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에리얼(핼리 베일리)의 시선은 계속해서 위를 향해 있다. 바다의 왕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의 딸인 에리얼은 공주라는 신분과 인어라는 종족 특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인간 세상에 관심이 많다. 아빠는 인간의 위험성을 말하며 에리얼의 눈을 가려보려 하지만 수면을 뚫고 들어오는 문명의 불빛까지는 막을 수 없다. 에리얼은 오늘도 어김없이 그 빛을 좇고, 그곳엔 늘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한 인간이 있다. 왕자 에릭(조나 하워킹)이다. 다른 왕족들과 달리 선원들과 함께 배 타는 것을 마다지 않는 에릭은 어느 날 폭풍을 만나 바다에 빠지게 되고, 에리얼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진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마주 보게 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남아 있다. 두 종족간의 뿌리 깊은 불신보다 먼저 이겨내야 하는 것은 앙심을 품은 마녀 우르술라(멜리사 매카시)의 저주다.
<인어공주>는 1989년에 공개되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인어공주>의 실사 뮤지컬영화다. 뮤지컬영화 <시카고>로 오스카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롭 마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미녀와 야수>와 <알라딘>의 실사화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서사는 원작과 다르지 않으나, 시대가 바뀌면서 발생한 가치관의 변화를 적극 반영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그외에는 이렇다 할 이유가 느껴지지 않는 프로젝트이지만 그렇다고 매력이 아예 없는 영화는 아니다. 무엇보다 원작 작곡가 앨런 멩컨의 참여로 리터치된 <Part of Your World> <Poor Unfortunate Souls> 등의 노래가 극장에 흘러나오는 순간만큼은 많은 관객에게 향수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비인간형 CG 캐릭터인 바닷새 스커틀(아콰피나), 붉은 게 세바스찬(더비드 디그스), 물고기 플라운더(제이콥 트렘블레이)의 활약 역시 보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한다. 그에 대비되는 반인반수의 인어 캐릭터들의 모습은 시각효과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애니메이션영화의 존재 이유를 역으로 부각하는 측면이 있다. 베테랑 뮤지컬 배우 정영주와 그룹 뉴진스의 다니엘 등 더빙 라인업은 우리말 버전의 영화를 궁금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