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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그리고 아메리칸 허니보다 달콤한 건 없다네.”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이하 <아메리칸 허니>)의 ‘스타’는 미국 컨트리뮤직 밴드 레이디 앤터벨룸의 노래 <American Honey> 속에서 걸어나온 것 같은 여자다. 쓰레기더미를 뒤져 먹을 것을 찾아내고 히치하이킹을 일삼는 거리의 삶이지만, 스타는 누구보다 매력적인 미소와 멋진 타투를 장착한 텍사스 소녀다. 스타를 연기하는 신인배우 사샤 레인의 존재감은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꽃이 만발한 벌판을 터벅터벅 걷는 모습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풍경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자연스러움과 날것의 매력을 지녔다. 미국의 길 위에서 주연배우를 물색하던 영국 감독 안드레아 아놀드는 이 원석을 플로리다주의 백사장에서 발견했다. 당시 텍사스주립대에 다니던 사샤 레인은 출연 제안에 대학을 때려치운 뒤 짐을 싸서 안드레아 아놀드의 차에 올라탔다. 내일을 장담할 순 없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사샤 레인 - 진짜 ‘스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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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대표는 영화사 하늘이 홍보 마케팅을 하고 있는 <박열>의 흥행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마침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제3기 신임 회장직까지 맡게 돼 열의까지 더했다. 2년 임기 동안 마케터들의 노동 환경 개선에 일조하고 싶다. “마케터의 노동 시간과 양이 엄청나다. 많으면 한달에 거의 매일을 새벽까지 야근하고 주말도 휴가도 없이 산다.” 협회 차원에서 실태조사를 해 제작사, 투자·배급사와 얘기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해볼 생각이다. “하루 전에 연락해 당장 내일까지 뭔가를 만들어내라고 하는 식이 아닌 ‘문화’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협회가 생긴 뒤 마케팅 대행료가 상승했고 개별 마케터들의 임금이 조금이나마 오른 게 긍정적이다. 이젠 야근 수당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문제를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성 마케터들의 노동 여건에 대한 고민도 있다. “9:1 이상으로 여성 마케터 비율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영화사 하늘만 해도 11년간 운영해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신임 회장, 김광현 영화사 하늘 대표 - 마케터 노동 환경 개선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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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카페) 좀 찍어보고, 우리 집에 가서 또 찍어보고… 인터뷰 전문에 쓰면 안 돼. 배우들은 그런 거에 예민하면 기사가 되는데 나는 뭐 배우도 아니고.” 누가 <씨네21> 전 편집장 아니랄까봐, 조선희 작가는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고 생긴 것과 다르게 해달라 요구해서는 안 되지만 생긴 것보다 못 나오면 안 되니까”라며 사진 촬영을 꼼꼼히 챙긴다. <씨네21> 편집장(1995~2000), 한국영상자료원 원장(2006~2009), 서울문화재단 대표(2012~16)를 차례로 역임한 조 작가의 신작 소설 <세 여자>(한겨레출판사 펴냄)는 한장의 사진에서 출발한다.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 등 다소 낯선 이름의 세 여성 혁명가들이 개울에 발을 담근 채 활짝 웃는 사진이다. 혼돈의 용광로 같았던 식민지 조선에서 상해로, 소련으로, 남경으로 나가 공산주의 혁명과 민족 해방에 투신했던 이들이다. <세 여자>는 세 여자를 통해 1920년대부터 1950
12년 만에 소설 <세 여자>를 낸 조선희 작가, "세 여성 혁명가를 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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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노후 대책 없다>를 만든 이동우 감독만 만나려 했다. 그러다 이동우 감독이 몸담고 있는 하드코어 펑크 밴드 스컴레이드의 드러머이자 <노후 대책 없다>의 출연자인 이주영이 영화 개봉에 맞춰 한국에 왔다기에 둘을 만나기로 했다. 그러다 스컴레이드의 보컬 류지환도 인터뷰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인터뷰 장소에 나갔더니 펑크 밴드 파인더스팟의 주축 멤버이자 <노후 대책 없다>에서 카메라 원숏을 가장 많이 받은 송찬근도 함께 있었다. 그렇게 대책 없이 불어난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감독이 출연자의 사생활 노출에 신경 쓰지 않았다는 항의부터 부모님이 알면 큰일나기 때문에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라고 얘기해야겠다는 터무니없는 말까지 쏟아졌다. 사실 이 영화가 그렇다. 하드코어 펑크 하는 이들의 날것의 분노와 고백이 종잡을 수 없이 튀어나온다. 새로운 감각의 다큐멘터리 <노후 대책 없다>를 만든 이들을 만났다.
-포털 사
<노후 대책 없다> 이동우 감독, 스컴레이드·파인더스팟 - 날것의 분노, 펑크로 표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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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전도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였다. 충무로 최정상의 배우가 신인이나 다름없는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2002)에 출연해 많은 화제가 됐다. 거친 삼류인생도, 남자들과 돈가방을 두고 싸워야 하는 액션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악다구니 쓰고 맞아가며 망가졌던 그는 “여배우가 아니라 배우로 살아남고 싶다”고 거듭 얘기했다. 우리는 그 뒤로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자신의 위치를 지켜왔는지 잘 안다. 7월 13일 시작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그의 배우 인생 2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를 준비했다. <피도 눈물도 없이>(2002)는 물론이고 <해피엔드>(1999), <너는 내 운명>(2005), <밀양>(2007), <멋진 하루>(2008), <하녀>(2010), <무뢰한>(2014) 등 그의 출연작 17편이 상영된다. “욕심이 많아서 어느
[메모리] 전도연, 멋진 모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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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영 감독의 ‘꽃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재꽃>에는 전작들과 달리 외롭지만은 않은 소녀들이 있다. 영화에 밝은 기운을 번지게 한 데에는 11살 해별이 있다. 해별은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를 찾아 홀로 캐리어를 끌고 시골 마을로 들어선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자신에게 생채기를 안겨준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해별은 의지할 사람인 하담(정하담)을 만나 새로운 여정에 오른다. 해별을 연기한 배우는 초등학교 5학년인 장해금. 박석영 감독은 “자유로우면서도 제 갈 길을 잃지 않는, 튼튼하고 주눅 들지 않는 해금을 보면서 자신 앞의 것과 용감하게 대면하고 생기를 잃지 않는 해별을 그려갈 수 있었다”고 했다. 스튜디오에 들어선 장해금은 꾸벅 인사를 하고는 어깨에 멘 작은 가방에서 초콜릿과 아카시아 향이 나는 껌을 꺼내 선물이라며 수줍게 내민다. 촬영이 시작되자 이 모든 게 영 어색한지 아니면 다 즐거운지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가며 흥겨운 춤을 춰본다. 영락없는 12살 소녀다.
<재꽃> 장해금 - 꿈과 용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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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터뷰를 하게 될 줄이야. (웃음)” 박미하 미쟝센단편영화제 부운영위원장이 멋쩍게 웃는다. 그는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출범한 지난 2002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16년간 영화제 사무국 업무를 맡아온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산증인이자, 지난해까지 이 영화제의 유일한 상근직원이었다. 지난 10회 당시에는 영화제에 대한 그의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의미로 집행위원 감독들이 감사패와 더불어 한 사람씩 무대로 올라와 선물을 수여하는 깜짝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고. “김태용 감독님은 본인의 시나리오를 가져와 사인을 해주셨고, 어떤 감독님은 차(tea)를 포장해서 주기도 하셨다. 그 마음이 고마워 무대에서 펑펑 운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 내 청춘을 미쟝센에 다 바쳤네. (웃음)”
그런 그가 올해부터는 부운영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달았다. “승진이라기보다 영화제에 계속 머물기 위한 직함으로 봐달라. (웃음) 지난해 출산을 했다. 영화제 업무량이 많다보니 육아와 병행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미하 미쟝센단편영화제 부운영위원장 - 미쟝센과 함께한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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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21번째 장편영화 <그 후>는 바람을 피운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이 이를 눈치챈 아내(조윤희)와 내연녀 창숙(김새벽) 사이에서 겪는 진퇴양난을 그린다. 그런데 정작 봉완의 아내로부터 오해를 사서 맞고, 봉완에게 회유당하고, 창숙의 곱지 않은 시선을 견디는 건 그날 막 출근한 아름(김민희)이다. 비록 봉변을 당하지만 아름은 영화 속 여타의 인물과 달리 자신에게 당당하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에서 비롯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봉완의 가식을 꾸짖을 줄 아는 여성이자 관찰자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그 후>에서 제목을 빌려온 영화는 아름과 만나면서 봉완의 민낯이 드러나는 하루 동안의 코믹한 해프닝 사이로, 봉완을 사로잡고 있는 창숙과의 만남이라는 과거, 그리고 이 소동과 관계가 끝난 후의 어느 하루의 시제가 뒤섞이는 영화다. 흑백의 카메라는 그 어느 때보다 인물들 가까이 클로즈업되며, 그렇게 붙어선 카메라 사이로 공간을 꽉 채우는 것은
<그 후> 홍상수 감독, "믿음과 마음,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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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영 감독은 <들꽃>(2014), <스틸 플라워>(2015), <재꽃>(2016)으로 이어지는 ‘꽃 3부작’을 통해 우리가 손잡아주지 못한 소녀(들)의 이야기를 해왔다. 집 나온 세 소녀의 위태로운 걸음을 따라 밟았던 카메라(<들꽃>)는 이어서 매정한 세상에 맨몸으로 부딪히는 홈리스 소녀를 들여다보았고(<스틸 플라워>), 다시 시골에 정착한 소녀가 자신을 닮은 소녀를 보살피는 과정(<재꽃>)을 따라간다. <재꽃>은 아빠를 찾으러 시골 마을에 도착한 11살 해별(장해금)과 해별의 친구이자 보호자가 되어주는 하담(정하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다. 앞선 두 작품과 비교해 <재꽃>은 밝다. 희망적으로 3부작의 마침표를 찍고 싶었냐고 묻자 박석영 감독은 “이상한 대답이란 걸 알지만 하담이에게 친구가 생긴 게 좋다”는 말을 들려줬다. <재꽃>에 이르러 하담은 비로소 햇볕 아래서 웃는다.
<재꽃> 박석영 감독 - 나를 위로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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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안서현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7살 유치원생이자 어엿한 아역배우였던 안서현은 의젓한 눈빛, 차분한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다. 동행한 부모에게 의지하려 하거나 귀여운 미소를 무기 삼아 어른의 마음을 홀리려 하지도 않았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에서 훈(이정재)과 해라(서우)의 6살 난 딸 나미를 연기했을 때도 안서현은 아이답지 않은 서늘한 눈빛과 분위기를 보여준 바 있다. 이후 <드림하이>(2011), <미안해, 고마워>(2011), <신의 한 수>(2014) 등 영화와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한 안서현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만나 연기 경험을 확장한다. 슈퍼돼지 옥자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는 굳센 태도로 옥자를 향한 사랑을 지켜낸다. 감정 연기와 액션을 듬직하게 소화해낸 14살 소녀는 <옥자>에서 함께 연기한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홀, 폴 다노와 나란히 제7
[메모리] 안서현, 연기하며 성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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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항일운동을 하던 조선의 청년 박열과 그의 정치적, 정신적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 이준익 감독의 <박열>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한 개인으로서 제 삶의 주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의 결기에 대한 영화다. 특히나 후미코는 제국주의 세계뿐 아니라 오만한 제국의 남성들에게 맞서며 굳건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강건한 여성이다. 10여년간 단편영화와 연극 무대를 통해 탄탄한 연기 근력을 다져 온 최희서가 결기의 후미코를 완성해냈다. <박열>은 최희서의 첫 번째 장편 주연작이다.
-개봉을 앞두고 수많은 인터뷰를 소화하고 있다.
=지난 한주간 50여명의 기자들을 일대일로 만났다. 난생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얼떨떨할 뿐이다. 그래도 후미코를 스크린에서 보는 데 아쉬운게 하나도 없더라. 정말 내 모든 걸 쏟아부었던 것 같다.
-<동주>(2016)의 윤동주를 조력하던 쿠미 역에 이어 또 한번 이준익 감독과 작업하게 됐다.
=감독님께서
<박열> 최희서 - 푸릇푸릇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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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화된다. 어쩌면 누구보다도 ‘평범한’ 82년생 여성인 (이름 역시 ‘평범한’) 김지영씨가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며 겪은 피로, 혼란, 좌절, 그리고 어떤 희망의 순간들을 엮어낸 르포르타주 같은 소설이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후 19쇄 이상을 찍을 만큼 독자, 특히 여성 독자들의 지지를 이끌었다. 시의적절하게 도착한 이 소설을 발빠르게도 자신들의 창립작으로 내세운 이들이 있다. 봄바람 영화사의 박지영, 곽희진 두 여성 공동대표다. 각각 1979년생, 1984년생인 이들은 “82년생 김지영씨가 우리의 딱 중간 나이”로 “82년생 김지영씨의 삶을 격하게 공감”했으며 “더 넓은 세대의 여성들에게도 충분히 호소력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올해 초 소설의 판권 계약을 마쳤고 현재 각색 작업을 함께할 시나리오작가를 물색 중이다. 내년 여름께 제작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박지영, 곽희진 두 사람은 싸이더스에서 3년여간
[영화人] 소설 <82년생 김지영> 영화화하는 봄바람 영화사 박지영, 곽희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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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에 왜 미용실을 다니고 그래. 파마에, 염색에.” 손홍주 사진기자가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 이준익 감독이 인사차 웃으며 말을 걸었다. 젊어지려고 그랬다는 답이 돌아오자 “젊어서 어디다 써”라고 다시 한번 농담을 건넨다. 하지만 올해 59살인 이준익 감독은 현재 충무로에서 청춘의 이야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다루는 중견 감독이다. <동주>(2015)는 일제강점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어내다 으스러져간 두 청년 윤동주(강하늘)와 송몽규(박정민)의 모습을 보여줬고, 개봉을 앞둔 <박열>의 박열(이제훈)과 가네코 후미코(최희서)는 억지 주장으로 그들을 재판정에 세운 일본 내각을 역으로 조롱하며 그들이 아나키스트로서 가진 신념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에서 시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청춘의 속성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난 청춘이기도 하고 청춘이 아니기도 하고 청춘이어도 괜찮고 아니어도 상관없다”라고 말하는 이준익 감독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씨네 인터뷰] "하찮은 것이 아름답다" - <박열> 이준익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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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이 6월 30일부터 7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지난 2015년 초연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이다. 주호민 작가의 원작으로 만들어진 창작 가무극으로 망자가 된 소시민 39살의 김자홍(정원영)이 저승의 국선변호사 진기한(김다현)을 만나 49일간 7개의 저승 관문을 통과하는 이야기, 그리고 강림의 원귀잡이로 이루어진다. 성재준 연출의 새로운 합류와 드라마 <시그널> <미생>의 음악을 담당한 박성일 작곡가의 참여로 보다 큰 스케일과 대중적인 접점을 높인 작품이 될 거라는 전망. 초연 때부터 참여한 김다현과 뉴캐스트 정원영은 극중에서도 함께 짝을 이루어 극의 한축을 담당한다. 그룹 야다 출신의 김다현은 2003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연급으로 데뷔해 <사랑은 비를 타고> <헤드윅> <라디오 스타> <락 오브 에이지> 등으로 정점에 오른 뮤지컬 배우.
[trans x cross] 진지함 속에 묻어나는 유쾌함, 그것이 히든카드 - <신과 함께_저승편> 김다현, 정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