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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충성하는 것이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라 믿었던 형사 성진. 반공이 국시라 믿으며 그 원칙과 소신을 지키려 했던 안기부 실장 규남. 연쇄살인사건의 조작을 통해 만나게 된 두 사람은 1987년 봄을 통과하며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경험을 한다. 막역한 사이로 잘 알려진 손현주와 장혁이 <보통사람>에서 성진과 규남으로 만났다. 손현주와 장혁은 영화에서 권력의 위계질서 안에서 지시와 복종의 관계를 따르지만, 스크린 밖에선 이보다 더 서로를 챙길 수 없겠다 싶을만큼 끈끈함을 보였다. 연기에 대한 진지한 태도며 삶을 대하는 성실한 자세는 물론 아재개그 감각까지 닮은 두 배우를 만났다.
[커버스타] <보통사람> 손현주·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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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목욕탕>의 아즈미를 연기한 배우 스기사키 하나는 어린 나이에도 꽤 어려운 감정을 소화해야 하는 역할을 도맡는다. 감독들이 유독 그녀에게 어렵고 힘든 역할을 맡기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녀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젊은 배우답다.
-<행복 목욕탕>으로 일본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버스데이 카드>의 미야자키 아오이, <신 고질라>의 이시하라 사토미와 이치카와 미카코, <분노>의 히로세 스즈 등 쟁쟁한 배우들이 후보였는데 소감이 어떤가.
=일본 아카데미는 많은 영화상 중에서도 규모가 큰 시상식이라 너무 떨렸다. 시상식 전날에 엄마 역의 미야자와 리에에게 잠이 안 올 정도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가 촬영하면서 느낀 자긍심은 변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말라”고 답해줘서 고마웠다.
-이번 영화로 일본 내에서만 7개의 영화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출연작 중에서 가장
[who are you] 진짜 가족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 <행복 목욕탕> 스기사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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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의 정체를 안다고 확신하는 내과의사 승훈(조진웅). <해빙>의 카메라는 승훈의 믿음, 그 시점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승훈의 인식은 한점 의심 없이 믿을 만한 것일까. <해빙>은 승훈을 시작으로 때론 꿈처럼 몽환적으로, 때론 엽기적인 살인의 민낯으로, 그리고 승훈이 놀라 깨어난 후 바라보는 현실처럼 복잡하게 흐트러진다. 이수연 감독의 꼼꼼한 시나리오를 스크린에 효과적으로 옮긴 이는 바로 이수연 감독과 단편 <텐 텐_Rabbit> <가족 시네마_E.D. 571>을 함께 작업해온 촬영감독 엄혜정이다.
엄혜정 촬영감독이 인물의 심리를 표현해줄 가장 효과적인 재료로 사용한 것은 빛과 어둠의 끊임없는 대비였다. 승훈과 승훈이 살인범이라고 규정하는 정육점 부자 정 노인(신구), 성근(김대명), 그리고 그의 상상 안에서 창조된 인물인 형사 경환(송영창) 등 ‘의심스러운’ 인물들은, 영화의 주요 공간인 변두리의 낡은 병원, 정육점, 승훈의 방에
[영화人] <해빙> 엄혜정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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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말이 넘쳐난다. 배우 김민희의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부터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둘러싼 구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확히는 두 가지 말들이 있다. 하나는 홍상수 감독의 사생활 주변을 더듬는 말이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란 한줄 시놉시스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영화와 현실을 겹쳐보고 싶은 심정도 이해가 간다. 다른 하나는 영화 속 넘쳐나는 대화들이다. 홍상수의 카메라는 삶에서 영감을 얻고 그때 그때의 반응을 자동 기술한다. 당연히 감독 본인의 삶에서 뽑아왔다는 착시가 일어날 만한 대사들이 가득하다. 이는 쉽고 자극적이며 한편으론 타당한 연결이다.
하지만 홍상수의 영화만큼 언어의 무용함을 절감하는 순간도 드물다. 영화 바깥의 가십은 물론 영화 속 의미심장한 대사들도 서사적인 의미로 고착되진 않는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스크린에 옮겨온 것은 결코 설명되지 않을, 순간에 대한 기록이자 감독 자신이 감각하고 받아들인
[씨네 인터뷰]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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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기피 연예인을 풍자한 <연예인 지옥>(2002), 북한의 지도자를 풍자한 <중년탐정 김정일>(2006) 등 오인용의 작품에 성역은 없다. 창작집단 오인용의 다섯 멤버는 욕과 폭력과 억지가 난무하는 19금 B급 웹애니메이션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했다. 2002년 5명으로 시작한 오인용은 현재 정지혁, 장석조 감독이 따로 또 같이 작업하는 형태로 그 이름을 지켜가고 있다. 주먹이 아닌 말로 싸우는 무림고수들의 ‘드립’ 혈전 <만담강호>를 극장에 걸게 된 오인용의 두 감독을 만났다.
-<만담강호>가 첫 번째 극장 개봉 애니메이션이다.
=정지혁_ 오인용의 이름이 알려지고 한창때 극장판에 열심히 도전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투자받기가 쉽지 않았다. 제작비를 깎고 깎아서 2억원만 해주시면 1년 동안 눈썹 밀고 산에 들어가서 작품을 완성해 오겠다고 했는데도 그 2억원을 주려는 곳이 없더라. 장편 경험, 극장 개봉 경험이 없다
[people] <만담강호> 만든 오인용의 정지혁·장석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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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러더라. <프리즌>이 블록버스터 버전의 <예언자>라고. 예술영화와 비교해주니 고맙다. (웃음)” 나현 감독의 데뷔작 <프리즌>은 한국영화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독특한 설정이 돋보인다. 교도소가 배경이지만 아무도 교도소를 벗어나려 하질 않으니 탈옥 영화는 아니고, 죄수들이 교도소 내에서 권력 다툼을 벌이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서도 범죄를 저지르고 돌아온다. 장르영화의 관습을 메쳐버린 시나리오작가 출신 데뷔 감독의 재기를 즐겨보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마당을 나온 암탉>(2011), <남쪽으로 튀어>(2012) 등을 쓴 시나리오작가의 연출 데뷔작이라고 믿기 힘든, 소위 말해 ‘쎈’ 장르영화를 들고 나타났다.
=입봉을 준비하던 작품들이 몇번 엎어지면서 이번에는 할리우드 액션영화나 미국 드라마 같은 화끈한 분위기의 영화를 해보고 싶어졌다. 전부터 교도소가 배경인 영화를 고민하던 중에
[people] <프리즌> 나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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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라는 이름이 지닌 여유로움과 선량함, <프리즌>은 그 모든 것을 한번에 뒤엎는 영화다. 교도소의 왕 익호는 사자보다는 하이에나처럼 음습하고 무자비하며,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처럼 한톤 올라간 목소리로 가볍고 빠른 말투를 구사하면서 상대를 코너로 몰아넣는다. 약 37년의 연기생활 동안 조폭에 깡패들을 죄다 섭렵한 그지만, 이토록 익호가 반전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8월의 크리스마스>(1998)의 사진관 주인 정원과 <접속>(1997)의 라디오 PD 동현의 부드러운 말투와 인간적인 미소가 한석규의 근간을 이루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리라. 시한부 삶을 앞둔 정원과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이 몸에 밴 도시인 동현은 같은 온도를 지닌 사람이다. 어찌할 수 없는 삶의 질곡 앞에서 담담하게 그러나 애틋하게 누군가를 그리고 사랑하던 한석규. 1990년대의 그를 그리워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그가 긴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끊
[메모리] 이미지의 반전 - 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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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할 말이 많다”고 했다. 박근혜 정권의 모태펀드 화이트리스트(투자 지원)로 의혹이 제기됐고(<씨네21> 1090호 특집 기사 ‘<아가씨>는 안 되고 <인천상륙작전>은 된 까닭’ 박스 참조. 태원엔터테인먼트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84억2900만원에 이르는 모태펀드 투자조합의 투자를 받았다. 모태펀드 지원을 받은 영화사 중에서 네 번째로 높은 금액을 지원받았다-편집자), 아버지가 정광택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 공동대표라는 것에 대해 “사실을 정확하게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직접 만나 그의 솔직한 말을 들어보았다.
-박근혜 정부의 모태펀드 화이트리스트 의혹 제기에 대해 억울해한다고 들었다.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영화 제작의 외적인 이야기가 회자되는 게 불편하다. 순수하게 영화를 만들어왔을 뿐인데 한국벤처투자의 화이트리스트로 거론되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people] 모태펀드 화이트리스트 의혹 제기 받은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심경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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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블랙 위도우 캐릭터처럼 액션 연기를 요하는 역할을 자주 맡아왔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하 <고스트 인 더 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원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다. 내가 하는 일의 가장 재미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카메라가 돌고 있는 동안에 나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 물론 기나긴 준비 과정이 힘들고 지루할 때가 있지만 그 모든 준비 과정을 실전에 도입해 사용할 때면 짜릿하다.
-메이저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나. 마블의 블랙 위도우나 <언더 더 스킨>의 외계인 역시 복합적인 인물이었는데, 이처럼 과거에 맡은 역할이 도움이 되기도 했나.
=메이저는 유니크한 인물이다. 그녀의 머리 뒤쪽에는 아홉 가지 다른 모습들이 숨겨져 있다. 메이저의 자아가 내면에 잠재된 ‘어둠’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 작품에서처럼 캐릭터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든 것은 처
[커버스타]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배우 스칼렛 요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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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애니메이션 명작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첫 할리우드 실사판이 3월29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하 <고스트 인 더 쉘>)은 테크놀로지가 인간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21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사고에 의해, 또는 본인의 선택으로 신체의 일부나 전신이 사이보그화된 사람들이 늘어난다. 주인공 메이저(스칼렛 요한슨) 역시 사고로 전신이 사이보그화됐다. 그녀는 강력 범죄와 테러를 수사하는 정예부대 섹션 9을 이끄는 특수요원. 메이저는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보유한 ‘한카 로보틱스’를 타깃으로 한 테러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섹션 9을 지휘해 수사에 나선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할수록 이번 사건이 자신과 깊게 관련돼 있음을 느낀다.
자신을 원작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열혈 팬이라고 말하는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이번 작품이 원작의 리메이크도, 원작의 상상력을 재구성한 작품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의 S
[커버스타]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첫 할리우드 실사판 개봉 앞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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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도로 허리 숙여 “반갑습니다. 동현배입니다”라고 인사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열의 넘치는 신인배우의 모습이었다. 동현배는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 <청춘시대>, 영화 <한공주> <동창생> 등에 짧게 출연하며 경력을 차근히 쌓아왔다. 하지만 현실에선 ‘빅뱅 태양의 형 동현배’로 곧잘 소개되곤 했다(외모도 외모지만 둘의 목소리가 정말 닮았다). 가족의 후광으로 빛 볼 생각이 없는 그는 배우로서 인정받는 길이 더디고 힘들지라도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갈 각오가 충분히 돼 있는 듯 보였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나정안(한채아)을 좋아하는 후배 형사 재용으로 출연한 그를 만나 배우로서의 포부를 들었다.
-제작보고회, 언론시사회 등 각종 행사에 얼굴을 비추며 홍보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다. 감사하게도 제작사에서 비중이 많지 않은 나까지 홍보에 참여하게 해줬다. 현장에서 좀더 잘할걸 하는 생각도 들고, 배우로
[who are you] 모든 처음이 즐거워 - <비정규직 특수요원> 동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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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더>의 카메라는 움직이는 법이 거의 없다. 주인공 재훈(이병헌)의 복잡한 감정을 흔들리는 카메라로 담아낼 법도 한데, 핸드헬드로 찍은 장면은 단 하나도 없다. 카메라가 움직이는 순간은 재훈을 뒤따라갈 때뿐이다. 김일연 촬영감독은 촬영 전 이주영 감독에게서 “카메라가 이야기에 개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받았다. 사건보다 인물이 중심에 놓인 이야기인 까닭에 내려진 결정일 것이다. 촬영을 준비하면서 김일연 촬영감독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감”이었다. “시나리오를 보면 대부분의 장면이 ‘재훈을 지켜본다’로 나온다. 카메라가 어느 위치에서 재훈을 지켜볼 것인가. 재훈은 아내와 아들이 사는 집을 어느 위치에서 바라볼 것인가. 신마다 인물의 감정, 상황을 고려해 거리감을 정해놓고 촬영에 들어갔다.” 화면에 인물이 어떻게 담길지 가늠하기 힘들었던 까닭에 걱정도 많이 됐지만 1, 2회차 호주 촬영에서 “바이올린 오디션을 보러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
[영화人] <재심> <싱글라이더> 김일연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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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씨네21>에서 인터뷰를?” 배우 봉태규는 의아했던 모양이다. 인터뷰 장소로 오는 내내 매니저와 <씨네21>이 인터뷰하자고 한 ‘저의’를 추측해본 것 같다. “예전에는 인터뷰 전날이 돼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이번엔 오랜만이라 그런가. 만나자는 이유가 나조차 궁금했다. (웃음)” 배우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배우가 듣고 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한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기자의 대답은 ‘배우 봉태규가 궁금하다’였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최근 봉태규는 Mnet <싱스트리트>에 출연해 밴드 봉키즈(봉태규, 서사무엘, 로바이페퍼스)의 보컬로 노래했고, KBS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1에서는 사는 모습을 공개하며 성별을 떠난 가사노동하기에 대해 말했다. 인스타그램에선 패셔니스타로 더 알려졌다. 그사이 단막극 <드라마 스페셜-노량진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에 출연했지만 영화 속 봉태규는 <미
[씨네 인터뷰] <보도지침> 배우 봉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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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어느덧 30대가 되었다. 2000년대 초·중반 스크린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아오이 유우는 연극 무대에서 오래 시간을 보냈다가, 20대와의 작별을 선언하듯 <오버 더 펜스>(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로 돌아온 것. 그녀가 연기하는 사토시라는 인물의 복잡하고 순진한 내면은 아오이 유우가 아니면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해 당일 일정으로 야외 오픈 토크와 관객과의 대화(GV), 촬영 등을 소화하느라 행사 장소를 뛰어다니며 인터뷰해야 했던 그날의 대화를 전한다.
-배우로서 20대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화다.
=촬영할 때는 그 사실을 의식하지 않았고, 완성된 영화를 보고도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다만 어릴 때는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색깔을 지닌 역할의 의뢰가 주로 들어왔다면, 20대 중반을 넘어가니 좀 차분하게 가라앉은 배역이 많아진 듯한 느낌이다. 다시 입체적인 역할이 들어오기 시작한 게 바로 <오버 더 펜스>다.
[people] <오버 더 펜스> 아오이 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