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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슬로우 비디오’를 보듯 포착해내는 놀라운 동체시력을 가진 ‘환자’, 여장부(차태현)는 이 기이한 능력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따돌림을 받으며 자란다. 가족 이외에 친구 한명 없이 성장한 장부는 경찰 CCTV통제센터에서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하루 종일 CCTV 속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며 즐거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화면 속에서 우연히 소년 시절 첫사랑과 똑 닮은 수미(남상미)를 발견하고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그녀에게 점점 다가간다. 불쑥불쑥 찾아와 이해 못할 드라마 속 대사들을 던져대는 투박한 장부가 수미도 싫지만은 않다.
<헬로우 고스트>로 성공을 거두었던 ‘김영탁(감독)+차태현(배우)’ 콤비의 야심 찬 두 번째 작품이지만, 그 시너지가 충분한지는 다소 의문이다. 게다가 흥행 사례를 오해해 학습한 탓일까? 무엇으로 웃기고, 어떻게 의외의 사건들을 배치하며, 어디에서 감동을 주어야 할 것인가의 선택이 누구나의 생각범위 안에 고스란히 놓여 있다
김영탁+차태현 콤비의 두번째 작품 <슬로우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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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의 윤민철(박해일)은 방송국 시사 교양 프로그램 <PD추적>의 프로듀서다. 저돌적이고 판단력이 좋은 이 분야의 전문가다. 그에게 중대한 제보 하나가 들어온다. 인간배아줄기세포 복제 성공으로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생명공학계의 영웅 이장환(이경영) 박사의 연구 발표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 복제에 성공한 줄기세포란 없고 관련된 내용을 입증하고 있다는 논문도 실은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심민호(유연석), 이장환 박사팀의 팀장으로 일하다 최근에 팀을 탈퇴한 인물이다.
윤민철은 제보의 신빙성을 잠시 고민하지만 이내 사건에 뛰어들고 제보자 심민호의 말 그대로 여기에 거대한 조작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위기감을 느낀 이장환은 윤민철이 취재한 내용이 방송되지 못하도록 자신의 방식대로 압박한다. 능숙한 언론 플레이로 윤민철과 <PD추적>팀을 고립시키며 역공에 나선다.
알려진 것처럼 <제보자>는 2005년 있었던 ‘황우
2005년의 ‘황우석 스캔들’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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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영화, 특히 개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이야기는 항상 비슷한 목적지로 향하기 쉽다. 개의 변하지 않는 마음을 보여주면서, 이에 사람의 드라마가 더해지는 식이다. <히마와리와 나의 7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전직 사육사였던 쇼지(사카이 마사토)는 유기견들을 관리하는 보건소 직원이다. 개가 새 주인을 못 찾고 7일이 지나면, 직접 ‘처분’을 해야 하는 까닭에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유기견을 돌본다. 그런 어느 날 들개 한 마리가 새끼들과 함께 잡혀온다. 갓 낳은 자식을 지키고자 모든 사람을 경계하는 어미 개는 새 주인을 찾기가 어려운 법이다. 이 들개의 마음을 얻기 위해 쇼지는 부단히 애를 쓴다.
<히마와리와 나의 7일>에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기특한 개는 없다. 단지 버림받은 개의 “마음을 상상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개를 죽일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직업에 충격을 받은 아이들과,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쇼지의 사정이 더해지면, 버림받은 어미 개 히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의 시간 <히마와리와 나의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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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프랑수아 클루제)와 그의 친구들은 해마다 휴가를 프랑스 남부 해변에 있는 맥스의 별장에서 보낸다. 하지만 떠나기 하루 전 같이 가기로 한 루도(장 뒤자르댕)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트럭에 치여 중상을 입는다. 휴가를 갈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던 친구들은 2주로 기간을 줄여 휴가를 떠난다. 휴가지에 도착한 그들은 예년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예년과는 다른 변화들이 그들을 찾아온다. 맥스와 오랜 친구인 뱅상(브누아 마지멜)은 맥스에게 느끼는 감정을 고백하고 당황한 맥스는 뱅상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한다.
영화는 휴가를 떠난 친구들의 수만큼 다양한 사랑과 삶의 양상들로 가득하다.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마리(마리옹 코티야르)는 루도와 헤어졌지만 루도가 사고를 당하자 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재발견한다. 앙투안(로랑 라피트)은 떠나려는 사랑을 다시 붙잡으려 하고 에릭(질 를르슈)은 떠나려는 사랑을 차마 붙잡지 못한다. 뱅상은 동성애자가 아니지만 맥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성
다양한 사랑과 삶의 모습 <프렌즈: 하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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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8년 전에 벌어진 불의의 사고로 경찰을 그만두고 사립탐정으로 살아가는 맷(리암 니슨)에게 사건 의뢰가 들어온다. 자신의 형수가 유괴당한 뒤 조각난 시체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조사를 시작한 맷은 이 사건이 단순 유괴가 아니라 마약범의 가족만을 노리는 연쇄살인임을 알아차린다. 과거의 아픈 기억과 함께 맷은 범인의 정체를 쫓기 시작한다.
로렌스 블록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툼스톤>은 소재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돋보이는 묵직한 범죄물이다. 원작이 싱거운 농담을 즐겨 사용하며 분위기를 조절했다면 영화는 세기말의 어두운 분위기를 밀어붙인다. 회색빛이 지배하는 화면에 사건은 더할 나위 없이 잔인하고,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찌푸리고 있다. 특히 공동묘지 등 뉴욕의 뒷골목을 특유의 무표정으로 돌아다니는 리암 니슨은 무거운 영화의 공기를 한층 더 심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스산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묘사한 범죄와 맞서는 사람들의 모습은 <툼스톤>의 진정한 주인
마약범의 가족을 노리는 연쇄살인사건 <툼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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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학교는 외딴섬에 있다. 문제아들이 갇혀 있는 이 학교에 새로운 학생들이 끌려온다. 국회의원 딸 혜나(하은설), 패싸움만 벌이던 정식(백서빈), 경찰에 걸린 철기(배민수)이다. 학교는 느닷없이 나타난 돼지의 난동으로 흉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칠성학교의 선생들은 전학생을 “쓰레기”라고 부르며 폭력을 일삼고, 선생에게 대드는 전학생들의 소심한 반항만 이어진다. 그러다 교장은 난동을 부리는 돼지를 잡다 엉덩이를 물리고 좀비가 되고 만다. 이때부터 선생과 제자간의 충돌은 좀비와 사람간의 생존싸움으로 치닫는다.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좀비스쿨>의 진행은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억지가 학원물이 아닌 좀비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간다. 블랙코미디처럼 연출된 선생들의 과장된 연기나 돼지에 물려 좀비로 변한다는 설정은 영화 안에서는 위화감을 주지만 ‘B급 좀비물’이라는 장르의 범주 안에서는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다. 하지만 이런 장르의
‘B급 좀비물’ <좀비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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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다코타 패닝)와 제리(엘리자베스 올슨)는 여러모로 대조적인 단짝 친구다. 적극적이고 밝은 제리와 달리 릴리는 덜 나서고 더 고민하는 편이다. 대학교 입학 직전 여름방학, 두 친구는 길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청년 데이빗(보이드 홀브룩)에게 동시에 마음을 빼앗긴다. 자신의 마음을 친구에게 금방 털어놓은 제리와 달리 이번에도 릴리는 그저 입을 꾹 닫아버린다. 그러나 데이빗은 릴리에게 더 호감이 있는 눈치다. 데이빗의 적극적인 구애에 릴리 역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릴리가 데이빗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제리에게 힘든 일이 일어난다. 자신을 필요로 할 때 제리의 옆에 있어주지 못했음을 깨달은 릴리의 죄책감은 배가 된다.
<허공에의 질주>의 각본가로 이름을 날린 시나리오작가, 나오미 포너의 늦은 연출 데뷔작이다. 가족과 성장을 어우른 이야기에서 <허공에의 질주>를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삼각관계 스토리를 소녀와 성인 사이에 낀 주인공
단짝 친구와의 삼각관계 <베리 굿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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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사바: 저주의 시작>은 ‘분신사바’의 중국식 표현인 <필선>(筆仙)이라는 제목으로 2012년 개봉되어 2주 만에 6천만위안(약 107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중국 호러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작품으로, 뒤늦게 공개되는 안병기 감독의 중국 진출작이다. 가정폭력에서 아들을 지키려는 소설가 샤오아이(매정)는 남편이 석방됐다는 소식을 듣자 친구이자 의사인 이난(곽경비)에게 부탁해 외진 별장으로 아들을 데리고 피신한다. 불길한 느낌의 저택에서 샤오아이는 헛것을 보고 아들은 소녀인형을 주워온다. 한편 공포소설을 집필 중인 샤오아이의 컴퓨터에는 쓰지도 않은 공포소설이 입력되어 있다.
절제된 영상과 불쾌한 무드의 조성 면에서 이 작품은 안병기 감독의 호러영화 중 가장 출중한 성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안병기 감독의 연출력에 중국 각본가들의 멋진 시나리오가 어우러져 놀라운 성과물이 만들어졌다. 대저택에 고립된 작가의 히스테리와 아이의 불안이라는 요소에서는 스
탁월한 균형감각을 갖춘 웰메이드 호러영화 <분신사바: 저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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콴(이보전)은 고향을 떠나 베이징에 홀로 사는 노인이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18년간 키워온 새, 나이팅게일이다. 아들 내외가 가까이에 살긴 하나 4년 전 일어난 한 사건으로 인해 소원해진 상태다. 아들 쿤(진호)은 번듯한 직장, 최고급 아파트, 좋은 차, 예쁜 아내, 사랑스러운 딸 등 모든 것을 다 갖춘 남자다. 그러나 문제는 가족 모두가 너무 바쁘다는 것. 맞벌이 부부인 쿤과 챈(이소염)에게 초등학생 딸 렌싱(양심의)의 여름방학은 어쩌면 골칫거리다. 출장을 가게 된 챈은 남편 몰래 렌싱을 할아버지에게 맡긴다. 이로써 고향으로 향하는 콴과 나이팅게일의 여정에 고집 센 손녀가 합세한다.
필립 뮬 감독의 신작으로 할아버지와 여자아이의 우정을 그린 전작, <버터플라이>의 중국 버전이라 할 영화다. 할아버지와 여자아이의 세대를 초월한 동행이라는 전작의 기조는 <나이팅게일>에서도 이어진다. 고향으로 향하는 콴의 여행길은 크고 작은 소동으로 지연된다. 기차에서 내리려
할아버지와 여자아이의 세대를 초월한 동행 <나이팅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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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을 넘긴 어부 윤우숙. 그녀는 일평생을 순천에서 보냈다. 집 앞에 펼쳐진 순천만에 직접 몸을 담가가며 고기를 잡아 올렸고 그것을 팔아 자식을 건사했으며 일가를 이뤘다. 술 좋아하는 남편이 “꼴 보기 싫”다면서도 “미워하는 마음은 없다”라며 살뜰히도 남편을 챙긴다. 특별난 것도 없는 삶이었다. 비슷한 연배의 여성이라면 으레 그렇게 살아왔을 거라 짐작될 만큼이다. 다큐멘터리 <순천>은 이 범상한 일상을 묵묵히 지켜본다. 그 사이 그녀의 음성이 들린다. “(낡은 고깃배를 보며) 나한테 와서 지도 늙고 나도 늙고.” 고단한 육체노동과 지난한 세월의 흔적이 교차한다. 곧이어 카메라는 순천의 너른 갯벌과 그곳의 바다 생물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과 그곳을 둥지 삼아 찾아드는 새떼들을 비춘다.
<순천>은 특별할 것 하나 없다. 이렇다 할 사건도 개성 강한 인물도 없다. 그런데도 <순천>은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여나간다. 오프닝 시퀀스에 ‘하늘의 뜻을
‘하늘의 뜻을 따른다’ <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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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할아버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책방을 운영하던 머레이(우디 앨런)는 특별한 부탁을 받는다. 피부과 전문의 파커(샤론 스톤)에게서 친구 셀리마(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남자를 찾아달라는 것. 이에 머레이는 과묵하지만 부드러운 매력의 휘오라반테(존 터투로)에게 의향을 묻는다. 그 기회를 통해 휘오라반테는 여인들의 고독한 영혼에 자기만의 ‘능력’으로 마법을 부리는 치유자 ‘지골로’로 거듭난다. 젊은 미망인 아비갈(바네사 파라디)은 유대인의 규율에 억눌린 삶을 살던 중, 머레이의 권유로 휘오라반테를 찾는다.
영화가 시작하면 고서점이 있는 뉴욕 뒷골목을 무대로 우디 앨런의 수다가 펼쳐진다. “귀한 책을 구하려는 사람 자체가 귀하다”라며 서점을 닫기로 한 그는 과묵한 휘오라반테에게 새 세상 혹은 짭짤한 새 수입원을 일러준다. 게다가 흑인 부인과 자식들을 둔 설정으로 등장하는데, 지골로가 뭐냐는 아이들의 물음에 “작곡가나 작사가처럼 선율에 몸을 맡긴다”라며 ‘음악업계 종
뉴욕의 쓸쓸함을 감싸안다 <지골로 인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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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탄나코신 왕조의 초창기인 1782년 즈음, 병사 피막(마리오 마우러)은 홀로 고향에 두고 온 만삭의 아내를 생각하며 전쟁의 공포를 이겨내고 있다. 그의 곁에는 동고동락하며 끈끈한 정을 쌓은 네명의 동료들이 함께하는데, 전쟁이 끝나자 피막은 그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피막의 고향마을 프라카농에 도착한 친구들은 그의 아내 낙(다비카 후르네)을 소개받고 그녀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놀라게 된다. 한편, 마을에는 괴소문이 돌고 있다. 낙이 홀로 아이를 출산하다가 사망했다는 것이 소문의 정체로, 주막의 주모 프리엑 아주머니가 실수로 그 사실을 일행에게 발설하고 만다. 친구들이 쉽사리 소문의 진위를 가늠하지 못하는 사이, 공교롭게도 그 말을 내뱉은 주모가 사망한 채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제 그들 사이에 낙은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피막을 낙의 위험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네 친구들은 이제 전쟁이 아닌 귀신과의 사투를 시작한다.
<피막>은 <셔터>(200
현대식으로 재구성된 타이의 설화 <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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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처럼 존재감 없는 사이먼(제시 아이젠버그)은 자기 집 창문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 사는 복사사무원 한나(미아 바시코프스카)에게 반해 있다. 그는 회사에서도, 요양원에 있는 가족에게서도 얼간이 취급을 받으며 무기력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자신과 똑같은 외모에 교활하고도 매력적인 분신 제임스가 나타난다. 제임스는 일과 연애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사이먼에게 충고를 해주며 다가오지만 결국 회사, 여자, 집까지 차근차근 사이먼의 것들을 독차지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기괴한 소극인 표트르 도스토예프스키의 <분신>을 각색한 것이다. 원작에서처럼 영화의 사건들이 소심한 사이먼의 망상과 피해의식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의 분신과의 갈등과 충돌을 다룬 것인지 분간하긴 힘들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사이먼의 내면을 시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 삶의 이방인처럼 사는 주체가 어느 순간 낯선 힘에 존재의 기반을 잠식당한다. 이러한 철학적 설정은 영화의 외피를 다소 난
교활하고도 매력적인 나의 분신 <더블: 달콤한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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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파스빈더가 상영시간 내내 탈 쓰고 나오는 영화. 무엇보다 <프랭크>는 그렇게 널리 알려졌다. 특별한 경력이나 재능도 없지만 멋진 뮤지션이 되길 꿈꾸는 존(돔놀 글리슨)은 우연히 한 인디밴드의 키보드 연주자로 들어가는데, 그 밴드의 정신적 지주인 프랭크(마이클 파스빈더)는 샤워할 때조차 탈을 벗지 않는 남자다. 이후 존이 앨범 작업과정을 트위터와 유튜브에 올린 덕분에 음악축제 무대에 설 기회까지 얻지만, 신시사이저를 연주하는 클라라(매기 질렌홀) 등의 멤버들과 사사건건 충돌한다. 설상가상 프랭크의 불안 증세는 갈수록 심해지고, 답답한 존은 프랭크의 탈을 벗기려고까지 한다. 하지만 프랭크가 가면을 벗지 못하는 데는 말 못할 이유가 있었다.
프랭크는 첫 등장마저 기괴하다. 커다란 탈을 쓴 채 리허설 무대에 오르자마자 무심히 드럼을 때리고는 노래를 시작한다. 아마도 자신의 창작곡이지 싶은 노래의 가사는 더 가관이다. “수프 안에 든 생강, 빵 조각, 기름투성이 익히지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의 총체 <프랭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