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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초 뉴욕, 사진가를 꿈꾸는 맨해튼 백화점의 점원 테레즈(루니 마라)는 저 멀리서 캐롤(케이트 블란쳇)을 보고 첫눈에 그녀에게 이끌린다. 테레즈가 매장에 두고 간 캐롤의 장갑을 찾아주면서 둘 사이는 점차 가까워진다. 각자 이혼 소송 중인 남편과 미지근한 관계의 애인이 있는 캐롤과 테레즈는, 서로의 허전한 마음을 헤아리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토드 헤인즈의 로맨스 <파 프롬 헤븐>(2002)과 <밀드레드 피어스>(2011)는 모두 과거를 배경으로, 곤경에 빠진 여자의 사랑을 차분하게 따라가는 작품이었다. 8번째 장편 <캐롤> 역시 그가 내놓은 멜로드라마의 특징이 드러나는 한편, 주인공이 두 사람으로 늘었음에도 영화를 감싸는 감정은 더욱 절제됐다. 사랑이 불어나는 기쁨 앞에서도 슬쩍 미소를 흘리고, 갑자기 들이닥친 주변의 방해에도 눈물을 쏟지 않는다. 다만 영화가 품고 있는 사랑의 징후는 더없이 풍부하다. 특정한 사건을 경유하지 않고도 미세하
영화가 품고 있는 사랑의 징후들 <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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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의 트렌드인 ‘아이돌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작품 <아이엠스타>의 극장판. 스타라이트 학원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라임(정혜원)에게 단독 콘서트의 기회가 온다. 공연 장소는 라임이 처음 루나(이용신)의 무대를 보며 아이돌을 꿈꾸었던 스타라이즈 스타디움. 같은 학년의 동료들과 후배 하늘(정유정)까지 힘을 합쳐 콘서트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의기투합한다. 하지만 라임은 루나에게 콘서트 소식을 전하는 자리에서 그녀의 은퇴 소식을 듣게 된다.
<아이엠스타>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2013년부터 투니버스를 통해 방영돼 여자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중 시청률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번 극장판은 TV판에서 이미 선보인 캐릭터와 스토리 등의 구성을 거의 그대로 이어나간다. 새로운 캐릭터를 활용한 독립적인 판본을 구축하는 방식이 아닌, (극장판이 놓인) TV판 2기와 3기 사이의 가교로서 작동하는 것이다. TV판을 이미 예습한 이들이 극장판을
현란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콘서트 현장 <극장판 아이엠스타: 꿈의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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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임성언)의 딸 서아(김하유)를 돌봐주던 이모할머니가 갑작스레 일을 쉬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딸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서둘러 퇴근하던 은정은 경미한 교통사고를 낸다. 은정의 차에 부딪힌 상대는 결혼 후 연락이 끊겼던 동창 가인(홍수아)이다. 사고를 계기로 두 사람은 다시 가까워지고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는 가인이 서아를 돌봐주기로 한다. 은정은 우연히 가인을 만나 돌보미를 구하는 일이 해결되었다며 기뻐하지만 실은 모두 계획된 일이었다. 은정의 남편 우진(양명헌)을 오랫동안 흠모했던 가인이 계획적으로 은정의 가족에게 접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은정의 집에서 일하는 동안 가인은 자신이 갖지 못한 은정의 행복한 가정, 평온한 일상에 집착하며 점점 은정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김용운 감독의 장편 데뷔작 <멜리스>는 친구의 삶을 질투한 여성이 벌인 비극적인 사건에 실화와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소재를 결합한 스릴러다. 사건의 형체가 드러나지 않은 전반부에서는 비교적 미스터리한
친구를 질투한 여성이 벌인 비극적인 사건 <멜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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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샤오시엔 감독은 <자객 섭은낭>의 원작이 된 소설 <섭은낭>에서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독수리를 낚아채는 은낭의 에피소드를 뺐다고 한다. 너무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중화권 감독들이 무협영화에 도전장을 내밀 때 추구하는 것과 정반대의 선택이기도 하다. 리안이 <와호장룡>(2000)에서 무림고수들의 경이로운 움직임을 보여준 것이나, 왕가위가 <일대종사>(2013)에서 화려한 권법 대결 신을 구축한 것과 달리,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실제로는 고수의 경지에 오른 자객 은낭의 실력을 내보이는 대신 오히려 감추려 한다.
이는 은낭의 내면에서 비롯된다. 은낭은 싸움을 할 수 없는 고수다. 십대에 여도사에게 맡겨져 무술을 수련해 ‘더이상 가르칠 것이 없는’ 최고의 자객이 되었지만, 정작 검을 내리칠 결단의 순간 제동이 걸리는 타입이다. 목표를 상실한 자객이니 어찌보면 세상에서 가장 난처한 자객인데, 이는 그녀가 뜻하지 않게 자객이
또 하나의 새로운 무협영화 <자객 섭은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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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사이먼, 테오도르. 말썽쟁이 칩멍크 삼형제는 주인 데이브(제이슨 리) 없이 데이브의 생일파티를 열었다가 음악 활동을 금지당한다. 얼마 뒤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형제들 앞으로 십대 소년 마일스(조시 그린)가 나타난다. 악동 기질이 다분한 마일스는 앨빈(저스틴 롱)을 골프공 삼아 샷을 날리고 테오도르(제시 매카트니)를 관람차에 태워 돌리는 등 삼형제를 무자비하게 괴롭힌다. 알고 보니 마일스는 데이브 여자친구의 아들, 그러니까 삼형제와 가족이 될 사람이다. 삼형제에겐 어떻게든 데이브의 청혼을 막는 것만이 살길이다. 아빠에게 버려진 기억을 가진 마일스도 엄마의 재혼을 반대하긴 마찬가지. 칩멍크 삼형제와 마일스는 음악 작업 겸 로맨틱한 청혼을 위해 마이애미로 떠난 데이브를 찾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비행기에 오른다.
<앨빈과 슈퍼밴드> 시리즈를 네편이나 끌고 온 동력은 명확하다. 좀체 자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세 다람쥐의 귀여운 외모, 신나는 율동과 독특한 화음으로 이뤄진
미국을 횡단하는 칩멍크 삼형제의 여정 <앨빈과 슈퍼밴드: 악동 어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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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고요한 밤, 낡은 버스를 타고 한 여자가 정류장에 내린다. 시골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자, 틸리(케이트 윈슬럿)다. 기억을 잃은 어머니가 홀로 살고 있는 고향집으로 향한 틸리는 폐가마냥 다 쓰러져가는 집을 수리하고, 어머니를 씻긴다. 그러고는 각 집의 지붕에 차례차례 골프공을 날려 마을에 자신의 귀환을 알린다. 어린 시절 친구를 살해한 누명을 쓰고 마을을 떠나 있던 틸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일단 틸리는 “발렌시아가와 디올로부터 사사한” 놀라운 재봉 실력을 이용해 마을 여자들에게 아름다운 옷을 지어준다. 틸리의 등장으로 마을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로잘리 햄이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예쁘고 기발하게 각색한 영화다. 유명 디자이너의 오트 쿠튀르를 소화하는 케이트 윈슬럿의 자태는 대단히 우아하며 마을 여인들의 모임은 독특한 컨셉의 컬렉션을 보고 있는 듯한 시각적 유희를 제공한다. 단조롭고 똑같은 의상으로 대변되는, 고정적
내면에 품고 있던 시기와 탐욕이 드러난다 <드레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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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교사로 근무 중인 창주(진백림)는 휴식차 친구들과 제주도로 떠난다. 여행 도중 사고가 난 차량에 기절해 있던 여인 지연(손예진)을 발견한 일행은 그녀를 병원으로 옮기려 한다. 한데 갑자기 깨어난 여인이 경찰을 총으로 쏘고 창주와 동생을 인질 삼아 도주한다. 친구들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오해를 받아 도리어 수배범 신세가 된다. 한편 의문의 사내가 지연을 쫓는 가운데 지연의 사정을 알게 된 창주는 그녀와 함께 자신들을 위협하는 범죄 집단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한•중 합작영화는 일방적인 수혜나 기술 제휴를 넘어 다음 단계로 진입한 지 이미 오래다. 양국의 모든 관객을 만족시킨다는 모호한 목표는 사라지고, 정확한 타깃 분석과 그에 따른 필요한 인력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합작’보다 ‘영화’에 방점이 찍히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나쁜 놈은 죽는다>는 강제규, 펑샤오강 감독이 제작을 맡은 한•중 합작 프로젝트로 펑샤오강의 조감독 출신인 손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한•중 합작 프로젝트 <나쁜 놈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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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변재욱(황정민)은 성격이 다혈질인 까닭에 종종 강압 수사를 하고 공권력을 남용한다. 어느 날, 철새 서식지 개발 반대 시위 현장에서 용역 업체가 고용한 한 남자가 시위대로 위장해 경찰에 폭력을 휘두르다가 체포된다. 피의자는 변재욱으로부터 취조를 받던 중, 변재욱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죽은 채로 발견된다. 변재욱은 살인 혐의로 체포되고, 살인 누명을 쓰게 돼 15년형을 선고받는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뒤, 감옥에서 와신상담하고 있던 그는 자신이 누명을 쓰게 된 사건을 알고 있는 사기꾼 치원(강동원)을 만난다. 재욱은 치원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는 작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직감하고, 자신의 법률 지식을 총동원해 치원을 무혐의로 감옥 밖으로 내보낸다.
누명을 쓴 검사가 사기꾼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결백을 입증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다. 검사가 감옥에 들어간다는 상황만큼이나 재미있는 건 검사와 사기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는다는 설정이다
검사와 사기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손을 잡는다 <검사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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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모기지’, ‘CDO’, ‘신용부도스와프’… 머리 아프다. <빅 쇼트>를 봤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면? 경제 공부를 해야 할까? 물론 그게 정답이다. 지금 당장 서점으로 가서 관련 서적을 구입하는 게 좋겠다. 아니면 다음 3편의 영화가 참고가 될 수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다룬 <빅 쇼트>를 보기로 마음먹은 당신은 아마 이미 이 영화들을 봤을 가능성이 높겠지만. 혹시나 보지 못했다면 반드시 챙겨봐야 할 영화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과 정부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말아먹었는지 더 알고 싶다면 말이다.
1. 인사이드 잡 (2010)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앨런 그린스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래리 서머스,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벤 버냉키, 하버드대학과 컬럼비아대학 총장 등. 누구냐고? 당시 <인사이드 잡>의 인터뷰를 거절한 사람들과 기업이다. 대충 봐
<빅 쇼트>를 본 당신에게 추천하는 영화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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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풍경 위로 20년간 갓즈 포켓에 관한 칼럼을 써온 칼럼니스트 리차드 쉘번(리처드 젠킨스)의 글이 내레이션으로 흐른다. “갓즈 포켓의 사람들이 못 견디는 것은 이곳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다.” 갓즈 포켓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미키(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와 그녀의 매력적인 아내 지니(크리스티나 헨드릭스)는 공사장에 일하러 간 아들 리온이 사고사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친구 아서(존 터투로)와 함께 훔친 고기를 팔며 생활비를 조달하던 미키는 아들의 시신을 최고급 관에 안치하기 바라는 아내를 위해 시급히 돈을 마련해야 할 처지. 철없는 아내는 급기야 아들의 죽음이 단순 사고사가 아닐 거라고 의심한다. 한편 알코올중독에 허우적대며 제대로 된 글을 내놓지 못한 지 꽤 된 칼럼니스트 리차드는 마지 못해 리온의 죽음을 취재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지니에게 첫눈에 반해버린다.
<갓즈 포켓>은 폐쇄적인 동네 갓즈 포켓 사람들의 무기력과 우울을 위선과 위악의 제스처로 쌓아올린
폐쇄적인 동네 갓즈 포켓의 사람들 <갓즈 포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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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 집에 가 있어.” 쥬세페는 아마도 여자친구 잔(루 드 라주)에게 이렇게 말했나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대저택으로 그녀가 찾아오게 된 경위다. 쥬세페의 엄마 안나(줄리엣 비노쉬)는 그런 아들의 애인을 기꺼이 맞이한다. 하지만 저택에는 적막이 깃들어 있고, 잔은 이 무거운 침묵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얼마 전에 남동생이 죽었어”라는 안나의 설명과 함께 가까스로 상황을 받아들인 그녀는, 감감무소식인 쥬세페를 기다리기로 한다.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의 원제는 이탈리아어로 ‘L’attesa’(기다림)이다. 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두 여자는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부활절에 온다는 남자친구를 맞이하려는 잔의 기다림과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밀을 간직한 엄마의 기다림은 다르다. 잔에게 하루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그 기다림의 시간은, 안나에게는 영원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죽은 아들과 달리 여전히 욕망에 가득 찬 육체를 가진 젊은 잔
각기 다른 기다림의 시간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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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란 일종의 환상에 불과하다. 다큐멘터리 감독 피에르(스타니슬라 메하르)는 부인 마농(클로틸드 쿠로)과 함께 작업 중이다. 더딘 작업에 지쳐갈 무렵 그의 앞에 지적인 대학원생 엘리자베스(레나 포감)가 나타나고 그는 어느새 그녀의 젊음에 빠져든다. 자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엘리자베스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던 피에르는 어느 날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 엘리자베스가 우연히 마농의 외도 현장을 목격하고 피에르를 떠보기 위해 알린 것이다. 피에르는 자신의 불륜도 잊고 아내의 외도 앞에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포스트 누벨바그의 거장이란 명성에 겁먹지 않아도 좋다.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은 필립 가렐의 영화 중에서도 유난히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채워져 있다. 필립 가렐 영화 중 프랑스에서 가장 흥행 성적이 좋았고, 그만큼 대중적인 화법으로 읽기에 충분하다. 동시에 필립 가렐의 인장이랄 수 있는 장면들, 특유의 스타일들이 녹아 있어 그의 팬으로서 파고들 여지도 충분하다. 이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필립 가렐 영화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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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예론 반 코닝스부르헤)은 부와 명예, 모든 걸 가졌지만 뜨거운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늘 세계와의 유리감을 느껴온 그가 원하는 것은 죽음뿐. 그는 우연히 인생에 단 한번뿐인 여행을 보내주는 비밀스러운 여행사 엘리시움을 찾아가 죽음 여행을 계약하지만, 그곳에서 마주친 고객 안나(조지나 벨바안)와 만나며 새로운 감정을 깨닫고 죽음을 보류하려 한다. 그러나 엘리시움은 한번 한 계약은 파기할 수 없음을 통보하고, 그들은 죽음을 피해 도주한다.
죽음을 경량의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 팬시한 영화다. 죽음 여행 업체라는 설정은 기발하고, 사랑에 빠져 죽지 않고 싶어지는 순간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흥미로운 극적 장치다. 죽음과 사랑이 한끗 차이로 비껴가고 마주하는 상황을 비탈리의 <샤콘느>와 비발디의 <사계> 등 중후한 음악들에 맞춰 연출한 장면들도 아름답다. 문제는 영화가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것이다. 전반부
죽음을 경량의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 <킬 미 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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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울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던가. <울보>의 이섭(장유상)은 툭하면 운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을 때 이섭은 어린애처럼 뚝뚝 눈물을 흘린다. 하윤(하윤경)과 길수(이서준)는 그 반대다. 하윤은 병든 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해서 제 몸은 못 챙기는 상황이 와도 울지 않는다.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의 큰형처럼 군림하며 동생들을 책임지고 있는 길수도 힘들다고 내색하지 않는다. 이섭은 자신에게 결핍된 무엇을 하윤과 길수에게서 발견하고 이들과 가까워지려 한다. 버려야 할 것, 잃게 되는 것이 많지만 그 둘과 함께라면 이섭은 편안할 것 같다.
우는 아이들을 달래주기에 세상과 어른들은 너무 무정하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그냥 나가 있으라고 말하는 교사, 아무런 죄의식 없이 청소년과 섹스하려는 남자, 무력한 엄마, 소통이 되지 않는 아버지들 아래서 아이들은 알아서 제 살길을 모색하기 바쁘다. 저희들끼리는 나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특별언급상 수상작 <울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