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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당신의 언니를 내가 죽였어.”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믿기지 않는 살인통보. 제시카 론디스는 이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언니를 잃은 동생 줄리아를 연기한다. 살인사건 이후 사건 현장인 방이 사라지는 기괴한 유사사건의 속출 속에서 줄리아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수사관을 자처한다. 사건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기까지, 그녀는 공포의 집과 마을을 탐험하는 데 앞장선다. <다크 하우스>는 <쏘우> 시리즈로 공포영화의 대명사가 된 대런 린 보스먼 감독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 론디스는 풍성한 웨이브 헤어에 빈티지 룩을 하고 빈티지 차를 탄 채 종횡무진 사건 현장을 누비는 줄리아를 연기, 마치 1940년대 영화에서 걸어나온 듯한 클래식한 이미지를 연출하며 극의 중심을 이끌어나간다.
대런 린 보스먼 감독과는 <데빌스 카니발> 이후 두번째 작업. 1988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론디스가 고향 밴쿠버를 떠나 LA에 온 17살 때부터
[who are you] 호러 퀸을 넘어 - <다크 하우스> 제시카 론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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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이지만 선명한 비트, 그리고 결연한 멜로디. <꿈의 제인>의 메인 테마곡인 <Moving Through Life&>는 불행 속 한줌의 희망을 얘기하는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한다. 가출팸을 전전하며 고통스러운 삶의 터널을 통과하는 중인 소현(이민지)에게, 불현듯 다가온 트랜스젠더 제인(구교환)은 반짝이는 미러볼같은 존재다. 그와 함께했던 순간은 소현의 머릿속에서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그때마다 <Moving Through Life>의 멜로디도 함께 흐른다.
<꿈의 제인>의 영화음악은 일렉트로닉 뮤지션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가 만들었다. 이 1인 밴드의 싱어송라이터는 제이 송이다. 전화 인터뷰에 응한 그는 올해 초 스위스 바젤로 삶의 터전을 옮겨 음악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와 조현훈 감독의 인연은 지지난해 여름에 시작됐다. “<꿈의 제인>의 음악은 기존의 영화음악보다 더 특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영화음악감독을 물색하던
[영화人] <꿈의 제인>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 영화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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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는 영문을 모른 채 바에 갇힌 8명이 탈출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사회가 그들을 격리시켰는데, 바에 갇힌 사람들은 그 안에서 또 서로를 낙인찍고 의심한다. 스페인 장르영화의 거장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은 <야수의 날>(1995), <커먼 웰스>(2000),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2010)에서 그랬듯 <더 바>에서도 예리한 시선으로 사회를 조망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거대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독립영화나 개성 있는 작품을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을 나는 ‘영화의 멸망’이라 표현하고 싶다. 영화의 다양성이 존중받았던 예전을 생각하며 이 영화의 각본 작업을 시작했다”는 말로 첫 질문에 답한 그의 이야기를 전한다.
-<더 바>의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했나.
=영화의 시작은 마드리드의 엘 팔란티노에 있는 바에서였다. 호르헤 게리카에 체베리아(<더 바>의 각본가)와 아
[people] <더 바>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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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직접 만나고 깜짝 놀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목소리와 말투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그럴 만도 하다.
그는 2000년 총선에서 자원봉사자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한 뒤로 2003년 기획재정부 장관 정책보좌관,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제2부속실장을 차례로 지내며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이후 2006년 지방선거에서 부산 북구청장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 2008년 총선에서 부산 북구강서구갑에 민주통합당 간판을 달고 출마했다가 낙선, 2012년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에 또 낙선했다. 연거푸 세번이나 낙선의 고배를 마신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네번째 도전 끝에 국회의원(부산 북구강서구갑)으로 당선됐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의원으로서 한국 영화산업에 관심이 많은 그가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토론회 ‘다시 시민 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를 6월 2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연다.
-현재 흥행하고 있는 영화
[people] 토론회 ‘다시 시민 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를 여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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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빅 히트작 <너의 이름은.>은 영화음악이 작품의 무드를 결정하는 영화였다. TV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을 연상케 하는 <전전전세>가 영화 전반부의 유쾌한 분위기를 미리 잡아준다면, 혜성이 이토모리 마을로 떨어지는 재난 상황이 주가 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8분57초간 이어지는 <스파클> 없이 결코 완성될 수 없었다. 관객의 감정을 고양시키는 이 곡들은 예전부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팬이었다고 밝힌 일본의 록밴드 래드윔프스의 작품이다. 최근 《人間開花》 앨범을 발매한 후 아시아 투어 중인 래드윔프스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6월 9일과 10일 서울 공연을 마친 후 래드윔프스는 가사를 모두 따라 부르며 환호하는 한국 관객의 열정에 놀랐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건강상 이유로 활동을 쉬고 있는 드럼의 야마구치 사토시를 제외한 래드윔프스 세 멤버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한국 공연을 비롯한 아시안 투어 공연에서 <Lights Go
[trans x cross] “리버럴하고 혁신적인 존재이고 싶다” - <너의 이름은.> O.S.T 작업한 래드윔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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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명은 자화자찬을 못 견뎌하는 부산 남자다. 과거에 했던 자신의 인터뷰도 “멋있는 척하고, 폼 잡았다”고 괴로워했다.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또 없다고도 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가 오랜 무명 생활을 이겨내고 <대호>, 드라마 <응답하라 1988> <4등> 등 여러 작품에서 이름을 알린 비결인지도 모른다. <하루>에서 그가 맡은 택시 운전사 강식은 준영(김명민)과 민철(변요한)이 겪는,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이다. 스포일러와 직접 관련된 캐릭터라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유재명은 지금껏 보여준 인물 중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인상을 보여줬다.
-생각보다 동안인데. (웃음)
=배우들이 가진 욕심인데… 동네에서 길을 걷다보면 사람들이 “(유재명이) 맞다니까, 아니라니까” 하며 옥신거리다가 내 얼굴을 확인한 뒤 “맞잖아” 할 때 기분이 되게 좋다. 생각보다 어려 보이고,
[who are you] 더 잘하고 싶다 - <하루> 유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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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고생했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촬영현장이다. 스턴트 배우들이 정말 고생 많았다고 꼭 써달라. (웃음)” 정병길 감독의 <악녀>는 액션만큼은 그동안의 어떤 한국영화도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은 작품이다. ‘촬영감독, 극한 직업의 세계’를 체험했을 것 같다는 인사말에 그는 대부분의 공을 정병길 감독의 아이디어와 스턴트 배우들의 희생, 배우 김옥빈의 매력에 돌렸다.
영화는 중요한 액션 장면에서 1인칭 시점숏과 물리적으로 촬영이 불가능해 보이는 롱테이크 액션으로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박정훈 촬영감독은 새로운 에너지를 지닌 인재를 찾아다니던 정병길 감독을 만나 “뭐가 됐든 정말 독특한 영화가 탄생할 것 같다”는 예감을 받았다. 4개월의 프리 프로덕션 동안 철저하게 콘티를 짜고 데모 영상도 찍어 준비했지만 “촬영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가는 액션의 합이나 배우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연출자와 무
[영화人] <악녀> 박정훈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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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른 <악녀>(2017)팀에서 단연 시선을 사로잡은 이는 배우 김서형이었다. 운동으로 다진 탄탄한 복근을 거침없이 드러낸 상의하며 옆 머리칼을 시원하게 쳐올린 쇼트커트 스타일까지. 레드카펫이면 어떤가. 아니 레드카펫이라 더욱더 입고 싶은 대로 입고 멋지게 걸어나가겠다는 투다. 여성배우들의 레드카펫 의상이라고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드레스들, 그 전형에서 저 멀리 벗어난 선택이었다. 이러한 다른 시도가 ‘할리우드 스타들’에게만 익숙한 그림이고, ‘할리우드’라는 이유로 용인의 문턱이 낮았던 게 사실이다. 어째서 한국 여성배우들에게선 흔한 일이 되지 않아왔던가 반문해보게 되는 게 현실인 만큼. ‘보이시’, ‘메니시’라는 수식도 뻔하다. 그저 배우 김서형이 궁금해 만남을 청했다. <악녀>에서 김서형은 숙희(김옥빈)를 국정원 요원으로 키워 작전에 투입하는 상사 권숙 역을 맡았다. 역할의 비중이나 극중 활용도로 보자면 아쉬운 캐릭터다. 김서형도 잘
[씨네 인터뷰] "본능으로 연기한다" - <악녀> 배우 김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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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시즌4의 드라마, 두편의 극장판이 나왔지만 <심야식당>의 포맷에는 큰 변화가 없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영업한다는 점이 독특하다면 독특한 이 공간에는 얼굴에 원인 모를 흉터가 있는 마스터가 있고, 그의 음식을 먹다 보면 손님들은 자연스레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이렇듯 마스터는 <심야식당> 고유의 정서를 책임지는 핵심이고, 그를 연기한 배우 고바야시 가오루는 1980년 데뷔한 일본의 베테랑 배우다. <비밀> <도쿄타워> 등 많은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그의 연륜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심야식당>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설득한다. <심야식당2>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와의 짧은 만남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창한 표현 없이도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 대화를 전한다.
-2년 만에 <심야식당>의 두 번째 극장판이 나왔다. 지난 9년간 드라마와 극장판에 모두 출연한 배우로서 달
[people] <심야식당2> 배우 고바야시 가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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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용순은 운동장을 달리고 또 달린다. 군 대항 육상 대회에 나갈 학교 대표 선수를 모집한다는 교내 포스터를 본 용순은 덜컥 육상부에 들어가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용순은 육상 대회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저 답답하기에 뛸 뿐이다. 용순은 체육 선생과 연애 중이지만 그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긴 것 같아 답답하고 불안하고 화가 난다. 아버지가 자신과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재혼하겠다며 새로운 사람을 집으로 들인 것도 불만이다. 용순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의 연속이다. 하지만 용순은 끝장을 볼 생각이다. 자신이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것들에 용을 쓰며 매달리는 용순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애처롭다. <용순>으로 장편 데뷔를 한 신준 감독을 만났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발전시킨 작품인 만큼 감독에게도 <용순>은 끝까지 매달려보고 싶은 그 무엇이었던 모양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대명컬처웨이브상을 수상했다.
-단편 <용순, 열 여덟 번째 여름>(2
[people] <용순> 신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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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웃음)” 한국영화에서 쉽게 도전하지 않았던 타임루프를 소재로 한 영화가 등장했다. 조선호 감독의 <하루>는 반복되는 하루에 갇힌 남자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다. 주어진 시간 안에 실수를 되돌리지 못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사건을 마주해야 한다. 마치 게임처럼 속도감 넘치는 90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끌고 가야 하니, 상당히 정교한 계산과 과감한 연출이 중요했을 것이다. 관객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나뉠 것 같다고 걱정하는 조선호 감독을 첫 언론 시사회가 끝난 직후 만나, 데뷔작을 내놓은 소회와 아이디어의 출발점에 대해 물었다.
-반복되는 하루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2년, 조감독 생활을 정리하고 데뷔를 준비하면서 오래전에 써놨던 메모를 뒤적이다 “끝나지 않는 하루, 지옥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는 문구를 보고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타임루프를 소재
[people] <하루> 조선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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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이 또 돌아갔다. ‘돌아왔다’는 컴백의 의미로 쓰려던 것이 아니다. 그가 전작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 이어 또다시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타임루프 소재의 영화 <하루>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당신 거기 하루만 있어줄래요?’라고 제목을 이어 붙여도 말이 될 만큼 유사한 설정의 영화에 그가 연이어 출연한 이유는 뭘까.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서 새로운 시도에 품은 기대와 반성,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하루를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한 그만의 노력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전작과 설정이 유사한 타임루프 소재 영화에 출연하는 부담감은 없었나.
=전작에서는 내가 직접 시간 이동을 하지는 않는다는 큰 차이가 있다. (웃음) <하루>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땐 너무나 쉽게 읽었다. 두 번째 읽었을 땐 너무 어려웠다. 세 번째에는 헷갈리기 시작하더라. 네 번째 읽으니 자신감이 없어졌다. 그래서 더 해보고 싶어졌다. 내가 이 인물의 감정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
[커버스타] 변요한의 하루는 천천히 흐른다 - <하루> 변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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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를 돌며 의술을 행하던 준영은 정작 딸아이의 생일에 아이를 잃고 만다.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가는 딸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더 끔찍한 건, 준영이 계속해서 딸의 죽음을 목격하기 2시간 전으로 되돌아가서 다시금 딸의 죽음을 목격한다는 데 있다. 악몽 그 이상의 비극적 하루에 갇혀버렸다. <하루>에서 김명민은 이 지옥의 상황을 반복하는 준영을 연기한다. 이러한 서사구조의 특성상 김명민은 같은 장면에서 조금씩 계속해서 달라지는 준영의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연기해야 했다. 보통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2015)로 만났을 때도 도전할 만한 작품에 눈이 간다며 차기작 <하루>의 준비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시나리오를 참 재밌게 읽었다.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고 메시지도 분명하면서 가슴 뭉클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해보고 싶어졌다. 근데 딸아이의 사고가 일어나기 2시간 전으로 계속해서 돌아가고, 또 돌아가는 이야기 구
[커버스타] 철저한 준비, 섬세한 연기 - <하루> 김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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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티셔츠가 더 어울릴 것 같아. 너, 이거 입어보자.” 표지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여러 벌의 옷을 갈아입던 도중 김명민이 변요한에게 화려한 색상의 그림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건네자, ‘이런 티셔츠, 이런 커플룩 처음 입어본다’며 수줍게 웃는 변요한의 얼굴에서 편안한 형, 동생의 기운이 느껴진다.
두 사람이 동시에 비슷한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자, 누군가 뒤에서 버디 형사영화의 주인공 같다고 말한다. 드라마에서 한번 호흡을 맞춘 적 있는 두 사람은 하루가 반복되는 타임루프 소재의 영화 <하루>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하루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절망적 상황에 놓인 인물들을 연기해야 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느라 딸과 소원해진 무심한 의사 아빠 준영과 생계를 위해 아내의 사랑을 잠시 밀쳐내버리는 무책임한 남편 민철은 살아온 삶도 성격도 다르지만 같은 목적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변요한의 표현에 따르면 “마치 샌드백처럼 어떤 연기도 다 받아준” 김명민의
[커버스타] 그들의 하루, 그들의 호흡 - <하루> 김명민·변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