 것”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였다고 말한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처럼 스타일리시한 의상을 레퍼런스로 삼았다. 칼라와 라펠 등은 고증을 따랐지만 1990년대의 슈트바지는 통이 더 넓었어야 하는데, 조인성 배우가 워낙 다리가 길고 말라서 통을 살짝 줄였다. 힙합바지 같아 보이진 않아야 하니까. (웃음)”
두 번째 목표는 검사라는 같은 직업군 내에 있는 캐릭터들의 특징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슈트지만 박태수(조인성), 한강식(정우성), 양동철(배성우)의 차림은 각각 다르다. “태수의
[영화人] <더 킹> 류현민 의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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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오랜만에 돌아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박광현 감독이 데뷔작 <웰컴 투 동막골>(2005)에 이어 두 번째 작품 <조작된 도시>(2017, 개봉 2월9일)를 내놓기까지는 무려 12년의 시간이 걸렸다. 박광현 감독은 지난 3년간 <조작된 도시>에 몰두해왔다. 감독이 두 번째 작품으로 오래도록 가슴에 품었던 <권법>은 그사이 감독의 중요 문서 보관함의 맨 위 서랍에 잠정적으로 올려두고 시간을 기다리는 듯하다. <조작된 도시>는 온라인 게임 속 팀플레이를 하던 팀원들이 게임 밖 현실에서도 하나의 팀이 돼 악당들과 맞서는 영화다. 이야기는 이렇다. 전직 태권도 국가대표였던 권유(지창욱)는 현재 컴퓨터게임에 빠져 사는 백수다. 게임 세상에서 그는 아이디 ‘권대장’으로 불리며 팀 ‘레쥬렉션’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그런 그가 현실 세계에서 누군가의 조작으로 살인범 누명을 쓰게 된다. 이때 게임 속 동료들이 현실의 권유 앞에 하나
[씨네 인터뷰] 작은 권력간의 연대로 이루는 통쾌한 승리 - <조작된 도시> 박광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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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우리는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2014)를 무려 줄리엣 비노쉬로부터 훔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아연실색했다. 배우 마리아(줄리엣 비노쉬)의 대본 연습을 매니저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이 거드는 장면은 압권이다. 스튜어트와 비노쉬의 이 신은, 연극의 리딩인 동시에 마리아와 발렌틴의 진실이 담긴 암묵적 대화로 성립해야 한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극중 아마추어답게 지나치게 세련되지 않으면서도 예리하게 흐름을 탄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그녀 안에 언제나 존재했던 과민성과 몽환적 기운을 마침내 스크린에 구현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 <퍼스널 쇼퍼>(2016)에서 다시 손을 잡았다. 2016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이 영화에 대한 평자들의 반응은 갈렸으나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에 대한 불만은 드물었다. 2016년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가진 그녀와의 인터뷰를 이제 전한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전작 <클라우즈
[people] <퍼스널 쇼퍼>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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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에도 유해진은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빴다. 2002년 한해 동안 <공공의 적>(감독 강우석)의 칼잡이 용만, <라이터를 켜라>(감독 장항준)의 기차 승객 중 침착남, <해안선>(감독 김기덕)의 군과 마찰을 일으키는 남자, <광복절특사>(감독 김상진)의 끈질긴 짭새 등 무려 4편에 출연했다. 빡빡한 출연 일정임에도 그는 “정말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 극단 목화 시절부터 “몸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그는 “몸은 비논리잖아요. 근데 거짓말은 안 해요. 몸을 따르면 순리대로 가는 셈이지요. 제 연기가 몸으로 시작해서 몸으로 끝난다는 건 그런 뜻이에요.” 설 연휴 동안 많은 관객이 <공조>를 보면서 유해진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그의 정직한 몸연기 덕분이리라. 어쩌면 그게 <공조>의 뒷심이나 지난해 <럭키>의 성공 비결인지도 모른다.
[메모리] 정직한 몸연기 - 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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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이 있는 남자. 박광현 감독이 <조작된 도시>에 안재홍을 캐스팅하며 원한 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족구왕>(2013)에서의 날 보셨다고 했다. 의외성. 뭐든 못할 것 같은 친구들이 뭔가 제대로 해냈을 때의 쾌감. 데몰리션이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하셨다.” 안재홍이 뚜렷한 캐릭터를 보여준 인물들, 영화 <1999, 면회>(2012)의 재수생 승준, <족구왕>의 복학생 만섭,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의 대입학력고사 6수생이자 반백수인 정봉까지 모두가 일견 촌스럽고 사회 주류로부터 떨어져 있으며 어리바리해 만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승준은 친구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만섭은 가공할 만한 족구 실력으로 현실에 찌든 학내 분위기를 180도 뒤집는다. 몸 약하고 머리도 나쁜데 사회성까지 한참 떨어지는 정봉은 예상치 못한 데서 천재적인 집중력을 발휘한다. 안재홍은 평범한
[커버스타] 안재홍표 비범함 - <조작된 도시> 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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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보기 드문 장르영화가 나올 것 같더라. 영화를 찍으면서도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SF, 애니메이션 등을 열심히 챙겨보는 자칭 “장르마니아”라는 심은경은 <조작된 도시>에 대한 애정이 깊다. “<조작된 도시>는 현실에 가상이 적절히 섞여 있는 영화다. 마치 내가 가상공간 속 인물이 돼서 직접 게임을 하는 양 찍으면서도 한명의 관객처럼 즐길 수 있는. 딱 내 취향이다.” 장르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감독에 대한 신뢰도 깊었다. “내가 박광현 감독님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웰컴 투 동막골>(2005)에서 팝콘이 눈처럼 날아오르는 장면을 본 순간부터 팬이 됐다. <조작된 도시> 이야기를 듣고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고, 정식으로 시나리오를 받아 읽어보니 여울이 매력적이더라. 해커는 주로 남자들이 맡았는데 여자 해커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때 아니면 언제 해커를 해보겠나 싶어 달려들었다. (웃음)” 그에겐 “한번쯤 캐릭터들이 함께
[커버스타] 함께 만들어가는 즐거움 - <조작된 도시> 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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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욱은 순정물과 액션물과 학원물을 두루 섭렵하고 현실계로 넘어온 ‘만찢남’ 같았다. TV에서 보던 것보다 이목구비는 더욱 반듯하고 시원했으며 말할 때는 조리 있고 태도는 차분했다. 괜히 한류 스타가 아니었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기복 없이 꾸준히 드라마에 출연해온 그는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2009), <웃어라 동해야>(2010), <무사 백동수>(2011), <기황후>(2013), <힐러>(2014), 최근의 <THE K2>(2016) 등에서 늘 주인공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고死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2010)이 유일한 상업영화일 정도로 스크린에선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이에 대해 지창욱은 그저 “영화라는 장르를 애써 피한 건 아닌데 연이 닿지 않았던 것 같다. 무언가를 도전하는 데 늦고 빠름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뒤늦은 첫 영화 주연이지만 그 사실이 오히려 그의 심장을 뜨겁게
[커버스타] 언제나 주인공 - <조작된 도시> 지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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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레쥬렉션이 뭉쳤다. <조작된 도시>의 게임 길드명이자 현실에서도 부패한 사회를 뒤집어엎는 팀의 리더 권유(지창욱), 해커 여울(심은경), 폭파 전문가 데몰리션(안재홍)이 그들이다. PC방 ‘죽돌이’ 백수, 대인기피증이 있는 해커, 영화 특수효과팀 막내로, 일견 오합지졸처럼 보이지만 뭉치면 이 사회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기득권에 맞서 시원한 한판승을 해내는 이들을 연기한 배우들은 실제로도 패기와 활력이 넘쳤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추운 겨울밤에 이어진 야외촬영에서도 추운 내색 하나 없이 활기차게 촬영에 임해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영화 촬영현장에서도 실제 레쥬렉션의 일원이 된 것처럼 신나게 촬영했다는 이들을 만나 개봉을 앞둔 소회와 영화의 후일담을 들어봤다.
[커버스타] 환상의 팀 워크 - <조작된 도시> 지창욱, 심은경, 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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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전 남자친구 집 앞에서 언성을 높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문영(김태리)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거침없이 접근하는 <문영>의 희수 말이다. <문영>은 김태리의 또 다른 매력을 십분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뉴페이스 정현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첫 주연작 <문영> 개봉을 통해 연기를 계속할 원동력을 얻고, 관객과의 대화(GV)를 하며 극장을 꽉 채운 관객에게 감동하고 있다는 배우 정현을 만났다.
-주연작 개봉은 처음이다. 3년 전에 찍었던 영화 <문영>의 개봉 소식이 반가웠겠다.
=지난해는 유독 힘들었다. 미팅도 다 끝낸 상태에서 배역이 취소되면서 연기 생활의 고비를 맞았었다. 연기를 잠깐 쉴까도 생각했는데, <문영>이 개봉한다고 해서 한 줄기 빛을 만난 것 같았다. 물 한잔 건네받은 느낌이었다. (웃음) 당시엔 30분짜리 단편으로 문영 위주였는데, 64분으로 개봉하게 되면서 희수
[who are you] 길고 잔잔하게 - <문영> 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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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도 없던 시절, 영화가 좋아 오프라인 동호회를 결성했다. 수백권의 영화 전문서적을 탐독하며 동호회 세미나를 준비했던 열정은 90년대 국내 최초 사립영화교육기관인 NEO영화학교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제작투자, 매니지먼트 사업 등을 통해 영화계와의 끈을 놓지 않았던 임진만은 지난해 말 춘천에 새로운 영화 아카데미를 열었다. 척박한 지역 환경에 영상 교육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좀더 넓은 세상의 가능성을 향하고 있었다.
-춘천에 영화 아카데미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강원도에도 영화에 목마른 젊은이들이 많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았던 <춘천, 춘천>(2016)으로 초청된 장우진 감독과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꼭 내가 아니라도 지역 교육 사업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해 12월5일 개원했는데, 춘천뿐만 아니라 파주, 홍천, 멀리 원주에서도 문의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장차 목표는 1~
[people] 임진만 춘천 한국영화예술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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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어린이들을 두근거리게 만든 주문, “셋 업 메카드!”가 극장에서도 울려퍼질 예정이다. <터닝메카드> 시리즈의 첫 극장판 <터닝메카드 W: 블랙미러의 부활>이 개봉한다. 메카니멀 군단이 숙적 블랙미러의 부활에 맞서 지구의 운명을 놓고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터닝메카드> TV시리즈는 2015년 2월부터 KBS2에서 첫 방영됐고, 공전의 히트를 친 뒤 뮤지컬 <터닝메카드-화이투스의 비밀>(2016)과 두 번째 TV시리즈 <터닝메카드 W>까지 만들어졌다. TV시리즈부터 극장판까지 쭉 연출을 맡고 있는 홍헌표 총감독을 만나기 위해 희원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방문했다.
-정치외교학을 공부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를 동경해 일본으로 애니메이션 유학을 갔다고.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때만 해도 미술을 배우면 먹고살기 힘들다는 인식이 커서 아버지가 크게 반대하셨다. 그래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해 취직했는데 1년쯤
[people] <터닝메카드 W: 블랙미러의 부활> 홍헌표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