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 정인(신혜선)은 맡은 일을 깔끔히 해 내면서도 대표에게 “사건 좀 가려 받으라”고 일침을 놓는 유능하고 당당한 여자다. 그런 그에게는 10년이 넘도록 돌아가지 않은 고향 집이 있다. 정인은 자신의 대학 원서를 찢어버릴 정도로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에 굴복해 딸을 달래는 어머니 화자(배종옥)를 견디지 못하고 오래전 홀로 집을 뛰쳐나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을 만큼 잊고 싶었던 고향과 어머니의 모습을, 그는 재판을 마치고 돌아온 사무실에 틀어져 있던 뉴스를 통해 다시 마주한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펼쳐진 집에서 농약이 든 막걸리를 마신 사람들이 쓰러졌고, 어머니 화자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것이다. 하지만 황급히 고향 대천을 향한 정인이 만난 화자는 오랜만에 본 딸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치매 환자로, 누가 죽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 못하는 상태. 이런 화자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리 없다고 확신한 정인은 자신이
'결백' 엄마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애쓰는 딸의 이야기
-
서진(김무열)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살아가는 건축가다. 어느 날 25년 전 실종된 여동생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자신이 여동생이라 주장하는 유진(송지효)을 만난다. 유진이 돌아온 뒤로 집에서 이상한 변화가 계속 일어나고, 서진은 유진이 살아온 과정을 뒤쫓는다. <침입자>는 외부인(유진)이 가족의 구성원이 되면서 일상에 변화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구성원(서진)이 변화를 의심하면서 서스펜스가 구축되는 스릴러다. 유진은 정말 서진의 실종된 동생일까, 그동안 어디서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등등 여러 물음표를 맥거핀 삼아 중반부까지 서사를 끈기 있게 끌고 간다. 이야기 곳곳에서 서부극, 홈인베이전, 스릴러 등 여러 장르를 노련하게 녹여내고, 남성 중심으로 구성되고 유지되는 가족제도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낸다. 손원평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이다.
'침입자' 어느 날 25년 전 실종된 여동생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은 후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
-
초등 육상부 시절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도원(장동윤)과 진수(서벽준)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 재회한다. 둘은 곧 예전처럼 친해지지만 삶의 행로가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는다. 도원은 착실히 몸을 만들어 달리기를 재개하고, 진수는 용역 깡패 일까지 하면서 무리에서 높은 서열에 오른다. <런 보이 런>은 청소년들의 시기와 성장을 다룬 전형적인 사춘기 영화다. 이야기를 책임지는 배우 장동윤과 서벽준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그리는 어린 남성들의 세계가 지나치게 폐쇄적인 탓에 관객이 감정이입하기가 쉽지 않다. 어른다운 어른 캐릭터가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단점도 모른 척하기 어렵다. <낯선 자들의 땅>을 연출한 오원재 감독의 신작이다.
'런 보이 런' 청소년들의 시기와 성장을 다룬 전형적인 사춘기 영화
-
뚜루는 알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놀림당하는 암탉이다. 이사벨 할머니는 노래를 잘 부르는 뚜루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격려하지만 어느 날 할머니는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어버리고 만다. 한편 뚜루는 가창력을 인정받아 서커스단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할머니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서커스단에 들어가 슈퍼스타가 되기로 결심한다. <슈퍼스타 뚜루>는 시골촌닭이 내면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서커스계의 스타가 되는 과정을 담은 스페인 애니메이션이다. 캐릭터가 다채롭진 않지만 뚜루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뮤지컬 음악들은 그닥 나쁘지 않다. 다만 이야기 구성부터 캐릭터까지 기존 애니메이션들의 패턴을 고스란히 답습, 반복한다는 게 아쉽다. 초라해 보여도 자신을 믿고 매진하면 성장할 수 있다는 익숙한 메시지를 익숙한 방식으로 전한다.
'슈퍼스타 뚜루' 시골촌닭이 서커스계의 스타가 되는 과정을 담은 스페인 애니메이션
-
-
아슬아슬한 연애를 이어가던 카메론(클로이 머레츠)과 콜리(퀸 셰퍼드)는 졸업 파티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이한다. 결국 이들의 비밀이 공개되고, 카메론은 가족들에 의해 교회에서 운영하는 동성애 치료 센터에 입소하게 된다. 센터를 운영하는 마쉬 박사(제니퍼 엘)와 릭 목사(존 갤러거 주니어)에 의하면 애초에 동성애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동성에게 끌리는 ‘죄’만이 존재하며, 센터에 모인 이들처럼 ‘유약한 10대’ 시절에는 ‘악’에 쉽게 지배당하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쉬 박사에게 자신을 애칭인 ‘캠’으로 불러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꺼냈다가 “그렇지 않아도 여성스럽지 않은 이름이 더욱 남성적으로 느껴지지 않겠냐”는 반문을 듣는 것과 같은 상황에 맞닥뜨릴 뿐이다. 다행히 제인(사샤 레인)과 아담(포레스트 굿럭)이라는 새 친구를 사귀며 카메론의 센터 생활에 작은 활력이 생긴다. 영화는 세 사람을 중심으로 사회와 종교가 규정한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10대의 이야기를 차곡차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사회와 종교가 규정한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10대의 이야기
-
해저 11km 부근에서 지진이 발생한다. 시추시설 ‘케플러’에 머물던 노라(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조금 늦게 사태를 인지한다. 300여명의 대원 중 탈출한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사망한다. 노라와 선장 루시앙(뱅상 카셀)을 비롯해 남은 자는 고작 6명뿐이다. 이들은 1.6km 떨어진 ‘로우벅’ 기지로 이동하기로 결정하고, 무거운 슈트를 입고 물속을 걷는다. 그러다 모든 사건이 ‘심해 괴생물체’로 인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언더워터>는 한마디로 ‘직선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진 영화다. 시작되자마자 즉각적으로 주요 사건이 발생하고, 인물들은 사전정보 없이 목적지로 나아가게 된다. 이웃 기지에 도착할 때까지 이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제한적이다. 피하다가 긴장해서 도망치고, 간혹 낙오되기도 한다. 설정이 간결한 대신 서브플롯은 시각적 장치로 채워져 있다. 95분의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이 ‘불안’과 ‘공포’의 비주얼로 뒤범벅된다. 자칫 B급 괴수영화로 보일 우려가 있지
'언더워터' 모든 사건은 심해 괴생물체로 인해 발생했다
-
사법고시 장수생 기태(이동휘)는 원치 않게 고향에 내려오게 된다. 그가 소개받은 일터는 오씨(이한위)가 직접 그린 포스터가 걸리고 방송국에서 희귀 문화재 체험하듯 가끔 취재도 오는 ‘국도극장’. 기태는 고향에서 잘 기억나지 않는 초등학교 동창 영은(이상희)을 만나면서 뜻밖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전지희 감독이 마흔살에 시나리오를 쓴 그의 첫 장편영화 <국도극장>은 감독의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이다. 감독은 “영화과를 졸업하긴 했는데 영화계에서 일하지는 않았고, 광고회사에 다니는 일도 평탄치 않았다. 더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이렇게 탄생한 영화의 타이틀이자 주 배경인 ‘국도극장’은 주인공 기태의 질풍노도와 함께하지만, 있는 듯 없는 듯 편안한 공간으로 묘사된다. 오래된 극장이라 터줏대감 오씨가 직접 그린 포스터가 걸리고 방송국에서 취재를 오기도 하는 그곳은 쓸쓸한 정서를 대변하지만 자칫 감상적으로 빠질
'국도극장' 전지희 감독이 마흔살에 시나리오를 쓴 그의 첫 장편영화
-
20년 전 프랑스로 떠났던 미라(김호정)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멋진 배우가 되길 꿈꾸며 파리로 떠나 그곳에서 사랑하는 남자도 만나고 결혼도 했지만, 결국 배우의 꿈은 포기해야 했고, 결혼 생활마저 불행하게 끝나고 말았다. 그녀의 귀국을 축하해주는 술자리, 함께 예술을 꿈꾸며 공부하던 영은(김지영)은 영화감독이, 성우(김영민)는 연극연출가가 되어 있다. 하지만 몇년 전 세상을 떠난 후배, 해란(류아벨)의 빈자리는 이들의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 문제는 이 ‘또렷’하다고 믿어왔던 기억이 사실은 균열이 난 것임을 확인하면서 시작된다.
정확하게 아귀를 맞추어내지는 못하더라도 과거의 망령이 일부는 소환된 기억의 방식으로, 또 일부는 판타지와 뒤섞인 꿈의 방식으로 현재의 주인공을 찾아오는 영화들에 어느 정도 훈련이 된 관객이라면, <프랑스여자>의 진행이 그리 낯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여자>는 과거의 기억이 현재로 찾아오는 대신, 현재의 미라를 과
'프랑스여자' 20년 전 프랑스로 떠났던 한 여자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
아홉 스님들이 2019년 11월부터 90일간 극한의 천막 동안거를 시작한다. 사찰을 벗어난 노숙 수행을 계획했던 것이 비닐로 지은 무문관 천막 노숙 정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아홉 스님>은 그 수행의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천막 동안거 기간 스님들은 7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하고, 공양은 하루 한끼만 하며, 한벌의 옷으로 90일을 나야 하고, 양치 외에 삭발과 목욕은 할 수 없고, 천막을 벗어날 수 없으며, 묵언해야 한다. 그리고 규약을 어기면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된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는 물론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다는 각오로 수행하는 스님들의 모습에서 숭고한 종교 수행의 실제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적 완성도와 별개로 스님들의 모습 자체가 감동이다.
'아홉 스님' 스님들의 모습에서 숭고한 종교 수행의 실제를 마주하게 된다
-
마놀로(이반 마르코스)는 6명의 가족과 함께 시골 생활을 접고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사를 온다. 말라사나가 32번가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가족은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 이상한 현상들을 마주하게 되고, 편안해야 할 공간이 서서히 끔찍한 곳으로 변해간다. <그집>은 1976년 스페인 마드리드 말라사나가 32번지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특정 장소를 무대로 한 공포는 하나의 장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해진 패턴이 있는데 <그집> 역시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좋은 의미에서는 안정적이고 나쁜 의미에서는 이미 익숙하다. 구성원 각자가 집에서 마주하는 공포는 그저 말초적인 두려움이 아니라 인물의 결핍과 연관이 있다. 집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의 긴장감과 몰입감이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성실한 공포영화다.
'그집' 1976년 스페인 마드리드 말라사나가 32번지에서 일어난 실화
-
1970년 런던. 한쪽에선 신체 사이즈로 여성의 몸을 평가하는 ‘미스월드’대회 준비가 한창이고, 또 다른 쪽에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미인대회에 반대하는 여성해방운동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는 샐리(키라 나이틀리)는 여성 컨퍼런스에서 만난 페미니스트 예술가 조(제시 버클리)와 함께 미스월드 반대 시위를 준비한다. 한편 미스월드 대회에 출전한 최초의 미스 그레나다 제니퍼(구구 바샤 로)는 성차별뿐 아니라 인종차별 문제 또한 지적받고 있는 이 대회의 흑인 참가자로서 자신만의 꿈을 꾼다. 50년 전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미스비헤이비어> 속 여성들의 투쟁은 현재진행형으로 봐도 무방하다. “우린 예쁘지도 않고 추하지도 않다. 단지 화가 났을 뿐이다”라는 멋진 구호와 달리 정작 영화는 주제를 향해 정직하게 직진하는 평범한 드라마에 머문다.
'미스비헤이비어' 50년 전 실화 바탕이지만 현재진행형으로 무방한 여성들의 투쟁
-
익스트림스포츠 현장을 생중계하는 스트리머 펑(왕대륙)은 맨손으로 고층 빌딩을 오르던 중 꼭대기에서 떨어진다. 낙하산 덕에 목숨을 구한 그는 범죄조직이 불법적인 거래를 벌이는 비밀기지에 불시착하고 만다. 펑은 당황한 나머지 거래하러 온 조직원 행세를 하고, 국제첩보조직 팬텀의 보스 브루스(밀라 요보비치)가 범죄조직을 소탕하면서 가까스로 기지를 빠져나온다. 그러나 이미 조직의 정보망에 노출된 펑. 브루스는 이를 이용해 펑을 범죄조직의 테러를 막을 스파이로 점찍는다. 스파이에 대한 로망에 부푼 펑은 덥석 제안을 수락한 후 작전에 따라 부다페스트로 향하고, 다혈질의 홍콩 인터폴 먀오(장용용)가 그의 수상한 걸음을 뒤쫓는다.
<루키스>는 <뉴 폴리스 스토리> 각본을 쓰고 <파이어스톰>을 연출한 원금린 감독의 6년 만의 복귀작이다. 중화권 스타 왕대륙과 전사 캐릭터에 특화된 밀라 요보비치가 각각 초보와 베테랑 스파이를 연기해 신선한 조합을 선보이지만, 감독의
'루키스' <파이어스톰>을 연출한 원금린 감독의 6년 만의 복귀작
-
아픈 어머니를 간호하며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던 청밍(동청밍)은 우연한 사고로 인생이 뒤바뀐다. 유성이 떨어지던 저녁, 짝사랑하는 린(진의함)을 구하려다 차에 치였는데 어쩐 일인지 초능력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에 함께 있던 친한 형 훼이(주아휘)까지 세 사람은 청밍의 능력을 신기해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일상을 기록한다. 하지만 청밍의 능력에는 큰 맹점이 있는데, 초능력을 사용할수록 그가 가진 기억이 하나둘씩 지워진다는 점이다. 초능력이 생겼지만, 여전히 집주인이 올린 월세를 내기엔 막막하고, 아픈 어머니의 병는 호전되지 않는다. 그런 청밍에게 훼이는 현금 수송차를 털자고 제안하고, 고민에 빠진 청밍은 결단을 내린다.
3D와 특수시각효과(VFX) 분야의 전문가이자 제작자로 <미스터 고>(2013),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적인걸3: 사대천왕>(2018) 등 여러 작업에 참여한 채수응 감독의 연출작이
'초능력소년사건' 짝사랑하는 그녀를 구하려다 어쩐 일인지 초능력을 얻게된 남자
-
아름다운 목소리를 소유한 10살 소년 레미(말룸 파킨)는 프랑스 샤바농 마을에서 어머니와 유일한 친구 젖소 루세트와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다리를 다친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고 레미는 자신이 친아들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아내를 속이고 레미를 고아원에 보내기 위해 마을로 데리고 간다. 아버지의 본심을 알게 된 레미는 도망치다 거리의 악사 비탈리스(다니엘 오테유)를 만나고, 아버지는 그에게 돈을 받고 레미를 맡긴다. 비탈리스는 레미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가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멘토가 돼준다. 그러던 어느 날 레미는 친어머니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레미: 집 없는 아이>는 앙투안 블로시에르 감독이 1878년에 발행된 엑토르 말로의 아동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집 없는 아이>를 각색한 작품이다. 감독은 원작의 틀을 유지하되 서사 구조에 변화를 주어 이야기의 화자로 노인이 된 레미(자크 페랭)를 새롭게 등장시
'레미: 집 없는 아이' 엑토르 말로의 아동소설 <집 없는 아이>를 각색한 작품