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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이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00만명을 돌파했다. 박성일 프로듀서는 “성적이 좋아 다행”이라며 담담한 반응이었고, 윤기호 프로듀서는 “김태윤 감독은 20년 만에 ‘인생 스코어’가 나왔다고 좋아하더라”며 감독의 얘기로 기쁜 마음을 대신 전했다.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라는 실화 자체의 무게 때문인지 무겁고 어두운 영화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런데 <재심>은 대단한 르포르타주가 아니라 따뜻한 휴먼 드라마다. 개봉 전 그런 포지셔닝을 했던 게 결과적으로 통한 것 같다.”(윤기호) 두 사람은 영화의 흥행 분석까지 곁들이며 제작자 마인드를 발동했다.
박성일, 윤기호 프로듀서의 전작은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와 아버지 황상기씨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또 하나의 약속>이다. <또 하나의 약속>은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제작비 걱정을 해야 했던 작업이었다. 동시에 “따뜻한 마음이 모여 영화가 만들
[영화人] <재심> 제작한 박성일, 윤기호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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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 없는 주성치 영화에 실망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미인어>(2016)는 주성치 영화의 정수를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조금 더 대중적이고, 조금 더 규모가 커지고, 조금 더 친절해졌을 뿐이다. <몬스터 헌트>(2015)를 제치고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주성치에게 감독으로서, 그리고 배우로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서유기: 모험의 시작>에 이어 이번에도 기록적인 오프닝 성적을 거뒀다.
=관객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좋아하지 않는지 깊게 고민한다. 관객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흥행이다. 그게 기본이자 출발이고 끝이다. 흥행은 관객이 좋아하는 것과 비례해서 움직이지만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다. 관객이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이 이번에도 통했다고 생각한다.
-오프닝이 매우 인상적이다. 스펙터클한 화면이 아니라 유머에 집중한다. 초창기 B급 유머 감성의 집약을 보는 것 같다.
=관객을 웃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이
[people] <미인어> 주성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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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은 언뜻 보기에 이제 막 첫 장편영화를 연출하는 데뷔 감독이 짊어져야 할 숙제가 너무도 많아 보이는 영화다. 소재도 낯설고 심지어 제목도 낯설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 안에서 설명해야 할 것도, 보여줘야 할 것도 많다. 또 화려한 할리우드영화에 익숙한 관객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특수효과도 가미되어야 한다. 김준성 감독은 이 모든 난제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현장을 밀어붙였다. 인터뷰 도중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대중성이었다. 완성에 대한 책임감은 흥행에 대한 부담감으로 바뀌어 그의 어깨를 여전히 내리누르고 있을지 모른다. 벌써 차기작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젊은 패기로 똘똘 뭉친 그의 말을 들어보자.
-자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 꾸는 꿈을 일컫는 ‘자각몽’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스릴러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자각몽에 대해 알고는 있었다. 관련 영화나 TV를 통해 정보를 접하는 정도였다가 자각몽에는 딜
[people] <루시드 드림> 김준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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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더>는 <밀정>에 이은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두 번째 배급작이자 이창동 감독의 시나리오 지도, 배우 이병헌이 시나리오에 반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 제작 하정우((주)퍼펙트스톰필름), 최근 극장가에 흔치 않은 장르인 드라마의 도전이라는 점 등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잘나가는 증권사 지점장에서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은 재훈(이병헌)의 시선을 통해 성공 위주의 경쟁구도 속에서 사느라 정작 중요한 가치를 잃고 있는 현대인을 조명한다. 광고감독으로 활동하다 불현듯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전문사 과정에 입학해 영화 연출의 길에 접어든 이주영 감독 개인의 경험 역시 <싱글라이더>에 영향을 미쳤다. 반전을 활용한 독특한 플롯 전개 안에 울림인 동시에 각성이자 고백의 톤을 이병헌의 안정된 연기에 차분하게 실어나른다.
-제작, 배급, 캐스팅 등 이 영화를 표현하는 화려한 수식 중 광고계 출신 감독의 입봉작이라는 점에서
[people] <싱글라이더> 이주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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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메이트>(감독 이현하)에서 오지호와 윤진서는 커피 친구다. 일면식도 없는 둘은 커피숍에서 우연히 만나 합석하게 된 사이다. 서로의 연락처를
모른 채 오로지 커피숍에서만 만나 대화를 나눈다. 혹여나 밖에서 마주치더라도 아는 체하지 않기로 한다. 그들만의 특별한 규칙 속에서 서로의 과거와 생각 그리고 감정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희수(오지호)와 인영(윤진서) 두 남녀의 대화가 서사를 이끌어가는 작품인 만큼 오지호, 윤진서 두 배우의 호흡과 집중력이 관건이다. 웬만한 영화보다 많은 대사 양을 함께 감당해낸 까닭일까.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오랜만에 만난 오지호와 윤진서는 서로에게 익숙한 듯 무척 편안해 보였다. 윤진서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때 많이 긴장했는데 오늘은 덜 떨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윤진서_ 잠을 못 이뤘을 만큼 생생했다. 인영처럼 결혼한 여자는 아니지만 뭔가 공감이 됐다. 과거와
[액터] 멜로영화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시기 - <커피 메이트> 오지호·윤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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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조근 말하고 미동 없이 움직인다. 고수는 차분한 사람이었다. 인터뷰를 하던 중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더니 뒤편에서 진행 중인 “설경구 선배의 인터뷰에 방해가 될까” 그랬다며 조심스레 말하고, 어느 순간엔 조용히 훌쩍 일어나 반대편에 앉아 왜 그런가 물었더니 “대화하는 데 옆머리가 얼굴을 가려서” 그랬노라고 나직하게 하하 웃는 그다. 정직하고 큰 눈, 반듯한 생김새와 잘 어울리는 성정이다. 선한 얼굴과 나직한 목소리로 세상에 없는 듯 우직하고 착한 역할을 맡아왔던 그는 이번엔 아들을 찾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열혈 아버지로 돌아왔다. 김준성 감독은 “보편적인 부성애를 다룬 이야기이면서도 장르 특성상 판타지적 이미지가 필요했는데 고수는 그에 적격이었다”라고 말하고, 고수는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여느 때보다 작품에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제 판타지와 현실 양쪽에서 완연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배우, 고수와의 대화를 전한다.
-꿈을 소재로 한 본격적인 S
[커버스타] 아들을 찾는 남자 -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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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은 배우 설경구가 세 번째로 형사 캐릭터에 도전하는 영화다. ‘강철중’으로 3편의 영화에 출연했기 때문에 마치 반장 전문 배우로 보이기도 한다. <감시자들>의 황 반장을 거쳐 그에게 도착한 세 번째 형사 방섭은 어떤 인물일까. 사건이 예사롭지 않다. 3년째 수사가 진행 중인 아이 납치사건의 피해자 부모가 꿈속으로 들어가 범인을 잡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해온다.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방섭은 고민하지 않고 일단 믿는다. 앞뒤 재지 않고 한발 쑥 들이밀고 보는 자세는 그에게서 풍기는 이미지와도 어울린다. 배우가 가진 고유의 매력 같다. 언제나 사무실이 아닌 현장이 어울릴 것 같은 반장님, 아니 배우 설경구에게 SF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소회를 물었다.
-설경구와 SF 스릴러의 만남이 신선해 보인다.
=SF라고 생각하며 접근하지 않았다. 꿈을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가 잘 읽혔고, 젊은 감독이 맡는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배우 캐
[커버스타] 잡아야 사는 남자 -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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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추적 SF 스릴러’라는 수식어를 달고 등장한 영화 <루시드 드림>은 참 바쁜 영화다. 열혈 기자 대호(고수)와 강력반장 방섭(설경구)은 대호의 아들 납치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해 3년째 범인을 쫓느라 바쁘다. ‘자각몽’이란 방법을 통해 용의자의 꿈속으로 들어가 진범을 찾아낼 방법을 알게 된 대호 덕분에 영화는 자각몽, 즉 ‘루시드 드림’이라 불리는 신종 기술의 개념을 소개하느라 바빠진다. 또 현실과 꿈을 오가며 펼쳐지는 기묘한 액션도 표현해야 하므로 특수효과 영역도 바쁘다. 어떤 영화가 안 그렇겠느냐마는 <루시드 드림>은 한정된 예산 안에서 유사 장르 팬들도 만족할 플롯과 CG를 구현해야 했고, 배우들은 낯선 시나리오를 들고 그 어느 때보다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아이가 살아 있다는 믿음 하나를 믿고 다른 사람의 꿈속까지 들어간 한 아버지의 처절한 이야기는 그렇게 탄생했다.
[커버스타] <루시드 드림> 설경구와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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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루스 네가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그녀의 눈망울이다. 어떤 악의도 찾아볼 수 없는, 맑고 깊은 눈. 루스 네가의 눈매는 제프 니콜스의 신작 <러빙>의 드라마를 납득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 일조한다. 백인과 흑인의 결혼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던 1960년대의 미국 버지니아주, 백인 남자 리처드 러빙과 사랑에 빠진 밀드레드는 그녀가 어떤 일들을 경험하게 될지 알지 못한다. 한밤중에 불현듯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와 부부의 아늑한 보금자리를 위협하는 백인 경찰에 대한 공포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편에 대한 애틋함, 도망치거나 회피하지 않고 인종차별에 맞서겠다는 결연함. 이처럼 다양한 맥락의 감정들이 루스 네가의 얼굴에 떠올랐다 사라진다. 실존 인물인 밀드레드 러빙이 조용하고 차분한 여성이었던 까닭에 무척이나 절제되고 섬세한 결의 연기를 보여줘야 했던 루스 네가에게,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듯 보이는 그녀의 눈매는 강력한
[who are you] 다양한 감정을 담은 눈빛 - <러빙> 루스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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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의 로망이 담긴 영화다. 만화 좋아하냐고? 안 좋아하는 남자가 있을까. (웃음)” SF 만화 같은 세계관을 그려낸 <조작된 도시>의 오규택 미술감독은 “취향에 딱 맞는 영화라 신나게 작업했다”고 말한다. 오픈마인드로 “최대한 재미있게” 영화에 접근했다는 그는 세트와 소품에 “벤츠 엔진을 마티즈에 박고, 컴퓨터 팬으로 드론을 만드는 등 철없는 생각들”을 많이 반영했다. “리얼리티와는 맞지 않더라도 기발하고 만화적인 발상이 중요했다. 감독님께서도 흔쾌히 오케이해주시더라. (웃음)”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야 하는 한편, 비현실적인 것은 현실처럼 보이게끔 디자인하는 것도 오규택 미술감독의 과제였다. “모든 디자인엔 이유가 있어야 했다. 영화상에는 나오지 않는 부분도 이유들을 설정해놔야 어색함이 없으니까.” 이를테면 권유(지창욱)가 갇히는 특수 교도소는 개미굴처럼 지하 속에 만들어진 설정으로 통제실과 연병장, 복도와 계단 설계도면을 만들었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광량이 다르다
[영화人] <조작된 도시> 오규택 미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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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500만명 넘으면 감독님과 다시 꼭 인터뷰해요.” 조인성이 1089호 커버 촬영 당시 <씨네21>에 건넨 말이다. 약속대로 한재림 감독은 손익분기점을 넘긴 이 스코어에, 조인성은 출연작 중 가장 높은 흥행기록에 감사했다. 연출과 연기에 호평도 많았고 쓴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더 킹>이 두 사람의 필모그래피에서 전혀 새로운 도전이었다는 자부심은 대단했다. 지난 1월18일 개봉 이후, 촬영부터 지금까지 긴장했던 그 시간들을 내려놓은 둘을 만나, 그때는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흥행이라는 시장 앞에 놓인 감독의 길과 배우의 길, 그 흥미로운 대화로 초대한다.
-이제 IPTV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극장 스코어로 보면 초반 흥행세에 비해 조금 아쉬운 선에서 멈췄다는 생각도 든다.
=조인성_ 나는 굉장히 만족스런 스코어라고 생각한다. 이것보다 안 들었다면 불편했겠지만 이 정도면 합리적이다. 한재림 감독님 필모그래피로만 보더라도 <관상>(
[씨네 인터뷰] <더 킹> 한재림 감독, 배우 조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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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은 문화 소외 지역에 영화관을 짓고 운영해오고 있다. 2010년 11월 전북 장수에 1호점 한누리시네마를 연 것을 시작으로 2016년에 19번째 작은영화관 뚜루가 강원도 철원에 터를 잡았다. 올해 4월엔 전남 완도에 20번째 작은영화관이, 5월엔 강원도 정선에 21번째 작은영화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작은영화관 사업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자리잡게 한 김선태 이사장을 만났다.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은 어떻게 시작했나.
=2005년쯤, 디지털시네마 기술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그 시절 영화를 자주 보러 다녔는데 아직도 영화가 필름으로 상영되는 것을 알고 ‘왜 아직도 필름이지?’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디지털시네마 시스템이 극장에 도입되면 운영 경비가 대폭 줄어들어 작은영화관 운영이 가능할 것 같았다.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삼성건설에서 일했는데, 건축도 알고, 디지털시네마 기술도 알고 있으니 ‘그럼 영화관을 지어볼까?’ 하는 생각을
[people] 김선태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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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표지 촬영에 쓰일 의상을 두손 가득 든 청년이 우렁찬 인사를 건넨다. 스타일리스트인 줄 알았더니 배우 강하늘이다. 스탭과 홍보사 관계자를 막론하고 한명씩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디에서 누구에게든 사랑받을 사람인 듯싶었다. 영화 <재심>에서 그가 연기하는 현우는 강하늘의 실제 모습과 몇억 광년 떨어져 있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단지 살인사건을 목격했을 뿐인데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10년 동안 살인죄로 감옥에서 복역한 뒤 출소하는 현우는 더이상 삶에 대한 희망을 꿈꿀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라고 믿는 배우 강하늘은 그가 지닌 것으로부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연을 지닌 현우와의 접점을 찾아내려 애썼다. 그러니까 우리가 <재심>에서 볼 수 있는 건 배우 강하늘의, 아직 발굴되지 않았던 삶의 단면이다.
-<재심> 출연 전부터 영화의 모티브인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커버스타] 캐릭터의 시작은 나 자신 - <재심> 강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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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소리 섞인 정우의 시원한 웃음에는 넉살 좋은 사람 특유의 여유가 배어 있다. 그 웃음 한방이면 심각한 일도 금세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때때로 그런 웃음에는 온갖 걱정을 제 안에 싸짊어지고 사는 이의 속 깊은 배려가 숨어 있기도 하다. “서글서글하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사실 낯가림이 정말 심하다”는 정우는 그래서 더 호방하게 웃는다. 그가 연기해온 인물들이 딱 정우같았다. 겉으로는 무심히 웃어넘기지만 은근한 말과 행동으로 그가 지금 상대방을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교복 바지춤에 손을 찌르고 세상 무서울 것 없다는 듯 굴지만 사실은 두근 반 세근 반 가슴을 졸이던 <바람>(2009)의 고교생 짱구도 그랬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의 정 많은 쓰레기, 순정으로 눈물 짓던 <쎄시봉>(2015)의 오근태, 웃음을 사랑한 <히말라야>(2015)의 박무택을 통과하며 그는 선한 얼굴로 애정을 불렀다. 살인
[커버스타] 진심과 열정으로 - <재심> 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