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남자가 피 묻은 돈이 든 차를 몰며 누군가에게 다급히 전화를 건다. 어제 막 해고를 당한 젠산(데이빗 다스트말치안)이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도박장을 찾았다가 우발적으로 사람을 찌른 것이다.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젠산은 연인 루비(캐런 길런)에게 최소한의 짐을 챙겨 나오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황당하게도 약속 장소에 서 있는 루비의 팔에는 처음 보는 갓난아이가 들려 있다. 제발 어딘가에 내버려두고 오라는 젠산과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루비의 다툼과 함께 그들의 도주가 시작된다. 그런 그들을 향해 경찰이 포위망을 좁혀온다.
<천국에서 무덤까지>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스스로 무덤으로 향하게 되는지 로드 무비의 형식으로 그려낸다. 러닝타임의 대부분은 이들이 도주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로 채워져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의 활용에서 테런스 맬릭의 영화가 연상되기도 한다. 두 남녀의 선택과 행동이 쉽사리 납득가지 않을 정
[리뷰] '천국에서 무덤까지' 그들은 왜 무덤으로 갈 수밖에 없었는가
-
고양이 그림에 천착했던 화가 루이스 웨인(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전기 관련 논문을 쓰고 클래식 작곡에도 관심을 두는 등 여러 방면에 호기심을 드러낸 괴짜 같은 인물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장 노릇을 해야 했던 루이스의 집에 에밀리(클레어 포이)가 가정교사로 들어온다. 루이스는 어릴 적 트라우마를 보듬어준 에밀리와 사랑에 빠진다. 가족의 반대, 나이와 신분에 관한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며 결혼 생활을 하던 루이스와 에밀리 앞에 유기묘 피터가 등장한다. 이들이 같이 지낸 시절은 루이스에게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뿐, 에밀리는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상실의 아픔을 고양이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극복하던 루이스는 고양이 피터까지 죽음을 맞이하자 극도의 슬픔에 빠지고 평생에 걸쳐 정신착란과 망상에 시달린다.
영화는 루이스와 에밀리의 만남과 그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묘사하는 전반부와, 에밀리를 상실한 이후 루이스의 삶을 톺아가는 후반부로 나뉜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리뷰] 환영이나마 그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를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
영배(손호준)는 사채를 빌려주고 담보로 잡힌 차량을 압류하는 일을 대신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해외로 넘길 예정인 슈퍼카의 배달을 고향 친구 동식(이규형)에게 맡겼는데, 빚에 시달리던 동식이 차를 들고 도망친다. 문제는 그게 단순한 차가 아니라 보스 서 사장(허성태)의 사업 비밀이 담긴 중요한 물건이라는 것. 서 사장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영배를 쫓고 고향 집에서 덜미를 잡힌 영배는 아버지가 남긴 낡아빠진 스텔라를 타고 도주를 감행한다. 그렇게 영배가 동식을 쫓고 서 사장이 영배를 잡으러 가는, 허술하고 황당한 추격이 시작된다.
<스텔라>는 아버지의 유일한 유산인 스텔라를 타고 잃어버린 슈퍼카를 찾는 과정을 따라가는 코미디다. <맨발의 기봉이>(2006), <형> (2016)을 통해 눈물과 웃음을 함께 선사했던 권수경 감독의 신작답게 이번에도 필승의 공식을 사용한다. 드라마의 축은 역시나 가족이다. 영배는 어린 시절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 대
[리뷰] 얼렁뚱땅 억지로 굴러가긴 하지만 '스텔라'
-
영화는 폭행 혐의로 법정에 선 20살 혜영(김혜윤)의 불량스러운 모습에서 시작된다. 말간 얼굴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문신을 한쪽 팔에 새긴 혜영에게 이 세상은 화나고 짜증나는 일들로 가득한 곳이다. 그에 맞서 그녀는 어느 누구를 만나도 반말은 기본, 욕설과 고성 등 거친 언행을 일삼는다. 그러던 어느 날, 혜영의 지리멸렬한 일상을 송두리째 뒤엎는 사건이 일어난다. 중국집을 운영하던 아버지 본진(박혁권)이 남의 차를 훔쳐 달아나다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의 차에 치인 두명의 피해자는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한다. 어린 동생 혜적(박시우)을 돌보는 한편, 아버지의 사고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던 혜영은 예기치 못한 진실을 마주한다.
박이웅 감독의 장편 데뷔작 <불도저에 탄 소녀>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투박함을 동력 삼아 힘껏 돌진하는 영화다. 혜영의 거친 성격과 요령 없는 대처 방식, 그에 대한 세상의 반작용 등 껄끄럽고 불편한 부분들
[리뷰] 절박함이라는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돌진하다 '불도저에 탄 소녀'
-
-
생화학 박사 마이클 모비우스(자레드 레토)는 어렸을 때부터 희귀 혈액 질환으로 고통받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겐 유년 시절 고향에서 만난 형제 같은 친구 마일로(맷 스미스)가 있는데, 마일로 또한 모비우스와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 둘은 힘을 합쳐 자신들이 앓고 있는 희귀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일생을 바치기로 한다. 모비우스는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의 뛰어난 재능을 활용하고, 마일로는 자신의 부유한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자금을 지원한다.
그러던 중 모비우스는 흡혈박쥐의 DNA에서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하고, 자신의 몸에 직접 임상시험을 감행한다. 그 결과 병의 완치뿐만 아니라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얻게 되지만, 주기적으로 피를 섭취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부작용도 얻게 된다. 모비우스의 흡혈에 대한 갈망은 점점 더 심해져가고, 통제력을 완전히 잃게 되는 것이 두려운 모비우스는 사태를 수습해보려 노력한다. 그런데 그때 모비우스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
[리뷰] 피 터지고 피 말리는 자레드 레토의 열연 '모비우스'
-
극심한 가뭄이 말라붙게 하는 것은 땅만이 아니다. 비가 내리지 않은 지 324일째가 되어가는 호주 키와라 지방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연방경찰 소속인 에런(에릭 바나)이 그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2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장례식의 주인공은 에런의 오랜 친구인 루크(샘 콜렛). 루크의 부모가 에런에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달라고 부탁해오자 에런은 홀로 조사에 나선다. 그런 에런을 향해 마을 사람들은 대놓고 부정적인 시선을 던진다. 왜냐하면 에런 역시 20년 전 동네 친구 엘리의 죽음에 연루됐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에런은 루크의 죽음을 파헤쳐가며, 동시에 과거 자신이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던 일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드라이>는 과거의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 남자의 시선으로 한 마을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영화다. 2016년 출간된 제인 하퍼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며, 원작자가 창조한 가상의 마을 ‘키와라’에 대한 묘사와
[리뷰] 극심한 가뭄이 말라붙게 하는 것은 땅만이 아니다 '드라이'
-
포틀랜드 전쟁 참전용사 토니(테리 스톤)는 클럽 사장의 손자를 구한 것을 계기로 일자리를 얻는다. 클럽 문지기 일에 충실하던 토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뻗고 기지를 발휘해 순식간에 손님들을 끌어모은다. 그의 뛰어난 사업 수완을 눈여겨본 마약 판매상 팻(크레이그 페어브래스)이 동업을 제안하고, 욕심이 생긴 토니는 더 큰 판에 뛰어든다. 클럽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두 조직간의 대립이 불거지기 시작한다.<라이즈 오브 더 풋솔져: 오리진스>는 <라이즈 오브 더 풋솔져>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다. 시리즈의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 토니 터거의 과거를 조명한다. 영화는 1995년 영국 레텐던 지역에서 3명의 마약상이 죽임을 당한 ‘에식스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때에 1980~90년대 클럽과 마약 산업이 번성하던 영국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영국의 지역성과 갱스터들의 날것의 느낌이 비교적 잘 드러나 있고, 영국 축구선수 출신
[리뷰] 클럽과 마약 산업이 번성하던 혼란스러운 그 시절 영국 '라이즈 오브 더 풋솔져: 오리진스'
-
스페인 마드리드, 사진작가 야니스(페넬로페 크루스)는 법의학 인류학자 아르투로(이스라엘 엘레할데)를 만난다. 야니스는 아르투로의 도움으로 자신의 고향에 있는 집단 무덤의 유해를 발굴하고 싶어 한다. 그곳엔 야니스의 증조부를 포함하여 스페인 내전 당시 희생당한 이들이 암매장되어 있다. 시간이 흘러 아르투로와의 사이에서 아기를 갖게 된 야니스는 병원에서 홀로 출산을 준비하다 10대 임신부 아나(밀레나 스밋)를 알게 된다.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정서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우정을 나누는데, 출산 후 자연스레 연락이 끊긴다. 어느 날, 자신과 아나의 딸이 뒤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된 야니스는 이 사실을 모르는 아나와 우연히 마주치고,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인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22번째 장편영화 <패러렐 마더스>는 두 싱글맘의 ‘뒤바뀐 아이’ 멜로드라마와 스페인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감독 특유의 역동성과 색채로 유려하게 엮어낸다. 두 여성을 중심으로 탄생과 죽음
[리뷰] 어제와 오늘, 너와 나를 잇는 죽음의 집단 기억 '패러렐 마더스'
-
김은희 작가의 역작, 드라마 <시그널>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일본 드라마가 극장판으로 확장돼 나왔다. 원작에서 이제훈과 조진웅의 역할에 해당하는 장기 미제 사건팀 사에구사 켄토 경장(사카구치 겐타로)과 오야마 타케시 경사(기타무라 가즈키)는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다가 사에구사 경장이 있는 2021년에 벌어진 고위 인사를 대상으로 한 테러 사건을 계기로 다시 무전기로 소통한다. 자신이 머무는 2009년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은 오야마 경사는 사에구사 경장과 함께 사건 사이의 연결점을 추적한다.
<극장판 시그널>은 원작과 일본 드라마에서 확장해 독립된 이야기를 노린다.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 가스 테러를 모티브로 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가상의 약물 테러 사건을 중심에 두는데, 테러 사건을 저지하는 것보다 권력의 흑막에서 벌어진 사건 뒤처리의 음흉한 비밀을 파헤치는 일이 더욱 중요하게 다뤄진다. 그런 점에서 리메이크와 극장판을 유발한, 무전기로
[리뷰] 드라마와 액션 다 잡으려다 모두 잃었다 '극장판 시그널'
-
1990년 1월22일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은 ‘민주자유당’이란 이름으로 3당 합당을 발표한다. 소속 의원들은 3당 합당에 반대하는 한편 3김 체제를 청산하자고 주장한다. 합당으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의원들은 이후 제15대 총선에서 낙선한다. 산으로 강으로 정처 없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음식점을 차리기로 의기투합하고 97년 3월 ‘하로동선’이란 이름의 고깃집을 개업한다.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오며 가게는 잘 풀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이들은 정치 일선으로 복귀를 꾀하며, 가게에는 경백(서진원)만 남게 된다.
<하로동선>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함한 낙선 의원들이 합심해 1997년 개업한 ‘하로동선’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극중 이름을 달리했지만 서진원 배우가 맡은 경백은 다름 아닌 노무현이다. 영화는 경백의 식당 운영 스타일에서 노무현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엿볼 수 있게 연출한다. 식당은 일종의 대한민국 축소판으로, 가게로 찾아오는
[리뷰] 노무현의 정신보다 백종원의 코치가 시급하다 '하로동선'
-
승현(김동완)은 변변한 거처 없이 스마트폰 수리 업체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고객들이 맡긴 스마트폰에서 이른바 B컷을 찾아내 이를 빌미로 돈을 뜯어내는 생활을 한다. 늦은 밤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의문의 여성이 승현을 방문한다. 그녀는 거액을 제안하며 망가진 스마트폰의 데이터 복구를 요청한다. 승현은 그녀가 꽤 유명했던 배우 민영(전세현)임을 알아차리고 팬심을 바탕으로 제안을 수락한다. 데이터 복구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과 다름없었다. 복구된 데이터에는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 태산(김병옥)이 아내 민영을 학대한 증거가 들어 있었던 것. 민영은 태산의 정적과 내통해 증거를 발표하려 하고, 태산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이를 막으려 한다. 우연히 이 진흙탕 싸움에 휘말린 승현도 이제 안전할 수 없다.
영화는 스마트폰 개인정보 유출같이 사회문제가 됐던 몇몇 사건을 소재로 삼는다. 그렇다고 세태를 고발하는 작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영화의 시작을 여는 데 ‘B컷’이라는 범죄 요소가 활
[리뷰] 영화는 C컷 'B컷'
-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이 없었던 임재춘씨는 다니던 공장에서 정리해고된 이후 성격이 바뀌기 시작한다.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 것이다. 한 회사에서 30년 동안 기타를 만드는 기능공으로 일했던 그는 이제 무대에 서는 배우가 된다. 레이스 원피스를 입고 오필리아로 분한 그의 모습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온다. 늦은 밤까지 대사를 암기하고 동선을 숙지하는 재춘씨는 어째서 실직한 마당에 이런 생활에 뛰어들게 된 것일까.
<깔깔깔 희망버스> <나쁜 나라> <시 읽는 시간> 등 독립다큐멘터리를 연출해온 이수정 감독의 신작 <재춘언니>는 동료들과 밴드를 결성해 음악을 연주하고 매일 생활 수기를 쓰는 재춘씨의 예술적이자 정치적인 일상에 동참한 다큐멘터리다. 그는 가장 노릇을 하지 못해 두딸에게 미안한 마음을 거두지 못하면서도, 딸들이 말리는 시위 현장으로 벌써 8년 넘게 발걸음을 옮긴다. 이미 만성이 된 실직 상태에 체념의 정
[리뷰]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쓰고 연주하는 굳은살의 시간 '재춘언니'
-
신원 미상 변사체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진호(유연석)는 강연차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 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에게 도움을 청한다. 알리스의 지문 복원 기술을 통해 변사체의 신원을 파악한 진호는 이 사건이 국제 장기 밀매 조직과 관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진호가 선배 형사(성지루) 등 동료들과 함께 수사에 나선 사이, 잔인무도한 핵심 조직원(김우형)을 중심으로 전달책(최무성)과 성형외과 의사(이승준) 등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장기 밀매 범죄를 저지른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며 친해진 진호와 알리스는 언어의 벽을 뛰어넘는 특별한 감정을 쌓아나간다. 한편, 알리스를 돕는 통역사 미숙(예지원)은 알리스 곁에서 수사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만의 고민에 빠진다.
드니 데르쿠르의 범죄 스릴러 <배니싱: 미제사건>은 장르적 쾌감보다는 프랑스 감독의 눈에 비친 한국의 익숙하고도 낯선 풍경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영화다. 전달책과 그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오래된 주택에서
[리뷰] 생경한 풍경 위에서 피어나는 로맨스 스릴러 '배니싱: 미제사건'
-
공유될 수 없는 슬픔의 형상은 놀랍도록 얌전하고 고요하다. 그러나 바다 위에 얼어붙은 빙하가 일순 부서져내리는 것처럼, 슬픔 역시 종종 마음 깊은 곳에서 굉음을 내며 우리를 집어삼킨다. <사랑 후의 두 여자>에서 남편을 잃고 그의 외도 사실까지 알게 된 메리(요안나 스찬란)는 그렇게 난폭한 침묵의 시간에 잠겨 있다. 영국계 백인 이슬람교도인 메리는 급사한 남편 아흐메드의 장례를 마친 다음날, 휴대전화 기록을 통해 아흐메드에게 아주 오래된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버에서는 영국인 메리와 다정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칼레에서는 프랑스인 주느비에브(나탈리 리샤르)와 동거한 것이다. 파키스탄인인 아흐메드의 신앙을 따라 종교를 개종하고 어느덧 “히잡을 쓰지 않은 날보다 쓴 날이 더 많은” 메리의 삶은 이토록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뒤에도 짐짓 어제와 같이 흘러간다. 메리는 분노하고 기절하는 대신 단정히 몸을 씻고 기도를 올린 다음 여행 가방을 들고 칼레로 떠난다. 14
[리뷰] 불온해서 정확한 어떤 연결에 대하여 '사랑 후의 두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