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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네프 다리가 내려다보이는 건물 창가에, 한 남자의 실루엣이 비친다. 끝까지 명확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그는 바로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다. 카락스의 기행적인 언론 기피 습성은 잘 알려져 있다. 영화계에 몸담았던 지난 30년 동안, 그가 직접 참여한 인터뷰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 텔레비전 영상인터뷰는 찾을 수 없다. 그 연장선상에 아직도 카락스는 서 있는 듯 보인다. 자신에 대한 내용을 담은 이 영화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에서도 그는 새로운 모습이나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집을 흔적은 보여주지 않는다. 때문에 다큐멘터리 연출자 테사 루이즈 살로메는 과거 아카이브 영상 자료들을 활용해 그를 간접적으로 설명한다. 최근 촬영한 듯한 관계자들의 인터뷰가 여기에 덧붙는다. 과거 줄리엣 비노쉬의 인터뷰 장면이나 <홀리모터스> 상영 당시 칸국제영화제의 반응이 담긴 텔레비전 화면, 그리고 촬영장 메이킹 필름 등이 짜깁기되어 등장하고, 이어서 드니 라방과 하모니 코린,
레오스 카락스라는 인물의 본모습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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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젊은 여행객을 납치해 온갖 잔혹한 범죄의 소도구로 이용하는 소재의 호러영화들이 만들어지던 때가 있었다. <호프 로스트> 역시 유사한 소재로 과거 유행됐던 장르영화의 클리셰를 영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영화다.
친구들로부터 연예계 진출 권유도 받고 미인대회에 나가 우승도 한 경험이 있는 소피아(프란체스카 아고스티니)는 영화 제작자인 가브리엘과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다. 오래전 잠깐 만났던 인연으로 합석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자연스레 연예계 이야기를 하게 된다. 가브리엘이 새로운 영화 제작 때문에 로마로 떠나야 한다는 걸 알게 된 소피아와 그녀의 친구들은 이번이 절호의 기회라는 걸 직감하고 그에게 함께 떠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로마에서 소피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영화 제작진이 아니라 악명 높은 인신매매단이다. 소피아를 멋대로 납치해놓고선 먹여주고 재워준 값을 치르기 위해 거리로 내몬 가브리엘과 인신매매단의 횡포에 그녀는 길거리를 전전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성매매
인신매매 범죄조직을 처단하는 복수극 <호프 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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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저 군대의 생존자들이 프리저를 살리기 위해 지구에 잠입해 드래곤볼 7개를 모은다. 소원을 빌어 부활한 프리저는 그사이 훨씬 강해졌고, 손오공을 비롯한 사이어인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군대를 이끌고 곧장 지구를 침략한다. 손오반, 피콜로, 크리링이 우여곡절 끝에 프리저 군대를 막아내지만, 결국 그들 모두 막강해진 프리저에 대항하지 못한다. 파괴의 신 비루스의 별에서 수련 중이던 손오공과 베지터는 뒤늦게 이 소식을 알고 싸움터에 도착한다.
<드래곤볼 Z: 부활의 F>(이하 <부활의 F>)는 드래곤볼 마니아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악당인 프리저를 소환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초반부터 어수룩한 유머 코드가 산재해 있어, 보다 넓은 연령층을 위해 만든 작품이라는 걸 알아차리기에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오랜만에 만나는 프리저의 힘이 크게 불어나 더욱 규모 있는 액션을 기대할 만하지만 이미 1/3이 지난 지점부터 시작되는 전투 신들은 별다른 감흥을
악당 프리저를 소환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Z: 부활의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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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는 특강을 하러 수원에 왔다. 하루 일찍 내려오는 바람에 하릴없는 시간이 생겼다. 시간을 때울 겸 수원화성행궁에 들른 그는 거기서 우연히 화가 윤희정(김민희)을 만난다. 그녀의 작업실에 가서 그림도 보고 함께 술도 마시며 호감을 표한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자, 여기까지는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이다. 영화의 절반이 진행된 후 이번에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시작된다. 이번에도 함춘수와 윤희정이 등장하고 함춘수는 수원에 하루 일찍 내려온 상황이며, 둘 다 우연한 만남에 호감을 표하는 건 같다. 하지만 첫 번째 상황의 변주인 두 번째의 양상은 사뭇 달라진다. 첫 번째 상황 속 함춘수는 그녀의 그림을 무조건 칭찬하며, 기혼자임을 숨기고 있다가 그 사실이 알려져 진실성을 의심받고 서먹해진다. 두 번째 상황 속 함춘수는 첫 번째 상황 속 함춘수보다 솔직하다. 그는 그녀의 작업의 단점을 지적하고, 기혼자라는 ‘약점’도 솔직하게 말해 좋은 인상을 준다.
두 함
작은 판단이 만드는 미세한 파동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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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남자 인턴이 30대 여성 CEO 밑에서 일하게 된다. 이 짧은 줄거리만으로 어떤 영화가 가능할 것인가? 그에 대한 낸시 마이어스의 흥미로운 대답이 바로 <인턴>이다. 수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회사에서 은퇴해 무료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던 벤(로버트 드니로)은 시니어 인턴을 뽑는다는 어느 온라인 회사에 지원한다. 면접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그는 회사의 CEO 줄스(앤 해서웨이)의 인턴으로 채용되는데, 그녀는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폴더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벤이 자신을 도울 일은 절대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줄스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벤은 서서히 그녀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사람이 되어간다.
현대 여성의 삶에 대한 고찰과 나이듦에 대한 테마는 낸시 마이어스의 작품에서 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왓 위민 원트> 등의 작품을
진짜 어른이 만든 어른을 위한 영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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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달이 나란히 한 마을을 관장하는 평화로운 세계. 햇빛 마을과 달빛 마을은 각각 해의 수호신과 달의 수호신을 두고 있다. 이제는 노쇠해진 수호신들은 젊은 세대에 자리를 물려주는 교대식을 진행한다. 해의 수호신은 예정대로 호기로운 근육질 소혼에게 돌아갔는데 달의 수호신은 예정자인 리윤 대신 유약한 뮨이 지목된다. 새로운 세대가 임명된 뒤 이들을 테스트하듯 마을에는 위기가 닥친다. 암흑세계에 웅크리고 있던 네크로스가 태양을 훔친 뒤, 리윤을 부추겨 달을 빼앗도록 종용한다. 마을에 변화가 일자 달빛 마을 사람들은 수호신의 무능함을 탓하며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뮨은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까.
크게는 뮨의 성장담을 중심으로 한 단순한 구조지만, 대조적인 힘의 대립이라는 손쉬운 방법에만 기대진 않는다. 해의 뜨거움과 달의 차가움 사이의 중간자 글림이 흥미로운 균열을 가져온다. 양초로 만들어진 글림은 달의 세계에서는 얼어붙고 해의 세계에서는 녹아버리기 때문에 집에 머물거나 그늘만 찾
달의 수호신으로 임명된 뮨의 성장담 <뮨: 달의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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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가 산만 한 토끼 투는 타이거 수련원의 쿵후 마스터지만 훈련보다 노는 걸 좋아한다. 투 옆을 졸졸 따라다니는 비기는 한시도 쉬지 않고 투에게 훈수를 두는 잔소리꾼이다. 뛰어난 검술에 냉철한 판단력을 겸비한 대사부의 딸 피오니가 없었다면 수련원은 투와 비기가 일으키는 소란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투는 숲에서 가면을 쓴 자객의 공격을 받고 쓰러진 순록 잔을 발견한다. 투는 잔을 수련원으로 피신시키고 이후 잔으로부터 무림불꽃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100년 만의 더위가 찾아오는 이번 여름, 봉인된 무림불꽃을 손에 넣는 자는 하늘과 땅의 기운을 흡수해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잔을 숨겨주었던 투와 친구들은 무림불꽃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레전드 오브 래빗: 불의 전설>은 2011년에 제작된 중국의 3D애니메이션 <레전드 오브 래빗>의 속편이다. 1편에 비해 화려해진 액션 장면, 한층 풍성하고 섬세해진
무림불꽃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 <레전드 오브 래빗: 불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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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과나카보 왕국에 마녀가 등장해 저주를 내린다. 거대한 떡갈나무로 하여금 햇빛을 가리고 마을의 우물까지 마르게 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왕은 나무를 베어줄 나무꾼에게 자신의 딸인 데니스 공주와 결혼할 자격을 주겠다고 선포한다. 한편, 마음씨 착한 톰은 형들을 따라 왕궁으로 향하던 중 나무를 벨 신비한 힘을 지닌 ‘마법도구 삼둥이’를 우연히 손에 넣는다. 과연 톰은 형들의 질투와 마녀의 방해를 이겨내고 왕국도 구하고 공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까.
옛 동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더 매직: 리틀톰과 도둑 공주>는 동화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가 주는 재미를 흥미진진하게 살린 애니메이션영화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짧은 상영시간 안에 빼곡하게 집어넣은 기상천외한 소재와 이를 활용한 거침없는 이야기 전개이다. 평생의 짝을 찾아주는 마법 거울과 태양을 가릴 정도로 높이 자란 떡갈나무, 그리고 말하는 마법 도구와 괴력의 거인, 여기에 황금에 눈이
기상천외한 소재와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 <더 매직: 리틀톰과 도둑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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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파리, 유대인 청년 일안(시뤼스 샤이디)은 범죄 조직에 납치를 당한다. 납치범들은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고, 일안의 가족은 이 사실을 즉시 경찰에 알리지만 범인들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밤낮으로 일안의 가족을 괴롭힌다. 그리고 피해자 가족은 결국 경찰을 불신하기 시작한다. 경찰이 무능할 뿐 아니라 반유대인 범죄를 단순한 납치사건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르 아카디 감독의 <24일>은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었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사건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건 범죄 자체의 잔혹함과 동시에 인종간 갈등, 경찰 조직의 경직성 등 프랑스 사회의 문제들이 집약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가 이 사건을 재현할 때 의도적으로 각 문제들을 애매하게 섞은 뒤 등장인물 모두를 비판하는 입장을 취한 건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이를테면 영화 속 범죄자들은 피해자쪽의 주장과 달리 반유대주의적 의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묘사되고, 경찰은 비교적 성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건 영화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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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는 유일하다. 출발은 얼추 비슷해 보여도 오직 두 사람이 공유해온 시간은 세상 둘도 없는 형태로 빚어진다. <춘희막이>는 전처와 후처로 긴 세월 함께한 두 할머니의 2년 남짓한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막이 할머니는 태풍과 홍역으로 두 아들을 잃고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후처로 춘희 할머니를 들였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8~9살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가진 춘희 할머니를 차마 돌려보낼 수 없어 함께한 지 어느덧 46년. 남편이 떠나고 자식들이 장성한 뒤에도 두 사람의 동행은 계속된다.
전처와 후처, 친구, 자매, 자식들의 어머니.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단어로도 두 할머니의 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 카메라도 두 사람의 일상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한다. 한적한 시골 동네의 하루하루. 사건이랄 것도 없다. 농사짓고 밥을 지어먹고 가끔 장을 보는 반복된 생활에 기승전결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박혁지 감독은 두 할머니의 미묘한 교감을 바탕으로 가능한 다양한 앵글
오직 두 사람이 공유해온 시간 <춘희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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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명예, 그리고 가정이 있지만 때때로 일탈의 필요성을 느끼는 다섯명의 친구들이 있다. 그들의 리더 격인 건축가 빈센트(칼 어번)는 자신의 건물 맨 위층 펜트하우스 ‘로프트’를 공유하자고 제안한다. 열쇠를 나눠가진 이들은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여자들과 밀회를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로프트에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들 모두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서로를 의심한다. 용의자가 좁혀지는 가운데 반전이 드러나며 사건의 실체가 밝혀진다.
호기심을 당기는 극적 설정과 빠른 템포의 전개, 두 차례의 반전까지 엔터테인먼트에 충실한 영화다. 에릭 반 루이 감독은 2008년 벨기에에서 자신이 연출한 작품을 2014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했다. 흥미롭지만 자칫 붕 뜰 수 있는 연극적 설정이지만, 다섯 남자의 개인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현실에 안착시킨다. 다섯 남자의 캐릭터는 치고받는 재미가 있고, 캐릭터끼리 맞물리고 어긋나며 축조해내는 드라마를 읽는 즐거움 또한 있다. 맥거
남성들 사이 은밀하게 작동하는 질서 <더 로프트: 비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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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콜린스>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단 한마디는 ‘알 파치노’다. 주연으로 오직 알 파치노만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감독의 고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알 파치노는 호사와 호색에 지친 슈퍼스타 대니 콜린스를, 유머러스하고 인정 많은 인간 대니 콜린스를 자유자재로 표현해낸다. 지독히 이기적이면서 누구보다 따뜻한 대니 콜린스라는 캐릭터는 배우 알 파치노 속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우아하게 나이 든 아네트 베닝은 알 파치노와 안성맞춤 연기 앙상블을 이룬다. 이 영화는 영국의 뮤지션 스티브 틸스턴의 사연이 모티브가 되었다. 1971년, 존 레넌은 갓 데뷔한 스티브 틸스턴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친필편지를 쓴다. 그러나 중간에 사라진 편지는 무려 34년이 지나서야 틸스턴의 손에 들어간다.
평범한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성공과 좌절을 겪으며 65살을 맞이한 대니 콜린스는 특별한 생일 선물을 받게 된다. 선물은 바로 40년 전 존 레넌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였다. 어린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 <대니 콜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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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상에 떠도는 미제 살인사건 자료를 수집해 개인 블로그 활동을 하는 프로파일링 동호회 회장이자 자칭 파워블로거 강대만(권상우)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허름한 만홧가게의 주인이다. 대만은 매상이 점점 떨어지는 만홧가게 운영보다 취미 생활인 블로그 관리에 더욱 매진하는 철없는 남편이다. 한때 경찰학교 시험에서 낙방한 경험이 있는 그는 친구인 강력계 형사 준수(박해준)와의 친분을 이용해 살인사건 현장 주변을 배회하며 잃어버린 꿈을 좇는 중이다. 그런 대만을 누구보다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한때 광역수사대 최고의 엘리트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좌천된 베테랑 형사 노태수(성동일). 그에겐 자꾸만 현장에 나타나 형사들을 귀찮게 하는 대만이 눈엣가시다. 그러던 어느 날 태수의 관할구역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의 결정적인 용의자는 다름 아닌 준수.
그런데 대만은 이 사건이 단순 치정살인이 아니라 누군가 준수에게 교묘하게 누명을 뒤집어씌운 계획살인임을 직감한다. 좌천
이 시대의 평범한 가장들이 이끄는 추리극 <탐정: 더 비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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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의 서부전선. 남한군 남복(설경구)은 얼떨결에 군의 일급 비밀문서를 관리하게 된다. 한편 북한군 영광(여진구)은 총 한번 쏴본 적 없는 어리바리한 막내 기관총 병사다.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던 두 사람은 전쟁의 폭격 속에서 우왕좌왕이다. 그사이 남복은 비밀문서를 잃어버리고 만다. 문서를 찾아 헤매던 남복은 우연히 마주친 영광이 문서를 들고 있는 걸 보고는 그를 쫓기 시작한다. 어느새 두 사람은 영광의 본부인 북한군의 탱크 안으로 들어가 치고받는다. 남복은 영광을 회유하고, 설득하고, 그러다 안 되면 고래고래 소리도 질러가며 비밀문서를 내놓으라 한다. 그래야 너도 나도 집에 가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한참 싸우다 잠깐씩 숨을 고를 틈이 생기면 남복은 아내와 이름도 채 짓지 못한 채 두고 온 자식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영광 역시 고향 땅에서 아들 걱정으로 잠 못 이룰 어머니와 애틋한 첫사랑이 사무치게 그립다.
<서부전선>은 군인인 남복과 영광이 우연히 만
집으로 가기 위한 두 남자의 고군분투 <서부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