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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넘긴 여성들의 최대 고민은 무엇일까. 성적 욕구? 경제적 독립? 사랑? 현실에서는 결혼이 이 세 가지 고민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가장 안전한 길이라 인식되지만, 사실 결혼은 이 모두를 불만족 상태에 머무르게 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는 모든 고민을 해결해줄 동화 속의 왕자님이 결코 존재할 수 없음에도 여전히 그 왕자님과의 결혼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수많은 그녀들의 이야기에는 성과 경제와 결혼이 함께 붙어다닌다. 그것이 과장된 성 그 자체만 존재하는 남성 중심적인 ‘침대 이야기’들과 다른 점일 것이다. 역시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영화의 내용은 여성의 성이 아니라 위의 고민을 한번에 해결하려는 여성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들로 채워진다.
별다른 준비도 없이 갑작스런 독립을 하게 된 세 여성들. 그녀들에게는 480유로와 낡은 차 한대뿐이다. 부동산을 전전하지만 그 돈으로는 마땅한 집을 찾을 수 없다.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보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결국 그
싱거운 신데렐라 성공담, <걸스 온 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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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라2>의 영어 제목은 도덕적 죄를 뜻하는 ‘The Sin’이다. 타이어 제목 또한 ‘불륜’ 혹은 ‘간통’을 의미한다. 미리 말하면, <잔다라2>는 <잔다라> 속편이 아니다. <잔다라>는 적나라한 성애묘사로 1966년 출판죄자 곧 판금됐던 타이의 소설. 2001년 흥행감독 논지 니미부트르의 동명의 영화 또한 검열위원회의 3심을 통해서야 개봉 허가를 받아냈을 정도로 뜨거운 문제작이었다. 한국에서 개봉한 몇편의 타이영화 중 <잔다라>는 종려시의 육체를 앞세운 탓에 제법 인지도가 있는 편. 그런 후광을 빌리기 위해서였을까. 타이엔 없는 타이영화 <잔다라2>가 한국에서 개봉하게 됐다.
재밌는 건 수입사가 제멋대로 붙인 제목이지만, 내용이 턱없이 다르진 않다는 점. 영문 모르면 현대판 버전 혹은 속편이라고 믿을 법도 하다. <잔다라>에는 매맞고 자란 저주받은 아들 잔이 커서 아버지의 둘째부인 분령과 정을 통
<잔다라>의 가짜 속편, <잔다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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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USA 선발대회는 1편에서 끝났다. 다시 미인대회에 나갈 수는 없을 테니, 샌드라 불럭이 반짝거리는 보석에 명품 핸드백을 들고 미모를 뽐낼 기회는 없어진 것일까? 그럴 리가. <미스 에이전트> 때 기미를 보인 샌드라 불럭의 공주병 증세가 본격적으로 개화한다. <미스 에이전트2: 라스베가스 잠입사건>에서 그레이시(샌드라 불럭)는, 미스 USA 대회로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현장근무를 하기가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세계 평화에 앞장서는 초절정 인기녀 그레이시가 실연을 당했다는 것. 미인대회 우정상에 빛나는 그녀는 전편의 미남 수사관 에릭(벤자민 브랫)에게 차인다(그것도 전화로). 상사가 현장 근무 대신 제안하는 것은 ‘FBI 홍보요원’이 되라는 것. 실연을 당해 만신창이가 된 그레이시는 상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FBI의 ‘얼굴’이 된다. 한편, 너무 터프해서 팀워크에 문제가 있는 여자 수사관 샘(레지나 킹)은 그레이시와의 마찰 끝에 그레이시가 TV쇼에 출연해
여성 버디무비, <미스 에이전트2: 라스베가스 잠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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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클루리스> <엠마>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통해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오만과 편견>을 각색한 <신부와 편견>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형식(뮤지컬)과 문화권(인도)을 초월해 사랑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다 차다 감독의 <신부와 편견>이 극장과 TV, 동시 개봉이라는 특이한 형태로 소개된다.
인도 암리차르의 박시 가문에는 아름다운 네딸이 있다. 박시가의 어머니는 네딸을 돈 많은 집에 시집보내느라 혈안이 되어 있는데, 이들 앞에 부유한 독신남 발라지(네이븐 앤드루스)와 다아시(마틴 핸더슨)가 나타난다. 큰딸 자야는 발라지와 첫눈에 반해 사랑을 키워가지만, 미국의 호텔 재벌 다아시는 둘째딸 랄리타(아이쉬와라야 라이)와 서로 끌리면서도 티격태격한다. 박시가의 어머니는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영화의 발리
인간이라면 응당 누려야 할 즐거움, <신부와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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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린이 관객을 타깃으로 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가장 기본적인 성공요건은 무엇일까?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산만한 어린이들을 90분여 동안 그 작품에 몰입시킨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난제를 풀기 위해 일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원작이 만화이고 TV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극장용으로 제작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유희왕>은 1996년 일본 만화주간지 <소년점프>에 연재한 이래 총 38권의 단행본과 총 224화 분량의 TV시리즈, 게임소프트 회사 코나미에서 출시되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희왕 카드게임’ 등의 원천소스가 된 만화이다. 극장판 <유희왕>은 원작 만화의 시작과 똑같이 학교에서 거의 왕따 수준의 나약한 소년 ‘유희’가 게임가게를 하는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천년퍼즐을 풀면서 ‘어둠의 유희’가 등장하게 되는 시점에서부터 출발한다. ‘유희’가 천년퍼즐을 풀자 5천년 전 세상의
원작 팬들에 대한 확실한 팬서비스, <유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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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집을 나갔다. 장남 아키라(야기라 유야)는 ‘동생들을 부탁한다’는 쪽지를 힐끔 보고는 엄마가 남긴 돈을 꼼꼼히 세어보고, 바로 밑의 여동생에게 당분간 엄마가 안 올 거라고 일러준다. 동생도 놀라는 기색없이, 세탁기를 마저 돌린다. 그렇게 계절이 세번 바뀌었다. 돈은 진작 떨어졌고, 전기도 수도도 끊겼다. 처음으로 다 같이 외출하던 날, 그들은 아스팔트 보도 틈에서 솟아난 잡초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누가 버리고 갔나봐. 불쌍하다.”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거둬들인 잡초에 이름을 붙이고 정성껏 보살핀다. 기왕이면 먹을 수 있는 야채를 키우지 그랬니, 엄마의 새 주소로 찾아가면 됐을 텐데, 하는 탄식어린 충고는 부질없다. 그건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궁핍하고 위태로워 보이긴 해도, 아이들의 우주는 그 자체로 싱그럽고 풍요롭다.
17년 전 도쿄에서 있었던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강조하는 것처럼 “
슬프지만 아름다운 성장의 기록,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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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엔 세 가지 이야기가 포개져 있다. 하나는 매를 맞으며 돈을 버는 퇴물 복서, 다른 하나는 소년원에서 권투로 갱생하는 복서 이야기이며, 그리고 마지막은 둘이 만나서 싸우는 이야기이다. 류승완 감독의 체취가 물씬한 것은 당연히 소년원 복서 이야기이다. <주먹이…>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그리고 <피도 눈물도 없이>에 이은 막장 인생 3부작이라 부를 만하다. 아니 이것은 <죽거나…>의 류상환(<주먹이…>에서도 류상환)의 성장담이다.
<죽거나…>와 <피도 눈물도…>에서 류승완은 이전의 한국영화에 없던 감수성을 보여주었다. 발이 부르터라 뛴 취재기록이거나 직접 살아본 체험이 아니면 건져내기 어려운 막장의 느낌, 그리고 기습적으로 내지르는 펀치 같은 별난 캐릭터들(이를테면 <죽거나…>의 깡패 태훈)은 젊은 작가 류승완의 훈장 같은 것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폭력교사를 두
굴곡진 삶과 그 안에 숨겨둔 희망, <주먹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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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삶에 대한 미련을 보여주는 증거일까 아니면 엄정한 선택의 결과물일까. 이에 대해 영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색다른 소재로 동시대의 욕망을 예민하게 포착했던 김영하의 동명원작과는 전혀 다른 대답을 들려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인물, 한번도 자신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본 적이 없는 행위예술가 마라(추상미), 사랑이 게임인 양 거짓 속에 진심을 담는 호스티스 세연(수아), 쿨한 죽음을 동경한 끝에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폭주족 커트(최성호)는 조금씩 다른 이유로 죽음을 곁눈질한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헐거운 연결고리로 작가이자 카운슬러이며 자살도우미인 S(정보석)가 등장한다.
아마도 감독은 원작의 아우라를 최대한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고심했을 것이다. 마라와 세연은 소설 속 미미와 유디트와 거의 유사하고, 우연한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는 커트는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다. S가 베니스에서 만나는 홍콩 여자의 에피소드는 마라와 세연의 에피소드에 분배되
시효가 다한 소재와 진부한 방식,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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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은 역설적인 제목이다. 우연히 어떤 사건으로 인생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온갖 위험의 구덩이에서 허우적거려야 하는 주인공의 상황을 표현하는 역설이자, 안타까움의 표시이기도 하다. 고급 호텔 매니저급으로 일하고 있는 김선우(이병헌). 일명 김 실장으로 통하는 이 사내가 실제로 하는 일은 호텔 강 사장(김영철)의 오른팔 격인 해결사다. 호텔 영업에 물의를 일으키는 자들이 있을 때마다 그는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며 강 사장의 신임을 얻는다. 한편, 조직 내 왼팔 격인 문석(김뢰하)은 호시탐탐 김선우를 쓰러뜨릴 계획만 세운다. 어느 날 보스는 김 실장을 불러 한 가지 부탁을 한다. 3일 동안 출장을 가는데 그 사이에 자신의 어린 정부를 감시하라는 것. 만약 다른 남자와 어깨라도 스치는 것 같으면 알아서 처치하라는 것. 그러나 김 실장은 잠깐 본 강 사장의 정부 희수(신민아)에게 마음을 뺏기고, 명을 어긴다. 그 즈음, 백 사장(황정민)파와 세 싸움을 하던 김선우는 백
지나치게 스타일만 강조한 누아르, <달콤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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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화염, 장엄한 음악, 그리고 불굴의 희생정신.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스펙터클과 몸집을 집어삼킬 듯한 물줄기를 들고 휘청거리는 소방관의 긴장만으로도 ‘화재영화’들은 충분히 영화적이다. 그러나 언제나 거기까지다. 이 자연적인 볼거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뻔한 구조와 진부한 영웅담만이 남기 때문이다. <리베라 메> <싸이렌>이 그랬듯 <래더 49> 역시 같은 길을 걷는다. 다만 전작들에 비해 특이할 만한 점을 찾는다면 <래더 49>에는 아무런 갈등의 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인물들간의 갈등에 기댄 특별한 극적 구조가 없다는 사실이 이 영화 전체를 설명해주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대형 화재 현장에서 시민을 구하고 불길 속에 갇힌 소방관 잭 모리슨(와킨 피닉스)은 부상을 입고 쓰러진다. 그의 의식이 점차 흐릿해질수록 지나간 과거의 추억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신참 소방관 시절의 도전정신, 사랑에 빠져 꾸린
긴장감 없는 화재영화, <래더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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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단단히 결합된 쌍둥이 남매와 그들 사이에 끼어든 소년. <몽상가들>의 전제는 장 콕토의 중편 <무서운 아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전후 프랑스의 악마적인 청춘들을 차갑게 묘사한 <무서운 아이들>과는 달리 <몽상가들>은 혁명의 한복판에서 자신들만의 낙원을 건설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몽정기’에 더욱 가깝다.
<몽상가들>은 이자벨과 테오, 매튜가 홀린 듯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앙리 랑글루아가 시네마테크 관장직에서 해임되고 68혁명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아파트 안에 틀어박힌다. 그들은 이제 흑백 여배우 사진 앞에서 자위하거나 ‘모션퀴’를 통해 영화 지식을 시험하고, 자살을 시도할 때조차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린다. 그건 거의 오로지 영화를 향한, 영화에 의한 시간(屍姦)처럼 보인다. 그들에게 삶의 리얼리티와 혁명은 관념 속에서만 존재하는, 좀더 정확히 말하면
영화에 취하고 사랑을 갈망하던 스무살, <몽상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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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할리우드. 미국의 어느 지역이 아니다. 이곳은 스페인 남부 알메리아 지방의 사막 한가운데 차려진 영화 세트장으로 숱한 스파게티 웨스턴영화가 촬영된 곳이다. 서부극의 지위만큼이나 쇠락해버린 이곳엔 일군의 사람들이 깃들어 있으니, 한때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조지 C. 스콧의 대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는 훌리안(산초 그라시아)을 비롯한 스턴트맨이 그들이다. 여기서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한줌도 안 되는 관광객을 상대로 서부극의 한 장면을 쇼처럼 재연하는 것. 이 한가로운 동네에 훌리안의 손자 카를로스(루이스 카스트로)가 찾아오면서 <800 블렛>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카를로스와 훌리안이 가까워질 무렵, 엄마 라우라(카르멘 마우라)가 아들을 찾아 이곳을 찾아온다. 역시 스턴트맨이었던 남편이 시아버지 훌리안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는 라우라는 ‘꿩 먹고 알 먹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난항을 겪고 있던 테마파크의 부지로 이곳을 선택해 비즈니스 문제도 해결하고
21세기 유럽에 구현한 남성들의 원더랜드, <800 블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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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날고 팝아트풍의 크레딧과 크림의 몽환적인 <White Room>이 흐른 뒤, 화면에는 일본 나가사키 사세보항의 철조망 앞에 선 야자키 겐스케(쓰마부키 사토시)가 등장한다. 야자키가 학교의 소문난 얼짱인 야마다(안도 마사노부)와 친해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출발. 희대의 거짓말쟁이, 말만 앞서는 순발력의 제왕 야자키와 책임감의 화신 야마다는 랭보를 통해 쉽게 단짝이 된다. 축제를 꿈꾸는 야자키의 야심은 8mm카메라를 빌리러 간 전공투 사무실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얼떨결에 이루어낸 바리케이드 봉쇄의 현장에서 포만감을 느끼는 그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대가가 기다린다. 열일곱살 소년에게 아름다운 소녀야말로 혁명의 깃발이다. 소년은 그 깃발을 따라 바리케이드 봉쇄, 무기정학, 축제를 기꺼이 겪어낸다. 주인공 야자키에게 개벽천지란 사회주의의 완성이나 인민의 해방이 아니다. 그저 영어연극반의 마츠이 가즈코(오오타 리나)의 연인이 되는 것만이 그의 ‘레종 데 트르(존재의
“즐기는 자가 이긴다”, <69 식스티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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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일은 평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저울을 닮았다. 양쪽에 공평한 무게를 올려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사랑에 성공하면 일이 엉망이 돼 있고, 일에 몰두하면 사랑은 지친다. 내놓고 자랑할 전성기도 없이 은퇴기를 맞이한 테니스 선수가 한 여자를 만나면서 커리어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지레 ‘영화니까 가능할’ 어떤 한 가지 결론을 상상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한 고비, 한 고비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두개의 트로피를 모두 거머쥐는 인생. 이 점에서 영화 <윔블던>도 사랑과 일 중 적어도 한 분야에서는 절룩거리는 만인을 위한 싱그러운 판타지다.
피터 콜트(폴 베타니)는 커리어의 석양을 바라보는 영국의 테니스 선수다. 생애 최고 전적은 세계 랭킹 11위. 지금은 119위로 풀썩 내려앉았다. 부유한 아낙네들의 시간강사가 되어 선수 말년을 정리하는구나 싶었던 그는, 정말 운이 좋게도, 와일드 카드(출전자격을 따지 못했지만 특별히 출전이
퇴물 선수의 소심한 내면의 목소리, <윔블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