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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사이먼, 테오도르. 말썽쟁이 칩멍크 삼형제는 주인 데이브(제이슨 리) 없이 데이브의 생일파티를 열었다가 음악 활동을 금지당한다. 얼마 뒤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형제들 앞으로 십대 소년 마일스(조시 그린)가 나타난다. 악동 기질이 다분한 마일스는 앨빈(저스틴 롱)을 골프공 삼아 샷을 날리고 테오도르(제시 매카트니)를 관람차에 태워 돌리는 등 삼형제를 무자비하게 괴롭힌다. 알고 보니 마일스는 데이브 여자친구의 아들, 그러니까 삼형제와 가족이 될 사람이다. 삼형제에겐 어떻게든 데이브의 청혼을 막는 것만이 살길이다. 아빠에게 버려진 기억을 가진 마일스도 엄마의 재혼을 반대하긴 마찬가지. 칩멍크 삼형제와 마일스는 음악 작업 겸 로맨틱한 청혼을 위해 마이애미로 떠난 데이브를 찾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비행기에 오른다.
<앨빈과 슈퍼밴드> 시리즈를 네편이나 끌고 온 동력은 명확하다. 좀체 자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세 다람쥐의 귀여운 외모, 신나는 율동과 독특한 화음으로 이뤄진
미국을 횡단하는 칩멍크 삼형제의 여정 <앨빈과 슈퍼밴드: 악동 어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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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고요한 밤, 낡은 버스를 타고 한 여자가 정류장에 내린다. 시골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자, 틸리(케이트 윈슬럿)다. 기억을 잃은 어머니가 홀로 살고 있는 고향집으로 향한 틸리는 폐가마냥 다 쓰러져가는 집을 수리하고, 어머니를 씻긴다. 그러고는 각 집의 지붕에 차례차례 골프공을 날려 마을에 자신의 귀환을 알린다. 어린 시절 친구를 살해한 누명을 쓰고 마을을 떠나 있던 틸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일단 틸리는 “발렌시아가와 디올로부터 사사한” 놀라운 재봉 실력을 이용해 마을 여자들에게 아름다운 옷을 지어준다. 틸리의 등장으로 마을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로잘리 햄이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예쁘고 기발하게 각색한 영화다. 유명 디자이너의 오트 쿠튀르를 소화하는 케이트 윈슬럿의 자태는 대단히 우아하며 마을 여인들의 모임은 독특한 컨셉의 컬렉션을 보고 있는 듯한 시각적 유희를 제공한다. 단조롭고 똑같은 의상으로 대변되는, 고정적
내면에 품고 있던 시기와 탐욕이 드러난다 <드레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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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교사로 근무 중인 창주(진백림)는 휴식차 친구들과 제주도로 떠난다. 여행 도중 사고가 난 차량에 기절해 있던 여인 지연(손예진)을 발견한 일행은 그녀를 병원으로 옮기려 한다. 한데 갑자기 깨어난 여인이 경찰을 총으로 쏘고 창주와 동생을 인질 삼아 도주한다. 친구들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오해를 받아 도리어 수배범 신세가 된다. 한편 의문의 사내가 지연을 쫓는 가운데 지연의 사정을 알게 된 창주는 그녀와 함께 자신들을 위협하는 범죄 집단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한•중 합작영화는 일방적인 수혜나 기술 제휴를 넘어 다음 단계로 진입한 지 이미 오래다. 양국의 모든 관객을 만족시킨다는 모호한 목표는 사라지고, 정확한 타깃 분석과 그에 따른 필요한 인력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합작’보다 ‘영화’에 방점이 찍히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나쁜 놈은 죽는다>는 강제규, 펑샤오강 감독이 제작을 맡은 한•중 합작 프로젝트로 펑샤오강의 조감독 출신인 손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한•중 합작 프로젝트 <나쁜 놈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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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변재욱(황정민)은 성격이 다혈질인 까닭에 종종 강압 수사를 하고 공권력을 남용한다. 어느 날, 철새 서식지 개발 반대 시위 현장에서 용역 업체가 고용한 한 남자가 시위대로 위장해 경찰에 폭력을 휘두르다가 체포된다. 피의자는 변재욱으로부터 취조를 받던 중, 변재욱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죽은 채로 발견된다. 변재욱은 살인 혐의로 체포되고, 살인 누명을 쓰게 돼 15년형을 선고받는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뒤, 감옥에서 와신상담하고 있던 그는 자신이 누명을 쓰게 된 사건을 알고 있는 사기꾼 치원(강동원)을 만난다. 재욱은 치원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는 작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직감하고, 자신의 법률 지식을 총동원해 치원을 무혐의로 감옥 밖으로 내보낸다.
누명을 쓴 검사가 사기꾼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결백을 입증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다. 검사가 감옥에 들어간다는 상황만큼이나 재미있는 건 검사와 사기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는다는 설정이다
검사와 사기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손을 잡는다 <검사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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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모기지’, ‘CDO’, ‘신용부도스와프’… 머리 아프다. <빅 쇼트>를 봤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면? 경제 공부를 해야 할까? 물론 그게 정답이다. 지금 당장 서점으로 가서 관련 서적을 구입하는 게 좋겠다. 아니면 다음 3편의 영화가 참고가 될 수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다룬 <빅 쇼트>를 보기로 마음먹은 당신은 아마 이미 이 영화들을 봤을 가능성이 높겠지만. 혹시나 보지 못했다면 반드시 챙겨봐야 할 영화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과 정부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말아먹었는지 더 알고 싶다면 말이다.
1. 인사이드 잡 (2010)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앨런 그린스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래리 서머스,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벤 버냉키, 하버드대학과 컬럼비아대학 총장 등. 누구냐고? 당시 <인사이드 잡>의 인터뷰를 거절한 사람들과 기업이다. 대충 봐
<빅 쇼트>를 본 당신에게 추천하는 영화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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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풍경 위로 20년간 갓즈 포켓에 관한 칼럼을 써온 칼럼니스트 리차드 쉘번(리처드 젠킨스)의 글이 내레이션으로 흐른다. “갓즈 포켓의 사람들이 못 견디는 것은 이곳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다.” 갓즈 포켓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미키(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와 그녀의 매력적인 아내 지니(크리스티나 헨드릭스)는 공사장에 일하러 간 아들 리온이 사고사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친구 아서(존 터투로)와 함께 훔친 고기를 팔며 생활비를 조달하던 미키는 아들의 시신을 최고급 관에 안치하기 바라는 아내를 위해 시급히 돈을 마련해야 할 처지. 철없는 아내는 급기야 아들의 죽음이 단순 사고사가 아닐 거라고 의심한다. 한편 알코올중독에 허우적대며 제대로 된 글을 내놓지 못한 지 꽤 된 칼럼니스트 리차드는 마지 못해 리온의 죽음을 취재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지니에게 첫눈에 반해버린다.
<갓즈 포켓>은 폐쇄적인 동네 갓즈 포켓 사람들의 무기력과 우울을 위선과 위악의 제스처로 쌓아올린
폐쇄적인 동네 갓즈 포켓의 사람들 <갓즈 포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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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 집에 가 있어.” 쥬세페는 아마도 여자친구 잔(루 드 라주)에게 이렇게 말했나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대저택으로 그녀가 찾아오게 된 경위다. 쥬세페의 엄마 안나(줄리엣 비노쉬)는 그런 아들의 애인을 기꺼이 맞이한다. 하지만 저택에는 적막이 깃들어 있고, 잔은 이 무거운 침묵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얼마 전에 남동생이 죽었어”라는 안나의 설명과 함께 가까스로 상황을 받아들인 그녀는, 감감무소식인 쥬세페를 기다리기로 한다.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의 원제는 이탈리아어로 ‘L’attesa’(기다림)이다. 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두 여자는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부활절에 온다는 남자친구를 맞이하려는 잔의 기다림과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밀을 간직한 엄마의 기다림은 다르다. 잔에게 하루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그 기다림의 시간은, 안나에게는 영원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죽은 아들과 달리 여전히 욕망에 가득 찬 육체를 가진 젊은 잔
각기 다른 기다림의 시간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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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란 일종의 환상에 불과하다. 다큐멘터리 감독 피에르(스타니슬라 메하르)는 부인 마농(클로틸드 쿠로)과 함께 작업 중이다. 더딘 작업에 지쳐갈 무렵 그의 앞에 지적인 대학원생 엘리자베스(레나 포감)가 나타나고 그는 어느새 그녀의 젊음에 빠져든다. 자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엘리자베스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던 피에르는 어느 날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 엘리자베스가 우연히 마농의 외도 현장을 목격하고 피에르를 떠보기 위해 알린 것이다. 피에르는 자신의 불륜도 잊고 아내의 외도 앞에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포스트 누벨바그의 거장이란 명성에 겁먹지 않아도 좋다.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은 필립 가렐의 영화 중에서도 유난히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채워져 있다. 필립 가렐 영화 중 프랑스에서 가장 흥행 성적이 좋았고, 그만큼 대중적인 화법으로 읽기에 충분하다. 동시에 필립 가렐의 인장이랄 수 있는 장면들, 특유의 스타일들이 녹아 있어 그의 팬으로서 파고들 여지도 충분하다. 이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필립 가렐 영화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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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예론 반 코닝스부르헤)은 부와 명예, 모든 걸 가졌지만 뜨거운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늘 세계와의 유리감을 느껴온 그가 원하는 것은 죽음뿐. 그는 우연히 인생에 단 한번뿐인 여행을 보내주는 비밀스러운 여행사 엘리시움을 찾아가 죽음 여행을 계약하지만, 그곳에서 마주친 고객 안나(조지나 벨바안)와 만나며 새로운 감정을 깨닫고 죽음을 보류하려 한다. 그러나 엘리시움은 한번 한 계약은 파기할 수 없음을 통보하고, 그들은 죽음을 피해 도주한다.
죽음을 경량의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 팬시한 영화다. 죽음 여행 업체라는 설정은 기발하고, 사랑에 빠져 죽지 않고 싶어지는 순간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흥미로운 극적 장치다. 죽음과 사랑이 한끗 차이로 비껴가고 마주하는 상황을 비탈리의 <샤콘느>와 비발디의 <사계> 등 중후한 음악들에 맞춰 연출한 장면들도 아름답다. 문제는 영화가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것이다. 전반부
죽음을 경량의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 <킬 미 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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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울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던가. <울보>의 이섭(장유상)은 툭하면 운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을 때 이섭은 어린애처럼 뚝뚝 눈물을 흘린다. 하윤(하윤경)과 길수(이서준)는 그 반대다. 하윤은 병든 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해서 제 몸은 못 챙기는 상황이 와도 울지 않는다.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의 큰형처럼 군림하며 동생들을 책임지고 있는 길수도 힘들다고 내색하지 않는다. 이섭은 자신에게 결핍된 무엇을 하윤과 길수에게서 발견하고 이들과 가까워지려 한다. 버려야 할 것, 잃게 되는 것이 많지만 그 둘과 함께라면 이섭은 편안할 것 같다.
우는 아이들을 달래주기에 세상과 어른들은 너무 무정하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그냥 나가 있으라고 말하는 교사, 아무런 죄의식 없이 청소년과 섹스하려는 남자, 무력한 엄마, 소통이 되지 않는 아버지들 아래서 아이들은 알아서 제 살길을 모색하기 바쁘다. 저희들끼리는 나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특별언급상 수상작 <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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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관(이성민)은 10년째 실종된 딸 유주(채수빈)를 찾아 전국을 헤맨다. 그런 그 앞에 정체 모를 로봇이 나타난다. 소리를 듣고 소리의 위치, 소리의 원인, 소리에 얽힌 온갖 정보를 읊는 신통방통한 로봇이다. 해관은 어쩌면 이 로봇이 딸을 찾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로봇과 동행한다. 그러면서 해관은 자신이 알고 있던 딸이 유주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뒤늦게 자신을 돌아본다. 그사이 영화는 유주의 실종이 단순 가출이 아니라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로 목숨을 잃은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 로봇의 정체도 밝혀진다. 그 로봇은 미국 나사(NASA)가 만들었고 위치 추적과 감청까지 가능한 인공지능이다. 한국 서해에 떨어지면서 한•미 양국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며 민감해진다.
로봇이 나오지만 <로봇, 소리>는 거창한 SF물을 지향하지 않는다. 2003년 실제 있었던 대구 지하철 참사라는 한국형 참사를 배경으로 지극히 보수적인 아버지와 뜻이 다른 자
귀엽고 엉뚱한 매력을 지닌 로봇과의 동행 <로봇,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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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쿵후를 전수하는 쿵후 마스터가 되어라.’ 불굴의 ‘쿵푸팬더’ 포(잭 블랙)에게 주어진 세 번째 미션이다. 하지만 덤벙대고 실수투성이인 포에게 위대한 사부의 길은 멀기만 하다. 한편 영혼계로 추방당했던 ‘복수의 화신’ 카이(J. K. 시먼스)는 대사부 우그웨이의 기(氣)를 빼앗아 인간계로 내려온다. 카이는 지상의 모든 쿵후 사부들로부터 기를 흡수해 인간계를 지배할 작정이다. 기에는 기로 맞서는 법. 포는 카이를 막을 수 있는 기를 터득하고자 수련의 길에 오른다. 국숫집에서 극적으로 재회한 친아버지와 함께 말이다. 포 부자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공간, 판다 마을로 향한다.
식탐 많은 쿵후 ‘덕후’에 지나지 않던 포는 시리즈를 지나며 막중한 역할들을 걸머져왔다. 쿵후의 대를 잇는 수련생이 되었고 평화의 계곡을 수호하는 ‘용의 전사’로 거듭났다. <쿵푸팬더3>에서는 친아버지를 만나며 충실한 아들로서의 역할이 더해졌고 부담스러운 쿵후 스승의 자리까지 맡게
'쿵푸팬더’ 포에게 주어진 세 번째 미션 <쿵푸팬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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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에 알리가 있다면 체스엔 피셔가 있다. 바비 피셔는 러시아 선수들이 장악한 체스계에서 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70년대 미국의 체스 영웅이다. 세계 챔피언이 된 후 돌연 잠적해버린 피셔는 이후 잦은 기행과 대회 불참으로 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하고 국제 수배를 받는 등 비운의 노년기를 보낸다. 바비 피셔의 굴곡진 삶은 그의 잠적을 소재로 한 극영화 <위대한 승부>(1993), 다큐멘터리 전기영화 <체스황제 바비 피셔>(2011)로 영화화된 바 있다. <세기의 매치>는 체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부로 손꼽히는 1972년 세계 챔피언 타이틀 매치를 중심으로 냉전 시기 국가의 자존심을 걸머진 스포츠 영웅의 압박감을 그린다.
혁명가 어머니를 둔 어린 피셔에게 체스는 외로운 밤을 나는 유일한 수단이다. 체스에 재미가 들린 피셔는 승부 근성을 바탕으로 실력을 키워 열다섯에 최연소 그랜드 마스터 타이틀을 획득한다. 유달리 예민했던 그의 성격
70년대 미국 체스 영웅 바비 피셔의 전기영화 <세기의 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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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장 루이 트랭티냥)와 줄리아(스테파니아 산드렐리)는 결혼을 앞둔 커플이다. 어느 날 줄리아가 클레리치 가문의 비밀을 폭로하는 익명의 편지를 받았노라고 말한다. 편지에 따르면 마르첼로의 아버지는 매독으로 인한 정신병을 앓고 있다. 실제로 마르첼로의 아버지는 정신병동에 수감 중이다. 마르첼로는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그와 화해할 수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한 채 돌아선다. 어린 시절 성인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등 ‘비정상’적인 것들에 둘러싸인 채 자란 마르첼로는 ‘정상’적인 것을 추구하며 산다. 줄리아와의 결혼도, 그가 파시스트가 된 것도 당대에는 그것이 평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마르첼로는 당국으로부터 프랑스로 망명한 은사, 콰트리 교수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내게 영화 만들기란 아버지를 죽이는 나의 방식임을 깨달았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순응자>를 만든 지 수십년 후, 다시 이 작품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서 ‘아버지’는 명
영화의 메시지와 긴밀히 조응하는 세심한 미장센 <순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