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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달은 몰라도 두번째달의 음악은 모를 수 없다. 드라마 <아일랜드>(2004)의 테마곡으로 쓰인 1집 수록곡 <서쪽 하늘에>, 드라마만큼 사랑받은 <궁>(2006)의 O.S.T, 포카리스웨트 광고음악(라라라라라라라라 날 좋아한다고~) 등 방송에서 이들의 음악은 수시로 흘러나왔다. 유럽의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여러 장르를 넘나들었던 에스닉 밴드 두번째달은 지난해 국악 프로젝트 앨범 《판소리 춘향가》를 발표해 자신들의 음악적 지평을 한뼘 더 넓혔다. 국악에 대한 편견을 단번에 깨줄 두번째달의 이 앨범은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크로스오버음반상을 수상했다.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펼쳐질 공연을 앞두고 두번째달을 만났다. 김현보, 박진우, 최진경, 백선열, 조윤정, 이영훈 이상 6명의 멤버 중 김현보, 백선열은 사정상 인터뷰에 동석하지 못했다.
-《판소리 춘향가》 앨범의 평도 좋았지만 공연 반응 또한 상당했다. 지난해 대
[trans x cross] “익숙한 판소리에 두번째달만의 색깔을 더했다" - 국악 프로젝트 앨범 《판소리 춘향가》로 활동 중인 두번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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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민>에서 ‘추억이 깃든 서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며 선거전을 치르는 서울시장 변종구는 가족도 동료도 내팽개치고 권력의 꼭대기를 향해 질주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하필 영화의 설정상 그가 공장 노동자 출신이란 신분을 이용해 서민 흉내를 내는 모습을 보니, 과거 최민식이 연기했던 여러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를테면 욕망의 화신과도 같았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최익현이나 <악마를 보았다>의 지긋지긋한 연쇄살인마 장경철 같은 소위 ‘악역’ 캐릭터 계보의 반대편에 놓인 인물들, 그러니까 <주먹이 운다>의 태식이나 <꽃피는 봄이 오면>의 현우, <파이란>의 삼류 건달 강재 등 하루 벌어 겨우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특별시민>의 변종구는 하늘을 우러러 스스로를 한없이 부끄러워해야 하는 인물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특별시민>을 보면서 오랜만에 강재와 현우
[메모리] 그때 그 시절의 눈빛 -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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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여유롭게 말을 이어가는 정해인의 모습은 신인 같지 않았다. 20살이라고 해도 믿을 동안 외모지만 1988년생인 그는 올해 30살이다. “남자배우 30살이면 어린 건데.” 맞는 말이다. 20대가 예열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더욱 뜨거워질 일만 남았다. <도깨비>에서 공유의 질투를 받은 김고은의 첫사랑 ‘태희 선배’, <불야성>에서 이요원의 훈남 보디가드 ‘탁’으로 출연하면서 정해인은 단정하고 맑은 얼굴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각인시켰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선 예종(이선균)의 신변을 보호하는 무사 흑운으로 등장한다. 검은 복면으로 얼굴의 반을 가려도 그 훈훈함은 가려지지 않는다. “건강하게, 오래, 즐겁게 연기하는 게 꿈”이라는 정해인을 만났다.
-선하고 귀여운 인상인데,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선 왕을 호위하는 무사 흑운을 연기했다.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 중 가장 과묵하고 남자다운 캐릭터다. 문현성 감독님이, 누가 봐도 듬직한
[who are you] 서른, 이제 시작이다 - <임금님의 사건수첩>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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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다친 몸에서 혼이 빠져나온 탓에 벚꽃을 만질 수 없는 미소(천우희)의 손과 보험조사원 강수(김남길)의 손이 포개지는 순간, 이들의 심장 박동을 대변하는 듯 다정한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진다. 화면 가득 메운 벚꽃과 피아노의 조화에 새삼 귀 기울이게 된 것은 이윤기 감독의 <어느날> 덕분이다. 두 사람의 인생에 찾아온 비극을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이윤기 감독과 오랫동안 작업한 밴드 ‘푸딩’ 출신의 김정범 음악감독 작품이다. 그는 “<어느날>은 피아노로 작업해야겠다”고 결정한 뒤 다소 이색적인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연주 자체를 실제 피아노와 더불어 두대의 피아노를 동시에 쓰거나 현에 이물질을 부착해 음질과 가락을 바꾼 그랜드피아노를 뜻하는 ‘프리페어드 피아노’로 연주하는 등의 시도를 한 것.
“반드시 실제 녹음이 좋다, 고 여기는 사운드트랙의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다양한 피아노 소리를 섞으면서 “해당
[영화人] <어느날> 김정범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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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직접 나서서 민가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과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왕 예종(이선균). 사관의 역할에만 충실하고 싶은데 놀라운 기억력을 인정받아 왕의 비밀 수사에 동원되는 신입 사관 이서(안재홍).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이 두 캐릭터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한 버디무비다. 문현성 감독은 허윤미 작가의 동명의 원작 만화에서 캐릭터 설정만 빌려왔을 뿐 영화의 내용은 온전히 새롭게 채웠다. 남북 탁구 단일팀을 소재로 한 영화 <코리아>(2012)로 데뷔한 그는 이번엔 감동이 아니라 웃음으로 영화를 끌고 간다. 시대극의 고정관념을 깨기까지, 코미디의 노선을 지켜내기까지 문현성 감독이 감독수첩에 고민하며 적어두었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았다.
-원작은 순정 만화였는데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순정 만화의 느낌은 살리지 않았더라. 원작에서 흥미로웠던 지점은 뭐였나.
=호기심을 자극했던 건 인물 설정이었다. 왕과 사관, 두 캐릭터 사이의 신분
[people] <임금님의 사건수첩> 문현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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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을 생각할 때 우선 떠오르는 건 그의 울림 가득한 목소리다. 이선균의 목소리는 드라마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2005), <커피프린스 1호점>(2007), <하얀거탑>(2007) 등에서 믿음직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쓰였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짜증과 냉소가 섞인 말투와 결합하면 드라마 <파스타>(2010)나 영화 <끝까지 간다>(2013)에서 확인한 것처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로맨틱과 믿음직함과 시니컬과 지질함을 오가며 부지런히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한 이선균이지만 한때는 그도 고민 많은 신인이던 때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손님은 왕이다>(2006) 개봉 당시 가진 인터뷰에서 이선균은 이런 말을 했다. “뭘 하고 싶다고 세상이 다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고, 또 지나치게 과장된 연기를 필요로 하는 역할들은 싫고, 소모되는 역할은 거절했더니 나중엔 일이 잘 안 들어오더라.” 이제는
[메모리] 10년을 한결같이 - 이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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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민>의 박경은 이제껏 심은경이 연기한 캐릭터 중에서 실제 심은경의 모습과 가장 다른 인물이다. 변종구(최민식) 선거 캠프의 공보 담당자인 그녀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야심이 큰 데다 말보다는 행동이 앞선 여성이다. 코미디면 코미디(<써니>(2011), <수상한 그녀>(2013), <걷기왕>(2016)), 스릴러면 스릴러(<널 기다리며>(2015), <조작된 도시>(2017)) 등 장르영화에 최적화된 연기를 보여준 심은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녀에게 박경은 “자신의 연기를 되돌아보게 해줬고, 앞으로 연기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 캐릭터”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실제보다 나이가 많은 캐릭터가 들어와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부담스러웠다. 나한테 맞는 역할일까, 해낼 수 있는 인물일까. 고민이 많았지만 감독님께서 내가 기존의 모습과 다른 면모를 끄집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신 것 같아 출
[커버스타] 특별한 변신 - <특별시민> 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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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말이야.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거야.” 각종 스캔들과 비리, 음모와 배신의 늪에서 발버둥치면서도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전력 질주하는 변종구(최민식)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는 <특별시민>에서 가장 정치적인 인물 중 하나다. 누구보다 프로답게 보여야 할 인물에 곽도원이라는 선택지는 최적의 답안이었다. <아수라>의 김차인 검사와 <변호인>의 차동영 경감이 그렇듯, 특정 직업군으로 등장하는 인물에 강한 설득력과 놀라운 현실감을 부여하는 건 배우 곽도원의 주특기이며 <특별시민>에서도 그런 그의 장점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편인가.
=전혀 없었다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을 접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별시민>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에도 가장 먼저 한 일이 포털 사이트에 ‘정치’라는 단어를 검색하는 것이었다. 권력을 모아서 쓰는 게 정치라더라. 그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쓰고 있을
[커버스타] 그가 이끌어낸 답 - <특별시민> 곽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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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차림에 말끔한 커트 머리. 3선 도전 서울시장 변종구의 ‘규격’에 맞게 최민식은 체중을 감량하고, 현란한 화술과 마스크를 장착했다. 권력의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발톱을 숨긴 채 가족마저 이용하는 파렴치한. 권력에 도취한 채 질주하는 그의 이름은 ‘정치인’이다. 거대한 도시 서울의 심장을 흐리게 만드는 악인 변종구.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얼굴은 최민식의 연기 구력을 바탕으로, 영화가 아닌 현실의 기시감을 더해준다.
-이순신 장군(<명량>), 조선의 명포수 천만덕(<대호>)처럼 최근 맡은 배역이 우직하게 신념을 지키는 인물이었다면, <특별시민>의 변종구는 신념 따위는 저버릴 카멜레온 같은 인물이다.
=말에 집중했다. 정치를 하는 사람만큼 말에 의존하고,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자기 표피를 변화시켜 방어하고 공격하는 <동물의 왕국>의 동물이 연상되는, 임기응변에 강한 사람. 현란한 언어의 연금술사랄까. 이 사
[커버스타] 캐릭터에 대한 욕심 - <특별시민>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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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에 찾아온 <특별시민>은 대선을 눈앞에 둔 5월 극장가에서 시의성만으로는 가장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한국영화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극적이라 관객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는 제작진의 고민이 깊지만, 프로페셔널한 정치인의 옷을 입은 베테랑 배우들의 ‘썰전’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특별시민>은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다. 속을 알 수 없는 서울시장 3선 후보, 닳을 대로 닳은 정치 9단의 참모, 이제 막 진흙탕 싸움에 뛰어든 정치 신인을 최민식, 곽도원, 심은경이 연기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노련한 연기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세 배우가 한 영화 속에 자리할 때 우리는 어떤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인가? 프로가 연기하는 프로의 세계에 대해 <특별시민>의 세 배우에게 물었다.
[커버스타] 프로가 연기하는 프로의 세계 - <특별시민> 최민식·곽도원·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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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파워레인저> 같은 전대물(정의를 위해 여러명이 함께 싸우는 영웅 시리즈물 장르)의 중심은 레드가 아닌 핑크다. 미모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함 역시 필수조건이다. 누가 더 예쁘냐는 외모 줄세우기와는 조금 다르다. 레인저의 두 여성 멤버 중 옐로가 쾌활함과 발랄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핑크는 색깔 그대로 사랑스럽고 화려하면서도 역경에 굴하지 않는 밝음이 필요하다. 세상 누구보다 자신을 가장 사랑할 줄 아는 자존감을 덧붙이면 더욱 좋겠다.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에서 핑크 레인저로 변신하는 킴벌리 역을 맡은 나오미 스콧은 핑크의 조건에 정확히 부합하는 배우다. 1993년 영국 하운즐로에서 태어난 나오미 스콧은 2008년 TV시리즈 <라이프 비트>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이후 SF, 뮤지컬 장르 등에서 꾸준히 얼굴을 알려왔다. 201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드라마 <테라노바>에서 주인공의 딸
[who are you] 핑크의 사랑스러움 레인저의 자신감 -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나오미 스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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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감독의 영화에는 유독 등장인물들의 뒷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가슴 속에 저마다의 생채기를 안고, 그것을 소리내어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 카메라가 담아낸 그들의 뒷모습은 상처받은 이들이 겹겹의 방어막으로 무장한 얼굴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암시하는 듯하다. <어느날>의 촬영을 맡은 최상호 촬영감독은 모든 걸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들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이윤기 감독 특유의 미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스탭 중 하나다. 지난 2006년 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으로 이윤기 감독과의 협업을 시작한 최상호 촬영감독은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와 <멋진 하루>를 거쳐 <어느날>에 이르기까지 이윤기 감독의 ‘눈’이 되어주고 있다. “이윤기 감독님의 영화는 일상적이면서도 그 가운데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포착해야 한다. 그게 늘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이다.”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가 오직 한 남자의 눈에만 보인다는 판타지적인
[영화人] <어느날> 최상호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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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의 매력? 귀, 여, 움!”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문현성 감독과 제작자 최아람 대표에게 물었더니 짜기라도 한 듯 같은 대답을 들려줬다. 짐작하건대 안재홍의 귀여움은 그간 그가 보여준 캐릭터들간의 공통점, 그러니까 어딘가에 몰두하고 몰입하는 모습에서 오는 것 같다. ‘안재홍이라는 신기한 배우가 나타났다!’며 환대하고 싶었던 <족구왕>(2013)의 복학생 만섭이나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안재홍을 각인시킨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의 정봉을 생각해보자. 세상물정 모르고 자기만의 관심사에 꽂혀 사는 엉뚱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 궁금해하고 관심 가는 일에 흠뻑 빠져 저만의 방식으로 애정의 대상을 알아가고 터득한다. 괴짜라거나 제 세계에 고립된 채 바깥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인물과는 다르다. 좋아하는 걸 꾸준히 탐하고, 성실하게 바라기한 끝에 예상치 못한 일격을 가하는 인물이다. 그만의 내공이 사랑스럽다.
그런 안재홍
[커버스타] '어수룩'의 마스터 - <임금님의 사건수첩> 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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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이선균은 한번도 도포 자락을 휘날린 적이 없었다. 사극 시나리오를 여러 편 받아본 적 있지만, 그때마다 각기 다른 이유 때문에 인연을 맺지 못했다. 꼭 사극을 해야 된다는 법은 없으니 “당장 안 해도 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까닭에, 그에게 사극은 “밀린 숙제” 같았다. <임금님의 사건수첩>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다소 의아해했던 것도 그래서다. “잘나가는 젊은 친구들이 덥석 물 만한 시나리오를 왜 나한테? (웃음)” 그런 그가 사극 출연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된 건 단지 숙제를 해내야겠다는 의무감 때문은 아니다. “과거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했다가 40대가 되니 사극은 안 하면 안 되는 장르가 되었다. 무거운 이야기였다면 겁이 났을 텐데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뛰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물론 사극이 처음이라 쉽진 않더라.”
그가 맡은 예종은 누구보다 백성을 생각하는 왕이다. 옳다고
[커버스타] 삐딱한 행동파 임금 - <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선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