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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이후 4년 만에 찾아온 배창호 감독의 <여행>은 청량하고 시원한 한 줄기 바람 같다. <여행>은 <여행> <방학> <외출>의 세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뚜렷한 상징이나 연결고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는 감독의 말처럼 통일된 서사로 연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연결고리의 중심에는 제주도라는 공간이 있다. 영화는 제주도를 찾아온 사람들과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길가기로 가득하다. 건국대 제자들과 함께 찍은 첫 번째 단편 <여행>은 공모전을 앞두고 사진 촬영을 위해 제주도를 찾아온 대학생 남녀의 자전거 여행을 담았다. 당시 중2였던 딸과 같이 시나리오를 썼다는 <방학>은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여중생 수연이 엄마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제주도 현지에서 캐스팅한 배우들의 구수한 사투리와 입담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배창호 감독의 부인인 김유미씨가 주인공 은희로 출연한 <외출&g
청량하고 시원한 한 줄기 바람 같은 영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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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깡패 같은 애인>은 별 볼일 없는 삼류 건달 얘기다. 그러고 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많다. 일단 <파이란>(2001)에서 조직 후배에게 무시당하면서도 입만 살아 오락실을 전전하던 강재(최민식)와 무척 닮았다. 한창때 같이 구르던 친구 용식(손병호)이 어느덧 보스로 성장한 상황도, 이제는 동네에 전단지를 붙이고 다니며 친구(박원상) 밑에서 뒤치다꺼리를 하는 처지도 비슷하다. 말하자면 모두가 꺼려하는 쓸모없는 남자다. 대신 교도소에 갔다 오면 조직의 ‘에이스’가 될 수 있을 거란 부추김에 기꺼이 누명을 뒤집어썼지만 그건 그냥 없던 얘기가 됐다. 그저 적당히 체념하고 살아야 편한 게 세상이다. 요즘 영화들 중에서는 양익준의 <똥파리>(2008)가 떠오른다. 조직 내에서는 늘 함께 다니는 어린 후배(권세인)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사적으로는 욕을 좀 덜하고 여자친구에게 좀더 나긋나긋하고 귀여운 ‘나이 든 똥파리’가 바로 박중훈이라고 할까.
조직에서 거
매끈하고 새끈한 로맨틱코미디 <내 깡패 같은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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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라이즈 선셋>은 달라이 라마 14세와의 만남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그에 관한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를 취합하거나 그의 지난 세월을 되짚어보는 형식이 아니라, 그저 달라이 라마와 함께했던 아주 특별한 하루의 기록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러닝머신을 달리고 신성하고 경건한 큰 절 ‘오체투지’와 기도, 명상의 시간을 가지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카메라와 내레이터는 가만히 그의 일상을 좇으며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고, 또한 달라이 라마의 설법이 시작되면 가만히 경청한다.
다큐는 종종 저속촬영의 영상으로 휙휙 지나가는 주변과 사물의 속도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윤회론에 따를 때 14번째 생을 맞은 달라이 라마에게는 같은 시간이 14배나 빠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는 우리 범인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카메라는 그가 지내고 있는 다람살라 주변의 사람들의 모습, 비폭력의 아이콘이지만 늘 무장경찰이 호위하지 않으면 안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리고 “5시간
달라이 라마 14세와의 만남을 그린 다큐멘터리 <선라이즈 선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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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는 ‘영화, 한국을 만나다’ 프로젝트의 네 번째 작품이다. 이미 서울, 춘천, 인천을 배경으로 한 윤태용의 <서울>, 전계수의 <뭘 또 그렇게까지>, 문승욱의 <시티 오브 크레인>이 개봉했다. <그녀에게>의 무대는 부산이다. 부산은 독창적인 풍광과 도시적 정체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에서는 ‘경상도 사나이 장르’의 노스탤지어적인 무대로만 소비되어왔다. 부산이 열렬히 충무로에 로케이션을 지원하고도 남는 장사는 해본 적 없단 소리다. <그녀에게>는 프로젝트의 목적에 맞게 부산이라는 도시의 풍광을 열심히 담아낸다. DSLR 인기 출사지는 다 나온다.
그런데 김성호(<거울 속으로>) 감독은 부산이라는 도시를 근사한 병풍 이상의 주요한 장치로 극 속에 끌어올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그녀에게>는 무대가 어디라도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영화감독 인수(이우성)는 부산에서 혜련(한주영)이란 여
‘영화, 한국을 만나다’ 네 번째 프로젝트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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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파코 플라자 감독이라고 하면 어딘가 알 듯 모를 듯 아리송한 이름이다. 리얼TV 다큐 프로그램을 소재로 했던 공포영화 <REC>(2007)의 공동감독이었다고 하면 아마 기억이 날 것이다. 단독 연출작 <세컨드 네임>(2002)으로 판타스포르투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는 그는 자우메 발라게로 감독과 공동 연출한 <REC>로 해외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에는 그 인기에 힘입어 발라게로 감독과 <REC> 속편까지 만들었다. 발라게로 감독이야 <네임리스>(1999)로 혜성처럼 등장해 할리우드까지 진출해서 <다크니스>(2002)를 만든 경력도 있으니, 파코 플라자 그 혼자만의 실력이 어떤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REC> 이전에 연출한 2004년작 <더 헌터>가 나름 해답이 될 것 같다.
1851년,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 숲에는 늑대들이 들끓고 사람들이 하나둘, 연이어 실종된다. 마을 사람들은 숲에
가끔 인간으로 변하는 늑대 <더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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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의 원작이 제작되던 당시, 1960년대 대한민국의 하녀는 리얼리티였다. 피아노가 있는 이층집, 단란한 가족. 쪽방에 거처하며 집안일을 돕는 하녀는 이들의 ‘행복’을 완성하는 필요조건이었다. 부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던 당시 한국인에게 이 정도는 노력하면 가질 수 있는 실제의 ‘부’였다. 2010년, 대한민국에 ‘하녀’는 사라졌다. 일당제 가사도우미는 물리적 일은 하되, 더이상 예전 하녀를 하녀라 부르던 시절에 보았던 주종의 관계에 매이지 않는다.
임상수 감독은 이렇게 이미 사라진 이름 ‘하녀’를 스크린에 불러온다. 원작의 ‘있을 법한’ 부유층에서는 설명하기 힘든 죽은 역할인 하녀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최상의 부를 재현하기로 한다. 주말드라마에서 조악한 소품과 세트로 구현되던 이른바 ‘재벌’의 실체는 제작비 31억원이라는 물량을 투여받고 화면에 제대로 구현된다. 한국식 된장찌개가 놓인 밥상도, 여느 집안의 TV 시청 소음도 완벽히 차단된 공간. 유럽의 대저택에서나 볼 수
밑바닥까지 파헤쳐진 가진 자들의 본성 <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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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작품으로서 시(poem)는 ‘아름다움’이지만 문학 형식으로서 시(poetry)는 ‘아름다움을 향하는 자세’에 속한다. 이창동의 신작 <시>는 명백히 포에트리에 관한 이야기다. 완성된 하나의 시(포엠)는 정제된 언어의 조합인 동시에 피어오르는 직관의 언어다. 지극히 이성적인 도덕의 영역과 비범한 직관의 세계가 하나 되었을 때 비로소 온전한 시가 탄생한다. <시>는 이 완성된 아름다움을 완결된 영상으로 담아내기보다 아름다움의 의미는 무엇인지 좇는 질문으로 가득 차 있다. 관객이 영화의 행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각자의 방식으로 질문에 답하는 ‘순간’ 시가 탄생하고 <시>도 완성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와 소설은 다르다. 소설이 서사를 통해 메시지를 실어 나르는 데 주력한다면 시는 공백의 공간에서 삶과 아름다움의 의미를 묻는다. 그래서 <시>는 결정된 서사가 아닌 미지의 질문에 관한 영화다. 의사가 나이를 묻자 65살이라고 했다가 이
아름다움의 의미는 무엇인지 좇는 영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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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배우 가운데 로버트 칼라일만큼 대책없는 아빠의 대명사도 없을 것이다. 영화 <풀 몬티>에서 연기한 가즈는 무능력한 이혼남이었다. 그는 아들과 전 부인에게 좀더 멋있는 남편이자 아빠가 되고자 옷을 벗었다. 무모한 도전이지만 극중에서 가즈의 아들은 아빠의 도전을 응원했다. 1980년대 남부 웨일스를 배경으로 한 <아이 노우 유 노우>의 아빠는 더 대책없고, 아들은 더 어른스럽다. 11살 소년 제이미(애런 풀러)의 아빠는 여행사 직원을 가장한 영국의 비밀첩보원이다. 여름휴가를 함께 보낸 뒤 아빠 찰리(로버트 칼라일)는 다음 임무만 성공하면 큰돈을 벌어 미국에 가서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허황된 꿈처럼 보여도 언제나 자상한 아빠의 말은 제이미의 기대를 키운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이미는 따라오지 말라는 아빠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찰리의 임무에 동참한다. 아들이 다칠까 두려운 아빠는 속이 타지만, 아빠를 좋아하는 제이미는 신이 난다. 결국 서로를 사랑하는 부자는 죽이
아버지의 사랑과 그에 대한 아들의 연민 <아이 노우 유 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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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하게 말하면, ‘영화, 한국을 만나다’ 프로젝트는 KBS <1박2일>의 영화 버전이다. 다섯명의 감독들이 국내 주요 도시를 배경으로 특별한 정서와 각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담았다. 윤태용(<서울>), 전계수(<뭘 또 그렇게까지>)에 이어 세 번째로 관객과 만나는 문승욱 감독의 <시티 오브 크레인>이 택한 도시는 인천이다. 한국을 떠나려고 해도, 한국에 들어오려고 해도, 누구나 인천을 거쳐야 한다. 밀물과 썰물처럼 만남과 이별이 수없이 교차하는 인천에서 문승욱 감독은 무엇을 발견했을까.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 바타르는 인천의 명물이다. 그는 대공원에서 짝 잃은 두루미를 달래는 춤을 추는 기인으로 유명해졌다. 게다가 백화점 건축 현장 사고 때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까지 한다. 지역방송사에서 리포터로 일하는 예진은 인터뷰를 시도하지만, 바타르는 무슨 일인지 황급히 도망친다. 바타르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방송사
로드무비이자, 페이크다큐멘터리 <시티 오브 크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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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향연(feast)처럼 펼쳐놓는 영화다. 네 커플이 주인공이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브래들리(그렉 키니어)는 아내(셀마 블레어)가 갑작스레 레즈비언임을 선언하며 집을 떠나자 홀로 남겨진다. 젊은 연인 오스카와 클로에(알렉사 다발로스)는 서로 열렬히 사랑하지만 생활을 지탱할 여력이 없다. 그들은 커플 포르노를 찍어 돈을 벌려 한다. 다이애나는 홀로 된 브래들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오랫동안 불륜 관계를 유지해온 데이비드가 있다. 가족에 대한 상처가 있는 노교수 해리(모건 프리먼)는 세 커플의 주변인으로서 그들을 관조한다.
<피스트 오브 러브>는 인생의 여러 단면들을 촘촘하게 묶어 하나의 정교한 작품으로 완성해낼 줄 아는, 전형적인 로버트 벤튼표 영화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우연으로 심경의 변화를 겪고, 그로 인해 한층 더 성장하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벤튼의 전작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와 <
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향연 <피스트 오브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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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들의 합창>의 주인공은 평범한 가장이다. 타조농장에서 열심히 일하여 하루하루 먹고사는 가난한 가장이지만, 귀여운 아이들과 착한 아내는 그를 마냥 행복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시험을 앞둔 청각장애인 큰딸의 보청기가 고장난다. 수리를 하거나 새 걸로 교체해야 하는데, 어마어마한 가격이 문제다. 설상가상으로 타조 한 마리가 도망치는 바람에 아빠는 농장에서 쫓겨나고 만다. 우연히 오토바이 택시 운전 일을 시작하게 된 그는, 지금까지와 달리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도시생활에 점점 젖어들고, 한편 아이들은 아빠를 돕기 위해 붕어 장사를 시작할 계획을 세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나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지적이고 풍성한 영화들로만 이란영화를 단정지어선 곤란하다. <천국의 아이들>로 잘 알려진 마지드 마지디는 할리우드 장르영화를 연상케 하는 스피디한 스토리 진행과 감각적인 화면, 단순하고 명료하게 형상화된 인물을 내세우며 이란 대중영화의 가능성을 충
침묵의 이미지가 빚어내는 힘 <참새들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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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폭격은 못해도 고집 하나는 대한민국 1%다. 이유미(이아이) 하사는 여성 최초로 해병대 훈련 과정을 1등으로 통과한 것도 모자라 남자들만 갈 수 있다는 해병대 특수수색대를 자원한다. 최고 중의 최고가 되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해병대에서 훈련을 받다가 죽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어서다. 그렇게 애를 써가며 특수수색대에 들어갔지만 그녀에게 군생활은 험난의 연속이다. 얄궂은 성적 농담을 실실 해대는 사병들과 선배 부사관들을 상대해야 하고, 만년 꼴찌 3팀의 팀장을 맡아 수색 작전을 잘 이끌어야 한다. 또 진급을 노리는 욕심 많은 왕 하사(임원희)의 견제도 신경써야 한다. 금녀의 공간인 해병대에 들어간 이상 그녀가 감수하고 극복해야 할 일이다.
영화는 이유미가 군 생활에 적응하는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군 생활의 자잘한 풍경을 그리고 있다. 탄알이 사라져 소대 내부가 발칵 뒤집힌다거나 통닭이나 과자로 사병의 마음을 뒤흔드는 모습들은 군 생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배우
금녀의 공간인 해병대에 들어간 그녀 <대한민국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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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아쉬움만 남는다고 하고, 또 누구는 여전히 설렌다고 한다. 이처럼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저마다 다르다. 세편의 단편들이 모인 옴니버스영화 <첫사랑 열전> 역시 각기 다른 모습의 첫사랑을 그린다. 첫사랑을 하면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밑바닥 인생을 청산하려는 의지를 가지게 되고(<종이학>), 말 못할 어떤 사연(?)으로 어쩔 수 없이 이별하지만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재회하고(<한번만 다음에>), 그리고 이미 지나간 첫사랑 때문에 안타까워한다(<설렘>).
각기 다른 세 가지 사연을 그리고 있는 <첫사랑 열전>은 세편의 완성도 또한 제각각이다. <종이학>은 어딘가에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다. 구질구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남자가 첫눈에 반한 여자를 위해 애쓰는 내용은 그간 드라마나 뮤직비디오에서 얼마나 우려먹었던가. 보는 내내 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다. <한번만 다음에>
각기 다른 세 가지 사연의 첫사랑 <첫사랑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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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용근 감독의 ‘원 나잇 스탠드’는 따뜻한 위로의 하룻밤이다. 시력을 잃어가는 청년은 매일 밤 짝사랑하는 여대생을 스토킹한다. 청진기로 여대생의 샤워 소리를 훔쳐 듣고, 그것만으론 모자라 여대생이 버린 스타킹을 뒤집어쓰고 냄새를 맡는다. 여대생을 필사적으로 떠올리기 위한 청년의 안간힘을 안쓰럽게 훔쳐보는 또 한명의 여자가 있다. 낮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여자는 무슨 이유에선지 좀처럼 집밖에 나서지 않는다. 여자의 동정과 연민은 결국 청년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청년과 여자는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세상을 보지 못하는 남자와 자신을 숨기고 싶은 여자는 상대의 허기진 욕망의 보충물로 자신을 기꺼이 제공하고, 두 변태 남녀의 하룻밤은 결국 놀라운 기적을 낳는다.
이유림 감독의 ‘원 나잇 스탠드’는 끝모를 의심의 하룻밤이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변호사는 후배 커플과 함께 동반 여행을 가는 꿈을 꾼다. 꿈속의 아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섹스를 거부하고, 심지어 서울로 돌아오는
서울독립영화제가 사전 제작지원한 옴니버스영화 <원 나잇 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