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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 집에 가 있어.” 쥬세페는 아마도 여자친구 잔(루 드 라주)에게 이렇게 말했나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대저택으로 그녀가 찾아오게 된 경위다. 쥬세페의 엄마 안나(줄리엣 비노쉬)는 그런 아들의 애인을 기꺼이 맞이한다. 하지만 저택에는 적막이 깃들어 있고, 잔은 이 무거운 침묵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얼마 전에 남동생이 죽었어”라는 안나의 설명과 함께 가까스로 상황을 받아들인 그녀는, 감감무소식인 쥬세페를 기다리기로 한다.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의 원제는 이탈리아어로 ‘L’attesa’(기다림)이다. 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두 여자는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부활절에 온다는 남자친구를 맞이하려는 잔의 기다림과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밀을 간직한 엄마의 기다림은 다르다. 잔에게 하루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그 기다림의 시간은, 안나에게는 영원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죽은 아들과 달리 여전히 욕망에 가득 찬 육체를 가진 젊은 잔
각기 다른 기다림의 시간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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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란 일종의 환상에 불과하다. 다큐멘터리 감독 피에르(스타니슬라 메하르)는 부인 마농(클로틸드 쿠로)과 함께 작업 중이다. 더딘 작업에 지쳐갈 무렵 그의 앞에 지적인 대학원생 엘리자베스(레나 포감)가 나타나고 그는 어느새 그녀의 젊음에 빠져든다. 자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엘리자베스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던 피에르는 어느 날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 엘리자베스가 우연히 마농의 외도 현장을 목격하고 피에르를 떠보기 위해 알린 것이다. 피에르는 자신의 불륜도 잊고 아내의 외도 앞에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포스트 누벨바그의 거장이란 명성에 겁먹지 않아도 좋다.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은 필립 가렐의 영화 중에서도 유난히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채워져 있다. 필립 가렐 영화 중 프랑스에서 가장 흥행 성적이 좋았고, 그만큼 대중적인 화법으로 읽기에 충분하다. 동시에 필립 가렐의 인장이랄 수 있는 장면들, 특유의 스타일들이 녹아 있어 그의 팬으로서 파고들 여지도 충분하다. 이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필립 가렐 영화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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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예론 반 코닝스부르헤)은 부와 명예, 모든 걸 가졌지만 뜨거운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늘 세계와의 유리감을 느껴온 그가 원하는 것은 죽음뿐. 그는 우연히 인생에 단 한번뿐인 여행을 보내주는 비밀스러운 여행사 엘리시움을 찾아가 죽음 여행을 계약하지만, 그곳에서 마주친 고객 안나(조지나 벨바안)와 만나며 새로운 감정을 깨닫고 죽음을 보류하려 한다. 그러나 엘리시움은 한번 한 계약은 파기할 수 없음을 통보하고, 그들은 죽음을 피해 도주한다.
죽음을 경량의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 팬시한 영화다. 죽음 여행 업체라는 설정은 기발하고, 사랑에 빠져 죽지 않고 싶어지는 순간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흥미로운 극적 장치다. 죽음과 사랑이 한끗 차이로 비껴가고 마주하는 상황을 비탈리의 <샤콘느>와 비발디의 <사계> 등 중후한 음악들에 맞춰 연출한 장면들도 아름답다. 문제는 영화가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것이다. 전반부
죽음을 경량의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 <킬 미 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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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울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던가. <울보>의 이섭(장유상)은 툭하면 운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을 때 이섭은 어린애처럼 뚝뚝 눈물을 흘린다. 하윤(하윤경)과 길수(이서준)는 그 반대다. 하윤은 병든 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해서 제 몸은 못 챙기는 상황이 와도 울지 않는다.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의 큰형처럼 군림하며 동생들을 책임지고 있는 길수도 힘들다고 내색하지 않는다. 이섭은 자신에게 결핍된 무엇을 하윤과 길수에게서 발견하고 이들과 가까워지려 한다. 버려야 할 것, 잃게 되는 것이 많지만 그 둘과 함께라면 이섭은 편안할 것 같다.
우는 아이들을 달래주기에 세상과 어른들은 너무 무정하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그냥 나가 있으라고 말하는 교사, 아무런 죄의식 없이 청소년과 섹스하려는 남자, 무력한 엄마, 소통이 되지 않는 아버지들 아래서 아이들은 알아서 제 살길을 모색하기 바쁘다. 저희들끼리는 나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특별언급상 수상작 <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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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관(이성민)은 10년째 실종된 딸 유주(채수빈)를 찾아 전국을 헤맨다. 그런 그 앞에 정체 모를 로봇이 나타난다. 소리를 듣고 소리의 위치, 소리의 원인, 소리에 얽힌 온갖 정보를 읊는 신통방통한 로봇이다. 해관은 어쩌면 이 로봇이 딸을 찾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로봇과 동행한다. 그러면서 해관은 자신이 알고 있던 딸이 유주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뒤늦게 자신을 돌아본다. 그사이 영화는 유주의 실종이 단순 가출이 아니라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로 목숨을 잃은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 로봇의 정체도 밝혀진다. 그 로봇은 미국 나사(NASA)가 만들었고 위치 추적과 감청까지 가능한 인공지능이다. 한국 서해에 떨어지면서 한•미 양국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며 민감해진다.
로봇이 나오지만 <로봇, 소리>는 거창한 SF물을 지향하지 않는다. 2003년 실제 있었던 대구 지하철 참사라는 한국형 참사를 배경으로 지극히 보수적인 아버지와 뜻이 다른 자
귀엽고 엉뚱한 매력을 지닌 로봇과의 동행 <로봇,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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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쿵후를 전수하는 쿵후 마스터가 되어라.’ 불굴의 ‘쿵푸팬더’ 포(잭 블랙)에게 주어진 세 번째 미션이다. 하지만 덤벙대고 실수투성이인 포에게 위대한 사부의 길은 멀기만 하다. 한편 영혼계로 추방당했던 ‘복수의 화신’ 카이(J. K. 시먼스)는 대사부 우그웨이의 기(氣)를 빼앗아 인간계로 내려온다. 카이는 지상의 모든 쿵후 사부들로부터 기를 흡수해 인간계를 지배할 작정이다. 기에는 기로 맞서는 법. 포는 카이를 막을 수 있는 기를 터득하고자 수련의 길에 오른다. 국숫집에서 극적으로 재회한 친아버지와 함께 말이다. 포 부자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공간, 판다 마을로 향한다.
식탐 많은 쿵후 ‘덕후’에 지나지 않던 포는 시리즈를 지나며 막중한 역할들을 걸머져왔다. 쿵후의 대를 잇는 수련생이 되었고 평화의 계곡을 수호하는 ‘용의 전사’로 거듭났다. <쿵푸팬더3>에서는 친아버지를 만나며 충실한 아들로서의 역할이 더해졌고 부담스러운 쿵후 스승의 자리까지 맡게
'쿵푸팬더’ 포에게 주어진 세 번째 미션 <쿵푸팬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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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에 알리가 있다면 체스엔 피셔가 있다. 바비 피셔는 러시아 선수들이 장악한 체스계에서 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70년대 미국의 체스 영웅이다. 세계 챔피언이 된 후 돌연 잠적해버린 피셔는 이후 잦은 기행과 대회 불참으로 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하고 국제 수배를 받는 등 비운의 노년기를 보낸다. 바비 피셔의 굴곡진 삶은 그의 잠적을 소재로 한 극영화 <위대한 승부>(1993), 다큐멘터리 전기영화 <체스황제 바비 피셔>(2011)로 영화화된 바 있다. <세기의 매치>는 체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부로 손꼽히는 1972년 세계 챔피언 타이틀 매치를 중심으로 냉전 시기 국가의 자존심을 걸머진 스포츠 영웅의 압박감을 그린다.
혁명가 어머니를 둔 어린 피셔에게 체스는 외로운 밤을 나는 유일한 수단이다. 체스에 재미가 들린 피셔는 승부 근성을 바탕으로 실력을 키워 열다섯에 최연소 그랜드 마스터 타이틀을 획득한다. 유달리 예민했던 그의 성격
70년대 미국 체스 영웅 바비 피셔의 전기영화 <세기의 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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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장 루이 트랭티냥)와 줄리아(스테파니아 산드렐리)는 결혼을 앞둔 커플이다. 어느 날 줄리아가 클레리치 가문의 비밀을 폭로하는 익명의 편지를 받았노라고 말한다. 편지에 따르면 마르첼로의 아버지는 매독으로 인한 정신병을 앓고 있다. 실제로 마르첼로의 아버지는 정신병동에 수감 중이다. 마르첼로는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그와 화해할 수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한 채 돌아선다. 어린 시절 성인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등 ‘비정상’적인 것들에 둘러싸인 채 자란 마르첼로는 ‘정상’적인 것을 추구하며 산다. 줄리아와의 결혼도, 그가 파시스트가 된 것도 당대에는 그것이 평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마르첼로는 당국으로부터 프랑스로 망명한 은사, 콰트리 교수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내게 영화 만들기란 아버지를 죽이는 나의 방식임을 깨달았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순응자>를 만든 지 수십년 후, 다시 이 작품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서 ‘아버지’는 명
영화의 메시지와 긴밀히 조응하는 세심한 미장센 <순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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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조재현)는 아내 연화(팽지인)와 신혼여행지 파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더없이 행복한 순간, 상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연화가 돌연 사라진다. 아내가 인신매매당했다고 생각한 상호는 매춘부 거리에서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2년이 지나 노숙자로 사는 그는 정처 없이 파리를 떠돌아다니고, 어느 날 밤거리에서 창(미콴락)을 만나, 아내를 잃은 뒤 처음으로 따뜻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연화의 옆집에 살았다고 말하는 여자가 나타나고, 상호는 마르세유로 걸음을 옮긴다.
전수일 감독의 근작들은 주로 낯선 공간을 배경으로 삼아왔다. 각각 히말라야와 페루에서 촬영한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2008), <콘돌은 날아간다>(2012)는 물론, 한국에서 찍은 <검은땅의 소녀와>(2007)와 <핑크>(2011)도 외딴곳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인물을 비췄다. 전작 <콘돌은 날아간다>에 이어 조재현과 작업한 신작 <파리의
아내를 찾아 파리를 배회하는 남자 <파리의 한국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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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한 지 2년이 되어가는 가장 티에리(뱅상 랭동)는 고용지원센터에 다니며 직업 훈련을 받는 중이다. 이전 회사의 동료들이 전 고용주를 고소하자며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하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한다. 티에리에겐 뇌성마비를 겪고 있는 십대 아들이 있다. 저축이 바닥난 상태, 남들보다 더 많은 교육비 지출이 필요한 아들을 위해서라도 그에게 시급한 것은 재정적 회복이다. 여러 차례 입사에 실패한 끝에, 결국 티에리는 할인마트 경비직으로 취업한다. 하지만 이내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다. 누군가를 감시하는 일은 회사의 영업이익과 직결돼 있고, 다른 이들의 잘못을 찾아내는 것이 자신의 진짜 역할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초상>은 스테판 브리제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으로, 배우 뱅상 랭동과 감독이 함께 작업한 세 번째 영화다. 잔인한 조건에 놓이는 평범한 인물을 뱅상 랭동은 특유의 견고하고도 심플한 연기를 통해 완성한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2015년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
잔인한 조건에 놓이는 평범한 인물 <아버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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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 원시림과 사막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이자 자연다큐멘터리다. 생태계의 돋보기가 되어줄 친구들은 다람쥐 보리와 사막쥐 뭉치다. 다람쥐 보리는 겨울 준비에 한창이다. 보리는 커다란 도토리를 작은 입속에 우걱우걱 집어넣은 채 자신의 도토리 저장소로 향한다. 이때 한 다람쥐가 보리의 행동을 은밀히 지켜보며 보리의 양식을 노린다. 원시림 반대편 사막에는 사막쥐 뭉치가 가족들과 지낸다. 뭉치의 어미는 자식들에게 먹일 양식을 구하던 중 전갈을 만나 한판 대결을 벌인다. 다행히 사막쥐는 전갈의 독에 대한 해독 능력이 있다.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된 뭉치는 엄마를 찾아 홀로 집을 나선다.
<BBC>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저속촬영과 고속촬영을 오가며 비가시적인 자연 생태계를 인간에게 보여주는 데 공을 들인다. 다람쥐와 쥐를 의인화해 이들의 상황에 관객이 몰입하게 만들면서 자연다큐멘터리가 가질 수 있는 딱딱함을 완화했다. 보리와 뭉치의 짧은 성장기가 중심축을 형성하는 가
동물 친구들을 통해 보여주는 자연 생태계 <미니 자이언트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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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피터(에이드리언 브로디)는 딸 이비의 죽음 이후 악몽에 시달린다. 자전거를 배우던 이비는 피터가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달려오던 차에 치여 사망했다. 딸을 잃고 방황하는 피터에게 선배 던컨 박사(샘 닐)가 자신의 환자 중 몇몇을 만나볼 것을 권한다. 환자들은 자신의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 외에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미스터리한 소녀 엘리자베스가 피터를 찾아온다. 말이 거의 없고 이따금 괴상한 소리를 내던 소녀는 ‘12787’이라는 의문의 숫자가 적힌 쪽지만을 남겨둔 채 홀연히 사라진다. 피터는 사건의 단서를 얻기 위해 환자들의 차트를 뒤지던 중 1987년 고향 마을에서 일어난 열차 사고를 불현듯 떠올린다.
언뜻 자신의 트라우마를 다른 이들을 통해 극복하는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이런 이야기는 흔하다. 진부함을 벗어나기 위한 <백트랙>의 전략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심리 스릴러가 어울리는 이야기에 공포라는 장르적 외피를 덧씌우는 것
공포물이 더해진 심리 스릴러 <백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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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인 민아(안용준)는 오랜 설득 끝에 엄마(김영선)에게 성전환수술 동의서를 받는다. 그동안 일해왔던 트랜스젠더 바에서도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게 된다. 하지만 첫 공연이 끝난 직후 민아가 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수술도, 공연도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친언니처럼 가깝게 지내던 동료 유리(진혜경)가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유리를 구하려다, 순간의 사고로 상대편 남자가 현장에서 즉사한 것이다. 검사는 민아를 살인죄로 기소하고 변호를 맡은 김기주(정유석)는 형법의 긴급피난 조항을 근거로 무죄를 주장한다. 한편 남자 교도소에 수감된 민아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성적인 괴롭힘을 당하지만 여자 교도소로의 이감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김세연 감독의 <하프>는 법정영화의 틀 속에서 트랜스젠더의 인권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뿐 아니라 트랜스젠더를 정신질환으로 분류하는 법원의 태도, 법적 성별과 실제 성별 정체
이분화된 시스템에서 드러나는 차별과 폭력 <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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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렬 소위(임시완)는 6•25 전쟁 통에 가족도, 동료도 모두 잃는다. 전출 명령을 받은 부대에서 그는 전쟁고아들을 만나게 되고, 낙담한 아이들에게 희망을 일으켜주자는 의도에서 ‘합창단’을 조직한다. 자원봉사자 선생님인 박주미(고아성)는 적극 도움을 주지만, 제 사리사욕에 눈이 먼 상이군인 갈고리(이희준)는 아이들을 이용하기에 급급하고 사사건건 한상렬과 부딪힌다.
<오빠생각>은 6•25 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한다. 당시 민간인들은 ‘인민군 만나면 인민군가를, 국군을 만나면 국군군가를 불러야 살 수 있었던’ 혼란의 시대를 겪어왔다. 전쟁고아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 <오빠생각>은 좌우, 분단이라는 이름으로 훼손되지 않는 희망의 울림이다. 한상렬은 음악가의 감성을 가지고 전쟁의 참상과 맞닥뜨린다. 인민군에게 총구를 겨눌 수밖에 없는 군인의 신분이지만, 소년 인민군 앞에서는 주춤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기도 하다. 그런 그는 비록 어른
혼란의 시대에 부르는 희망의 노래 <오빠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