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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이용한 거짓과 선동, 혐오와 마녀사냥은 서구나 몇몇 선진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필리핀 안티케 지역의 한 가톨릭 고등학교에 다니는 존 덴버(쟌센 막프사오)는 친구들과 축제 때 보여줄 댄스 준비에 한창이다. 연습이 끝나고 하교하려는 존을 붙잡고 미코이는 훔쳐간 아이패드를 내놓으라며 시비를 건다. 억울했던 존은 미코이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다른 친구가 이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존이 아이패드를 훔쳤을 뿐 아니라 친구를 다치게 했다는 내용의 게시글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린다. 이 사건은 학생들 사이를 넘어 학부모, 교사, 경찰 등 어른들의 커뮤니티로까지 번지면서 더 큰 오해를 낳고, 존은 심리적 궁지에 몰린다.
영화는 곤경에 빠진 프로타고니스트의 사정에 관한 이야기 구조의 전형을 충실히 따른다. 들불처럼 번지는 SNS의 특질에 기대어 가짜뉴스를 퍼트려 혐오와 증오를 일으키는 사태의 해악을 다룬 것도 새로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는 저인망으로 사람을 훑듯 하는 SNS
[리뷰] '존 덴버 죽이기', 우리 모두 잠재적 피해자이자 가해자, 스스로를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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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뉴욕 퀸스의 공립학교에 다니며 아티스트를 꿈꾸는 6학년 폴 그라프(뱅크스 레페타)는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백인 남자아이다. 하지 말란 소리를 항시 듣는 말썽꾸러기의 일기장에 자주 등장할 법한 인물로는 해결사 어머니(앤 해서웨이)와 엄격한 아버지(제레미 스트롱)와 내 편인 할아버지(앤서니 홉킨스) 그리고 흑인 친구 죠니(제일린 웹)가 있다. 개학 첫날 선생에게 혼나다 안면을 튼 폴과 죠니는 취향을 공유하고 미래를 계획하며 단짝이 되지만 마약을 같이하다 걸린 뒤 폴의 가족이 그를 사립학교에 보내기로 하면서 둘의 우정은 미지근해진다.
<아마겟돈 타임>은 제임스 그레이 감독이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상상력을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기억에 의존한” 극히 자전적인 영화다. 자신의 과거에서 예술적·정신적 근간을 찾는 작업이지만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도사리고 불평등이 심화되던 1980년 미국 사회를 분명하게 짚어낸다. 자기 연
[리뷰] '아마겟돈 타임', 상실의 계절과 표정에 드러난 감정을 풍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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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서현우)은 태어난 지 21일이 채 안 된 아기의 아빠다. 민간신앙을 유달리 믿는 아내(심은우)는 아기가 있는 집 안을 성역으로 만들고, 위생을 지키듯 부정 타는 것을 철저히 기피한다. 그런 아내가 장례식장에 가겠다는 우진을 말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진은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우진의 전 연인인 세영(류아벨)의 장례식이라는 사실조차 숨긴 채 장례식장의 문턱을 넘는다. 놀랍게도 장례식장에서 우진이 마주한 것은 세영과 얼굴이 똑같은, 그녀의 쌍둥이 언니 예영(류아벨)의 얼굴이다. 이중의 금기를 어긴 우진에게 예정된 것처럼 시련이 닥친다. 아기는 점점 아프고, 예영과 죽은 세영이 겹치는 우진의 환시는 점점 강해진다.
금기를 깬 주인공이 고초를 겪는다는 설정은 공포영화의 클리셰다. 하지만 <세이레>는 저주의 파괴력보다는 우진의 내적 혼돈을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다. 우진의 예견된 하강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현실과 환상을 뒤섞는 투명한 패치워킹 기술이다.
[리뷰] '세이레',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저 헤드’에서 본 듯한 강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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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윤수(김권후)는 은근히 바쁘다. 노트북 앞에 종일 앉아 있는 것 같으면서도 치매인 어머니를 돌보고 과외 아르바이트도 나가야 한다. 안 풀리는 소설,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어머니, 학습 의욕이 없는 과외 학생과 심기 불편한 학부모에 서서히 짓눌리면서 그는 이명에 시달린다. 치매 환자 가족 모임에서 만난 주희(구자은)와의 한담이 특효약 역할을 하지만 효과는 그때뿐 증상은 갈수록 심해진다. 반면 장례지도사 치원(박종환)은 한가하다. 그러나 몸은 편해도 누가 자신을 조종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마음은 영 불편하다. 일에 금세 적응한 신입 은경(이태경) 역시 세상과 자신이 불화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종종 멍해진다.
장세경 감독의 <픽션들>은 불안이라는 단일한 관심 주제에 최대한 가닿고자 노력하는 영화다. 특정 사건으로 생긴 한시적 불안이 아닌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 자체를 탐구하려는 뚝심이 돋보인다. 소설가(윤수)가 사는 현실과 소설 속 인물들(치원과 은경)이
[리뷰] '픽션들', 이야기끼리의 균형과 리듬이 맞지 않아 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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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뛰어난 침술 실력을 지닌 경수(류준열)는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으로, 어의 이형익(최무성)의 도움을 받아 입궁하게 된다. 무엇이 됐든 보지도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말아야 하는 궁궐에서 맹인은 비밀이 많은 이들을 안심시키는 존재다.
하지만 경수 또한 남모를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가 ‘주맹증’이라는 사실. 어두운 곳에서 물체를 인식하기 어려운 야맹증과 달리 주맹증은 빛이 밝게 비출 때 앞을 볼 수 없다. 한마디로 밝은 빛이 내리쬐는 낮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던 경수는 어두운 밤이 되면 앞을 볼 수 있게 된다. 모든 게 무탈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밤, 경수는 소현세자(김성철)가 독살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아무것도 못 보는 줄로만 알았던 맹인이 유일한 목격자가 된 상황. 문제가 조금씩 악화되면서 용의자로 지목된 경수는 억울한 누명을 벗고 진범을 밝혀내고자 눈이 보이는 밤 사이 혼자만의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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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올빼미', 우직한 상상력이 추동한 뒷심 좋은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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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에스토니아가 소련령이던 시절 연기자를 꿈꾸는 일병 세르게이(톰 프라이어)는 공군 기지에서 군 복무 중이다. 어느 날 로만 마티예브 중령(올렉 자고로드니)이 세르게이의 부대로 부임한다. 사진이라는 공동의 취미하에 세르게이와 로만은 가까워진다. 세르게이는 로만의 외부 일정에 동행하기도 하고, 로만의 관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윽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당시 동성간 성적 접촉은 소련군 형법상 불법이었다. 군인의 의무를 저버릴 수 없었던 로만은 세르게이에게 이별을 고한다. 전역 후 세르게이는 연극학도로 연기 공부에 매진하지만 여전히 로만을 그리워한다. 그러던 중 로만은 세르게이를 찾아와 부대에서 만난 루이자(다이애나 포자르스카)와 결혼한다고 말한다. 시절에 의해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둘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랑을 지속한다.
<파이어버드>는 연출의야심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퀴어 로맨스 장르 아래 공군 부대 내 훈련 장면과 비행전 시퀀스,
[리뷰] '파이어버드', 엄혹한 시절의 불같은 사랑에 예상 가능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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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마블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이하 <와칸다 포에버>)는 티찰라 왕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강대국은 왕의 죽음을 틈타 와칸다의 비브라늄을 노린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비브라늄 보유국이자 해저의 비밀왕국 탈로칸을 건드리고 만다. 탈로칸의 왕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는 슈리(레티티아 라이트)에게 함께 전쟁을 일으키자고 제안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와칸다를 먼저 공격하겠다고 위협한다. 블랙 팬서도 없고 아직 충분한 애도도 마치지 못한 와칸다는 강대국과 네이머의 반격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와칸다 포에버>는 채드윅 보즈먼의 죽음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애도한다. 왕의 빈자리를 채우는 건 와칸다의 여전사들이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뽐내는 라몬다 여왕(앤절라 배싯)과 슬픔에 빠져 있는 슈리, 아이언 하트 슈트를 직접 만드는 천재 과학자 소녀 리리(도미니크 손)뿐 아니라 오코예, 나키아, 음바쿠 등이 더해져 여느 히어로물에서도
[리뷰]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와칸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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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민영(황정인)은 급우인 태용 일당에 괴롭힘을 당한다. 방식은 핫도그나 햄버거, 때로는 오물을 억지로 먹이거나 초코우유를 몸에 잔뜩 뿌리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민영은 거식증에 시달리며 자주 속을 게워낸다. 어느 날 괴롭힘의 현장에서 같은 반 이태(윤경호)의 도움을 받아 자리를 피한다. 이태의 은신처를 방문한 민영에게 이태는 트랜스 휴머니즘이라는 개념을 설파한다. 이태는 민영에게 뇌 속 신경세포인 뉴런의 체계를 조작하면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로 재탄생할 수 있으며 거식증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태용 일당에 맞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지만 이 말을 들은 민영은 오히려 더 혼란에 빠진다.
작품은 본격 SF를 표방하지만 내실은 미스터리 구조다. 태용이 감전사한 채 발견된 후 범인 찾기가 시작되는데, 용의자라 할 만한 인물들 중 범인을 확정하기가 어렵다. 트랜스 휴먼의 적임자로 지목된, 두번의 번개를 맞고도 팔 한쪽을 잃었을 뿐 살아남은 동급생 노철(김태영)과 이태, 민영은
[리뷰] '트랜스', 적어도 낯간지럽지 않은 독립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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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결혼식 당일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경찰인 윤(채서진)은 자신의 전공을 발휘해 남편 태영(이이경)을 찾아보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다. 웨딩드레스도 갈아입지 않은 채 태영을 기다리다 잠이 든 윤은 갑작스러운 휴대폰 알림 소리에 깨어난다. 태영의 핸드폰에 설치된 ‘커플 앱’이 위치를 알려준 것이다. 드레스 차림으로 길을 떠난 윤이 도착한 곳은 외딴곳에 언제부터 운영됐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 한 심야 카페다. 자정에 문을 열어 해가 뜨면 문을 닫는다는 이 카페에서 윤은 사라진 태영을 만나지만, 이상하게도 태영은 윤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태영뿐만이 아니다. 알쏭달쏭한 말만 반복하는 카페 주인과 시대를 가늠하기 힘든 인테리어, 그리고 어느 시대 사람인지 알기 어려운 복장을 하고 있는 카페의 다른 손님들까지. 윤은 카페 주인이 제조한 ‘더블 위스키 아이리시 커피’를 마시며 상황을 파악해보려 한다.
<심야카페: 미씽 허니>는 비현실적인
[리뷰] '심야카페: 미씽 허니', 커피냐, 술이냐. 하나만 마시든지, 잘 섞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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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요시자와 료)이 위기를 넘기고 무사히 왕의 자리에 복귀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웃 위나라가 진나라를 침공해온다. 이에 신(야마자키 겐토)은 본격적으로 천하대장군이 되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다. 보병으로 전쟁에 출전한 신은 전장으로 가는 여정에 같은 고향 출신의 미평(오카야마 아마네), 미도(하마쓰 다카유키) 형제와 만나 동행한다. 여기에 택규, 사연을 알 수 없는 고수 강외(세이노 나나)가 합류해 5인조를 이룬다. 위나라 총대장은 과거 진나라 6대 장군에 버금간다는 전술의 천재 오경(오자와 유키요시)이다. 이에 맞서는 진나라 장군은 본능적인 감각이 뛰어난 표공 장군(도요카와 에쓰시)이다. 이미 절반의 보병이 전사한 불리한 전장터에서 신의 부대를 이끄는 장수 박호신은 무모한 돌격 명령을 내린다.
<킹덤2: 아득한 대지로>는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의 속편이다. 8700만부가 넘게 팔린 원작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개봉한 1편은 흥행수익 57억엔을 돌파,
[리뷰] '킹덤2: 아득한 대지로', 더 길어지고 더 커진, 일본만화 영화화의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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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m 높이의 타워 꼭대기에 두 여성이 갇힌다. 베키(그레이스 풀턴)와 헌터(버지니아 가드너)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애초에 이러한 위험천만한 일을 벌인 데에는 사연이 있다. 1년 전 함께 암벽 등반을 하다 추락해 목숨을 잃은 남편 댄을 베키가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것. 당시 현장에 같이 있었던 헌터는 베키의 새로운 시작을 돕기 위해 또 다른 등반을 제안한다. 600m 상공에서 댄의 유골을 뿌리자고 말이다. 그렇게 둘은 꼭대기에서 의식을 치른 뒤 새 삶을 다짐하며 땅으로 내려가려는데 지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인 사다리가 떨어져나간다. 베키와 헌터는 펜스 하나 쳐지지 않은 좁은 공간에서 탈출을 모색하고, 그 모습을 사람의 시체를 파먹는 독수리가 지켜보고 있다.
<폴: 600미터>는 미국과 영국에서 꾸준히 액션영화를 연출해온 스콧 만 감독의 신작이다. 극한상황에 고립된 인물의 처절한 액션을 통해 스릴을 느끼게 되는, <127시간>이나 <47미터>
[리뷰] '폴: 600미터', 107분 동안 꾸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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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곳곳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 전직 해군 출신 강도영(김래원)은 테러범(이종석)이 일러준 힌트를 좇아 폭탄을 제거하기 위해 분투한다. 폭탄에는 특정 데시벨을 넘으면 타이머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이를 알게 된 순간부터 도시에서 쉬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극도의 긴장을 유발하는 소음이 된다. 창문 여닫는 소리,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 골이 들어가자 터져나오는 군중의 환호. 도심 속 흩어진 소리를 기폭장치로 만들 생각을 한 테러범은 도영의 가족마저 인질로 붙잡는다. 가족과 시민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지던 도영은 테러범의 정체를 알아채고, 이윽고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1년 전 도영이 부함장으로 있던 잠수함(한라함)은 국제 해군 훈련을 마치고 귀환하던 도중 갑작스레 출현한 어뢰와 충돌을 피하다 사고가 난다. 누구도 살아 돌아오지 못하리라 예상했지만 도영은 절반의 승조원과 함께 생환한다. 그렇게 도영은 ‘돌아온 용사,
[리뷰] '데시벨', 과잉된 감정이 가려버린 테러의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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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3월, 새로운 시작의 설렘으로 가득한 한국대학교 캠퍼스. 기계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용(여진구)은 친구의 부탁으로 공대 전체 수석으로 입학했다는 소문의 새내기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서한솔(김혜윤). 여학생의 비율이 높지 않은 공대에서 모태 솔로로 지낸 용은 금세 한솔에게 반하고, 그의 관심을 사기 위해 친구로부터 햄(HAM) 무전기를 빌린다. 한편 2022년의 한국대학교. 사회학과 21학번인 김무늬(조이현)는 주변 인물을 인터뷰해오라는 과제를 받지만 어디서, 어떻게, 누구의 이야기를 담을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집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햄 무전기를 꺼내들고 말한다. “시큐 시큐, 제 목소리가 들리나요?”
<동감>은 2000년에 개봉했던 김정권 감독, 유지태·김하늘 주연의 <동감>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20여년의 시차를 둔 두 남녀가 낡은 아마추어 무선기 햄을 통해 서로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는 기본적인 스토리 구성
[리뷰] '동감', 두꺼운 소설책에 보관해둔 꽃갈피를 다시 발견한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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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 관계는 언제나 다층적으로 읽힌다. 애증이란 말로 포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얽히고설킨 탓이다. 수경(양말복)과 이정(임지호) 또한 그렇다. 수경의 날 선 말과 행동이 익숙하단 듯이 이정은 엄마의 분노에 크게 저항하지 않는다. 홀로 분노를 삭이거나 눈을 흘기는 데 그칠 뿐이다. 그런 이정이 기어이 폭발하는 사건이 수경과 함께 장을 보러 간 마트에서 벌어진다. 장을 보고 돌아온 차 안에서 분을 삭이지 못한 수경의 손찌검이 시작되자 이정이 결국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간다. 그런 이정을 수경의 차가 들이받는다. 사고라 말하는 수경과 달리 이정은 평소에도 자기를 죽이고 싶어 하던 엄마의 고의적인 행동이라 주장한다. 이를 발단으로 둘 사이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김세인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연구과정을 준비하며 제작한 영화다. 속옷을 공유할 만큼 내밀한 사이기에 드러낼 수 있는 감정과 각자의 약점을 알기에 할퀼 수 있는 상처들이 낱
[리뷰]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신인감독의 것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예리한 집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