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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애니메이션 명작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첫 할리우드 실사판이 3월29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하 <고스트 인 더 쉘>)은 테크놀로지가 인간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21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사고에 의해, 또는 본인의 선택으로 신체의 일부나 전신이 사이보그화된 사람들이 늘어난다. 주인공 메이저(스칼렛 요한슨) 역시 사고로 전신이 사이보그화됐다. 그녀는 강력 범죄와 테러를 수사하는 정예부대 섹션 9을 이끄는 특수요원. 메이저는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보유한 ‘한카 로보틱스’를 타깃으로 한 테러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섹션 9을 지휘해 수사에 나선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할수록 이번 사건이 자신과 깊게 관련돼 있음을 느낀다.
자신을 원작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열혈 팬이라고 말하는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이번 작품이 원작의 리메이크도, 원작의 상상력을 재구성한 작품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의 S
[커버스타]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첫 할리우드 실사판 개봉 앞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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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도로 허리 숙여 “반갑습니다. 동현배입니다”라고 인사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열의 넘치는 신인배우의 모습이었다. 동현배는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 <청춘시대>, 영화 <한공주> <동창생> 등에 짧게 출연하며 경력을 차근히 쌓아왔다. 하지만 현실에선 ‘빅뱅 태양의 형 동현배’로 곧잘 소개되곤 했다(외모도 외모지만 둘의 목소리가 정말 닮았다). 가족의 후광으로 빛 볼 생각이 없는 그는 배우로서 인정받는 길이 더디고 힘들지라도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갈 각오가 충분히 돼 있는 듯 보였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나정안(한채아)을 좋아하는 후배 형사 재용으로 출연한 그를 만나 배우로서의 포부를 들었다.
-제작보고회, 언론시사회 등 각종 행사에 얼굴을 비추며 홍보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다. 감사하게도 제작사에서 비중이 많지 않은 나까지 홍보에 참여하게 해줬다. 현장에서 좀더 잘할걸 하는 생각도 들고, 배우로
[who are you] 모든 처음이 즐거워 - <비정규직 특수요원> 동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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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더>의 카메라는 움직이는 법이 거의 없다. 주인공 재훈(이병헌)의 복잡한 감정을 흔들리는 카메라로 담아낼 법도 한데, 핸드헬드로 찍은 장면은 단 하나도 없다. 카메라가 움직이는 순간은 재훈을 뒤따라갈 때뿐이다. 김일연 촬영감독은 촬영 전 이주영 감독에게서 “카메라가 이야기에 개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받았다. 사건보다 인물이 중심에 놓인 이야기인 까닭에 내려진 결정일 것이다. 촬영을 준비하면서 김일연 촬영감독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감”이었다. “시나리오를 보면 대부분의 장면이 ‘재훈을 지켜본다’로 나온다. 카메라가 어느 위치에서 재훈을 지켜볼 것인가. 재훈은 아내와 아들이 사는 집을 어느 위치에서 바라볼 것인가. 신마다 인물의 감정, 상황을 고려해 거리감을 정해놓고 촬영에 들어갔다.” 화면에 인물이 어떻게 담길지 가늠하기 힘들었던 까닭에 걱정도 많이 됐지만 1, 2회차 호주 촬영에서 “바이올린 오디션을 보러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
[영화人] <재심> <싱글라이더> 김일연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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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씨네21>에서 인터뷰를?” 배우 봉태규는 의아했던 모양이다. 인터뷰 장소로 오는 내내 매니저와 <씨네21>이 인터뷰하자고 한 ‘저의’를 추측해본 것 같다. “예전에는 인터뷰 전날이 돼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이번엔 오랜만이라 그런가. 만나자는 이유가 나조차 궁금했다. (웃음)” 배우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배우가 듣고 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한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기자의 대답은 ‘배우 봉태규가 궁금하다’였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최근 봉태규는 Mnet <싱스트리트>에 출연해 밴드 봉키즈(봉태규, 서사무엘, 로바이페퍼스)의 보컬로 노래했고, KBS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1에서는 사는 모습을 공개하며 성별을 떠난 가사노동하기에 대해 말했다. 인스타그램에선 패셔니스타로 더 알려졌다. 그사이 단막극 <드라마 스페셜-노량진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에 출연했지만 영화 속 봉태규는 <미
[씨네 인터뷰] <보도지침> 배우 봉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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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어느덧 30대가 되었다. 2000년대 초·중반 스크린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아오이 유우는 연극 무대에서 오래 시간을 보냈다가, 20대와의 작별을 선언하듯 <오버 더 펜스>(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로 돌아온 것. 그녀가 연기하는 사토시라는 인물의 복잡하고 순진한 내면은 아오이 유우가 아니면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해 당일 일정으로 야외 오픈 토크와 관객과의 대화(GV), 촬영 등을 소화하느라 행사 장소를 뛰어다니며 인터뷰해야 했던 그날의 대화를 전한다.
-배우로서 20대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화다.
=촬영할 때는 그 사실을 의식하지 않았고, 완성된 영화를 보고도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다만 어릴 때는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색깔을 지닌 역할의 의뢰가 주로 들어왔다면, 20대 중반을 넘어가니 좀 차분하게 가라앉은 배역이 많아진 듯한 느낌이다. 다시 입체적인 역할이 들어오기 시작한 게 바로 <오버 더 펜스>다.
[people] <오버 더 펜스> 아오이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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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뒤에 집에서 혼자 먹는 도시락과 맥주 한캔에 만족하는 남자. <오버 더 펜스>의 요시오는 조용한 지방 마을에 살면서 마치 도를 닦듯 아무것도 즐기려 하지 않는 인물이다. 오다기리 조에 최적화된 역할 같다. 너무 특이해서 오히려 평범한 일상의 배경이 되어버리는 독특한 그만의 표현력은 이 영화에서도 십분 활용된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잔잔할 것 같으면서도 폭발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달리 표현하자면, 오다기리 조는 오답 같은 정답의 연기를 보여준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졌던 인터뷰를 전한다.
-신작 촬영 때문에 멀리서 왔다고.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신작 <에르네스토> 촬영 때문에 몇달 동안 쿠바에 머물렀다가 바로 부산에 왔다. 체 게바라와 함께 게릴라 활동을 했던 일본계 볼리비아 이민 2세 프레디 마이무라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 사토 야스시의 자전적인 소설이 원작인데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정도의 부담은 없었나.
[people] <오버 더 펜스> 오다기리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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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경. 이 낯선 뮤지션의 이름이 지난 2월 말부터 SNS를 타고 범람하기 시작했다. 알려진 바가 많지 않기에 한번 들어나보자는 생각으로 그의 노래를 플레이했다가 황홀한 별천지를 경험했다. 몽환적이고 나른한 사운드, 선명한 멜로디, 극적인 전개. 정반응과 역반응이 함께 일어난다는 ‘가역반응’의 의미처럼, 신해경의 첫 EP 앨범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음악적 요소들이 이루고 있는 치열한 균형감각이 매력적인 음반이다. 《나의 가역반응》을 듣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신인답지 않은, 이토록 유려한 감각의 뮤지션을 왜 지금에서야 발견했을까. 신해경은 누구인가. 인터뷰 장소에 나온 그는 “오늘이 첫 인터뷰”라고 말했다. 그동안 음원으로만 활동해왔기에 《나의 가역반응》을 발매하기 이전까지 그의 존재를 아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아직 아무도 닿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으로, 모두가 궁금해하는 이 28살 뮤지션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첫 EP 《나의 가역반응》
[trans x cross] 첫 EP 《나의 가역반응》 발매한 뮤지션 신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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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라는 왕국의 군주이자 독재자.” 한석규는 <프리즌>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 정익호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한다. 전직 꼴통 경찰 송유건(김래원)이 무언가 잘못을 저질러 교도소에 입소한 첫날부터 난동을 피우며 시끄럽게 굴자, 교도소장은 유건을 수감자들의 우두머리인 익호에게로 보낸다. 어둠 속에서 카메라를 등지고 나타난 익호는 이렇다 저렇다 말 한마디 없이 부하들을 눈빛으로 지휘한다. 그러고는 분위기 파악 못하는 송유건을 그 자리에서 제압한다. 한석규의 말을 빌리자면, 익호는 “폭력이 아니라 카리스마로 제압하는 자”이다. 그가 처음 스크린에 등장할 때부터 관객은 익호가 얼마나 못된 악역인지 확실하게 인지할 것이다.
<프리즌>의 우악스러운 이야기도 익호라는 인물에서부터 시작된다. 극중 익호는 출신과 죄명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장기수다. 그는 폭력 조직 출신 수감자들이 교도소 내에서 또 다른 세력을 키워 끼리끼리 군림하는 그 세계를 오직 카리스마 하나로 평정한
[커버스타] 뿌리 깊은 악을 보여주다 - <프리즌> 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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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은 한석규와 더불어 예능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가 아닐까 싶다. 2000년대 이후 이렇게 많은 개그의 영감과 레퍼런스를 제공해준 대표적인 배우들이 또 있을까. 가끔 희화화되긴 하지만 그만큼 특징적인 연기를 적재적소에서 빵빵 터뜨린 배우라는 이야기도 된다. 이 두 사람이 함께 연기했을 땐 대중에게 어떤 기대치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프리즌>은 전혀 다른 온도를 지닌 두 캐릭터가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순간 함께 등장하면서 연기 대결을 펼쳐야 하는 영화다. 김래원은 이미 <강남 1970>을 통해 나름의 도전적인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데 <프리즌>은 그것의 심화 버전이라고 받아들여도 좋겠다. 일례로 <강남 1970>(2015)의 깡패 용기 역에 비해 이번 영화의 송유건이란 캐릭터 대사의 욕설이 두배가량 많다.
김래원이 연기하는 전직 경찰 송유건은 하루아침에 소위 말해 ‘빵쟁이’가 된 인물이다. 잘나가던 경찰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커버스타] 속시원한 분노를 보여주다 - <프리즌> 김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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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작가로 활동했던 나현 감독의 데뷔작 <프리즌>은 범죄의 소굴인 교도소에서 수감자들끼리 벌이는 권력 싸움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의 중요한 설정 중 하나는 누구도 교도소 밖을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많은 감옥 소재의 영화들이 주로 탈옥을 주제로 하고 있는 반면, 이 영화는 거꾸로 장소를 옮겨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실제 교도소에서 실제 수감자들이 벽에 그린 낙서를 보며 찍었다는 <프리즌>은 어떤 영화일까. 나이와 세대를 불문하고 배우 스스로 연기의 한계를 넓혀나가고 있는 김래원과 한석규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수감복을 런웨이에서처럼 걸치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직 서로를 물고 뜯고 권력의 꼭대기에 올라서는 게 삶의 목적인 사람들이다. 어둠이 장악한 교도소의 차가운 콘크리트 벽처럼 굳세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래원과 한석규의 새로운 도전, <프리즌>을 만나볼 시간이다.
[커버스타] 서로를 장악하라 - <프리즌> 김래원·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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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를 누를 때마다 각양각색 자신감 넘치는 포즈가 팝업북처럼 펼쳐진다. 여유로운 표정에 반짝반짝 영민한 눈빛까지, 찍는 이와 보는 이를 모두 신나게 한 ‘화보 장인’ 진영은 아이돌 그룹 갓세븐의 멤버이자 영화 <눈발>로 데뷔하는 신인배우다. 3월1일 <눈발> 개봉에 이어 3월13일 갓세븐의 컴백을 앞두고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그는 “양쪽 다 힘닿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며 해사하게 웃는다. 다양성영화부터 장르영화까지 폭넓은 영화 취향을 말하며 눈을 빛내는 진영에겐 “좋아하는 게 생기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격”이라는 그 자신의 말이 딱인 듯하다. 넘치는 생기와 에너지로 무장한 이 신인배우에게 첫 영화를 개봉한 소회를 들어봤다.
-지난해엔 ‘주니어’라는 가명을 썼는데, 활동명이 ‘진영’으로 바뀌었다.
=내 이름 그대로 쓰고 싶었다. 기존에 ‘진영’이란 이름을 가진 연예인이 많아 힘들 거라고들 하시더라. 다 유명한 분들인데 난 이제 시작 단계니까. 하지만 힘든
[who are you] 꿈도 욕심도 많아서 - <눈발>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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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명필름영화학교에서 제작된 <눈발>은 타인의 고통을 방관했었다는 조재민 감독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영화다. 만들어지기까지, 연출자의 고민을 통해 영화가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지해준 이면엔 서정일 명필름영화학교 전임교수가 있었다. “영화를 세상에 보이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학생들과 끊임없이 대화한다”는 그는, <눈발>은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었던 작품”이라고 말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감상적으로 접근하지 않아 좋더라. 감독에게 왜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계속해서 질문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직시하게 했고, 성장통을 구체화하며 시나리오를 10고까지 냈다.” 결과적으로, 감독이 말하고 싶은 바를 오롯이 전달하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서정일 전임교수는 명필름영화학교에서 일종의 학과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학생을 선발하고 커리큘럼을 만들어 학교를 운영하는 한편, 학생들이 영화를
[영화人] 서정일 명필름영화학교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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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은 내과 의사 승훈(조진웅)이 미제 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서울 인근 신도시에 기간제 월급 의사로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간다. 스릴러영화지만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격’하는 데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이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환자의 살인 고백을 듣고 범인을 예감한 승훈의 불안한 심리다. 그 불안의 정서가, 불길한 예감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을 때 영화는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한다. “앞에서 문제를 내고 뒤에서 정답을 맞히는” 과정에서 이수연 감독은 빠진 퍼즐 조각 없이 정확히 정답을 맞춰준다. 용두사미로 끝나고 마는 보통의 스릴러영화들과 달리 <해빙>은 정답이 제시되는 과정에서 더 큰 재미를 안겨주는 영화다. 이수연 감독은 <라쇼몽>(1950)을 예로 들며 영화의 결말에 대해 의미 있는 설명을 들려주었지만 스포일러가 되고 말 그 이야기는 기사에 싣지 못했다. “스포일러가 될 만한 부분은 잘 좀 피해서 써달라”는 당부를 여러 번 들어야만
[씨네 인터뷰] <해빙> 이수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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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자신만만하고, 패기가 넘친다. <콩: 스컬 아일랜드>가 구현한 괴수 ‘콩’의 모습이 그렇다. 그런데 어쩌면 이건 수십년간 이어진 킹콩영화의 계보 속에서 <콩: 스컬 아일랜드>가 차지하는 개성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유인원의 모습을 한 괴수와 금발 미녀로 상징되는, 고전적인 킹콩영화의 플롯에서 벗어난 이 작품은 1970년대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밀리터리 장르영화의 개성과 21세기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의 서사를 배합한 매력적인 하이브리드영화로 거듭났다. <콩: 스컬 아일랜드>를 연출한 조던 보그트 로버츠 감독은 아직은 이국적인 이름만큼이나 낯선 존재이지만, 그의 첫 블록버스터 연출작인 이 영화는 또다시 재능 있는 신인감독을 발굴해낸 할리우드의 안목을 높이 사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국을 찾은 조던 보그트 로버츠 감독과의 만남을 여기에 전한다.
-영화 <킹 오브 썸머>(2013), TV시리즈 <매시 업>(2012) 등
[people] <콩: 스컬 아일랜드> 조던 보그트 로버츠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