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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공무원 창식(김종구)은 중국 동포 수옥(강애심)에게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내 길순(전국향)을 돌보는 일을 전적으로 맡긴다. 월 200만원을 받는 수옥은 요양보호사와 입주가정부 역할까지 하면서 열심이지만, 길순의 상태는 욕창이 생길 만큼 점점 나빠지기만 한다. 창식은 막내딸 지수(김도영)에게 전화를 걸어 길순에게 욕창이 생겼다고 알릴 뿐 아들들에게는 직접 알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전화를 받고 한달음에 달려온 지수는 엄마에게 마음이 쓰여 추가적인 돌봄노동을 자처한다. 한편 창식은 일상 속에서 생각을 나눌 수 없는 길순을 반려자로 느끼지 못하고, 자신과 가장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는 수옥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욕창>은 돌봄노동을 적확하게 그린 작품이다. 남성 배우자가 슬그머니 주 돌봄자 역할에서 빠져나가고, 딸과 다른 여성에게 전가하는 현상을 그린다. 심혜정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82년생 김지영>을 연출한 김도영 감독이 딸 지수를 연기하면서, 위로는 친
'욕창' 돌봄노동을 적확하게 그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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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전업주부 헌터(헤일리 베넷)는 임신 후 남편 리치(오스틴 스토웰)와 시부모의 축하를 받는다. 그러나 헌터에 대한 관심은 그때뿐이다. 가족들은 대화 중에 그를 무시하기 일쑤고, 헌터는 얼음을 깨먹으며 고독을 견딘다. 이후 시어머니가 건넨 책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라는 문구를 읽고 감화한 헌터는 구슬, 종이, 압정, 나사, 건전지 등 먹어서는 안되는 물건을 삼키는 일에 매혹된다. 이를 알게 된 리치와 시부모는 헌터에게 새로운 식단을 권하고 상담을 받게 하는 등 원래의 모습으로 그를 되돌리기 위해 힘쓰지만, 헌터는 가족의 눈을 피해 계속해서 음식이 아닌 것들을 혀 위에 올린다. <원스 어게인>의 제작과 공동 연출을 맡았던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 연출작인 <스왈로우>는 위태로운 충동에 휩싸인 인물이 뿜어내는 긴장으로 극을 채운다. 인물의 뒤틀린 행동이 고급스러운 대저택을 배경으로 어우러져 기묘한 에너지를 선사하는 초반부 연
'스왈로우' 제18회 트라이베카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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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들의 가렴주구는 극에 달하고, 탐관오리의 횡포가 극심하던 조선 영조 10년. 학규(이봉근)는 아내 간난(이유리), 딸 청이(김하연)와 함께 오손도손 살아가는 소리꾼이다. 그는 단짝인 고수 대봉(박철민)과 함께 잔칫집과 장을 돌며 소리를 한다. 어느 날, 간난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에 납치당한다. 학규는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청이, 대봉과 함께 길을 나선다. 학규는 몰락한 양반(김동완), 스님 등 전국 곳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광대패를 이룬다. 아내를 찾기 위해 스스로 지어낸 <심청가>에 곡조를 붙여 부르고, 민심을 흔들기 시작한다.
<소리꾼>은 학규가 아내를 찾는 긴 여정을 판소리로 풀어내는 뮤지컬영화이자 로드무비다. 임권택 감독의 판소리영화 <춘향뎐>(2000)이 그렇듯이 이 영화 또한 판소리가 사건과 인물의 감정을 설명하는 화자 역할을 한다. “갈까부다 갈까부다 내님따라 갈까부다” 같은, 이야기 곳곳에서 학규가 부
'소리꾼' 한 남자가 아내를 찾는 긴 여정을 판소리로 풀어내는 뮤지컬영화이자 로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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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그(프란츠 로고브슈키)는 독일군의 공습이 시작되자 비점령지대인 프랑스 마르세유로 도피하고, 다리를 다쳐 생사를 헤매는 작가 하인츠와 함께 기차에 오른다. 긴 시간, 지루함을 참지 못한 게오르그는이동하면서 하인츠가 새로 완성한 원고를 읽는다. 마침내 프랑스에 도착한 후 게오르그는 하인츠의 죽음을 확인하고 검문 요원들의 눈을 피해 혼자 도망나온다. 거처할 곳을 찾아 떠도는 그의 등을 누군가가 반갑게 두드리는데, 게오르그가 돌아보자 여인은 자신이 찾던 사람이 아니었다는 듯 웃음을 거두고 빠르게 사라진다. 이후 레스토랑과 멕시코 대사관 등 게오르그가 옮겨가는 장소마다 같은 여인이 잠시 들렀다 사라진다.
한편 멕시코 대사관에서는 게오르그를 하인츠로 오해하고 하인츠를 위해 준비한 멕시코행 선박표와 여행 자금을 건넨다. 게오르그는 하인츠의 아내에게 그의 죽음을 알리고 그녀와 아들 드리스(릴리언 뱃맨)를 주기적으로 방문한다. 천식이 있는 드리스의 병세가 깊어지면서 게오르그는 독일어를 할
'트랜짓' 2차 세계대전 시기, 그리고 현재로 이어지는 난민 문제를 다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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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알 수 없는 증세를 가진 사람들이 주민들을 공격하자 아파트 단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영문도 모른 채 잠에서 깬 준우(유아인)는 이 광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진다. 남은 식량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데다가 통신도 끊기면서 고립되고 만다. <#살아있다>는 좀비 장르의 외형을 두른 채 두 주인공의 생존을 그린다. 외부로부터 고립된 사람들이 겪는 외로움, 절박함 그리고 생존에 대한 의지를 공들여 보여준다.
'#살아있다' 좀비 장르의 외형을 두른 채 두 주인공의 생존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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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지(에모토 다스쿠)는 옛 연인 나오코(다키우치 구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을 찾는다. 오랜만에 켄지를 만난 나오코는 출장을 떠난 약혼자가 돌아오기 전까지 잠시 예전 관계로 돌아가자고 제안한다. <분화구의 두 사람>은 뜨거운 욕망과 그 뒤에 찾아오는 공허를 더듬어나간다. 후지산 분출이라는 재앙 속에서도 서로를 갈망하는 인물들의 모습에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의 메워지지 않는 불안이 짙게 배어 있다.
'분화구의 두 사람' 옛 연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을 찾는 한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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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연애를 끝낸 다프네(셰일린 우들리)는 일까지 그만두고 잠시 세상과 멀어진 채 지낸다. 그런 그에게 잭(제이미 도넌)과 프랭크(세바스천 스텐)가 호감을 표하고, 다프네는 두 사람 사이에서 갈등한다. <조> <뉴니스>를 연출한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신작. 특유의 영상미, 세심한 감정 표현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그러나 사랑에 관한 모든 책임을 다프네가 짊어지게 하는 결말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지 의문이 남는다.
'엔딩스 비기닝스' <조> <뉴니스>를 연출한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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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그레텔(소피아 릴리스)은 산지기들의 일손을 돕고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남동생 헨젤(새뮤얼 리키)과 집을 떠난다. 노년의 여성이 나타나 풍족한 식사를 대접하고, 그레텔에게만 어둠의 마법을 가르쳐주겠다고 속삭인다. 그림 형제의 <헨젤과 그레텔>에서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영화로, <로마>의 갈로 올리바레스 촬영감독이 광각렌즈로 그레텔을 담으면서 어린 여성이 겪는 신체적 변화와 성적 위험을 인상적으로 재현한다.
'그레텔과 헨젤' <헨젤과 그레텔>에서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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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과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12살 에이브(노아 슈나프)의 정체성은 복잡하다. 반은 팔레스타인계 모슬렘, 반은 이스라엘계 유대인이며, 현재 사는 곳은 뉴욕 브루클린이다. 모슬렘 친가와 유대인 외가 식구들은 만날 때마다 종교전쟁을 치르고, 음식으로 가족의 화합을 시도하려는 에이브는 부모 몰래 브라질 출신 거리의 요리사 치코(세우 조르지)의 공유 주방에서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다. 편협한 어른들과 달리 에이브는 유연하게 경계를 넘어 맛과 문화를 섞는 데 주저함이 없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서는 새로운 세대에 대한 감독의 긍정적 시선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의 윌로 잘 알려진 노아 슈나프가 두 종교 사이에 끼어 갈팡질팡하는 에이브를 연기하는데, 요리 연기보다는 큰 눈망울로 감정 연기할 때 더 몰입하게 된다.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새로운 세대에 대한 감독의 긍정적 시선이 깔려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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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가문인 먼로가의 맏딸이자 뉴욕 지방 검사인 로렌(릴리 콜린스)은 사망한 아버지(패트릭 워버턴)로부터 열쇠 하나를 상속받는다. 그 열쇠로 가족 사유지의 지하실에 들어간 로렌은 긴 머리에 수염이 덥수룩한 남성 모건(사이먼 페그)을 만나게 되고, 아버지가 왜 그를 가뒀는지 직접 심문에 나선다. 하지만 30년 넘게 감금됐던 모건은 쉽게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인헤리턴스>는 백인 상류층의 추악한 면을 드러내는 미스터리 가족드라마다. 가문의 도덕적 짐을 짊어진 맏딸을 연기한 릴리 콜린스와 사이먼 페그의 호연이 돋보인다. 하지만 영화 속 갈등과 해결책이 대사로만 제시돼 아쉬움이 남는다. 유력 가문의 별장에 숨겨진 지하실이란 장치 역시 배우들이 대사를 주고받는 무대로만 기능하며, 마지막 반전도 대사로 급히 처리되어 치밀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인헤리턴스' 백인 상류층의 추악한 면을 드러내는 미스터리 가족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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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낙오된 독일군들이 아군의 전선에 합류하기 위해 후퇴 중이다. 브랜트 중위와 대원들은 러시아 여성 의무병들을 포로로 데리고 있는데, 이들은 호시탐탐 탈출할 기회를 노린다. 전쟁영화 <1945: 포인트 오브 노 리턴>은 퇴로가 막힌 한 무리의 군인들이 처한 막막한 상황과 갈등에 집중한다. 상황적으로는 데이비드 에이어의 <퓨리>나 샘 멘데스의 <1917> 같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1945: 포인트 오브 노 리턴>은 언급한 영화들과 비교 가능한 블록버스터 전쟁영화가 아니다. 저예산 전쟁영화의 한계를 밀도 있는 드라마와 캐릭터로 돌파하지도 못한다. 영화에는 다양한 유형의 군인들이 등장하지만 좀처럼 마음 줄 인물이 없다. 전장에서의 여성 캐릭터 묘사에도 세심함이 떨어진다.
'1945: 포인트 오브 노 리턴' 퇴로가 막힌 한 무리의 군인들이 처한 막막한 상황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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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토야체(천이슬) 실종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동민(김인권)은 동료 장 형사(김승현)와 함께 토야체의 주변 인물들을 탐색해나간다. 그들은 토야체와 같은 몽골 출신 모델 알리샤(하주희), 실종 전 마지막으로 토야체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재현(서도현) 등 의심스러운 인물들을 조사한다. 그러던 중 몽골에서 특명을 받고 온 형사 몽허(얀츠카)가 갑작스레 동민 앞에 나타난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데다 다짜고짜 알리샤를 몽골로 데려가고 싶어 하는 몽허는 동민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기어이 알리샤가 한국을 떠난 이후, 동민과 몽허는 그간 발견하지 못했던 사건의 단서들을 얻는다. 그렇게 본격적인 공조가 시작되고, 두 형사는 한국과 몽골을 오가며 목숨을 걸고 진실을 밝혀내고자 한다.
형사가 주인공인 영화는 많지만, 몽골인 형사와 한국인 형사 콤비가 주인공인 영화는 흔치 않다. 색다름에 방점을 찍는다면 영화의 후반부 주된 배경이 되는 몽골 초원이라는 장소 또한 눈길을 끌 것이다. 김인권은 &l
'열혈형사' 몽골인 형사와 한국인 형사 콤비가 주인공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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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이자 인기 모델인 아이(이토요 마리에)는 괴한들의 위협에 못 이겨 업계 최고 해결사 ‘시티헌터’ 료(가미야 아키라)를 경호원으로 고용한다. 료는 업무 파트너 카오리(이쿠라 가즈에)와 함께 아이의 일상을 따르며 경호를 이어간다. 카오리는 아이의 촬영 현장에 동행했다가 어린 시절 친구인 신지(야마데라 고이치)를 우연히 만나 과거를 추억하며 회포를 풀기도 한다. 하지만 신지는 언제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해 무기 파는 일을 하고 있으며, 최첨단 살인 병기 뫼비우스를 통해 야망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과연 시티헌터 일당은 그의 계획을 막고 위험에 빠진 도시를 지킬 수 있을까.
<시티헌터>가 20년 만에 오리지널 스탭과 재결합해 관객을 찾는다. 호조 쓰카사의 만화 원작 스토리라인을 따르며, 대부분의 주요 캐릭터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료의 권총과 카오리의 100t 해머 역시 그대로다. 전쟁터가 되어버린 신주쿠를 배경으로 한 대규모 총격전과 액션신은 눈
'극장판 시티헌터: 신주쿠 프라이빗 아이즈' <시티헌터>를 사랑해온 관객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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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LA. 아침 생방송 TV쇼의 인기 진행자인 엘리자베스(니나 도브레브)는 배신한 남자친구에게 상처를 받고 그녀의 반려견 샘 또한 활력을 잃어버린다. 훈남 수의사에게 호감을 가진 카페 직원 테라(바네사 허진스)는 길 잃은 어린 치와와 거트루드를 발견하고 진찰을 핑계로 동물병원을 찾아간다. 무명 인디밴드 프렁크의 리더 댁스(애덤 팰리)는 누나의 출산으로 어쩔 수 없이 누나 부부의 반려견 찰리를 맡는다. 아내와 사별한 뒤 반려견 메이블과 단둘이 살고 있는 은퇴한 교수 월터는 반려견을 산책시키다 잃어버리고, 피자 배달원 타일러(핀 울프하드)의 도움으로 메이블을 찾아 나선다. 딸을 입양한 그레이스(에바 롱고리아)와 커트(롭 코드리) 부부는 아이에게 서툴고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길에서 메이블을 발견하고 개를 데려가서 키우자고 한다.
<해피 디 데이>는 배우 출신 켄 마리오 감독의 연출작으로, 반려동물과 인간의 삶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
'해피 디 데이' 반려동물과 인간의 삶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코미디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