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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는 1980년 광주, 그러니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구체적인 시대와 장소가 배경이다. 화자는 서울에서 온 택시기사 만섭(송강호)이다. 때문에 <택시운전사>는 과거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범한 외부인의 눈으로 본 공간을 구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택시운전사>의 미술과 소품은 조화성 미술감독이 이끄는 화성공작소의 작품이다. 그리고 정이진 미술팀장은 8년간 조화성 미술감독과 함께 일해온 핵심 인력이다. 조화성 미술감독이 전체적인 디자인을 총괄한다면, 정이진 미술팀장은 디자인에 따른 각 신의 컨셉을 정리하는 실무를 담당한다. 촬영이 다가오면 소품을 준비하고 디자인에 맞게 인원을 분배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택시운전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소품은 단연 택시다. 당시 광주 택시는 거의 ‘포니’였다고 한다. 후반의 카액션 신에서 다른 포니 택시와 구별되게 하기 위해, 또 좀더 동글동글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브리샤가 만
<택시운전사> 정이진 미술팀장 - 시대와 장소의 분위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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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2013)의 사실적 공포가 준 파장이 컸다. 괴담을 소재로, 도심에 사는 사람들의 공포를 포착한 허정 감독이 다시 괴담에 주목한다. <장산범>은 이미 <숨바꼭질>을 만들 때부터 감독이 주목한 소재다. 부산 장산에 출몰한다는 호랑이 모양의 꽤 디테일한 괴수 목격담은, 가깝게 잡아도 1980년 이후로 막 생겨난 괴담이다. 허정 감독은 사람의 소리를 모사하는 괴생명체인 장산범의 특징을 바탕으로, 한국 공포 장르에서는 자주 취약점으로 일컬어지는 ‘소리의 공포’를 본격적으로 표현한다. 완성도에 있어서 숱한 아쉬움을 남겼던 최근 한국 공포영화들을 떠올린다면 <장산범>은 독특한 소재의 활용, 긴장을 조율하는 전반부의 흡입력,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주목할 만한 공포영화다. 이 장르에 대해서라면 허정이라는 이름을 믿어도 될 이유가 또 하나 추가됐다.
-<숨바꼭질>의 초인종 괴담에 이어 이번엔 장산범 괴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장산범> 허정 감독, "소리에 홀리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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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9월 14일 개봉을 앞둔 <베이비 드라이버>는 올 초가을 한국 극장가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작품 중 하나다. 인터넷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95%의 신선도 지수를 기록한 이 작품은 장르적 재미와 재기 넘치는 유머, 근사한 사운드트랙을 장착한 매력적인 오락영화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뜨거운 녀석들>(2007)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 감독 에드거 라이트는 첫 미국영화 연출작인 <베이비 드라이버>를 통해 보다 큰 무대에서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입증해 보였다. 지난 7월 중순, 에드거 라이트 감독과 <베이비 드라이버>에 관해 나눈 전화 인터뷰를 여기에 옮긴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이 곡으로부터 영화의 모티브를 얻은 건가.
=그렇지는 않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베이비 드라이버>를 좋아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드라이버 캐릭터에 대
<베이비 드라이버> 에드거 라이트 감독 - 매력적인 범죄 액션 영화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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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타워: 희망의 탑>(이하 <다크타워>)을 연출한 니콜라이 아르셀 감독의 이름은 우리에게 아직 많이 낯설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이미 세계적인 팬덤을 이루고 있다. 그는 <밀레니엄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09)과 <미결처리반Q> 시리즈의 각본을 담당했다. 또 할리우드의 스타로 떠오른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매즈 미켈슨이 주연한 <로얄 어페어>(2012)를 연출했다. 니콜라이 아르셀 감독이 <다크타워>에 관심을 두게 된 건 그가 어릴 적부터 스티븐 킹의 팬이었기 때문. 덴마크 언어로 번역된 스티븐 킹의 책이 별로 없어서 독학으로 영어 공부를 하면서까지 그의 책을 모두 읽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자신의 우상이 쓴 작품을 영화화하게 된 건 필연인지도 모른다. <다크타워>의 미국 개봉 5일 전인 지난 7월 31일 뉴욕에서 진행한 아르셀 감독과의 일대일 인터뷰 내용을 전한다.
-<다크타워>
<다크타워: 희망의 탑> 니콜라이 아르셀 감독, “이야기 자체를 새롭게 즐길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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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난 뒤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서울 종로경찰서로부터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받았다. 자유개척청년단이라는 단체가 그를 내란선동죄로 고소한 것이다. 주진우 기자가 쓴 기사나 한 말의 어떤 부분이 내란을 선동했는지, 또 실제로 내란이 있었는지조차도 잘 모르겠으나 그가 쓴 기사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나 보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책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저수지를 찾아라>를 냈다. 에리카 김으로부터 건네받은 BBK 메모 특종을 시작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을 제기한 특종 등 10년 넘게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주변을 집요하게 추적해온 이명박 전문 기자로서, 최근의 싱가포르와 캐나다로 추정되고 있는 이명박의 비자금 저수지 취재를 중간 정리한 책이다. 오후 1시에 약속된 이 인터뷰가 “일곱 번째 약속”이라는 그에게 물었다. 대체 ‘가카’(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그토록 애정(?)을 쏟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재판(서울중
주진우 <시사IN> 기자, "이명박이라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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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기자들 전화다. (웃음)” 스튜디오에 들어온 최승호 감독은 계속 걸려온 기자들의 전화 때문에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최승호 감독을 만난 8월 14일은 <공범자들> 상영금지가처분신청 선고가 예정되어 있었고, 오전으로 예정되었던 선고는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이날 오전, 신청인(MBC 법인, 김장겸 MBC 사장, 김재철·안광한 전 MBC 사장, 백종문 부사장, 박상후 시사제작 부국장)쪽이 “영리 행위를 하기 위해 동의 없이 채권자들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하는 서류를 추가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중앙행정법원 제50민사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영화가 MBC 법인의 명예권은 물론, 김장겸 MBC 사장 등 신청인 5명의 명예권과 초상권,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영화는 사실에 기초하여 공적 인물인 신청자들에 대한 비판과 의문을 제기하고 있을 뿐이며, 신청인들은 MBC의 전·현직
<공범자들> 최승호 감독 - 우리는 질문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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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 지금의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새로운 유형의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런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가 신인류를 대변할 참신한 마스크를 찾고 있다면, 아미아 밀러의 얼굴은 최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녀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신비로움’이었다. 쉽게 읽을 수 없는 표정과 내면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만 같은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아미아 밀러를 바라보는 관객에게 수많은 물음표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는 맷 리브스 감독이 <혹성탈출> 3부작의 3편인 <혹성탈출: 종의 전쟁>을 준비하며 노바 역에 아미아 밀러를 캐스팅한 이유와도 연관이 있다.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자 오래된 이야기의 끝을 장식할 소녀, 노바를 구상하며 맷 리브스 감독은 “매우 감정적일 수 있는, 동시에 매우 본능적인 방식으로 다른 유인원을 연기하는 배우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배우를 찾고 있었다. 당시 11살이었던 아미아 밀러는 시저를 연기한
<혹성탈출: 종의 전쟁> 아미아 밀러 - 이토록 순수한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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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의 조선인 탈주 시퀀스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모든 스탭들이 입을 모아 전하는 가장 고난도의 촬영이었다. 시퀀스의 규모도 규모이거니와 밤부터 다음날 아침 동이 터온 뒤까지 이어지는 영화적 시간을 표현하기가 여러모로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탈주를 시도하는 조선인과 이들을 막으려는 일본인이 벌이는 전투 양상은 빛의 변화에 따라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데이 포 나이트’(낮 시간에 밤 장면을 촬영하는 것)로 촬영된 이 장면의 배후에는 조명팀의 깊은 고민이 있었다. “우리가 태양이라는 자연을 이길 수는 없으니 빛의 변화를 표현하는 건 후반작업팀에 맡기고 좀더 쉽게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연을 이길 수 없다고 해서 타협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성환 조명감독이 이끄는 <군함도> 조명팀은 새벽녘의 어스름함을 표현하기 위해 가로 30m, 세로 12m 폭의 대형 실크천을 촬영장의 상공에 띄워 일광을 막았다. 크레인 두대를 연결해서 천을 띄워야 할 만큼
<군함도> 이성환 조명감독 - 이야기를 돕는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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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범>의 염정아를 보면서, <장화, 홍련>(2003)이 떠올랐다. 자매의 죽음을 둘러싼 새엄마와의 충돌을 그린 서늘한 공포를 통해, 우리는 그간 적어도 ‘연기적’으로 크게 눈여겨보지 않았던 염정아라는 배우를 얻었다. <장산범>은 14년 만에 다시 공포 스릴러물에 도전한 염정아가 본격적으로 끌어가는 영화다. 목소리를 흉내내 사람들을 꾀어내는 ‘장산범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염정아는 도시를 떠나 장산으로 이사 온 주부 희연을 연기한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그녀는, 7살 난 아들이 실종된 아픔을 삭이며 살고 있다. 숲을 헤매던 미스터리한 소녀(신린아)와의 만남, 평화를 위협하는 거센 바람 소리. 염정아가 가진 여전히 날선 이미지들로 포문을 연 영화는 아이를 잃은 엄마의 아픈 내면으로 나아가며 한층 성숙한 배우의 면모를 보여준다. <장산범>으로 또 다른 시도를 한 배우 염정아를 만났다.
-<장산범>에 참여하
<장산범> 염정아, "지금 나이, 내 모습으로 할 수 있는 역할 언제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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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가 요구하는 모든 스펙터클이 그들의 얼굴에 담겨 있다.” <텔레그래프>의 평에서 유추할 수 있듯,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액션블록버스터 이전에 비장한 드라마로 기억될 영화다. 종의 명운을 건 유인원과 인간의 전쟁을 조명한 이 작품의 시각효과는 최첨단 디지털 시네마 기술을 감정의 시각언어로 치환하는 데 성공했다. <혹성탈출> 3부작을 통해 할리우드 시각효과의 놀라운 진보를 입증한 뉴질랜드 시각효과 업체 웨타 디지털의 두 스탭이 한국을 찾았다. 시각효과감독을 맡은 앤더스 랭글랜즈와 라이팅기술감독 임창의가 그들이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마션> 등을 작업한 시각효과 업체 MPC(Moving Picture Company)에서 13년간 일했던 앤더스 랭글랜즈 감독은 이번 작품이 웨타에서의 첫 영화다. 지난 2014년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개봉 당시 한국을 찾아 <씨네21>과 인터뷰를
<혹성탈출: 종의 전쟁> 앤더스 랭글랜즈 감독·임창의 감독 - 폭설 속 몸싸움 장면을 눈여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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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임포턴트 퍼슨(Very Important Person), 줄여서 ‘브이아이피’. 이종석이 연기하는 김광일은 이 작품의 타이틀롤이다. 북한 고위 간부의 아들로 태어나 가질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지며 살아온 광일은 천진난만한 표정 속에 잔혹한 광기를 품은 연쇄살인마다. 20대와 30대를 가르는 경계의 순간, 이종석을 찾아온 이 작품은 그의 이름 석자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듯 보였던 남자영화, 누아르영화라는 키워드를 이종석의 필모그래피에 아로새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남자배우들 사이에 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달라 보인다.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로 여자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는데.
=맞다. 남자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하는 게 정말 재밌더라. 나보다 훨씬 오랫동안 연기를 해오신 분들이다보니 막연하고 추상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연기할 때 쓸 수 있는 것들을 가르쳐주셔서 특히 좋았다.
-남자영화, 누아르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박훈정 감독
<브이아이피> 이종석 - 말간 얼굴에 숨은 잔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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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박훈정 감독의 첫 작품 <혈투>(2010) 주인공을 맡았는데 <브이아이피>에서는 중간에 갑자기 사라지는 캐릭터를 주다니, 이건 좀 너무하지 않냐고 물었다. (웃음)” 박훈정 감독의 사무실에도 자주 놀러갈 만큼 친분이 있다는 박희순이 웃으며 캐스팅 뒷얘기를 전했다. “시나리오 모니터링 결과 영화에서 가장 멋있는 역할이 리대범이었다며 날 유혹하더라. 감독과 오랜만에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합류하게 됐다.” 연쇄 살인마이자 북한 고위층 자제 광일(이종석)을 오랜 시간 추적하는 북한 공작원 출신 리대범이 보여주는 세월에 찌든 모습은 흔히들 생각하는 ‘멋’과는 거리가 멀지 모르겠다. 하지만 박희순에게 직접 들어본 리대범에 관한 이야기는, 박훈정 감독이 그에게 분량에 비해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인물이라 설득하기 충분했다.
-네명의 주연 캐릭터에 해당하는 챕터가 모두 존재할 만큼 각자에게 부여된 역할이 확실한 것 같다. 리대범은 어떤 몫을 담당하는 캐릭터라고 보나.
<브이아이피> 박희순 - 힘을 빼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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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아이피>에서 김명민은 형사 채이도를 연기한다. 이도는 어떻게든 범인을 잡는 게 중요한 인물이다.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에서의 폭력쯤은 용인될 수 있다고 믿는 형사. 그런 이도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사건의 담당 형사가 된다. 살인범이 북에서 온 VIP라는 것을 알게 된 이도는 국정원의 VIP 빼돌리기에 맞서 끝까지 사건을 물고 늘어진다. 박훈정 감독이 펼쳐놓은 폭력의 세계에서 김명민은 전에 없이 거친 인물이 된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김명민표 억척스런 연기는 변함없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하얀거탑>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브이아이피> 홍보석상에서 자처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더라.
=어쩌다보니 진중한 역할을 맡아서 이미지가 고착됐는데, 그 때문에 사람들이 괜히 예의 갖춰 대해주니까 나로선 나쁠 게 없다. (웃음) 원래 성격이 외향적인 편이다.
-<브이아이피>는
<브이아이피> 김명민 - 흔들림 없이, 그러나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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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은 전자담배를 꺼냈다. 6개월 전에 담배를 끊었다가 전자담배로 바꿔 피운 지 2주 됐단다. 한때 1mm짜리 담배는 “목만 간질간질해져서 도무지 담배 같지가 않”아 6mm짜리 독한 담배만 피웠던 그다. 담배 종류뿐만이 아니라 작품을 선택하는 취향과 기준도 변했다. <브이아이피>에서 그가 맡은 재혁은 회사원 같은 국정원 요원이다. 무정부주의자(<아나키스트>(2000)), 남북을 넘나든 전쟁의 희생자(<태극기 휘날리며>(2003)), 남북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탈북자(<태풍>(2005))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었던 전작들을 떠올렸을 때 체제에 충실한 박재혁은 장동건이 이제껏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다.
-전작 <우는 남자>(감독 이정범, 2013) 이후 오랜만인데.
=영화 <7년의 밤>(감독 추창민)과 중국 드라마 <사랑했던 널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를 연달아 찍으며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올해
<브이아이피> 장동건 - 숨길수록 감정은 고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