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10년이다. 현우(강하늘)는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그 긴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변호사 준영(정우)은 현우의 사건에 이상한 점들이 있음을 발견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건의 재심을 요청하는 바이다. <재심>(감독 김태윤)의 이야기는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이라 불리는 실화에서 그 모티브를 얻었다.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억울한 심정의 현우를 강하늘이, 월급쟁이 직업 변호사로 출발해 현우 사건에 빠져드는 준영을 정우가 연기한다. 두 배우가 호흡을 맞춘 건 <재심>이 세 번째다. <쎄시봉>에서는 전설의 음악감상실 ‘쎄시봉’의 스타 트리오 멤버로 화음을 맞췄고,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에서는 낯선 이국의 땅에서 정을 나눈 든든한 메이트였다. <재심>에서도 두 사람은 진실을 밝히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한다. 그들의 하모니를 미리 들어봤다.
[커버스타] 하나의 목표를 향해 - <재심> 정우·강하늘
-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케이시 애플렉이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쓰는 동안 루카스 헤지스 역시 신인상과 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하나둘 의미 있는 트로피를 챙겼다. 제22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와 제51회 전미비평가협회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루카스 헤지스는 제89회 오스카 시상식 남우조연상 후보에 생애 처음 이름을 올렸다. 케네스 로너건 감독의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형의 죽음으로 인해 조카 패트릭(루카스 헤지스)의 후견인이 된 리(케이시 애플렉)의 복잡한 마음을 따라가는 영화다. 16살 패트릭은 아버지의 죽음에 크게 상심한 티를 내지 않는다. 아이스하키팀 선수로, 밴드 멤버로 활동하는 패트릭은 두명의 여자친구 사이를 오가며 어떻게 하면 여자친구와 밤을 지샐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는 데 골몰하는 평범한 10대다. 동시에, 언 땅이 녹을 때까지 아버지의 시신을 냉동고에 보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버지가 남긴 배 한척을 스스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who are you] 소년은 자란다, 천천히 -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루카스 헤지스
-
화면의 때깔이 좋다. <더 킹>을 본 이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었다. 후반작업에서 매 컷 화면의 밝기, 채도, 콘트라스트를 매만진 박진호 색보정 기사는 <더 킹>이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이니만큼 그 시대를 연상케 하는 “세피아 계열 모노톤의 색감이 주된 컨셉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톤 다운된 느낌을 지향한 김우형 촬영감독과 경쾌한 느낌을 살리려 한 한재림 감독의 의견을 반영해 “빈티지한 느낌을 살리되 올드해 보이지 않고 세련된 색감”의 절충점을 찾았다. 서사의 흐름에 따라 밝기도 섬세하게 조정됐다. “태수(조인성)가 사법고시를 패스하기 전까지는 밝고 경쾌했다가 펜트하우스에 입성하면서부터는 톤 다운이 되고, 후반부엔 다시 밝아진다. 연대기를 다룬 서사라 가능한 즐거운 작업이었다.”
남자 캐릭터들이 주축이 되는 강한 영화를 유독 많이 맡은 박진호 기사는 <더 킹>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던 작업으로 <범죄와의
[영화人] <더 킹> 박진호 디지털 색보정 기사
-
“폼 나는 다른 전문도 많은데 재심 전문 변호사가 될 줄은 몰랐다”는 박준영 변호사와 “<또 하나의 약속> 이후 또다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만들게 될 줄 몰랐다”는 김태윤 감독이 만났다. 박준영 변호사는 수원 노숙 소녀 살인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사건, 완도 무기수 김신혜 사건의 재심을 맡아 유명한 재심 전문 변호사다. 삼성반도체에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이야기를 다룬 <또 하나의 약속>(2013)을 만든 뒤 김태윤 감독은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영화화한다.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현장 목격자였던 15살 최군이 살인범으로 누명을 쓰고 10년을 복역한 사건으로, 최군은 2016년 재심을 통해 무죄가 입증됐다. 영화는 변호사 준영(정우)과 살인누명을 쓴 청년 현우(강하늘)가 재심을 향해가는 과정을 뜨겁게 그려낸다. 재심을 통해 유명해지고 싶었다는 변호사와 그런 변호사를 영화적 캐릭터로
[씨네 인터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다룬 <재심>의 김태윤 감독, 박준영 변호사
-
-
외계인이 나타났다. 전쟁에 앞서 그들이 왜 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전세계가 하나로 움직인다. 언어학자, 수학자, 과학자가 한데 모여 외계인과 소통하기 위해 연구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컨택트>를 보면 상대방과 의사소통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가 언어라는 걸 알게 된다. 영화에서 외계인의 언어를 연구하는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에이미 애덤스)는 말과 글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체의 모든 기관과 감정을 이용해 미지의 생명체와 대화를 시도한다. 소리로, 손짓으로, 눈빛으로, 호흡으로 절실하게 말을 건네고 진심을 다해 듣는다. <컨택트>의 배우 에이미 애덤스를 만난 건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선을 일주일 앞둔 11월2일이었다. 그때보다 더 소통과 이해가 절실하게 다가오는 지금, 에이미 애덤스와 나눈 인터뷰를 전한다.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한 이유가 있나.
=어떤 것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각본을 본 순간 욕심이 났다.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맨 처음 읽
[people] <컨택트> 에이미 애덤스
-
<산딸기>(2002), <유레루>(2006), <우리 의사 선생님>(2009)의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섬세한 심리묘사와 입체적 캐릭터 구축에 능한 감독이다. 가장 내밀하면서도 보편적인 인물의 심리묘사는 <아주 긴 변명>에서 정점을 찍는 듯 보인다. <아주 긴 변명>은 버스 전복 사고로 아내(후카쓰 에리)를 잃은 인기 작가 사치오(모토키 마사히로)가 같은 날 아내를 잃은 요이치(다케하라 피스톨)와 그의 아들을 만나면서 무너져내린 일상을 복구하는 이야기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니시카와 미와 감독을 만났다. 당시 미처 전하지 못한 영화에 대한 얘기들을 전한다.
-감독인 동시에 소설가다. <아주 긴 변명>은 영화보다 소설을 먼저 선보였다.
=<유레루>나 <우리 의사 선생님>은 영화를 만든 뒤 소설로 책을 냈는데 이번엔 영화를 목표로 소설을 먼저 썼다. 소설은 영화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people] <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감독
-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정 깊은 남자의 전형이 된 정우.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의 ‘쓰레기’로 연기 인생 2막을 연 후, <재심>의 돈도 백도 없지만 정의심으로 움직이는 변호사 준영에 이르기까지 ‘무심한 듯 껄렁해 보여도 강직하고 선한 인간애를 지닌’ 인물로 거듭났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그저 ‘껄렁했던’ 시절이 있었다. <품행제로>(2002)에서 단군파 조직원으로 등장해 준필(류승범)에게 칼을 꽂는 악역부터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의 불량한 동네 형, <짝패>(2006)의 싸움 좀 하는 고등학생 5인방의 리더, <스페어>(2008)의 친구 장기를 팔아먹는 양아치 길도까지, 그의 ‘껄렁함’은 역사가 길다. 사진은 정우가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스페어>로 만나본 7년 전 모습. 앳된 얼굴과 당시 유행하던 ‘날티’나는 긴 구레나룻, 그리고 “어떤 캐릭터든 내가 거기에 다가가기보다 내 안에 데
[메모리] 껄렁함의 변천 - 정우
-
‘가족’이라는 단어는 배우 이요원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말처럼 보였다. 명석한 두뇌와 빈틈없는 말투, 강인한 생존력으로 무장한 이요원의 분신들은 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보다 스스로 유리천장을 깨부수려 하는 자수성가형 인물에 가까웠다. <그래, 가족>의 방송사 기자 수경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 일 잘하는 ‘알파걸’에게도 어찌할 수 없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 앞길을 막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가족이라는 존재의 무거움을 그녀가 어떻게 안고 가는지 지켜보는 건 <그래, 가족>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일 것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전력질주하던 인물에서 벗어나 한층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던 이 영화는 이요원에게 어떤 것들을 남겼을까.
-영화에 출연하는 건 <전설의 주먹> 이후 4년 만이다. 그동안 <황금의 제국>이나 <불야성>처럼 감정적으로 치열하게 연기해야 했던 작품들이 많았다. 차기작으로 가족 드라마를 선택
[액터] 현실의 나처럼 - <그래, 가족> 이요원
-
<싱글라이더>에서 공효진은 한국에 있는 남편 재훈(이병헌)과 떨어져 아들과 함께 호주에서 살아가는 아내 수진을 맡았다. 특별할 것 없는 엄마이자 아내 역이다. 게다가 영화는 재훈의 시선을 좇아 전개되는 만큼 수진 역시도 재훈의 시선에 비친 수진으로 보이는 부분이 적지 않다. 공효진의 입장에서는 수진이라는 인물이 꽤 단조로워 보일 법도 했다. 하지만 공효진은 <싱글라이더>가 만들어가는 재훈의 드라마에 매료되었고, 그렇다면 그 서사의 줄기 안에서 자신이 할 몫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라는 커다란 그림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는 배우의 균형감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한동안 꽤 마음에 파장이 컸다고 말했다.
=다 읽고 났는데 마음이 너무 쓸쓸해졌다. 재훈이 호주로 와서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상반된 수진의 삶을 목격했을 때 그 마음이 어땠을까. 또 이들 가족이 떨어져 지낸 시간만큼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며 살아왔을 것 아닌가. 그 생각을 하니 이 사람
[커버스타]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발견했다 - <싱글라이더> 공효진
-
어떤 배우는 등장과 함께 관객의 마음속 빗장을 풀고 관객을 극으로 이끈다. 그러면서도 관객의 시선이 쉬이 자신의 파장 너머로 흘러가게 내버려두지 않는 자성까지 갖췄다. 이병헌은 그런 배우다. 그는 관객의 신뢰를 끌어안고 관객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방향감각을 잃지 않는다. 이번엔 <싱글라이더>의 재훈을 통해서다. 중년의 증권회사 지점장인 재훈은 부실채권 사건으로 고객들의 인생뿐 아니라 그 자신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잃을 위기 앞에 서 있다. 죄책과 모멸감이 그를 사로잡을 때 재훈은 아내 수진(공효진)과 아이가 있는 호주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생각한 그림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목격하고 지켜본다. <싱글라이더>는 재훈의 무표정 속 표정들, 텅 빈 눈빛 속 무수한 이야기들로 번져나가는 영화다. 이병헌의 미더운 얼굴이 궁금해진다.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마다 이야기 자체가 설득력이 있는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인지를 자문한다고 했다. <싱글라이더&g
[커버스타] 감정을 좇아가는 영화가 좋다 - <싱글라이더> 이병헌
-
인생의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재훈(이병헌)은 한동안 떨어져 지내온 가족이 생각난다. 재훈은 아내 수진(공효진)과 아들이 있는 호주로 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재훈이 마주한 가족의 모습은 그가 상상한 가족의 모습이 아니다. 그는 가까이 갈 수 없어 멀찍이서 아내와 아들을 바라볼 뿐이다. 이주영 감독의 데뷔작 <싱글라이더>는 상실의 한가운데 서 있는 재훈의 시선을 통해 재훈의 가족을 지켜보고 재훈 그 자신을 다시 보게 하는 영화다. 이병헌과 공효진이 각각 재훈과 수진이 되었다. 두 배우가 차곡차곡 쌓아온 그들 각자의 연기 경험 속에서 두 인물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표정과 눈빛의 작은 차이로 세밀한 감정의 묘사에 누구보다 능함을 여러 차례 증명해온 이병헌의 재훈. 생활감을 넘어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공력이 있는 공효진의 수진. 두 배우를 통해 미리 만나봤다.
[커버스타] 상실의 한 가운데 - <싱글라이더> 이병헌·공효진
-
훤칠한 키와 단단하고 너른 어깨, 슈트를 근사하게 소화해내는 자태와 노련한 포즈까지. 모델 출신 배우 공정환은 스튜디오에서 한순간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공조>에서 차기성(김주혁)의 수하로 림철령(현빈)과 맞붙어 밀리지 않는 육탄전을 벌이는 성강 역의 그는 영화 <판도라> <공모자들> <전우치> 등에 출연해온 익숙한 얼굴이지만, 아직 “신인의 마음”을 간직한 배우다. “영화지와의 인터뷰는 처음이라 설렌다”면서도 능숙한 애티튜드로 촬영에 임한 공정환과의 대화를 전한다.
-현빈, 유해진, 김주혁 배우와 <공조> 무대 인사를 돈 소감은.
=13일 동안 200관 정도를 다녔더라. 무대 인사가 처음은 아닌데, 이렇게 많이 다니면서 꽉 찬 관객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나를 아는 관객은 많지 않지만 영화 보고 나면 알아봐주시니까 기쁘더라. 김성훈 감독님께 감사하다.
-<공조>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who are you] 배우를 하면서도 배우를 꿈꾼다 - <공조> 공정환
-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더 킹>에서 의상은 많은 역할을 했다.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기도 하고, 각 캐릭터의 특징을 부각시키기도 했으며, 상승과 몰락을 반복하는 드라마의 굴곡을 강화하기도 했다. <더 킹>의 조상경 의상감독과 함께 의상을 책임진 스튜디오 곰곰의 류현민 의상팀장은 “시대 고증을 바탕으로 하되 촌스럽지 않고 세련될 것”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였다고 말한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처럼 스타일리시한 의상을 레퍼런스로 삼았다. 칼라와 라펠 등은 고증을 따랐지만 1990년대의 슈트바지는 통이 더 넓었어야 하는데, 조인성 배우가 워낙 다리가 길고 말라서 통을 살짝 줄였다. 힙합바지 같아 보이진 않아야 하니까. (웃음)”
두 번째 목표는 검사라는 같은 직업군 내에 있는 캐릭터들의 특징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슈트지만 박태수(조인성), 한강식(정우성), 양동철(배성우)의 차림은 각각 다르다. “태수의
[영화人] <더 킹> 류현민 의상팀장
-
“너무나 오랜만에 돌아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박광현 감독이 데뷔작 <웰컴 투 동막골>(2005)에 이어 두 번째 작품 <조작된 도시>(2017, 개봉 2월9일)를 내놓기까지는 무려 12년의 시간이 걸렸다. 박광현 감독은 지난 3년간 <조작된 도시>에 몰두해왔다. 감독이 두 번째 작품으로 오래도록 가슴에 품었던 <권법>은 그사이 감독의 중요 문서 보관함의 맨 위 서랍에 잠정적으로 올려두고 시간을 기다리는 듯하다. <조작된 도시>는 온라인 게임 속 팀플레이를 하던 팀원들이 게임 밖 현실에서도 하나의 팀이 돼 악당들과 맞서는 영화다. 이야기는 이렇다. 전직 태권도 국가대표였던 권유(지창욱)는 현재 컴퓨터게임에 빠져 사는 백수다. 게임 세상에서 그는 아이디 ‘권대장’으로 불리며 팀 ‘레쥬렉션’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그런 그가 현실 세계에서 누군가의 조작으로 살인범 누명을 쓰게 된다. 이때 게임 속 동료들이 현실의 권유 앞에 하나
[씨네 인터뷰] 작은 권력간의 연대로 이루는 통쾌한 승리 - <조작된 도시> 박광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