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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란실바니아의 귀족 엘리자베스 바토리(줄리 델피)는 어머니의 강압에 못 이겨 헝가리의 나다스키 백작과 결혼한다. 20년 뒤 전쟁 영웅이었던 남편이 죽자 그녀의 위세는 외려 더 높아지고, 그녀의 미모와 재력을 탐내는 남자들이 줄줄이 청혼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모두 거절한다. 얼마 뒤 그녀는 무도회장에서 젊은 남자 이스트반(다니엘 브뤼)을 만난다. 그에게 반한 그녀는 사랑을 약속하지만 이스트반은 얼마 뒤 떠난다. 이스트반의 배신 이후 늙음을 한탄하던 그녀는 갖가지 피의 기행을 벌인다.
엘리자베스 바토리. 612명의 처녀를 살해한 뒤 그 피로 목욕했다는 중세의 괴물. 허영심과 폭력에 전염된 이 광기의 실존 인물은 유럽에선 단골 소재였다. 1970년대 <네크로폴리스> 이후 1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자신의 영지에서 과일을 훔친 소녀의 몸에 꿀을 발라 벌에 쏘여 죽게 하는” 등 이 무시무시한 백작 부인의 고문 기술은 쾌락을 위한 악
악녀 엘리자베스 바토리의 만행 재현 <카운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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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 현상을 연구하는 교수 메리 플로레스쿠(소피 워드)는 죽은 자들과 세상의 통로라고 믿어지는 한 저택의 신비를 조사하는 중이다. 메리는 죽은 자들과 대화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이먼 맥닐(조나스 암스트롱)이라는 학생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녀는 사이먼과 함께 저택에 가서 초자연 현상을 분석하기로 한다. 젊고 잘생긴 사이먼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메리는 그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러는 와중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북 오브 블러드>는 영국 호러 작가 클라이브 바커가 만들어낸 신화의 첫머리에 해당하는 <피의 책>을 원작 삼아 만든 영화다. <피의 책>은 클라이브 바커를 일약 유명하게 만든 <피의 책들> 단편집 6권 중 1권의 첫 번째 단편소설이다. <피의 책>은 클라이브 바커의 무시무시한 세계를 여는 첫 번째 관문일 뿐 아니라 그의 <피의 책들> 시리즈의 근간을 이루는 서
‘피의 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북 오브 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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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스티븐(잭슨 라스본)은 강의 중 퀘이드(숀 에반스)를 만나 친구가 된다. 퀘이드의 제안으로 학기말 과제로 ‘두려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결정한 두 사람은 또 한명의 친구 셰릴(핸느 스틴)과 함께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자신이 겪은 가장 두려운 일’을 인터뷰하는 동안, 퀘이드는 자신이 겪은 어린 시절 끔찍한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의 두려움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이상행동을 시작한다.
<드레드>는 사건을 통해 공포를 조성하는 방식이 아닌, 각 사건을 통해 ‘공포란 무엇인가’를 추적해나가는 작품이다. 공포의 근원은 간단하게도 자신이 가진 상처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정의되던 공포는 개개인의 끔찍한 경험과 결합되는 순간,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맞춤형’ 공포로 다가온다. 고기를 혐오하는 채식주의자에게 고기만이 주어진다거나, 감추고 싶은 외모의 약점을 이용하여 수치심을 극대화한다거나, 끔찍한 차사고를 당했던
‘맞춤형’ 공포 <드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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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영화주간이다. 금주의 개봉작 중 열혈 마니아들이 열렬히 기다렸던 <뉴문>과 <에반게리온: 파(破)>의 개봉이 눈에 띈다. <시크릿>은 <세븐데이즈>의 각본을 쓰며 주목받았던 윤재구 감독의 데뷔작으로 언제나 감초 이상의 카리스마를 뽐내는 류승룡을 눈여겨볼 만하다. <시간의 춤>은 <깃> <마법사들>의 송일곤이라는 반가운 이름과 쿠바의 정경이 한데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북 오브 블러드>와 <드레드>는 낯익은 배우들은 없지만 계절과 무관한 공포영화가 나란히 개봉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간다. 두 작품 각각 클라이브 바커가 제작을 맡거나, 원작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카운테스>는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줄리 델피의 존재가 눈에 띄지만 그 이상의 놀라움은 없으며, 1930년대 상하이를 무대로 한 <사랑에서 영혼으로>의 여명은 <매란방>에서의 모습과
[금주의 개봉영화] 풍성한 영화주간 <뉴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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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가문은 아직 죽지 않았다. 고교 음악교사 홍무혁(이범수), 동생인 고교생 찬혁(장기범), 대학교수 아버지 홍만석(박인환), 어머니 명애(김자옥)는 밤이 되면 의적 활동을 벌이는 홍길동 가문의 후예다. 그들은 요즘 정재계를 손에 쥐고 흔드는 건담 오덕후 이정민(김수로)의 비자금을 훔쳐 서민을 돕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이정민과 홍길동 가문을 동시에 파고드는 검사 재필(성동일)이 홍무혁의 연인인 연화(이시영)의 오빠로 밝혀지고, 게다가 무혁을 돕던 정보원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무혁은 연화와 결별하고 이정민의 본거지로 직접 파고들기 시작한다.
한국형 슈퍼히어로 영화를 만드려는 시도는 몇번인가 있었다. 이를테면, 류승완의 <아라한 장풍대작전>이나 김수로 주연의 <흡혈형사 나도열>이 새로운 한국형 히어로물을 향한 시도였다 할 법하다. <홍길동의 후예>는 좀더 직접적으로 미국의 히어로물을 한국화하려는 영화다. 장소가 한국
미국의 히어로물을 한국화한 영화 <홍길동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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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현빈)는 도망친 남자다. 치매에 걸린 엄마, 도박에 빠져 매일 동생에게 돈을 요구하는 형에게서 벗어나 정신병원으로 도망쳤다. 과대망상증을 얻은 만수는 자신의 부모가 스위스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부자이고, 자신이 서명만 하면 모든 종이가 수표가 된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한편, 만수의 담당간호사인 수경(이보영)은 도망치고픈 여자다.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둔 그녀 역시 병원비와 카드고지서에 시달린다. 게다가 한때 사랑했던 동료의사는 아무런 배려가 없다. 만수와 수경은 서로의 고통을 조금씩 알아보고, 약간의 위로를 나눈다.
영화는 머리를 묶는 수경의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언뜻 봐서는 간호사인지, 환자인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 이어 그녀가 만수를 바라볼 때, 얼굴이 드러난다. 두 남녀는 같은 얼굴을 가졌다. 갈라진 입술, 내려앉은 다크서클, 푸석한 피부. 만수와 수경은 서로의 거울이다. 영화는 만수가 과대망상에 이르기까지의 사연과 수경의 고달픈 생활을 정교하게 교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행복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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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소년 라이조는 비밀 닌자 양성집단 ‘오즈누’파에 거둬져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며 인간 병기로 키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자유를 갈망하며 조직에서 탈출을 감행하다 무참히 살해된 첫사랑 소녀로 인해 라이조의 마음도 변한다. 조직을 탈출한 라이조(정지훈)는 조직을 와해할 복수를 준비한다. 한편, 정치적 암살사건 추적 중에 닌자 조직의 정체를 알아차린 유로폴 요원 미카(나오미 해리스)가 이들의 실체를 파헤치려 나선다. 라이조는 닌자의 표적이 된 미카를 도와 자신의 분노를 폭발시킨다.
<닌자 어쌔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건 배우 정지훈의 개인사에서 운명적인 만남이기도 하지만, 한국 배우가 ‘워너브러더스’의 로고가 뜬 영화에 메인타이틀로 등장하는 첫 영화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의미를 가진 영화이기도 하다. 정지훈은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대니얼 헤니나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의 이병헌의 매
비판에 앞서 아쉬움이 먼저 남는 영화 <닌자 어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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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임씨는 새벽부터 밥을 짓는다. 식당을 연 지는 몇년 됐지만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아직 버겁다. 제리 K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힙합 뮤지션 김진일씨는 첫 솔로 음반 작업 중이다. 그는 최근 불안 증세 때문에 신경정신과를 다녀왔다. 민주노동당에서 일하는 활동가 안성민씨는 정파간 갈등으로 인한 당의 분열을 목도하고 괴로워한다.
<샘터분식>은 다른 말로 하면 ‘마포일기’다. ‘불안해’를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20대의 힙합 뮤지션. ‘사생활 없고’, ‘돈 안되는 고민’만 하는 지역 활동가. 비싼 커피값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백반 500원 가격인상은 주저하는 분식집 사장님. <샘터분식>은 마포 일대, 홍대 근처에서 살고 있는 세 사람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일기라고 했지만, 카메라는 내밀한 속사정까지 죄다 들추진 않는다. 주부였던 분식집 사장님이 무슨 연유로 식당을 열게 됐는지 알 수 없다. 힙
마포 일대에 살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 <샘터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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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정국(정우)은 일명 ‘짱구’로 불린다. 집안의 골칫덩어리인 짱구는 대학에 가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폼나는 ‘싸움짱’을 꿈꾼다. 같은 반에는 불량기가 다분한 친구들이 있고, 학교에는 험상궂게 생긴 선배들이 많다. 게다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폭력서클도 있다. 나이다운 객기로 사고를 치며 살던 어느 날, 짱구는 학교 폭력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유치장을 다녀온다. 돌아온 학교에서 짱구를 보는 시선은 달라져 있다. 서클에서 그를 영입하려는 유혹은 더욱 거세진다.
<바람: Wish >(이하 <바람>)은 주연배우인 정우의 학창 시절이 모티브가 된 영화다. 정우의 본명인 김정국과 별명인 ‘짱구’가 그대로 등장하고, 그가 살았던 옛집과 다녔던 학교에서 촬영했으며 심지어 그의 친구도 출연했다. 이성한 감독은 정우의 이야기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을 발견한 듯 보인다. 선생님에게 맞고, 친구와 어울리고, 몰려다니며 시비를 붙는 등 정우의 사연
색다를 것 없는 남의 일기장 <바람: W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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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공급할 에너지를 채취하기 위해 달 기지 ‘사랑’(기지 곳곳에서 한글로 적힌 ‘사랑’을 볼 수 있다)에서 근무하는 샘 벨(샘 록웰)은 지구 귀환 2주를 앞두고 달 표면에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다. 갑자기 기지 안에서 깨어난 샘은 컴퓨터 거티(케빈 스페이시)의 명령을 무시하고 바깥으로 나가고, 사고를 당했던 그 자리에서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발견한다. 그는 또 다른 샘 벨이다. 정체성 혼란을 느끼는 두명의 샘은 힘을 모아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다.
<더 문>의 첫 인상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솔라리스>와 닮아 있다. 우주에서 정체성을 상실한 인간과 고도의 지성을 가진 존재 또는 기계가 등장하는데다 정적인 영상과 음악이 음울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문>은 이런 고전 SF영화를 단순 재연하려는 게 아니다. 영화가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건 비교적 초반부 또 다른 샘이 등장하면서다. 이런
잘 쓰여진 SF 단편소설의 느낌이 나는 영화 <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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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 우철(배건식)은 3년차 백수다. 취직도 안되고 어머니의 잔소리에도 지쳐 혼자서 망우공원 용마천 약수터를 찾는다. 대학 시절 딱 반년 동안 배운 무술 정합도의 기본 동작을 연습하던 그를 보고 약수터 근방 주민들은 무술 고수로 오해한다. 카드빚에 시달리던 이벤트 도우미 화순(김태인)은 에어로빅 강사로 새 출발하기 위해 약수터에 온다. 주민들은 최근 약수터에 부쩍 늘어난 수상쩍은 노숙자와 치한, 강도 등을 물리치기 위해 우철을 보디가드로 채용할 생각을 하고, 화순은 자신의 새 출발을 위해 우철을 이용하려 한다.
총제작비 3800만원, 17회차 촬영, 촬영장비는 HD캠 F900H 1EA 외 전무, 야간장면 촬영 1일을 제외하고는 조명장비 전무, 서울 중랑구청의 전폭적인 지원. <약수터 부르스>는 ‘독립영화’의 카테고리보다 ‘저예산 지역영화’로 표현하는 쪽이 더 정확할 것이다. 중랑구 망우공원 용마천 약수터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은 서울 한복판에도 이런
약수터 소동극 <약수터 부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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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출소한 한 남자가 잔인하게 살해당하자, 수사팀은 이 사건이 14년 전 발생한 한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하고 당시 담당형사였던 한동수(한석규)를 찾아간다. 그는 당시 피해자의 아들이었던 김요한(고수)이 연루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 역시 당시 사건을 무리하게 조사하던 중 아들을 잃은 아픈 과거가 있다. 한편, 유미호(손예진)는 한 재벌 총수와 결혼을 꿈꾸고 있는데 그녀에게서 석연치 않은 과거의 흔적이 발견되기 시작하고, 그 배후에 요한이 있음이 드러난다.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이하 <백야행>)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은 물론 일본에서 이미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국내 팬에게 익숙한 작품이다. 그러다보니 <백야행>은 먼저 원작과 다른 결말을 도출하기 힘든 만큼 손예진의 캐스팅에 절반 가까운 비중의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 이야기를 바꿀 수 없다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냐는 원초적인 호기심과 기대 말이
폭넓은 관객을 소구하려는 몸부림 <백야행: 하얀 어둠속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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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우편배달부’ 재준(영웅재중)은 죽은 연인에 대한 원망어린 편지를 보내려 하는 하나(한효주)를 만난다. 남겨진 사람들이 쓴 편지를 천국에 먼저 간 이들에게 배달하고 그들의 답장을 지상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게 자신의 일이라 소개하는 재준의 말이 믿기지는 않지만 하나는 그와 동업하게 된다. 부인을 잃은 남편, 자식을 잃은 아버지를 만나 땅으로 꺼져가는 한숨을 건강한 삶의 에너지로 바꿔놓는다. 둘의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재준의 정체도 서서히 밝혀진다.
아이돌의 영화 도전이 더이상 새로운 이슈는 아니라 하더라도 영화 포스터에 큼지막하게 찍힌 그 이름에 눈길이 멈추는 건 어쩔 수 없다. <천국의 우편배달부>는 영웅재중의 이름에 크게 기댄 영화다. 영화의 주요 타깃층은 당연히 영웅재중 혹은 동방신기의 팬들이다. 그들에겐 ‘영웅재중이 연기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그가 기대치 않은 호연을 펼쳐 진짜 영웅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서툰 연기를
영웅재중의 이름에 크게 기댄 영화 <천국의 우편배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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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런 직장과 젊음, 미모를 지닌 스물여덟살의 베로니카(사라 미셸 겔러)가 자살을 결심한다. 도무지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어서다. 치사량의 수면제를 삼킨 그녀는 2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빌라트라는 정신요양원에서 깨어난다. 원장 블레이크 박사(데이비드 튤리스)는 되살아난 베로니카에게 약물로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은 심장이 일주일 안에 멈출 거라고 통보한다. 요양소에서 하릴없이 죽음을 기다리게 된 베로니카는, 실연의 상처를 안은 클로에, 공황장애를 앓는 마리 등 다른 환자들과 접촉하며 자신을 되돌아본다.
권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베로니카는 자기 앞에 놓인 무의미한 길을 굳이 완주할 의욕이 없다. “누군가를 적당히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겠지. 그러나 몇년 지나면 남자가 바람을 피울 거야. 나는 남녀 둘 다 죽여버리겠다고 고함을 치겠지. 그러나 몇년 뒤 같은 일이 다시 터지면 이번엔 모른 척 넘어가겠지. 자식들이 나와 달리 살길 바라겠지만 한편
인간 내면의 변화 묘사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